미혹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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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방학 시작이다. 기말고사 기간 내내 좋은 날씨를 보이다가 방학시작 동시에 장마라니.....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 비 오는 창밖을 보는데 메시지가 왔다. 건강하게 방학 잘 보내라는 수지의 메시지를 보자 요 며칠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수지의 가족들과 만난 후에도 계속 민정이랑 셋이서 같이 공부하며 밥도 같이 먹고 늦게 갈 때에는 항상 수지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래서인지 민정이는 물론이고 수지하고도 제법 친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종강 파티에 오지 않은 수지는 시험이 끝나고서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다른 친구들과는 어제 종강파티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4개월 만에 다시 온 내 방은 그대로였다. 자취방에서 가져온 컴퓨터를 설치하고 있는데 큰 누나가 올라왔다.
“대충 정리했으면 샤워하고 밥 먹어렴.”
“응..조금만 하면 다 돼.”
“근데 그것도 인터넷 되니?”
“응. 인터넷 선만 연결하면 될거야.”
“그래. 그럼 나도 가끔 이용해도 되니?”
“응,,언제든지...근데 작은 누나방에도 컴퓨터는 있는데...”
“소영이 원래 자기 물건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거 싫어하잖아.”
“하여튼 작은 누나 성격은 ...”
샤워를 하고 나오자 큰누나가 식탁에 밥을 차리고 있었다.
“엄마는 어디 갔어?”
“응..저녁에 너 갈비찜 해 준다고 마트에 갔어.”
“그래. 상현이는 자?”
“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앞자리에 앉아 있는 큰 누나의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왜?”
“그냥 계속 쳐다보길레..”
“그냥...후후~ 너 업어주고 같이 목욕하면서 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컸다니..”
“누나도 참... ”
“근데 학교 생활은 어때?”
“그냥 뭐 그렇지....”
“여자 친구는 있어?”
순간 누나의 물음에 수지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아직 여자친구라 하기에는 별다른 진전도 없고 그냥 다른 애들처럼 친한 사이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 없어..”
“왜? 너 정도면 괜찮은데...”
“아직 큰누나처럼 이쁜 여자를 못 만났어 그래..”
“호호~ 결혼 한 아줌마가 뭐 이쁘다고....”
“아냐,,,사실 큰누나는 내 이상형이야..”
“정말?”
“응..큰누나 시집갈 때 내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알아?”
“정말이야?”
“응...나 큰누나 많이 좋아했었어. 어릴적에는 큰누나랑 결혼하는게 내 꿈이였는걸...”
“진작 알았으면 결혼하지 말고 너 기다릴걸...”
“하하..누나도 참~.왜 매형이 잘 안해줘?”
“아니..그냥...”
매형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웃고 있던 큰 누나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밥 조금만 먹어.. 저녁에 갈비 먹게.”
“응.”
밥을 먹고 방에 올라와 침대에 누워 있는데 아무래도 큰 누나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전에 공항에서도 그랬고 오늘도 잘 웃으면서 이야기 하다가 매형이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는게 아무래도 뭔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 동안 기말고사 때문에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집이라는 편안함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
“어~,알았어.”
“어서 일어나. 밥 먹게”
“응,,내려갈게. 엄마”
주방으로 내려가자 달콤한 갈비찜 냄새가 가득했다.
‘방학 첫날부터 먹고 자고 또 먹네. 이러다가 살만 찌겠는데... 내일부터 슬슬 운동이나 시작할까...’
“작은 누나는?”
“응. 오늘도 또 회식인지 뭔지 이놈의 계집애는 허구한 날 술이야.”
“그래. 그럼 엄마 우리도 맥주나 한잔할까?”
“이 놈이.. 너도 대학가서 술만 배웠냐?”
“지영아, 집에 맥주 사다 놓은 거 있니?”
“응. 있을거야”
갈비찜에 맥주를 세 잔 정도 마시자 금방 배가 불렀다. 좀처럼 술을 마시지 않던 엄마도 내가 와서 기분이 좋은지 두 잔정도 마시자 금방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누나도 같이 마셔..”
“응. 상현이 마저 먹이고...”
소화도 시킬 겸 엄마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마셨는데 방광으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시원하게 배출을 하고 나오자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누나. 엄마는?”
“응. 취했다면서 들어갔어.”
“그래..간만에 엄마랑 술 좀 마시려고 했는데...”
“엄마 원래 술 잘 못하시잖아. 기다려 이거 대충 치워놓고 누나랑 마시자.”
“응...나도 도와줄게.”
대충 식탁을 정리하고 누나와 마주 앉았다. 소파에서 혼자 놀고 있는 상현이를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다보니 금방 큰 맥주병이 바닥을 보였다.
“누나. 더 없어?”
“응. 이거 한 병뿐 이였는데 양주 마실래?”
“그건 아버지 술이잖아..”
“뭐 어때.. 아빠 오시기전에 새로 사다 놓으면 되지.”
새로운 안주와 양주를 가지고 온 누나와 천천히 건배를 하며 마시기 시작했다. 사실 양주를 마시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친구들과는 보통 소주나 맥주를 주로 마셨지 양주는 마셔볼 기회가 없었다.
첫잔을 삼키자 목구멍이 화끈 거렸다. 누나의 권유로 우유를 조금 마시자 조금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누나는 제법 마셔본 듯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
제법 큰 병이었는데 어느새 반을 넘게 마신 듯 했다. 또다시 방광에 신호가 와 일어서는데 약간 어지러웠다.
“누나,,이제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조금 어지럽네.히히~”
“응..그럼 먼저 올라가렴..난 이거 정리하고 잘테니..”
“응..누나,,나 먼저 올라갈게...”
내방에 올라오자 천정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대로 침대에 쓰려져 잠에 빠져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다시 찾아온 배출 욕구에 눈을 떴다. 순간 낯선 환경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곧 집에 온 것을 알아차리고 아래층의 화장실로 향했다. 시원하게 배출을 하고나서 다시 내 방으로 가려는데 주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지? 설마 도둑이.........’
잔뜩 긴장한 채 어두운 주방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불을 켜자 식탁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큰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누,누나~”
“민기야, 불 좀 꺼줄래.”
“어,,응”
다시 불을 꺼자 주위가 어둠으로 휩싸였다. 어느 정도 어둠이 눈에 익자 창문으로 희미하게 들어오는 가로등빛을 통해 주위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천천히 누나 옆에 앉자 양주병을 들어 앞에 놓인 컵을 채우는 누나의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술이 바닥이 난 듯 컵의 절반을 겨우 채워나갔다.
“누나..뭔 일 있어?”
“아니...그냥 잠이 안와서....”
“그래도 불도 안 켜고 뭔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술잔을 들이키는 누나의 모습이 들어왔다. 곧 술잔을 다 비운 듯 빈 컵만 조용히 식탁위에 내려졌다.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움직임이 없던 누나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흑~ ... 민기야 나 어쩌면 좋니?”
“누나, 왜 그런데... 뭔 일인지 이야기 해봐.”
누나의 흐느끼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정적을 타고 집안 전체로 퍼져나가는 듯 했다.
“누나...진정하고 누나 방으로 가자.”
대충 식탁을 정리 한 후에 여전히 울고 있는 누나를 부축해서 일어서는데 누나가 상현이 얼굴을 보기 싫다며 누나 방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였다.
어쩔 수 없이 누나를 데리고 내방으로 와서 침대에 앉히자 감겨진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보였다. 조용히 누나를 품에 안자 그동안 참고 있었던지 한층 더 강해진 누나의 흐느낌이 시작되었다. 조용히 누나의 등을 두드리며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누나의 흐느낌이 점점 줄어들자 누나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누나의 얼굴을 보았다. 붉게 충혈 된 눈에는 아직 눈물이 가득했지만 계속 이렇게 있을 수 없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누나...뭔 일인지 이야기라도 해줘.”
“민기야, 나 어떻게 해야 되니... 너무 힘들어 죽겠어....”
다시 누나의 흐느낌이 시작되면서 내 품으로 안겨 왔다. 조용히 누나를 안아주자 곧 진정이 된 듯 누나의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설에 시댁에 다녀온 후 누나에게 한 여자로부터 매형일로 만나자는 연락이 와 만났는데 그 여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지금 매형이 누나와 결혼하기 전에 교제를 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매형의 아이까지 있다고 했다. 더군다나 그 사실을 누나의 시댁에선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였다. 그 여자와 계속 연락을 하다가 얼마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아 사람을 구해 매형의 뒷조사를 했다고 했다. 알고 보니 누나와 그 여자 외에 또 다른 여자가 있다고 하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한동안 누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누나 역시 사람을 구해 매형의 모든 걸 알게 되자 극도의 혼란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매형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 하자 처음에는 완강히 부정하던 매형이 누나가 증거를 보여주자 사실을 인정하였다고 했다. 차라리 그때 매형이 용서를 구했으면 조금이나마 누나의 마음고생도 덜했을 건데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고 자기의 뒷조사를 했다며 오히려 누나에게 역정을 내면서 각자 좀 시간을 가지자면서 매형이 집을 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길로 매형은 다른 여자의 집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도저히 용서를 할 수 없어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혼서류를 준비하여 매형에게 주었으나 끝까지 도장을 찍어 주지 않아 법으로 해결하자는 누나의 말에 겨우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출국 하시기전에 대구로 내려가서 시댁 식구들에게 모든 걸 알리고 상현이를 직접 키우겠다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상현이를 시댁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왔다고 했다. 시댁어른들도 별다른 말없이 상현이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며 두 사람의 모든 재산을 받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하기를 원하는 누나의 말에 동의를 했다고 했다. 아직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기 힘들었던 누나의 의견에 매형 역시 직장생활에서 아버지를 계속 봐야하는 처지에 자칫하면 직장마저도 잃을 수 있었기에 당분간 비밀로 하기로 했다고 했다.
누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매형에 대한 분노와 그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누나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냥 이대로 누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거 외에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민기야, 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
“걱정마, 누나. 내가 누나 지켜줄게.”
어릴 적부터 누나 이상으로 좋아했던 큰 누나였기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누나의 모습을 보자 누나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비에 흠뻑 젖은 작은 새처럼 누나는 내 품에 안겨 조금씩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한동안 내 품에 안겨 계속 울던 누나가 점점 안정이 되는 듯 몸의 떨림도 멈추자 조용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분간 엄마랑 소영이한테는 비밀로 해줘..”
“응..걱정마”
“그런데 너한테 안겨 있으니 정말 따뜻하고 편안해서 걱정이 다 사라져.”
“그래? 그럼 누나가 힘들 때 마다 내가 항상 안아 줄게..”
“정말?”
“응. 약속할게.”
더욱더 품으로 파고드는 누나를 꼭 안아주며 누나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빠져 있는데 순간 코앞에 누나의 얼굴이 보이더니 이내 내 입술에 누나의 입술이 부딪혀 왔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 비 오는 창밖을 보는데 메시지가 왔다. 건강하게 방학 잘 보내라는 수지의 메시지를 보자 요 며칠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수지의 가족들과 만난 후에도 계속 민정이랑 셋이서 같이 공부하며 밥도 같이 먹고 늦게 갈 때에는 항상 수지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래서인지 민정이는 물론이고 수지하고도 제법 친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종강 파티에 오지 않은 수지는 시험이 끝나고서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다른 친구들과는 어제 종강파티에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4개월 만에 다시 온 내 방은 그대로였다. 자취방에서 가져온 컴퓨터를 설치하고 있는데 큰 누나가 올라왔다.
“대충 정리했으면 샤워하고 밥 먹어렴.”
“응..조금만 하면 다 돼.”
“근데 그것도 인터넷 되니?”
“응. 인터넷 선만 연결하면 될거야.”
“그래. 그럼 나도 가끔 이용해도 되니?”
“응,,언제든지...근데 작은 누나방에도 컴퓨터는 있는데...”
“소영이 원래 자기 물건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거 싫어하잖아.”
“하여튼 작은 누나 성격은 ...”
샤워를 하고 나오자 큰누나가 식탁에 밥을 차리고 있었다.
“엄마는 어디 갔어?”
“응..저녁에 너 갈비찜 해 준다고 마트에 갔어.”
“그래. 상현이는 자?”
“응”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앞자리에 앉아 있는 큰 누나의 시선이 계속 느껴졌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왜?”
“그냥 계속 쳐다보길레..”
“그냥...후후~ 너 업어주고 같이 목욕하면서 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컸다니..”
“누나도 참... ”
“근데 학교 생활은 어때?”
“그냥 뭐 그렇지....”
“여자 친구는 있어?”
순간 누나의 물음에 수지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아직 여자친구라 하기에는 별다른 진전도 없고 그냥 다른 애들처럼 친한 사이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직 없어..”
“왜? 너 정도면 괜찮은데...”
“아직 큰누나처럼 이쁜 여자를 못 만났어 그래..”
“호호~ 결혼 한 아줌마가 뭐 이쁘다고....”
“아냐,,,사실 큰누나는 내 이상형이야..”
“정말?”
“응..큰누나 시집갈 때 내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알아?”
“정말이야?”
“응...나 큰누나 많이 좋아했었어. 어릴적에는 큰누나랑 결혼하는게 내 꿈이였는걸...”
“진작 알았으면 결혼하지 말고 너 기다릴걸...”
“하하..누나도 참~.왜 매형이 잘 안해줘?”
“아니..그냥...”
매형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웃고 있던 큰 누나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밥 조금만 먹어.. 저녁에 갈비 먹게.”
“응.”
밥을 먹고 방에 올라와 침대에 누워 있는데 아무래도 큰 누나의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전에 공항에서도 그랬고 오늘도 잘 웃으면서 이야기 하다가 매형이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는게 아무래도 뭔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 동안 기말고사 때문에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집이라는 편안함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
“어~,알았어.”
“어서 일어나. 밥 먹게”
“응,,내려갈게. 엄마”
주방으로 내려가자 달콤한 갈비찜 냄새가 가득했다.
‘방학 첫날부터 먹고 자고 또 먹네. 이러다가 살만 찌겠는데... 내일부터 슬슬 운동이나 시작할까...’
“작은 누나는?”
“응. 오늘도 또 회식인지 뭔지 이놈의 계집애는 허구한 날 술이야.”
“그래. 그럼 엄마 우리도 맥주나 한잔할까?”
“이 놈이.. 너도 대학가서 술만 배웠냐?”
“지영아, 집에 맥주 사다 놓은 거 있니?”
“응. 있을거야”
갈비찜에 맥주를 세 잔 정도 마시자 금방 배가 불렀다. 좀처럼 술을 마시지 않던 엄마도 내가 와서 기분이 좋은지 두 잔정도 마시자 금방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누나도 같이 마셔..”
“응. 상현이 마저 먹이고...”
소화도 시킬 겸 엄마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마셨는데 방광으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시원하게 배출을 하고 나오자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누나. 엄마는?”
“응. 취했다면서 들어갔어.”
“그래..간만에 엄마랑 술 좀 마시려고 했는데...”
“엄마 원래 술 잘 못하시잖아. 기다려 이거 대충 치워놓고 누나랑 마시자.”
“응...나도 도와줄게.”
대충 식탁을 정리하고 누나와 마주 앉았다. 소파에서 혼자 놀고 있는 상현이를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시다보니 금방 큰 맥주병이 바닥을 보였다.
“누나. 더 없어?”
“응. 이거 한 병뿐 이였는데 양주 마실래?”
“그건 아버지 술이잖아..”
“뭐 어때.. 아빠 오시기전에 새로 사다 놓으면 되지.”
새로운 안주와 양주를 가지고 온 누나와 천천히 건배를 하며 마시기 시작했다. 사실 양주를 마시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친구들과는 보통 소주나 맥주를 주로 마셨지 양주는 마셔볼 기회가 없었다.
첫잔을 삼키자 목구멍이 화끈 거렸다. 누나의 권유로 우유를 조금 마시자 조금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누나는 제법 마셔본 듯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
제법 큰 병이었는데 어느새 반을 넘게 마신 듯 했다. 또다시 방광에 신호가 와 일어서는데 약간 어지러웠다.
“누나,,이제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조금 어지럽네.히히~”
“응..그럼 먼저 올라가렴..난 이거 정리하고 잘테니..”
“응..누나,,나 먼저 올라갈게...”
내방에 올라오자 천정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대로 침대에 쓰려져 잠에 빠져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다시 찾아온 배출 욕구에 눈을 떴다. 순간 낯선 환경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곧 집에 온 것을 알아차리고 아래층의 화장실로 향했다. 시원하게 배출을 하고나서 다시 내 방으로 가려는데 주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지? 설마 도둑이.........’
잔뜩 긴장한 채 어두운 주방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불을 켜자 식탁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큰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누,누나~”
“민기야, 불 좀 꺼줄래.”
“어,,응”
다시 불을 꺼자 주위가 어둠으로 휩싸였다. 어느 정도 어둠이 눈에 익자 창문으로 희미하게 들어오는 가로등빛을 통해 주위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천천히 누나 옆에 앉자 양주병을 들어 앞에 놓인 컵을 채우는 누나의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술이 바닥이 난 듯 컵의 절반을 겨우 채워나갔다.
“누나..뭔 일 있어?”
“아니...그냥 잠이 안와서....”
“그래도 불도 안 켜고 뭔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술잔을 들이키는 누나의 모습이 들어왔다. 곧 술잔을 다 비운 듯 빈 컵만 조용히 식탁위에 내려졌다.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움직임이 없던 누나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흑~ ... 민기야 나 어쩌면 좋니?”
“누나, 왜 그런데... 뭔 일인지 이야기 해봐.”
누나의 흐느끼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정적을 타고 집안 전체로 퍼져나가는 듯 했다.
“누나...진정하고 누나 방으로 가자.”
대충 식탁을 정리 한 후에 여전히 울고 있는 누나를 부축해서 일어서는데 누나가 상현이 얼굴을 보기 싫다며 누나 방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였다.
어쩔 수 없이 누나를 데리고 내방으로 와서 침대에 앉히자 감겨진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보였다. 조용히 누나를 품에 안자 그동안 참고 있었던지 한층 더 강해진 누나의 흐느낌이 시작되었다. 조용히 누나의 등을 두드리며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누나의 흐느낌이 점점 줄어들자 누나를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누나의 얼굴을 보았다. 붉게 충혈 된 눈에는 아직 눈물이 가득했지만 계속 이렇게 있을 수 없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누나...뭔 일인지 이야기라도 해줘.”
“민기야, 나 어떻게 해야 되니... 너무 힘들어 죽겠어....”
다시 누나의 흐느낌이 시작되면서 내 품으로 안겨 왔다. 조용히 누나를 안아주자 곧 진정이 된 듯 누나의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설에 시댁에 다녀온 후 누나에게 한 여자로부터 매형일로 만나자는 연락이 와 만났는데 그 여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지금 매형이 누나와 결혼하기 전에 교제를 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매형의 아이까지 있다고 했다. 더군다나 그 사실을 누나의 시댁에선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였다. 그 여자와 계속 연락을 하다가 얼마 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아 사람을 구해 매형의 뒷조사를 했다고 했다. 알고 보니 누나와 그 여자 외에 또 다른 여자가 있다고 하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한동안 누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누나 역시 사람을 구해 매형의 모든 걸 알게 되자 극도의 혼란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매형에게 모든 사실을 이야기 하자 처음에는 완강히 부정하던 매형이 누나가 증거를 보여주자 사실을 인정하였다고 했다. 차라리 그때 매형이 용서를 구했으면 조금이나마 누나의 마음고생도 덜했을 건데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고 자기의 뒷조사를 했다며 오히려 누나에게 역정을 내면서 각자 좀 시간을 가지자면서 매형이 집을 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길로 매형은 다른 여자의 집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도저히 용서를 할 수 없어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혼서류를 준비하여 매형에게 주었으나 끝까지 도장을 찍어 주지 않아 법으로 해결하자는 누나의 말에 겨우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출국 하시기전에 대구로 내려가서 시댁 식구들에게 모든 걸 알리고 상현이를 직접 키우겠다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상현이를 시댁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왔다고 했다. 시댁어른들도 별다른 말없이 상현이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며 두 사람의 모든 재산을 받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하기를 원하는 누나의 말에 동의를 했다고 했다. 아직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기 힘들었던 누나의 의견에 매형 역시 직장생활에서 아버지를 계속 봐야하는 처지에 자칫하면 직장마저도 잃을 수 있었기에 당분간 비밀로 하기로 했다고 했다.
누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매형에 대한 분노와 그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누나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냥 이대로 누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거 외에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민기야, 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해?”
“걱정마, 누나. 내가 누나 지켜줄게.”
어릴 적부터 누나 이상으로 좋아했던 큰 누나였기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누나의 모습을 보자 누나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비에 흠뻑 젖은 작은 새처럼 누나는 내 품에 안겨 조금씩 몸을 떨며 울고 있었다. 한동안 내 품에 안겨 계속 울던 누나가 점점 안정이 되는 듯 몸의 떨림도 멈추자 조용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분간 엄마랑 소영이한테는 비밀로 해줘..”
“응..걱정마”
“그런데 너한테 안겨 있으니 정말 따뜻하고 편안해서 걱정이 다 사라져.”
“그래? 그럼 누나가 힘들 때 마다 내가 항상 안아 줄게..”
“정말?”
“응. 약속할게.”
더욱더 품으로 파고드는 누나를 꼭 안아주며 누나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빠져 있는데 순간 코앞에 누나의 얼굴이 보이더니 이내 내 입술에 누나의 입술이 부딪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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