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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대리운전 - 7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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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3 회 작성일 23-12-26 10: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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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생긴 그대로 사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이제야 조금은 알겠다.



평화는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 둘 때이며

행복은 그러한 마음이 위로받을 때이며

기쁨은 비워진 두 마음이 부딧힐 때이다.]



통관서류를 접수시켜 놓고 일단 파일넘버를 받아 들었다.

번호를 보니 두어시간 지나야 세관원을 면담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이래저래 세관 사무실을 둘러 보았다.

수출입 업무로 잔뼈가 굵은 내 경력이다 보니

사람들 하는 말을 슬쩍 지나가는 소리로 들어도

대충 뭐가 문제고 잘 될건지 아닌건지 짐작이 갔다.

세관 대기실은

주로 이사짐회사 직원 한명에 이사짐 주인 몇 가족들이 딸려 있다.

그날 통관을 하려고 이사짐 주인들이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세관에서는 그렇게 본인이 직접 와서 통관을 신청하면

그런대로 신뢰를 하고 별 검사 없이 무검사 통관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영어가 서툴어서 세관원과 손짓 발짓을 해 가면서

뭔가 설명하다가 나중에 이사짐 회사 직원이 직접 가서

통역을 해 주기도 하고...

그래서 별 전문용어 몇 마디 주고 받으면 될걸...

이사짐 회사 직원은 은근히 이사짐 주인 앞에서 목에 힘을 준다.

그러니 영어 전혀 안되는 무식하고 용감한 아줌마들은

아예 사전을 들고 세관원과 입씨름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국 사람 뿐 아니다.

중국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기네들 에이전트가 많아서

대부분 에이전트에서 통관을 전담해 주는 경우가 많고

아무래도 쩐이 좀 부족한 중동계는 대부분 본인이 직접 오고

그리고 뭘 모르는 한국 사람들은

그냥 죄 지은것도 없는데 이사짐회사에서

통관해야 한다고 오라고 오면 끽 소리 못하고 불려 오는거다.

본인 확인에 관한 간단한 증명서나

본인임을 확인하는 몇가지 간단한 질문 몇마디로 끝나는데

영어 짧은 한국 아줌마, 아자씨들은 질질 땀을 흘린다.

그러게

영어 배울라고 왔다고 하잔여!!!!

아무튼 세관에 올때마다 이런 진풍경에 늘 씁쓸하다.

이사짐회사에서 일 봐주는 사람도 초보면 아주 낭패다.

내 경우는 세관원들이 얼굴을 다 알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서

뭐 굳이 서류보고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그냥 안부나 묻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지들도 딱 보면 안다는 것이다.

이민오는 사람들이 이사짐에 뭘 얼마나 숨겨오겠냐...

다 저 먹고 쓸거 거라든가 선물 줄 것,

이런 것이 대부분 아니겠는가?

그러니 세관원들도 나름대로 지침이 있어서

랜덤하게 형식적인 검사만 하면 되는 내부적인 룰만 지키면 된다.

그러니 어뜬 심술궂은 개자식 같은 세관원은

짐 주인이 좀 괜찮게 생긴 여자 같으면

(특히 동구권 금발 늘씬 쭉쭉 빵빵...)

괜히 잡고 시간 끌면서 말 걸고 트집잡고 그런다.

아무튼 정말 진풍경이다.



물끄러미 이런 진풍경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니

회사 이름과 파일 넘버를 부른다.

지난 주말에 함께 라운딩을 했던 릭의 친구가 마침 담당이다.

이녀석은 대뜸 골프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지 걸프렌드 골프 레슨을 좀 해 주라...

(물론 형식적으로 레슨비는 준다고 하지만

받기도 그렇고... 그냥 공짜로 해주긴 하지만...)

저가 몇번 데리고 나갔는데 화딱지만 나서 못 치겠다.

( 속으로 그랬지.

야 이눔아!

한국은 마누라 운전 가르쳐 주다 이혼한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마누라 골프 가르쳐 준다고 하다가 이혼 당한단다! )

너도 알다시피 내가 낮 시간에는 정말 바쁘다.

그리고 주말에는 나도 브이아이피를 모시고 다니기 때문에

사실 따로 시간을 내기 정말 힘들다.

그랬더니 그눔은 아예 통사정이다.

골프 레슨하는 눔들을 못믿겠다는거다.

(사실 골프레슨 강사와 놀아나는 서양여자 정말 많다.

캐나다판 선데이 서울 같은 잡지에 보면

아줌마하고 골프레슨 강사와의 애정행각 이야기가 단골 메뉴다.

그래서 뭐 총질까지 했대나 어쨌대나.. 아무튼..)

그래도 안면을 봐서 안해준다는 말은 못하고

다음주 주중에 한번 시간을 내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아예 날짜를 잡는다.

수요일날이 비번이니까 아예 그날 함께 라운딩하자고 한다.

그러자고 대답을 해 주었다.

마침 전화 벨이 울렸다.

이녀석은 내가 전화 받는 새

뭘 물어보지도 않고 서류에 도장을 팍팍 찍고 있다.



- 야! 김이사! 너 회 한사라 갖고는 안되겠다.

- 이눔이 무슨 소리여?

- 너같은 도적놈한테 저여자는 너무 아깝다.

- 이놈이 무슨 딴 소릴 하는거여?

- 일단 짐 다 올리고 보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사장은 대뜸 내게 그렇게 말을 던졌다.

아마도 첫 짐을 올려 놓으면서 혜원이를 본 모양이었다.



- 야! 이 도적놈아! 정말 회 한사라 갖고는 턱도 없다.

- 너 그러면 회 한사라는 커녕 두부 한모도 없다! 일 똑바로 해!

- 일? 이눔아 내가 눈깔이 다 튀어나오는데 무슨 일이냐?

김사장은 두번째 짐을 올려 놓고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면서

다짜고짜 내게 다시 전화를 한 모양이다.



벨이 울렸다.

나는 대뜸 소리부터 질렀다.

- 이놈아! 일이나 확실히 해!

- 어머.... 저예요...

그녀는 내 고함소리에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 어? 난~ 또.. 어뜬 이상한 놈이 전화를 해서...

- 그래요? 나도 이상한 사람 하나 봤는데...

- 누군데?

- 이사짐 운반해주는 사람 말예요..

- 이삿짐?

- 네~ 이삿짐!

- 무슨 이삿짐 이야기 하는거야?

- 오늘 들어 온다고 했잖아요?

- 당신만 들어 오는게 아니고 이삿짐까지 들어 온다고?

나는 짐짓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 그래요! 어떻게 몸만 들어와? 살림차려야지~~~ 히히..

그녀는 앙증맞게 애교를 떨었다.

- 근데 이상한 사람이라는게 누군데?

- 응... 이삿짐 날라주는 사람이 자꾸 날 위아래로 훑어봐!

- 당신이 이쁘니까 그런 모양이지..

- 히히... 나도 그런건 알어... 주제에 눈은 있어가지군!

그녀는 히득거리며 웃는다.

- 근데 그 사람이 자꾸 실실 쪼개면서 날 음흉한 눈초리로 자꾸 쳐다봐!

- 뭐... 당신이 음흉하니까 남도 음흉하다고 생각하는거지!

- 내가 음흉하다고?

- 그래! 그러니까 남들도 그럴게 보는거지! 다 자기 눈으로 보는거야!

- 내가 음흉해?

- 으... 응? 아니... 음흉한건 아니고.. 조끔 음... 허지~~~허허.

- 빨랑 와! 이사람 아주 기분 나뻐! 눈초리가 자꾸 그래!

그녀는 전화기에 대고 코먹은 소리를 낸다.



우리는 그렇게 합의했다.



거실과 주방은 공유한다.

당연 소파와 식탁 및 의자도 이에 준한다.

단 텔레비젼과 디브이디는 주인 맘대로다.

(하기야 난 테레비를 볼 일이 거의 없으니 상관없다...

협상시 나름대로 신경전을 펴서 조건을 받아내긴 했지만...)

화장실이 딸린 베드룸은 혜원이가 쓴다.

할수 없이 주인이면서도 거실 화장실과 그 옆 베드룸은 내가 쓴다.

집안 청소는 혜원이가 한다.

왜냐? 내가 집 주인이니까..

사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집을 많이 차지 하고 있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 논리에 혜원이가 졌다.

학원에 가는건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올때는 픽업을 해주기로 했다.

렌트비는?

안받기로 했다. 아니 못받는다.

왜냐고?

그걸 말로 해야 하냐?



우리는 그렇게 함께 시작했다.



첫날밤(?)

나는 부러 공항 근처에 있는 생선회집에 들러서

회 한판 뜨고 메운탕거리를 들고 집에 들어갔다.

그녀는

미끈한 다리를 다 드러내는 짧은 반바지를 입고 날 맞아주었다.

사실 그건 내 주문사항이었다.

뭐 꼭 그런건 아니었지만

가급적 집 안에서는

그 미끈한 다리를 편한 마음으로 감상하게 해달라는 내 간절한(??) 소망에 대한

그녀의 착한 배려였다.

거실에는 이사짐 박스로 가득차 있었다.

- 천천히 하지 뭐...

그녀는 내가 들어서자 풀어 헤치던 이삿짐 박스를 그냥 닫고는

내게 달려왔다.

- 내가 오니까 좋지?

그녀는 어린애 처럼 내게 말했다.

- 진즉 올껄 그랬어....

그녀는 내게 입을 맞추어 주었다.

참으로 기나긴 입맞춤이 이어졌다.

그녀의 혀는 늘 내 입안에서 어지럽게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많은 애액을 뿌리면서...

- 에이... 침나왔어..끌글끌

- 모야? 피.....

그녀는 입을 훔쳤다.

- 잘 왔어...

나는 그녀의 허리를 매만지며 말해 주었다.

- 고마워요....



- 한잔 하셔~~

- 조오치...

회를 집어 들어 초고추장을 듬뿍 묻힌다.

- 이거.... 난 와사비장 체질이라서... 기달려...

나는 와사비가 잘 풀어지도로 젓가락을 저어댔다.

- 안주 준비 완료.

우리는 건배를 했다.

정말 편안하게 자리잡고 앉아서....

그렇게 첫잔을 시작했다.



둘이서 첫잔을 그냥 단숨에 비웠다.

두번째 잔도 그냥 단숨에 비웠다.

- 벌주 삼배!

- 왠 벌주?

- 아무튼 벌이야!

- 왜 벌이냐고? 상이 아니고?

- 벌주야!

- 삼배!

우리는 그렇게 석잔을 단숨에 비웠다.

- 근데 왜 벌주냐고?

- 옛날에 말야... 동문수학하던 학당에서 말야...

학동들이서 서로 규칙을 정했더라..이거야.

학당에는 학당 규칙이 있으니 우리들끼리는 우리들 규칙이 있어야 한다.

악동들 노는데 늦으면 악동들만의 규칙이 있어..

악동들 모임에 늦으면 벌주 삼배! 뭐 그런거지..

- 그럼 내가 늦은거야?

- 그래! 늦어서 벌주 삼배야!

- 근데 당신은 왜 마셔?

- 혼자 벌 받게 할 수 있나? 나도 벌 받아야지....클클클...

- 같이 벌 받아야지~~ 암! 저도 죄가 많지! 아암!

그녀는 연달은 석잔에 금새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올랐다.



- 왜 안물어?

- 뭘?

- 왜 안물어 보냐고?

- 뭘 물어 보냐고요?

- 아니..... 그냥....

그녀는 빈 잔을 들어 올리며 웃는다.

나는 냉장고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내 뒤를 따라 나섰다.

- 나.... 한국 안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 나.. 정말 안들어간다니까!

그녀는 대 등에 얼굴을 기대었다.

나는 냉장고 안에서 남은 소주 한병을 꺼내 들었다.

- 당신은 그런거 관심없지?

- 누가 물어봤어?

그녀의 기나긴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다 기억할 수 없는 기나긴 이야기..

그녀는 가끔씩 홀짝이면서도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

작은 아이와의 이별여행 한달.

이제 그 이별은 작은 아이를 한국으로 되돌려 보내면서

짧은 추억 여행으로 끝나버려야만 했고.

이제 그녀는 한국에 가야할 이유도 명분도 없어진거다.

굳이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 그냥 아무 생각 하지 말고 학원이나 열심히 다녀...

- 그럴 생각이야.

- 당분간 아무 생각 하지 마...

그냥.... 영화보고... 골프 치고...

- 그래...



그녀의 상처는 그 어떤 것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안다.

여자의 상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전혀 내색조차 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늘 있었다.

그녀의 상처는

어쩌면 시간이라는 거대한 강물이

조금씩 씻어 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시간이 유일한 처방일 뿐이야...



그녀는 식탁에 머리를 박고 엎드렸다.

나는 그렇게 볼쌍사납게 변한 그녀를

그냥...

그냥... 그렇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의 첫날밤은

그렇게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함께 있고 싶은 시간이

막상 우리에게 주어지자..

한꺼풀 벗겨지는

우리들의 아픈 상처 때문에

서로에게 어쩌면 짐이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우린

서로 그냥 술만 마시고

어떻게든

열어 놓지 못한 마음의 창문을

서로에게 보여주질 못해서

그나마 육체의 문 만을

서로에게 열어 놓고서...

그렇게... 어떻게든 시간을 서로에게 벌 수 있게 해 주어야 할터인데..

우리는

피차 그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어색해졌어.

스무살짜리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맨날 보고 싶고

보면 만지고 닿고 싶고..

그렇게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갑자기

이렇게 삶의 공간을 합친 첫날...

어색해진거다....

왜 그럴까..

서로에게 유일한 상대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그게 막상 이렇게 서로에게 와 닿으니

그게..

섬듯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와 줘서 고마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진심의 언어는

고맙다는 말 뿐이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서

마침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편한 마음으로 회사에서 가까운 호텔에 방을 잡았습니다.

몇몇 친구 집도 있지만

다들 아침이면 나서야 하고..늘 신세만 끼치는 친구들이라서..

그냥 전화만 하고 호텔로 들어 왔습니다.

그간 공사진도 보고를 하고.. 수리가 필요한 장비들도 설명하고..

이래저래 오늘 하루가 후다닥 지나갔습니다.

리플수 추천수에 별 관심 없습니다.

제 경험담에 마음의 성원을 보내주시는 독자 몇분의 격려에

이렇게 이야기를 다시 올려 봅니다.

고층에서 바라보는 토론토 야경이 참 멋있습니다.]


추천111 비추천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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