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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PC방시트콤 - 7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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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4 회 작성일 23-12-26 09:3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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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시트콤 제 6부 : 경매사이트



“행님요, 간판부터 확 바꿔버립시더.”

“웬 간판?”

“있잖아요. 거 머시냐. 체인점 같은거..”

“꿈 깨 임마. 돈 만져보기 전에 돈 쓸 생각부터 하냐?”

“하모. PC방이 일곱갠데 공통적인걸 내 걸어야잖아예.”

“참아라. 당장은 밤낮으로 일곱 개 PC방을 어떻게 관리할까부터 고민해야 될 시간이잖냐.”

“우왕, 큰일났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다.”

“철호랑 강호는 PC방 관리에 신경 쓰지 말고 그동안 설득해놨던 노숙자들이나 저녁 시간에 데려올 궁리나 해.”

“그럼 형님 혼자서 다 관리할려구요?”

“일주일 정도 기존 알바를 써 보고 추려낼꺼니까 시간 빵구만 안나면 너희들이 책임질 곳은 이 곳 PC방 밖에 없어. 내가 수시로 순시하면서 PC방 분위기를 바꿔볼테니까.”

“거 괜찮네예. 난 괜히 걱정했어예.”



나는 두 사람을 일찌감치 노숙자들이 많은 곳으로 내 몰아 놓고는 앉아서 이런 저런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철호 말대로 간판을 개조해야 동질성을 느끼겠지만 그러려면 첨부터 목돈이 깨질텐데 수중에 들고 있는 돈이라곤 고작해야 삼십만원 뿐이다. 얼추 한달은 걸려야 간판을 갈아치울 돈이 모일텐데 미리 그런 생각을 했더라면 관리위임계약서에 간판 교체비용은 원 주인이 부담한다는 조항만 넣었더라도 좋았으련만 미쳐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돈이 벌리기 시작하면 쥔들이 먼저 나서서 간판을 바꿔 달자고 아우성일텐데 내 돈을 들여가며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지금 당장 급한 일은 노숙자들이 추위를 녹일 요량으로 꾸역꾸역 모여들게해서 추위도 덜어주고 PC방에서 돈을 버는 일이다.



온 몸에서 썩은 냄새가 퀄퀄 나는 노숙자들 틈에 끼어 게임할 사람들이 없어지면 그나마 지탱하던 동네 손님들이 떠날텐데 다행이 일곱군데를 몽창 인수했으니 아쉽더라도 동네손님들은 감당해 낼테지만 언제까지 퀘퀘묵은 냄새를 참아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닦고 씻는일을 귀찮아하는 노숙자들에게 목욕하고 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어느 편이 더 돈이 될까 싶은 생각을 놓칠 수도 없고 거무탱탱한 차림으로 어슬렁거리며 PC방을 드나드는 노숙자들을 먼 발치에서 방관만 할 동네사람들이 아닐텐데 그들을 설득할 방법도 없다. 당장 철호와 광호가 활동을 전개하면 온 동네가 노숙자 천지가 될텐데 걱정이 태산이다.



돈 때문에 일하는 알바라도 하루이틀 노숙자를 손님으로 받다보면 지겹다는 생각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지도 모른다. 그런일이 뻔하게 예상되는데도 대책을 세우지 않고 때묻은 돈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동네인심도 잃고 알바로 일할 학생도 잃고 삼형제가 온종일 PC방 관리에 메달려서 창조적인 어떤 일도 해 볼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정말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건너편 중학교 건물 옆에 붙어있는 컴퓨터 학원을 방문했다. 조금은 멀쩡해 보이는 내가 젊은 애들이나 찾는 컴퓨터 학원 문을 들어서니 원장이 웬 학부형이 왔나 싶어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 거렸다.



“음,,,”

“어떻게 오셨는지요?”

“난 이 동네 PC방 운영 대푭니다.”

“아, 네...”

“컴맹탈출을 위해 동네사람들에게 무료 강습을 시키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겠소?”

“무료강습이요? 말도 안됩니다.”

“뭐, 문제 있수?”

“돈 받고 가르쳐주는 멀쩡한 컴학원 앞에서 PC방이 무료 강좌라뇨?”

“거 있잖수. 학원 있어도 올 엄두가 안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갈켜주자는 건데.”

“그래도 불법입니다. 관인학원이 멀쩡히 있는데 사설 학원을 열겠다는거 아닙니까?”



학원 원장인듯한 젊은 이는 입에서 피를 토하듯 PC방에서 무료 컴 강좌를 여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었다.



“나도 내 맘대로 그딴짓 하면 당신네 학원이 힘들어할 것 같아서 상의하러 온거유.”

“뻔하게 거절할 걸 알면서 온 다고 해결되는건 아닌지는 아시죠?”

“몰라. 내가 돈 받고 강좌여는 것도 아니고 내 시설에서 내 맘대로 하는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왜 오신거죠?”

“음,,,”

“양심이 있으면 말씀을 해 보세요!!!”

“음,,,”

“음음, 하지말고 딱 잘라 말씀해 보세요.”

“음,,,”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음,,,”

“왜 오신거죠?”

“당신들 말야. 선생이 몇 명이우?”

“알아서 뭐하게요?”

“여긴 애들만 오잖소. 늙다리들이 컴 학원문턱을 드나들 일도 없을테고.”

“우린 학생들을 상대로 컴 학원을 운영하니까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어차피 오지도 않을 사람들이 저만치에 널려 있다고 칩시다. 그 사람들의 컴맹 탈출을 위해 만약에, 당신네 컴학원 선생님들이 나서서 컴맹 탈출을 도와줄 수는 없겠수?”

“공짜로요? 절대 못합니다. 저희가 뭐 자선사업간줄 아세요?”

“공짜? 절대?”

“당연하죠. 우리는 시간마다 돈을 버니까요.”

“다 줄순 없구. 야학 지원한다는 생각으로 싸겐 도와줄 수 없수?”

“뭐요? PC방에서 돈을 내겠다는겁니까?”

“그럴 생각이유. 뭐 큰 돈이되지는 않겠지만 댁네 학원에서 젤 한가한 시간에 PC방으로 와서 컴맹 탈출을 도와준다면 PC방 부담으로 돈을 내리다.”

“좀 생각해 볼께요.”

“그러슈. 학원선생님들이 몸으로 보시하면 동네 노인네들이 금방 깰테니까.”

“그럼 인터넷하는것만 도와주면 되겠죠?”

“난 선생이 아니우. 그냥 댁 들이 돕겠다고 나서면 애쓴만큼은 아니더라도 경제적 부담을 할 생각으로 왔으니까.”

“좋아요. 낮시간엔 학생들도 수업엘 들어가니까 한가하거든요.”

“괜찮네. 우리 PC방도 낮엔 돈 벌러 다니는 사람들이 올 턱이 없으니 그냥 한가한 사람들만 모와서 일단 컴맹 탈출을 도와 봅시다.”

“그런데 아저씬 첨 보네요.”

“나요? 어제날짜로 이 동네 PC방 전체를 관리하는 관리인이 됐다우.”

“뭐, 동네 사정을 훤히 아는 것 같은데요?”

“잘 몰라. 하지만 컴학원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이 동네 컴맹 탈출은 성공하겠지.”

“돈 들여가며 뭐하러 그런 일을 하는거죠?”

“늙어갈수록 젊은 애들이랑 동떨어지는 소외감이 심하다오. 컴이 젊은 애들의 전유물은 아니잖소. 그냥 뒹구는 컴이 있어도 사용할줄 몰라 바라만 보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니까 그런 분들을 위해 컴사용법을 갈켜주는 것이 도리다 싶었던게지.”

“아유, 잘 모르겠지만 첨엔 우리 학원생을 다 뺏어가는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미안하우. 그냥 도와달라는 것은 아니니까 내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애 좀 써주시우.”

“알았습니다. 저희가 너무 돈 독이 올라 어르신의 생각을 미쳐 읽지 못했어요.”

“금방 눈치 챘더구먼. 그 정도면 됐지. 뭐.”

“그런데, 시간당 얼마를 쳐 주실거죠?”

“많이는 못 쳐주고 시간당 만원하면 어떻겠수?”

“만원이요? 저흰 시간당 십만원은 받아야 하는데요?”

“그렇겠지. 시간당 천원받는 PC방에서 이십명 모여봤자 이만원인데 십만원 주기는 버겁고, 그냥 무료 봉사해 달라기도 뭐하니 반씩 양보 합시다.”

“그럼 오만원이요?”

“아니, 조금 더 깔아봐요.”

“도저히 그 이하로는 안됩니다.”

“딱하기도 하구려. 겨우 이만원 버는 속에서 반쪼개 만원 내겠다는데 도와줄수 없단말이지?”

“뭐 버는 걸 따져서 반이나 내겠다는데 제 주장만 할 순 없네요.”

“그려, 그러니까 시간당 만원씩 줄테니까 오전 시간에 선생님 일곱분이 각각의 PC방을 책임져 주시구려.”

“몇시부턴데요?”

“원장께서 정하시구려. 우리도 살점을 떼어내듯 수입의 절반을 드리는 것이니까.”

“좋아요. 그럼 열시부터 열두시로 하죠.”

“그럼 하루 십사만원이구먼.”

“그렇죠. 한달이면 빨간색 날짜 빼고 이십오일이니까 삼백오십만원이네요.”

“거, 계산한번 빠르네.”

“컴퓨터 아닙니까. 삼백오십이라...”



나는 노숙자들이 오전부터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시간만큼은 어디선가 주린 배를 채우려고 이리저리 날뛰는 때인지라 느긋하게 동네 아주머니들을 상대로 컴맹 탈출을 도울 생각이다. 해가 어둑해지면 여기저기로부터 몰려들 노숙자들을 보며 까무러칠 동네 사람들도 달랠 겸 남편 출근 후 느긋해진 시간대의 아주머니들을 상대로 컴맹 탈출을 돕는다면 얻고 잃는 것들이 상쇄되어 드나드는 노숙자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커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철호야, 넌 동네 전봇대란 전봇대에는 이 게시물을 몽창 붙혀놓고 와.”



광호가 만든 무료 컴퓨터 강습이란 씨라시를 프린트하여 철호에게 건네며 말했다.



“행님요. 증말 무룝니꺼.”

“그럼, 그럼.”

“우린 뭐 해서 먹고 살라꼬예.”

“밤낮으로 드나드는 노숙자들에게 손가락질 하지 말라는 뜻이란다.”

“아무리 그래도 공짜는 넘 심한거아닙니꺼.”

“시간 당 돈낼텐데 공짜는 없다.”

“이 씨라시 보면 모두 공짜 아닙니꺼.”

“허, 정말 그렇구나. 네 놈도 밥값은 하네.”

“하모, 그냥 공짜라고 써 붙이면 우린 망한다 아닙니꺼.”

“그래, 광호야, 철호가 지적한대로 컴맹탈출 강좌는 공짜루 하고, 시간당 자리값은 천원씩이라고 써 놔.”

“형님, 정말 철호 아니었으면 못 볼뻔 했네요.”

“아무도 가치없는 사람은 없다. 나도 이번엔 광분했는지 문구를 살피지 못했거든.”



“행님요, 광호행님이랑 이거 전봇대에 붙이구 우린 시내루 나갈께예.”



철호는 자신이 주장한 바가 관철된 것에 대한 으쓱한 생각으로 내 질러 시내로 달려가서 노숙자들을 끌고 올 생각이 앞선 듯 했다. 광호도 나름대로 미리 연통해 놓은 노숙자들을 서너명이라도 더 확실히 끌고와선 이 곳 PC방 문화를 체험시킬 생각으로 책상 서랍에서 청테이프를 꺼내들고 이내 PC방 문을 열고 나갔다. 이제 이들이 몰고 올 노숙자들과의 냄새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아가씨, 쥔 장 있수?”

“누구신데요?”

“요 앞 PC방 쥔인데, 주인 있으면 좀 뵙시다.”



내가 불가마사우나탕을 찾은데는 나름대로 냄새와의 전쟁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원체 씻기를 멀리했던 노숙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샤워를 시킬 방편을 찾아야했다.



“누구시죠?”

“난 이 동네 일곱군데 PC방을 관리하는 사람이오만.”

“무슨일로?”

“우리 PC방엔 밤샘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거든요.”

“그런데요?”

“나랑 사업제휴를 한번 해 봅시다.”

“어떻게요?”

“우리 PC방 손님이라고 확인되면 샤워만 하는 조건으로 싸게 해 주시구려.”

“샤워만 한다고요?”

“그렇지. 물만 뿌리고 나올 사람들 말이우.”

“그런게 어딨습니까. 들어오면 불가마다 뭐다 하면서 종일 머물텐데.”

“그렇겠지. 하지만 내 손님들은 샤워만 할꺼요.”

“보장이 안된다니까요. 시설이 얼마나 좋은데요. 그딴 사람들은 말만 샤워지 휴게실에 설치된 런닝머신이랑 뜨거운 불가마랑 소금방이랑 마구 들락거릴게 뻔해요.”

“경험해 보지 않고 미리 단정하지 말구 내 말좀 들어보시우.”

“뻔하다니까요. 조기축구팀이랑 샤워만 하는 조건으로 해봤는데 몇 사람들은 뻔뻔스럽게 시설물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니까요.”

“허, 나이가 들만큼 든 양반이 똥 고집일세.”

“고집이아니구 실제 그렇다니까요.”

“좋소. 이 동네 PC방에서 왔다고 하면서 샤워만 하는 조건으로 들어와선 다른 기물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나머지 비용을 대신 내 주리다.”

“어떻게 알아요? 그냥 번호표 받고 들어가면 똑같은 벌거숭인데.”

“좋아요. 우리 PC방 이름으로 온 사람들에겐 가운을 주지 마시구려. 그럼 좆 덜렁이며 휴게실을 들락 거릴 일도 없지 않겠수?”

“그렇겠네요.”

“그렇게 해봅시다. 여기 입욕료가 육천원이니까 내 손님들이 샤워만 하겠다고 하면 이천원에 해 주쇼.”

“정말 보장하는거죠?”

“거 중국에서 건너왔나 정말 의심이 많네.”

“가운 안줘도 되는거죠?”

“됐수. 짧으면 오분, 길어야 삼십분네에 샤워만 하고 얼른 우리 PC방엘 오는 조건으로 합시다. 만약 이 약속을 어기고 어슬렁거리면서 헬스장엘 드나든다든지 불가마엘 틀어박혀 있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들 머리숫자를 내게 제시하시우. 그럼 내가 나머지 차액을 채워줄테니까.”

“우와, 그렇게만 해 준다면야 손님이 밀려들텐데 마다할 일도 없지요.”

“대신 초저녁에 들어가서 금방 나올꺼요.”

“네? 새벽에 오는 것이 아니구요?”

“당근이쥐. 우리 PC방도 목욕 안한 사람은 안 받을테니까.”

“그런 조건을 내걸면 망하지 않을까요?”

“망하겠지. 하지만 그건 내 몫이고, 사우나 쥔 양반은 그런 샤워 손님들을 받겠다고 나랑 업무제휴만 하면 끝 아니겠수?”

“좋습니다. 어떻게 계약하죠?”

“백지 두장 꺼내보슈.”



사우나 주인이 꺼내 온 백지장에다 동네 PC방 손님들 중에 샤워만 하기로 한 경우에는 입욕료를 이천원에 한다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각각 서명을 했다. 이젠 노숙자들을 어떻게 설득하여 자신의 돈으로 매일 목욕을 시킬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난점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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