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다나 #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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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Nothing Important Happened Last Night - 2
*
나는 아침마다 신께 감사한다. 무사히 밤을 보낸 것에 대해.
- 어느 수필집에서.
“허억!”
비는 그쳤지만 아직은 촉촉하게 젖어있는 땅바닥에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대원들과 하이네스, 벨렉스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전혀 감지하지 못한 사이에 그들 주위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대원들은 다급히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고 전투 준비를 했다.
“네놈은 누구냐?”
하이네스가 긴장을 하면서 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무기는 꺼내들지
않고 있었다.
“내가 질문을 먼저 한 것 같은데. 우리들 뒤를 쫄래쫄래 따라온 너희는 누구지?”
하이네스와 더불어 아직 자신의 무기를 뽑지 않은 벨렉스가 나섰다.
“신경 쓰지 마라. 당장 사라져라. 그렇다면 무사히 보내주도록 하겠다.”
벨렉스가 근엄한 목소리로 상대의 기를 죽이려고 했다. 허리에 차고 있는 두
개의 검을 금방이라도 뽑을 듯이 만지작거렸다.
“아니, 거절한다. 너희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한데?”
그렇게 말하는 샤르페스를 보며 하이네스는 그가 낮의 골목에서 스쳐 지나갔던
남자임을 기억해냈다.
‘보통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이렇게 아무런 기척 없이 모든 감각을
뚫고서 다가올 줄은 몰랐어. 보통 실력자가 아닌데…?’
“말로 해서는 통하지 않을 녀석이로군. 처리해!”
벨렉스의 거친 명령에 다섯 명의 남자가 각자의 검을 들고서는 샤르페스에게
다가갔다. 아직 샤르페스는 검을 뽑지 않고 다가오는 남자들을 경계하면서
벨렉스와 하이네스를 주시하고 있었다. 샤르페스가 느끼기에 다가오는 다섯의
남자들보다는 지휘관급일 이 두 남녀를 조심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다가와서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고
샤르페스는 몸을 조금 움직여 피하곤 발로 그 남자를 걷어찼다. 배에 꽂힌
발차기가 제대로 먹혔는지 남자가 쓰러졌고 다른 남자들도 동시에 몸을 움직여
샤르페스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마치 한 몸인 듯이 네 개의 검이 동시에 움직였다. 샤르페스의 감각에 뒤쪽에서,
앞쪽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자신을 덮쳐오고 있는 네 개의 검이 느껴지고
있었다.
일 대 다의 전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방(四方)의 지배. 아무리 많은
적이 있다고 할지라도 사방, 그러니까 동서남북을 자신이 지배할 수 있다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
“하압!”
짧은 기합을 내지른 샤르페스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졌다. 네 개의 검이
순간적으로 목표를 잃어버렸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지만 하이네스는
샤르페스의 방향을 느꼈다. 위다.
“바보들아, 위다! 물러서!”
급하게 소리를 내었지만 그 소리가 남자들의 뇌에 완전히 인식되기도 전에
네 명의 남자들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어느 새 나타난 샤르페스가
빠른 속도로 손과 발을 움직이면서 남자들의 급소를 강타해서 기절시켜 버린
것이다.
네 명의 남자가 쓰러져 버리자 가만히 있던 벨렉스가 검을 뽑고서는 빠르게
다가갔다. 승부를 내보려는 심산이었다.
“멈춰, 벨렉스!”
하이네스가 급하게 명령했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벨렉스는 자신의 두 개의
검을 뽑을 뿐이었다. 은빛의 검날이 모닥불의 빛이 전부인 숲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검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벨렉스는 샤르페스에게 싸움을 걸었다.
‘검을 뽑지 않고는 이길 수가 없다.’
아까의 남자들과는 다른 레벨임을 깨달은 샤르페스는 즉시 까망이를 뽑아서
대항하기 시작했다.
왼쪽의 검이 까망이와 부딪히면 오른쪽의 검이 날아오고, 오른쪽의 검이
부딪히면 왼쪽의 검이 날아오고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듯 한
기분이었다. 물론 2 : 1 로 싸우는 것에 비해 예측 가능한 공격 범위는 작지만
훨씬 짜임새 있는 공격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 개의 검이 춤추고 있었다. 검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번쩍이는 섬광이 터져
나왔다. 상대에 대해 감탄을 하면서 이 둘은 더욱 더 빠르고 강력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검과 검이 부딪히는 가운데 벨렉스는 희열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자신을
상대로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비록 검기를 내는
수준은 아니지만 자신의 실력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에 상대가 검기를 낼
줄 모른다면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검을 맞대고 있는 이 남자는 검기를 내지 않고 자신과 호각, 아니
점점 자신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패배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하지만
위기감이 증가함과 비례해서 승리에의 강한 욕구가 더욱 피어올랐다.
이놈은 반드시 이기고 만다. 그리고 죽인다.
잔인한 욕구가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몸은 정신에 맞추어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세 개의 검은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치잇’
샤르페스는 잇소리를 내면서 약간 뒤로 물러났다. 지금 검을 나누고 있는 상대의
눈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광기에 젖어들고 있었다. 이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할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 저 뒤에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가 합세를 해서 자신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어서 끝내야겠군.’
샤르페스는 낮에 썼던 방법을 쓰기로 했다. 기합을 내지른 것이다.
“하압!”
그 기합을 맞은 상대는 잠시 멈칫했을 뿐 계속 검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 녀석, 상당한 고수인가 본데.’
완전하게 힘을 실어서 내지른 것은 아니지만 낮에 있었던 전투에서 큰 효용을
발휘하던 기술이 그렇게 간단하게 무마되니 약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속전속결이다.’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전세는 깨지기 시작했다. 샤르페스가 마음을
먹고 검을 전개시키자 벨렉스의 강대한 공세가 한풀 꺾였다. 벨렉스의 공격을
역이용하여 상대하던 아까와는 달리 공격에 공격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었다.
벨렉스가 온 힘을 다해서 왼손의 검으로 찌르기를 전개했다. 하지만 샤르페스는
벨렉스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왼팔을 쳐내었다. 너무 가까이 들어온 샤르페스의
신형에 당황한 벨렉스가 오른쪽 검을 휘두르며 샤르페스를 두 동강 내려고
하였지만 샤르페스는 왼팔을 쳐낸 상태에서 반 바퀴를 돌아 오른쪽의 검을
막아내었다.
그리고는 회수하고 있는 벨렉스의 왼쪽 검을 의식하면서 재빨리 뒤로 빠지면서
왼쪽팔을 겨냥하여 검을 올려쳤다.
파앗!
까망이가 벨렉스의 왼팔을 스치고 지나가자 칼을 잡고 있던 왼팔이 주인을
잃어버리고 하늘로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이…이럴수가……’
잘라진 자신의 팔에서 오는 고통보다는 패배에 따른 놀라움과 분노가 컸다.
멀거니 자신의 잘려진 팔을 볼 수밖에 없었다. 더 검을 휘두르려는 듯 왼팔은
검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하이네스는 벨렉스의 왼팔이 잘려지는 광경을 보면서 경악하고 있었다. 대체
저자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하이네스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검을 꺼냈다. 베기에 적합하게 맞추어진
검신이 드러났다. 곧바로 코어를 회전시켜 검에 주입하니 검이 파란색으로
피어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동생의 왼팔을 잘라버린 사내의 실력을 보고 싶었다.
아마 검기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일 것이다.
그녀는 탐색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강한 압박을 시작했다.
하이네스가 검기를 입혀서 샤르페스에게 다가오자 샤르페스 역시 코어를
회전시키면서 까망이에 푸른 검기를 입혔다.
푸른 검기가 타오르는 두 개의 검이 부딪히자 미약한 파동이 두 사람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크윽. 정말 대단한데.’
방금 전에 싸웠던 상대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정확하면서도 침착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자신을 압박해 오는 검은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빠르기와 파워 면에서 샤르페스에게 전혀 뒤지지 않고 있었다.
둘의 검은 파란 빛이 더욱 더 진해지고 있었다. 경쟁적으로 코어를 회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탄을 해가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악!
어느새 녹색으로 바뀌어버린 하이네스의 검기는 푸른색일 때보다 더 강한
검압을 뿜어내고 있었고 하이네스의 검의 색이 바뀌어버린 것을 확인한
샤르페스의 검 역시 질세라 녹색의 검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어…어떻게…저런?”
벨렉스는 왼팔이 잘린 것에 대한 아픔과 치욕을 잊은 채로 멍하니 두 사람의
전투를 쳐다보았다. 녹색의 검기. 그것은 네안 제국 내에서도 터득한 사람이
열 명도 되지 않는 굉장한 경지이다. 다시 말해, 녹색 검기를 뿜을 줄 안다면
거의 한 나라의 기사단장은 우습게 꿰찰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윽고 둘의 검기는 점점 진한 녹색을 띄고 있었다. 경쟁이라도 할 듯이
짙게 검기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하이네스의 검기가 변화를 멈추었다. 한계였다.
검은 계속 부딪히고 있었고 두 사람의 신체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샤르페스의 검기의 색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 벨렉스와 다른
사람들, 그리고 하이네스의 눈동자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파앗!!
샤르페스의 검에 세 번째 변화가 생겼다. 검기가 붉은 색으로 변화해버린
것이다.
붉은 색 검기는 검기들 중에서 그야말로 최대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검기이다.
물론 최상급의 검기인 하얀색의 파괴력 보다는 못 미치지만 하얀색 검기
이전까지는 그야말로 최고의 파괴력을 가진다.
붉은 색으로 타오르는 검은 하이네스의 녹색 검을 압도해갔다. 녹색 검기와는
차원이 다른 검압과 검풍이 하이네스를 궁지로 몰아갔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하이네스의 녹색 칼이 저 멀리 떨어졌다. 샤르페스는
붉게 타오르는 검기를 걷고서는 하이네스의 목을 겨누었다.
“내가 이긴 것 같군. 이제 당신들의 정체를 들어 볼까.”
“크윽…”
하이네스가 이를 악물고 샤르페스를 쳐다보았다. 설마 질 줄은 몰랐다는 표정으로.
“내 이름은…하이네스 데 에드바젤이다. 네 이름은 뭐지?”
곧이어 체념한 듯이 하이네스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대답했다.
“내 이름, 샤르페스 안다네.”
여전히 하이네스에게 까망이를 겨누고 있었다.
“자, 그럼 왜 우리 일행을 쫓아온거냐?”
“네놈이 알 필요는 없다.”
“그래?”
샤르페스가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칼을 하이네스의 하얀 목에 가져다 대었다.
워낙에 날카로운 까망이가 피부에 닿으니 곧 상처나 나면서 빨간 피가 흘렀다.
“말해라.”
“...거절한다.”
“이래도?”
까망이에 더욱 힘을 주자 하이네스의 목에서 피가 더 새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네스는 아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눈동자에서는
결사적인 느낌마저 나오고 있었다.
샤르페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모두 꺼져.”
샤르페스가 위협적으로 말했지만 사내들은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하이네스가
후퇴 명령을 내리자 일사분란하게 후퇴 준비를 시작했다.
“기억해 두겠다. 샤르페스, 안다네.”
하이네스가 중얼거리면서 어두운 숲 속으로 멀어져갔다. 그리고 벨렉스가
샤르페스에게 다가왔다.
“네놈의 이름이, 샤르페스 안다네라고 했나?”
“그래.”
“기억해둬라. 내 이름은 벨렉스 데 에드바젤이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네놈을 죽여 버릴테다.”
“좋을 대로.”
씹어먹을 듯 한 말투로 복수를 다짐한 벨렉스 역시 다른 사람들의 뒤를 따라서
어두운 숲 속으로 이동해갔다.
‘후우…내가 웬 참견을 한 거냐구. 벌써부터 원수를 만들어서 뭘 어쩌자는
거야.’
일행이 잠을 자고 있는 곳으로 돌아온 샤르페스는 천막 앞에 털썩 주저 앉아서
모닥불만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꼬인다 꼬여. 제길…’
나름대로 고민을 하면서 새벽을 보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비가 그친 구름 사이로 달이 빼꼼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흐아아아~암~~”
로웬이 크게 기지개를 켜면서 천막에서 빠져나왔다. 아침 식사 준비와 마법
수련을 빼먹지 않고 하려면 언제나 빨리 일어나는 습관을 가져야 했던 로웬이기에
이렇게 빨리 일어난 것이었다.
로웬은 아직 불씨가 채 가시지 않은 모닥불 앞에 앉아 한숨을 내쉬면서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샤르페스를 발견했다.
“어이, 샤르페스. 뭐하냐? 안자고.”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로웬이 샤르페스에게 다가가 옆에 털썩하고 앉았다.
“하암. 잘 잤네. 어제 무리해서 그런지 잠이 진짜 잘 오더라고. 근데 너
언제부터 안자고 있었던 거냐? 피곤해 보이는데?”
“아~ 네. 좀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하느라구요.”
“그래?”
별 일 아닌 것처럼 샤르페스가 말하자 로웬은 곧장 일어나 마법 수련을 하기
위해 숲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돌려 샤르페스에게 다시
물었다.
“어젯밤에 정말 아무 일도 없었냐?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
설마 어제 크게 싸운 것을 안 것은 아니겠지?
“네. 그럼요. 어제 밤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검기의 색이 푸른 색이라는 편견을....그런 편견이 있긴 있었나..?^^;;
시험기간입니다. OTL
대략 1주일에 1편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죄송합니다..ㅜ.ㅜ
글이 점점 날림이 되어가고 있군요. 어서 시험이 끝나야 할텐데...개인적으로 글쓰는데 기복이 많거든요.
여기서 나오는 코어의 개념은 ‘영혼의 힘’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언제 글에서 언급할 때가 있을 겁니다.
소라넷의 아하루전 아시죠? 그런 구조로 갈 거 같네요.
매회 엣찌한 신이 나오는게 아니라 스토리 진행 중에 나오는 그런 거 말입니다.
그렇게 될 것 같아요. 매회 엣찌신은 제게 무리옵니다. 용서를..ㅜ.ㅜ
그럼, #006 the first 로 찾아오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은 제게 엄청난 힘이 됩니다. ^^;;;
잘못된 것이 있으면 리플로 달아주세요. 바로바로 고칠게요.
졸작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는 아침마다 신께 감사한다. 무사히 밤을 보낸 것에 대해.
- 어느 수필집에서.
“허억!”
비는 그쳤지만 아직은 촉촉하게 젖어있는 땅바닥에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대원들과 하이네스, 벨렉스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전혀 감지하지 못한 사이에 그들 주위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대원들은 다급히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고 전투 준비를 했다.
“네놈은 누구냐?”
하이네스가 긴장을 하면서 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무기는 꺼내들지
않고 있었다.
“내가 질문을 먼저 한 것 같은데. 우리들 뒤를 쫄래쫄래 따라온 너희는 누구지?”
하이네스와 더불어 아직 자신의 무기를 뽑지 않은 벨렉스가 나섰다.
“신경 쓰지 마라. 당장 사라져라. 그렇다면 무사히 보내주도록 하겠다.”
벨렉스가 근엄한 목소리로 상대의 기를 죽이려고 했다. 허리에 차고 있는 두
개의 검을 금방이라도 뽑을 듯이 만지작거렸다.
“아니, 거절한다. 너희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한데?”
그렇게 말하는 샤르페스를 보며 하이네스는 그가 낮의 골목에서 스쳐 지나갔던
남자임을 기억해냈다.
‘보통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이렇게 아무런 기척 없이 모든 감각을
뚫고서 다가올 줄은 몰랐어. 보통 실력자가 아닌데…?’
“말로 해서는 통하지 않을 녀석이로군. 처리해!”
벨렉스의 거친 명령에 다섯 명의 남자가 각자의 검을 들고서는 샤르페스에게
다가갔다. 아직 샤르페스는 검을 뽑지 않고 다가오는 남자들을 경계하면서
벨렉스와 하이네스를 주시하고 있었다. 샤르페스가 느끼기에 다가오는 다섯의
남자들보다는 지휘관급일 이 두 남녀를 조심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다가와서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렀고
샤르페스는 몸을 조금 움직여 피하곤 발로 그 남자를 걷어찼다. 배에 꽂힌
발차기가 제대로 먹혔는지 남자가 쓰러졌고 다른 남자들도 동시에 몸을 움직여
샤르페스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마치 한 몸인 듯이 네 개의 검이 동시에 움직였다. 샤르페스의 감각에 뒤쪽에서,
앞쪽에서,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자신을 덮쳐오고 있는 네 개의 검이 느껴지고
있었다.
일 대 다의 전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방(四方)의 지배. 아무리 많은
적이 있다고 할지라도 사방, 그러니까 동서남북을 자신이 지배할 수 있다면
절대로 지지 않는다.
“하압!”
짧은 기합을 내지른 샤르페스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졌다. 네 개의 검이
순간적으로 목표를 잃어버렸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지만 하이네스는
샤르페스의 방향을 느꼈다. 위다.
“바보들아, 위다! 물러서!”
급하게 소리를 내었지만 그 소리가 남자들의 뇌에 완전히 인식되기도 전에
네 명의 남자들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어느 새 나타난 샤르페스가
빠른 속도로 손과 발을 움직이면서 남자들의 급소를 강타해서 기절시켜 버린
것이다.
네 명의 남자가 쓰러져 버리자 가만히 있던 벨렉스가 검을 뽑고서는 빠르게
다가갔다. 승부를 내보려는 심산이었다.
“멈춰, 벨렉스!”
하이네스가 급하게 명령했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벨렉스는 자신의 두 개의
검을 뽑을 뿐이었다. 은빛의 검날이 모닥불의 빛이 전부인 숲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검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벨렉스는 샤르페스에게 싸움을 걸었다.
‘검을 뽑지 않고는 이길 수가 없다.’
아까의 남자들과는 다른 레벨임을 깨달은 샤르페스는 즉시 까망이를 뽑아서
대항하기 시작했다.
왼쪽의 검이 까망이와 부딪히면 오른쪽의 검이 날아오고, 오른쪽의 검이
부딪히면 왼쪽의 검이 날아오고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듯 한
기분이었다. 물론 2 : 1 로 싸우는 것에 비해 예측 가능한 공격 범위는 작지만
훨씬 짜임새 있는 공격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 개의 검이 춤추고 있었다. 검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번쩍이는 섬광이 터져
나왔다. 상대에 대해 감탄을 하면서 이 둘은 더욱 더 빠르고 강력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검과 검이 부딪히는 가운데 벨렉스는 희열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자신을
상대로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비록 검기를 내는
수준은 아니지만 자신의 실력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에 상대가 검기를 낼
줄 모른다면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검을 맞대고 있는 이 남자는 검기를 내지 않고 자신과 호각, 아니
점점 자신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패배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하지만
위기감이 증가함과 비례해서 승리에의 강한 욕구가 더욱 피어올랐다.
이놈은 반드시 이기고 만다. 그리고 죽인다.
잔인한 욕구가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몸은 정신에 맞추어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세 개의 검은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치잇’
샤르페스는 잇소리를 내면서 약간 뒤로 물러났다. 지금 검을 나누고 있는 상대의
눈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광기에 젖어들고 있었다. 이 싸움을 빨리 끝내야 할
필요를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 저 뒤에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가 합세를 해서 자신을 공격한다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어서 끝내야겠군.’
샤르페스는 낮에 썼던 방법을 쓰기로 했다. 기합을 내지른 것이다.
“하압!”
그 기합을 맞은 상대는 잠시 멈칫했을 뿐 계속 검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 녀석, 상당한 고수인가 본데.’
완전하게 힘을 실어서 내지른 것은 아니지만 낮에 있었던 전투에서 큰 효용을
발휘하던 기술이 그렇게 간단하게 무마되니 약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속전속결이다.’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전세는 깨지기 시작했다. 샤르페스가 마음을
먹고 검을 전개시키자 벨렉스의 강대한 공세가 한풀 꺾였다. 벨렉스의 공격을
역이용하여 상대하던 아까와는 달리 공격에 공격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었다.
벨렉스가 온 힘을 다해서 왼손의 검으로 찌르기를 전개했다. 하지만 샤르페스는
벨렉스의 안쪽으로 파고들어 왼팔을 쳐내었다. 너무 가까이 들어온 샤르페스의
신형에 당황한 벨렉스가 오른쪽 검을 휘두르며 샤르페스를 두 동강 내려고
하였지만 샤르페스는 왼팔을 쳐낸 상태에서 반 바퀴를 돌아 오른쪽의 검을
막아내었다.
그리고는 회수하고 있는 벨렉스의 왼쪽 검을 의식하면서 재빨리 뒤로 빠지면서
왼쪽팔을 겨냥하여 검을 올려쳤다.
파앗!
까망이가 벨렉스의 왼팔을 스치고 지나가자 칼을 잡고 있던 왼팔이 주인을
잃어버리고 하늘로 떠올랐고 그와 동시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이…이럴수가……’
잘라진 자신의 팔에서 오는 고통보다는 패배에 따른 놀라움과 분노가 컸다.
멀거니 자신의 잘려진 팔을 볼 수밖에 없었다. 더 검을 휘두르려는 듯 왼팔은
검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하이네스는 벨렉스의 왼팔이 잘려지는 광경을 보면서 경악하고 있었다. 대체
저자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하이네스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검을 꺼냈다. 베기에 적합하게 맞추어진
검신이 드러났다. 곧바로 코어를 회전시켜 검에 주입하니 검이 파란색으로
피어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동생의 왼팔을 잘라버린 사내의 실력을 보고 싶었다.
아마 검기를 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일 것이다.
그녀는 탐색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강한 압박을 시작했다.
하이네스가 검기를 입혀서 샤르페스에게 다가오자 샤르페스 역시 코어를
회전시키면서 까망이에 푸른 검기를 입혔다.
푸른 검기가 타오르는 두 개의 검이 부딪히자 미약한 파동이 두 사람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크윽. 정말 대단한데.’
방금 전에 싸웠던 상대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정확하면서도 침착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자신을 압박해 오는 검은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빠르기와 파워 면에서 샤르페스에게 전혀 뒤지지 않고 있었다.
둘의 검은 파란 빛이 더욱 더 진해지고 있었다. 경쟁적으로 코어를 회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탄을 해가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악!
어느새 녹색으로 바뀌어버린 하이네스의 검기는 푸른색일 때보다 더 강한
검압을 뿜어내고 있었고 하이네스의 검의 색이 바뀌어버린 것을 확인한
샤르페스의 검 역시 질세라 녹색의 검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어…어떻게…저런?”
벨렉스는 왼팔이 잘린 것에 대한 아픔과 치욕을 잊은 채로 멍하니 두 사람의
전투를 쳐다보았다. 녹색의 검기. 그것은 네안 제국 내에서도 터득한 사람이
열 명도 되지 않는 굉장한 경지이다. 다시 말해, 녹색 검기를 뿜을 줄 안다면
거의 한 나라의 기사단장은 우습게 꿰찰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윽고 둘의 검기는 점점 진한 녹색을 띄고 있었다. 경쟁이라도 할 듯이
짙게 검기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하이네스의 검기가 변화를 멈추었다. 한계였다.
검은 계속 부딪히고 있었고 두 사람의 신체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샤르페스의 검기의 색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 벨렉스와 다른
사람들, 그리고 하이네스의 눈동자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파앗!!
샤르페스의 검에 세 번째 변화가 생겼다. 검기가 붉은 색으로 변화해버린
것이다.
붉은 색 검기는 검기들 중에서 그야말로 최대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검기이다.
물론 최상급의 검기인 하얀색의 파괴력 보다는 못 미치지만 하얀색 검기
이전까지는 그야말로 최고의 파괴력을 가진다.
붉은 색으로 타오르는 검은 하이네스의 녹색 검을 압도해갔다. 녹색 검기와는
차원이 다른 검압과 검풍이 하이네스를 궁지로 몰아갔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하이네스의 녹색 칼이 저 멀리 떨어졌다. 샤르페스는
붉게 타오르는 검기를 걷고서는 하이네스의 목을 겨누었다.
“내가 이긴 것 같군. 이제 당신들의 정체를 들어 볼까.”
“크윽…”
하이네스가 이를 악물고 샤르페스를 쳐다보았다. 설마 질 줄은 몰랐다는 표정으로.
“내 이름은…하이네스 데 에드바젤이다. 네 이름은 뭐지?”
곧이어 체념한 듯이 하이네스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대답했다.
“내 이름, 샤르페스 안다네.”
여전히 하이네스에게 까망이를 겨누고 있었다.
“자, 그럼 왜 우리 일행을 쫓아온거냐?”
“네놈이 알 필요는 없다.”
“그래?”
샤르페스가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칼을 하이네스의 하얀 목에 가져다 대었다.
워낙에 날카로운 까망이가 피부에 닿으니 곧 상처나 나면서 빨간 피가 흘렀다.
“말해라.”
“...거절한다.”
“이래도?”
까망이에 더욱 힘을 주자 하이네스의 목에서 피가 더 새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네스는 아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눈동자에서는
결사적인 느낌마저 나오고 있었다.
샤르페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모두 꺼져.”
샤르페스가 위협적으로 말했지만 사내들은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하이네스가
후퇴 명령을 내리자 일사분란하게 후퇴 준비를 시작했다.
“기억해 두겠다. 샤르페스, 안다네.”
하이네스가 중얼거리면서 어두운 숲 속으로 멀어져갔다. 그리고 벨렉스가
샤르페스에게 다가왔다.
“네놈의 이름이, 샤르페스 안다네라고 했나?”
“그래.”
“기억해둬라. 내 이름은 벨렉스 데 에드바젤이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반드시
네놈을 죽여 버릴테다.”
“좋을 대로.”
씹어먹을 듯 한 말투로 복수를 다짐한 벨렉스 역시 다른 사람들의 뒤를 따라서
어두운 숲 속으로 이동해갔다.
‘후우…내가 웬 참견을 한 거냐구. 벌써부터 원수를 만들어서 뭘 어쩌자는
거야.’
일행이 잠을 자고 있는 곳으로 돌아온 샤르페스는 천막 앞에 털썩 주저 앉아서
모닥불만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꼬인다 꼬여. 제길…’
나름대로 고민을 하면서 새벽을 보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비가 그친 구름 사이로 달이 빼꼼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흐아아아~암~~”
로웬이 크게 기지개를 켜면서 천막에서 빠져나왔다. 아침 식사 준비와 마법
수련을 빼먹지 않고 하려면 언제나 빨리 일어나는 습관을 가져야 했던 로웬이기에
이렇게 빨리 일어난 것이었다.
로웬은 아직 불씨가 채 가시지 않은 모닥불 앞에 앉아 한숨을 내쉬면서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샤르페스를 발견했다.
“어이, 샤르페스. 뭐하냐? 안자고.”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로웬이 샤르페스에게 다가가 옆에 털썩하고 앉았다.
“하암. 잘 잤네. 어제 무리해서 그런지 잠이 진짜 잘 오더라고. 근데 너
언제부터 안자고 있었던 거냐? 피곤해 보이는데?”
“아~ 네. 좀 이런저런 생각을 좀 하느라구요.”
“그래?”
별 일 아닌 것처럼 샤르페스가 말하자 로웬은 곧장 일어나 마법 수련을 하기
위해 숲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돌려 샤르페스에게 다시
물었다.
“어젯밤에 정말 아무 일도 없었냐?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
설마 어제 크게 싸운 것을 안 것은 아니겠지?
“네. 그럼요. 어제 밤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검기의 색이 푸른 색이라는 편견을....그런 편견이 있긴 있었나..?^^;;
시험기간입니다. OTL
대략 1주일에 1편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죄송합니다..ㅜ.ㅜ
글이 점점 날림이 되어가고 있군요. 어서 시험이 끝나야 할텐데...개인적으로 글쓰는데 기복이 많거든요.
여기서 나오는 코어의 개념은 ‘영혼의 힘’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언제 글에서 언급할 때가 있을 겁니다.
소라넷의 아하루전 아시죠? 그런 구조로 갈 거 같네요.
매회 엣찌한 신이 나오는게 아니라 스토리 진행 중에 나오는 그런 거 말입니다.
그렇게 될 것 같아요. 매회 엣찌신은 제게 무리옵니다. 용서를..ㅜ.ㅜ
그럼, #006 the first 로 찾아오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은 제게 엄청난 힘이 됩니다. ^^;;;
잘못된 것이 있으면 리플로 달아주세요. 바로바로 고칠게요.
졸작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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