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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번] 음학의 함정-제6장 음학에 미치는 여교사 (7)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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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1 회 작성일 23-12-25 08: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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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암전



격렬하게 퍼붓는 비 속을 미호는 낙담한채 걷고 있었다. 전신이 흠뻑 젖은 상태
였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몸 전체가 납을 메단것처럼 무겁게 쳐진 것은 아마 몸에 딱 달라붙은 옷때문만이 아닐 것이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아… 나…어쩌자고 그런 일을……)



바로 1시간 정도 전에 있었던 자신의 광태를 떠올린 미호는 격렬한 후회와 절망에 침습당하고 있었다. 료스케와 다시 관계를 맺었고, 그리고 그 모습은 모두 유우키에 의해 촬영되었다. 마지막에는 교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음란한 말을 외치며 적극적으로 쾌락을 탐내며 허덕이며 스스로 허리를 꿈틀거리며 여러 번 절정을 맞이했다. 향락의 연회 뒤에는 바닥이 없는 절망감과 허무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좋을까?」



미호는 어찌할 바를 알 수 없어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유우키는 이별 직전에,



「또 놀자구요, 선생님」



쾌활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것은 이 능욕극이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대로 유우키가 시키는 대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능욕을 계속 참고 견디는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이제 이 악몽으로부터 피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문득 정신을 차쳐보니 도시 중심을 흐르는 강의 제방을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때때로 강해지는 바람이 빗방울로 가차없이 미호의 뺨을 때려왔다. 오른 편으로는 불어난 강물이 날뛰는 탁류가 되어 맹렬히 흘러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미호는 문득 공포에 사로잡혔다. 유우키나 료스케가 아닌 자신의 몸에…… 마치 이 날뛰는 강물같은 쾌감의 급류에 빠져들어 넋을 잃고 그것을 탐하는 자신이 무서웠다. 이대로 유우키에게 계속 강요된다면 도대체 어떤 결말을 맞게되는 것일까……



자신이 점점 예측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공포감에 미호는 떨려왔다. 빗발이 점차 강해졌다. 바람도 더 강해졌는지 뺨에 부딪히는 빗방울의 기세가 더 세져서 눈을 뜨고있는 것조차 괴로워졌다. 미호는 빗방울을 피하려고 얼굴을 숙였다. 그리고 문득 왼손에 우산이 접혀진 채 들려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바보같아…」



미호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자 쓸쓸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우산을 갖고 있으면서 쓰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만큼 쇼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가 볼까…」



당돌하게 생각했다. 이상했다. 머릿속에 울적한 그 얼굴을 떠올린 순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그 사람과 상의하지 않는다해도 어쨌든 만나는 보자. 그렇게 생각한 것만으로 꽤 기분이 편해졌다.



미호는 기분을 바꾸려는 듯 크게 숨을 내쉬고는 왼손에 갖고있던 우산을 펼쳤다. 이미 흠뻑 젖은 이제와서 우산을 써도 늦었지만 갖고 있으면서 쓰지 않는게 더 이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위로 얇은 핑크색의 꽃이 피었다. 그것은 마치 자기 마음 속을 상징하는 같았다. 무겁게 늘어져있는 비구름 속에 선명하게 피어있는 우산의 꽃……



거기까지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돌풍이 몰아쳐왔다. 우산이 바람에 휘말려 미호는 일순간 밸런스가 무너졌다. 휘청 두세걸음 비틀거렸다…… 미끌……길 옆의 잡초에 오른쪽 발이 미끄러지는 감촉……



「아!」



그것은 한순간의 사건이었다. 우산이 바람에 날려 공중에 떠오르고 미호의 몸은 균형을 잃고 제방의 경사면을 미끄러져 떨어져 갔다. 굉장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에 비하면 하찮은 작은 물소리……



정신차렸을 때엔 이미 탁류안이었다. 흙탕물이 입 속으로 흘러들어 입 전체에 씁쓸한 맛이 퍼졌다. 열심히 손발을 움직이려하지만 원피스가 몸에 찰싹 달라붙어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간신히 수면위로 얼굴을 내밀자 제방은 벌써 10미터나 멀어져 있었다. 미호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날뛰는 탁류를 헤치고 저기까지 헤엄쳐 가지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헤엄치려고 했지만 탁류의 파도가 몸을 질질 끌어당겼다. 미호는 그 와중에 대량의 흙탕물을 삼켜버렸다. 격렬하게 기침이 튀어나왔다. 목이 타고 폐가 불붙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숨을 쉴 수 없었다. 간신히 수면위로 얼굴을 내밀어 빗방울섞인 습기찬 공기를 마음껏 들어 마시자 또 흙탕물이 가차없이 덤벼들었다. 또 조금 마셔버렸다. 폭발하는 것 같은 격렬한 기침……구토감……현기증……숨이 괴로왔다.

안 돼……숨이……괴로워……

열심히 몸을 움직여 수면위로 얼굴을 내미려고하는 미호를 조소하듯이 탁류가 뒤에서부터 덮쳐왔다.

도와줘……숨을……못 쉬겠어……

흙탕물은 쉬지않고 얼굴을 두드리며 소리높여 도움을 청하려는 미호를 심술궂게 방해하였다. 마치 꾸중과도 같은 광폭한 급류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몸이 무거워……가슴이 뜨겁고……뜨겁고, 아프고……괴롭다……

괴로워……살려줘……도와줘……

호흡마저 점점 어려워지며 미호는 강대한 흐름에 휩쓸려갔다. 상하좌우 감각의 소실……자신이 지금 어떤 몸의 자세가 되었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아……괴롭다……

누군가……

숨이……

도와줘……

의식이 멀어져갔다.

안 돼……이젠……

점점 아픔이나 괴로움이 느껴지지 않게되었다. 또 물속으로 질질 끌려들어가는 느낌……자신이 숨을 쉬고는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어째서……이런……일이……나뭇잎처럼 흔들리는 몸……현기증닮은 감각……



갑자기 모든 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무음……아플정도로 침묵의 소리……이젠 괴롭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침침하고 푸른 조용한 어둠……



(아…이것으로…고민이나 괴로움에서 해방되는구나……)



희미해가는 의식속에 미호는 스스로도 놀랄정도로 조용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유우키로부터도, 료스케로부터도, 그리고 무섭게 변해버린 자신의 몸으로부터도……자유롭게 될 수 있다. 이런 것도 좋지...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납처럼 무거웠던 몸이 지금은 거짓말같이 가벼웠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미호는 멍하니 생각했다.



(……한 번만 더…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



유키히로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상하게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



「사실은… 좋아했어요, 당신을……」



미호는 마음속의 유키히로를 향해 말을 걸었다. 스스로도 놀랍도록 솔직히 말이 나왔다. 의식은 희미해졌고 역시 유키히로의 얼굴도 희미해지더니 이윽고 어둠보다 더 어둡고 얼음보다 더 차가운 무엇인가가 내려 왔다.



이렇게 죽는 것일까?



멍하니 생각했다.



죽음이 이렇게도 마음이 편한 것이었는가……

어쩐지……느낌……하고 있었던…것과…………조금………가……………

사고가 점점 끊기면서 중단되어갔다. 마치 잠에 빠지는 순간과 같은……



갑자기 몸이 무언가에 강하게 끌어올려지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따뜻하고 그리운 감촉……이 차가운 어둠과는 부조화를 이루는 상냥하고 강력한 그것……



그리고 미호의 의식은 완만하게 암전했다……





그야말로 튼튼한 구조의 담……그 회색의 담 옆으로 계속되는 길을 료스케는 천천히 걷고 있었다. 담과 보도사이에는 자양화가 심어져 있어 선명하게 피어난 파랑색, 보라색 꽃이 매우 예뻤다. 장마도 중간 휴식시간을 갖는지 오랫만에 상쾌한 푸른 하늘이 펼쳐있었다.



「안 돼…나… 역시 못 가겠어……」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료스케는 발을 멈추고 뒤돌아 보았다. 거기에는 감색교복을 입은 유우키가 자양화 옆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근처 꽃집에서 산 꽃다발을 양손으로 껴안은채 고개숙이고 있었다.



「위원장……」



료스케는 그런 유우키에게 말을 걸었다.



「일어나. 빨리 가자.」



「안 돼… 나…나 때문에… 선생님이 저렇게……」



거절하며 바라보는 유우키의 눈에는 당장 넘쳐나올만큼 눈물이 가득 채워져있었다.



「유키히로선생님도 말씀하셨잖아. 자살이 아니라 사고였다고…」



「그렇긴하지만……」



이렇게 우물쭈물하는 유우키의 모습은 처음으로 보는데……같은 시시한 생각을 하면서 료스케는 유우키쪽으로 걸어갔다.



「어쨌든 우리는 선생님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유우키의 팔을 잡았다. 유우키는 료스케의 재촉에 완만한 동작으로 일어섰다.



「 나도…용서받을 수… 있을까?」



패기없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몰라. 하지만, 반드시……」



「반드시…?」



…용서받지 않으면 안 될지 몰라…」



료스케가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유우키는 끄덕끄덕 수긍하며 그 다음을 굳이 말하려고 하지않았다. 두 사람은 침묵을 지킨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담 끝에 석조양식의 훌륭한 문이 나타났다. 료스케와 유우키는 문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한 번 문을 올려보고 천천히 들어섰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미호의 모습을 보자 료스케는 문득 동화에 나오는 공주님을 떠올렸다.그만큼 미호의 옆 얼굴은 청초한 아름다움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열려진 창으로부터 불어들어오는 바람이 때때로 그 앞머리를 부드럽게 흔들고 있었다. 료스케는 유우키와 함께 조용히 침대로 다가갔다. 그러자 닫혀있던 미호의 눈썹이 흔들리고, 그리고 천천히 열렸다.



「아, 미안합니다. 깨버렸습니까?」



료스케는 살그머니 말을 걸었다.



「아, 너희들……왔어?」



미호는 완만한 동작으로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이불아래로부터 연한 핑크색 파자마가 나타났다.



「선생님, 미안해요!」



유우키는 갑자기 미호의 몸에 매달려서 소리내 울기 시작했다.



「응? 위원장, 왜 그래?」



미호는 조금 놀란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유우키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위원장은 자기 때문에 선생님이 자살하려고 했다고 믿고 있어서……」



료스케가 설명했다.



「아, 그래……」



미호는 이해된 것처럼 고개을 끄덕였다.



「바보같이. 그건 사고였어. 제방에서 발이 미끄러져 강에 떨어져버린……단지 그 뿐이야.」



유우키의 머리카락이나 뺨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유우키는 눈물로 흠뻑 젖은 얼굴을 들어올리면서,



「 그렇지만 나… 선생님에게 심한 일을……」



「그래… 확실히 쇼크였어. 하지만 그건 내가 뿌린 씨앗이니까…」



「아니에요! 선생님은 잘못하지 않았어요. 내가……이상한 기분에… 재미로 그런 바보같은 일을……」



유우키는 크게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아니야, 위원장. 내가 선생님에게 이상한 일을 했기 때문에……선생님, 정말 미안해요…」



료스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괜찮아, 두 사람 다…이제 모두 끝난 일이니까……비가, 그 비가 모든 것을 흘려 씻어주었어. 미움이나 욕망이나…그런 좋지않는 것 모두를……」



미호는 조용한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이상할 정도로 마음은 온화하고 침착해있었다. 어둡고 절망적인 생각에 지배되었던 것이 거짓말같았다. 혹시, 정말 비가 마음을 씻어주었을지도 모른다. 간신히 울음을 그친 유우키가 미호의 가슴에서 얼굴을 들고 상체를 일으켰다.



「어머나? 예쁜 꽃다발이네.」



미호는 유우키가 손에 들고있던 꽃다발을 알아차렸다.



「아, 이건……병문안입니다.」



유우키는 눈물을 닦으면서 미호에게 꽃다발을 내밀었다.



「정말로 고마워요.」



상냥한 미소를 돌려주면서 미호는 꽃다발을 받았다. 꽃다발에 얼굴을 가까이하고 그 향기를 맡았다.



「으음… 좋은 향기…꽃병을 준비해야겠는데」



미호가 말을 끝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유우키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나…… 선생님이 강에 빠져 병원에 옮겨진 것을 알았을 때 몹시 무서웠어요. 내 잘못으로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웠어요.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해버리는 바람에……」



「저도요…처음에 위원장처럼 선생님이 자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당초 그런 일을 하지 않았으면하고 몹시 후회했어요.」



료스케도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 두사람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없는 깊은 죄책감에 괴로워했을 것이다……미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움이나 분노같은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미호는 두사람의 몸을 끌어당겨 양손으로 껴안았다.



「두 사람 모두 괴로워했구나. 미안해… 걱정을 끼쳐서…」



「선생님……」



료스케와 유우키는 미호의 몸에 달라붙었다. 창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미풍이 얼싸안은 세 명의 몸을 쓰다듬고 지나갔다.



「역시, 그런 것이었구나……」



돌연 들려 온 소리에 놀라 세사람은 휙 몸을 떼어놓았다. 그리고, 소리가 들린 병실 입구로 일제히 시선을 향했다. 거기에는 유키히로가 문에 기대듯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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