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 음학의 함정-제3장 감미로운 방황 (4)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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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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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 농담이지요…?그런····」
미호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너무나 상상을 초월하는 요구였다.
(벗어?····여기서, 이런 곳에서····옷을 벗어?)
미호는 머릿속에서 몇번이나 유키히로의 말을 반추했다. 도저히 제정신으로 한 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거짓말이 아니다. 미호는 거기서 알몸이 되는 것이다.」
「농담이지요? 그런 일은 할 수없어요!」
미호는 소리지르려는 것을 참고 작게 말했다. 어디서 누군가 보고 있을지 모른다. 절대 알몸으로 있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 그렇지만 조금 전엔 보지를 노출하고 약을 바르지 않았던가?」
「그, 그것은····」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하반신을 노출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우연히 사람이 지나가면 곧바로 스커트를 내려 숨길 수가 있었다. 그러나, 옷을 벗어버리면 가릴게 아무것도 없어지게 된다.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면 아무일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뭐, 아무래도 미호가 싫다고 말한다면····」
유키히로의 말에 미호는 일순간 기대감에 부풀어올랐다.
「····이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
「아, 안 돼! 안 되요!!」
유키히로가 전화를 끊어 버릴까봐 미호는 당황하며 소리를 높였다. 겨우 여태까지 유키히로의 고문에 참아 왔다. 지금 멈추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린다.
「벗으라면 벗는 것이다. 단, 미호가 마음에 들어하는 팬티는 허락해주지. 뭐 굳이 벗고 싶다면 벗어도 상관없지만····」
유키히로는 태연하게 그렇게 말했다. 미호가 벗지않을 것을 알면서도 던지는 말이었다. 실제 아주 작은 팬티라고 해도 미호에게는 그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엔 큰 차이인 것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 골목을 왼쪽으로 돌면 자동판매기 코너가 있다. 자동판매기의 뒤에 옷을 준비해 두었으니 거기에서 전화해라.」
「····예, 알았어요.」
미호는 절망적인 기분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대신 옷이 준비되어있다는 말이 조금 위로가 되었다. 유키히로는 치욕감에 물들어가는 미호에게 한 마디 더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벗은 옷은 거기 두고 가라. 전화 뒤에 봉투가 있으니까 벗은 옷은 거기에 넣어 두도록.」
수화기를 내리자 무서운 침묵이 미호의 몸을 감쌌다.
(이런 곳에서····옷을 벗지 않으면 안 된다니…)
미호는 그토록 높아지고 있던 몸의 달콤하고 뜨거운 소양감마저 잊어버릴 정도의 수치심에 시달렸다. 전화기 뒤를 찾아보니 유키히로가 말한대로 거기에는 봉투가 작게 접어져 있었다. 미호는 전화 박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 어두운 곳 어디엔가 유키히로가 잠복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미호가 부끄러움과 수치감 속에서 옷을 벗는 것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미호는 잠시 주저하였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할 수 밖에 없어… 할 수 밖에······)
미호는 자꾸 주저하게되는 자신을 재촉하면서 검은 스웨터에 손가락을 걸었다. 주위를 재빠르게 살펴보며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주변의 주택에서도 보고 있는 듯한 모습도 없었다.
미호는 스웨터를 잡고 단번에 목을 빼냈다. 긴 머리카락이 흩어지며 얼굴에 걸렸지만 상관하지 않고 오른손을 그 다음에 왼손을 스웨터로부터 빼냈다. 맨살에 닿는 밤의 공기가 미호에게는 더욱 격렬한 수치심으로 다가오며 왠지 말할 수 없는 불안함이 느껴졌다. 주저앉아 버릴 것 같은 두다리에 힘을 주면서 미호는 스웨터를 봉투안에 넣었다.
그리고 바로 주저하지않고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었다. 시간이 걸리면 그만큼 누군가에게 들켜버릴 확률도 높아진다. 아무리 부끄러워도 마냥 멈춰 서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브래지어를 풀자 모양좋은 두 유방이 나타난다. 몸을 구워버릴 정도로 강렬한 수치가 미호에게 덤벼 들었다. 미호는 전화박스의 조명에 의해 눈부실 정도로 빛나는 유방을 내려다 보면서 이것이 정말로 현실일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지나갔다.
(아····꿈이라면 좋을텐데….)
미호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커트의 버튼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좌우 다리를 교대로 들어 스커트를 벗어 버리자 이제 미호의 몸에는 딜도달린 작은 팬티 밖에 남지 않았다. 부끄러운 음부를 가리는 천 이외에 미호의 몸을 숨기는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수치심에 휩쓸리면서 미호는 스커트를 봉투에 넣고 전화박스의 문을 열었다. 습기를 띤 바람이 맨살을 직접 쓰다듬는 감촉에 떨면서 미호는 어두운 곳으로 발을 내딛었다.
(이런 일····믿을 수 없어. 나, 알몸으로 길을 걷고 있어····)
유키히로의 명령이라고 해도 너무나 상식을 벗어난 자신의 행동에 미호는 오욕감을 참을 수 없었다. 만약 누군가 창을 열고 길을 내려다 본다면 벌거벗은채 가방을 가슴에 꼭 품고 걷고 있는 미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호는 참담한 기분에 빠지면서도 유키히로가 준비했다는 옷을 찾아 열심히 계속 걸어갔다. 너무나 깊은 치욕감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달려가고 싶었지만 보지속에 박혀있는 딜도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호는 아무에게도 들키지않기를 마음속으로 빌면서 주택가를 걸어갔다. 피부를 감싸며 스쳐가는 밤공기에 미호의 몸은 수치로 물들어 갔다. 심장은 폭발해 버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렬한 고동을 반복해 가슴은 부풀어 터질 것만 같았다.
가까스로 전방에 자동 판매기의 빛이 보였다. 미호는 더욱 걷는 속도를 빨리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자동 판매기 코너에 겨우 도착했다. 문득 정신차려보니 엄청난 땀이 전신에서 흘러나와 군데군데 비오듯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미호는 늘어선 3대의 자동판매기중 하나에 몸을 기대고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휴, 다행이다…아무도 보지않은 것 같아…)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곧바로 자동판매기 뒤쪽을 들여다 보았다. 일각이라도 빨리 아무거나 몸에 걸치고 싶었다. 자동판매기는 잡화상의 점포 앞에 놓여있었고 자동판매기의 뒤는 곧바로 가게의 벽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10센치도 안 되는 틈새에 뭔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호는 바로 끄집어냈다.
나온 것은 예쁘게 포장된 종이포장이었다. 정중하게도 붉은 리본까지 붙어 있었고 포장지의 표면에는「노출광 미호에게」라고 쓰여져 있었다.
(벗으라고 말했으면서 노출광이라니······너무 심해…)
미호는 굴욕감에 얼굴을 찌푸리며 종이포장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확실히 유키히로가 말한대로 옷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미호는 그 옷을 꺼내 보고 깜짝 놀랬다.
(뭐, 뭐야, 이건…?)
캐미숄의 원피스처럼 보이는 그것을 미호는 어깨 부분을 잡고 들어보았다. 옷의 저편으로 자동 판매기가 비쳐 보였다.
(이래서야… 훤히 들여다 보이는구나····)
미호는 시스루의 원피스를 응시하면서 중얼거렸다. 검은색의 천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지만 이정도로 안이 비쳐 보인다면 색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걸····입으라고 하는거야?)
미호는 그 밖에 다른 뭔가 없는지 자동판매기 뒤를 찾아 보았지만 완전히 헛수고였다. 준비되어있던 것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미호는 그 시스루 원피스를 몸에 걸쳤다.아무것도 안 입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몸에 딱 달라붙은 원피스는 입고 있다는 감촉이 전혀 없었다. 자세히 보면 가슴의 부푼 곳 정점 부분에는 꽃잎 레이스의 자수가 들어가 있어 간신히 유두를 숨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유방의 대부분은 그대로 비쳐 드러났기 때문에 미호가 느끼는 수치심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싫어····이런 불쾌한 모습····)
미호는 얼굴을 붉히면서 자동판매기 옆에 설치된 공중전화로 움직였다. 언제 누가 음료수를 사러 나타날지 모른다. 우물쭈물 하고 있을 틈이 없는 것이다. 미호는 전화기에 전화카드를 넣고 재빠르게 유키히로의 휴대 번호를 눌렀다. 이번에는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다. 호출음이 몇 번이나 허무하게 계속 울렸다.
(아, 빨리, 빨리 나와····부탁이야!)
미호는 속상함에 몸을 비비꼬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빨리, 빨리 받아요…」
무심코 미호가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유키히로가 겨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미호입니다····」
미호는 유키히로가 뭔가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옷은 도대체 뭐에요? 이래서야 입지않은 것과 다를게 없잖아요!」
숨가쁘게 말하는 미호를 조소하듯이 유키히로는 한가롭게 말했다.
「어때, 꽤 멋진 의상일꺼야. 마음에 들지않어?」
「마음에 들 리가 없잖아요!」
「그렇다면 벗을까?」
「······」
유키히로의 말에 미호는 침묵했다. 알몸으로 있는 것보다는 입고 있는 것이 조금이라도 좋은 것은 틀림없다. 미호는 단념히고 유키히로에게 물었다.
「다음엔 뭘 하면 좋겠어요?」
「그럼, 이제 뭘 할까····」
유키히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빨리 이 장소를 떠나고 싶어하는 미호를 초조하게 만들듯이 오랫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아, 빨리요. 누군가 오면 어떡해요.」
미호는 근처를 바쁘게 둘러보며 간절하게 애원했다. 길 건너편엔 주차장이 있어서 창문으로 누군가 들여다 볼 걱정은 없지만 장소가 장소인만큼 언제 사람을 나타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 그러면 아····」
간신히 유키히로가 입을 열었다.
「····이 앞의 T자로에서 왼쪽으로 가면 편의점이 있으니까, 거기서 건전지를 사는게 어떨까.」
「편의점에서···· 설마 이 모습으로?」
미호는 떨리는 소리로 되물었다.
「물론」
유키히로의 대답은 짧다.
「거, 거짓말이지요.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미호는 아연실색하면서 말했다. 그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광경이었다. 밝은 편의점 안을 시스루의 원피스로 걷는 자신····미호는 어찔어찔한 현기증에 무심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할 수 없다면 사진을 돌려줄 수 없다.」
「아, 그렇지만····제발 부탁이에요. 나, 부끄러워서 죽어 버릴거에요.」
미호의 애원에도 유키히로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았다.
「사진을 갖고 싶으면 그 명령에 따르라구. 그 외에는 어떤 말도 소용없다.」
「이····비겁자, 변태, 악마!······」
미호는 생각나는 모든 말을 동원해 갖은 험담을 토했다. 너무나 냉혹하고 무자비한 유키히로의 태도에 분노가 폭발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유키히로는 미호의 분노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는 미호의 선택이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해요, 할 거에요. 하면 되잖아요!」
미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그렇게 외쳐버렸다. 미호의 말을 들은 유키히로는 기분나쁜 웃음을 흘렸다. 미호는 뭔가 자신이 커다란 실수를 저지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이유도 없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