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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판타지] 에리시아 전기 제9장 셀메일 초원 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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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8 회 작성일 23-12-23 21: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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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셀메일 초원 출병





『신이라고 하는 존재들에게는 존경할만한 가치가 전혀 없다. 놈들이 한 일은 그저 인간을 두 가지의 지배아래에 둔 것뿐이다. 하나는 공포, 다른 하나는 쾌락이다』

∼미스터 제로, 오토•폰•데어•골츠의 명언집 중 ∼





 -1225년4월2일, 셀메일 초원 솔 강-

 에리시아 연합군 사령관 바이엘라인 장군이 46,000의 대군을 인솔해서 이 초원의 나라에 온 후로 벌써 2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알티갈도 군의 바이엘라인 장군이 제출한 『국토회복 작전』에 대해서 제14대 사리스 황제 틸로즈는 칙명을 내려 그 원정계획에 찬동의 뜻을 보였다. 그 후 웨데리아 공국, 사이아 공국, 팔디어 왕국, 바람 공국도 그에 따라서 지원을 표명, 군자금과 군량을 제공했다. 실제로는 알티갈도군의 병사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명칭은 에리시아 연합군이라고 하여 정식으로 에리시아 전체를 대표하는 군대로서 셀메일 초원에 파견된 것이다.

 사령관으로 임명된 바이엘라인 개인에게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명예이며, 알티갈도 왕국에게 있어서도 에리시아의 실질적 맹주국이라는 사실을 인정 받는 두 번 다시 없을 호기였다.

 바이엘라인 군은 2월25일 호랜드 항에서 커다란 선단을 이뤄서 출발했고, 3월15일에는 카리하발군의 지배하에 있는 도시인 니도스를 공략했다.

 작전은 순조롭게 완료되는 것인가, 라고 생각되었을 때 셀메일 초원의 유목 민족이 거병했다. 초원의 군대를 인솔하는 자는 알사스•란이라는 이름의 20대 젊은이였다. 그는 전통적으로 각지에 흩어져서 서로간의 영역권 다툼에만 골몰하던 여러 초원의 부족들을 하나로 묶는데 성공하여 14,000의 병력을 갖추었다.

 양군은 솔 강을 사이로 두고 대치했다. 전황은 고착 상태로 빠져 있었다. 바이엘라인은 이미 두 번 공세를 가하고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서로 대치한 3일 후였다.

「병력과 물량으로 적을 압도한다」

 바이엘라인은 바람의 속성을 띠는 마법화살의 공격을 명했다. 바람 속성의 화살 특유의 긴 사정거리를 이용하려 한 것이다.

「적의 화살은 여기까지 닿지 않는다. 마음껏 사격해서 기세를 꺾은 후 단숨에 강을 건넌다」

 바이엘라인의 말에 누구도 다른 의견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 싸움도 낙승이라고 생각되었을 때, 생각도 하지 않았던 사태가 일어났다. 알사스군도 거의 동수의 바람 속성을 가지는 화살로 반격해 온 것이다.

 이 응수에 반격을 전혀 예상하지 않고 있었던 바이엘라인 군이 커다란 출혈을 하고 후퇴하는 것으로 이날의 싸움은 끝났다.

 그 이틀 후에 다시 공세에 나섰다. 이번엔 화살의 반격을 미리 예상하고 있던 점도 있어서 바이엘라인 군이 서로간의 화살의 교환에서 다소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그 틈을 타 강을 건너기 시작했지만, 정확히 도강의 한창 무렵에 알사스군은 강을 건너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벼락의 속성을 띤 화살을 쏘아왔다. 감전으로 죽는 자가 속출하여 이번에도 작전을 중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 양군은 이주일 동안 강 하나를 사이에 둔 채로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바이엘라인은 쓰디쓴 감정을 품고 초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보이는 건 온통 녹색투성이인 풍경도, 풀냄새 풍기는 바람도 지긋지긋하다」

 토해내듯이 말한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초조함은 더해만 갔다. 작전이 정체되고 있는 원인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알사스군의 마법화살이다. 전통적으로 초원의 백성은 마법의 사용에 있어서 약했다. 이 정도로 대량의 마법무구의 출처는 사리스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오규스토의 일구이언적인 행태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독하게 아파왔다.

「장군, 저에게 1만의 병사를 맡겨주십시오」

그렇게 말해 온 자는 바이엘라인의 부장 뮤라였다.

「무슨 방법이 있나?」

「적들은 어디까지나 야만족입니다. 이 만족들과 정면으로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계책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계책이란?」

「이 강을 여기서 상류 60km 정도 거슬러 올라가면 말을 타고 건널 수 있는 얕은 여울이 있습니다. 거기를 야음을 타 건너서 적의 배후로 돌아갑니다」

「흐―음」

 바이엘라인은 오른손에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다. 결국 뮤라의 말 중 “야만족”이란 단어가 사고를 지배하고 결단을 내렸다.

「좋아, 가라」

 이렇게 해서 밤이 오자 1만의 군세가 비밀스럽게 진군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 후의 밤에 얕은 여울에 도착, 건너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때 돌연 강의 수위가 올라갔다.

 뮤라는 강 위로 떠내려오는 목재 파편들을 보고 상류의 방조제가 부서진 것을 알았다. 그 뒤에 당연한 듯이 나타난 알사스군을 보고는 그저 웃는 수 밖에 없었다.

「크흐흐, 감쪽같이 속았군」

 1만의 뮤라군은 범람한 강을 등뒤에 두고 전원 기마병인 14,000의 병력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었다. 일견 통일성이 없이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것 같은 기마의 움직임은, 그러나 보이는 것과는 달리 요소요소를 정확하게 찔렀고 뮤라군은 뿔뿔이 분단되어 갔다. 곧 뮤라군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완벽하다, 알사스. 내가 준 무기와 책략 모두를 훌륭하게 사용하고 있다」

「미스터 제로님, 그러면 역시 알사스도 영웅의 그릇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니, 아직은 작은 가능성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이 싸움은 이제부터다」

 미스터 제로, 즉 오토•폰•데어•골츠와 세리아•그로이츠 두 사람이었다.
 
 싸움이 끝나자 알사스는 전군을 원래의 진으로 복귀시키고 시치미 뗀 얼굴로 강 건너의 적 본진과 다시 대치했다. 바이엘라인은 강물을 타고 흘러내려오는 아군의 사체를 보고 뮤라군의 패배를 알았다.

 바이엘라인은 더욱 초조해졌다. 여기서 뮤라군의 전멸을 공표해서는 전군의 사기가 떨어질 터이고, 무엇보다 본국에 이를 보고할 배짱이 없었다. 결국 최후의 결전을 결의했다.

「전군 총공격을 행한다. 시체의 산을 쌓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적을 패배시켜라!」

 바이엘라인의 말이 떨어지자 전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수한 화살이 적진을 노려서 쏘아진다. 그 격렬함은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헛되이 빗나가는 화살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 점은 바이엘라인의 지휘력의 뛰어남을 보여줬다.
 결국 알사스군의 방위선이 무너진다.

「지금이다! 전군 뛰어들어라!」

 알티갈도가 자랑하는 기사들이 용맹을 자랑하며 애마를 몰아 건너편 강가로 돌진한다. 몇 십 명의 기사들이 강을 건너는 도중에 물살에 삼켜 떠내려갔지만, 한 기사가 몇 개의 화살을 그 몸에 꽂으면서도 결국 건너편 강가에 이르러 그곳을 교두보로 삼았다. 계속해서 차례대로 바이엘라인군은 강을 건너서 알사스 선진을 격파했다.

「승리의 함성을 올려라!」

 바이엘라인은 검을 높게 들어올려 군의 사기를 진작하면서도 머리 속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 지금까지에 비해서 너무 약하다……

 그 불안은 금방 현실이 되었다.
 아군 진영 후방에서 갑자기 불꽃이 일어난 것이다.

「무, 무슨일이냐?」

 바이엘라인이 되돌아보자 흔들리는 불꽃 속에, 황금의 머리칼을 나부끼는 늘씬한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을 한 남자가 서있었다.

「저것이 알사스•란인가!?」

「저것이 바이엘라인인가, 너무 약하다」

 바이엘라인은 아연히 응시하고, 알사스는 비웃는 미소를 보냈다.

 바이엘라인은 즉시 군사를 되돌렸지만 알사스군은 즉시 초원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그 짧은 시간에 알티갈도군은 2개월분의 군량과 예비 무기를 본진과 함께 잃어버렸다.

「장군, 이제는 후퇴하지 않으면……」

 참모 월터가 진언한다.

「입 닥쳐라! 이대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폐하에게 어떻게 보고한단 말이냐! 너희들에게는 무인으로서의 긍지도 없느냐!?」

 바이엘라인은 일갈로 진언을 물리쳤다. 그리고 니도스에서 남아있은 식료를 긁어 모아 군량을 조달하고는 알사스군를 쫓아서 초원의 깊숙한 안 쪽으로 군사를 진격시켰다.

 2주일에 달하는 추격전은 일방적으로 바이엘라인의 전력을 소모시켰다.

 알사스군은 신출귀몰했다. 야생마들의 무리인가라고 생각하면, 측면에서 기수가 나타나 화살을 쏘아댄다. 안장도 박차도 사용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말을 조종하는 기술은 정말로 귀신 같은 솜씨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공격은 소수의 기마로 다가와서는 일격을 가한 후 번개처럼 초원으로 사라져버렸다. 일부 부대가 그것을 쫓아가면 어디에서부턴가 갑자기 대군이 나타나서 확실하게 각개격파되었다. 바이엘라인군은 그저 계속해서 소모될 뿐, 아무런 성과를 올릴 수 없었다. 결국 결정적인 때에 이르렀다. 물이 떨어진 것이다. 병사들의 사기는 완전히 떨어졌다.

「물이 바닥났습니다. 이제 여기까지입니다. 이번에는 이 한 목숨 빼앗기더라도 물러나지 않겠습니다. 퇴각의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알았다……」

 결국 바이엘라인도 승복했다. 그 얼굴은 단지 몇 주일 동안에 십 년 정도는 더 늙어 보였다.
 그러나 퇴각은 진격하는 것보다도 더욱 어려웠다.

「이제 결전의 때가 다가왔다. 우리의 어머니인 대지를 더럽힌 죄를 지금이야말로 갚게 만들겠다」

 알사스는 전군을 집결시키고 연설했다.

「조릭, 바탈, 토름, 볼도, 전력을 다해서 침략자를 쳐라, 출진이다」

 알사스는 활기 넘치는 목소리로 군령을 발했다.
 네, 라고 하는 힘찬 대답이 초원의 하늘로 빨아 들여져 간다.

「오오오」

 바이엘라인은 결국 모습을 나타낸 적을 보고 공복을 잊고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말초신경 말단까지 샅샅이 퍼져 오는 긴장감이 전사로서의 긍지를 되살아나게 한다.

 바이엘라인군은 재빠르게 반전해서 알사스군에게 배후를 찌를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정면으로 기마의 돌격을 받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에서 울타리라도 만들고 싶지만 목재는 전혀 없었다. 바이엘라인의 불리는 부정할 수 없었다.

「기마의 돌격은 강력하다. 그러나 방어는 극히 약하다. 포위해버리면 문제가 안 된다」

 바이엘라인이 강하게 말한다.

「알사스,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은 네가 아니다, 바로 이 몸, 바이엘라인님이시다.」

 바이엘라인은 학익(鶴翼)의 진을 쳐서 알사스군을 감싸는 모양으로 포진했다.

반대 방향의 알사스군은 밀집대형으로 돌격을 감행한다.

「지금 우리들에게 계책따위는 필요 없다. 목숨이 있는 한 계속해서 돌진하라!! 」

 알사스군 14,000은 전원이 기병이다. 그 모두가 흙먼지를 올리면서 돌격하는 모습은 장대하며, 밀집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충돌하지 않는 그 교묘한 기동은 상쾌한 느낌조차 주었다.

 알사스군의 공격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이었다. 경갑옷으로 무장한 기마병이 맹스피드로 돌진해서 화살을 쏘고는 즉시 급정지해서 다시 후방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다음 줄의 기마병이 또 화살을 쏜다. 적전급속반전이라고 하는 이제껏 본적이 없는 기마술에 알티갈도군은 경악했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파상공격에도 어떻게든 견뎌내면서 반원의 초점부분에 바이엘라인의 특기인 집중 공격이 작렬, 알사스군의 병사를 소모시켰다.

 하지만 결국 전투 시작으로부터 세 시간이 지날 때쯤, 공복으로 계속해서 싸우고 있었던 바이엘라인군의 집중력이 끊어졌다. 알사스군의 소부대 지휘관 볼도가 바이엘라인군의 방위 라인을 돌파해서 그 분단에 성공했다. 그렇게 되자 이미 굶주린 군대에게 이길 능력은 없었다. 즉시 밀리기 시작하여 결국 전투 시작 후 5시간이 지나자 전군이 붕괴되어 퇴각했다.

「알사스, 젊은 초원의 왕. 그 황금의 갈기는 초원의 바람으로부터 사랑 받고 있다」

 미스터 제로는 알사스의 승리를 보며 그렇게 감상을 진술했다.

「또 한 명의 젊은 재능이 개화했다. 시대는 다양한 거성을 낳는다. 규스, 나는 너를 능가하는 인재를 반드시 찾아낸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사의 전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스터 제로는 마른 하늘을 향해서 웃었다.

「자, 그로이츠, 가자.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목격하러」

 그리고는 더욱 서쪽을 목표로 걷기 시작했다.

 바이엘라인은 잔병을 정리해서 해안선을 동쪽에 두고 퇴각했다. 그를 알사스의 부장 조릭이 추격한다. 그런 양자 앞에 갑자기 사리스 군기를 휘날리는 군세가 나타났다.

「아렉스, 바이엘라인을 구출하라. 류후는 초원의 백성들에게 중원의 세련된 용병을 보여줘라」

 아렉스가 조릭을 견제하면서 바이엘라인과 합류하는 한 편, 류후는 필마단기로 뛰어서 조릭을 향해 육박한다.

「조릭이라, 들어 본적 없는 이름이다」

「비(飛) 장군 류후, 상대하기에 부족함은 없다」

 서로 엇갈려 지나치며 일격을 가한다. 류후의 박력 있는 찌르기를 받은 조릭의 오른팔이 몸 바깥 방향으로 젖혀졌다.

「무쌍3단 찌르기!!」

 무방비로 빈 조릭의 가슴을 류후의 필살의 찌르기가 관통했다.
 조릭을 잃어버린 초원의 군대는 후퇴했다. 그것을 끝까지 보고 확인한 후에 오규스토도 병사를 후퇴시켰다.

 에리시아 중원에 돌아온 알티갈도 병사는 출발했을 때 숫자의 일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1225년5월5일, 미드갈즈, 판넨뷰로 황궁-

「그래요, 규스가 되돌아왔습니까……」

 틸로즈는 옥좌에 앉아서 보고에 대하여 그렇게 대답했다.

「수고를 위로하는 축연을 개최하는 게 어떨까요?」

 멜로즈가 말한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저쪽(오규스토의 성인 발할라 성)에서 할 작정이겠지요」

「그러면 제가 대리로서 출석하겠습니다」

「그만두세요. 당신은 규스에게 접근하지 마세요」

「어째서입니까? 저 분은 사리스 황가의 은인이자 제 목숨의 은인입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에리스의 가르침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 좋아요. 그런 것이라면 내가 갑니다」

 틸로즈는 그렇게 말하고 옥좌를 내려섰다. 그리고 살짝 후리오를 불렀다.

「당신은 저 아이의 혼약자입니다. 확실히 하세요」

「…… 죄송합니다……」

 긴 한숨을 내쉬면서 틸로즈는 알현장을 나갔고, 남겨진 멜로즈는 두 볼이 부은 불만투성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 편 후리오는 멀어지는 틸로즈의 뒷모습을 보며 언제부터 틸로즈는 저렇게 웃음을 짓지 않게 된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제14대 사리스 황제를 얼음의 여제라고 부르고 있었다.

 로즈메리의 붕어 후 즉위한 틸로즈는 제국의 수도를 미드갈즈로 천도했다. 미드갈즈는 샤를 가도와 대운하가 교차하는 위치에 건설된 새로운 도시였다. 기본설계는 오규스토가 했다.

우선 눈에 띄는 이 도시의 특징은 대운하의 북쪽에 펼쳐져 있던 습지대를 파내고 만든 거대한 인공호수일 것이다. 이 인공호수에는 동서를 왕래하는 선단이 끊임없이 떠있고, 호수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상인들의 창고가 죽 늘어서 있었다. 동서에는 광장이 있는데 거기서는 시장이 열리고 있어서 모든 물자가 여기에 모이고, 여기에서 각지로 보내져 간다. 에리시아 세계 최대의 유통 도시의 탄생이었다. 그때까지의 요새로서의 도시와는 완전히 바뀌어서 도시 전체를 둘러싸는 성벽도 성문도 없었다. 24시간 언제든지 도시에 들어올 수 있고 나갈 수 있으며, 상인들의 활기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넘치는 도시가 되었다.

 인공호수 건설 도중에 나온 흙을 북쪽에 쌓아 작은 언덕도 만들었다. 인공호수로부터 정북쪽으로 똑바로 놓인 길은 그 언덕 위에 신설된 오딘 대신전으로 이어진다. 그 기슭의 오른쪽에는 판넨뷰로황궁이 있고 왼쪽에는 재상부(府)등의 관청 건물들이 나란히 서있다.

 길의 중간에는 탑이 있는데, 이 탑은 도시방위의 요점이라고 하는 것 보다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쪽이 컸다. 그 탑으로부터 서쪽으로 나가면 성 로즈메리 대성당이 있고, 그 앞은 샤를 가도로 이어진다. 또한 동쪽으로 가면 오규스토의 거대한 성인 발할라 성이 있다.

 또한 이 시점부터 틸로즈 체제가 확립되고 카프카가 사리스 공국의 재상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에 통치 기구도 새롭게 조직했다.





승상

  재상부(재상•부재상)=행정
   9경
    재무국 (재무장관•재무부장관)
    내무국 (내무장관•내무부장관)
    국무국 (국무장관•국무부장관)
    사법국 (사법장관•사법부장관)
    농무국 (농무장관•농무부장관)
    상무국 (상무장관•상무부장관)
    공무국 (공무장관•공무부장관)
    운수국 (운수장관•운수부장관)
    감찰국 (감찰장관•감찰부장관)

  원로원(원로원 의장)=입법

  대법원(대법관•법관14명)=사법
    순회법원
      주법원

  통수부 (통수총장•통수부총장)=군사
    군무국 (군무장관•군무부장관)
    군령부 (군령부장•군령부부장)
    정보국 (정보장관•정보부장관)

  황궁부 (황궁시종장)=황실 및 황궁 관리 감독

  금위부 (금위총감)=황실 친위대

  대운하부 (대운하총독)=대운하 관리

[승상]직명. 재상•원로원 의장•대법관•통수총장 위에 서서 행정•입법•사법•군사의 국정전반을 통괄하는 최고위직. 상설직이 아니고, 임시(국가의 비상시)에 두어진다.
[재상]직명. 행정을 통괄한다.
[원로원]제국의 입법 기관. 귀족원→친밀원→원로원으로 단기간에 이름이 변했다.
[대법원]제국의 사법기관.
[통수부]제국의 군사기관.

 상기의 최초 인사는 아래와 같다.

●승상부
  수석보좌관:쥬쿠•스레도
  경제담당 보좌관:시라이시 지로
●재상부
  재상:미카 아기미•데•스피노자
  부재상:리슈•류
●원로원
  의장:미카 아기미•데•스피노자(겸직)
  의원:무파•가스펠, 안젤라•설리번, 쟌•페롱, 멜로즈•라•사리스
●대법원
  대법관:팰릿•프로방스
●통수부
  통수총장:펠레스•드•카티스
  부총장:막시밀리안•폰•오이겐
  정보장관:토네•리코
●황거부
  황거시종장:후리오•데•스피노자
●금위부
  금위총감:잔느•후레이아
●대운하부
  대운하총독:날세스•디 앤





 이러한 진용이 되었다.

 가장 중요한 직위인 재상(행정), 대법관 (사법), 통수총장(군사)은 각각 아카스인, 사이아인, 사리스인으로 정해진 밸런스를 중시한 인사였다.

 재상부 밑에 실무를 담당하는 아홉 개의 국이 있고 이들 아홉 국의 장관을 총칭해서 「9경」이라 부르며, 그 임명권은 재상에게 맡겨져 있다. 부재상으로는 전(前) 사리스 정권 출신으로 관료로서 실무를 담당한 리슈•류를 등용했다.

 대법원은 제국법에 근거해서 재판을 담당한다. 또한 대법원은 각주에 두어진 주법원(지방 재판소에 상당한다) 및 순회법원(고등 재판소에 상당한다. 몇 개의 주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순회하면서 업무를 보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을 감독한다. 대법원은 대법관과 14명의 법관으로 구성되어, 법관의 임명은 대법관에게 맡겨져 있다.

 통수부는 군사를 담당한다. 통수총장에게는 장군의 임명권이 맡겨져 있다. 따라서 장군은 통수총장의 예하이다. 통수부 밑에는 군무국(군정), 군령부(군령), 정보국(첩보)이 있다. 군무장관•군령부장•정보장관과 각 군단을 지휘하는 장군은 동격으로 놓았다. 또한 정보장관으로는 와국 출신의 토네•리코가 담당했다. 그녀는 와국의 은밀첩보집단의 리더이며, 그녀 자신도 뛰어난 요원이었다

 원로원은 의주(議奏)와 귀족원을 통합해서 발전시킨 것으로 널리 지식을 모으는 것을 목적이라고 하고 있다, 이지만 오규스토 체제 중에는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신인 친밀원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친밀원은 재상 및 4명의 국상으로 구성된다. 재상은 의장을 겸한다. 입법은 형식적으로는 합의에 의해 행하여지지만, 국상의 임명권이 의장인 재상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재상의 의향이 그대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 국상에는 황족인 멜로즈나 오딘 대신전의 사제 안젤라•설리번이 새롭게 참가했다. 이외에 일찍이 세리아를 중심으로 카리하발에 저항 활동을 행하고 있었던 쟌•페롱도 뽑혔다. 그는 카리하발과 싸운 것은 기사뿐만이 아니라 일반시민도 투쟁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시민의 적극적인 정치참가를 오규스토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최후로, 오규스토의 사적 비서관을 루시•카요•나이트가 종사하고 있다.





 - 발할라 성-

 틸로즈가 발할라성을 방문한 것은 오규스토의 사적 공간인 “하렘”의 입구에서 두 사람의 여성이 한창 말다툼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최전열은 제일부인인 내가 맡습니다」

「아니에요, 지금 가장 총애를 받고 있는 나야말로 최전열에 어울립니다」

 한 사람은 크리스티•말시아•데•오르테가, 다른 한 사람은 카테리나•티아•라•사이아였다. 두 사람 모두 오규스토의 측실이 되어 있었다. 이 두 사람으로부터 조금 벗어난 위치에 또 한 명이 있었다. 팔디어 왕 뷔렘3세의 딸 발레리•마틸다•팬•루쿠렐이다. 그녀는 뷔렘3세가 즉위할 때에 오규스토에게 내밀어졌다. 이렇게 왕녀들을 모은 것으로 『왕녀 매니아 오규스토』라고 야유 당했다.

 그 싸움이 한창일 때 문이 열리고 오규스토가 들어온다. 그 뒤에는 친위대장 아프로디스와 부관 베아톨릭스가 따르고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왕녀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무슨 소동이야. 밖에까지 들린다」

「누가 오늘밤의 상대를 맡을지를 정하고 있었습니다」

 카렌이 말한다.

「그런 시시한 걸로 이 소동인가」

「시시하다니요! 주인의 귀환 후 첫날 밤을 맡는 것은, 남자로 치면 장군이 선진을 맡는 것과 같은 가치가 있습니다. 자 여기서 어느 쪽으로 할지 정해주십시오」

 크리스가 계속한다.

「상스러워, 명문의 공주가」

「그런 명문의 가인에게 이런 상스러운 걸 가르친 사람이 누구입니까」

 카렌이 오규스토의 팔을 살짝 꼬집는다.

「쳇, 어차피 전부 내가 나쁜 거겠지」

「「그렇습니다」」

 측실들이 동시에 같은 말을 하고는 웃어댔다.
 돌연 오규스토가 멈추어 선다. 복도의 안 쪽에 서있는 틸로즈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폐하께서 직접 여기까지, 황송합니다」

 공손하게 예를 행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연스러운 예였다. 뒤 편의 여성들은 일제히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안녕하세요, 규스. 이번의 출병 수고가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밤은 연회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미안하지만, 나는 이것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두 사람 간의 불화는 유명했다.

 오규스토는 고개를 숙이고 틸로즈는 등을 돌렸다.

 오규스토는 베아톨릭스에게 부재중의 서류 정리를 맡기고 세 명의 측실들에게는 승리 축하연에 출석하도록 명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자기 방에 호위인 아프로디스를 데리고 들어가서는 돌연 아프로디스에게 달려들어 끌어안았다.

「규스님, 오, 옷이 흐트러집니다……」

 오규스토는 한 마디 대꾸 없이 아프로디스의 손을 벽에 짚게 하고 스커트를 걷어 올린다. 그러자 아프로디스는 말과는 반대로 매혹적인 엉덩이를 밀어 냈다.

 한번의 동작으로 새하얀 엉덩이로부터 속옷을 벗겨내고는 선명한 핑크 빛깔의 갈라진 금에 강하게 페니스를 꽉 눌렀다.

「아아아! 으, 으으음…… 아! 아하……아! 」

 태내의 깊숙이 침입해온 페니스를 저절로 질벽이 졸라댄다. 긴 손가락은 발버둥치며 벽을 긁고,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눈썹은 오규스토가 허리를 찔러 넣을 때마다 미간에 잔주름을 새겨 넣어졌다. 눈동자는 텅 비고 물기를 띠면서, 아름답게 늘어선 흰 이 사이로부터는 헐떡이는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때 오규스토의 표정은 차갑고, 눈동자는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1224년7월14일, 기이하게도 오규스토의 생일에 로즈메리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그 전날 밤 상복으로 몸을 두른 카렌은 비밀스럽게 오규스토의 침실을 방문했다.

「카프카에게서의 편지 확실히 받았다」

「그러면, 사이아 부흥을 약속하시는 것이지요?」

「카프카의 지금까지의 활동을 생각하면 성도 사이아라 해도 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벨 경이 배반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원한다」

「알고 있습니다」

「카프카에게서 설명을 들었는가」

「예……」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로즈메리의 죽음에 의해 오규스토와 사리스 황실과의 관계는 희미해졌다. 굳이 말하자면, 오규스토가 파트너로 선택하는 상대가 반드시 사리스 황가일 필요는 없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사이아 중심으로 고치는 것마저도 가능하다. 카프카는 그렇게 카렌에 말하고 오규스토와의 관계를 진언했다.

「와라, 한 걸음을 내디디면 네가 기대하는 모두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한번 눈을 감고 나서 카렌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눈동자에는 결의가 감돌고 있었다.

 천천히 오규스토에게 가까이 간다.
 오규스토가 손을 내밀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 와서 눈동자가 서로 마주쳤다.

「강한 여자다」

「…… 품어 주십시오」

 오규스토의 얼굴이 조금 움직이자 입술과 입술이 겹쳤다. 오규스토의 혀가 연분홍색의 입술을 억지로 열고 이의 뒷 편을 애무한다.

 카렌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자연스레 뒤로 몸이 휘어졌다. 그를 오규스토의 왼쪽 손이 허리를 휘감아서 당겼다.

 오규스토는 그녀를 안아 올려서는 난폭하게 침대 위에 내던졌다. 그리고는 거칠게 상복의 가슴 부분을 잡아 찢었다. 82cm의 가슴이 튀어나왔다. 순간 몸에 힘이 들어가고 팔을 접어서 가슴을 숨겼다.

 오규스토는 그 손목을 움켜 쥐고는 활짝 열어 침대 위에 대자로 꽉 누른다. 가련할 정도로 새하얀 유방이 천장의 조명에 비어져 더욱 희게 보였다.

 오규스토는 젖꼭지를 입에 넣고 혀로 굴린다.
 그 순간 카렌의 등을 전기가 달렸다. 허리가 브리지 모양으로 휘어져 뛰어 오른다. 손목에서 오규스토의 손이 떨어지자 무의식 중에 오규스토의 목을 끌어안았다.

 오규스토는 딱 알맞은 정도의 탄탄한 촉감을 즐기면서 왼쪽 손으로 젖가슴을 주무르고 유두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겼다. 그리고 오른손은 넓적다리를 쓰다듬는다.

 발이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고, 허리가 구부러진다. 머리 속의 불안감을 달콤한 감각이 덮어 간다. 그 감각은 처음 겪어 보는 야릇한 느낌이었다.

 오규스토의 손가락이 팬티 가장자리에 닿았다.

「안 돼요―!! 」

 그곳에 느껴지는 손길에 소녀의 마음이 돌아와 오규스토의 손을 움켜 쥐었다.

 그 입술을 오규스토는 탐냈다. 서로의 타액으로 입의 주변이 끈적거린다. 더욱 양손으로 강하게 유방을 비볐다.
난폭한 오규스토의 애무에 엉겁결에 카렌의 손아귀 힘이 느슨해진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오규스토는 팬티를 순식간에 내렸다. 처녀 특유의 새콤달콤한 향내가 오규스토의 코를 자극한다. 카렌은 순간 몸을 뒤집어서 엎드린다. 부끄러움으로부터 달아날 작정이었던 걸로 보인다.

 그러나 의도와는 반대로 매혹적인 새하얀 엉덩이가 오규스토의 눈 앞에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두 손으로 부드러운 엉덩이를 움켜쥐고 혀를 가져다 댄다.

「아… 으으음………」

 카렌의 입술 사이로 저도 모르게 흐트러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오규스토는 카렌의 엉덩이가 민감한 성감대라고 확신한다.

 오규스토는 부드러운 엉덩이의 감촉을 마음껏 즐겼다. 그 낯선 감촉에 카렌은 다시 번민하면서 무릎을 세우고 허리를 조금 들었다. 그러자 갈라진 금이 자연히 드러났고, 오규스토는 그 곳에 손가락을 갖다 대서는 살짝 열었다.

「깨끗한 빛깔이다. 거울로 자신의 이곳을 본 적 있나?」

 카렌은 머리를 흔든다.

「정말로 깨끗하다. 『나의 그곳은 아름답다』라고, 모두에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야.」

「…… 그런 일 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움에 떨면서, 모기가 우는 것 같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조금 벌려진 사이를 손가락이 가볍게 어루만진다.

「아아앗!!」

 처음의 촉감은 카렌의 입에서 기성을 울렸다.

 그곳은 이미 충분히 젖어 있었다. 오규스토가 손가락을 높이 올리자 투명한 실 한 가닥이 길게 늘어졌다.

 카렌은 부끄러움에 팔과 다리를 접고 신체를 작게 모으려고 했다. 그 동작이 더욱 허리의 위치를 높게 올렸다. 오규스토는 살짝 열린 꽃잎에 혀를 갖다 댔다.

「안 돼, 안 돼요, 이상하게 돼버려요!」

 카렌이 머리를 흔들었다. 자신의 이성이 가느다란 실이 되어, 결국은 끊어지려 하고 있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여자란 이렇게도 기분이 좋은 것일까? 카렌에게서는 이미 알몸이라고 하는 수치심은 사라져 버렸다.

 적기라고 본 오규스토는 페니스를 처녀막으로 지켜지고 있는 꿀항아리의 입구에 접촉시키고는 한 두 번 쓰다듬다가 억지로 쑤셔 넣었다.

「아! 아파요! 뭐, 뭐죠?」

 그때까지의 감미로운 세계에서 돌연 귀환시켜진 카렌은 격렬한 아픔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파요, 제발, 제발 그만요……」

카렌은 왕녀로서의 프라이드를 벗어 던지고 그저 애원한다.

 그러나 오규스토의 페니스는 용서 없이 카렌의 여린 꽃잎을 젖히고 깊숙이 꽂혀갔다.

한 순간,
 어딘가가 찢어지는 듯한 작은 소리가 카렌의 머리 속에서 울렸다.

「아아아악! 크흑!!」

 카렌은 절규했다.

 오규스토는 카렌의 비명에도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페니스를 삽입했다. 페니스가 끝까지 들어가자 멈춰서 잠시 동안 숫처녀의 질안의 단단한 조임을 즐긴 후에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 아파! 아파요, 그만, 제발 그만!」

 눈물을 지으며 카렌은 호소한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시트를 쥐어뜯고 얼굴을 베개에 깊숙이 파묻으며 필사적으로 아픔을 견뎠다. 점차 오규스토의 삽입이 매끈해지기 시작하고, 훌쩍이며 우는 목소리에 어느덧 달콤한 헐떡임이 섞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서는 아주 좋아. 금방 내게 친숙해져 오는군」

 오규스토는 미소 지었다.

「음…… 예. 아, 열심히… 으흑…… 아하…… 열심히 합니다」

 카렌은 헐떡이면서도 기쁜 듯이 오규스토에 대답한다.

 오규스토는 카렌의 허리를 꽉 잡고 왕복 속도를 높였다. 카렌의 둥그런 엉덩이에 오규스토의 허리가 격렬하게 부딪치자 특유의 살 부딪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오규스토는 고조되가는 감각속에서 최후로 카렌의 가슴에 손을 뻗쳐 꼭지를 매만졌다.

「으으음 ……아아 …… 좋아 …… 나, 나 갈 것 같아, 가요, 아아!! 」

 카렌의 절정의 울부짖음에 맞춰 오규스토는 그녀의 자궁 깊숙이 정액을 토해 냈다. 높게 들어 올려진 엉덩이 사이에는 빨간색이 조금 섞인 흐릿한 액체에 흠뻑 젖은 핑크빛 꽃잎이 조명에 비추어져 광택을 빛내고 있었다.





 로즈메리의 장례식이 끝난 뒤 텅 빈 교회 안, 틸로즈는 혼자서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그 뒤로 펠레스가 다가왔다.

「여기에 계셨습니까? 언제까지나 슬퍼하기만 하시면 안됩니다. 틸로즈님은 오늘부터 사리스의 황제이십니다」

「…… 내게 그 자격은 없어」

 그 목소리는 이전의 씩씩한 틸로즈와는 달리 너무나 섬약했다.

「선제 폐하께 허락을 구하시는 것이라면, 확실히 나라를 다스리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국민이 폐하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언니 한 명 돕지 못하고, 국민이 무슨 소용인가……」

「틸로즈님께서는 시정의 평범한 여성과는 다르십니다. 인간은 각자 자신의 주어진 계급에 따른 책임을 완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것은 틸로즈님도 잘 이해하고 계시겠지요」

「…… 모른다……」

「그러시다면 사리스를 떠나서 원하는 곳으로 가십시오. 그 대신 이름도 명예도 버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틸로즈님 대신 멜로즈님께서 즉위하시겠지요」

「그만둬라! 멜을 더러운 정치 싸움에 끌어들이지 마라」

「여러분들께서는 황족이십니다. 그것도 유래를 찾기 힘든 국난의 시대의. 자신만을 위한 행동은 국민의 혼란을 초래할 뿐입니다」

「…… 알았다. 컬 대제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것으로 이 시대에 나를 바친다……. 그것이 이 나라를 사랑한 언니에게의 보상이 된다면」

「틸로즈님이시라면 이해하실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 한 사람이다. 멜을 말려들게 하지 마라」

「멜로즈님도 황족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무슨 뜻이지?」

「로즈메리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사리스 황가와 규스님과의 관계의 끈이 얇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사리스는 좋건 싫건 규스님 없이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몸을 바치기라도 하란 건가?」

「…… 어젯밤 사이아의 카렌님께서 규스님을 방문하셨습니다. 꾸물거리고 있다가는……」

「그만! 멜은 아직 어리다」

「그러나 규스님을 자신의 목숨을 구하신 은인이라고 호의를 가지고 계십니다」

「저 아이는…… 정치와는 관계없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틸로즈는 평소의 늠름한 표정을 되찾았다.

 그 밤, 틸로즈도 오규스토의 방을 방문한다.

「멜에게만은 손을 대지 마라」

「들어오자마자 난데 없이 무슨 소리지?」

 오규스토는 돌연한 진객에게 조금 놀랐다. 한 편 틸로즈는 물이 담긴 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카렌과 만났다고 하던데, 사이아를 부활시켜주겠다는 약속이라도 했나?」

 물을 삼키고는 한 박자 쉬어서 힐문을 재개한다.

「정확한 추측이로군」

「바보 같다. 그런 수치를 모르는……」

「그러나 고삐는 쌓을 수 있다. 옛날부터 이렇게 해서 평화를 유지해 온 것이다. 어차피 공주란 어딘가에 시집을 가야 하는 존재이고. 너조차 이 전란이 없었다면 지금쯤 팔디어나 아카스 둘 중에 한군데로 시집가있었겠지?」

「고삐라…… 그것 때문에 언니는……」

 틸로즈는 살짝 눈을 내리깔았다.

「알았다. 언니의 후계는 나다. 내가 고삐가 된다. 그러니까 멜에게는 손대지 마라」

「…… 알았다. 약속하지」

 오규스토는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얼른 침대를 향해 걸어가서는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보고 있었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지 정도는 알겠군」

 오규스토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에 틸로즈는 순식간에 두 볼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엿보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아!」

「엿봤다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급소를 필사적으로 감추려고 하는 의식이 굴욕적 상황에의 반응을 둔하게 했다. 틸로즈는 오규스토가 말하는 대로 순순히 남자의 사타구니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알아차리고 당황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것보다 빨리 해라」

 화난 눈으로 오규스토를 우러러 본다.

「하는 것은 너다. 빨리 빨아라」

 오규스토의 난폭한 말에 파르르 입술이 떨린다.

―― 이런 남자에게…… 언니는…… 나도 견뎌내겠다……

 천천히 엷은 입술을 가까이 한다.

 이렇게 가까이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남자의 페니스를 지금 입에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불결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순되게도 상황이 굴욕적이면 굴욕적일수록 틸로즈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편안해졌다.

――…… 이것으로 좋다. 나에게는 차라리 이쪽이 어울린다……

 생생히 끓어오르는 굴욕감이 언니 로즈메리에게의 면죄부가 되는 것인 양 느껴졌다.
 마음 속에선 아직껏 경험해 본적 없는 폭풍이 거칠게 불어대고 있었다. 거부하는 마음과 받아 들이는 마음이 서로 격렬하게 갈등한다. 그를 들키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평정을 가장했다.

 오규스토는 그런 틸로즈의 마음을 모조리 읽고는 냉소한다.
 틸로즈의 연한 핑크빛 입술에 귀두 첨단이 닿았다. 저도 모르게 몸이 번쩍 튀어 올랐다.

「뭐하는 거야?」

「시, 시끄러. 마음이 산란해지잖아」

 오규스토는 가볍게 웃고 손으로 틸로즈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용기를 얻은 듯 틸로즈는 크게 입을 벌려 귀두를 삼켰다. 입 속에 오규스토의 냄새가 퍼져간다. 그 짙은 수컷의 향기가 암컷의 본능을 뒤흔든다. 용기를 내어 혀끝으로 그 첨단을 살짝 핥았다.

 흔들리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감았던 눈이 시각을 차단한 결과 그만큼 혀의 감촉과 후각을 강화했다. 강렬한 감각에 두뇌가 마비되고 이성이 일그러진다.

「더욱 깊게 삼켜라」

 오규슽의 말에 아무 반감없이 따랐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페니스를 혀로 훑어간다. 입 안에서 조금씩 커져가는 것을 느끼면서 틸로즈는 오규스토의 민감한 포인트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그 포인트를 자극했을 때 페니스가 더욱 단단해지면서 자신의 머리를 스치는 손가락엔 힘이 들어갔다.
 이 상황에 익숙해진 것일지, 마치 게임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여기를 자극하면, 이렇게, 재미있다……

 틸로즈는 천진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빨았다.

 그 때, 틸로즈를 불의의 뇨의가 습격했다.

「으음」

「무슨 일이지?」

「아, 아무것도 아니냐」

「그렇다면 이대로 계속해줬으면 좋겠는데. 너무 능숙하므로 밤새도록 부탁할까?」

「뭐?」

 빈약한 농담이었지만 지금의 틸로즈를 당혹시키기엔 충분했다.

「기다려…… 그 전에 잠깐만 화장실에 좀……」

「타이밍 참 못 맞추는군. 이런 때에. 오, 그래 이렇게 된거 그냥 여기서 해라」

「뭐!?」

 오규스토는 틸로즈의 등뒤에서 손을 돌려 아기를 들어 올리듯 무릎을 안아 올리고 창문으로 향했다.

「자, 아무쪼록」

「말도 안돼!!」

 이런 취급을 받아서야 틸로즈도 난폭하게 몸을 비틀었다. 그러나 오규스토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다시 한 번 이 남자의 강함을 실감했다.

「그만둬라, 이 색마!」

「가벼운 여흥이다, 여흥」

 그렇게 말하며 오규스토의 손가락이 팬티 위에 다가와 천천히 어루만진다.
 바깥의 시원한 밤바람이 여성의 가장 민감한 부위를 자극했다. 거기에 더해지는 손가락의 느낌은 틸로즈의 요의를 더욱 강하게 하고, 두 눈에는 눈물이 흘러 넘칠 것처럼 고였다.

「정원에 누가 있는 지도 모르겠는데?」

「아, 안돼……, 뭐든지 할 테니까 이것만은 그만. 이런 모습 누군가에게 보여지면 나 살아 갈 수 없다」

 틸로즈는 훌쩍거리며 운다.

「안∼됨」

 오규스토의 손가락이 오줌의 출구를 자극한다.

「으으윽, 아아아!」

 결국 틸로즈는 인내의 한계에 달하고 정원에 오줌을 싸기 시작한다. 황금빛깔의 성수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정원에 흘러내려갔다.

 급속히 온 몸의 힘이 빠졌다. 그 뒤로부터의 틸로즈는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돼버렸다.

 침대에 넘어뜨려져, 난폭하게 의복을 벗겨져간다.
 우선 위를 향해 조금 솟아오른 핑크 빛깔의 작은 돌기를 물고 늘어졌다. 거기서부터 전신의 피부를 샅샅이 핥는다. 카난의 샤워룸이 상기되었다. 티끌만한 잡티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를 오규스토는 마음껏 즐겼다.

 최후로 다리를 벌리고 얼굴을 다가간다.
 두 개의 손가락으로 꽃잎의 주변을 징그럽게 아래위로 매만진다. 손가락 사이에는 선명한 색채의 부드러운 속살이 보인다. 거기에는 이미 음액이 넘쳐흐르고 있다. 애무를 되풀이하자 더욱 빛깔은 진해지고, 꿀은 많이 새어 나왔다.

「아, 아」

 오규스토가 혀로 꽃잎을 핥자 작은 반응을 내보인다. 그것이 오규스토는 불만스러웠다. 그리고 살짝 귀엣말을 한다. 틸로즈는 텅 빈 눈동자를 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오규스토가 침대 위에 눕자 틸로즈는 오규스토의 얼굴위에 무릎을 꿇고 섰다. 꿀항아리를 왼쪽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오른손은 탱탱히 솟은 유방을 주무른다.

「아! 우으음, 으흑……」

 처음엔 서툴게 움직이던 손가락이 차츰 리듬을 맞춰 꽃잎을 뒤섞는다.

 오규스토는 그 모습을 바로 아래에서 우러러 본다. 숨어있던 클리토리스가 팽창해서 살짝 감싸고 있던 표피를 벌리고 머리를 쳐들고 있는 장면이 확실하게 보인다. 그 끝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매만지자 뜨거운 꿀이 오규스토의 얼굴에 똑똑 방울져서 떨어진다. 오규스토는 머리를 가볍게 올려서 클리토리스를 빨아당겼다.

「아!!」

 틸로즈의 넓적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오규스토의 얼굴 위에 허리를 내려 덮었다. 오규스토의 혀가 꽃잎 깊숙한 안 쪽까지 진입해 그 부드러운 살점을 끈적끈적하게 핥는다.

「아아아아――――」

 틸로즈는 그 감미로운 쾌락에 절로 달콤한 헐떡이는 목소리와 한 줄기 군침을 흘렸다. 힘없이 오규스토 위에 쓰러져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다.

「나, 나 이상하게 돼버린다, 변해버린다……」

 몇 번이나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규스토는 지금이 때라고 보고 몸을 뒤집어 틸로즈의 넓적다리를 옆으로 활짝 안아 올린 뒤, 약간 벌어진 꽃잎 사이에 페니스를 빠르게 밀어 넣었다. 일순, 틸로즈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으음? 아, 아파…… 아파!! 그만! 아파!!」

 오규스토는 틸로즈의 항의에 개의치 않고 피스톤 운동을 가열차게 해나간다. 점막과 점막이 스치는 순간마다 그 마찰부위에서 발생하는 아찔한 전격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오며 전신을 가로지른다.

「이제 그만! 그만해, 아, 아, 으으윽…… 무리, 무리다, 더는 안 된다」

 틸로즈의 아름다운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채 비통한 목소리로 호소한다.

「이 정도로 그렇게 약한 소릴 해서야 안되지」

 오규스토는 더욱 깊숙이 삽입을 반복한다.
 그 왕복이 틸로즈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단념한 것인지 틸로즈의 저항이 점차 약해졌다. 온몸을 바싹 굳히고 있던 경직과 강한 거절의 의사가 조금씩 녹아들기 시작했다.

 오규스토는 회심의 미소를 띠우며 더욱 격렬하게 반복 운동을 되풀이한다.

 어느덧 물기에 흠뻑 젖은 질벽은 심한 수축작용을 한다. 청아한 꽃잎은 양 옆으로 크게 벌어지고, 그 사이를 드나드는 페니스는 끈적한 음액으로 번들거렸다.

 오규스토의 오른손이 아름다운 유방을 감싸 쥐고, 왼쪽 손은 잘록한 허리를 스쳐 지나간다. 틸로즈의 얼굴에는 홍조가 떠오르고,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는 울음 소리인지 기쁜 소리인지 구분하기 힘든 헐떡임을 흘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두 다리는 오규스토의 허리를 꽉 조이면서 팔로는 머리를 감싸 안았다. 스스로 키스를 요구하며 입술을 빨고 혀를 탐했다. 처음 느끼는 남성의 육체와의 일체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을 가져오고, 자신의 몸의 중심을 뜨겁게 달구어 간다. 자신이 지금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틸로즈 자신도 한 명의 검사로서 그 극한의 경지에 달한 남자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가장 힘들고 불안했을 때 가장 의지가 되어준 남자였다.

「아! 아! 아!……」

 이제 틸로즈는 오규스토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서 짧은 소리를 계속해서 질렀다.

「아, 규스, 나, 나 언니보다도…… 더욱, 더욱 사랑해서…… 으, 음, 나…… 나…… 언니에게는 지지 않는다……」

 틸로즈는 자신도 모르게 의외의 말을 했다. 생전 처음 겪는 관능의 타오름 앞에서 이성이 녹아내려, 마음속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있었던 감정이 바깥으로 나왔다. 이미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음, 깨끗하다」

「나, 언니보다…… 사랑 받고 싶다……」

 틸로즈의 뇌리에 그 날의 로즈메리의 추태가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자신의 몸에 흘러 넘치는 기쁨을 전해주려고 언니가 외치고 있었던 언어를 떠올렸다.

「보지, 내 보지가 기분 좋아!!」

 틸로즈의 감정의 고조가 극에 달한다.

 오규스토는 틸로즈의 터져 나오는 외침을 들으며 카난에서의 첫만남을 상기하고 있었다. 난폭한 말투로 언제나 자신을 거부하고 있었던 억척스런 여자가 지금 자신의 배 아래에 깔려 어찌 할 바를 모른 채로 헐떡이고 있다. 깊은 만족감과 애처로움을 동시에 느꼈다.

 두 사람은 하나가 되어 지고의 경지에 도달햇다. 몸 속에서 뜨겁게 용솟음치는 액체의 분출을 받아내면서, 틸로즈는 황홀의 극에 달한 표정을 지었다.

 그 다음날, 지존의 표식를 머리 위에 올리고 틸로즈는 제14대 사리스 제국 황제 자리에 올랐다. 그녀가 스스로 많은 무훈을 올린 뛰어난 무인이라는 점이, 긴 전쟁의 혼란에 싸인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컬 대제의 재래라고 환희로 맞이하게끔 했다. 이제부터 사리스의 영구한 번영이 그녀에게 맡겨졌다.





 -1225년5월5일, 가라타 탑 부근-

 틸로즈를 태운 마차가 가라타 탑을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폐하…… 폐하」

 후리오의 목소리로, 틸로즈는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돌아왔다.

「음, 무엇인가?」

 틸로즈는 흘러내리기 직전의 물방울을 살짝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급한 사신입니다. 또 전쟁일까요?」

 시선을 창문의 밖으로 향했다. 건설 러시가 한창인 거리를 말 한 마리가 번개같이 달려간다.

「그런 모양이군」

「되돌아갈까요?」

「……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용건이 있다면 저쪽으로부터 연락해 올 것이고, 이대로 돌아갑니다」

 틸로즈는 앉음새를 고치고 다시 과거의 세계로 시점을 되돌렸다.





 -발할라 성-

 오규스토는 좌우로 크리스, 카렌, 발레리를 앉혀 놓고 술을 마시고 있다. 그 앞에는 문무관들이 모여 무사 귀환을 축하하고 있었다.

 거기에 정보장관 토네 리코가 급한 걸음으로 오규스토 앞으로 나온다.

「승상 각하, 팔디어 왕 뷔렘3세가 동생 로테베이크 백작에게 살해되었습니다」

 발레리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그에 이어 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오규스토는 잠깐 거기에 시선을 돌렸다가 곧 고개를 젖혀 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여러분, 연회는 이것으로 끝이다. 한 시간 후 회의를 연다. 모두 술을 깨고 출석하도록」

 일동을 바라본 후,

「해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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