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형세확장 1장 지헌의 결심과 영유의 귀국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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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세확장
1장 지헌의 결심과 영유의 귀국
9편
지헌이 소희와 노닥거리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때 빈섭이 연진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왔다.
“어이 무슨일인데 이렇게 사람을 기다리게 하냐!”
지헌은 기다리는 동안 술을 꽤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별일 아니야... 자 술 한잔 하자!”
빈섭은 지헌에게 잔을 내밀었고 둘은 건배를 한후 원샷으로 들이켰다.
“연진이랑 같이 들어온걸 보니 내 이야기 들었겠네?”
“그래... 그거 듣느라 좀 더 늦었어.”
“네 생각을 어때? 가능할 것 같냐?”
“못할 것도 없지. 니가 맘만 먹으면...”
“그렇군... 역시 넌 나의 가장 좋은 친구라니까! 하하하...”
자신을 보고 웃고있는 지헌의 모습이 빈섭의 가슴한편을 자꾸 자극하고 있었고 그것을 보고 있는 빈섭의 얼굴은 점차 굳어져 갔다.
한편 웃음을 터트리던 지헌역시 뭔가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했고 그의 눈에 굳어가는 빈섭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뭐야... 무슨 문제 있는거야? 얼굴이 굳어있는거 같은데...”
“아... 아니야...”
빈섭은 머리와 가슴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이성적으로 판단을 한다면 성민의 조언대로 지헌을 제거하는게 옳았다. 성민의 장점은 항상 객관적으로 판단을 한다는 것이고 지금껏 그의 조언은 틀린적이 없었다. 빈섭이 선택의 기로에 있을때면 항상 조언을 해주었고 그의 조언을 따랐기에 현재의 빈섭이 있다해도 틀린말은 아니였다. 그렇지만... 이번엔 자신의 친구가 걸린문제였다. 지금까지 선택의 문제는 이해관계에 얽힌 문제였지만 이번엔 이해관계만이 아닌 인간관계가 얽혀 있었기에 빈섭은 선택을 주저하고 있었다.
“어이 무슨일이야! 고민이 있으면 말을 하라고!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니 괜찮아... 이건 내문제니까... 니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어라... 방금 뭐라고 했냐? 내가 잘못들은 것 같은데...”
“내일이니까 상관말라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빈섭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그것은 이미 반쯤 술에 취해있는 지헌의 감정을 건들였다.
“뭐라고 씨발... 우리 사이가 니문제 내문제 따지는 사이였냐! 이거 졸라 열받네!”
“야 너 술취했냐? 어따대고 씨발이야!”
빈섭은 가뜩이나 심란한 상태에서 술에 취한 지헌이 시비를 걸자 기분이 나빠졌다. 지금 자기가 고민하는게 누구때문인데... 자기 앞날도 모르고 설치는 지헌이 한심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래 취했다 어쩔래 자식아! 난말야. 널 내 형제같이 생각한다고! 지금 당장 누가 들어와서 널 칼로 찌른다 생각하면 니 대신 막아설 자신도 있어. 알겠냐 이새끼야! 그게 친구야! 나에게 넌 그런 존재라고! 근데 넌 뭐? 이런 씨발새끼... 니문제니까 상관말라고... 이자식아 사람이 그러는거 아니야!”
“형제... 형제라...”
“그래 형제... 비록 피는 안섞였지만... 그딴게 뭐 대수냐... 하여간 너... 그러는거 아니야 이 새끼야!”
지헌은 술이 취해 한 말이였지만 형제란 말은 빈섭의 가슴속 깊이 파고 들었다.
‘형제... 형제라... 내 주위에 형제라 부를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빈섭은 외아들이였는데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고아원으로 넘겨졌었다.
아버지로서는 어린 빈섭을 혼자 키울 자신이 없어서 고민끝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당시 5살이던 빈섭에겐 그건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이후 아버지가 재혼을 하면서 다시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빈섭은 거기서도 따뜻한 가정의 행복을 느끼진 못하였다.
웬지 자기가 있을곳이 아니란 생각만 들면서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기 시작했고 그것은 사춘기를 맞으며 절정에 오르기 시작했다.
빈섭은 자신의 외로움을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달래기 시작했고 곧 그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고등학교때 지헌을 만나기전까진 빈섭에게 대들만한 존재는 또래에 없었다.
그런 빈섭에게 있어서 지헌은 특별한 존재였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승승장구하던 빈섭에게 첫 패배를 안긴 것이 바로 지헌이었다.
둘은 거의 1시간에 가까운 혈투를 벌였고 마지막 승자는 지헌이였다.
처음으로 맛본 패배에 당황스럽던 빈섭은 그이후 더욱더 당황스러운 일을 겪게 되었으니 그것은 지헌이 빈섭에게 내민 손이었다.
여태껏 싸움에서 이기면 상대편을 자신의 밑으로 눌러왔던 빈섭에게 싸움에서 이긴후에 친구로서 내미는 지헌의 손은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였다. 빈섭은 고민끝에 지헌의 손을 잡았고 그렇게 지헌은 빈섭이 사귄 첫 친구이자 단짝이 되었다.
‘후우~ 그러고보니 내가 사귄 첫친구가 바로 지헌이 녀석이군...’
고등학교 졸업후 지헌과 다른길을 걷게된 빈섭은 조직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홍콩영화를 보며 막연히 조직생활에 호감을 가지던 빈섭에게 현실은 냉혹한 것이였다.
빈섭은 뛰어난 싸움실력으로 인정을 받았으나 그것은 곧 주변의 시샘을 받게 된다는 뜻이였다.
의리와 우정은 모두 영화속 이야기였다. 속임수가 판치고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려 애쓰는 그곳에서 빈섭은 항상 혼자였다.
‘조직생활을 하면서도 내 주위에 친구라 할녀석은 하나도 없었지... 모두들 겉으로는 친한척해도 속으로는 칼을 겨누고 있으니... 결국 나에게 있어서 유일한 친구는 이녀석 뿐인가...’
빈섭은 지긋이 지헌을 바라다 보았다. 비록 술먹은 상태로 오버해서 한 소리일지는 모르지만 지헌은 자신을 형제라고 말을 했다. 그런 존재는 그의 주변에는 하나도 없었다. 그의 양팔인 천진과 성민역시 충실한 부하일뿐 형제의 정 같은건 있을 리가 없었다.
형제라는 지헌의 말이 계속해서 빈섭의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무언가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그래... 이녀석이라면 내 형제라해도 충분해...’
“야 유지헌! 정말 니가 내 형제냐!”
“당근이지 자식아! 단! 내가 형이다!!”
“자식 놀고있네... 좋아! 지헌아 이리와봐!”
빈섭은 지헌을 자신의 앞자리에 앉게 한후 술잔을 꺼내어 술을 따랐다.
“또 술먹는거야... 난 꽤 마셨는데...”
“이건 그냥 술 아니야!”
“그럼 뭔데?”
지헌의 질문에 빈섭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린 형제지?”
“그렇다니까... 몇 번씩 묻는거야!”
“피는 안섞였지만...”
“그래...”
“섞자!”
“뭐라고?”
빈섭은 대답대신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낸후 자신의 잔속에 섞었다.
“어라... 뭐하는 짓이냐? 너 미쳤냐?”
“안미쳤어! 니가 내 형제라면 너도 해!”
빈섭은 자신의 피가섞인 잔을 지헌에게 내밀었다.
“나참! 살다보니 별 미친짓을 다해보네... 그래 형님이 돼서 동생 말 한번 못 들어 주겠냐!”
지헌역시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낸후 빈섭의 잔에 섞은후 다른잔에 반씩 나누었다.
“이제 됐냐?”
지헌이 한잔을 자신이 가지고 다른 한잔을 빈섭에게 건네주자 빈섭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헌아... 이건 장난이 아니다! 이걸 마심으로써 넌 나랑 피를 섞은 형제가 되는거야! 서로가 서로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수 있는...”
“무슨일이 있긴 있나보구나... 그래 언제나 네편이 되어줄께! 이건 절대 술김에 하는 말 아니야! 정말로 넌 내 형제나 마찬가지라구!”
“좋아 그럼 원샷이야!”
빈섭과 지헌은 단숨에 술잔을 비웠고 빈섭은 지헌의 손을 꼭 잡았다.
“자식... 오늘따라 오버하네... 임마 술은 내가 먹었는데 취하긴 네가 취했나보다.”
“자식... 내가 뭘 임마...”
빈섭은 머쓱해진채 지헌의 손을 놓은뒤 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결정은 하셨습니까?”
“그래.”
“어느쪽으로...”
“지금 지헌이랑 형제의 잔을 나누었다. 그렇게 알아!”
“형제의 잔을... 알겠습니다. 형님이 정하시면 전 따를뿐입니다.”
“그럼 수고해라!”
전화를 끊은 빈섭은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가슴속 깊숙이 그를 짓누르던 것들이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한편 전화통화를 끝낸 성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일입니까? 큰형님께선 뭐라 하셨는지요...”
“첫번째는 예정대로 실행! 두 번째는 지금부로 취소한다!”
“예? 취소한다구요? 그럼 손해가 막심한데...”
“큰형님의 결정이야! 그쪽에 연락해서 미안한데 계획이 변경되었다고 하고 적당한 선에서 손해배상 해줘! 만약에 택도없는 금액 제시하걸랑 나한테 다시 연락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큰형님도 참... 다 잡은 고기를...”
“입조심해 자식아! 결정은 어디까지나 큰형님이 하시는거야! 너나 나나 큰형님이 지시하시면 두말않고 따르면 된다고! 알겠어, 그일이 설사 네놈 목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해도!”
“예 형님!”
지시를 끝낸 성민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대충 위약금으로 이정도면 될 것 같고... 소요된 경비가 이정도니... 이럭저럭 한 5000만원 손해인가... 거기다가 새로운 계획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재수없으면 50억이 붕 떠버리는 수도 있는데... 그래도 큰형님이 그렇게 하신다고 하니 따를 수밖에...”
성민은 쓴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지헌과 빈섭의 술자리도 이제 슬슬 끝이 되어가고 있었다.
빈섭은 지헌에게 이기사가 건네주는 술이 마취약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려줄까 하다가 괜히 지헌이 어색하게 행동하다가 재원에게 들킬 것 같아서 말을 안하기로 하였다.
어차피 재원은 지헌을 성민에게 데려다 줄거고 그럼 다시 지헌을 집으로 데려다주면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빈섭은 재원을 불렀고 잠시후 재원이 차를 몰고 빈섭의 가게에 도착했다.
“어이 재원씨! 오래간만이야!”
“사장님 술을 많이 드셨네요. 어서 타시죠!”
재원과 빈섭은 지헌을 부축해 뒷자리에 태웠다.
“어이 잘 모셔다 주라고... 일 처리 확실히 하는 것 알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김사장님 계획 반드시 성공하길 바라겟습니다. 그럼 전 이만...”
재원은 빈섭의 계획이 자신만을 제거하는 계획이란건 꿈에도 생각 못한채 뒷자리에 앉은 지헌의 처지를 비웃으며 목적지를 향해 차를 몰았다.
“사장님... 술 많이 드셨네요... 이거라도 드시죠...”
재원이 마취제가 든 음료수를 내밀자 지헌은 곧바로 원샷을 해버렸다.
‘흐흐흐 저것이 네놈을 지옥 밑바닥으로 떨어뜨려줄거라곤 알 리가 없겠지... 잘가라구 지헌씨...’
잠시후 지헌은 뒷자리에서 골아 떨어졌고 재원은 약속된 장소에 도착해 성민의 부하들에게 지헌을 넘긴후 성민에게 전화를 했다.
“수고했습니다. 재원씨 남은 9억원은 지금 송금해 드렸으니 폰뱅킹으로 확인해보시죠. 그다음일은 말 안해도 아시겠죠?”
“당연히 알지요... 잠시만 우선 확인먼저 하고...”
재원은 전화기를 들어 자신의 은행잔고를 조회하였고 10억이란 잔고를 확인한 순간 입이 귀에걸릴 정도로 벌어졌다.
‘흐흐흐 그래 바로 이거야! 재원아 이제 인생에 꽃필일만 남았구나!!’
“아이구 감사합니다. 바로 입금되어 있군요. 그럼 비밀번호는?”
“그건 일본으로 가면 알려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비행기 시간 엄수하시기 바랍니다.”
“아하.. 그랬죠... 예예... 그럼 일본 도착하면 제이름 적힌 피켓든 사람만 찾으면 되는거죠.”
재원은 능청스레 웃으며 공항을 향해 떠났다.
‘흐흐 그래 잘가라고... 네놈이 꿈꾸던 상황과는 정 반대겠지만 말이야... 이 모든게 네놈의 욕심이 커서라고...’
성민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일본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이 지금 떠났다. 난 그놈 다음 비행기로 갈테니 내차도 준비 시켜 놓으라고.”
말을 마친 성민은 서류들을 챙긴후 재원이 서류를 맡긴 경민의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안녕하세요~~~ 순진무구 천진난만한 천진입니다. ^^
이번엔 대화와 지문 사이를 한칸씩 띄어봤는데 보기에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지금것이 보기 편하신지... 아니면 예전게 편하신지...
이번편에선 드디어 빈섭이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한번 틀었던 설정을 다시 고치려니 힘드네요. ^^
아무튼 이제 형제의 잔을 나누었으니 다시 배신때리는 일은 없겠죠. ^^
이번편엔 빈섭의 과거가 잠깐 나옵니다.
지헌이 맘바꾸었다고 빈섭도 따라 바꾼다는게 좀 그래서
나름대로 남자들의 우정을 나타내보려 했는데...
어째 좀 어색하죠... -.-;;;
3번 방향으로 전개해 나가려다보니 조금 무리한 설정을 하게 되었네요.
양해바랍니다.^^
이제 지헌의 고민도 끝났고 빈섭의 갈등도 마무리 되었네요.
남은건 재원의 처리인데...
다음편에서 처리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처리하는 내용을 어떻게 고민이네요.
상세하게 묘사를 해서 쓰자니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만 새는것 같아서
그냥 짧게 지문으로 이러이러하게 처리되었다 하고 넘어갈까 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금 1장이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거든요.
중간에 설정을 다시 잡는 바람에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나 버렸네요.
재원과 연희는 대충 처리하고 영유를 귀국시켜 2장을 빨리 시작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내용은 좀 늘어지더라도 재원과 연희가 절망속으로 빠져드는걸
상세히 묘사하는게 좋을지...
위에걸 1번으로 하고 밑에걸 2번으로 한다면 어느것이 좋을까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글쓰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
그럼 즐감하세요~~~
1장 지헌의 결심과 영유의 귀국
9편
지헌이 소희와 노닥거리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때 빈섭이 연진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왔다.
“어이 무슨일인데 이렇게 사람을 기다리게 하냐!”
지헌은 기다리는 동안 술을 꽤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별일 아니야... 자 술 한잔 하자!”
빈섭은 지헌에게 잔을 내밀었고 둘은 건배를 한후 원샷으로 들이켰다.
“연진이랑 같이 들어온걸 보니 내 이야기 들었겠네?”
“그래... 그거 듣느라 좀 더 늦었어.”
“네 생각을 어때? 가능할 것 같냐?”
“못할 것도 없지. 니가 맘만 먹으면...”
“그렇군... 역시 넌 나의 가장 좋은 친구라니까! 하하하...”
자신을 보고 웃고있는 지헌의 모습이 빈섭의 가슴한편을 자꾸 자극하고 있었고 그것을 보고 있는 빈섭의 얼굴은 점차 굳어져 갔다.
한편 웃음을 터트리던 지헌역시 뭔가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했고 그의 눈에 굳어가는 빈섭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뭐야... 무슨 문제 있는거야? 얼굴이 굳어있는거 같은데...”
“아... 아니야...”
빈섭은 머리와 가슴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이성적으로 판단을 한다면 성민의 조언대로 지헌을 제거하는게 옳았다. 성민의 장점은 항상 객관적으로 판단을 한다는 것이고 지금껏 그의 조언은 틀린적이 없었다. 빈섭이 선택의 기로에 있을때면 항상 조언을 해주었고 그의 조언을 따랐기에 현재의 빈섭이 있다해도 틀린말은 아니였다. 그렇지만... 이번엔 자신의 친구가 걸린문제였다. 지금까지 선택의 문제는 이해관계에 얽힌 문제였지만 이번엔 이해관계만이 아닌 인간관계가 얽혀 있었기에 빈섭은 선택을 주저하고 있었다.
“어이 무슨일이야! 고민이 있으면 말을 하라고!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니 괜찮아... 이건 내문제니까... 니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어라... 방금 뭐라고 했냐? 내가 잘못들은 것 같은데...”
“내일이니까 상관말라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빈섭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그것은 이미 반쯤 술에 취해있는 지헌의 감정을 건들였다.
“뭐라고 씨발... 우리 사이가 니문제 내문제 따지는 사이였냐! 이거 졸라 열받네!”
“야 너 술취했냐? 어따대고 씨발이야!”
빈섭은 가뜩이나 심란한 상태에서 술에 취한 지헌이 시비를 걸자 기분이 나빠졌다. 지금 자기가 고민하는게 누구때문인데... 자기 앞날도 모르고 설치는 지헌이 한심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래 취했다 어쩔래 자식아! 난말야. 널 내 형제같이 생각한다고! 지금 당장 누가 들어와서 널 칼로 찌른다 생각하면 니 대신 막아설 자신도 있어. 알겠냐 이새끼야! 그게 친구야! 나에게 넌 그런 존재라고! 근데 넌 뭐? 이런 씨발새끼... 니문제니까 상관말라고... 이자식아 사람이 그러는거 아니야!”
“형제... 형제라...”
“그래 형제... 비록 피는 안섞였지만... 그딴게 뭐 대수냐... 하여간 너... 그러는거 아니야 이 새끼야!”
지헌은 술이 취해 한 말이였지만 형제란 말은 빈섭의 가슴속 깊이 파고 들었다.
‘형제... 형제라... 내 주위에 형제라 부를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빈섭은 외아들이였는데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고아원으로 넘겨졌었다.
아버지로서는 어린 빈섭을 혼자 키울 자신이 없어서 고민끝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당시 5살이던 빈섭에겐 그건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이후 아버지가 재혼을 하면서 다시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빈섭은 거기서도 따뜻한 가정의 행복을 느끼진 못하였다.
웬지 자기가 있을곳이 아니란 생각만 들면서 가족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기 시작했고 그것은 사춘기를 맞으며 절정에 오르기 시작했다.
빈섭은 자신의 외로움을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달래기 시작했고 곧 그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었다. 고등학교때 지헌을 만나기전까진 빈섭에게 대들만한 존재는 또래에 없었다.
그런 빈섭에게 있어서 지헌은 특별한 존재였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승승장구하던 빈섭에게 첫 패배를 안긴 것이 바로 지헌이었다.
둘은 거의 1시간에 가까운 혈투를 벌였고 마지막 승자는 지헌이였다.
처음으로 맛본 패배에 당황스럽던 빈섭은 그이후 더욱더 당황스러운 일을 겪게 되었으니 그것은 지헌이 빈섭에게 내민 손이었다.
여태껏 싸움에서 이기면 상대편을 자신의 밑으로 눌러왔던 빈섭에게 싸움에서 이긴후에 친구로서 내미는 지헌의 손은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였다. 빈섭은 고민끝에 지헌의 손을 잡았고 그렇게 지헌은 빈섭이 사귄 첫 친구이자 단짝이 되었다.
‘후우~ 그러고보니 내가 사귄 첫친구가 바로 지헌이 녀석이군...’
고등학교 졸업후 지헌과 다른길을 걷게된 빈섭은 조직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 홍콩영화를 보며 막연히 조직생활에 호감을 가지던 빈섭에게 현실은 냉혹한 것이였다.
빈섭은 뛰어난 싸움실력으로 인정을 받았으나 그것은 곧 주변의 시샘을 받게 된다는 뜻이였다.
의리와 우정은 모두 영화속 이야기였다. 속임수가 판치고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려 애쓰는 그곳에서 빈섭은 항상 혼자였다.
‘조직생활을 하면서도 내 주위에 친구라 할녀석은 하나도 없었지... 모두들 겉으로는 친한척해도 속으로는 칼을 겨누고 있으니... 결국 나에게 있어서 유일한 친구는 이녀석 뿐인가...’
빈섭은 지긋이 지헌을 바라다 보았다. 비록 술먹은 상태로 오버해서 한 소리일지는 모르지만 지헌은 자신을 형제라고 말을 했다. 그런 존재는 그의 주변에는 하나도 없었다. 그의 양팔인 천진과 성민역시 충실한 부하일뿐 형제의 정 같은건 있을 리가 없었다.
형제라는 지헌의 말이 계속해서 빈섭의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무언가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그래... 이녀석이라면 내 형제라해도 충분해...’
“야 유지헌! 정말 니가 내 형제냐!”
“당근이지 자식아! 단! 내가 형이다!!”
“자식 놀고있네... 좋아! 지헌아 이리와봐!”
빈섭은 지헌을 자신의 앞자리에 앉게 한후 술잔을 꺼내어 술을 따랐다.
“또 술먹는거야... 난 꽤 마셨는데...”
“이건 그냥 술 아니야!”
“그럼 뭔데?”
지헌의 질문에 빈섭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린 형제지?”
“그렇다니까... 몇 번씩 묻는거야!”
“피는 안섞였지만...”
“그래...”
“섞자!”
“뭐라고?”
빈섭은 대답대신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낸후 자신의 잔속에 섞었다.
“어라... 뭐하는 짓이냐? 너 미쳤냐?”
“안미쳤어! 니가 내 형제라면 너도 해!”
빈섭은 자신의 피가섞인 잔을 지헌에게 내밀었다.
“나참! 살다보니 별 미친짓을 다해보네... 그래 형님이 돼서 동생 말 한번 못 들어 주겠냐!”
지헌역시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낸후 빈섭의 잔에 섞은후 다른잔에 반씩 나누었다.
“이제 됐냐?”
지헌이 한잔을 자신이 가지고 다른 한잔을 빈섭에게 건네주자 빈섭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헌아... 이건 장난이 아니다! 이걸 마심으로써 넌 나랑 피를 섞은 형제가 되는거야! 서로가 서로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수 있는...”
“무슨일이 있긴 있나보구나... 그래 언제나 네편이 되어줄께! 이건 절대 술김에 하는 말 아니야! 정말로 넌 내 형제나 마찬가지라구!”
“좋아 그럼 원샷이야!”
빈섭과 지헌은 단숨에 술잔을 비웠고 빈섭은 지헌의 손을 꼭 잡았다.
“자식... 오늘따라 오버하네... 임마 술은 내가 먹었는데 취하긴 네가 취했나보다.”
“자식... 내가 뭘 임마...”
빈섭은 머쓱해진채 지헌의 손을 놓은뒤 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결정은 하셨습니까?”
“그래.”
“어느쪽으로...”
“지금 지헌이랑 형제의 잔을 나누었다. 그렇게 알아!”
“형제의 잔을... 알겠습니다. 형님이 정하시면 전 따를뿐입니다.”
“그럼 수고해라!”
전화를 끊은 빈섭은 머릿속이 개운해졌다. 가슴속 깊숙이 그를 짓누르던 것들이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한편 전화통화를 끝낸 성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일입니까? 큰형님께선 뭐라 하셨는지요...”
“첫번째는 예정대로 실행! 두 번째는 지금부로 취소한다!”
“예? 취소한다구요? 그럼 손해가 막심한데...”
“큰형님의 결정이야! 그쪽에 연락해서 미안한데 계획이 변경되었다고 하고 적당한 선에서 손해배상 해줘! 만약에 택도없는 금액 제시하걸랑 나한테 다시 연락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큰형님도 참... 다 잡은 고기를...”
“입조심해 자식아! 결정은 어디까지나 큰형님이 하시는거야! 너나 나나 큰형님이 지시하시면 두말않고 따르면 된다고! 알겠어, 그일이 설사 네놈 목을 요구하는 일이라고 해도!”
“예 형님!”
지시를 끝낸 성민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대충 위약금으로 이정도면 될 것 같고... 소요된 경비가 이정도니... 이럭저럭 한 5000만원 손해인가... 거기다가 새로운 계획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재수없으면 50억이 붕 떠버리는 수도 있는데... 그래도 큰형님이 그렇게 하신다고 하니 따를 수밖에...”
성민은 쓴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지헌과 빈섭의 술자리도 이제 슬슬 끝이 되어가고 있었다.
빈섭은 지헌에게 이기사가 건네주는 술이 마취약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려줄까 하다가 괜히 지헌이 어색하게 행동하다가 재원에게 들킬 것 같아서 말을 안하기로 하였다.
어차피 재원은 지헌을 성민에게 데려다 줄거고 그럼 다시 지헌을 집으로 데려다주면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빈섭은 재원을 불렀고 잠시후 재원이 차를 몰고 빈섭의 가게에 도착했다.
“어이 재원씨! 오래간만이야!”
“사장님 술을 많이 드셨네요. 어서 타시죠!”
재원과 빈섭은 지헌을 부축해 뒷자리에 태웠다.
“어이 잘 모셔다 주라고... 일 처리 확실히 하는 것 알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김사장님 계획 반드시 성공하길 바라겟습니다. 그럼 전 이만...”
재원은 빈섭의 계획이 자신만을 제거하는 계획이란건 꿈에도 생각 못한채 뒷자리에 앉은 지헌의 처지를 비웃으며 목적지를 향해 차를 몰았다.
“사장님... 술 많이 드셨네요... 이거라도 드시죠...”
재원이 마취제가 든 음료수를 내밀자 지헌은 곧바로 원샷을 해버렸다.
‘흐흐흐 저것이 네놈을 지옥 밑바닥으로 떨어뜨려줄거라곤 알 리가 없겠지... 잘가라구 지헌씨...’
잠시후 지헌은 뒷자리에서 골아 떨어졌고 재원은 약속된 장소에 도착해 성민의 부하들에게 지헌을 넘긴후 성민에게 전화를 했다.
“수고했습니다. 재원씨 남은 9억원은 지금 송금해 드렸으니 폰뱅킹으로 확인해보시죠. 그다음일은 말 안해도 아시겠죠?”
“당연히 알지요... 잠시만 우선 확인먼저 하고...”
재원은 전화기를 들어 자신의 은행잔고를 조회하였고 10억이란 잔고를 확인한 순간 입이 귀에걸릴 정도로 벌어졌다.
‘흐흐흐 그래 바로 이거야! 재원아 이제 인생에 꽃필일만 남았구나!!’
“아이구 감사합니다. 바로 입금되어 있군요. 그럼 비밀번호는?”
“그건 일본으로 가면 알려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비행기 시간 엄수하시기 바랍니다.”
“아하.. 그랬죠... 예예... 그럼 일본 도착하면 제이름 적힌 피켓든 사람만 찾으면 되는거죠.”
재원은 능청스레 웃으며 공항을 향해 떠났다.
‘흐흐 그래 잘가라고... 네놈이 꿈꾸던 상황과는 정 반대겠지만 말이야... 이 모든게 네놈의 욕심이 커서라고...’
성민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일본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이 지금 떠났다. 난 그놈 다음 비행기로 갈테니 내차도 준비 시켜 놓으라고.”
말을 마친 성민은 서류들을 챙긴후 재원이 서류를 맡긴 경민의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안녕하세요~~~ 순진무구 천진난만한 천진입니다. ^^
이번엔 대화와 지문 사이를 한칸씩 띄어봤는데 보기에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지금것이 보기 편하신지... 아니면 예전게 편하신지...
이번편에선 드디어 빈섭이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한번 틀었던 설정을 다시 고치려니 힘드네요. ^^
아무튼 이제 형제의 잔을 나누었으니 다시 배신때리는 일은 없겠죠. ^^
이번편엔 빈섭의 과거가 잠깐 나옵니다.
지헌이 맘바꾸었다고 빈섭도 따라 바꾼다는게 좀 그래서
나름대로 남자들의 우정을 나타내보려 했는데...
어째 좀 어색하죠... -.-;;;
3번 방향으로 전개해 나가려다보니 조금 무리한 설정을 하게 되었네요.
양해바랍니다.^^
이제 지헌의 고민도 끝났고 빈섭의 갈등도 마무리 되었네요.
남은건 재원의 처리인데...
다음편에서 처리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처리하는 내용을 어떻게 고민이네요.
상세하게 묘사를 해서 쓰자니 이야기가 너무 옆으로만 새는것 같아서
그냥 짧게 지문으로 이러이러하게 처리되었다 하고 넘어갈까 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금 1장이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거든요.
중간에 설정을 다시 잡는 바람에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나 버렸네요.
재원과 연희는 대충 처리하고 영유를 귀국시켜 2장을 빨리 시작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내용은 좀 늘어지더라도 재원과 연희가 절망속으로 빠져드는걸
상세히 묘사하는게 좋을지...
위에걸 1번으로 하고 밑에걸 2번으로 한다면 어느것이 좋을까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글쓰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
그럼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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