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게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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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글은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갈증을 좋아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2부.
중형세단이 멈춘곳은 신촌세브란스 병원이였다.
운전기사를 따라 병원에 들어선 대홍은 중환자실 앞에 멈춰서서 한동안 움직일수 없었다.
천년만년을 살것만 같았던 자신의 아버지가 생을 붙들고 누워있을 병실앞에서.
그런 대홍을 위해서인지 병실을 안내한 운전기사는 중환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 모셔왔습니다.. 사모님. "
운전기사의 음성에 환자를 간호하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가에 서있는 키큰 사내를 쳐다본다.
한순간의 정적이 지나간듯한 순간....
" 오....빠.. 오빠..! 흑흑~~ "
병실에 앉아있던 20대중반의 여자가 대홍을 알아보고는 흐늑끼며 문가에 서있는 대홍의 품안에 안긴다.
16살의 어린 여자아이로만 기억남은 여동생의 흔적은 어디론가 사라진채 성숙한 여자로 다가온 여동생에게 대홍은 당혹스러웠다.
" 어서 오시게.. "
엉거주춤한 자세로 여동생을 안은 대홍에게 40대중반의 여인이 말을 건넨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대홍은 어색하던 표정이 이내 굳어졌다.
그런 대홍을 여인은 말없이 다가와 흐늑끼는 희정을 토닥이며 대홍을 바라본다.
" 자네.. 참으로 무심한 사람일세.. 10여년을 연락한번 없이... "
" ........ "
" 자.. 어서 들어오시게.. 문앞에 서있지말고. 아버님께 인사드려야지.."
여인은 대홍의 소매를 붙잡고 병실침대가로 데리고 간다.
산소호흡기를 한채 잠들어있는 백발의 노인은 여동생의 모습만큼이나 낮설게 다가왔다.
세상의 그어떤 존재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던 그 굵은 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60대의 여리고 병든 가녀린 모습으로 누워있는 아버지를 대하자..... 대홍은 자신도 알수없는
서러움이 복바쳐 올라오는것을 느끼며 입술을 깨문다 .
" 아... 버..지.. 아버지... 제가 왔어요.. 아버지... "
대홍은 자신도 모르게 침대가로 다가가 잠든 노인네에게 자신이 왔음을...!
이젠...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이젠 아무걱정 마시라고.. 이젠..이 아들이 당신 옆에 있음을...
대홍은 깨문 입술에서 한줄기의 핏방울이 흐를정도로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노인의 얼굴에 자국지어진 줄음을 한동안 바라본다.
" 깨실때 되었어..오빠.. "
" 그래.. 아버님은 조금있으면 깨실테니..그동안 잠시 쉬게..... "
희정의 말에 곁에 서있던 여인도 대홍을 이끌어간다.
병실 한쪽 소파에 앉은 대홍은 오래전에 보았던 얼굴을 볼수있었다.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이자..조언자인 박변호사.
" 대홍이.. 정말 오래간만이네.. "
" 아.. 윤변호사님. .."
" 허허... 날 기억하는구먼.. 그땐... 그런데.. 지금은 정말 몰라보겠군.."
" 네에... 건강하시죠.. 윤변호사님.. "
" 허허.. 나야.. 건강하지..회장님이 ... "
말끝을 흐리며 대홍을 바라보는 박변호사는 10년의 세월이 얼마나 사람을 바뀌게하는지 세삼 느끼고 있었다.
어릴때부터 19년동안 커오는것을 지켜보았는데... 10년의 세월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대홍의 어린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금 앞에 앉아있는 거칠고 강한 한 사내의 모습으로 다가옴에....
" 오..빠. 아빠.. 깨셨어.."
" 으응..? "
희정의 말에 대홍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가로 다가간다.
서리내린듯 하얀 백발의 주름진 노인이 그런 대홍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와 아들.. 부자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확인하고있을뿐.....
" 아빠... 오빠에요.. 흑흑~~ 오빠가 왔어요..... "
희정이 대홍의 곁에서 흐늑낀다.
" ..... 저.. 왔습니다. 아버지.. "
" 그래. 잘 왔다. 기다리고 있었다. 전역은..? "
" 네에. 했습니다. "
" 그래. 고맙다.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박변호사를 따라서 사무실로 나가보거라. 내가 박변호사에게 이야기 해놨으니. "
" 오늘은... 병실에 있겠습니다. "
"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넌 걱정하지말고... "
이회장은 옆에 서있는 박변호사에게 대홍을 데리고 가라고 말하고는 지긋이 눈을 잠았다.
버릇이다... 무엇인가를 생각할때는....
" 자.. 가세. 사무실로..... "
" 네에. "
대홍은 박변호사를 따라 병실을 나선다.
세브란스 병원을 나서면서 대홍은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에 대한 느낌에 가슴한구석이 뜨거워지는것이 올라옴에 아랫입술을 깨 문다.
" 대홍이 ."
옆자리에 앉은 박변호사가 특유의 저음으로 대홍을 불렀다.
" 네에..? "
" 자네. 회장님이 무슨일을 하시는지는 알고있지...? "
" 네에. 알고있습니다. "
" 그래.. 회장님의 일은 자네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로.. 그리고 이젠 자네에게 이어지는걸세. 3대째지... "
" 네에.. "
" 그런데.. 자네에게 미안하네. "
" ............"
" 회장님이 전회장님에게 물려받았을때만해도.. 그래도 이나라에서 이병철 다음가는 큰손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네. 그래서 자네에게 얼굴을 들 낮이 없네. "
" ........... "
"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벗텨왔는데.... 마지막 승부수에서.. 당했어. "
" 당하다니요...? "
" 휴........... "
" 누구에게.....? "
" . . . "
광화문 빌딩에 도착한 대홍은 감개가 무량했다.
10여년전.. 학창시절때 가끔 엄마와 놀러오던 .. 그런 추억의 자국이 남겨진 아버지의 사무실이였기때문이다.
박변호사를 따라 9층 엘리베이터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박변호사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뒤를 따르는 대홍에게 휠끗거리는 눈빛으로 관심을 드러낸다.
그런 눈길에 대홍은 아무런 표정없이 박변호사를 따라 아버지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 자.. 이젠 여기가 자네 사무실이네. "
" .....? "
" 회장님과 이야기 끝난거야. 오늘부터 자네가 신임회장일세. "
" 네에. "
박변호사는 테이블위의 인터폰을 누르고 상대에게 몇가지 지시를 내린다.
" 곧 자네가 데리고 일할 사람들이 인사를 올거야... 자넨 회장님의 핏줄이네. 그런만큼 회장님이 하시던 일을 잘 맡아서 .. 아니 더 크게 발전시킬수 있으리라 믿네. 그럴려면 무엇보다도 아랫사람들을 잘 다스려야 해. "
" 네에. "
잠시후 노크소리와 함께 몇명의 사람들이 사무실안으로 들어섰다.
" 어서들 오게.. 인사드리게나.. 회장님의 자제분이시고. 오늘부로 회장님의 자리를 이어 회사를 이끌어가실 분이시네. "
짧막한 박변호사의 소개가 있자 .. 사람들은 이미 알고있었다는 표정으로 허리를 숙여 대홍에게 인사를 한다.
" 이사람들은 회사의 살림들을 돌보는 사람들이네. 자네도 회사의 일을 잘알고 있으니 더이상 설명은 않겠네. "
" 네에.. "
대홍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앞에 정돈해 서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 잘 부탁드립니다. 이대홍입니다. "
" 아.. 네에.. 잘 부탁드립니다.. 비서실의 이동호입니다. "
" 잘 부탁드립니다. "
" 네에.. 회장님. 저도 잘 부탁드려요.. 윤 민주이에요."
.................
십여명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대홍은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그러자 박변호사의 지시로 이동호란 인물만 남고 나머지는 밖으로 나갔다.
이동호는 가져온 서류파일들을 대홍의 테이블 앞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맞은편에 앉았다.
대홍이 서류파일을 열어 보자.. 이동호는 설명을 시작했다.
" 엄마 "
병실 문이 열리면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상념에 잠겼던 민애는 잠에서 깨듯 고개를 돌려보았다.
" 어.. 어서와. 집에 들렸다 오지.. 학교에서 바로 왔구나.."
교복을 입은채 들어서는 자신의 딸을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 응.. 엄마랑 같이 들어갈려고.. 그런데 언니는...? "
" 응.. 집에 갔어. 오늘은 엄마가 있을려고... "
" 응..그랬구나. 아빠는 좀 어떠셔..? "
" 괜찮아.. 점점 좋아지신다고 의사선생님이 그려셨어... 참.. 윤정아. "
" 응..? 왜..? "
" 윤정이 오빠 왔어. "
" 오빠..? 군에 있다는 대홍이오빠 말이야..? "
" 응. "
" 응.... 그랫구나.. 이젠 우리랑 같이 사는거야..? "
" 그래.. 그런데 윤정이는 안반가워...?"
" 반갑기는 한데..... 좀 그래... "
시무릇해지는 딸아이 얼굴을 보며 민애는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이상 묻지 않았다.
10년전.... 자신의 엄마 자리를 차지한 민애를 인정하지 못해 수없이 싸우다가 집을 나간 대홍의 존재를 딸아이도 아는것기에.
" 윤정아.. 집에 들어가. 오늘은 엄마가 있을테니깐.."
" .. 싫..어. 나혼자는 무서워... "
" 무섭긴... 희정언니도 있고.. 오빠한테도 인사해야지.. "
" 그래도.. 나도 여기있다가.. 내일 엄마랑 같이 갈래..."
" 그..런게 어디있어... 그럼 좀 있다가.. 엄마랑 같이 가자... "
" 정말..? 그런데..병실은..? "
" 간호사언니한테 얘기하고 가면 돼. "
" 응..그래....^^ "
민애는 불안해하는 딸아이를 보며 안스러운 마음으로 한숨을 내쉰다.
하긴... 민애 자신도 불안하다.
10년전 대홍을 처음 보았을때.. 그 막연하게 벽이라 느껴졌던 느낌이 지금은 현실로 확연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낮에 보았던 대홍. 이미 한 청년으로 .. 한 사내로 몰라보게 변해있었다.
다행이 곁에 친동생인 희정이가 대홍을 알아보고 먼저 가슴팍에 안겨 울음을 터트린 덕분에
그분위기에 휩싸여 대홍에게 간신히 몇마디를 했지만.....
준비된 그순간조차도.. 민애에게는 너무나 당황스런 시간들이였다.
희정은 바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기를 붙잡고 언니에게 오빠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
가정부 아줌마와 함께 직접 수산시장과 할인점을 돌아다니며 대홍이 좋아할 음식들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행이 시장을 다녀오자 벌써 도착한 언니덕분에 희정은 한숨을 돌리고는 거실에 앉아 행복하고 기쁜 가슴을 진정시켰다.
" 드뎌... 오빠가 왔어... 우리 오빠... 와~~ "
희정의 기쁜 탄성에... 언니 유정이 한마디 거든다.
" 호호.. 그렇게 좋아..? 대홍이가 온게..? "
" 그럼. 좋지.. 너무너무.. 내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언니는 안좋아..? "
" 호호... 않좋긴. 나도 너처럼 너무 좋아. "
" 호호.. 그렇지..언니. "
" 그럼..호호...."
유정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짓던 희정은 깜빡 잊었던 한가지를 생각해내고는 급하게 일어나 2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 어머.. 희정아... 왜....? "
" 호호.. 오빠 방 정리하느라고.. 아빠가 얼마전에 가구를 들어놨는데... 그래도 정리하려고.."
" 후후... 그래라.... 호호..."
유정은 모처럼 행복감에 젖어있는 희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맛있는 냄새가 나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대홍이 평창동집에 도착한것은 어둠이 깔릴무렵이였다.
점심무렵시작한 회사 브리핑이 생각보다 오래걸렸고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들려 아버지의 주치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후 민애와 희정과 함께 도착한것이다.
"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
뒷좌석에 기대어 잠든듯 눈을 감고있는 대홍에게 박변호사가 붙여준 운전기사가 말한다.
대홍은 눈을 뜨며 창밖을 잠시보고는 옆자리에 앉은 새엄마인 민애를 쳐다본다.
민애는 대홍의 시선에 그시선을 따라가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며 차에서 내린다.
" 내일 아침 10시에 뵙겠습니다. 회장님. "
" 아.. 그래요. "
밖에서 허리를 숙여인사한 운전기사의 말에 대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민애와 윤정이 들어선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들떠있었다.
희정이의 기쁨어린 흥분감과 유정의 잔잔한 흥분감으로 대홍은 행복했다.
10년만의 오누이들이 만난것이다. 그토록 보고팠던.
잠시도 쉬지않고 .. 잠시도 떨어져있지않고... 유정과 희정은 대홍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수다를 떨듯 이야기하고.. 대홍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하지만......그순간만큼 소외받는 여자들이 있었다. 민애와 윤정 ..
이 모녀는 오누이의 행복한 시간속에서 소외되었다.
주방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셋 오누이는 얼굴을 맞대고 밥먹는것도 잊은채 서로를 확인하느라 바빴지만... 두모녀는 그런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조용히 밥을 먹었다.
또 거실로 옮겨진 순간에도 역시 주방과 같았다.
그렇다고... 거실을 벗어날수 없었다.
한가족이 아닌가. 새어머니이고.. 새동생이고.
대홍의 돌아옴을 반겨주고 환영해주어야할 자리인것이다.
애써 웃음을 띠는 민애와 윤정은 소외되는 자리임에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행복한 오누이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번글은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갈증을 좋아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2부.
중형세단이 멈춘곳은 신촌세브란스 병원이였다.
운전기사를 따라 병원에 들어선 대홍은 중환자실 앞에 멈춰서서 한동안 움직일수 없었다.
천년만년을 살것만 같았던 자신의 아버지가 생을 붙들고 누워있을 병실앞에서.
그런 대홍을 위해서인지 병실을 안내한 운전기사는 중환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 모셔왔습니다.. 사모님. "
운전기사의 음성에 환자를 간호하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가에 서있는 키큰 사내를 쳐다본다.
한순간의 정적이 지나간듯한 순간....
" 오....빠.. 오빠..! 흑흑~~ "
병실에 앉아있던 20대중반의 여자가 대홍을 알아보고는 흐늑끼며 문가에 서있는 대홍의 품안에 안긴다.
16살의 어린 여자아이로만 기억남은 여동생의 흔적은 어디론가 사라진채 성숙한 여자로 다가온 여동생에게 대홍은 당혹스러웠다.
" 어서 오시게.. "
엉거주춤한 자세로 여동생을 안은 대홍에게 40대중반의 여인이 말을 건넨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대홍은 어색하던 표정이 이내 굳어졌다.
그런 대홍을 여인은 말없이 다가와 흐늑끼는 희정을 토닥이며 대홍을 바라본다.
" 자네.. 참으로 무심한 사람일세.. 10여년을 연락한번 없이... "
" ........ "
" 자.. 어서 들어오시게.. 문앞에 서있지말고. 아버님께 인사드려야지.."
여인은 대홍의 소매를 붙잡고 병실침대가로 데리고 간다.
산소호흡기를 한채 잠들어있는 백발의 노인은 여동생의 모습만큼이나 낮설게 다가왔다.
세상의 그어떤 존재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던 그 굵은 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60대의 여리고 병든 가녀린 모습으로 누워있는 아버지를 대하자..... 대홍은 자신도 알수없는
서러움이 복바쳐 올라오는것을 느끼며 입술을 깨문다 .
" 아... 버..지.. 아버지... 제가 왔어요.. 아버지... "
대홍은 자신도 모르게 침대가로 다가가 잠든 노인네에게 자신이 왔음을...!
이젠...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이젠 아무걱정 마시라고.. 이젠..이 아들이 당신 옆에 있음을...
대홍은 깨문 입술에서 한줄기의 핏방울이 흐를정도로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노인의 얼굴에 자국지어진 줄음을 한동안 바라본다.
" 깨실때 되었어..오빠.. "
" 그래.. 아버님은 조금있으면 깨실테니..그동안 잠시 쉬게..... "
희정의 말에 곁에 서있던 여인도 대홍을 이끌어간다.
병실 한쪽 소파에 앉은 대홍은 오래전에 보았던 얼굴을 볼수있었다.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이자..조언자인 박변호사.
" 대홍이.. 정말 오래간만이네.. "
" 아.. 윤변호사님. .."
" 허허... 날 기억하는구먼.. 그땐... 그런데.. 지금은 정말 몰라보겠군.."
" 네에... 건강하시죠.. 윤변호사님.. "
" 허허.. 나야.. 건강하지..회장님이 ... "
말끝을 흐리며 대홍을 바라보는 박변호사는 10년의 세월이 얼마나 사람을 바뀌게하는지 세삼 느끼고 있었다.
어릴때부터 19년동안 커오는것을 지켜보았는데... 10년의 세월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대홍의 어린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금 앞에 앉아있는 거칠고 강한 한 사내의 모습으로 다가옴에....
" 오..빠. 아빠.. 깨셨어.."
" 으응..? "
희정의 말에 대홍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가로 다가간다.
서리내린듯 하얀 백발의 주름진 노인이 그런 대홍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와 아들.. 부자는 한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를 확인하고있을뿐.....
" 아빠... 오빠에요.. 흑흑~~ 오빠가 왔어요..... "
희정이 대홍의 곁에서 흐늑낀다.
" ..... 저.. 왔습니다. 아버지.. "
" 그래. 잘 왔다. 기다리고 있었다. 전역은..? "
" 네에. 했습니다. "
" 그래. 고맙다.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박변호사를 따라서 사무실로 나가보거라. 내가 박변호사에게 이야기 해놨으니. "
" 오늘은... 병실에 있겠습니다. "
"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넌 걱정하지말고... "
이회장은 옆에 서있는 박변호사에게 대홍을 데리고 가라고 말하고는 지긋이 눈을 잠았다.
버릇이다... 무엇인가를 생각할때는....
" 자.. 가세. 사무실로..... "
" 네에. "
대홍은 박변호사를 따라 병실을 나선다.
세브란스 병원을 나서면서 대홍은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에 대한 느낌에 가슴한구석이 뜨거워지는것이 올라옴에 아랫입술을 깨 문다.
" 대홍이 ."
옆자리에 앉은 박변호사가 특유의 저음으로 대홍을 불렀다.
" 네에..? "
" 자네. 회장님이 무슨일을 하시는지는 알고있지...? "
" 네에. 알고있습니다. "
" 그래.. 회장님의 일은 자네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로.. 그리고 이젠 자네에게 이어지는걸세. 3대째지... "
" 네에.. "
" 그런데.. 자네에게 미안하네. "
" ............"
" 회장님이 전회장님에게 물려받았을때만해도.. 그래도 이나라에서 이병철 다음가는 큰손이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네. 그래서 자네에게 얼굴을 들 낮이 없네. "
" ........... "
"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벗텨왔는데.... 마지막 승부수에서.. 당했어. "
" 당하다니요...? "
" 휴........... "
" 누구에게.....? "
" . . . "
광화문 빌딩에 도착한 대홍은 감개가 무량했다.
10여년전.. 학창시절때 가끔 엄마와 놀러오던 .. 그런 추억의 자국이 남겨진 아버지의 사무실이였기때문이다.
박변호사를 따라 9층 엘리베이터문을 열고 들어서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박변호사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뒤를 따르는 대홍에게 휠끗거리는 눈빛으로 관심을 드러낸다.
그런 눈길에 대홍은 아무런 표정없이 박변호사를 따라 아버지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 자.. 이젠 여기가 자네 사무실이네. "
" .....? "
" 회장님과 이야기 끝난거야. 오늘부터 자네가 신임회장일세. "
" 네에. "
박변호사는 테이블위의 인터폰을 누르고 상대에게 몇가지 지시를 내린다.
" 곧 자네가 데리고 일할 사람들이 인사를 올거야... 자넨 회장님의 핏줄이네. 그런만큼 회장님이 하시던 일을 잘 맡아서 .. 아니 더 크게 발전시킬수 있으리라 믿네. 그럴려면 무엇보다도 아랫사람들을 잘 다스려야 해. "
" 네에. "
잠시후 노크소리와 함께 몇명의 사람들이 사무실안으로 들어섰다.
" 어서들 오게.. 인사드리게나.. 회장님의 자제분이시고. 오늘부로 회장님의 자리를 이어 회사를 이끌어가실 분이시네. "
짧막한 박변호사의 소개가 있자 .. 사람들은 이미 알고있었다는 표정으로 허리를 숙여 대홍에게 인사를 한다.
" 이사람들은 회사의 살림들을 돌보는 사람들이네. 자네도 회사의 일을 잘알고 있으니 더이상 설명은 않겠네. "
" 네에.. "
대홍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앞에 정돈해 서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일일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 잘 부탁드립니다. 이대홍입니다. "
" 아.. 네에.. 잘 부탁드립니다.. 비서실의 이동호입니다. "
" 잘 부탁드립니다. "
" 네에.. 회장님. 저도 잘 부탁드려요.. 윤 민주이에요."
.................
십여명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대홍은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그러자 박변호사의 지시로 이동호란 인물만 남고 나머지는 밖으로 나갔다.
이동호는 가져온 서류파일들을 대홍의 테이블 앞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맞은편에 앉았다.
대홍이 서류파일을 열어 보자.. 이동호는 설명을 시작했다.
" 엄마 "
병실 문이 열리면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상념에 잠겼던 민애는 잠에서 깨듯 고개를 돌려보았다.
" 어.. 어서와. 집에 들렸다 오지.. 학교에서 바로 왔구나.."
교복을 입은채 들어서는 자신의 딸을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 응.. 엄마랑 같이 들어갈려고.. 그런데 언니는...? "
" 응.. 집에 갔어. 오늘은 엄마가 있을려고... "
" 응..그랬구나. 아빠는 좀 어떠셔..? "
" 괜찮아.. 점점 좋아지신다고 의사선생님이 그려셨어... 참.. 윤정아. "
" 응..? 왜..? "
" 윤정이 오빠 왔어. "
" 오빠..? 군에 있다는 대홍이오빠 말이야..? "
" 응. "
" 응.... 그랫구나.. 이젠 우리랑 같이 사는거야..? "
" 그래.. 그런데 윤정이는 안반가워...?"
" 반갑기는 한데..... 좀 그래... "
시무릇해지는 딸아이 얼굴을 보며 민애는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이상 묻지 않았다.
10년전.... 자신의 엄마 자리를 차지한 민애를 인정하지 못해 수없이 싸우다가 집을 나간 대홍의 존재를 딸아이도 아는것기에.
" 윤정아.. 집에 들어가. 오늘은 엄마가 있을테니깐.."
" .. 싫..어. 나혼자는 무서워... "
" 무섭긴... 희정언니도 있고.. 오빠한테도 인사해야지.. "
" 그래도.. 나도 여기있다가.. 내일 엄마랑 같이 갈래..."
" 그..런게 어디있어... 그럼 좀 있다가.. 엄마랑 같이 가자... "
" 정말..? 그런데..병실은..? "
" 간호사언니한테 얘기하고 가면 돼. "
" 응..그래....^^ "
민애는 불안해하는 딸아이를 보며 안스러운 마음으로 한숨을 내쉰다.
하긴... 민애 자신도 불안하다.
10년전 대홍을 처음 보았을때.. 그 막연하게 벽이라 느껴졌던 느낌이 지금은 현실로 확연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낮에 보았던 대홍. 이미 한 청년으로 .. 한 사내로 몰라보게 변해있었다.
다행이 곁에 친동생인 희정이가 대홍을 알아보고 먼저 가슴팍에 안겨 울음을 터트린 덕분에
그분위기에 휩싸여 대홍에게 간신히 몇마디를 했지만.....
준비된 그순간조차도.. 민애에게는 너무나 당황스런 시간들이였다.
희정은 바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화기를 붙잡고 언니에게 오빠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
가정부 아줌마와 함께 직접 수산시장과 할인점을 돌아다니며 대홍이 좋아할 음식들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행이 시장을 다녀오자 벌써 도착한 언니덕분에 희정은 한숨을 돌리고는 거실에 앉아 행복하고 기쁜 가슴을 진정시켰다.
" 드뎌... 오빠가 왔어... 우리 오빠... 와~~ "
희정의 기쁜 탄성에... 언니 유정이 한마디 거든다.
" 호호.. 그렇게 좋아..? 대홍이가 온게..? "
" 그럼. 좋지.. 너무너무.. 내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언니는 안좋아..? "
" 호호... 않좋긴. 나도 너처럼 너무 좋아. "
" 호호.. 그렇지..언니. "
" 그럼..호호...."
유정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짓던 희정은 깜빡 잊었던 한가지를 생각해내고는 급하게 일어나 2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 어머.. 희정아... 왜....? "
" 호호.. 오빠 방 정리하느라고.. 아빠가 얼마전에 가구를 들어놨는데... 그래도 정리하려고.."
" 후후... 그래라.... 호호..."
유정은 모처럼 행복감에 젖어있는 희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맛있는 냄새가 나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대홍이 평창동집에 도착한것은 어둠이 깔릴무렵이였다.
점심무렵시작한 회사 브리핑이 생각보다 오래걸렸고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들려 아버지의 주치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후 민애와 희정과 함께 도착한것이다.
"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
뒷좌석에 기대어 잠든듯 눈을 감고있는 대홍에게 박변호사가 붙여준 운전기사가 말한다.
대홍은 눈을 뜨며 창밖을 잠시보고는 옆자리에 앉은 새엄마인 민애를 쳐다본다.
민애는 대홍의 시선에 그시선을 따라가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며 차에서 내린다.
" 내일 아침 10시에 뵙겠습니다. 회장님. "
" 아.. 그래요. "
밖에서 허리를 숙여인사한 운전기사의 말에 대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민애와 윤정이 들어선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은 들떠있었다.
희정이의 기쁨어린 흥분감과 유정의 잔잔한 흥분감으로 대홍은 행복했다.
10년만의 오누이들이 만난것이다. 그토록 보고팠던.
잠시도 쉬지않고 .. 잠시도 떨어져있지않고... 유정과 희정은 대홍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수다를 떨듯 이야기하고.. 대홍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하지만......그순간만큼 소외받는 여자들이 있었다. 민애와 윤정 ..
이 모녀는 오누이의 행복한 시간속에서 소외되었다.
주방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셋 오누이는 얼굴을 맞대고 밥먹는것도 잊은채 서로를 확인하느라 바빴지만... 두모녀는 그런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조용히 밥을 먹었다.
또 거실로 옮겨진 순간에도 역시 주방과 같았다.
그렇다고... 거실을 벗어날수 없었다.
한가족이 아닌가. 새어머니이고.. 새동생이고.
대홍의 돌아옴을 반겨주고 환영해주어야할 자리인것이다.
애써 웃음을 띠는 민애와 윤정은 소외되는 자리임에도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행복한 오누이의 모습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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