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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수라기(獸羅記) 67번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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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0 회 작성일 23-12-22 23: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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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꾸벅^^; (--)(__)

(4)

“@%$@#”
나호족 최고의 전사라던 사내가 무어라 알아듣기 어려운 함성을 터뜨리면서 적무환에게 쇄도해 들어왔다. 잘 정련된 청강장검을 단단히 거머쥔채 일직선으로 쏘아져 들어오는 나호족의 전사의 두 눈에선 눈빛으로 사람을 살해할 정도의 살광이 줄기줄기 뻗쳐 나왔다. 어이없이 순간적으로 허를 찔러 공주가 적장의 손에 사로잡힌 것에 대한 당혹감과 분노등이 혼재되어 앞뒤 가릴 것 없이 십성의 내력을 검에 주입하여 순식간에 적무환에게 달려왔다.
스으.
대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나호족의 전사의 검이 적무환의 목을 노리고 쏘아져 들어왔다. 파르스르한 검신에 무형의 검기가 응축이 되어 전광석화같이 그어졌다. 흉흉한 위세가 검끝에 배어져 나왔다. 허나, 나호족 전사의 바람과는 달리 그 검이 휘둘러지는 궤도에 놓여있는 것은 적무환의 목이 아니었다.
“커헙!”
검신이 궤적이 급속히 뒤틀리며 나호족의 사내는 거의 수직으로 방향을 틀어 위로 검을 들어올렸다. 적무환이 어느새인지 그 검이 오는 방향에 나호족의 공주를 갖다대고 있었던 것이었다. 애초에 노린바와 달리 검이 향하는 곳에 적의 수괴가 아닌 자신의 상전이 창백히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자 급히 검의 흐름을 꺾었다. 일반적으로 무공의 출.퇴를 거듭한다는 것은 왠만한 무예의 경지에 올라서기까지는 극히 난해한게 일반 통념이었고 나호족 사내도 이에 벗어나지 않았다. 다급한 신음성과 함께 검을 치켜 올렸다. 게다가 그 검의 흐름과는 거의 수직에 가깝게 궤도를 틀었음에 검에 주입된 내력이 상당부분 역류하여 시전자의 내부를 뒤흔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크아아..”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괴성이 나호족 전사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황급히 진기를 거두면서 검초를 강제로 흩트린 것이 나호족 전사를 진탕시켰다. 억지로 몸을 틀어 돌린 나호족 사내의 입에서 시뻘건 선혈이 분수처럼 분사되었다. 허공에 선홍빛의 피보라가 일었다. 나호족 전사는 휘청이면서 신형을 가누지 못하고 달려오던 여력을 주체할 수 없어 상체가 굽혀진채 나호족 공주의 몸에 기대듯 부딪혀 왔다.
퍽!
“끄어억.”
나호족 전사가 공주와 채 부딪히기도 전에 나호족 공주의 옆에서 적무환의 발이 솟아 올라왔다. 발끝을 세워 쳐 올린 적무환의 발에 나호족 전사의 아랫배 쪽이 걸렸다. 나호족 전사의 뱃속을 꿰뚫듯이 적무환의 발은 깊히 그 사내의 뱃속으로 파고 들었고 진기가 역류하여 크게 내장이 뒤흔들린 나호족의 전사는 적무환의 발길질에 정신이 아득해짐과 동시에 허리를 앞으로 꺾으며 뒤로 퉁겨나갔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적무환의 발바닥이 지면을 거세게 찍어 누르며 거구를 땅에서 들어올렸다.
손아귀에 여인의 목을 움켜잡은채 허공으로 떠올랐다 싶은 적무환이 아래로 내려왔고 습지를 박찬 발의 반동으로 들어올려진 다른 쪽 발이 크게 선을 그리면서 발뒤꿈치부터 밑으로 번개같이 떨어졌다. 그 수직선의 끝부분에 걸려 있는 것은 웅크린채 뒤로 물러선 나호족 전사의 머리!
퍼걱!
잘 익은 박이 터져나가는 음향과 함께 허옇고 붉은 액체가 비산하였다. 내려찍은 적무환의 발은 한뼘 가량 지면에 박혀 있었고 바로 그 앞에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머리를 잃어버린 이민족 전사가 엎어져 있었다. 주검에서 터져 나온 핏덩이가 땅을 축축히 적시고 한 손에는 의식을 잃은 여인의 목을 쥔채 굳건히 서서 장내를 노려보는 적무환의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금방 뛰쳐나온 마왕의 현신을 보는 듯 했다.
“@#$%@^#”
“@^&$*”
주춤 주춤 공포감이 담긴 눈으로 나호족의 전사들이 뒤로 엉거주춤하게 물러섰다. 능히 일당백의 전사라 칭함을 받던 그들이지만 지금 적무환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지기에 휘감긴 그들의 작태는 전사들로서의 기개가 거의 사라진 모습이었다.
“&%##$..4#%....$*%^*^%&(%^(*(%^)%”
그나마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떨리는 음색으로 무어라 입을 열었다. 아마도 동료들을 독려하여 다시금 적무환에게 덤빌 것을 종용하는 듯 했다. 채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지만 나호족의 전사들은 손에 들고 있던 병장기를 꽉 움켜쥐었다. 차츰 공포감이 사라지는 기색이 보였다.
“공주..인질...사내놈은 결투하자.”
떠듬 떠듬 서툰 한어로 우두머리가 적무환에게 검을 겨누었다. 애초에 중원인들을 얕잡아 보던 선입관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나호족의 전사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어 이들이 엄청나게 강한 것에 대하여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지난 번 원의 군병들을 칠때에 참전한 그로서는 쉽사리 목을 잃어버리는 허약한 중원인을 생각했었는데 이 자를 비롯하여 이 몇 명의 병사들은 전혀 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계속된 접전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어쩌면 나호족의 정예라 할 수 있는 자신들 모두 여기에서 뼈를 묻어야될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공주가 저 자의 손아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 나호족의 공주는 단순히 부족의 공주뿐만이 아닌 자신과 가정을 꾸리기로 약정이 된 여인이었다. 부족내의 장로 중 한명이 자신의 아버지였고 본인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 자리를 이어받는 것이 관례, 결코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공주를 순순히 저들의 손아귀에 넘겨준다면 그 다음은 무슨 일을 당할지 뻔히 알기에..
적무환은 빤히 자신에게 검을 겨눈 사내를 쳐다 보았다. 처음에는 분노로 인하여 검끝이 미미하게 떨리다가 차츰 안정이 되가고 그 끝에서 정제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적무환은 잡고 있던 공주를 가등에게 넘기고 나호족의 전사와 마주섰다. 육중한 철퇴가 비스듬히 아래로 향한 채 불 같은 안광을 내뿜고 있는 상대의 눈을 마주 보았다.
“크앗!”
기합소리와 함께 사내가 돌진해 들어왔다. 사선으로 검을 틀어잡고 쾌속하게 적무환의 지근거리까지 순식간에 다가온 사내는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검을 그었다. 초식이라기 보다는 기세!
캉!
금속성이 터져나왔다. 빠른 일검을 단순히 철퇴를 들어올리는 동작으로 쳐내고 적무환은 연이어 철퇴를 사내쪽으로 밀어내었다. 나호족의 사내도 검이 철퇴에 퉁겨져 오르자 철퇴를 피해 몸을 띄어 허공에서 한바퀴 공중제비를 돌더니 다시금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 긋는다. 검이 어지러이 휘날린다 싶더니 수개의 잔영이 적무환과 사내 사이에서 흩뿌려지면서 적무환을 덮쳐 내려왔다.
챙..캉..캉..
뒤로 두어발짝 물러서는 적무환은 육중한 쇠붙이를 정제된 형(形)으로 쳐내어 검의 그림자를 하나 하나 지워나갔다. 그런 후 가볍게 정면으로 철퇴를 밀어 넣었다. 나호족의 전사는 절초를 적무환이 쉽게 해소하자 침중히 안색을 굳히고 빠르지 않게 찔러오는 철퇴를 착지하면서 발로 걷어찼다.
적무환은 철퇴를 거두어 들이면서 크게 한발짝 내딛은후 일권을 내질러 나호족 사내의 정강이 부분을 공격하였다. 급히 발을 회수하면서 전사는 검으로 적무환의 팔목어림을 노리면서 검을 사선으로 아래에서 위로 그어 올렸다. 사내의 눈앞에서 거친 기세의 정권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시커먼 그림자가 앞을 막는다 싶더니 위로 쳐들어 아직 방비를 채하지 못한 나호족 전사의 가슴팍에 강렬한 격타음이 터져나왔다.
퍽!
“꾸엑..”
일권을 순간적으로 거두어 들이면서 동시에 적무환은 검의 궤도를 뒤따라 사내의 몸가까이에 접근한 다음 그 여세로 팔꿈치를 돌려서 사내의 가슴을 후려쳤다. 일격을 당한 나호족의 전사가 피무지개를 허공에 뿌리면서 하늘을 날듯이 이장여를 퉁겨져 바닥에 뒹굴었다. 몇바퀴를 구르더니 나호족 전사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그 동작마저 사라졌다. 앞가슴에 움푹 패인 자국이 역력히 보였다. 적무환에게 가격당한 부위의 천조각은 터져 나가 맨살을 그대로 노출시켰는데 그 속살은 새까맣게 변색이 된채 어른 주먹하나만큼 함몰되어 있었다.
나호족의 다른 전사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적무환에게 검을 휘둘렀다. 일순간에 적무환의 주위는 수많은 칼빛이 번뜩이고 왕간과 정자후가 각자의 무기를 빼어들고 마주쳐나갔다.

달빛이 희미하게 지상을 내려쬐는 어둠속, 인영들이 빠른 속도로 행군을 하고 있었다. 거의 뛰다시피 신형을 움직이는 자들에게서 찰캉..찰캉 하는 금속성이 수시로 새어나왔다. 그러기를 거의 한 시진 이상, 어둠속의 그림자들은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 멀리 불빛이 보이자 그제서야 선두쪽의 사내의 구령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리기를 멈추었다.
“전군 정지. 사주경계.”
가등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적무환등과 함께 정찰을 나섰던 병사들이 숨을 고르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은채 고된 다리에서 힘을 빼었다.
“쉬게 하라.”
“전군 휴식.”
적무환의 명령을 복창하여 명을 전달하는 가등, 하지만 그 자신을 휴식을 취하지 않고 잔뜩 긴장한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추격병력을 대비하고 있었다.
“가등, 괜찮아. 쉬게.”
적무환의 권유가 있자 그제서야 가등의 전신에거 팽팽하던 신경이 느슨해졌다.
“금방 오지는 않을게야. 내가 한 말도 있고..”
가등은 적무환이 묵직한 음성으로 말을 하자 허리 어림의 병기에 대고 있던 손을 떼고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왕간. 부상병이 있나 봐주게.”
“경상자 세명이 있습니다만 큰 부상은 아닙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는 적무환, 그도 몸을 나무등걸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였다. 그런 적무환을 바라보는 왕간의 입가가 씰룩였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지만 물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나호족의 잔여 사내들과 공주의 두 시비가 칼을 빼어들고 전장에 뛰어들었고 그에 마주해 왕간등이 부딪혀갔다. 가등은 공주를 잡고 있는지라 전투에 끼어들 상황이 아니었다. 막 서로의 병장기가 섞이기 일보직전에 터져나온 지축을 뒤흔드는 고함.
“갈!”
피아를 막론하고 귀에서 머릿속까지 멍하게 비워버린 적무환의 고함소리에 원의 병사들과 나호족의 전사들 모두는 동작을 멈추고 엉거주춤하게 칼을 든채 적무환을 쳐다보았다. 적무환은 손짓으로 가등을 불렀고 의식을 잃어 가등의 어깨에 늘어져 걸쳐있는 공주를 데리고 적무환에게 다가온 가등은 공주를 적무환에게 넘겨주었다.
적무환은 바닥에 공주를 내려놓고는 호라친을 시켜서 자신의 말을 나호족의 전사들에게 전하고 순순히 공주를 비롯하여 나호족의 사람들을 장내에 남긴채 경계자세로 자리를 물러섰다.
“청(請).”

그러한 왕간의 마음을 아는지 살짝 다물어진 적무환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정자후.”
“예. 조장님.”
“언제가 될 것 같나?”
“글쎄요. 아마 내일 저녁쯤 이지 않겠습니까?”
“그런가?”
왕간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보다는 더더욱 호기심을 부채질하는 뜬금없는 대화에 왕간의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다시 입을 다물고 있는 적무환이 무어라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아 슬며시 정자후에게 다가갔다.
“이보게, 자후”
“왜?”
“도대체 무슨 말인가?”
“뭐가?”
적무환과 마찬가지로 편안한 자세로 몸을 쉬게하는 정자후를 보자 몸이 더 달아올랐다.
“그게 말일세. 도대체 내일 뭐가 온다는 말인가?”
“신(神).”
“신? 무슨 신?”
“나호족의 신.”
“나호족의 신? 아니, 정말 나호족의 신이 있는가?”
정자후는 눈을 뜨고 왕간을 빤히 쳐다보았다. 평소에 좀 아둔한 친구라 생각을 했지만..
“그 여신인, 아니 여무림인을 말하는 것을 모르나?”
“여신인? 아! 그렇군. 그렇지. 음..”
정자후가 다시 눈을 감았다. 왕간을 서둘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을 풀려 재차 정자후에게 질문을 하려했지만 가등의 입이 열리자 입맛을 다시고 주섬 주섬 군장을 다시 꾸렸다.
“전군 정렬.”


동이 틀 무렵 군영에 귀대한 정찰병들은 조장인 적무환이 상급자에게 업무를 보고하려 들어가고 나머지 병사들은 각자 배정된 막사로 들어갔다. 정자후 뒤를 쫄래 쫄래 따라가는 왕간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가득 담겨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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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는 않습니다만..일단 시작을 해야할 듯 싶어서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을 올립니다.
11월 경 제의가 들어와서 한참을 그것 때문에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은 직장을 옮기자고 마음을 먹었죠..
꼭 그 이유뿐 아니라 얼마간 자판에서 손을 떼니까 다시 잡기가 쉽지 않더군요.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립니다. 그리고 인사가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편지를 주신 분들게 일일히 답장을 못해드린 점 역시 사과를 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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