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번역] 세컨드 레이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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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가 좀 지나서 백악관 대통령 식당에서 베라 바빌로바와 노라 자드슨은 점심을 마쳤다.
노라는 오후 일정표를 읽고 있었다.
베라에게 오후의 나머지 일정은 무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넘길 수 있는 것 뿐이었다.
“아, 한 가지 더 있군요. 하며 그녀가 말하였다.
“내일 스케줄을 지금 막 완성하였습니다.
내일은 런던 정상 회담 차 떠나기 전에 지낼 수 있는 마지막 하루이므로 짐을 꾸리는 따위의 자유 시간을 짜기 위해서 훑어 보시는 게 좋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4시 약속 때문에 내일 일정을 일부러 가볍게 짰습니다.
그 전에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싶지 않으실 걸로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다음날의 일정표를 건네주었다.
커피를 마시며 일정표를 손에 든 채 훑어 내려갔다.
4시 일정에서 멈추었다.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었다.
<4시 마리 사데크 박사와의 중요한 약속,
3시 45분 출발, 5시 귀가>
그 글에 그녀는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그녀는 충격 때문에 조용히 앉아 <중요한 약속>이라는 말을 계속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노라 앞에서 내심 평정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머릿속의 컴퓨터가 핑핑 돌며 알렉스 레이진이 알려준 그녀의 의사들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그녀는 그들의 습관과 개성, 외모에 대해서 철저히 교육을 받았었다.
렉스 커밍즈 박사는 물론 백악관의 내과 의사였고, 브라운, 아펠, 스토레프, 사데크는 전문의였다.
그렇다,
사데크는 산부인과 의사라는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중요한 약속이라고 했을 까?
중요한이라는 말로 보면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고 특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일까?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을 모르는 채 맹목적으로 그와 같은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데크 박사의 건, 그건 잊고 있었는데” 하고 베라는 말했다.
노라가 놀라며 쳐다보았다.
“중요하다니, 무슨 중요한 약속일까?
의사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강조한 건가?”
“그렇게 말씀하셨기 대문에 그렇게 적어놓은 것입니다.
이젠 기억나십니까?
모스크바로 떠나기 바로 직전에 말입니다.”
“그래, 기억나는 것 같군.
허지만,,
아무튼 런던에서 돌아올 때까지 연기 할 수 있어.
지금은 너무나도 좌충우돌이야.
그밖에 또 무슨 스케줄이 있지?
마지막 순간까지 할 일도 참 많으니, 연기하면 안되겠어?….”
노라가 참견했다.
“의사께서 이 약속을 주장하셨습니다.
영부인께서도 아주 바라셨던 겁니다.
모스크바로 떠나시기 전에 사데크 박사를 만나셨죠?
그 분께서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다시 뵙고자 했는데 로스엔젠레스로 가시기 전에는 약속하실 수 없어서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 뵙기로 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환자들을 제쳐놓고 내일 약속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정말 중요한 것인지는 영부인께서만 아시는 일이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오늘 확인해 보았을 때 간호원이 테스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스트말이야, 아, 그렇군.”
베라의 목소리는 텅 빈 소리 같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물론…물론 중요한 일이야, 결국 그를 뵈어야 되겠군.”
노라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사라졌다.
그들은 내일 있을 다른 약속에 대하여 간단히 토의했다.
그녀가 떠나고 홀로 있게 되자 베라의 평정이 사라졌다.
그녀는 다시 초조해졌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여태까지는 완벽한 연기를 했었던 것이다.
단지 사데크 박사만이 그녀의 사명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왜 그를 만나러 가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무엇일까?
빌리의 ---아니, 자기 자신의 ---- 산부인과 의사에게 가게 되는 이유를 알아내기까지는 그녀에게 단지 26시간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페트로브 장군은 이것을 긴급한 사태라고 볼 것인가?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그녀는 긴급한 문제에 직면할 경우가 아니면 미국에서 KGB 요원과의 접선을 피하도록 지시를 받았었다.
긴박한 문제가 있다면 바로 이런 문제일 것이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움을 요청하는 접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녀는 마음속에 취해야 할 절차를 되살렸다.
그것은 외부로 통하는 두번의 전화였다.
교환수에게 어떤 번호를 대 주고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려 오면 스미스를 대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교환수에게 맨 마지막 숫자만 바꾸고 또다시 스미스를 대어달라고 한다.
그러면 다시 전화가 잘못 걸렸다고 할 것이ㅏㄷ.
이렇게 하면 그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KGB에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다.
KGB는 백악관 내에 침투되어 있는 비밀 첩보원에게 연락하게 되고 이 상주 첩보원이 곧 그녀에게 접근하여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디즈닐랜드에서 제공해 드립니다.>
그러면 그녀는 그에게 될 수 있는 대로 조용히, 빨리, 그리고 가능한 한 간결하게 그녀의 문제를 알려 준다.
후에 다른 안전한 KGB 첩보원이 그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여 주게 될 것이다.
베라의 손목시계는 노라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는 아직도 20분이 남아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녀는 지체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로 다가갔다.
수화기를 귀에 대고 그 번호를 대주고는 스미스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전화가 잘못 걸렸다는 대답이었다.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똑 같은 절차를 되풀이 하였다.
다른 번호를 다시 댄 것이다.
그녀는 수화기를 떨어뜨리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어디선가, 어떤 방법으론가, 이 사명을 위해 일하고 있는 누군가 동료가 접촉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외롭지가 않았다.
언제, 어떻게 누가 접근해 올지 그녀는 모른다.
단지 신비스럽게도 그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녀는 생각에 잠겨 방안을 왔다갔다 해싿.
너무나도 불안하였다.
그 때, 막 전화벨이 울려왔다.
그녀는 몸을 돌려 전화기로 다가갔다.
“브래드포드 영부인이십니까?”
프랑스어 액센트의 남자 목소리였다.
“그런데요?”
“저는 주방 요리 책임자 모리스입니다.”
“안녕하세요, 모리스.”
“방해가 되어 죄송합니다만, 오늘밤 만찬 메뉴를 저화 함께 검토해 주시겠습니까?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필요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메뉴는 당신에게 맡기겠으니 제일 좋다고 생각되는 것으로 준비해요.”
“죄송합니다만, 메인 코스는 즐거우실 거예요.
그것은 디즈닐랜드에서 제공해 드립니다.”
처음에는 거의 알아듣지 못했으나 < 디즈닐랜드에서 제공해 드립니다 >라는 암호문이 재빠르게 지껄여졌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그 프랑스인 요리가사!
그녀는 수화기를 귀에 꼭 대고 송화기를 입에 바싹 대었다.
“전 모르겠어요, 모리스,
아주 특별 요리인 것 같군요.
결국 의논을 해야 되겠군요.
당신 메뉴를 즉시 가져오도록 해요.
대통령 거실에 있겠어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그녀는 힘이 빠짐을 느꼈다.
가슴 설레이며 그녀는 급히 침실로 향했다.
노라에게 잠시 늦을 것이라고 알리도록 사라양을 내보내고 나서 그녀는 스웨터로 갈아입었다.
스웨터의 목을 세우고 있을 때 짤막하게 여러 번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인사 없이 요리사를 맞아들이고 조심해서 문을 닫고 그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그녀는 그의 정강이에 닿을 정도로 의자를 바싹 끌어당기고 앉았다.
“오늘밤 메뉴인가요?”
그녀는 그에게 나지막이 말해싿.
“저의 제안은요….”
하고 그는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해싿.
“무슨 말씀이든 잘 듣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어요.”
그녀는 속삭였다.
“어서 말씀하십시오.”
“예기치 않은 의사와의 약속이 몇 주전에 이루어졌어요.”
그녀는 속삭이듯 말해싿.
“산부인과 의사 마리 사데크 박사의 진찰을 받지 않으면 안돼요.”
“마리 사데크 박사요.”
하고 그도 반복했다.
“내일 오후 4시입니다.
15분 일찍 백악관을 떠나게 됩니다.
중요한 약속이래요.
전에 몇 가지 테스트를 받았고, 왜 진찰을 받는 건지, 어떻게 해야 될 지 알지 않으면 안돼요.
그걸 모르고선 중대한 실수를 저지를 거예요.”
그녀 옆의 피둥피둥한 얼굴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모든 것을 알지 않으면 안되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보고하겠습니ㅏㄷ.”
“그리고 또 한 가지 있습니다. “
하고 베라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의사가 내부 검사를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는 전에 여러 번 대통령 부인의 질 내부 검사를 실시했대요.
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어요.
산부인과 의사에게 그것은 개인차가 있을 것이고 탐정에게 지문과도 같은 증거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산부인과 의사가 이렇게 함으로써 한 여자의 기관과 다른 여자의 기관과의 차이를 어느 정도까지 구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질의 크기나 조직결이 대통령 부인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의심을 살 수도 있지요.
사데크 박사의 진찰을 받지 않게 된다면 좋겠어요.
알겠어요, 모리스?”
“잘 알겠습니다, 부인.”
그가 신음하듯 말하며 일어섰다.
“모든 것이 오늘 밤으로 처리될 것입니다.
오전 중으로 통고 받으실 겁니다.
걱정마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고마워요. 모리스”
그는 인사를 하고 비틀거리며 침실 밖으로 나갔다.
그날 밤 늦게 그녀와 앤드류가 잠자리에 들어서야 그녀는 그 문제 생각이 났다.
그녀가 먼저 침대 속에 들어가 앤드류를 기다리다가 무심코 정상회담 문제를 꺼내었다.
“소련인들에 대한 준비는 다 되었나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아니, 아직은. 하지만 곧 준비가 될 것이오.”
하고 그는 파자마 단추를 채우며 말했다.
“이제 그들은 함께 자리에 누워 불을 껐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그녀의 젖꼭지에 키스하고 한쪽 젖가슴을 만지작거렸다.
“당신 내일 일로 초조하구먼.”
그가 말했다.
“약간은요.”
그는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난 걱정하지 않아.
사데크 박사는 유명한 의사인데 뭘.”
“걱정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어떤 여자든지 산부인과 의사의 진찰을 받기 전에는 조금은 걱정이 되나 봐요.
자동적인 것이네, 많이 걱정되지 ㄴ않아요.”
그녀는 좀 더 정보를 알아내려 했다.
“당신은요?”
“물론 걱정하지 않아.”
그는 그의 베개로 돌라가 누웠다.
“기다려 봅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의사를 믿읍시다. 잘자요.”
“잘 자요.”
그녀는 힘없이 말했다.
무슨 의미일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뜻을 모르고 있으니 좌절감과 함께 무서워졌다.
더욱 걱정스러워질 때 위로가 되는 딴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알게 되리라
이 순간에도 KGB는 찾아내고 있으리라.
그 정보원들은 결코 놓치는 일이 없다.
무엇인가를 찾고자 할 때면 그들은 반드시 찾아내고야 마는 것이다.
그들은 모든 걸 알아내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는 백악관에 투입 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지금 여기 백악관에, 미국 대통령 침실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사데크 박사 진찰을 받게 되는 이유를 그녀에게 알려주고자 행동을 개시했으니 내일 오전까지는 그녀에게 알려올 것이다.
그녀는 더욱 안심이 되어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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