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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미/번역] 세컨드 레이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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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58 회 작성일 23-12-22 15: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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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마치 가파르고 끝 없는 계단을 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빌리 브래드포드는 머릿 속은 깨어 있었지만 눈은 아직도 감겨 있었다.
이마 뒷골이 핑 하니 아프고 두뇌는 수렁 속에 빠져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쓰디쓴 뒷맛과 함께 말라붙어 있다.

그녀는 두통이 사라지고 머리가 맑게 개이기를 바라며 눈을 감고 있었다.
잠시 후 가만히 누워 있으니 두통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수렁 속을 빠져 나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정신이 들고 있었다.
그녀는 어디에 와 있는지, 그날이 무슨 날인지, 그리고 어디로 가게 되어있는지 생각이 되살아 났다.
그녀는 아침 5시에 일어나 고국을 향해 모스크바를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녀는 눈을 뜨고 베개에서 고개를 돌려 침대 머리맡 시계를 보았다.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행히도 늦잠을 자지 않은 것이다.
자명종이 울리기에는 아직도 한 시간이 남아있다.
한 시간을 더 잘 수가 있다.

몸을 웅크리고 좀 더 쉬기 위하여 눈을 감으려 할 때, 무엇인지 이상한 생각이 스쳤다.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시계였다.
빨간 가죽케이스에 든, 그녀가 알고 있던 작은 여행용 시계가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호두나무 테를 한 커다란 시계였다.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그녀의 비서 사라양이 들어와 다른 시계로 대치해 놓은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그녀는 베개에서 머리를 옮겨 침실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이 방은 모스크바에서 그녀가 머무르고있던 호텔 특별실의 자기 침실이 아니라는 것을 즉시 깨달았다.
벽지로부터 현대가구에 이르기까지, 침대 판에 이르기까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당황하여 일어나 앉았다.
그러나 다른 것들은 낯익은 것이었다.
손가락에 낀 결혼 반지며, 녹색 나이트 가운이랑, 마룻바닥에 떨어진 슬리퍼, 의자에 걸쳐진 그녀의 터어키 모직 의상, 이 모든 것이 낯익은 것이었다.

그러나 방은 확실히 그녀의 방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어젯밤 술에 너무 취해서 자기 방에 데려오지 못하여 대신 노라의 잠자리에 들게 된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럴 리 없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 때 옆방으로부터 불분명하나, 두 사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두 사람이 거실에 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비밀 경호원들일까?
그녀는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왜 그녀가 이 다른 방에 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마침내 그녀는 침대에서 뛰쳐 나와 슬리퍼를 신고 의상을 들어 걸쳤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다시 그녀를 긴장시켰다.
그 목소리가 이상하고 주위 환경에 어리둥절하여 그녀는 침실을 떠나 거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처음에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지 못했다.
다만 전에 본 적이 없는 또 하나의 다른 방을 보았을 뿐이다.

그 때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보였다.
그들은 그녀 왼쪽으로 약간 뒤 쪽에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놀랐다.
그 두 사람 중 어느 하나도 그녀의 비밀 경호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러시아인들로 보였다.
하나는 낯 익고 또 하나는 전혀 낯선 사람이었다.
그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자기는 또 무엇을 하고 있고?
그녀는 그들을 응시하여 이 이상한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 지 몰랐다.

그러자 팔걸이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이 그녀를 알아차리고 상대방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그녀를 돌아다보았다.
낯익은 사람은 지난 3일 동안 그녀의 통역이었던 러시아인 알렉스 레이진이었다.
또 한 사람은 키가 작고 뚱뚱하며 날카로운 작은 눈을 가진 사람으로 전에 본 적이 없었다.
이제 두 사람이 다 일어섰다.

“아, 브래드포드 여사.”하고 뚱뚱한 사람이 말했다.
“우리는 영부인께서 깨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빌리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레이진에게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어떻게 된 것이에요?”
그녀의 몸짓은 거실 전체를 휘젓는 듯했다.
“어떻게 내가 이 곳에 와 있는지 모르겠군요.”

레이진이 앞으로 나서며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하고 사과하듯 말을 꺼내었다.

뚱뚱한 사나이가 손을 들고 가로막으며 말했다.
“제가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레이진, 커피 좀 갖다 드리지.”

그 말에 복종하여 레이진은 급히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리로 오십시오.”하고 뚱보가 말하며 벽난로가에 놓여 있는 두 개의 옅은 베이지색 소파로 갔다.
어리둥절한 채 그녀는 그를 따라갔다.
“앉으시지요.”하고 그가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 반항하려 했으나 옷자락을 무릎에 모으며 앉았다.
뚱보는 그녀를 굽어보고 서 있었다.
그는 나지막하나 거친 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계속했다.
“아마 당황하셨을 겁니다.”
“그러다 뿐인가요?”하고 빌리는 화를 내며 말했다.
“이건 전혀…”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죠?” 뚱보가 가로채었다.
“통할 겁니다. 통하죠. 제 소개를 해 드리죠. 저는 이반 페트로브 장군입니다. 저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아니요.”

그는 주머니 속에서 그의 신분증을 꺼내어 그녀 앞에 내밀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의 사진 옆에 쓰인 세 개의 커다란 머릿 글자를 짚으며 라고 말했다.
그녀는 신분증을 들여다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저는 이 곳 비밀 경찰 KGB 국장입니다.”
하고 그는 신분증을 주머니 속에 도로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제가 당신의 의문점에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시겠죠?
당신은 지금 크레믈린 궁의 귀빈실에 와 계십니다.
어떻게 이 곳에 오게 되었냐구요?
우리가 어젯밤 당신을 호텔로부터 옮겨 이 곳에 모셔온 것이죠.”

“당신네… 당신네들이 어쨌다구요?”
“이곳으로 옮겨 모셔 왔습니다.”
하고 페트로브는 참을성 있게 되풀이 했다.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모르시겠지만…”

“잠깐!” 하고 빌리는 불끈 화를 내었다.
“당신네들이 나를 납치했다, 그 말인가요?”

페트로브는 약간 움찔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빌리도 소스라치게 놀라 거의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내가 잠들어 있을 때 나를 납치 유괴했다. 그 말인가요? 그럴 수가, 도대체 감히 어느 누가…”
그녀는 말을 더듬거렸다.
“내게… 내게 약을 타서 마시게 하지 않고서야, 아니 내게 약물을 먹였단 말인가요?”
“물론이죠.” 하고 페트로브는 당연하다는 어조로 대답했다.
“연회석상에서 샴페인과 함께.”
“미쳤어요?”하고 빌리는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높았다.
“완전히 미쳤군! 남편이 들으며…”
“브래드포드 여사, 당신 남편은 듣지 못할 겁니다.”
페트로브가 분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틀림없이 듣지 못할 것이오.”

그녀는 말문이 막혀 전혀 어쩔 줄 몰랐다.

그 때, 레이진이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레이진씨,”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주세요. 사실일 리 만무하니 말이에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페트로브의 뒤쪽으로 물러갔다.

그녀는 다시 페트로브를 바라보았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겠지. 그렇죠,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지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오, 사실입니다.” 하고 그는 단조롭게 말했다.

“그럴 리가 없지. 나를 납치하다니. 아무도 퍼스트 레이디를 납치할 수는 없지. 미치지 않고서야, 당신네들은 미쳤음에 틀림없어. 어떻게 될지 그 결과를 아시나요? 알아요?
무엇을 바라는 거죠? 몸값인가요?
아니면 협박 강탈이요?
대통령에게 협박하려는 것인가요?
아무 소용 없을 거예요. 믿을 수 없는 일이예요 .
전혀 미친 짓이지, 말해 봐요, 무엇을 바라는 것이지.
우리 그것을 해결해 보자구요.
몇 시간이면 나는 비행기를 타야 해요. 우리는 오늘 아침 8시에 떠날 예정이니까.”

“오전 8시가 지난 지 오래 되었습니다.”라고 페트로브도 침착하게 말했다.
“지금은 오후 4시입니다. 귀하의 비행기는 이미 여러 시간 전에 떠났습니다.”
“떠나지 않을 거요. 비행기는 내가 없인 떠나지 않을 거예요.”
“당신 말씀은 아주 옳은 얘기이기도 합니다.” 페트로브가 말했다.
“공군 제 1호기는 브래드포드여사께서 탑승하지 않으면 떠나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그랬죠.
틀림없이 떠나지는 않을 겁니ㅏㄷ.
말씀 드립니다만---브래드포드 여사는 분명히 그 비행기에 탔으니 말입니다.”

그녀는 영문을 몰라 그를 뚫어지게 주시하고만 있었다.
“귀하는 아직도 영문을 모르고 계시다는 걸 알겠습니다.“
페트로브도 계속 말을 이었다.
“솔직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이해하게 될 것이고 저는 갈 수가 있겠죠.
저는 오늘 하루 바쁜 사람입니다.
제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더 의문 나는 점이 있으시다면 레이진이 대신 대답해 드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브래드포드 여사, 귀하의 남편과 저의 수상께서는 다음 주에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가지게 됩니다.
세계평화에 영향을 주는 많은 문제가 달려 있습니다.
귀하의 남편께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우리를 대하게 될 것인지를 아는 것이 우리에겐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이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백악관에 귀하의 남편 생각에 은밀히 통하거나 접근할 수 있는 비밀 스파이를 투입 시키고자 했던 것이죠.
이것은 흔히 있는 일로서 귀국의 CIA에서도 종종 이용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다행히도 그러한 스파이의 필요성을 예상했었습니다.
거의 3년 전 귀하가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는 그러한 스파이 계획을 시작했습니다.
우연히도 우리는 이 곳 소련에서 꼭 당신처럼 생긴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뭐, 나와 꼭 같이 생겼다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사람은 지문과도 같아서 꼭 같은 사람이란 이 세상에 없는 법이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고 그도 말을 이었다.
“제 말씀을 믿으십시오. 아주 있을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가 우연히 발견한 그 젊은 여성은 당신을 빼놓고는 말 할 수 가 없습니다.
똑 같은 얼굴과 똑 같은 몸매에 완전한 영어를 하죠.
몇 가지 상이점이 있긴 했지만 해결되었지요.
우리는 끈기 있게 3년을 보내면서 그 여자를 당신의 대역으로 훈련시켰습니다.”

“나의 대역으로?” 빌리는 정말 아연실색했다.
“절대, 소용없을 거예요. 소용없다니까요.” 빌리는 우겼다.

그녀는 다시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난 믿을 수 없어요.”

그녀는 페트로브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날, 나를 어쩌자는 거죠? 나를 어찌 하자는 건가요?”

“아무것도, 전혀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브래드포드 여사, 귀하의 생명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야만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안전합니다.
우리는 귀하를 약 2주 동안 이 크레믈린 궁전 안에 외부와 단절시켜 둘 것입니다.
우리의 스파이가 – 그 여자를 세컨드 레이디라고 부릅시다—그녀가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동안 말입니다.
우리가 승리를 거두고 나면 정상회담 마지막 날 당신을 되돌려 보내드릴 것입니다.
런던으로 비행기를 태워 당신을 당신 대역과 교체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남편과 함께 귀국하게 될 것이며 아무도 그것을 모를 겁니다.”

“아무도 모른다고?” 빌리가 외쳤다.
“당신은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폭로할 겁니다.
남편과 모든 사람에게 말하겠어요.
지붕 꼭대기에서 소리쳐 외칠 것이예요.”

“그러지 마십시오. 브래드포드 여사, 당신 자신을 위해서 그러시지 않는게 좋을 겁니다.”
페트로브가 말했다.

“당신은 당신 남편이 당신 말을 믿으리라고 생각합니까?
어느 누구라도 – 당신이 말했듯이 – 그런 미친, 정신 나간 소리를 믿어 주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 스스로가 우리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믿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가 믿겠습니까?
만약 당신이 한 오라기 증거도 없이 괴이하고도 이상한 이야기를 계속한다면 당신의 남편을 세상 앞에 난처하게 만들 것입니다.
당신은 끝장나게 될 겁니다.
정신 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말걸요…
브래드포드 여사, 고국에 돌아가면 잠자코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마치 그런 일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폭로될 걱정은 전혀 없습니다.
우리 계획의 바로 그 대담성과 그것을 믿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우리는 안전한 것입니다.”

페트로브는 커피 테이블에서 담뱃갑을 들어 꼭 들어맞는 더블 자켓 속주머니에 집어넣고
“이제는 가 봐야 되겠습니다.” 하고 그녀에게 말했다.
“레이진이 당신을 편히 모시게 될 겁니다.
무엇이든 하며 지내시길 바랍니다.
자실 건 자시고, 주무시고 싶으면 주무시고, 운동이든 독서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당신이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면 아무런 해도 없을 겁니다.”
페트로브의 얼굴이 위협조로 변했다.

“탈출하려고 하거나 외부로 말을 새게 하려고 한다면 편치 못하고 고생을 겪게 될 겁니다.
당신 자신을 위해서 일시적인 운명과 잠깐 동안의 휴가에 적응하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만사가 잘 될 겁니다.
정당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레이진씨가 그것을 제공 해 들릴 겁니다.
제가 직접 이따금씩 들러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문쪽으로 걸어갔다.

빌리도 그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결코 무난히 성공하지는 못할 거야.”

그는 가버렸다.

알렉스 레이진이 앞으로 다가와 그녀가 앉아 있는 건너편 소파 끝에 어정쩡하게 앉았다.
그녀의 당황한 시선이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
“당신도… 이 일에 가담되었나요? 당신은 어제, 그제도 꽤 좋은 분 같았는데 말예요.”

“오늘도 마찬가집니다.”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 일에 가담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도 할 수 이고,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일에 반대입니다.
저는 그것이 잔인 무도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KGB의 일입니다.
저는 KGB가 아닙니다.
저는 하는 수 없이 그들의 일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제가 반 미국인이기 때문이겠죠.
저의 어머니는 미국인이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자랐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께서 저를 이 곳으로 데려오셨죠.”

“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느냐구요? 저는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구요.
그것은 절대 다시 묻지 않기를 바라는 질문입니다.
한 때 저널리스트로 워싱턴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죄가 없었는데도 간첩죄를 쓰게 되었죠.
미국에서 추방되었습니다.”

“나를 도와준다면 남편에게 말해서 돌아가게 해드릴 수 있어요.”
“도와드려요? 어떻게?
당신은 지금 크레믈린 궁전 요새 안에 갇히어 있습니다.
감시를 받고 있는 겁니다.
탈출하려 한데도 너무나 위험합니다.
제 말을 믿어 주십시오. 도와드리고 싶습니다만….”

“탈출하는 게 아니예요.” 그녀가 말했다.
“누구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미국 대사나 누구에게…”

레이진이 그녀의 말을 가로채었다.
“그 분은 제 말을 믿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믿는다 해도 어떻게 당신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 분이 이 곳에 오셔도 전혀 찾지 못할 겁니다.
그 때는 당신께서 이미 모스크바 밖 멀리 떠나 있게 될 테니까요.
저 자신에 관해서는 제가 알려줬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다면 저는 총살대 앞에서 결말을 보게 될 겁니다.
당신을 풀어드리고자 하는 어떤 움직임도 허사일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녀는 약하게 말하며 잠시 멈췄다.
“그들이 정말 나를 이주일이면 보낼까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를 해치지는 않을까요?”
“해칠 이유가 없겠지요. 당신이 무사히 살아 남는 것이 그들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될 것이니까요.
당신으로부터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컨드 레이디가 모르는… 어떤 그런 것 말입니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무사히 귀국하게 될 것입니다.”





한편 베라 바빌로바 --- 세컨드 레이디 ---는 미국으로 돌아와서 아무런 검사도 받지 않았다.
받을 리가 없었다.
그녀 자신이 바로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인 빌리 브래드포드였기 때문이다.

밤이 되어 그녀는 더블베드에 들어가 승리감이 불타오름을 느꼈다.
알렉스에게 감사했다.
그녀의 스승 알렉스는 자기가 가르쳐 준 학생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으리라.
이 순간 그녀는 하루 종일 알렉스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물론 그는 이해하여 줄 것이다.

그녀는 노라가 타이프로 쳐 놓은 내일의 스케줄을 집어들었다.
그녀의 스케줄은 오후 늦게 로스앤젤레스로 출발하기 때문에 가법게 되어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려 할 때 대통령이 들어왔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려 몸을 굽히자 그녀는 스케줄 메모를 옆으로 던졌다.
그는 상의를 벗고 넥타이를 풀며 여행에 관하여 물었다.

“재미 있었소? 소련 친구들이 잘 대접해 주었는지?”
“아주 잘해 주었어요. 보드카에다 이만저만한 대접이 아니었어요.”

그는 계속 옷을 벗으며 물었다.
“키레첸코 수상을 만나 보았소?”
“멀리서만 보았죠. 여자들끼리 보내는 시간 뿐이었는 걸요.
수상 부인과는 여러 번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래? 그 여잔 어땠어요?”
“믿을 수 없을 만큼 가정 부인 같았어요.
일개 약삭 빠른 요리사에 불과한데 생각할 건 뭐 있어요.”
“그렇다고 들었지.”

그는 푸른 색 반바지를 벗고 맨몸이 되었다.
그녀는 쳐다보려 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녀에게 익숙해 있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의 몸을 살펴보았다.
알렉스 같지는 않았지만 그 나이로 봐서는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가 어떻게 사랑을 구하게 될지는 결코 모를 일이다.
그녀와의 성행위가 허용될 때쯤이면 본래의 아내가 돌아와 있게 될 테니까.
미국 대통령의 남성은 레이진처럼 단단한 것 같지는 않게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침대 속으로 들어왔다.
팔 안으로 그녀를 끌어들여 키스를 했다.
“빌리 당신이 그리웠어.”하고 그가 속삭였다.
“제가 더 그리웠어요. 다아링.” 하고 그녀도 받았다.

그는 그녀의 볼과 목덜미에 애무를 퍼부으며 나이트 가운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한쪽 젖가슴을 가볍게 주물렀다. 놀랍게도 그녀는 젖꼭지가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흥분시키면 어떡해요, 다아링.”그녀가 말했다.
“그래서는 안되지.” 그는 손을 빼며 말했다.
“거기 아래는 어때?”
“좀 나아졌어요.”하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잘 됐어, 괜찮아지겠지. 참고 있을 수 없는 걸.
정말 우린 참고 견딜 필요가 없는지도 몰라.”
“하지만… 의사의 지시인걸요.”
“하긴 그렇군 그래, 하루하루 날짜와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겠어.”
“저도 역시 그래요.”

그는 뒤로 물러나 베개를 베며 말했다.
“정말 괴롭군.”

그는 그녀에게서 좀 떨어져 모로 돌아눕더니 곧 가볍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 베라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그와의 첫날밤을 무사히 넘기게 된 것이다.
그녀는 그에게 등을 돌리고 모로 누워 베개에 대고 미소를 지었다.

단 한가지 모레 있을 빌리의 아버지와의 상봉,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시련인 것이다.
오늘처럼 그 시련을 넘기고 나면 순풍에 돛을 달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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