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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먼동(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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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7 회 작성일 23-12-22 09: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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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16)

여관에 오기 전부터,그러니까 여관에 오게 된 것이 난영이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기때문이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술을 많이 마시는 난영이었다.

-괜찮겠어?

-오늘은 좀 마시고 싶어요.그래도 되죠?

조금 걱정스러운 대기의 만류에도 난영은 계속 마셔댄다.

난영의 아버지인 허만구의 죽음은 난영의 집에 상당한 공백을 가져온 것이 틀림없었으나,그가남긴 과수원과 상당한 농지는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다.

난영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송시영이 운영하는 회사에 입사했다.당시 육십년대 말에 시골에서 여자가 대학을 생각한다는 것이 그리 용이한 일은 아니어서 그녀는 상업고에 들어갔었고,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게 된 것이었다.

처음 송시영의 회사에 경리로 입사하였으나 난영의 뛰어난 외모를 본 송시영이 자신의 수행 비서로 만들었다.그리고 둘은 결혼하게 된다. 당시 송시영은 상처하고 아들 하나가 있는 홀애비였다. 그 아들이 송만석인 것이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게 된 난영은 자신의 동생인 허기영을 서울의 고등학교에 응시토록했고 둘은 같이 생활하게 된다.주말에 어머니가 있는 평택을 오가는 생활을 하였다.
게다가 난영이 스믈 셋에 송시영 회장과 결혼하고 동생 허기영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송시영의 집에 같이 살게되었기 때문에 김성순은 외손주인 김만구와 둘이만 살게되었던 것이다.

-남들은 어떻게 말할지 모르지만…당시엔 말도 많았어요.제가 스물 셋에 민주 아빠는 서른 일곱 이었고 게다가 일곱살짜리 애까지 딸린 홀애비…돈 때문이라느니…임신을 해서 할 수 없이 결혼 한다느니 하는…하지만 당시에 저는 민주 아빠를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 것이고 다른 것은 없었어요.

-그리고 당시에 조금은 서둘러 결혼한 이유 중엔 어머니 때문이기도 했었죠…저만 마시니까 이상해요. 한 잔 건배해요.

그 때 까지 담배만 피워대던 대기에게 한 잔을 권하는 난영의 표정에 쓸쓸함이 배어나온다.

-어머니 때문에 서둘러 결혼했다는 것은 무슨 말이야?

묵묵히 듣기만 하던 대기가 난영에게 묻는다.

-그러니까 그 때 무슨 일이었는지 저 혼자서 평택에 가게 되었는데…아 맞다.그 때는 주말이 아니고 평일이었는데,그래서 기영이하고 같이 가지않고 혼자서 갔어요. 좀 늦은 밤이었던 거 같은데..아마 밤 아홉시? 그런데 대문이 열려있었고…그래서 무심코 들어서서 현관문을 여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휴우…그 때 그걸 보지 말아야 하는데..아님 그 때 안으로 들어가서 따지던가 해서 말렸어야 하는데..그랬다면 이런 일은 없을지도 몰랐는데..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그 소리는 안 방에서 나는 소리였는데…그래요 안방 문이 반 쯤은 열려있었으니까…성순아…성순이는 제 엄마 이름 이거든요,근데 조카인 만구가 그것도 당시에
열 일곱살 밖에 먹지않은 만구가 자기한테는 할머니가 되는 우리 엄마의 이름을 부르는 거예요.
처음엔,아니 전 계속해서 잘못들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후…그런데 그게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아니 계속해서…우두커니서서 정말 정신이 나간 상태로 현관에 서 있었어요.그 때 어떤 식으로든 했어야 하는데….

-성순아,그럼 내가 네 서방이고 성순이는 내 마누라야? 조카가 확인하듯 세 번인가를 물었고 어머닌 똑같이 대답하는 거예요.네 서방님. 그래요 이젠 만구씨가 제 남편이고 저는 만구씨의 각시가 되는 거예요.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내 귀가 잘못된 것이지…근데 아니었어요.

-저는 꼼짝을 못하고…정말이지 그 땐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우두커니 서서 들었어요

길게 한 숨을 들이신뒤 난영은 두 잔을 연거푸 들이 마신다.두 눈엔 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혀있다.
대기는 자신의 잔을 비운 뒤 가득 술을 따라 난영에게 준다. 난영이 그 잔 마져 마신 뒤 역시 술을 따라서 대기에게 준다.


-근데 할머니는 정말 아기 낳을거야?
- 또 할머니라고 그런다. 서방님하고 저하고 둘이 있을 땐 그 말 안하기로 약속했잖아요.

-알았어,정말 낳을거야?

-그럼요.당연히 낳아야죠.서방님의 애인데….당연히 낳아야죠.우린 정식으로 혼인은 하지 않았지만 둘이서 결혼식을 치른 부부니까 그래서 임신한 아이니까 저는 낳을거예요.

-그래도 이상하잖아? 할머니가 손주의 애를 낳는다는 것이..그리고 여자가 나이를 먹고 아이를 낳을려면 위험하다던데.
-왜 서방님은 아기 낳는게 싫으세요?
-아니,난 좋아..다만 할머니가 위험하다니까 그렇지.
-고마워요,저를 생각해서 그렇다니 정말 고마
워요.그리고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이제 마흔 하나인데 뭐 걱정없이 잘 낳을거예요.보다시피 몸도 건강하고.
-난영이 이모하고 기영이 삼촌이 알면 어떡할까?
-휴우,어쩔 수 없죠..이젠 애를 뗄 수도 없고..우리 멀리 이사 갈까요.
-그럴까? 어디로?

-제주도나 뭐 다른데요.부산 같은 데도 좋고.
-근데 내가 때리면 애 한테는 괞찮을까? 이젠 나도 버릇이 돼서 안 때릴 수도 없고…안 할려고 해도 그거할 땐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
-괜찮아요.그 정도로는 아무 걱정마셔요.그리고 배가 아닌 엉덩인데요 뭐.

-정말 괜찮을까?

-그럼요,사실 저도 서방님이 때려주지 않으면 흥분이 잘 안돼요.

-그래? 그 말 들으니까 나 흥분된다. 이놈이 아우성이야. 달래줘야겠어.할머니 손주 자지 좀 빨아줘라.

-아이 자긴 또 할머니래,서방님이 할머니라고 하면 내가 너무 늙은 것 같아 싫은데.

-난 할머니라고 해야 더 흥분돼.할머니 내거 좀 빨아 줘
-싫어요,할머니라고 하면 이젠 안할거야
-어허 또 그런다. 성순이 너 또 맞고싶어서 그러지?
-아녜요,서방님이 할머니라고 그래서 그래요.

-오호 내가 모를 줄 알고? 이리로 와서 엉덩이 내밀어,어서
-…
-성순아 잘못했으면 맞아야지?

-몇 대 때리실거예요?

-몇 대? 내가 만족할 때까지..자 엉덩이를 대고 옳지…숫자 잘 세어야지?

-철썩..아흑,하나….철 썩..아흑,둘…

-이젠 말 잘 들을거야?

-예,서방님 성순이는 서방님 말씀을 잘 들을께요,


-후우 이 십 년이나 지났는데 한 마디도 잊지않고 기억한다는게 나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해요.아마 그 때 받은 충격이 너무 컸나봐요.마치 오분 전에 들은 것보다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왜 너무 충격을 받으면 아예 기억을 못하던가 더욱 생생하던가 그런다잖아요.차라리 기억이 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저는 밖으로 나왔어요. 그리곤 정신없이 서울로 왔고…그 후론 엄마를 볼 수가…볼 자신이 없었어요. 마치 내가 잘못한 사람처럼 엄마를 볼 용기가 없었죠. 하긴 보아서는 안되는 것을 보았으니 잘못이라면…근데 하필이면 조카의 애를..자신한텐 외손주의 애를..물론 십 년 이상을 혼자서 그것도 자식 둘 모두 집을 나가고,그래서 외롭고 힘들고..저도 이제 그런 정도는 이해 할 수 있지
만..그러나 백 번을 이해하려고 해도..이건 좀,아니 너무나 지나친..이건 그 누구한테도 말을 못했어요…근데 대기씨한테..미안해요 이런 이야기를 해서…하지만 나로선 한 번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지않으면 내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미안해요.

-후우 근데 대기씨,참 이상해요.울 엄마도 자식이 딸린 홀아비에게 시집갔고,저도 그렇고…게다가 나이어린 남자와 정분이 나고…후우..그거 알아요.저희 엄마 메조인거…사실 엄마가 맞아야 흥분된다는 거..제가 그 말 듣기 오래전부터 둘이 그랬던거 같아요. 그 전에도 주말에 가보면 몸에 멍투성이 일 때가 많았어요.어떤 때는 얼굴에도 멍이 들어 있었죠. 그 땐 몰랐는데 그게 아마 조카가 때려서 그랬던 거 같아요.그 후로도 그랬으니까.근데 그것마져도 엄마를 닮은거 있죠.좋은거 다 놔두고서 하필 그런 것만 닮아서…나 나쁜 여자죠? 후우 그래도 저를 미워하시면 안돼요? 대기씨.

-그럼 그 후론 전혀 어머니를 만나지 않았던 거야?

대기도 어느덧 취해 있었다.
끊어지듯 이어지고 이어지다 끊어지는 난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중간 중간에 마시던 술이 두 박스를 넘어섰다.

-엄만 그 일이 있은 후 두 달 후에 어디론가 이사를 갔어요.조카하고 둘이서…아니 뱃속의 아이까지 셋이서요.제가 결혼하고 보름도 되지 않아서요. 그리고 삼년 전에 우연히 아는 사람에게서 이야길 들었죠.대구에서 음식점을 하는걸 봤다고..그래서 찾아갔어요.그 때 보고 일 년에 한 번 정도로 보다가…최근에 어려운 일이 있다며 과수원을 팔자고 찾아온거예요.제 동생 기영이는
몰라요.기영이는 둘을 좋아하지 않으니까…하긴 나도 좋아하지는…모르겠어요,내 감정이 어떤건지 나 자신도…하지만 과수원은 기영이하고 나,그리고 엄마 셋의 명으로 되어 있어서 기영이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기영이한테 말할 자신도 없고…그래서 차라리 내가 과수원을 사고 그 돈을 드리는게 나을거 같기도하고…어떡하겠어요,엄마도 애가 둘이나 있고…그래도 다행인 것은
조카가 엄마한테 잘해주는 거 같으니까 고맙기도 하고…나 너무 취해서 졸려요,


밖에는 어둠이 한창일 때 난영의 술마심이 끝났고 이야기도 끝이났다.난영은 앉은 자리에서 엎드려 골아떨어졌다.대기는 난영을 침대에 뉘이고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워물었다. 왠지모를 허탈함이 연기에 스며들어 허공으로 날아간다.



요즈음 송만석이 무척 바빠졌다.
만석의 아버지 송시영 회장이 치료차 떠난지도 육 개월이 되었지만 들리는 이야기는 상당히 비관적이었다. 병이 호전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반면 만석은 부회장의 직무를 잘 수행하였다.아니 이젠 실질적인 회장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송회장이 평소 인맥관리라든가 주변 관리를 잘해 놓은 덕도 보고있었고,송회장의 말대로 만석의 뛰어난 재질도 한 몫 하고 있었다.재계의 무서운
청년. 미래의 재계 판도를 바꿀 사나이.송만석의 닉네임 이었다.

만석은 요즘 종합건설회사 설립에 메달리고 있었다.한 달에 한 번씩 미국에 가서 병문안 겸 결재를 받던 것도 요즘은 하지않았다.송회장이 만석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대기도 바빠졌다.만석이 부회장실로 부르는 일이 많아졌고 업무량도 늘었다.대기의 집무실에 직원도 늘었다.두 명이던 직원이 다섯으로 늘었다.


-아까 동생 분이 찾아오셨다가 방금 내려가셨어요.

부회장실에 갓다가 돌아온 대기에게 민혜경 과장이 보고한다.
스물 아홉의 노처녀. 미국에서 이 년 공부하고 돌아온 엠비에이 석사 인텔리 아가씨지만 섹기가 흐르는 듯한 인상의 아가씨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서른 한살의 노처녀였는데 호적이 잘못된 거라며 스물 아홉을 주장하는 여자로 얼마전까진 대리였는데 그 녀의 뛰어난 영어 실력에 반한 대기가 과장으로 승진시킨 여자였다.

-동생?

-예,준혜씨라고 이사님 바로 아래 동생이라고..이사님 여동생이 둘이라면서요? 저하고 한참 이야기하며 기다리다 안오시길래 밑에 카페에서 기다린다고 방금 나갔어요.참 미인 이던데…올해 대학 이 학년 이라면서요.

대기에게 참으로 살굿게 구는 여자였다.대기와 말할 기회만 주어지면 놓치지않는 폼이 예사로운 감정이 아닌 듯 했다.

-훗,동생이라.

웃음지며 카페에 들어선 대기를 반기는 것은 대기의 누나 조준혜였다.
대기에겐 동생이 없다.다만 누나가 둘이 있을 뿐이다. 대학 이학년에 다니는 스물 한 살의 준혜와 열 아홉 살의 상미가 그들이다.

-후후 동생이 왠 일이야?

-뭐?…호호호 내가 장난 좀 했어.대기 네가 여기 이사님이고 전에 말했잖아,여기 서울에서는 나이가 스물 셋이라고. 그래 스물 한 살인 내가 당연히 동생이고 대기가 오빠가 맞을거 같아서.

-근데 어쩐 일이야? 여기 회사까지 다오고.

-으응,미안해 회사엔 오지않을려고 했는데..괜히 피해주면 안될거 같아서

-아냐, 괜찮아. 피해는 무슨..무슨 일 있어?

-대기야 어쩜 좋니,흑흑흑

이야기를 하다말고 갑자기 흐느끼며 우는 준혜에게서 대기는 직감적으로 집에 큰일이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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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후ㅜㅜㅜㅜㅜ 어떡하다 여기까지왔나?

오긴왔는데...할말은 많고....진도는 안나가고...흑흑흑

어떤 분 말씀대로 천천히..가다보면 뭔가 보이겠죠. 너무 느리다고 욕하진 마세요. 즐감들 하세요.

늦어도 가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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