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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창작] 수라기(獸羅記) 57번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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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53 회 작성일 23-12-21 23: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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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장 탈(脫)

(1)

“으으..”
귀기울여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미약한 신음성, 가늘은 음색을 보아 여인의 것으로 보이는 희미한 소리가 떨리듯 꿈틀거리는 유백색의 웅크린 동체에서 새어나왔다. 진득하게 느껴지는 고통의 울림이 담겨있는 침음을 흘리는 사람, 유가형은 침상위에서 전신의 진이 다 빠져나간 듯 미미하게 교구를 꿈틀거릴뿐 발가벗은 싱그러운 여체는 흥건히 젖은 몸을 가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다.
물속의 해초가 하늘 거리는 모양으로 침상위에 어지러히 흩어진 검은 머릿결은 반짝이는 윤기가 체액에 젖어 헝클어져 있어 얼마 되지 않은 그 무엇이 무척이나 격렬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 다리를 가슴쪽으로 끌어당겨 웅크린 자세를 취한 유가형은 아래에서 번져나가는 극심한 통증에 다리를 오무리지 못하고 양쪽의 다리를 채 포개지 않아 소중한 그녀의 비소를 훤히 드러내었다. 일그러진 여체의 아랫도리의 속살이 기묘한 형태로 회음에 취하여 움찔거리고 거대한 사내의 흉기가 드나드는 동안 벌어진 질의 근육은 미처 그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로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 탁한 황백색의 액체가 점점히 흘러내렸다. 사내, 아환이 토해넣은 정액은 유가형의 비처 깊숙한 곳에서 조금씩 흘러나와서 붉게 충혈된 유가형의 음열을 지나서 짖이겨진 일부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와 섞여 뽀얀 둔부에 붉고 흰 선을 그리며 침상에 차츰 차츰 고여갔다.

한쪽, 창가에서 양팔의 팔짱을 끼고 창밖을 바라보는 엄청난 체구의 아환은 시선을 푸른 하늘로 돌려 허공의 한점에 눈을 고정시켰다. 그 초점에 아무 것도 없는 걸로 보아 아환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 깊은 생각을 하는 중으로 보였다. 미미하게 움직이는 가슴의 근육이 아니라면 고정되어 있는 동상으로 보일만큼 구리빛 근육으로 뒤덮인 벗은 상반신을 점심 무렵의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탄탄히 자리잡은 복근으로 내려오면 검은 실타래 같은 머릿결이 보였다. 흰 또다른 여체가 아환이 서있는 그 아래 부근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얼굴을 아환의 하체에 파묻고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인, 악서령의 고개가 전후진을 반복하면서 타액에 젖어 번들거리는 굵은 남근이 나타났다 이내 악서령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채 입에 다 들어가기엔 너무나 크고 굵었지만 할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입을 벌려 사내를 머금고 있는 악서령은 정성을 다하여 아환의 아래에서 입과 혀를 놀리고 있었다.
일다경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아환은 고개를 숙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한쪽 손을 턱에 잠시 갖다대고는 골몰히 그 어떤 것을 생각하던 아환은 입을 열었다.
“남궁비와 석영의 호법을 서라.”
멈칫, 악서령의 동작이 정지했다. 악서령은 스르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벗어놓은 옷가지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칠흑의 머리카락이 사르르 악서령의 어깨를 덮어 허리어림까지 내려온 상태에서 한들거렸다. 한걸음 한걸음 작은 발이 움직이면서 탄력있는 둔부를 씰룩였다. 참을 수 없는 매혹을 자아내는 악서령의 교태에 불끈 욕정이 솟아오르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었다. 악서령은 하나 하나 의복을 걸치고는 발소리를 죽여 객실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악서령이 객실을 나간지 거의 한시진이 가까워졌다. 길다면 길다 할 수 있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가지도 객실안의 정경은 변함이 없었다. 악서령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꿈틀거림이 멎고 잠에 빠져든 유가형이나 창가에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아환이나 그 위치, 그 자세를 풀지 않고 시진을 보내었다.
번쩍! 시퍼런 불빛이 옅은 음영이 깔린 객실안에 번뜩였다. 아환은 눈을 뜨고서 발을 침상쪽으로 향하였다. 아직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 그대로 인지라 가운데 아래에 달려 있는 덜렁거리는 양물이 아환의 발걸음에 따라 이리 저리 부딪혔다. 침상위에 걸터 앉은 아환은 손을 뻗어 유가형의 나신으로 가져갔다. 유가형의 매끈한 등쪽에 아환은 장심을 붙이고는 진기를 운용하였다. 무상심결, 그 어떠한 내가진기와도 조화를 이루는 내공심결로 진기를 일주천한후 서서히 유가형의 경맥으로 진기를 불어넣었다.
“으음..”
나직한 신음과 함께 하얀 육체가 꿈틀였다. 정신을 회복하나 보았다. 아환은 장심을 떼지 않고 계속 진기를 주입시켰다. 창대한 진기의 흐름이 느릿 느릿 유가형의 경락을 흐르며 혼란상태의 유가형의 육체에 어느 정도 활기를 일으켰다. 그로부터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르자 마침내 유가형은 눈을 떴다.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이성의 가닥이 유가형의 뇌리속에 자리잡고 반개한 유가형의 눈에 하얀 침상의 이불보가 눈에 들어왔다.
‘..으음..여기가 어디..’”아흑!”
정신을 차리고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서 조금씩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유가형의 머리를 일시간에 마비시키는 아래에서 올라오는 엄청난 아픔에 작은 입을 열어 짧은 비명을 토해내었다. 순식간에 눈에 눈물이 핑돌 정도로 심한 통증이 비처에서 번져나갔다. 산산히 몸의 한부분이 부서져 나간 것 같은 느낌에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면서 다리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다리가 움직이며 마찰을 일으키고 비열의 부어오른 속살과 파열된 질구 부위의 쓰라림에 유가형은 헛바람을 들이키며 거세게 머리를 흔들었다.
“악!”
“일어났군.”
무심한 사내의 굵은 저음이 고통에 진저리를 치고 있는 유가형의 귓가로 파고 들었다. 반사적으로 치켜 올려 고개를 돌리자 맨 처음 유가형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검붉은 힘줄이 불룩 불룩 솟아 오른 아환의 양물이었다. 그 와중에도 못볼 것을 본 마냥 질끈 눈을 감아 시선을 외면하였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아환의 음성에 유가형은 가까스로 눈길을 들어올려 그 음성이 나온 진원을 찾았다.
“뭘 새삼스럽게..”
“이 나쁜..악마 같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앙이 되어 말을 채 맺지 못하고 부르르 떨면서 원독이 가득찬 눈을 아환을 향해 돌렸다.
“악마? 후후후..”
“당장 그 웃음을 멈춰요! 어찌 그대가..그대가..”
“내가 어째서? 이것을 원한 것이 아니었던가?”
“닥쳐욧! 어떻게 그런 말을..내게 이런 짓을..”
“좋은 몸을 가졌더군. 과연 난화성녀야. 큿큿큿”
“그 입 닥치지 못해요!”
“아주 좋았어. 그 야들야들한 몸뚱이하며, 매끈한 살결하며, 조여대는 거시기하며, 어디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걸..”
“이잌!”
휘잇!
짝!
치밀어 오르는 분을 참지 못하고 유가형의 손이 하얀 선을 그리면서 아환의 뺨으로 날아가 강렬한 타격음을 내었다. 공력이 들어가 있지는 않아도 노기에 앞뒤 가릴 것 없이 휘두른 것이라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아환의 고개가 조금 옆으로 돌아가고 곧 그 볼위로 붉은 손자국이 일어났다. 외공 역시 내공 못지 않게 갖추고 있는 아환인지라 탄탄한 살갗을 갖고 있어 부어오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국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
오히려 때린 유가형이 흠칫 하는 모습이었다. 갑작스럽게 치밀어 오르는 울화에 뺨을 올려 붙였지만 아환의 목이 돌아가고 손이 가 닿았던 자리에 붉은 기운이 솟자 유가형은 내심 당황하였다. 그러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전신을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허나 내친 걸음, 여기서 약세를 보이고 싶지 않은 묘한 반발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 파렴치한 인간! 무림의 협객으로서 부끄..헙!”
계속 공세를 나가려는 유가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직시하는 아환의 눈초리가 자신의 동공 깊은 곳을 산산히 헤집듯이 파고 들자 헛바람을 들이키며 말을 멈추었다. 아무런 감정이 실려 있지 않은 냉정한 눈빛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조금전까지 느물거리던 아환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신을 강간할 때의 그 싸늘한 기도가 아환의 몸에서 뭉클 뭉클 솟아났다. 그러면서 그 싸늘한 기세에 더하여 아환의 주위로 번져나가는 무형의 위엄. 지금 아환은 황제의를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마음을 정심하게 하고 주변에 복종을 강요하는 가히 절대의 기도가 아환의 전신에서 은연중에 배어나왔다.
체격만 해도 칠척, 앉아 있어도 고개를 들어야 보일 정도로 거대한 체구에 무형의 기도가 뿜어져 나와 채 정돈이 되어 있지 않은 유가형의 심기를 압박하였다. 천적을 만난 미물처럼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에 유가형은 무의식적으로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수많은 밧줄이 자신의 몸을 칭칭 동여맨 것처럼 꼼짝할 수 없는 지경에 접어들은 유가형의 눈빛에 두려움이 묻어났다.
공포! 또 강제로 다리를 벌려야 하는가? 저 아래에 달려 있는 무지막지한 살덩이가 여린 속살을 갈기갈기 짓이기며 나의 영혼을 조각조각 내려는가? 헤어날 수 없는 아득함이 유가형을 더더욱 압박하였다.
이런 배경에는 유가형의 성장과정도 한몫을 하고 있었다. 비록 무림의 여인이 세속의 예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하여도 그것은 일반 무림여걸의 일이지 어려서부터 의가의 가문에서 태어났고 그 의가가 유림의 명가에서 파생된 후예라면 그 입장자체가 틀렸다. 어려서 명가의 후예로서 무(武)보다는 예를 중시하고 그 체질인 내미지상에 걸맞은 순종의 미덕을 강요받았다. 여인으로서 정조를 가르침받았고 몸을 허락한 상대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라는 어쩌면 고루할 정도의 경직된 가치관을 부여받았다. 유가형은 남궁비, 천하의 절세기재이며 준미한 명문의 후손과 혼담이 이루어지고 그 날을 손꼽아 설레이며 기다렸는데 뜻밖의 일로 순결을 잃고는 그 본질적인 사고 방식 자체가 흔들렸다. 게다가 그토록 기다렸던 정혼자는 남자가 아니고..
유가형의 혼란스러움은 맹목적으로 그 기댈 곳을 찾아들게 하였고 당장 그녀의 지침목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아환 밖에 없었다. 허나, 그 사내는 자신의 의동생과 뜨거운 관계 중이었고 분노와 당혹이 혼재된 상태에서 더해지는 믿었던 사람의 폭력이 유가형의 이성을 온통 헝클어 버렸다.
“유. 가. 형!”
지금이라도 저 사내의 입에서 잘못했다는 사과의 말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보듬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차라리 이 모든 것이 한순간의 꿈이라면 좋겠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저 냉정한 사내는 왜 저리도 견디기 힘든 눈빛을 내게 보내는가?
“유. 가. 형!”
미처 유가형이 아환의 말을 듣지 못하여 반응이 없자 아환은 또다시 유가형의 이름을 또박 또박 한자 한자 내뱉듯이 말했다. 그제서야 번뜩 정신을 차린 유가형의 선연한 붉은 입술이 벌려질 듯 하다가 파르르 떨렸다.
“나는 내 것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아. 그 누구라도 나의 것을 빼앗을 수 없어.”
“...”
두툼하고 굳은 살이 잔뜩 박혀있는 손이 보드라운 유가형의 목을 감아쥐었다. 그리고 유가형의 눈앞으로 바짝 다가오는 커다란 사내의 얼굴.
“너! 유가형은 나의 소유야. 넌 내 것이다.”
쿵!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돌이 유가형의 마음에 떨어졌다. 유가형의 마음은 그만큼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였다. 아득한 절망이 그녀를 휘감았지만 현재의 그녀는 그 어두움을 헤칠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이율배반적으로 고개를 쳐드는 묘한 감정..안도감인가? 아니면..

* * * * *

계속 시간이 흘러 미시 무렵, 아환과 제갈수란은 객점을 나섰다. 오시가 조금 넘어 제갈수란이 객점으로 돌아왔고 아환에게 태산의 동행을 요구하자 아환은 순순히 수긍을 하고는 제갈수란을 따라 나섰다. 간단한 옷가지와 상점에 들려서 몇가지 생각한 준비물을 산 후 아환은 곧장 제갈수란에게 길을 떠나자고 하였고 제갈수란은 동의를 하였다.
아무래도 지리를 잘 모르는 지라 제갈수란과 같이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였고 제갈수란이 과거에 한 자신의 말인 ‘사화 모두가 당신의 여인이 될 것이라는 말’ 기묘하게 돌려 말했기에 자연스럽게 둘은 발걸음을 태산으로 돌렸다.
출발 전, 유가형은 어두운 안색으로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고는 이 곳, 선라현에 있는 성의전의 분타라 할 수 있는 의방으로 가서 요양을 한다 했다. 아직 상세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남궁비와 석영이 같이 그 곳으로 가서 치유를 한다고 하였고 악서령은 사화지연에 참가하므로 돌보지 못해 맡긴 홍홍과 청청을 데리고 화산으로 돌아간다면서 성의전의 분타로 발을 돌렸다.
제갈수란은 그동안 제갈세가와 여러 정파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몇곳에 파발을 띄워 현황을 간략히 설명을 하여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런 후 마필을 구매하여 객점에 돌아와서 다시 한번 아환에게 종용을 하였고 마침내 아환과 함께 장보도에 그려져 있는 장소로 길을 떠났다.

익숙한 솜시로 말을 모는 제갈수란에 비하여 아환은 영 말을 타는 것이 어색하여 안장에 거의 몸을 뉘이고는 진기로 신형을 가볍게 하여 제갈수란의 말에 의하여 끌려가는 형태를 보였다. 그러면서 둘은 계속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서둘러야 겠어요. 흑천의 인물들은 벌써 상부에까지 이를 보고하였을 거예요. 만약 그 보물이 유명사신의 마공이나 기타 사악한 이물이라면, 그래서 그 마물들이 흑천의 손아귀에 들어간다면 무림은 피바람에 휩싸일 것이예요. 어서 우리도 행동을 빨리하여 그들을 막아야해요.”
“그렇군. 듣고보니 그들이 그 것을 취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겠군. 빨리 태산으로 갑시다.”
“흑천도 쉽지는 않을 거예요. 유명사신 혁사락의 무예의 원류가 그 서찰에 나와 있는 것처럼 유령신(幽靈神) 모간이라면 간단히 유물을 취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유령신에 대하여 모르시나요?”
“유령신이 누구요?”
“무림에 대한 지식이 별로 많지 않군요. 유령신은 약 이백년전 그 당시 무림을 진동시킨 절세의 고수예요. 비록 그 위명은 고금육천에 올라있지 않다 하더라도 상당한 위명을 날린 고수입니다. 그는 마공외에 또 한방면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그게 바로 기관진학이죠.”
“그렇다면..”
“맞아요. 유령신이 자신의 동부를 만들면서 쉽게 다른 이들이 침범하는 것을 용이할 리 없겠죠. 그러자면 기관지학의 대가가 동원되어야 하고 따라서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 잖소?”
“저도 나름대로는 준비를 하였어요. 동악인 태산은 산동성, 황보세가가 그 패권을 쥐고 있어요. 황보세가에 도움을 청하여 흑천의 움직임을 방해하면 되요.”
“황보세가? 지금 황보세가라 하였소?”
“예. 무슨 문제가 있나요?”
“황보세가는 믿을 수 있는 곳이오?”
“그건..솔직히 황보세가가 범상치 않은 동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예요. 무언가를 감추고 있을 지도..”
“혹 황보세가가 흑천에 포섭되어 있을 가능성은 없소?”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요.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리 쉽게 마각을 드러내지는 못할 거예요. 그 문제는 이번의 요청을 황보가가 어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죠.”
“흠..”
“해가 지기 전에 빨리 이 산을 넘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노숙을 할 수 밖에 없어요.”
“말을 잘 타지 못하여 미안하오.”
“할 수 없죠.이랴!”

대화가 끊긴채 한참을 달려 산을 막 넘어서려 할때에는 이미 해가 산을 넘어가 어두운 기운이 슬금슬금 대지를 잠식하고 있을때였다.
“이런..해가 지는 군.”
“조금 속도를 빨리 할께요. 잘 붙어있어요.이럇!”
박차를 가하여 속도를 높여서 달려나갔지만 제갈수란의 마음과는 달리 순식간에 깜깜한 암흑이 산을 뒤덮었다. 관도를 따라 말을 달렸지만 산길을 어찌할 수 없는 짙은 어둠에 둘은 행마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은 급하였지만 별다른 도리 없이 하룻밤을 노숙을 정한 아환과 제갈수란은 서둘러 몸을 뉘일만한 장소를 찾았다. 구름에 가린 달빛이 은은하게 밤을 비추어 둘의 시야를 가리지는 못하여 곧 그들은 적당한 장소를 찾아내었고 아환은 숲으로 들어가서 땔감을 구해와서 조그맣게 모닥불을 피워 올렸다.
육포 몇조각과 만두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손을 씻은 후 모닥불에 서로를 마주보면서 둘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탁 탁 타오르는 나뭇가지 건너 불빛에 그윽하게 보이는 천고의 절색인 제갈수란의 청순하면서도 교태로운 용모가 아환에게 은근한 욕정을 불러 일으켰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아래로 깔아 모닥불을 쳐다보는 제갈수란의 소녀 같은 귀여운 아름다움이 마음을 뒤흔드는 것을 느끼고는 아환은 입을 열었다.
“고금육천이 뭐요?”
“아! 고금육천이요? 아까 낮에 제가 그 말을 꺼내었죠? 고금육천이라 함은 원시무림부터 지금까지 인간으로서 가장 높은 위치까지 오른 절대라 할 수 있는 여섯의 신인을 말함이예요. 고금육천을 알고 있는 이들도 강호에는 그리 많지 않아요. 좀 이름 있는 문파의 장로급이나 그것을 입에 담지..”

고금육천(古今六天)

원시무림이 시작된 후 현 원의 토곤테무르까지 기천년의 시간 동안 전설로 알려진 수 많은 기인들 중 최강이라 평가 받는 육인의 절대 초인들. 북위 태화 19년(서기 495년)에 설립된 소림에 삼십여년후 선종을 전파하러온 천축의 보리달마의 출현시점으로 전이천과 후삼천으로 나누어 진다.

전이천(前二天)

무조(武祖)
그 명호대로 무림에 무예를 가장 처음 창시한 초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무조가 창조한 무예들이 수많은 갈래로 뻗어져 이후의 무림을 만들었다 전해졌다. 허나 그 무예가 어떠한 것인지 그 원류는 누구에게 이어졌는지 등은 알려져 있지 않다.

천마(天魔) 방각
마예의 원조. 각종 이술의 창시자로서 타고난 천재성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패도적인 무예로 무림을 일통한 첫번째의 인물. 수많은 사마공이 그의 손에서 창출되었고 워낙 호승심이 강하고 용맹한 기세로 인하여 전신(戰神)이라고도 불리운 지고무상한 초인이다.

- 달마(達魔, 達摩)
보리달마라 불리기도 하는 인간의 경지를 넘어섰다 평함을 받는 선승으로서 소림의 사찰에 선종을 전하면서 천축의 무예를 전하여 현 무림의 무예의 근원을 이루었다 칭하여지는 고승. 그에 의해 창시된 소림칠십이종절예는 현 무림의 최고 무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후삼천(後三天)

건곤무적(乾坤無敵)
‘하늘과 땅 사이에 적이 없다’라는 광오한 말을 들을 정도로 초강의 무예로 당시 최상이라는 오대문파의 수장을 차례로 굴복시키며 그 무위를 천하에 떨친 인물. 고금육천 중 그 누구보다도 무림에 알려져 있지 않아 그 이름 자체가 생소한 이들도 있으나 외가계열의 무예의 한계를 넘어 또다른 경지를 개척한 초인.

귀곡자(鬼谷子)
단지 이 귀곡자에 대하여 알려진 것은 고매한 학식을 지닌 현자(賢者)들 사이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제갈세가의 후예라 알려져 있다. 그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늙은 노인의 모습으로 도(道)를 이루어 천기를 읽는다 한다. 무예를 익혔는지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하늘을 뒤덮을 능력을 갖고 있다 한다.

장삼풍(張三豊, 혹은 장삼봉)
일반 서민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무당의 창시자가 아닌 무당의 도관을 집대성한 인물. 소림의 출신이라는 설과 송나라 조광윤의 진전을 이어받았다는 설이 있는 초고수. 송나라 말기의 인물로 가장 최근의 초인이었다. 현 신주오존인 정허의 사조로 알려져 있다. 일설에는 우화등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아요.”
간략하지만 여러 정황을 깃들인 제갈수란의 설명이 끝났다. 자기가 아는 한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 아환에게 최대한의 지식을 전달하려 애쓴 기색이 역력히 보였다. 멍하니 잦아들어가는 모닥불빛 건너로 오물거리며 말을 내뱉는 제갈수란을 멍하니 쳐다보던 아환은 제갈수란의 말이 끝나고 그녀 역시 아환을 빤히 쳐다보자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 정신이 들었는지 헛기침을 하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험험..”

---------- ------------- ------------------ - ---------------------

그리 길지 않습니다.
오늘 경악할 만한 무협하나, 환타지 하나를 읽었습니다. 우연히 자료실에 들어갔다가 어느 분이 요청 자료에 ‘투명드래곤’하고 ‘혈무신’이란 글의 요청이 올라와서 그 댓글을 주욱 읽다가 호기심에 들어갔는데...아궁..더 이상 말을 못드리겠습니다.

(사족쓰는 재미로 수라기를 쓰는 것은 아닌지..^^;)
아마 이번 장이 마지막 장이 될 듯 싶네요. 그다음은 3부로 넘어가겠죠.
올해가 가기 전 여태까지 썼던 것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겠습니다. 다시 읽으니 영..ㅜ.ㅜ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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