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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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part 1
정말 세상이 인재를 몰라주더군.
이 능력좋은 내가 직장에서 잘렸다면 아마 주위 사람들이 놀라겠지?
도대체 날 자른 인사부 간부놈들은 눈탱이에 눈깔이 제대로 박히기나 한거냐구…
어쨌거나 잘렸고 이렇게 빈둥빈둥 집에서 뒹굴고만 있으니 내가봐도 한심한건 어쩔수가 없더라구,,
마누라 등쌀은 견뎌낼수 있지만 곧 태어날 이세를 위해서도 이럼 않돼지..
이력서 들고 집에서 나오긴 했는데 영 갈데가 없네…
할수 없이 pc방에가서 스타나하면서 시간 때워야지…으그 정말 인간 불쌍해지네!
-자리하나 주세요
겜방 알바놈은 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양아치 같이 생긴 놈이더군, 짜식 재수없게 생겨가지고..
-재떨이 드려요?
보면 모르냐.
…………..에구 이넘의 스타까지 날 우롱하는군. 배틀을 내리 4판째 지고 있으니.
이것도 지겨워져서 인터넷을 뒤졌어.
검색할것도 지지리도 없더군, 회사 다닐땐 그나마 시간 때우기라도 되더니…
인터넷 사랑방에 들어가니 구인광고란이 대문짝하게 보이더구만… 호기심에 이리훌쩍 저리훌쩍 뒤져봐도 날 반겨줄 직장은 없는 것 같더라구.
그래도 볼게 없어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살피는데 좀 만만한게 눈에 들어오드만..
“사무-영업직 00체인점본부 경기지사(pc능통자)”
뭐 내가 이래뵈도 컴퓨터는 곧잘 만지지…
삼성a/s에서 근무한적도 있고. 암튼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겜방을 나왔지.
재수없게 생긴 올백 알바가 벌써가냐는듯 쳐다보더군.
나도 재수없게 한번 씨익 웃어주고 나왔지. 따라웃긴 짜식..
핸드폰으로 방금 메모한 회사번호로 전활 걸었어.
쾌활한 목소리의 여자가 전활 받더군.
대략 위치와 근무조건을 묻고 전활 끊었어. 오후에 오라더군. 사장이 지금 없다나..
오후까진 아직도 두시간이나 남아서 만화방엘 들어갔지.
그런데 말야..요즘 만화방엔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속있는 성인만화는 없더라구.
갑자기 기분 나빠지는거 있지. 뭐 화끈하게 그림좀 그리면 어때서…뜹!
여차여차해서 오후가 되었어. 전철타기 귀찮아서 택시타고 일러준 곳으로 가니
생각보다 찾기쉽더라구.
5층이구만…올라가다 화장실에 들러서 머리랑 옷좀 반듯하게 한뒤 심호흡한번 했지.
누구집 자식인지 정말 잘생겼네…그나저나 넥타일 안맺네.
“똑똑”
노크를 하고 사무실 문을 열었어.
에어컨 바람이 얼굴에 확 닿더군. 으미 시원한거,,,
-어떻게 오셨어요?
바로 사무실 문 앞쪽에 앉아있던 통통한 여자가 묻더군.
-면접 보러 왔는데요.
-잠시 여기 앉아 기다리세요.
소파에 앉아서 사무실 안을 쭉 훓어봤어.생각보다 괜찮데…
건물도 깨끗하고…직원은 방금 봤던 통통한 여직원밖에 안보이네?
-사장님이 지금 밑에 잠깐 내려가셨거든요…조금만 기다리시면 되는데…
차라도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긴 어떤일을 하는 회사죠?
아까 설명을 잘 못들어서…
-여긴 생맥주 체인점 모집하는 회사에요. 자세한 설명은 사장님이해주실거에요.
-아..네
그럼 내가 할일은 뭐란 말이여…졸라 궁금해졌다.
직원이 그쪽 혼자냐고 물어볼 찰나 문이 벌컥 열렸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신사 였다.
사장인가 보군,,,
곧이어 난 사장실에서 면담을 하게 되었다.
열심히 써온 이력서는 보는둥 마는둥 하더니, 출장이 자주 있는데 상관 없냐구 물어왔다.
ㅋㅋ…좋지! 출장….. 농땡이 피우는데 자신있냐고 묻는말이나 다름 없잖은가…
애써 벌어지는 입을 굳게 닫으며 상관없다고 말했다.
사장은 내가 할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프렌차이즈 사업을 하는 회산데 아직 체인점이 많이 퍼져있지 않아 앞으로 여러지역으로 퍼뜨리는게 급선무란다.
-영업을 하는건가요?
-영업? 그렇다구 할수 있지요. 하지만 기본급이 없진 않아요.
사장은 기본급 110에 수당 25%를 제시했다.
물론 보너스도 있었다.
난 근무조건도 까다롭지 않고 사장이란 인간도 그리 깐깐해보이지 않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사실 당장 아쉬운건 내쪽이었으니까...
-그런데 여기 직원분들은 몇이나 되나요?
-3명입니다. 전문 영업파트는 따로 있구요.
-아,,밖에 있는 분이랑…저랑…사장님 말씀입니까?
-아니요. 나는 제외하고 말이죠. 오늘 월차라서 한명은 안나왔어요.
-네…
하기야, 직원이 넘 많아도 좋진않다.
최소 내 밥그릇은 챙겨놔야 되니까..
내일부터 9시까지 출근하란 말을 듣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집에올땐 택시를 탈수 없었다. 돈이 부족해서…전철을 타고 의기양양하게
집에 들어갔다.
집에오니 아내는 tv를 보고 있었다.
-밥줘
-이시간 까지 밥도 안먹고 어딜 돌아다녔어?
-직장 구하러 다녔지 여편네야..
-구했어?
-낼부터 출근한다. 사무 영업직이야..
-어떤회산데? 월급은?
-아 배고프다잖아. 밥부터 차려라..
-……알았어...반찬 별로없다. 투정부리지마!
내 와이프는 나보다 두살어린 28살이다.
지금 임신 5개월째로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제법 돈을 번다.
하기야 내가 그녀를 택한 이유중에 한가지지만…
연애결혼을 해서인지 그래도 제법 친하게(?) 지낸다.
사실 난 섹스를 좋아해서 신혼부터 밤마다 그녀를 못살게 굴곤 했는데
막상 임신을 하자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나 말고 친구 상철이도 자기 와이프가 임신하자 그랬다고 하더라마는…..
샤워를 하고 조금 이른 저녁을 먹었다.
낼 출근할 때 입을 옷좀 다려달라고 하고 난 일찍 잠자리에 들어버렸다.
와이프가 뭔가 질문을 하려하는 것 같아 일부러 방문을 쾅 닫아 버렸다.
오늘 돌아다닌게 그래도 힘이 들었긴 했나보다…어쨌든 이번 직장은 별탈없이
잘 다녀야 할텐데…
전철이 아침에 이리 붐비는걸 예전엔 왜 몰랐었을까…
그것도 하필 첫출근하는 아침에 느껴버린 이 복잡함이란…!
겨우 내릴때가 되어 출구앞에있는 사람들을 밀치며 손잡이를 잡았다.
으잉…왠걸? 내 옆에 제법 눈에띄는 여자가 내릴준비를 하고 서있는것이었다.
곁눈질로 살펴보니 옷도 제법 잘입었네. 옅은화장에 은근히 풍겨오는 향수냄새가
내 후각을 자극했다.
-내릴실 문은…
전철문이 열렸다. 난 아쉬움을 달래고 전철에서 내려 게단을 올랐다.
전철역에서 회사까지는 얼마 되지않았다.
큰 사거리를 지나 두번째 골목길에 우리 사무실건물이 있는데 오늘보니 제법 멋져보인다.
그런데 문득 옆을보니 아까 전철역에서 본 그 아가씨가 핸드백을 들고 내 옆을 지나치는 것 아닌가?
‘오메 다리 잘빠졌네… ‘
난 그녀의 정장 사이로 살짝드러난 종아리에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걸 느꼈다.
여자의 신체부위중에서 내가 선호하는곳 첫번째가 다리다.
‘얼레’
그녀가 우리 회사 건물로 들어가는것이었다.
나도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띵동-
문이 열리고 나와 그녀 둘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5층을 누르려는 내손보다 그녀의 손이 빨랐다.
‘혹시’
그녀가 나를 한번 쓰윽 쳐다보았다.
나도 눈싸움엔 자신이 있는지라 그녀의 얼굴을 빤히보았다.
띵동-
5층에 도착해버렸다. 벌써,,,
아니나 다를까 나보다 한발앞서 사무실안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았다.
ㅋㅋ…그녀가 어제의 그 직원이로군,,,
이미 사무실엔 어제의 뚱한 직원이 먼저 출근해서 책상을 걸레로 청소중이었다.
-안녕하세요
난 일부러 큰소리로 인사했다.
걸레질하던 뚱한직원이 답례했다.
이쁘장한 오늘의 그녀도 나를 쳐다보았다.
-새로,,,오신 직원분이세요?
-네..잘 부탁드립니다. 여기 직원이셨군요?
난 짐짓 모른체로 그녀에게 물었다.
-네…저도 잘 부탁해요.
그녀가 악수라도 청할까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먼저 내가 손이라도 까딱했으면 얼마나 민망했을까….
내 책상은 그녀의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젠장..사장은 우리보다 20분 늦게 출근하더니 티타임도 갖지않고 미팅을 시작하는것이었다.
난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한잔 마셔야 되는데…
예상외로 미팅시간이 길었다.
우선 정식으로 그녀들에게 나를소개한 사장이 차례차례 그녀들도 소개해주었다.
뚱한 여직원은 이름이 김정애라고 했다..나이는 23인데 여기 근무한지가2년이 넘었다고한다.아마 고등학교 마치고 바로 취직했거나 아님 전문대나와서 바로 취직한거겠지…
그리고 아침에 나를 잠시 뒤흔들어놓았던 그녀는 이름이 한정은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다. 27이라니…기껏해야 25이나 봤는데…
나도 소갤 했다.
-이재포입니다.
개그맨 이재포가 아니다…슬그머니 웃는 정애라는 아가씨가 맘에 안들었다.
어쨌든 업무에 관해 설명을 조금 들을수 있었다.
영업직원이 3명되는데 그들은 출근을 하지않고 점포낼곳만 알아보고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미스김은 경리를 보고 전화상담을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었고, 미스한은 나와 같은 영업겸 사무를 본다고 했다.
사장은 특별한 업무지시는 그때그때 지시하겠다고 말한뒤 미팅을 끝냈다.
-아,,그리고 오늘 미스터 리는 한팀장따라서 우리 체인점 답사나 하고 오세요.
업무를 보려면 우리 체인점 인테리어도 보고 점주들도 만나봐야 될 테니…
-네.알겠습니다.
그래도 회사는 잘 고른 것 같다.
미인이 운전하는 차 옆자리에도 앉아보고….
-회사차가 제법 좋네요? 휘발유차 유지하기 버겁지않나?
-한대가지고 뭐 버거울거나 있나요?
정은이 약간 비웃듯말했다.
-하하,,,난 예전에 짠돌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있어서리…
-……..
말이없다. 왠지 이 여자 인물값할거같다. 나이도 나보다 어린게…
그렇다고 내가 물러설소냐.
-지금 가는곳이 어떤 지점이죠?
-종로점이에요.
-가서 제가 먼저 해야할일이 뭡니까?
-할거 없어요…뭐 어차피 지금할줄 아는것도 없으시잖아요?
어라…이거 자존심 상하네…내가 이래뵈도..
-네…
할말이 없다. 사실 내가 지금 일 배우러가는건 사실이니까.
근데 넘 말이 기분나쁘네.
-제가 입사를 1년 넘게했으니 아무래도…
-예?
-선배대접은 아니어도 절 나이 어리다고 아랫사람대하듯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아…..예
당돌한 기집애다. 생각이상이다! 뭐 기선제압을 해두겠단 거냐?
예쁘다고 침 질질흘리다간 뒷통수 맞겠는걸…
난 잠시 찬바람부는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얼굴은 반반한게 여간 쌀쌀하다.
이런저런 생각하는중에 이미 종로 지점에 도착했다.
그녀를 따라 3가에 위치한 1층 생맥주가게에 들어갔다.
제법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깔끔하다.
그녀가 점주에게 나를 소개시키고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었다.
설명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매우 사무적인 말투로 일관했으며 그것이
나를 무지 피곤하게했다.
어쨌든 그렇게 대여섯군데정도의 상가를 들른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렇게 나의 새직장 근무는 시작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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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일은 사실 별로 많지않았다.
상가에 들러서 시장조사를 하는것과 주류별로 어떤상품을 선호하는지
알아내는것이 나의 주된 업무였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에 내가 좋아하는 농땡이도 피울수 있어
시간때우기에도 그만이었다.
물론 간혹 그녀와 함께 갈라치면 농땡이도 물건너 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불만을 일시에 날려버리는건 역시나 운전하는 그녀의 어여쁜
다리를 훔쳐보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오늘 또다른 즐거움은 벌써 한달이 지나 월급날이 맞이한것이다.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왠일로 사장이 일찍 퇴근을 하지많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퇴근안하셨네요? 사장님!
-오늘 월급날이잖나. 자네 입사했을때 환영회도 못했는데 오늘 회식이나
하려고 기다렸네.
오오,,,회식이로군! 간만에 포식하겠네...
사실 요즘 집사람이 불러오는 배를 주체못하고 회사에서 가까운 처가집으로
들어가 살고있다.
난 내회사에서 멀다는 핑계로 우리집에 머물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핑계란걸
처가집에서도 눈치챘을것이다.
사실 처가집에서 눈치밥아닌 눈치밥 먹으며 불편히 살 필요가없지않은가..
포근한 내집이 있는데..
어쨌든 그런관계로 아침밥이나 저녁밥을 거의 빵이나 라면으로 때우고 있었는데
마침 회식을 한다니 기쁘지 않을수 없었다.
회사에서 가까운 청해진이란 회집으로 갔다.
오랜만에 술과 회를 양껏 먹으니 기분까지 확 트이는것 같다.
지갑도 두툼하고, 포만감에 불러오는 배를 어루만지니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
울 사장은 술버릇이 그리 좋지않았다. 뭐 고약하다고까진 할수 없지만, 이말저말
해대는건 내가 딱 싫어하는 술버릇이기 때문에 가능한한 먹는것에만 집중했다.
맘씨좋은 우리 경리아가씨 정애만 거짓 웃음을 지어가며 사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난 사장옆에 앉아 간혹가다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 정은을 바라보았다.
무슨 약속이 있는지 회는 먹는둥 마는둥 하며 핸드폰 플립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었다.
난 술잔을 비우고 은정에게 내잔을 내밀었다.
-안마실래요.
-왜요? 새잔으로 드려요?
-아니요..술 별로 안좋아해요.
-그래요? 회도 잘 안먹던데..회 안좋아하나봐요?
잔을 다시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재포씨 많이 드세요. 배가 안고파서요.
-.....네
참 이 아가씬 말이 없다.
생긴것 봐서는 잘놀고 활발할것 같은데 전혀 아니었다.
내가 한달동안 일하면서 지켜본 그녀는 자기일 아닌것에는 거의 신경을
안쓰는 스타일이었다.
일은 꼼꼼히 잘 하는편이지만 대화를 시도할 기회를 안주는 성격이라
적잖히 부담을 주는 성격이라 할수있었다.
사무실에서 경리아가씨인 정애와 있을때 물어봤는데 자기도 1년넘을동안
특별히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한다.
아무래도 대인기피증이 있는건아닌지 모르겠다.
공주 아니랄까봐..
그에 비해 정애는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부드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참한 성격은 내가 봐온 어느
여자와도 비교할수 없었다.
어디선가 전화벨소리가 들렸다.
정은의 전화였다.
갑자기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네..네 아 거기서 기다릴거죠? 아,좋아요 지금 갈께요!
그녀는 전화를 끊더니 사장님께 인사를하며 말했다.
-저기 사장님. 저 먼저 갈께요.
-아니 벌써 간다구? 아직 9시도 않됐는데?
-친구랑 약속이 생겨서 죄송해요..
-아,,뭐 어쩔수 없지..
순간 사장의 얼굴이 어두워보였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않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참 버릇없는 여자다. 나한텐 인사한마디 없이 가버린다.
저래 가지고 잘도 결혼하겠군,,하기야 요즘은 예쁜여자라면 아무리 버릇없어도
사족을 못쓰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그러고보니 그 대열에 나도 끼어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네..
회집을 나와서 2차를갔다. 정애는 술 못마신다는 이유로 먼저가고 사장과 나만 남았다.
2차는 삼겹살집이었다.
-어,,자네 생각보다 술 잘마시는군..
-제가 예전엔 그러니까..20대엔 한술했습니다..
-흐~~20대에 술 못마신 사람있나?
사장과 술잔이 오가며 여러가지 얘기가 튀어나왔다.
사장은 소주 3병째를 까면서 말했다.
-자네 여자 좋아하나?
-여자요? 제가 지금 한창때 아닙니까? 당연한 말씀을..
-허,,그렇지..그럼 내가 늙었단 말인가?
사장의 혀는 이미 조금씩 꼬부라지고 있었다.
-사장님 정도면 아직 젊지요..
-그렇지? 아,,,
-왜요?
-담배있나? 한까치만 줘바...
-네
사장은 담배를 한모금 빨더니 말했다.
-요즘 잘 안서더라구,,
-.....아 예 밤에요?
-응...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아직 그럴땐 아닌것 같은데요,..사모님하고 할때 뭔가 컴플렉스같은거
있으십니까?
-아...우리 마누라? 요즘은 같이 안자.
-엥? 그럼...
-내가 말이야 제법 괜찮은 여자를 안았거든? 그런데 할때마다 안서서..
-아...바람 피우십니까? 사장님?
-큭큭...왜 바람피우면 우리 마누라한테 일러바치게?
-아니요..제가 그리 의리 없는놈 같이 보이십니까?
-그럼 됐네..
-비아그라...한번 써보셨어요?
-어,,,비아그라? 아직 그건 안써봤어.효과가 있나?
-그럼요 체질에만 맞으면 4시간동안은 아주 튼튼합니다.
-정말? 난 그거 부작용 많다길래 안썼거든...나도 그거 한번 써볼까?
-그러시죠...그런데...
-뭐? 더 좋은것도 있나?
-아니요 ...여자가 나이가 많나요?
-아니.....별로..아직젊어.
-..........
-왜? 흐 부러운가?
-아니요..그냥 물어봤어요..
사실 부러웠다. 돈 많은놈은 젊고 싱싱한 여자를 맘껏 안을수 있다니...
아마도 술집가시나나 되나보다. 저 나이되면 여자가 다 고와 보일테지?
소주 네병반 정도를 마시고 집에돌아왔다.
아무래도 무리했나보다. 변기에대고 두번정도 토하고나니 힘이 쫙 빠졌다.
컴컴한 집이 그리 기분좋지는 않다. 집사람한테 전화나 할까?
시계를보니 12시가 넘어 한시가 다되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괜히 기분이 않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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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오늘도 날씨가 더우려나보다.
휴가를 가야할텐데...
우리 경리 아가씬 오늘부터 꿀같은 휴가를 떠났다.
친구들하고 제주도 여행간다고 자랑하더니 아마 지금쯤은 제주도 가려고
꽃단장 하고 있겠군.
인원이 적은 회사라 한명씩 돌아가며 휴가를 가기로 했다.
난 2주후에 가기로 돼있었다.
어서 빨리휴가가 다가오기를 바랄뿐이다. 지겨운 이놈의 날씨...
바닷가에서 날려주마..
-이보게. 미스터 리!
-넵
사장이 은행엘 잠깐 다녀오랜다.
경리가 없다보니 아무래도 이건 내몫이려나.
그나저나 미스한은 어디간거야...외근나갔나?
언제봐도 은행제복입은 아가씨는 상큼하다...
나도 여자가 되봤으면..
창구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여자가 내눈에 보였다.
은행 건너편 맥도날드에 앉아 콜라를 마시는 그녀는...미스 한이었다.
-아니 저 가시나가 업무시간에 혼자 콜라를 마셔..엉?
미스한 앞에 어떤 사내가 햄버거 담은 쟁반을 들고왔다.
말끔한 양복을 입은 모습이 화이트족같이 보였다. 애인인가?
난 서류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길건너로 건너갔다.
맥도날드에 들어가 콜라를한잔 주문했다.
에어콘 바람이 더운 열기를 식혀주었다.
내가 그녀를 한번 쓰윽훔쳐보자 사내놈이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어디서 많이 낯익은 놈이다. 누구였지?
-아...안녕하세요?
어라,,,나한테 인사하네?
순간 내 머리속에 저놈의 얼굴과 신분이 그려졌다.
양평쪽에 우리 체인점을가지고있는 업주놈이다.
나도 덩달아 인사했고 그제서야 그녀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뭐하세요?
콜라잔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여기 잠깐 들렀다가...
점주는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나에게 말했다.
-여..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대리님?
우리 회사에서 사장빼고는 나를 이대리라고 부른다.
내가 시켰다. 나이어린것들이 나에게 미스터 리라고 부르는게 기분나빠서..
그런데 이제까지 미스터리라고 부르던 저뇬이 나에게 이대리님이라고 그런다.
뭔가 당황한 눈빛이다.
내가 괴물이냐? 이뇬아!!
-그러는 한팀장님은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난 사장님 지시받고 은행왔는데..
-....저기.. 여기 잠깐 체인점 때문에 볼일이 있어서...
말을 자연스럽게 못하는게 어째 이상하다.
-그래요? 두분이서 맥도날드에서 체인점 얘기할 이유라도?
-......
그녀가 말을 못한다.
-농담이에요 뭘 그리 놀라세요?
-내..내가 언제 놀랐다고 그래요?
어라...또 성깔 나오네...
-아, 그럼 전 사무실에 먼저 올라갈께요.
-이거 하나 드시고 가시죠?
점주가 햄버거 하나를 내밀었다.
-제가 밀가루 음식을 싫어해서...점주님 많이 드세요.그런데 집이 이근처세요?
-아니요 여기서 좀 돼죠.
-아..네 그럼 우리 팀장님이랑 얘기하시다 가세요.저 먼저 갈테니.
난 그녀를 한번 흘끗 보고 맥도날드를 나왔다.
애인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난 그녀와 체인점주와의 사이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둘이 사겨요? 라고 물어볼수도 없는일 아닌가...
여하튼 경리가 없으니 생각보다 불편한게 많다.
잘잘한 소일거리가 의외로 이 더운 날씨엔 짜증이 나게했다.
점심을 먹고 출장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장이 서류가방을 주면서 업무 지시사항을 말해주었다.
-...이것 까지만 결재해달라구 해.나머진 내가 손수받을테니...
-아..여기까지만요?
-응...그리고 오늘 수원은 자네 혼자 다녀오게!
-저 혼자만요?
-응 오늘 사무실 업무를 봐야할것같애. 미스김이 없으니 한팀장이라도
시켜야겠어..세금처리도 해야할것같고..수고좀하게.
아무래도 오늘은 그녀의 섹시한 다리를 못볼것같다.
혼자가는 출장도 재미가있지.
출장이래봤자 내일이면 오겠지만...
우리 회사차는 매그너스다.
중형차를 업무용으로 쓰니 연비는 헤프게 나가지만 우린 편하다.
아무래도 나도 차하나 장만해야겠다. 여자꼬셔서 드라이브좀하게...
운전하면서 핸즈프리로 아내에게 전화를걸었다.
요즘들어 배가 많이 무겁단다.
-조심해 ..회사는 언제부터 쉴거야?
-글쎄 아직은 할수있는데, 좀더 해보구..자긴 언제 처가집 들를래?
-나? 지금 출장간다. 몸조리나 잘해. 주말에나 들를께.
-밥은 잘 챙겨먹어? 옷 세탁은 아파트 상가에다 맡기구 깨끗하게 입구다녀야돼?
-그래.너도 밥 잘먹구...허기야 장모님이 어련히 잘 챙겨주겠니. 끊는다!
-응...
수원출장은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다.
수금도 잘됐고 재계약도 성사될것 같았다.
업무를 마무리 짓고 시계를 보니 8시가 다돼가고 있었다.
피곤하기도 하고해서 모텔에서 자고 내일 갈까 생각했지만 오늘 흘린땀때문에
옷을 갈아입어야 할것같아 차에올라탔다.
절반쯤 왔을까..집키가 호주머니에 없는것이 생각났다.
사무실에 있나보나...젠장..
그렇다고 지금 차를 돌려 수원으로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에서 잘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답이안나와서 사무실까지 도착했다.
사무실에 가봤자 난 사무실 키도 없는데...
어....사무실에 불이 켜져있었다. 난 차를 주차시키고 5층 우리 사무실을 다시 쳐다보았다.
지금 시간이 9시반이라 사무실에 누가 있을리가 없을텐데..도둑일까?
엘리베이터를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문은 닫혀있었지만 잠겨있진 않았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불이 켜져있는곳은 사장실이었다.
내 책상 건너편에 미스한의 백이보였다. 어라 아직까지 일한걸까?
난 사장실로 조심히 걸어갔다.
말소리가 들렸다.
사무실안에는 형광등이 한쪽만 켜져있어서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인기척을 내야겠지 라고 생각한순간 말소리가 확연히 들렸다.
-왜 내가 싫어진거지?
사장의 목소리다.
-싫어져서가 아니에요,,,그냥 일에만 열중하고 싶어서...
그녀의 목소리다. 한은정!
난 심상찮은 느낌이 들어 벽 한쪽에 붙어섰다.
말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일에 집중한다는건 핑계아냐?
-아니에요..정말이에요.
-거짓말...
-..........
-사실대로 말해봐 어째서 이제 나랑관계하는게 싫어진건지..
무슨 말일까...관계??
-사장님은 ...가정이 있으시잖아요. 저도 이제 양심에 어긋나는짓은...
-뭐라? 양심....
사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라이터켜는 소리가 들리고 사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은아...내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니?
-아니요,,없어요
-난...너랑 이 관계를 유지하고싶어. 내가 널 잊을수 없다는걸 알잖아.
-사장님...이제 그만 우리관계 정리했음해요. 사장님과 저를위해서도
그럴때라고 생각해요.
-누구맘대로? 네가 정리하고싶다고하면 내가 그러자고 할줄 알았어?
-.......
-네가 어려웠을때 도와준걸 핑계삼아 널 소유하려는게 아냐. 난 널...
정말 사랑한단말이야...
-바보같은 소리말아요. 사장님에겐 사모님이 계세요. 그리고 전 ...사장님
사랑한적없어요,,
-.........
이거...젠장 무슨말이지? 내가 듣고 있는게 지금 사실인가?
난 더욱 문 가까이 다가갔다.
-그럼...어떡하겠단거냐?
-회사 일엔 열심히 노력할께요.하지만..
-.......?
-이제 사장님하고 더이상 이런 관계로 남아있고싶지 않아요.
-회사는 다니되...나를 피하겠다? 그런말이냐?
-피하겠단 소리가 아니에요...그리고 저에게 빌려주신돈은 월급에서 차차
갚아나갈께요.
-누가 너한테 돈을 달라했더냐? 끝내 사실을 않밝히겠단 말이군...
-......
-남자가 생겼나?
-아니에요.
-아니라구? 니가 날 피하기 시작한게 바로 며칠전부터야. 그럴 이유가 없잖아.
아무이유없이 날 갑자기 피하면 내가 무슨 생각이 들겠어..엉?
-그런거,,없어요.
-......으이구 미쳐버리겠구만..
사장은 답답하다는듯 분통을 터트렸다.
잠시동안 침묵이 흐르고 사장의 입이 열렸다.
-정은아..
-네
-나한테도 시간을 다오..
-.....?
-나도 정리할 시간을 달란 말이야.
-어떻게 말이죠?
-널 ..........한달간...아니 일주일 이라도 예전처럼 다시 안고싶어.
그래..니가 원하는대로 포기하겠어, 그러니까 일주일간만이라도 예전처럼
널 사랑하게 해죠. 그럼 깨끗히 포기할께!
-.......
-그것도 거절이냐?
-.......아니요...그렇게 하겠어요. 하지만 약속은 서로 지키죠. 일주일간은
저도 사장님이 원하는대로 하겠어요. 그 다음은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요.
그리고 저도 사장님에게 도움받은 돈은 갚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껄끄러워서
못있을거에요.
-그래..그건 네 편할때로 하라구....
-저 이제 가겠어요.
-어딜..집으로 가겠단 거냐? 오늘 밤은 나하고 있어달라구.
-오늘 밤은 않돼요. 집에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야해요. 그럼..
그녀가 소파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난 재빨리 사무실 문을 열고 계단으로
숨었다.
잠시후 그녀가 백을 챙겨서 사무실문을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난 혼돈된 머리를 정리하며 비상계단에 앉았다.
그러니까 그녀와 사장이 얘기한것이 전부 사실이라면....
난 재빨리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그녀가 정말 한정은 인지 확인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1층에 도착해서 현관을 바라보니 베이지색 반팔정장을 입은 그녀의 뒷모습이 내 두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그녀였다. 한정은!
정말 세상이 인재를 몰라주더군.
이 능력좋은 내가 직장에서 잘렸다면 아마 주위 사람들이 놀라겠지?
도대체 날 자른 인사부 간부놈들은 눈탱이에 눈깔이 제대로 박히기나 한거냐구…
어쨌거나 잘렸고 이렇게 빈둥빈둥 집에서 뒹굴고만 있으니 내가봐도 한심한건 어쩔수가 없더라구,,
마누라 등쌀은 견뎌낼수 있지만 곧 태어날 이세를 위해서도 이럼 않돼지..
이력서 들고 집에서 나오긴 했는데 영 갈데가 없네…
할수 없이 pc방에가서 스타나하면서 시간 때워야지…으그 정말 인간 불쌍해지네!
-자리하나 주세요
겜방 알바놈은 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양아치 같이 생긴 놈이더군, 짜식 재수없게 생겨가지고..
-재떨이 드려요?
보면 모르냐.
…………..에구 이넘의 스타까지 날 우롱하는군. 배틀을 내리 4판째 지고 있으니.
이것도 지겨워져서 인터넷을 뒤졌어.
검색할것도 지지리도 없더군, 회사 다닐땐 그나마 시간 때우기라도 되더니…
인터넷 사랑방에 들어가니 구인광고란이 대문짝하게 보이더구만… 호기심에 이리훌쩍 저리훌쩍 뒤져봐도 날 반겨줄 직장은 없는 것 같더라구.
그래도 볼게 없어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살피는데 좀 만만한게 눈에 들어오드만..
“사무-영업직 00체인점본부 경기지사(pc능통자)”
뭐 내가 이래뵈도 컴퓨터는 곧잘 만지지…
삼성a/s에서 근무한적도 있고. 암튼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겜방을 나왔지.
재수없게 생긴 올백 알바가 벌써가냐는듯 쳐다보더군.
나도 재수없게 한번 씨익 웃어주고 나왔지. 따라웃긴 짜식..
핸드폰으로 방금 메모한 회사번호로 전활 걸었어.
쾌활한 목소리의 여자가 전활 받더군.
대략 위치와 근무조건을 묻고 전활 끊었어. 오후에 오라더군. 사장이 지금 없다나..
오후까진 아직도 두시간이나 남아서 만화방엘 들어갔지.
그런데 말야..요즘 만화방엔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속있는 성인만화는 없더라구.
갑자기 기분 나빠지는거 있지. 뭐 화끈하게 그림좀 그리면 어때서…뜹!
여차여차해서 오후가 되었어. 전철타기 귀찮아서 택시타고 일러준 곳으로 가니
생각보다 찾기쉽더라구.
5층이구만…올라가다 화장실에 들러서 머리랑 옷좀 반듯하게 한뒤 심호흡한번 했지.
누구집 자식인지 정말 잘생겼네…그나저나 넥타일 안맺네.
“똑똑”
노크를 하고 사무실 문을 열었어.
에어컨 바람이 얼굴에 확 닿더군. 으미 시원한거,,,
-어떻게 오셨어요?
바로 사무실 문 앞쪽에 앉아있던 통통한 여자가 묻더군.
-면접 보러 왔는데요.
-잠시 여기 앉아 기다리세요.
소파에 앉아서 사무실 안을 쭉 훓어봤어.생각보다 괜찮데…
건물도 깨끗하고…직원은 방금 봤던 통통한 여직원밖에 안보이네?
-사장님이 지금 밑에 잠깐 내려가셨거든요…조금만 기다리시면 되는데…
차라도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긴 어떤일을 하는 회사죠?
아까 설명을 잘 못들어서…
-여긴 생맥주 체인점 모집하는 회사에요. 자세한 설명은 사장님이해주실거에요.
-아..네
그럼 내가 할일은 뭐란 말이여…졸라 궁금해졌다.
직원이 그쪽 혼자냐고 물어볼 찰나 문이 벌컥 열렸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신사 였다.
사장인가 보군,,,
곧이어 난 사장실에서 면담을 하게 되었다.
열심히 써온 이력서는 보는둥 마는둥 하더니, 출장이 자주 있는데 상관 없냐구 물어왔다.
ㅋㅋ…좋지! 출장….. 농땡이 피우는데 자신있냐고 묻는말이나 다름 없잖은가…
애써 벌어지는 입을 굳게 닫으며 상관없다고 말했다.
사장은 내가 할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프렌차이즈 사업을 하는 회산데 아직 체인점이 많이 퍼져있지 않아 앞으로 여러지역으로 퍼뜨리는게 급선무란다.
-영업을 하는건가요?
-영업? 그렇다구 할수 있지요. 하지만 기본급이 없진 않아요.
사장은 기본급 110에 수당 25%를 제시했다.
물론 보너스도 있었다.
난 근무조건도 까다롭지 않고 사장이란 인간도 그리 깐깐해보이지 않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사실 당장 아쉬운건 내쪽이었으니까...
-그런데 여기 직원분들은 몇이나 되나요?
-3명입니다. 전문 영업파트는 따로 있구요.
-아,,밖에 있는 분이랑…저랑…사장님 말씀입니까?
-아니요. 나는 제외하고 말이죠. 오늘 월차라서 한명은 안나왔어요.
-네…
하기야, 직원이 넘 많아도 좋진않다.
최소 내 밥그릇은 챙겨놔야 되니까..
내일부터 9시까지 출근하란 말을 듣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집에올땐 택시를 탈수 없었다. 돈이 부족해서…전철을 타고 의기양양하게
집에 들어갔다.
집에오니 아내는 tv를 보고 있었다.
-밥줘
-이시간 까지 밥도 안먹고 어딜 돌아다녔어?
-직장 구하러 다녔지 여편네야..
-구했어?
-낼부터 출근한다. 사무 영업직이야..
-어떤회산데? 월급은?
-아 배고프다잖아. 밥부터 차려라..
-……알았어...반찬 별로없다. 투정부리지마!
내 와이프는 나보다 두살어린 28살이다.
지금 임신 5개월째로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제법 돈을 번다.
하기야 내가 그녀를 택한 이유중에 한가지지만…
연애결혼을 해서인지 그래도 제법 친하게(?) 지낸다.
사실 난 섹스를 좋아해서 신혼부터 밤마다 그녀를 못살게 굴곤 했는데
막상 임신을 하자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나 말고 친구 상철이도 자기 와이프가 임신하자 그랬다고 하더라마는…..
샤워를 하고 조금 이른 저녁을 먹었다.
낼 출근할 때 입을 옷좀 다려달라고 하고 난 일찍 잠자리에 들어버렸다.
와이프가 뭔가 질문을 하려하는 것 같아 일부러 방문을 쾅 닫아 버렸다.
오늘 돌아다닌게 그래도 힘이 들었긴 했나보다…어쨌든 이번 직장은 별탈없이
잘 다녀야 할텐데…
전철이 아침에 이리 붐비는걸 예전엔 왜 몰랐었을까…
그것도 하필 첫출근하는 아침에 느껴버린 이 복잡함이란…!
겨우 내릴때가 되어 출구앞에있는 사람들을 밀치며 손잡이를 잡았다.
으잉…왠걸? 내 옆에 제법 눈에띄는 여자가 내릴준비를 하고 서있는것이었다.
곁눈질로 살펴보니 옷도 제법 잘입었네. 옅은화장에 은근히 풍겨오는 향수냄새가
내 후각을 자극했다.
-내릴실 문은…
전철문이 열렸다. 난 아쉬움을 달래고 전철에서 내려 게단을 올랐다.
전철역에서 회사까지는 얼마 되지않았다.
큰 사거리를 지나 두번째 골목길에 우리 사무실건물이 있는데 오늘보니 제법 멋져보인다.
그런데 문득 옆을보니 아까 전철역에서 본 그 아가씨가 핸드백을 들고 내 옆을 지나치는 것 아닌가?
‘오메 다리 잘빠졌네… ‘
난 그녀의 정장 사이로 살짝드러난 종아리에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걸 느꼈다.
여자의 신체부위중에서 내가 선호하는곳 첫번째가 다리다.
‘얼레’
그녀가 우리 회사 건물로 들어가는것이었다.
나도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띵동-
문이 열리고 나와 그녀 둘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5층을 누르려는 내손보다 그녀의 손이 빨랐다.
‘혹시’
그녀가 나를 한번 쓰윽 쳐다보았다.
나도 눈싸움엔 자신이 있는지라 그녀의 얼굴을 빤히보았다.
띵동-
5층에 도착해버렸다. 벌써,,,
아니나 다를까 나보다 한발앞서 사무실안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았다.
ㅋㅋ…그녀가 어제의 그 직원이로군,,,
이미 사무실엔 어제의 뚱한 직원이 먼저 출근해서 책상을 걸레로 청소중이었다.
-안녕하세요
난 일부러 큰소리로 인사했다.
걸레질하던 뚱한직원이 답례했다.
이쁘장한 오늘의 그녀도 나를 쳐다보았다.
-새로,,,오신 직원분이세요?
-네..잘 부탁드립니다. 여기 직원이셨군요?
난 짐짓 모른체로 그녀에게 물었다.
-네…저도 잘 부탁해요.
그녀가 악수라도 청할까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먼저 내가 손이라도 까딱했으면 얼마나 민망했을까….
내 책상은 그녀의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젠장..사장은 우리보다 20분 늦게 출근하더니 티타임도 갖지않고 미팅을 시작하는것이었다.
난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한잔 마셔야 되는데…
예상외로 미팅시간이 길었다.
우선 정식으로 그녀들에게 나를소개한 사장이 차례차례 그녀들도 소개해주었다.
뚱한 여직원은 이름이 김정애라고 했다..나이는 23인데 여기 근무한지가2년이 넘었다고한다.아마 고등학교 마치고 바로 취직했거나 아님 전문대나와서 바로 취직한거겠지…
그리고 아침에 나를 잠시 뒤흔들어놓았던 그녀는 이름이 한정은이라고 했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다. 27이라니…기껏해야 25이나 봤는데…
나도 소갤 했다.
-이재포입니다.
개그맨 이재포가 아니다…슬그머니 웃는 정애라는 아가씨가 맘에 안들었다.
어쨌든 업무에 관해 설명을 조금 들을수 있었다.
영업직원이 3명되는데 그들은 출근을 하지않고 점포낼곳만 알아보고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미스김은 경리를 보고 전화상담을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었고, 미스한은 나와 같은 영업겸 사무를 본다고 했다.
사장은 특별한 업무지시는 그때그때 지시하겠다고 말한뒤 미팅을 끝냈다.
-아,,그리고 오늘 미스터 리는 한팀장따라서 우리 체인점 답사나 하고 오세요.
업무를 보려면 우리 체인점 인테리어도 보고 점주들도 만나봐야 될 테니…
-네.알겠습니다.
그래도 회사는 잘 고른 것 같다.
미인이 운전하는 차 옆자리에도 앉아보고….
-회사차가 제법 좋네요? 휘발유차 유지하기 버겁지않나?
-한대가지고 뭐 버거울거나 있나요?
정은이 약간 비웃듯말했다.
-하하,,,난 예전에 짠돌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있어서리…
-……..
말이없다. 왠지 이 여자 인물값할거같다. 나이도 나보다 어린게…
그렇다고 내가 물러설소냐.
-지금 가는곳이 어떤 지점이죠?
-종로점이에요.
-가서 제가 먼저 해야할일이 뭡니까?
-할거 없어요…뭐 어차피 지금할줄 아는것도 없으시잖아요?
어라…이거 자존심 상하네…내가 이래뵈도..
-네…
할말이 없다. 사실 내가 지금 일 배우러가는건 사실이니까.
근데 넘 말이 기분나쁘네.
-제가 입사를 1년 넘게했으니 아무래도…
-예?
-선배대접은 아니어도 절 나이 어리다고 아랫사람대하듯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아…..예
당돌한 기집애다. 생각이상이다! 뭐 기선제압을 해두겠단 거냐?
예쁘다고 침 질질흘리다간 뒷통수 맞겠는걸…
난 잠시 찬바람부는 그녀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얼굴은 반반한게 여간 쌀쌀하다.
이런저런 생각하는중에 이미 종로 지점에 도착했다.
그녀를 따라 3가에 위치한 1층 생맥주가게에 들어갔다.
제법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깔끔하다.
그녀가 점주에게 나를 소개시키고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었다.
설명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매우 사무적인 말투로 일관했으며 그것이
나를 무지 피곤하게했다.
어쨌든 그렇게 대여섯군데정도의 상가를 들른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렇게 나의 새직장 근무는 시작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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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일은 사실 별로 많지않았다.
상가에 들러서 시장조사를 하는것과 주류별로 어떤상품을 선호하는지
알아내는것이 나의 주된 업무였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에 내가 좋아하는 농땡이도 피울수 있어
시간때우기에도 그만이었다.
물론 간혹 그녀와 함께 갈라치면 농땡이도 물건너 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불만을 일시에 날려버리는건 역시나 운전하는 그녀의 어여쁜
다리를 훔쳐보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오늘 또다른 즐거움은 벌써 한달이 지나 월급날이 맞이한것이다.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왠일로 사장이 일찍 퇴근을 하지많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퇴근안하셨네요? 사장님!
-오늘 월급날이잖나. 자네 입사했을때 환영회도 못했는데 오늘 회식이나
하려고 기다렸네.
오오,,,회식이로군! 간만에 포식하겠네...
사실 요즘 집사람이 불러오는 배를 주체못하고 회사에서 가까운 처가집으로
들어가 살고있다.
난 내회사에서 멀다는 핑계로 우리집에 머물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핑계란걸
처가집에서도 눈치챘을것이다.
사실 처가집에서 눈치밥아닌 눈치밥 먹으며 불편히 살 필요가없지않은가..
포근한 내집이 있는데..
어쨌든 그런관계로 아침밥이나 저녁밥을 거의 빵이나 라면으로 때우고 있었는데
마침 회식을 한다니 기쁘지 않을수 없었다.
회사에서 가까운 청해진이란 회집으로 갔다.
오랜만에 술과 회를 양껏 먹으니 기분까지 확 트이는것 같다.
지갑도 두툼하고, 포만감에 불러오는 배를 어루만지니 신선이 부럽지 않았다.
울 사장은 술버릇이 그리 좋지않았다. 뭐 고약하다고까진 할수 없지만, 이말저말
해대는건 내가 딱 싫어하는 술버릇이기 때문에 가능한한 먹는것에만 집중했다.
맘씨좋은 우리 경리아가씨 정애만 거짓 웃음을 지어가며 사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난 사장옆에 앉아 간혹가다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 정은을 바라보았다.
무슨 약속이 있는지 회는 먹는둥 마는둥 하며 핸드폰 플립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었다.
난 술잔을 비우고 은정에게 내잔을 내밀었다.
-안마실래요.
-왜요? 새잔으로 드려요?
-아니요..술 별로 안좋아해요.
-그래요? 회도 잘 안먹던데..회 안좋아하나봐요?
잔을 다시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재포씨 많이 드세요. 배가 안고파서요.
-.....네
참 이 아가씬 말이 없다.
생긴것 봐서는 잘놀고 활발할것 같은데 전혀 아니었다.
내가 한달동안 일하면서 지켜본 그녀는 자기일 아닌것에는 거의 신경을
안쓰는 스타일이었다.
일은 꼼꼼히 잘 하는편이지만 대화를 시도할 기회를 안주는 성격이라
적잖히 부담을 주는 성격이라 할수있었다.
사무실에서 경리아가씨인 정애와 있을때 물어봤는데 자기도 1년넘을동안
특별히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한다.
아무래도 대인기피증이 있는건아닌지 모르겠다.
공주 아니랄까봐..
그에 비해 정애는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부드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참한 성격은 내가 봐온 어느
여자와도 비교할수 없었다.
어디선가 전화벨소리가 들렸다.
정은의 전화였다.
갑자기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네..네 아 거기서 기다릴거죠? 아,좋아요 지금 갈께요!
그녀는 전화를 끊더니 사장님께 인사를하며 말했다.
-저기 사장님. 저 먼저 갈께요.
-아니 벌써 간다구? 아직 9시도 않됐는데?
-친구랑 약속이 생겨서 죄송해요..
-아,,뭐 어쩔수 없지..
순간 사장의 얼굴이 어두워보였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않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참 버릇없는 여자다. 나한텐 인사한마디 없이 가버린다.
저래 가지고 잘도 결혼하겠군,,하기야 요즘은 예쁜여자라면 아무리 버릇없어도
사족을 못쓰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그러고보니 그 대열에 나도 끼어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네..
회집을 나와서 2차를갔다. 정애는 술 못마신다는 이유로 먼저가고 사장과 나만 남았다.
2차는 삼겹살집이었다.
-어,,자네 생각보다 술 잘마시는군..
-제가 예전엔 그러니까..20대엔 한술했습니다..
-흐~~20대에 술 못마신 사람있나?
사장과 술잔이 오가며 여러가지 얘기가 튀어나왔다.
사장은 소주 3병째를 까면서 말했다.
-자네 여자 좋아하나?
-여자요? 제가 지금 한창때 아닙니까? 당연한 말씀을..
-허,,그렇지..그럼 내가 늙었단 말인가?
사장의 혀는 이미 조금씩 꼬부라지고 있었다.
-사장님 정도면 아직 젊지요..
-그렇지? 아,,,
-왜요?
-담배있나? 한까치만 줘바...
-네
사장은 담배를 한모금 빨더니 말했다.
-요즘 잘 안서더라구,,
-.....아 예 밤에요?
-응...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아직 그럴땐 아닌것 같은데요,..사모님하고 할때 뭔가 컴플렉스같은거
있으십니까?
-아...우리 마누라? 요즘은 같이 안자.
-엥? 그럼...
-내가 말이야 제법 괜찮은 여자를 안았거든? 그런데 할때마다 안서서..
-아...바람 피우십니까? 사장님?
-큭큭...왜 바람피우면 우리 마누라한테 일러바치게?
-아니요..제가 그리 의리 없는놈 같이 보이십니까?
-그럼 됐네..
-비아그라...한번 써보셨어요?
-어,,,비아그라? 아직 그건 안써봤어.효과가 있나?
-그럼요 체질에만 맞으면 4시간동안은 아주 튼튼합니다.
-정말? 난 그거 부작용 많다길래 안썼거든...나도 그거 한번 써볼까?
-그러시죠...그런데...
-뭐? 더 좋은것도 있나?
-아니요 ...여자가 나이가 많나요?
-아니.....별로..아직젊어.
-..........
-왜? 흐 부러운가?
-아니요..그냥 물어봤어요..
사실 부러웠다. 돈 많은놈은 젊고 싱싱한 여자를 맘껏 안을수 있다니...
아마도 술집가시나나 되나보다. 저 나이되면 여자가 다 고와 보일테지?
소주 네병반 정도를 마시고 집에돌아왔다.
아무래도 무리했나보다. 변기에대고 두번정도 토하고나니 힘이 쫙 빠졌다.
컴컴한 집이 그리 기분좋지는 않다. 집사람한테 전화나 할까?
시계를보니 12시가 넘어 한시가 다되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괜히 기분이 않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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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오늘도 날씨가 더우려나보다.
휴가를 가야할텐데...
우리 경리 아가씬 오늘부터 꿀같은 휴가를 떠났다.
친구들하고 제주도 여행간다고 자랑하더니 아마 지금쯤은 제주도 가려고
꽃단장 하고 있겠군.
인원이 적은 회사라 한명씩 돌아가며 휴가를 가기로 했다.
난 2주후에 가기로 돼있었다.
어서 빨리휴가가 다가오기를 바랄뿐이다. 지겨운 이놈의 날씨...
바닷가에서 날려주마..
-이보게. 미스터 리!
-넵
사장이 은행엘 잠깐 다녀오랜다.
경리가 없다보니 아무래도 이건 내몫이려나.
그나저나 미스한은 어디간거야...외근나갔나?
언제봐도 은행제복입은 아가씨는 상큼하다...
나도 여자가 되봤으면..
창구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여자가 내눈에 보였다.
은행 건너편 맥도날드에 앉아 콜라를 마시는 그녀는...미스 한이었다.
-아니 저 가시나가 업무시간에 혼자 콜라를 마셔..엉?
미스한 앞에 어떤 사내가 햄버거 담은 쟁반을 들고왔다.
말끔한 양복을 입은 모습이 화이트족같이 보였다. 애인인가?
난 서류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길건너로 건너갔다.
맥도날드에 들어가 콜라를한잔 주문했다.
에어콘 바람이 더운 열기를 식혀주었다.
내가 그녀를 한번 쓰윽훔쳐보자 사내놈이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어디서 많이 낯익은 놈이다. 누구였지?
-아...안녕하세요?
어라,,,나한테 인사하네?
순간 내 머리속에 저놈의 얼굴과 신분이 그려졌다.
양평쪽에 우리 체인점을가지고있는 업주놈이다.
나도 덩달아 인사했고 그제서야 그녀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뭐하세요?
콜라잔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아..여기 잠깐 들렀다가...
점주는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 나에게 말했다.
-여..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대리님?
우리 회사에서 사장빼고는 나를 이대리라고 부른다.
내가 시켰다. 나이어린것들이 나에게 미스터 리라고 부르는게 기분나빠서..
그런데 이제까지 미스터리라고 부르던 저뇬이 나에게 이대리님이라고 그런다.
뭔가 당황한 눈빛이다.
내가 괴물이냐? 이뇬아!!
-그러는 한팀장님은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난 사장님 지시받고 은행왔는데..
-....저기.. 여기 잠깐 체인점 때문에 볼일이 있어서...
말을 자연스럽게 못하는게 어째 이상하다.
-그래요? 두분이서 맥도날드에서 체인점 얘기할 이유라도?
-......
그녀가 말을 못한다.
-농담이에요 뭘 그리 놀라세요?
-내..내가 언제 놀랐다고 그래요?
어라...또 성깔 나오네...
-아, 그럼 전 사무실에 먼저 올라갈께요.
-이거 하나 드시고 가시죠?
점주가 햄버거 하나를 내밀었다.
-제가 밀가루 음식을 싫어해서...점주님 많이 드세요.그런데 집이 이근처세요?
-아니요 여기서 좀 돼죠.
-아..네 그럼 우리 팀장님이랑 얘기하시다 가세요.저 먼저 갈테니.
난 그녀를 한번 흘끗 보고 맥도날드를 나왔다.
애인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난 그녀와 체인점주와의 사이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둘이 사겨요? 라고 물어볼수도 없는일 아닌가...
여하튼 경리가 없으니 생각보다 불편한게 많다.
잘잘한 소일거리가 의외로 이 더운 날씨엔 짜증이 나게했다.
점심을 먹고 출장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장이 서류가방을 주면서 업무 지시사항을 말해주었다.
-...이것 까지만 결재해달라구 해.나머진 내가 손수받을테니...
-아..여기까지만요?
-응...그리고 오늘 수원은 자네 혼자 다녀오게!
-저 혼자만요?
-응 오늘 사무실 업무를 봐야할것같애. 미스김이 없으니 한팀장이라도
시켜야겠어..세금처리도 해야할것같고..수고좀하게.
아무래도 오늘은 그녀의 섹시한 다리를 못볼것같다.
혼자가는 출장도 재미가있지.
출장이래봤자 내일이면 오겠지만...
우리 회사차는 매그너스다.
중형차를 업무용으로 쓰니 연비는 헤프게 나가지만 우린 편하다.
아무래도 나도 차하나 장만해야겠다. 여자꼬셔서 드라이브좀하게...
운전하면서 핸즈프리로 아내에게 전화를걸었다.
요즘들어 배가 많이 무겁단다.
-조심해 ..회사는 언제부터 쉴거야?
-글쎄 아직은 할수있는데, 좀더 해보구..자긴 언제 처가집 들를래?
-나? 지금 출장간다. 몸조리나 잘해. 주말에나 들를께.
-밥은 잘 챙겨먹어? 옷 세탁은 아파트 상가에다 맡기구 깨끗하게 입구다녀야돼?
-그래.너도 밥 잘먹구...허기야 장모님이 어련히 잘 챙겨주겠니. 끊는다!
-응...
수원출장은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다.
수금도 잘됐고 재계약도 성사될것 같았다.
업무를 마무리 짓고 시계를 보니 8시가 다돼가고 있었다.
피곤하기도 하고해서 모텔에서 자고 내일 갈까 생각했지만 오늘 흘린땀때문에
옷을 갈아입어야 할것같아 차에올라탔다.
절반쯤 왔을까..집키가 호주머니에 없는것이 생각났다.
사무실에 있나보나...젠장..
그렇다고 지금 차를 돌려 수원으로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에서 잘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답이안나와서 사무실까지 도착했다.
사무실에 가봤자 난 사무실 키도 없는데...
어....사무실에 불이 켜져있었다. 난 차를 주차시키고 5층 우리 사무실을 다시 쳐다보았다.
지금 시간이 9시반이라 사무실에 누가 있을리가 없을텐데..도둑일까?
엘리베이터를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문은 닫혀있었지만 잠겨있진 않았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불이 켜져있는곳은 사장실이었다.
내 책상 건너편에 미스한의 백이보였다. 어라 아직까지 일한걸까?
난 사장실로 조심히 걸어갔다.
말소리가 들렸다.
사무실안에는 형광등이 한쪽만 켜져있어서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인기척을 내야겠지 라고 생각한순간 말소리가 확연히 들렸다.
-왜 내가 싫어진거지?
사장의 목소리다.
-싫어져서가 아니에요,,,그냥 일에만 열중하고 싶어서...
그녀의 목소리다. 한은정!
난 심상찮은 느낌이 들어 벽 한쪽에 붙어섰다.
말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일에 집중한다는건 핑계아냐?
-아니에요..정말이에요.
-거짓말...
-..........
-사실대로 말해봐 어째서 이제 나랑관계하는게 싫어진건지..
무슨 말일까...관계??
-사장님은 ...가정이 있으시잖아요. 저도 이제 양심에 어긋나는짓은...
-뭐라? 양심....
사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라이터켜는 소리가 들리고 사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은아...내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니?
-아니요,,없어요
-난...너랑 이 관계를 유지하고싶어. 내가 널 잊을수 없다는걸 알잖아.
-사장님...이제 그만 우리관계 정리했음해요. 사장님과 저를위해서도
그럴때라고 생각해요.
-누구맘대로? 네가 정리하고싶다고하면 내가 그러자고 할줄 알았어?
-.......
-네가 어려웠을때 도와준걸 핑계삼아 널 소유하려는게 아냐. 난 널...
정말 사랑한단말이야...
-바보같은 소리말아요. 사장님에겐 사모님이 계세요. 그리고 전 ...사장님
사랑한적없어요,,
-.........
이거...젠장 무슨말이지? 내가 듣고 있는게 지금 사실인가?
난 더욱 문 가까이 다가갔다.
-그럼...어떡하겠단거냐?
-회사 일엔 열심히 노력할께요.하지만..
-.......?
-이제 사장님하고 더이상 이런 관계로 남아있고싶지 않아요.
-회사는 다니되...나를 피하겠다? 그런말이냐?
-피하겠단 소리가 아니에요...그리고 저에게 빌려주신돈은 월급에서 차차
갚아나갈께요.
-누가 너한테 돈을 달라했더냐? 끝내 사실을 않밝히겠단 말이군...
-......
-남자가 생겼나?
-아니에요.
-아니라구? 니가 날 피하기 시작한게 바로 며칠전부터야. 그럴 이유가 없잖아.
아무이유없이 날 갑자기 피하면 내가 무슨 생각이 들겠어..엉?
-그런거,,없어요.
-......으이구 미쳐버리겠구만..
사장은 답답하다는듯 분통을 터트렸다.
잠시동안 침묵이 흐르고 사장의 입이 열렸다.
-정은아..
-네
-나한테도 시간을 다오..
-.....?
-나도 정리할 시간을 달란 말이야.
-어떻게 말이죠?
-널 ..........한달간...아니 일주일 이라도 예전처럼 다시 안고싶어.
그래..니가 원하는대로 포기하겠어, 그러니까 일주일간만이라도 예전처럼
널 사랑하게 해죠. 그럼 깨끗히 포기할께!
-.......
-그것도 거절이냐?
-.......아니요...그렇게 하겠어요. 하지만 약속은 서로 지키죠. 일주일간은
저도 사장님이 원하는대로 하겠어요. 그 다음은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요.
그리고 저도 사장님에게 도움받은 돈은 갚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껄끄러워서
못있을거에요.
-그래..그건 네 편할때로 하라구....
-저 이제 가겠어요.
-어딜..집으로 가겠단 거냐? 오늘 밤은 나하고 있어달라구.
-오늘 밤은 않돼요. 집에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야해요. 그럼..
그녀가 소파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난 재빨리 사무실 문을 열고 계단으로
숨었다.
잠시후 그녀가 백을 챙겨서 사무실문을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난 혼돈된 머리를 정리하며 비상계단에 앉았다.
그러니까 그녀와 사장이 얘기한것이 전부 사실이라면....
난 재빨리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그녀가 정말 한정은 인지 확인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1층에 도착해서 현관을 바라보니 베이지색 반팔정장을 입은 그녀의 뒷모습이 내 두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그녀였다. 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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