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경.희. - 2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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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많은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고추가루 자장면 잘 얻어먹었습니다.^^
원래 성격이 급하고 내멋대로 하는 성향이라 회사에서도 가끔 마음 다스리라는 지적도 받고 있지만... 이 의협심 철철 넘치는 성격이 아니었다면 아마 외숙모를 지옥이라 여겼던 삼촌의 손아귀에서 꺼내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숙모가 실제 인물이니 제 이야기 읽다가 정도 들고해서 언제 한번 소개받아 담궈볼 기회가 있겠느냐 류의 쪽지를 마구 보내시고 계신 미친 새끼들이야 그냥 불쌍히 여기면 된다 치지만..... 이건 실제로 일어났던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했던 사건 중의 하나였고, 실생활에선 많은 사람들로부터 욕지꺼리를 바가지로 얻어먹고 사는 상황이라 글로나마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위안받으려는 의도였죠.
사람들은 서로 다른 세상을 삽니다. 제 고백이나 경험을 이야기해달라 해놓구선 다 듣고 나서 이거 구라다, 뻥이다 받아치고 도망가면 얻어맞은 사람 뚜껑 많이 열리지 않겠어요? 저 이 이상의 경험도 없고 이 이야기 마치면 다시 독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댓글도 남기고 박수도 치고 그럴 겁니다. 그러니 부디, 그냥 이거 이렇다 하면 그냥 그리 믿어주세요. 보지도 못한 정사신을 만들어 글을 쓸만한 실력도 없고 머리도 좋지 않습니다. 몇분이 원하셨듯이 제가 우리들, 즉 이 이야기 주인공들의 실명, 주소, 전화번호, 그 사건의 시시각각, 발생 장소에 대해 언급을 하지 못해 미안합니다만,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리 있겠어요?
제 얘기가 흥미로워 관심을 그 정도로 갖고 계신다는 쪽으로 알아듣겠습니다만, 이제 그만들 하세요. 저랑 언쟁하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공개적으로 해드릴테니 비겁하게 그러지 마시구요.
이번 여름 참 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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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달림에 얼굴이 빠져 그런지 말아올린 머리가 풍성해 보이는 숙모가 나를 기다리며 자신의 힐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앉아 있었다. 무릎위까지 올라간 스커트 아래로 살색 스타킹에 싸인 종아리가 눈부셨으며 자켓과 블라우스를 겹쳐 입었음에도 봉긋 솟아오른 가슴 언덕에 다시금 그녀의 나신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이제는 숙모의 옷가지 속을 더듬어 가슴봉우리과 털둔덕을 만지고 싶다거나, 허리를 숙이게 해 항문과 질입구를 혀끝으로 괴롭히고 싶다거나, 팬티스타킹을 부우욱 찢고 팬티를 옆으로 제껴 내 기둥을 심어 흔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았다. 내 자신이 성숙했다 자부하기가 너무나 창피하고 괴로웠다. 저렇게 사랑하고 위해주고 아껴줘도 모자랄 저 여자를 나는, 나 혼자만의 상상에서였지만 중학때부터 그녀를 유린하고 괴롭히며 내 사정의 대상으로만 대했었다. 숙모가 몰랐을 뿐이지 학대와 수모를 일삼은 모친과 삼촌에 비해 내가 나을 게 뭐가 있겠었는가? 더 잘해주고 싶었지만 그간 만나지 못했던 두달의 세월이 어느새 큰 벽으로 다가와 그녀에게 어떻게 대하는 게 나은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차를 숙모가 보이는 거리에 세우고 그녀의 모습을 관찰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숙모 주변의 몇 남자들이 숙모를 쳐다보고 지나가기도 하고, 전화를 거는 척하며 숙모를 바라보기도 하며, 어떤 놈은 쳐다보고 지나가다 다시 돌아오며 쳐다보고 또 돌아가고 하는 놈도 있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병신들, 이쁘면 말이나 붙여볼 것이지 했다.
상대가 너무나 마음에 드는데 끙끙 앓다가 결국 포기해버리기 일쑤였던 고등학교 동창이 생각났다. 대학에 들어가 많이 변한 모습을 보여주어 놀랐었는데 자기만 보면 여자들이 옷을 훌러덩벌러덩 벗는다해서 여성탈의제조기가 자신의 별명이라 했다. 옆집 아줌마, 누나 친구, 막내 이모, 친구 엄마.. 일년여간 다 따먹고 돌아다녔다 술자리에서 큰소리를 쳐서 생긴 것도 오밀조밀 생긴 놈이 무슨 비결이 있길래 했다. "너 이렇게 버럭버럭 큰 소리치는데 여자들이 너 좋대?"라 묻다가 소주잔을 집어던지며 내게 화를 내길래, 마음도 풀어줄겸 친구들과 단골 안마시술소에 우르르 몰려가 놀았다. 그 친구 방에서 아가씨가 나오며 하는 말에 모두가 박장대소 했다. "미친놈, 3초도 못 넘기는 게.. 두 번 하려면 돈을 내야지!"
그렇게 눈이 돌아가게 숙모가 예쁘다 생각하면 숙모에게 다가가 호감을 주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라 차안에서 생각했다. 비겁하고 느끼하고 징그러운 시선만으로는 아름다운 여자가 당신의 품에 안길 이유도 없고 그런 일이 평생 일어나지도 않는다라 숙모를 지나가며 의식하는 남자들에게 마음 속으로나마 외쳐댔다. 섹스가 벌어졌다고, 그녀에게 정액을 싸질러놨다고 그래서 그 여자가 나를 사랑함에 틀림없다고, 그러나 나는 그년을 노리개로 치부했다고 살에 살을 붙여 자랑스레 늘여놓는 게 우리 남자들이었다. 그 동창놈이 그랬고, 삼촌이 그랬고, 박사장이 틀림없이 그랬을 것 같고, 저 숙모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늙고 젊은 남자들도 그럴테고...그리고......나 역시 마찬가지로 그들과 다름없는 남자였다. 숙모를 저렇게 결국 가련하게 만들어 놓은 존재들이었다.
내 차가 다가가 숙모에게 애교넘치도록 "빵" 울리자 숙모가 나를 보며 이를 들어내고 환히 웃었다. 아.. 정말 아름다웠다. 옆에 서성이던 남자들이 이번엔 나를 쳐다봤다. 마귀들 무리에서 눈부신 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나오는 기사라도 된양 득의양양했고 숙모가 차에 오르자 보란듯이 안전버클을 매주는 오버액션도 감행하며 얼굴을 더 가까이 해 우리 둘의 나이차이를 그 남자들에게 보여줬다. 우쭐함에 옴 몸이 너무나 행복했다.
"잘 있었어? 왜 그렇게 초췌해졌어?"
"그러니?" 그녀가 또 웃는다.
"힘들었어?"
"아니 함들긴..."
"이혼...... 한거야? 수혁이가 그랬어"
".......응. 수속중야"
"미안해. 결국.. 힘들어 안했으면 좋겠는데...."
"애들땜에 그래.."
"미안해. 미안해, 숙모."
"니가 뭘... 외려 홀가분한 게 있지."
"그래. 맞어."
"우리 어디 가니?"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뭐 먹으까, 마시까, 아님....음...재워주까?"
"이그.." 날 쳐다보는 얼굴이 농담할 기분이 아니라는 표정을 담고 있었다. 숙모가 말을 이었다.
"나 너에게 물어볼 말들이 많아."
"응 나도 네게 들어볼 말이 많아." 숙모가 웃지도 않고 물었다.
"너 막내 형님 어떻게 한거야?"
"왜?"
"두 달전에 내게 꿔간 돈 갚는다고 오셨었어. 미안하다고 그랬고."
"......"
"너 협박이라도 한거야? 뭐라 그랬지?"
"내가 뭘..?"
"자기가 미쳐서 그랬다느니.. 알듯 모를듯한 말만 하다가 그냥 일어나 가시던데..."
"또 뭐라 그랬는데?"
"승준애비 잘 보필하라드라. 못되게 굴어도 마음은 여리다고. 마음 고생준 거 용서하라고."
"숙모한테 가서 용서를 비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차 잠깐 세워봐." 나는 왜애애? 그러다가 차를 옆으로 밀어 세웠다.
"너 나 똑바로 봐. 거짓말하기 없기다." 그녀가 내 눈을 바라봤다. 너무나 예쁜 얼굴이 내 앞에 있었다.
"니가 그런 것 맞지?" 아무 표정없이 숙모를 바라보다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 그녀가 내 모습을 보며 옛사랑을 떠올리건 내 몸뚱아리를 이용했건 그게 그리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녀의 립크로스 내음과 맛이 내 코를 건들였다.
"으응.. 그러지 말고..."
"알았어. 사실이야. 돈 다 받은 거 맞지?"
"후우우, 그래 그랬었구나."
"돈은 다 받았냐고?"
"응." 숙모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내게 다시 고개를 돌려 물었다.
"하나 더. 너 혜주라는 애 말야. 니 친구 맞아?"
"그건 또 왜?"
"그 후 삼촌이 그 애를 만나는 것 같았어."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알 수 있었어. 부부가 다 그렇지 뭐."
"난 몰랐는데. 걔 연락 끊은지 오래되었고."
"걔 너 여자친구 아니었지?"
"그럼 내가 거기 숙모집에 왜 데꾸가?"
"그냥.. 막내 형님도 그렇고.. 니가 뒤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럼 안돼? 내가 뒤에 있으면?"
"그렇다 생각이 드니 니가 무서웠어..."
"무.....서워?"
"....일이 너무 주도면밀해서... 얼마나 작당한 일이길래 형님을 그리 발발 떨게 만들었으까.... 그리도 내게 집착하던 니네 삼촌이 이젠 내게서 떨어져 나가게 하고 이혼하자고 먼저 말하고...."
"........"
"니가 한 거 맞어? 모두?"
"....."
"응?"
"나도 뭐 하나 물어보자.."
"응 그래 우리 조카. 살살 물어." 내가 잘 쓰던 말장난을 숙모가 빙긋 웃으며 했다. 기분이 짧게 좋아졌다.
"숙모,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옛날?"
"삼촌과 망구들과 다시 얼굴보고 살고 싶으냐고?"
"훗.."
"그게 뭔데?"
"안가고 ...싶다."
"그럼 됐어. 숙모가 원하면 내가 옆에서 잘 지탱해줄께."
"........." 그녀가 입웃음을 지으며 오른손으로 내 뺨을 만지며 나를 그윽히 바라보았다.
"그냥 마음가는데로 살어. 누가 욕하면 내가 다 막아주께."
"고맙다. 우리 주혁씨."
좋은 곳에 가서 커피를 먹자며 시계를 보았던 숙모가 "아 이 근처에 좋은 곳이 있었지"라며 괜찮은 한식당으로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내 차를 인도했다. 방에 자리를 잡고 들어섰다. 숙모 스타킹 발가락이 눈부시게 가지런하고 예뻤다. 숙모 옆에 들러붙어 앉았다. "왜?"라 눈이 똥그랗게 떠 물어보는 숙모에게 "좋아서.."라 대답했다. 음식 주문을 하고 웨이츄레스가 밖으로 나가자 내가 "다리 좀 일루 줘 봐." 했다. "왜? 냄새 나.." 숙모가 그러자 "내가 당신 혈 좀 눌러줄려 그런다 왜?" 했다. 숙모의 발을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 본 적도 없었다. 연하게 빨간 메니큐어를 칠한 엄지발가락과 길이와 두께가 완벽하게 가지런한 나머지 발가락에 볼우물이 깊게 패여 큰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발바닥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내 발이 좋아?" 숙모가 물었다. "응 너무 이뻐." 하며 입술을 발가락에 갖다 대었다. "안돼, 너 왜이래.. 사람들 다녀.."라 숙모가 나즈막히 부산하게 말했다. 나는 "알았어"라 하며 숙모의 난처한 얼굴을 눈썹을 올려 보았다. "나 변태같어?"라 묻자, "아니 그건 아닌데...."라 했다. "발빨면 기분 나쁜 건 아니지 응?" 하자 숙모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그럼 나 좀 있다가 본격적으로 십분만 이거 뽀뽀하게 해줘."라 하자 연신 어머어머 했다. "화장실 좀.."하며 숙모가 일어났다. 그 후 숙모의 전화가 울렸다. 삼촌은 아니었다. 호기심이 물밀려와 전화기를 들어 폴더를 올리고 가만히 있어보았다.
"아이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어?.... 누구 죽는 꼴 볼라구래?" 거친 남자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를 들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간의 통화기록을 미친듯이 눌러 찾아보았다. 그 남자의 부재중 통화사인이 옆에 붙어있는 송신기록들이 가히 여름철 개미떼처럼 짜증나게 깨알같이 붙어 있었다. 내 전화기를 들었다. 그 전화 번호를 눌렀다.
"예 박 승깁니다."
예상대로 박 사장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투가 두 사람이 잤다는 확신을 주었다. 눈에 핏발이 서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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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감사합니다.
원래 성격이 급하고 내멋대로 하는 성향이라 회사에서도 가끔 마음 다스리라는 지적도 받고 있지만... 이 의협심 철철 넘치는 성격이 아니었다면 아마 외숙모를 지옥이라 여겼던 삼촌의 손아귀에서 꺼내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숙모가 실제 인물이니 제 이야기 읽다가 정도 들고해서 언제 한번 소개받아 담궈볼 기회가 있겠느냐 류의 쪽지를 마구 보내시고 계신 미친 새끼들이야 그냥 불쌍히 여기면 된다 치지만..... 이건 실제로 일어났던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했던 사건 중의 하나였고, 실생활에선 많은 사람들로부터 욕지꺼리를 바가지로 얻어먹고 사는 상황이라 글로나마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위안받으려는 의도였죠.
사람들은 서로 다른 세상을 삽니다. 제 고백이나 경험을 이야기해달라 해놓구선 다 듣고 나서 이거 구라다, 뻥이다 받아치고 도망가면 얻어맞은 사람 뚜껑 많이 열리지 않겠어요? 저 이 이상의 경험도 없고 이 이야기 마치면 다시 독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댓글도 남기고 박수도 치고 그럴 겁니다. 그러니 부디, 그냥 이거 이렇다 하면 그냥 그리 믿어주세요. 보지도 못한 정사신을 만들어 글을 쓸만한 실력도 없고 머리도 좋지 않습니다. 몇분이 원하셨듯이 제가 우리들, 즉 이 이야기 주인공들의 실명, 주소, 전화번호, 그 사건의 시시각각, 발생 장소에 대해 언급을 하지 못해 미안합니다만,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리 있겠어요?
제 얘기가 흥미로워 관심을 그 정도로 갖고 계신다는 쪽으로 알아듣겠습니다만, 이제 그만들 하세요. 저랑 언쟁하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공개적으로 해드릴테니 비겁하게 그러지 마시구요.
이번 여름 참 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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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달림에 얼굴이 빠져 그런지 말아올린 머리가 풍성해 보이는 숙모가 나를 기다리며 자신의 힐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앉아 있었다. 무릎위까지 올라간 스커트 아래로 살색 스타킹에 싸인 종아리가 눈부셨으며 자켓과 블라우스를 겹쳐 입었음에도 봉긋 솟아오른 가슴 언덕에 다시금 그녀의 나신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이제는 숙모의 옷가지 속을 더듬어 가슴봉우리과 털둔덕을 만지고 싶다거나, 허리를 숙이게 해 항문과 질입구를 혀끝으로 괴롭히고 싶다거나, 팬티스타킹을 부우욱 찢고 팬티를 옆으로 제껴 내 기둥을 심어 흔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았다. 내 자신이 성숙했다 자부하기가 너무나 창피하고 괴로웠다. 저렇게 사랑하고 위해주고 아껴줘도 모자랄 저 여자를 나는, 나 혼자만의 상상에서였지만 중학때부터 그녀를 유린하고 괴롭히며 내 사정의 대상으로만 대했었다. 숙모가 몰랐을 뿐이지 학대와 수모를 일삼은 모친과 삼촌에 비해 내가 나을 게 뭐가 있겠었는가? 더 잘해주고 싶었지만 그간 만나지 못했던 두달의 세월이 어느새 큰 벽으로 다가와 그녀에게 어떻게 대하는 게 나은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차를 숙모가 보이는 거리에 세우고 그녀의 모습을 관찰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숙모 주변의 몇 남자들이 숙모를 쳐다보고 지나가기도 하고, 전화를 거는 척하며 숙모를 바라보기도 하며, 어떤 놈은 쳐다보고 지나가다 다시 돌아오며 쳐다보고 또 돌아가고 하는 놈도 있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병신들, 이쁘면 말이나 붙여볼 것이지 했다.
상대가 너무나 마음에 드는데 끙끙 앓다가 결국 포기해버리기 일쑤였던 고등학교 동창이 생각났다. 대학에 들어가 많이 변한 모습을 보여주어 놀랐었는데 자기만 보면 여자들이 옷을 훌러덩벌러덩 벗는다해서 여성탈의제조기가 자신의 별명이라 했다. 옆집 아줌마, 누나 친구, 막내 이모, 친구 엄마.. 일년여간 다 따먹고 돌아다녔다 술자리에서 큰소리를 쳐서 생긴 것도 오밀조밀 생긴 놈이 무슨 비결이 있길래 했다. "너 이렇게 버럭버럭 큰 소리치는데 여자들이 너 좋대?"라 묻다가 소주잔을 집어던지며 내게 화를 내길래, 마음도 풀어줄겸 친구들과 단골 안마시술소에 우르르 몰려가 놀았다. 그 친구 방에서 아가씨가 나오며 하는 말에 모두가 박장대소 했다. "미친놈, 3초도 못 넘기는 게.. 두 번 하려면 돈을 내야지!"
그렇게 눈이 돌아가게 숙모가 예쁘다 생각하면 숙모에게 다가가 호감을 주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라 차안에서 생각했다. 비겁하고 느끼하고 징그러운 시선만으로는 아름다운 여자가 당신의 품에 안길 이유도 없고 그런 일이 평생 일어나지도 않는다라 숙모를 지나가며 의식하는 남자들에게 마음 속으로나마 외쳐댔다. 섹스가 벌어졌다고, 그녀에게 정액을 싸질러놨다고 그래서 그 여자가 나를 사랑함에 틀림없다고, 그러나 나는 그년을 노리개로 치부했다고 살에 살을 붙여 자랑스레 늘여놓는 게 우리 남자들이었다. 그 동창놈이 그랬고, 삼촌이 그랬고, 박사장이 틀림없이 그랬을 것 같고, 저 숙모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늙고 젊은 남자들도 그럴테고...그리고......나 역시 마찬가지로 그들과 다름없는 남자였다. 숙모를 저렇게 결국 가련하게 만들어 놓은 존재들이었다.
내 차가 다가가 숙모에게 애교넘치도록 "빵" 울리자 숙모가 나를 보며 이를 들어내고 환히 웃었다. 아.. 정말 아름다웠다. 옆에 서성이던 남자들이 이번엔 나를 쳐다봤다. 마귀들 무리에서 눈부신 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나오는 기사라도 된양 득의양양했고 숙모가 차에 오르자 보란듯이 안전버클을 매주는 오버액션도 감행하며 얼굴을 더 가까이 해 우리 둘의 나이차이를 그 남자들에게 보여줬다. 우쭐함에 옴 몸이 너무나 행복했다.
"잘 있었어? 왜 그렇게 초췌해졌어?"
"그러니?" 그녀가 또 웃는다.
"힘들었어?"
"아니 함들긴..."
"이혼...... 한거야? 수혁이가 그랬어"
".......응. 수속중야"
"미안해. 결국.. 힘들어 안했으면 좋겠는데...."
"애들땜에 그래.."
"미안해. 미안해, 숙모."
"니가 뭘... 외려 홀가분한 게 있지."
"그래. 맞어."
"우리 어디 가니?"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뭐 먹으까, 마시까, 아님....음...재워주까?"
"이그.." 날 쳐다보는 얼굴이 농담할 기분이 아니라는 표정을 담고 있었다. 숙모가 말을 이었다.
"나 너에게 물어볼 말들이 많아."
"응 나도 네게 들어볼 말이 많아." 숙모가 웃지도 않고 물었다.
"너 막내 형님 어떻게 한거야?"
"왜?"
"두 달전에 내게 꿔간 돈 갚는다고 오셨었어. 미안하다고 그랬고."
"......"
"너 협박이라도 한거야? 뭐라 그랬지?"
"내가 뭘..?"
"자기가 미쳐서 그랬다느니.. 알듯 모를듯한 말만 하다가 그냥 일어나 가시던데..."
"또 뭐라 그랬는데?"
"승준애비 잘 보필하라드라. 못되게 굴어도 마음은 여리다고. 마음 고생준 거 용서하라고."
"숙모한테 가서 용서를 비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차 잠깐 세워봐." 나는 왜애애? 그러다가 차를 옆으로 밀어 세웠다.
"너 나 똑바로 봐. 거짓말하기 없기다." 그녀가 내 눈을 바라봤다. 너무나 예쁜 얼굴이 내 앞에 있었다.
"니가 그런 것 맞지?" 아무 표정없이 숙모를 바라보다 그녀의 입술에 다가갔다. 그녀가 내 모습을 보며 옛사랑을 떠올리건 내 몸뚱아리를 이용했건 그게 그리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녀의 립크로스 내음과 맛이 내 코를 건들였다.
"으응.. 그러지 말고..."
"알았어. 사실이야. 돈 다 받은 거 맞지?"
"후우우, 그래 그랬었구나."
"돈은 다 받았냐고?"
"응." 숙모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내게 다시 고개를 돌려 물었다.
"하나 더. 너 혜주라는 애 말야. 니 친구 맞아?"
"그건 또 왜?"
"그 후 삼촌이 그 애를 만나는 것 같았어."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알 수 있었어. 부부가 다 그렇지 뭐."
"난 몰랐는데. 걔 연락 끊은지 오래되었고."
"걔 너 여자친구 아니었지?"
"그럼 내가 거기 숙모집에 왜 데꾸가?"
"그냥.. 막내 형님도 그렇고.. 니가 뒤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럼 안돼? 내가 뒤에 있으면?"
"그렇다 생각이 드니 니가 무서웠어..."
"무.....서워?"
"....일이 너무 주도면밀해서... 얼마나 작당한 일이길래 형님을 그리 발발 떨게 만들었으까.... 그리도 내게 집착하던 니네 삼촌이 이젠 내게서 떨어져 나가게 하고 이혼하자고 먼저 말하고...."
"........"
"니가 한 거 맞어? 모두?"
"....."
"응?"
"나도 뭐 하나 물어보자.."
"응 그래 우리 조카. 살살 물어." 내가 잘 쓰던 말장난을 숙모가 빙긋 웃으며 했다. 기분이 짧게 좋아졌다.
"숙모,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옛날?"
"삼촌과 망구들과 다시 얼굴보고 살고 싶으냐고?"
"훗.."
"그게 뭔데?"
"안가고 ...싶다."
"그럼 됐어. 숙모가 원하면 내가 옆에서 잘 지탱해줄께."
"........." 그녀가 입웃음을 지으며 오른손으로 내 뺨을 만지며 나를 그윽히 바라보았다.
"그냥 마음가는데로 살어. 누가 욕하면 내가 다 막아주께."
"고맙다. 우리 주혁씨."
좋은 곳에 가서 커피를 먹자며 시계를 보았던 숙모가 "아 이 근처에 좋은 곳이 있었지"라며 괜찮은 한식당으로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내 차를 인도했다. 방에 자리를 잡고 들어섰다. 숙모 스타킹 발가락이 눈부시게 가지런하고 예뻤다. 숙모 옆에 들러붙어 앉았다. "왜?"라 눈이 똥그랗게 떠 물어보는 숙모에게 "좋아서.."라 대답했다. 음식 주문을 하고 웨이츄레스가 밖으로 나가자 내가 "다리 좀 일루 줘 봐." 했다. "왜? 냄새 나.." 숙모가 그러자 "내가 당신 혈 좀 눌러줄려 그런다 왜?" 했다. 숙모의 발을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 본 적도 없었다. 연하게 빨간 메니큐어를 칠한 엄지발가락과 길이와 두께가 완벽하게 가지런한 나머지 발가락에 볼우물이 깊게 패여 큰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발바닥이 내 손에 들려있었다. "내 발이 좋아?" 숙모가 물었다. "응 너무 이뻐." 하며 입술을 발가락에 갖다 대었다. "안돼, 너 왜이래.. 사람들 다녀.."라 숙모가 나즈막히 부산하게 말했다. 나는 "알았어"라 하며 숙모의 난처한 얼굴을 눈썹을 올려 보았다. "나 변태같어?"라 묻자, "아니 그건 아닌데...."라 했다. "발빨면 기분 나쁜 건 아니지 응?" 하자 숙모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그럼 나 좀 있다가 본격적으로 십분만 이거 뽀뽀하게 해줘."라 하자 연신 어머어머 했다. "화장실 좀.."하며 숙모가 일어났다. 그 후 숙모의 전화가 울렸다. 삼촌은 아니었다. 호기심이 물밀려와 전화기를 들어 폴더를 올리고 가만히 있어보았다.
"아이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어?.... 누구 죽는 꼴 볼라구래?" 거친 남자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를 들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간의 통화기록을 미친듯이 눌러 찾아보았다. 그 남자의 부재중 통화사인이 옆에 붙어있는 송신기록들이 가히 여름철 개미떼처럼 짜증나게 깨알같이 붙어 있었다. 내 전화기를 들었다. 그 전화 번호를 눌렀다.
"예 박 승깁니다."
예상대로 박 사장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투가 두 사람이 잤다는 확신을 주었다. 눈에 핏발이 서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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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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