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대행 알바한 썰.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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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엠창인생 되고 하객대행 사업 하고 있다..
사업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암튼...
카페보고 연락했다면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임..
흔한 결혼식 하객동원 주문인줄 알았음..
늘상 하던대로 기계처럼 상담 매뉴얼을 읇어대고 있는데 리액션이 없음..
뭐 이런 상담을 하는게 본인도 비참할테니 개의치 않고 최대한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단어 위주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아빠 대행 해줄 사람 한명만 필요하다면서...
왜 말이 없는줄 그제야 알겠더라..
10km 떨어진 짱개집에 짜장면 한그릇 시키는 기분일테지..
평일이라 예약도 없고 내가 가기로 함..
아빠로서 내 나이도 적절했음..
근데 아빠대행은 첨이라....뭘 해야되는지...
애랑 하루 놀아주면 된다는데..
좀 이상하긴 했음...
아빠대행은 보통 남들한테 애비 없는 자식으로 보이지 않기위해 하지
당사자인 애 한테 아빠인척 하라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
유치원 행사나 운동회에 불려갔다는 사람은 몇번 봤음..
이때 거절했어야 했음..
약속 당일..
집으로 오라네..
좀 찝찝했음...
벨 누르고 기다림..
문이 열리고..
모녀가 커플룩으로 흰 원피스를 입고 나를 맞이 함..
애는 대략 5살쯤 되어 보임..
엄마는 나보다 3살 어림..
첨 보는 아저씨 등장에 애는 뒷걸음 침..
"OO아 아빠잖아...사진이랑 똑같지?...인사해야지 뭐해..."
엄마 뒤에서 몸을 베베 꼬며 안절부절 함..
그 여자가 갑자기 나한테 포옹을 함..
고생했다며..
오는데 힘들지 않았냐며...
밥은 먹었냐며...
지 엄마가 껴안고 친한척을 해대니까 아빠가 맞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슬금슬금 와서 내 다리를 껴안음..
이런식의 역할대행은 해본적이 없어서 존나 당황스럽더라..
이런건 애인대행 하는놈들이 전문인데 난 그쪽 분야가 아니라..
그냥 엄마 아는 삼촌인척 하루 놀아주면 될줄 알았드만
진짜로..
리얼로 아빠가 되는거였음..
이 여자도 대책없는게 내가 누구일줄 알고 애랑 단둘이 있는 집에 들여서
아빠 행세를 하란거냐...
요즘이 어떤 세상인디 겁대가리 없이....
얼굴도 이쁜게...몸매도 좋은게...
난 이 상황이 당황스러워서 뇌에 과부하 걸려 혼돈에 빠져있는데 애는 연습한 노래와
율동으로 실사로는 생전 처음 보는 아빠에 대한 환영식을 마무리함..
정신차려보니 식탁에서 밥 먹고 있더라..
애 눈치 못채게 애 엄마 안방으로 불러 들임..
진심으로 빡쳐서 물었음..
"나 ㄹㅇ로 쟤한테 아빠인척 하란거임??..그냥 하루 놀아주라며요..??"
엄마 표정이 복잡해 지더라...
난 애랑 놀아줄 아빠 역할이 필요한단 말을 그냥 애 하루 봐줄 남자가 필요하단 의미로
이해하고 온건데...
굳이 사정 듣지 않아도 지금까지 상황만 봤을때 뭔가 존나 기구한 사연이 있는 애임..
쟤한테 리얼 아빠인척 능숙하게 할 자신도 없지만 뭔가 죄짓는 기분이 듬...
원래 일을 할땐 내가 수행 할 역할에 대해서만 듣고 끝내지 구구절절 의뢰인의 사정까지
캐묻지 않음.
너는 왜 인맥이 존나게 협소하냐..
결혼식에 와줄 사람이 그릏게 없냐..
너 사기 결혼이냐..
너 화차냐..
너 김민희냐..
이딴거 안 물어봄..
근데 이번엔 좀 알아야 겠더라...
나야 일당 받고 가버리면 끝이지만 애는 뭐가 되냐..
말 안해주면 걍 나오려고 했음..
자기는 미혼모고 애 아빠는 다른 여자랑 결혼했고 지금은 사고처셔 복역중..
애 한테는 그동안 아빠가 못 오는 이유를 적당히 둘러댔고 매년 생일때 올거라고 구라 쳐 놨는데
갑자기 애가 영리해져서 올해는 가짜라도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나를 찾음..
진짜 아빠인척 해버리고 가버리면 애 허탈감은 어쩔거냐고 물으니까 그건 지가 달래볼거램..
노답...
지금이라도 가서 삼촌이라고 말하라고 했더니 싫댐..
근데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게...
지금껏 아빠인줄 알고 춤추고 노래부르고 달려들고 뽀뽀하고 다 했는데
밥먹고 나니 "짠!!! 나는 삼촌이지롱" 하면 애 농락하는것도 아니고..
일단 이 좁아터진 집에서 나가고 싶었음..
숨통을 죄는 기분임...
애 데리고 근처 공원으로 ㄱㄱ
근데 너무 추워서 다시 집으로 ㄱㄱ
남자 없는 집에서 엄마랑 단둘이 살아서 그런건지 아님 아직 어려서 그런건지
친아빠랑 나랑 전혀 안 닮았는데 애는 나를 아빠로 인식하더라..
어느 싸구려 사진관에서 합성했는지 거친 뽀샵의 흔적이 역력한 백일 가족 사진 들고 와서
아빠 사진이라는데 뜨끔 하다가 안쓰러워 짐..
나도 이 분위기에 적응했는지 어느새 쇼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더라..
머리엔 수만가지 생각들..
짝퉁이지만 처음 본 아빤데 이러고 집에서 시간낭비하는게 맞나...
그렇다고 추억을 만들어 줬다가 몇시간 후 나 퇴근해 버리면 애가 겪을 후유증은..
"OO이 아빠랑 뭐하고 싶어?"
이 집에 들어온후 첨으로 얘 이름 불러봄..
뭐 대충 외식하자, 놀이동산, 장난감 뭐 사달라 모범답안 몇개 예상했음..
근데 지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퍼즐을 갖고 나와서 거실에 우루루 쏟음..
이건 딱봐도 초과근무감임...엄청 큼...그게 3개임...
"아빠랑 맛있는거 먹으러 나갈까?"
싫댐...퍼즐이나 맞추래..
묵묵히 맞춤...
백설공주 반쯤 완성 했을때 애가 갑자기 발로 차더니 파토냄..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르고 상냥하게 고객이 ok 할때까지 다시 퍼즐을 맞춤..
우여곡절 끝에 1개의 퍼즐을 완성하고 2번째 퍼즐을 거의 완성해 갈즈음..
"아빠 한개씩 맞춰..."
내가 손에 가득 퍼즐을 쥐고 존나 열정적으로 광속으로 퍼즐을 완성해가니까
퍼즐조각을 빼앗아 가더니 지가 하나씩 건네쥼...
빨리 퇴근하겠다는 일념으로 쭈구려 앉아 퍼즐을 맞춘지 2시간만에 첨으로 허리펴고
화장실에 감..
아직 나에겐 한개의 퍼즐이 더 남았다...
오줌싸고 손 씻는데 욕조안에 뭔가 보임...
3번째 퍼즐의 핵심 부위들...
모르겠냐??
퍼즐은 핑계고 아빠 못가게 잡아두려는 거임..
손만 씻으려고 했는데 눈도 씻음....
얘는 내가 갈걸 알고 있음..
내 조카들은 퍼즐 다 맞추면 흐트러 질까봐 건들지도 못하게 하면서 좋아하는데
얘는 무표정이다..
욕조에 숨겨둔 퍼즐 찾아서 갖고 나오니까 허탈하게 쳐다 봄..
집에 돌아오는 길..
돈 벌었는데 기분이 하나도 안 좋음..
살면서 역대급으로 좃같음..
나 5살때 기억을 떠 올려봄..
흐릿함..
그 애도 그랬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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