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축제>제14화 그는 마약관련 혐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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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축제>제14화
그는 마약관련 혐의자
"이것, 정말 태상이 찍은 건가?"
"그것도 거짓말 같아요?"
"그 녀석이 이런걸 어떻게……"
"아…얘기 안 했구나. 그도 지금 취한 상태예요."
"뭐?"
"약 말이에요. 태상씨도 그 마약을 맞았다구요. 저 여자처
럼."
이것이다. 태상은 약에 취해있다. 어렴풋하던 뭔가가 뚜
렷해지기 시작했다.
"그만 봐요."
"…?"
"구경은 그만하고, 진짜를 하러 가자구요….나 죽겠어요."
"무슨 소리야."
"팬티 밖에 까지 스며 나오고 있잖아….여기 봐요."
혜연은 다리를 벌려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치마 안의 하
얀 팬티에는 희미한 얼룩이 번져가고 있었다.
"…응….? 빨리…"
혜연이 내 손을 잡았을 때서야 깨달았다. 땀으로 흠뻑 젖
은 내 손을.
"아이구, 어서오세요…"
"예. 좀 늦었습니다."
"저도 좀 전에 왔거든요. 앉으세요."
"아까 그 얘기…"
"예. 전화 드렸을 때 잠깐 말씀드렸지만, 조사를 부탁하
신 그 남자 말이에요. 질이 좀 안 좋던데요?"
여자 얘기인가.
"마약 쪽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요."
"예?"
"제가 옛날에 경찰 일을 좀 했거든요. 그 쪽 친구들을 그
래서 좀 아는데, 구린데 없나 찾아보다가 보니까, 글쎄 마약
과 애들이 조사를 하고 있더라구요…물증이 없어서 당장 잡
아넣지는 못하는가 본데, 그 쪽 친구들도 굉장히 골칫거리
인 것 같던데요. 벌써 물망에 오른 지가 몇 달이 됐는데 정
작 잡아넣지를 못하고 있어서…."
마약. 그 자백제를 말하는 건가. 그건 의약품이라는 것
같던데.
"무슨 마약이죠?"
"뭐 이것저것. 그 친구는 주로 필로폰 쪽에 관련되어 있다
는 것 같던데요."
자백제라는 게 필로폰이었나. 어째서…마약을 한다는 걸
가볍게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마약에 대해 좀 아십니까?"
"예? 뭐…들은 풍월로 좀 알죠."
"필로폰에….그러니까, 자백을 시키거나 그러는 효능이 있
는 건가요?"
"자백요? 아…자백제요….글쎄요. 그건 그런 용으로 따
로 나오는 거 아닌가요? 필로폰에 그런 약발이 있다는 건
못 들어 봤는데…."
"아…네…."
"….음…그리고…이건, 사실 이런 건 말하면 안 되는
데…."
"예? 무슨…"
"워낙 옛날부터 아시는 분이라서 얘기해 드리는 건데요.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며칠 전에…."
"무슨 일이요?"
"어떤 여자가 찾아와서는, 그 사진에 남자 있잖습니까.
그 남자 뒷조사를 부탁하더라구요."
"예?"
"무슨….화면에서 딴것 같은, 컴퓨터에 뭐 그런 거 있잖습
니까. 그 뭐지…."
"캡춰요?"
"예. 그거요. 그런 것 같은 사진을 한 장 가지고 왔는
데….보다 보니까 그 남자더라구요. 이정희씨에게 드린 그
사진의 남자 말이에요. 그것참….뭐 우연일 수도 있고 이정
희씨는 여자에 대해서 문의하기도 한 거지만, 그래도…그래
서, 말씀드리는 거거든요."
"임신했던가요?"
"아…역시 아시는 분이군요. 예. 꽤 많이 불렀던데요. 이
름이…조수희라고. 아는 분이세요?"
이 흥신소는 과거에 태상이 소개해준 곳이었다. 수희도
이곳을 알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어째서.
"남자를 찾아달라고 하던가요?"
"예. 그 사람 사진을 가지고 왔더라구요."
"그러면…."
"음….정희씨 부탁으로 한 일이지만, 일단 내용을 건네주
기는 했죠. 뭐….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그러고 보면, 아무리 협박받았다고 하지만 그 남자를 찾아
야 한다는 수희의 말은 어딘가 이상했다. 무엇보다, 흥신소
까지 찾으면서 어째서 태상에 대해 의뢰하지 않았을까.
"…협박 얘긴 이제 됐죠. 우리가 태상씨와 그 여자를 협
박할 일이 뭐가 있었겠어요. 저렇게 다 같이 어울린 사이인
데…."
어제, 혜연이 한 말이었다. 협박받았다는 얘기며, 모든 게
혼란스럽다. 수희가 뭔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가. 태상
이 실종된 것도 사실은 혜연이나 혜연과의 관계 같은 것하고
는 상관이 없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CD.
"초대해야만 오더니…오늘은 먼저 데이트 신청을 다하네
요…오빠."
"아…응."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내 자신이다. 분명히 같은 얼굴이
었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녀의 몸이 분명히 그 안에 있었
지만, 그게 수희라고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녀를 마주한
이 순간에는 더욱 더, 그렇다.
"혹시 어제, 내가 너무…."
"아니야."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도 치밀어 오르는 분노마저 꺾을 수는 없었는
데, 감당하지 못한 내가 어떤 짓을 저지를 지가 두려웠었는
데, 내 입은 감정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나는 또 화난 줄 알았지….그렇게 나가 버려서."
"…."
"….설마, 술 마시자고 불러낸 건 아니죠? 임산부한테."
수희가 혀를 살짝 내밀며 미소짓는다. 거기에 대답해줄
힘 같은 게 남아 있을 리 없다.
"저녁…먹어야지."
"응…뭐 사줄 거예요?"
"먹고 싶은 걸로."
식사를 하는 수희는 어제보다도 밝아져 있다. 그녀가 밝
아질수록 나는 가라앉는다. 언제나처럼 그렇다. 과거에도,
그녀의 쾌활함에 나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그게 상처가 됐
겠지만, 나는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웃을 수만은 없다고.
그러나. 그럴 이유가 사라진 지금에도 여전히.
"오빠는….변한 게 없는 것 같아요."
"…변했어."
적어도, 그 CD를 보기 전까지의 나와는 다르다.
"…여전히 말하기 싫어하고, 불러내 놓고 조용한 건 똑같
은 거 같아…"
"….물어 볼게 있는데…"
"응? 뭐….?"
"협박당했었다고 했었지."
"…"
수희는 포크를 내려놓는다. 미소도 함께.
"예."
"어떤 협박이었는지, 정말 몰라…?"
"…잘 몰라요. 그 때 말한 것처럼."
"…"
"저기, 난…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제 오빠….우리 오빠
찾는 거 안 해도 돼요. 너무 부담 준거 같고, 미안해서…"
"부담 준거 없어. 태상인 내, 친구이기도 하니까."
"어쨌든, 어딘가에 잘 살아 있을 거 에요. 난 그렇게 믿
고….내가 맨 날 울고 있는 건 오빠도 원하지 않을 거예요."
어째서. 흥신소에 부탁한걸 얘기해.
"그러니까…오빠도 그냥 나처럼 믿고 있어 줬으면 좋겠어
요…"
"예. 흥신솝니다."
"예…백소장님 좀 부탁합니다."
"잠시만요…여보세요. 백소장입니다."
"저 이정희 입니다. 소장님."
"아 예."
"아직 퇴근 안 하셨네요."
"하하. 흥신소 일이 뭐 밤낮이 있어야지요….근데, 무슨
일로…"
"그…아까 낮에 말씀하신 거 있죠. 의뢰 왔다는 여자."
"아…조수희씨요. 예. 그 여자가 무슨…"
"…그 여자 조사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정희 씨죠."
"그런데요."
"저…시간 좀 내 주셔야겠는데요."
"…누구시죠?"
"여기서 나왔습니다."
경찰이다.
"…말 돌리지 말고, 바로 얘기하도록 하죠. 김혜연이란
여자 아시죠."
"예."
"정영헌이란 사람도 아십니까?"
흥신소에서 건네준 자료에 있던, 그 의사의 이름이다.
"모릅니다."
"…흠. 이정희씨. 사실 데로 얘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사실입니다. 그게."
"…좋습니다. 김혜연과 당신은 어떤 관계죠?"
그 남자는 마약으로 수사 받고 있다고 했다. 형사가 접근
한 것은 나도 의심받고 있다는 뜻인가.
"…일 문제로 몇 번 만났습니다."
형사는 재떨이에 짜증이 섞인 투로 담배를 부벼 끈다.
"이것 봐요. 이정희씨. 다 알고 왔습니다. 김혜연에게는
우리 인원이 몇 명 붙어 있어요. 당신과 호텔에 드나드는
사진을 보여줘야겠습니까?"
"…."
"사실, 우리는 몇 달째 정영헌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
런데 도무지 꼬투리가 안 잡히고 있어요."
마약, 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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