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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꽃말 - 3부1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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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85 회 작성일 23-12-13 17: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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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제1화








“다녀왔습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그녀의 목소리가 무거운 머리속을 울리듯이 들려왔다. 깜깜한 시야 속으로 뿌옇게 빛이 새어들어 오는 것이 보였다. 언제 집에 돌아온 것인가 싶었다. 부스럭거리는 비닐 봉지 소리와 냉장고를 여닫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집이 아니었다. 분명히 자신은 유미의 동아리실로 뛰어 갔었고, 그 자식의 주소를 물었었다. 그리고…




“늦었잖아.. 벌써 6시라고”




“미..미안.. 수업이 늦게 끝나서.. 그리고 마트에 좀 들르느라..”




“빨리 오라고 했었지? 수업 같은 건 빼먹으면 되잖아”




“미.. 미안해.. 다음부턴 그렇게 할게..”




“그런 거 하나하나 다 가르쳐줘야 하나?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은 뭐야?”




당연하다는 듯이 명령하는 강한 말투의 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랬다. 자신은 저 자식의 집을 찾아왔었다. 유미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따지러.. 유미를 저 자식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응?.. 아.. 카..카레를 할까 했는데.. 싫어..해?”




반응을 살펴보는 겁먹은 목소리로 유미가 되묻고 있었다.




“아니 뭐 별로…”




“그래? 그럼 곧 준비할게.. 조금만 기다려…”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위해서 저녁을 준비하려고 하는 유미의 목소리에 정신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의식이 점차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잊어버리고 있던 기억이 되돌아 왔다.






낡은 아파트의 문을 연 지훈이 희성의 얼굴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어.. 어떻게..?”




주먹을 쥐고 평소의 희성이라면 상상도 못할 적의를 드러내면서 지훈을 노려보았다.




“너 이자식..유미를.. “




말과 함께 지훈의 멱살을 틀어쥐고 지훈을 넘어트리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자.. 잠깐만.. 내.. 내가.. 뭘..?”




“오리발 내밀지 마! 어제 밤.. 유미에게.. 유미에게 그 따위 짓을..”




바닥에 넘어진채 올려다 보는 지훈을 올라타고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아.. 아니에요.. 그런 거..”




“닥쳐! 절대 용서 못해.. 너란 자식..”




주먹을 들었다.




“그.. 그건.. 누나가.. 누나가 그렇게 해달라고… 그런 거.. 좋아한다고…”




망설이지 않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지훈의 안면으로 주먹을 내리꽂았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온순하던 희성이 누군가를 때린 것은 처음이었다.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주먹이 아픈 것도 느끼지 못했다.




“으윽.. 저.. 정말이에요.. 누나가.. 남자친구랑은 헤어진다고 해서..”




“그런 거짓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유미는 어제 분명히 싫어하고 있었다. 그것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다시한번 내려찍은 주먹이 지훈의 코를 스치고 비켜났다. 하지만 연이은 주먹이 지훈의 턱을 강타했다. 신음소리를 내면서 코피를 흘리고 있는 지훈은 거의 저항하지 않았다. 희성은 그런 지훈을 몇번이고 내려치고 있었다.




“사..사과할게요.. 선배한테 숨기고 사귄 거.. 빌테니까.. 이.. 이제.. 그..그만..”




“사겼다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을 거슬렸다. 희성은 떨리는 주먹을 쥔채 지훈을 내려다 보았다.




“때..때리지 마세요.. 잘못했어요..”




“니놈이 유미를 속인 거야.. 그렇지? 아니야?”




“조.. 조금 있으면 누나가 오니까.. 그때.. 다 말할게요..그러니까.. 때리지 마세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약한 모습으로 애원하는 지훈을 보자 어느 정도는 이성이 돌아왔다. 눈물마저 흘리고 있었다. 물론 유미가 헤어지려고 했다던가, 지훈이와 사귀고 있다던가 하는 말은 눈꼽만큼도 믿지 않고 있었다. 유미에게 사과하게 하고 두번다시 접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을 작정이었다.




“잘들어? 니가 한 짓만큼 제대로 유미에게 빌도록 해”




그렇게 주먹다짐을 끝내고.. 지훈이 내어놓은 커피를 한모금 마신 게 탈이었다. 근본적인 희성의 착한 성격은 지훈에게 있어서는 빈틈이나 마찬가지였다. 희성이 방심하는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맞받아 친다고 해서 복수가 되지는 못했었기에 일부러 저항하지 않고 맞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이 났다. 흐려져가는 중에도 지훈이 내뱉은 말이 어렴풋이 떠 올랐다.




“멍청하기는… 두번이나 똑 같은 수법에 당하다니.. 쯧쯧쯧.. 이제부터 네 여자가.. 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여자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 잘 봐두록 해”




그렇게 말하며 비웃던 지훈의 말이 되살아 났다. 자신이 순진했음을 후회하며 일어서려고 해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 자신이 빠진 함정이 비로소 이해가 되고 있었다. 어제와 마찬가지였다. 온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온몸에 이불이 말려져 있었다. 입에는 청테이프가 붙여져 있어 한마디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몰랐다. 벽장속에 그렇게 쳐박혀 있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10센티 정도, 지훈이 일부러 열어둔 문틈 사이로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지훈의 뒷머리가 보이고 있었다.




“유미야.. 목 마른데.. 뭐 없어?”




평소와 다르게 지훈은 일부러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물론 희성을 아프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지훈의 작은 손짓하나에도 겁내고 있던 유미는 그런 의도를 눈치도 못채고 있었다.




“응.. 오렌지 주스.. 있는데.. 마실래?”




요리를 멈추고 급하게 냉장고에서 패트병을 꺼내어 컵에 따라 지훈에게 들고 왔다. 하얀 셔츠에 청바치 차림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채 지훈의 맞은편에 앉았다.




“입으로 먹여줘”




바로 옆에 남자친구가 보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채 망설이지 않고 컵을 들었다. 지훈이 원하는대로 따랐다. 저항해서는 안되었다. 유미는 어제밤의 기억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두번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순순히 따르기만 하면 그런 경험 따위는 하지 않아도 좋았다.






“어.. 어디 가는 거야.. 지훈아?”




싸늘한 12월의 심야. 피부를 찌르는 것 같은 추위를 느낄 여유가 없었다. 목소리를 낮춰 물어오는 유미에게 지훈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손으로 가리지 말라고. 뒷짐지고 따라오라고 했을텐데?”




“하.. 하지만…”




‘싫음.. 돌아가던가.. 네 남친 앞에서 쑤셔줄게”




위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보기 좋은 가슴과 엷은 보지털을 가리고 있는 손을 치우고 주저하면서 뒷짐을 지었다. 롱부츠만을 신었을 뿐이었다. 청초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형광등 조명을 받고 있었다. 누군가가 볼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원래부터 낯을 별로 가리지 않던 유미는 동네에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 불꺼진 창만 보였지만 이렇게 알몸인 채 복도에 나와 있는 자신이 믿을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왔는데… 신문 배달하는 아저씨라도 타고 있는 거 아냐? 재미있겠는데? 아파트 복도에서 홀딱 벗은 여자랑 딱 마주치면 땡잡는 거지 뭐”




“아… 안돼.. “




“뭐 안심하라고.. 내가 노출증 걸린 년이라서 그런 거라고 잘 얘기해줄 테니까..”




“너.. 너무해..”




전자음이 들리면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제발 아무도 타고 있지 않기를 빌고 있었다. 최악의 사태가 자꾸만 머리속에 떠올라 몸이 떨리고 있었다. 지훈의 말에 입술을 깨물면서 등 뒤에 숨어서 눈을 감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순간의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아깝네.. 아무도 없어서.. 뭐해? 어서 안타고?”




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파트를 나서자 지훈은 자기 앞에서 걸으라고 명령했다.




“어.. 어디로 갈 건데..?”




“거 참.. 시끄러운 년일세.. 닥치고 걷기나 하라고”




가로등이 흔들리는 빨간 리본과 첫눈처럼 하연 피부를 어둠 속에서 밝히고 있었다. 가녀린 어깨서부터 절묘한 라인을 그리며 흘러내리는 몸매의 허리 부분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아래로 뻗어내린 복숭아 같은 엉덩이가 걸을 때마다 흔들리고 있었다. 유미의 그러한 뒷모습이 지훈의 마음을 더 한층 자극하고 있었다.




“엉덩이 더 흔들어봐.. 더 음란하게 흔들면서 걸어 보라고”




제발 그만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창피한 모습으로 심야라고는 하지만 언제 누군가와 맞닥뜨릴지도 모르는 거리를 걷고 싶지 않았다. 겁먹은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꺾여진 골목에서 사람이 없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주저하는 걸음으로 걸어갔다. 가슴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젖꼭지는 아플정도로 단단해져 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는 유미의 숨소리만이 조용한 밤 거리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창피했다. 부끄러웠다.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모욕과 수치심, 그리고 긴장과 공포였다.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나무를 스치고 지나는 바람소리, 멀리서 지나는 자동차 소리, 아무리 작아도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한발,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긴장은 더해만 갔다. 도망가고 싶은 기분과 반복되는 모욕과 수치 속에서도 도망치지 못하는 현실이 뒤섞여 있었다. 그렇게 멍해진 머리로 오른쪽, 왼쪽이라며 방향을 알려주는 지훈의 지시에 따라 걷고만 있었다. 자신의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커다란 공원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지훈은 유미의 옆으로 다가와 더 한층 가혹한 명령을 해왔다.




“자, 지금부터는 스스로 가슴을 주무르면서 걷도록 하지?”




저주하는 남자의 애인을 가지고 논다는 충족감 보다도, 그 누가 보아도 돌아볼 수 밖에 없는 미모의 여대생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지훈을 더 크게 지배하고 있었다.




“아.. 안돼…”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못한다는 말을 끝까지 마치지도 못했다. 거부하려는 듯한 태도의 유미를 노려보며 지훈이 말했다.




“아직 이해가 안돼? 시키는대로 잘 하면.. 공원에서 끝낼 거지만 자꾸 말을 안 듣거나 하면.. 이대로 역까지 걸어갈 거야.. 어떻게 할 거야?”




더.. 이상은 무리였다. 집으로 가고만 싶었다.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을 잠시 바라본 후 천천히 가슴으로 올렸다. 어쩌다 이런 모습으로 걷고 있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시키는대로 가슴을 받쳐 주무르면서 나무들이 우거진 공원의 안쪽을 향해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시.. 싫어.. 이런 차림.. 이런 행동.. 그런데.. 어째서…?’




사람과 마주칠 가능성이 작아진 덕분에 조금이라도 안심을 했던 탓인지 자신의 몸의 변화를 알 수 있었다. 몸 깊은 곳에서 또 다른 감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군살없는 날씬한 몸매와 언밸런스할 정도로 풍만한 가슴에 조금씩 미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허벅지를 스치는 걷고 있는 유미를 본 지훈이 뒤에서 킬킬거리며 말을 걸었다.




“설마.. 지금 느끼고 있는 거 아냐? 젖꼭지 빨딱 세우고 말야.. 정말 음탕한 년이라니까.. 젖꼭지 똑바로 비비지 못해?”




“… 아읏.. 아음…”




손 끝이 닿는 순간, 유미는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신음소리를 간신히 삼켰다. 젖어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육체가 멋대로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 믿을 수가 없었다.




‘느.. 느낄리가 없어.. 이렇게 창피한데..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달리 단단한 젖꼭지를 가볍게 문지르고 있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훈의 혀가 주던 반복되는 자극과 집요한 애무의 느낌을 기억하고 있는 몸은 지훈의 말대로 모욕적인 상황에서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느낄 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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