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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악연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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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3 회 작성일 23-12-13 10: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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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의 어깨죽지가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그녀는 안봐도 알 수 있었다.

"아..씨..피 좆나 나오네."

한 녀석이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나올만큼 다 나와야 돼. 상관말고..이쪽으루,이쪽으루..그렇지. 이렇게 대. 두번. 알았지? 재빠르게. 아..잘 좀해, 새끼야. 살점 튀는거 봐라. 씨발..오래 대면 다진 고기처럼 된다구. 알았어? 불고기 해 먹을래, 씨발 놈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한 옥타브 낮아지는 듯한 고기 가는 톱날 소리가 들려왔다.

납덩이라도 섞인 것처럼 무거운 공기 속에 그녀는 난생처음 느껴보는 두려움으로 흔적도 없이 용해되어 버릴 것 같았다.

"뭐가 위로가 되겠어? 엉?"

광길은 눈을 피하려는 그녀의 턱 끝을 붙잡아 자신의 시야에 고정시켰다.



살인의 충격은 똑똑한 놈이건 멍청한 놈이건 배짱이 두둑하건 말건간에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비일상 중에서도 비일상이며 금기 중에서도 금기,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최종적인 위해이기 때문이다.

광길이 그녀에게 자신의 악랄한 살인을 목격시킨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나를 무서워 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희생자에게 이중의 억압을 요구하는 것이었는데 재산이나 신체에 대한 피해를 감수하는 물리적인 굴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항의 의지가 생길 수 조차 없도록 만드는 정신적인 굴복이 그것이다.

무력의 사용에 이중의 굴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그가 이성적으로 깨닫게 된 계기는 보스 때문이었다.

그를 팀장으로 올려주며 점심식사를 같이 하던 보스가 던져준 충고를 그는 잊지 않았다.



보스는 20가지가 넘는 한식 반찬이 상을 메운 가운데 시뻘건 양념이 두텁게 발라진 게장 한쪽을 집어들었다.

"압도적인 충격을 경험했을 때 말야. 인간의 머리는 당시의 소리,맛,냄새 뭐 이따위 것들을 모두 기억한다고 해. 재미있는 건 이 때의 기억이란게 줄거리를 가지고 통합되는게 아니라.."

여기서 보스는 게장을 입에 넣고 속에 담긴 살점들을 죽 빨아들였다.

개수구멍에 막혔던 물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맛있네. 좀 맵긴 하지만."

게껍질이 들어갔는지 입을 쩝쩝 거리며 보스는 빈 접시에 먹다 만 게장을 내려놓았다.

광길은 밥에는 손도 대지 않은채 다만 물을 조금 마셨다.

"이게 중요해. 그때 사람은 말야, 그 기억을 줄거리로 엮어서 기억하는게 아니라 파편적인 정서의 상태로 기억을 하게 돼. 좀 어렵나?"

보스는 광길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아닙니다."

"줄거리가 없다는건,이 때의 기억에 시간의 개념이 없다는 거야. 응?"

대체 이 자식은 무슨 얘길 하는거야..광길은 보스의 얘기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이러다 갑자기 칼침을 놓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알 수 없는 얘기를 할 때 보스는 제일 무섭다.

"다시 말하자면 충격의 기억은 보통 기억이 아니라는 거야. 일상의 기억은 시간 순서에 따라 저장돼. 해마..해마,그래. 해마. 자네도 알지? 해마."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 해마에 기억된다고. 그런데 충격의 기억은 시간과는 상관없는 정서의 파편인 거야. 다른 곳에 기억된다구. 편..편..뭐더라? 편.."

기억이 잘 나지 않는지 보스는 손가락을 허공에 빙빙 돌렸다.

뭘 읽기는 읽은 모양인데..술을 너무 많이 먹는 모양인지 아니면 나이가 너무 많이 든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광길은 보스의 눈을 피해 얼른 고개를 숙였다.

"하여튼 다른 곳에 기억되네."

보스는 광길을 주의깊게 주시하며 냅킨으로 손가락을 닦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보스의 말이 광길에게 깊은 인상을 준 건 그 다음 순간이었다.

"그 기억은 항상 생생해. 왜냐구? 시간과 상관이 없는 기억이기 때문이야. 잘 생각해 봐. 낡아지는 것은 시간이 지나기 때문이야. 시간에 상관이 없다면 그런게 있다면 낡을 수가 없지."

보스가 그곳에 힘을 주었다.

"기억이. 생생하다구. 낡지도 않고 퇴색하지 않고 잊혀지지도 않고 활어처럼 싱싱해. 아무리 오래되도 말야. 그런 기억들, 자네도 있을 거야. 그런가? 잊혀지지 않는 기억. 계속 되살아나는 기억. 시간이 지났어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기억.."

왜 없겠는가?

광길이야말로 그런 기억들의 집합체,창고, 아니 쓰레기 적치소였다.

시간이 지날 수록 선명해 지는 기억, 그 감정. 당시 자신이 벌레처럼 여겨질만큼 아팠던 수치심들.

"최종적으로 승리하려면 그걸 기억시켜 주라구. 자네의 상대에게."

게장 하나를 더 집어들며 마지막으로 던진 보스의 한마디는 이것이었다.

"좋은 정보지?"



"말해봐. 뭐가 위로가 되겠는지."

그녀의 얼굴은 눈물과 땀 투성이였으며 불안과 공포가 맑은 밤색 눈동자에 점점이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모..모르겠어요.."

그는 히죽 웃으며 천천히 원피스 밑으로 손을 넣었다.

순간 그녀는 얼어붙은 듯 숨을 멈추었다.

놀랍게도 이 간단한 행위는 균일한 조각으로 갈가리 토막나는 저 시체만큼이나 그녀가 가진 품위를 산산히 조각내버렸다.

1초도 되지않는 눈 깜박할 사이 그녀는 그의 손을 치워버려야 할지 몸을 비켜야 할지 그랬다가 이 살인자가 자신한테 무슨 짓을 할지 그 시체처럼 두들겨 맞는 것인지 아니면 옆에 선 티셔츠 사내가 또다시 따귀를 날릴 것인지..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가능성을 맹렬하게 탐색했다.

동시에 해일처럼 일어나는 더럽고 추하고 무서운 감정과 그에 맞서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가 요동쳐 댔으나 불쌍하게도 무수한 계산만을 반복하며 몸은 굳었고 사고는 엉켜버렸다.

그 짧은 순간 급속히 연소되어 재만 남은 거 같은 그녀의 뇌 속에는 자신을 바라보던 촛점없는 시체의 눈동자가 망가진 턴테이블처럼 계속 재경험되고 있었다.

그의 손이 허벅지를 지나 엉덩이 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원피스 끝자락을 잡고 덜덜 떨고 있는 그녀에 비한다면 무당벌레가 배춧잎을 유람하듯 한가롭고 거리낌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녀가 절대 저항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완전히 확신하고 있는, 그래서 그녀가 잠궈놓은 빗장을 열고 떨리는 치부를 마음대로 꺼내보려는 자의 손길이었다.

주변 사내들의 기름진 시선은 그녀의 원피스 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탐욕스럽게 주목하고 있었다.

그녀의 피가 고드름 처럼 얼어붙어 맥박치는 모든 동맥들을 기창처럼 궤뚫는 느낌이 들었다.

흐느낌이 목젖을 치받을 정도로 전율했으나 끝내 그녀는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손은 아무 문제없이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쥐었다.

머리카락처럼 얇은 고무사를 커버링한 폴리에스터의 반질반질하고 윤기흐르는 팬티의 촉감이 탱탱한 엉덩이살의 탄력을 복숭아 껍질처럼 감싸며 그의 손안에 잡혔다.

그녀의 전율과 거부와 분노와 부끄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너야, 너..씨발 년아."

그가 그득그득 엉덩이를 주무르며 말을 이었다.

"니가 우리를 위로해 주어야 한다구. 알겠어? 피냄새도 좀 씻어주고..사기도 좀 올려주고..그럴 수 있지?"

시스템 리소스가 바닥난 컴퓨터처럼 작동정지된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쳐다보았을 때 그는 그녀의 팬티를 바짝 젖혀 엉덩이 골 사이에 끼도록 만들고는 환히 드러난 맨들맨들한 볼기살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플랫 웻지 위에 발가락이 오무라들고 엉덩이 사이에 끼어놓은 팬티가 거추장 스럽게 하반신을 조여왔다.

하나만 가지고는 모자라다는 듯 거리낌없이 그의 다른 손이 반대편 원피스 밑으로 들어왔다.

그 손은 그녀의 팬티가 아예 가리는 구실을 못하게끔 조금 남아있던 천부분까지 항문 사이로 완전히 말아넣고는 엉덩이 두 쪽을 시원하게 노출시켰다.

그는 그녀의 하반신을 껴안듯이 두 손을 두르고는 탄력을 시험하듯이 그녀의 엉덩이를 비비고 주물렀다.

그녀는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진 채로 찢어질 듯이 빨라진 심장의 비트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럴 수 있지? 오빠들을 위해서. 응? 말해봐. 이 년아."

살의와 적의와 먹잇감을 가지고 노는 야비한 쾌락에 젖은 살인자의 찢어진 눈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자아가 상실된 거 만큼이나 쭈그러져 조그맣게 변해버린 그녀는 쉴 새없이 떨리는 다리가 점점 안 쪽으로 꼬여들어가는 것 같았다.

"대답 안하네. 씨발 년이..저 톱날 얼마나 잘 드는지 시험해 볼까. 여기다가."

그가 손날을 세워 칼을 넣듯이 엉덩이 골에 밀어넣고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그어갔다.

그녀는 진짜 톱날이 가랑이를 자르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원피스 밑단을 붙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가며 주먹 사이의 천이 팽팽해졌다.

"위로해 줄거지?"

집요하게 그가 다시 물었다.

금새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득 고였다.

"네.."

모기만한 소리로 그녀가 대답했다.

"오빠들을 위해서. 응?"

"네.."

"니 몸으로. 그치?"

깨물고 있는 입술 사이로 흐느낌이 비집고 나왔다.

"네.."

울음에 섞여 잘 알아듣기 힘든 대답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순간 온갖 소음 속에서도 분명히 들을 수 있을만큼 찰지게 그녀의 엉덩이를 갈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매매 계약서에 찍은 도장처럼 이제 그녀가 접수되었음을 알리는 확실한 선언같은 것이었다.

서슬퍼런 아픔에 마치 리셋된 것처럼 깜짝 놀란 그녀가 몸을 뒤틀었다.

그는 원피스 밑에서 손을 빼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전부 벗어."

지긋이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가 내뱉었다.

그리고는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하나 들어보이고는 빙글 돌렸다.

"홀딱. 빨리."



그는 시선을 돌려 시체 처리작업을 하고 있는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것이 신호인양 음탕하게 그녀를 보고 있던 사내들이 주섬주섬 자신들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야. 피가 하수구 쪽으로 빠지게 해 놔야지. 목치면 피 엄청 나온다. 니네. 나중에 닦기 힘들어. 새끼들아."

그가 사내들의 일처리를 못 봐주겠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각머리가 비닐을 잡아당겨 시체 위치를 좀 조정하자 소맷부리로 땀을 닦으며 운전수가 톱날을 겨냥했다.

광길은 머리를 몸에서 떼어내고 있는 작업을 보고는 어쩔 줄 모르고 서 있기만 한 그녀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너두 뭐하나 짤리고 나야 말 들을래?"

무덤을 깎던 제초기에 돌맹이가 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씨발 놈아. 아이스하키 하냐. 그걸 왜 쳐?"

어처구니 없다는 웃음과 함께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눈에 운전수가 움직이던 톱날에 맞아 발치에 구르는 시체의 머리가 보였다.

그건 더도 덜도 없이 딱 털로 감싼 듯한 축구공이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충격이 그녀의 공포를 비등시키며 그녀의 주위를 비현실적인 영상으로 탈색시켰다.

구역질 나는 피냄새만이 꿈과 생시의 경계에서 현실 쪽으로 약간 그녀를 잡아 끌 뿐이었다.

그녀가 작게 흐느끼며 원피스 밑단을 주섬주섬 걷어올려 힘겹게 머리 위까지 들었다 내렸다.

그녀를 가려주던 얇은 옷이 다채로운 채색의 폴리혼방 천뭉치로 변해 바닥에 떨어지자 그녀는 브라와 팬티만 입은 차림이 되었다.

둘다 레오파드 무늬였다.

"호피 좋아하나보네. 응? 섹시한데."

야유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뱉으며 광길은 턱밑에서 손을 깍지끼었다.

남자들은 이제 하던 일에서 손을 놓고 모두 그녀의 스트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야, 이 씨발 놈들아. 너는 자르던거 마저 잘라. 냄새봐라. 머리 아프다."

그가 소리지르자 체인톱을 든 사내가 사지가 떨어져나가 엎어진 주전자마냥 이제 피만 흐르는 몸뚱아리를 힘겹게 뒤집었다.

공간은 뜨끈뜨끈 거렸고 하수도보다 더 심한 냄새가 그녀를 항생제 캡슐처럼 뒤집어 쌌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브라를 풀었다.

브라가 떨어지자 자신도 모르게 그녀는 손을 교차시켜 가슴을 가렸다.

숨죽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저 벗어."

그는 꼼짝도 않고 그녀를 주시했다.

그녀는 숨을 참으며 몇번을 주저하다가 팬티로 손을 가져가 힘겹게 끌어내렸다.

시간이 불에 녹인 사탕처럼 검고 눅진거리며 느리게 녹아 흘렀다.

마침내 웻지를 신은 발을 들어 팬티를 몸 밖으로 완전히 빼냈을 때 그녀의 머리 속에서는 수치와 부끄러움이 폭죽처럼 터져대며 모든 감각을 얼얼하게 마비시켜 버렸다.

그녀의 몸은 하얀 버드나무처럼 길고 말랐는데 손잡이처럼 잘록한 허리와 평평하게 이어진 복부에서부터 근사한 비율로 나뉘어져 곧게 뻗은 다리가 시선을 끌었다.

"이리 가까이 와."

잠시 그녀를 감상하던 그가 활짝 다리를 벌려 앉아 허리를 곧게 세우고는 그녀에게 명령했다.

그녀가 양팔로 아래와 위를 가린채 엉거주춤 그에게 다가갔다.

"더 가까이."

그녀가 좀 더 가까이 가자 그는 그녀의 골반 부위를 양손으로 잡아 그의 다리 사이에 바짝 끌어다 세웠다.

그녀는 약간 비틀거리며 그의 앞에, 아니 그의 가운데에 섰다.

그녀의 살냄새가 땀냄새에 섞여 그에게 훅 끼쳐왔다.

그녀의 맨등에 따갑게 꽂히는 사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열중쉬어 아냐? 너."

그녀가 약간 입을 벌린채 아무 말도 못하고 그를 보았다.

"아냐고? 씨발 년아."

속삭이듯 그가 말을 내뱉자 그녀는 짜내듯이 대답했다.

"네.."

"그럼 해. 열중쉬어."

그녀가 흐느낌을 억누르며 자신의 치부를 가리던 손을 몸 뒤로 돌려 모래무덤처럼 하얗게 솟은 엉덩이 위에서 마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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