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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리 연쇄살인사건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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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95 회 작성일 23-12-13 08: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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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이태리 명품 실크 와이셔츠





연변댁과 덕수는 어쩔 줄 몰랐다. 남들은 평생에 걸쳐 한번 볼까 말까한 시체를 하루 사이에 두번씩이나 목격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 덕수씨… 어떡해? 죽었지? 남자야? 여자야? “

“ 모르겠어요. 어두워서… 이 팔 좀 놔봐요 “



덕수는 팔에 매달린 연변댁을 잠시 떼어놓고는 근처의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고는 물가 근처로 갔다. 그리고는 물을 자기 앞으로 저었다. 한참을 젓고 나서야 물살에 밀린 시체는 서서히 덕수 앞으로 다가왔다. 가까이 온 시체를 덕수는 나무막대기로 꾹꾹 찔러보았다. 시체는 반응이 없었다.



“ 덕수씨… 무서워… 그냥 가자! 응? “

“ 잠깐만요… “



시체는 짙은 색 셔츠를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시체의 뒷통수는 짧은 머리칼이었다. 짐작컨데 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던 덕수는 헛바람을 삼켰다.

응당 있어야 할 시체의 바지가 없었다. 푸르딩딩한 엉덩이를 내놓고 있었다.



덕수와 연변댁은 차를 몰고 곧 자리를 벗어났다.





어젯밤 좆두강두는 새벽 늦게까지 사건을 조사했다. 모텔 주변인물 조사기록과 CCTV를 몇번이고 반복해서 보았다. 별다른 소득없이 충혈된 눈으로 집에 들어간 시각은 새벽 2시가 넘어서였다. 미소는 할머니와 꼭 붙어서 잠들어 있었다. TV에는 유선채널의 만화가 혼자 지껄이고 있었다. TV를 꺼고, 이불을 덥어주고는 미소의 잠든 얼굴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미소는 강두의 삶의 전부였다. 성질 같아서는 지금하고 있는 형사질을 당장 때려치웠을 터인데 미소가 그 끈을 붙잡고 있었다.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꼬워도 미소를 위해서는 끝까지 버텨야 했다. 강두는 사실 뛰어난 형사였다. 북부서 동료 형사들중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구속을 싫어하는 성격에다가 윗사람들에게 잘하지 못했다. 때문에 경찰이 된지 12년이 넘건만 이제 겨우 경장이었다. 관할구역 유흥업주들에게 푼돈이나 받아쓰고, 접대나 받으며 형님 동생하며 그렇게 살고 있었다.



샤워 하는 동안 낮에 보았던 여자의 하복부가 어른거렸다. 생각해볼수록 머리가 아팠고 감이 영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인사건을 대여섯건 담당해 봤지만 강두로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범인은 필시 잔인한 놈이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치밀한 놈일 것이다. 다른 무언가가 또 있을 것 같은 예감에 머리를 흔들었다.



강두는 영숙의 탱탱한 엉덩이를 떠올리며, 골치 아픈 사건을 잊기로 했다. 물건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 어우… 씨… 위험해 이놈아… 술집년들과는 급이 달라…. 물론 맛있긴 하겠지만… 잘못 먹었다가는 작살난다. 으… 그래도 정말 한번 먹어봤음 좋겠다. 그지? 킥킥~ “



강두는 낄낄거리며, 굵어지며 고개를 쳐드는 자신의 물건을 손으로 툭툭 퉁기며 달랬다.



강두는 죽을 맛이었다. 새벽 5시… 진수로부터 두번째 살인사건 전화를 받고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 아우 좆도… 씨발…. “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3시간도 채 자지를 못하고,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호연리로 차를 몰았다. 여름이라 그런지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임에도 날이 이미 밝아오고 있었다. .







최초로 시체를 발견한 사람은 연변댁 남편 성길이었다.



성길의 밤은 아주 단순했다. 낚시가게에서 밤새 술을 마시거나, 혹은 저수지에서 밤 낚시를 하며 술을 마시거나…



어제도 성길은 초저녁부터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옆집 슈퍼 오씨랑 소주 한잔 걸치고 가게문을 닫고는 소파에서 잤다. 처연히 10시쯤 일어나서는 낚시도구를 챙겨 저수지로 나갔다. 낮에 살인사건이 나고 온동네가 야단이었지만, 성길은 별 신경쓰지 않았다. 집에 전화도 하지 않았다. 집에서는 거의 투명인간이었다. 아니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다. 아버지 성화에 못이겨 결혼했지만 자신과 같은 사람은 애초에 가정을 꾸리면 안되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알고 있었다. 어찌하여 두 아들을 낳고 살지만, 마누라인 연변댁한테 못할 짓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것마저도 무감각해져 버렸다. 술과 낚시가 없으면 하루도 못살 성길이었다.



성길에게 호연저수지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고기도 잘 잡혔을 뿐 아니라, 밤의 호연저수지는 더욱 운치 있었다. 풀벌레 소리.. 고즈늑한 수면.. 낮의 호연리는 삶의 치열한 전쟁터였으나, 밤의 호연리는 성길에게는 낙원이었다. 치열한 삶도 없고, 무게도 없으며, 오롯이 낚시대와 자신만 있었다.



가게 바로 앞에 위치한 낚시터로 가서는 낚시대 대여섯개를 드리우고는 잡는둥 마는둥 하며 소주를 마셨다. 그날따라 영 입질이 없었다. 가게를 들락거리며 시간을 죽이던 성길은 새벽 4시쯤 돼서는 자리를 옮겼다. 새벽쯤에 잘 잡히는 포인트를 알고 있었다. 저수지 둘레길 후미진 곳… 지난밤 연변댁과 덕수가 차안에서 떡을 치던 그 곳… 두번째 시체가 떠오른 그곳이 새벽에 잘 잡히는 포인트였다.





강두가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영숙과 진수가 현장을 먼저 살펴보고 있었다. 모두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시체는 물가로 끌어올려져 있었다.



“ 서에 연락했지? 감식반 언제 온데? “

“ 예 연락했어요. 감식반은 7시 넘어야 온답니다. 인원이 없데요 “

“ 에이 씨발… 좆도… 영 감이 안좋더라니… “



시체는 남자였다. 부패하기 시작한 시체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벌써부터 파리가 들러붙기 시작했다. 얼굴은 물에 팅팅 불어 있어 원래 어땠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푸르죽죽한 그 모습은 영화에 나오는 좀비의 그것과 같았다. 상의는 짙은 남색의 실크 재질의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으나 아랫도리는 없었다. 신발도 없었다. 또한… 성기도 없었다. 모텔의 여자처럼 배꼽에서부터 시작하여 아래로 여러 차례 칼로 찔러 그었으며, 역시 내장 일부가 삐져 나와 있었고, 골반뼈가 드러나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성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페니스뿐만 아니라, 고환까지 깨끗하게 잘라져 나가고 없었다. 배꼽에서 시작한 칼질은 항문까지 이어져 있었다.



“ 이형사님… 이 사람 와이셔츠…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 영숙이 말했다.

“ … ?? “

“ 그 모텔 CCTV… 죽은 여자랑 같이 들어갔던 남자.. 왠지 이것과 비슷한 거 같은데요 “

진수가 거들었다.

“ 형!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당장 CCTV 가서 다시 봐야겠어요. 이 남자가 여자를 죽였네요. 어? 그럼 이 남자는 누가 죽였지? “



꼴통진수가 호들갑을 떨었다.



“ 아..새끼.. 좀 조용히 해… “



강두는 영숙의 꼼꼼한 눈썰미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 하… 맛도 좋은 것이… 똑똑하기 까지? 크크 “



강두는 다시한번 시체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시체의 열손가락 모두 지문이 도려져 있었고,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는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 최초 발견자는 누구죠? “

강두는 팔짱을 끼고 있는 영숙을 올려다 보았다. 올라가던 시선은 역시나 가슴께에서 멈추었다.

영숙은 이제 강두가 쳐다볼때는 자신도 모르게 팔짱을 끼게 되었다. 노골적으로 가슴과 엉덩이를 쳐다보는 강두의 눈길이 싫었다. 하지만 쳐다보지 말라고 대놓고 얘기할 수 도 없었고, 또 엉덩이는 가릴 수 도 없어서, 팔짱으로 가슴이라도 가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팔짱에 눌려 튀어나올 듯한 가슴이 오히려 더 섹시하다는 것을 영숙은 모르는 듯 했다.

강두는 비릿하게 웃었다. ‘가슴을 못보면, 엉덩이 보지 뭐… 난 엉덩이가 더 좋아… 킥~ ‘

꼭 끼는 제복바지의 앞부분 삼각지 그곳에 어렴풋이 세로로 패인 도끼자국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완벽한 S라인을 타고 내려오는 탱탱한 엉덩이… 가슴보다 백배는 더 좋았다.



‘ 좆두강두야… 니가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 생각하냐? 참 니란 놈도…킥킥~ ‘



강두는 스스로도 좀 부끄러웠는지 혼자서 킥킥 거렸다. 그런 강두를 보는 영숙은 어이가 없었다. 구제불능 인간임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요 근처 낚시가게 하는 김성길이라는 사람이에요 “

“ 음… 조사했어요? “



“ 그럼요! 형! 제가 다 조사했습니다. 낚시하다가 발견했답니다! 여기 이름하고 전화번호, 주소.. 다 파악해놨습니다! “



“ 꼴통진수야… 니 한테 안물었다 “

“ 아.. 형님.. 그 꼴통이란 말 좀 하지 마세요! 제가 형한테 좆두강두! 그럼 좋겠어요? “

“ 뭐야? 다시한번 말해봐 너 이새끼 죽을래? “

“ 아… 그니까 그 꼴통소리 좀 그만 하세요! “



“ 두 사람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시체 앞에 놓고..!! “



두사람의 유치한 짓거리를 보고 있자니, 실소가 나왔지만, 영숙은 애써 참았다.

어제의 시체도 끔찍했지만, 오늘 발견된 시체는 정도가 더 했다. 하지만 어제처럼 토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 잠깐만! 두 사람 비켜봐… “

강두는 갑자기 저수지 물가위 길에 올라가서는 길바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길바닥에는 차바퀴가 선명하였다. 차바퀴 자국은 도로와 접해져 있는 빈 공터에서 이어져 있었다. 빈 공터에서 묻은 흙이 차바퀴를 남기고 있었다.



“ 꼴통! 여기 사진 찍어놔… “



이어 빈 공터로 가서는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티슈뭉치를 손 끝으로 집어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 중 타액이 진득하니 묻어있는 티슈를 진수에게 넘겼다.



“ 이거 잘 갖고 있다가 감식반에 넘겨…. 어… 저기 김소장님 CCTV 확인 좀 해보죠 “

“ 파출소로 가시죠. 파일 다운받아서 수사본부 컴퓨터로 옮겨놨어요 “



“ 음… 역시… 똑똑한 맛난이야… “ 강두는 낮은 소리로 웅얼거렸다.

“ 뭐라구요? “

“ 아.. 아.. 아무것도 아니…요! “



현장은 진수에게 맡기고 강두와 영숙은 파출소로 향했다. 또렷하지 않아 실크재질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CCTV의 남자의 상의는 짙은 남색이었다.



“ 아까 그 시체가 입고있던 와이셔츠는 흔치 않은 명품이에요. 이태리 브랜드로 값도 비싸고, 아마도 시내에서도 판매하는 곳이 몇군데 안될꺼예요. 추적해보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을꺼 같아요 “

“ 뭐… 얼마나 비싼데요? “

“ 아마도 신상이라면 한 7~80만원? “

“ 컥! 어.. 얼마요? “

“ 실크고 명품브랜드면 그 정도 할꺼예요 “

“ 좆도… 옷 쪼가리 하나에… “

“ 맞아요. 우리 같은 공무원은 엄두도 못내죠 “

“ 그런데 김소장님은 어떻게 그런걸 알아요? 남자도 아니면서.. “

“ 남자가 아니니까 더 잘 알 수도 있어요. 저런 명품은 여자가 보통 선물로 주거든요 “



한눈에 명품임을 알아보는 영숙의 눈썰미에 강두는 영숙에 대해 더욱 궁금해졌다. 삶의 수준이 자신과는 다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이지적이며 도도해 보이는 용모와 그것에 걸맞는 사고방식과 말투 그리고 행동…



‘쳇!’

똑같은 경찰이라도 똑같이 않음에 강두는 은근히 배알이 꼴렸다.

‘부러우면 지는거야… 벗겨놓음 지도 여자지… 킥킥 ‘ 혼자 배알이 꼴렸다가, 혼자 웃었다가 하였다.



영숙은 책상에 팔을 괴고는 얼굴을 모니터에 바싹 붙혀 CCTV 녹화파일을 몇번이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강두는 그런 영숙을 뒤에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의자끝에 앉아 책상에 상체를 기대고 있는 영숙은 완벽한 뒷라인을 보여주고 있었다. 적당한 넓이의 어깨와 미끈한 등… 잘록한 허리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둥글고 팽팽한 엉덩이… 운동으로 다져진 영숙의 몸매는 탄탄한 글래머였다. 글래머의 여자들은 자칫하면 천박해 보일 수 있는데, 영숙에게는 전혀 그런 느낌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명품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꿀컥~! ‘

강두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도대체가 수사에 집중할 수 가 없었다. 또 물건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이놈 역시 도대체가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 아.. 맞다.. 이 형사님! 그때 그 큐빅 조각!!! “

갑자기 영숙이 벌떡 일어섰다. 그 바람에 영숙이 앉아있던 의자가 뒤로 넘어지며 한창 부풀어 있는 강두의 물건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 컥~! “ 강두가 두 손으로 물건을 움켜쥐고는 허리를 꺽었다.



“ 에이 씨발… 조..좆도… “



끄걱대는 조그만 쉰 목소리로 욕을 뱉으며 강도는 서서히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틀 연속으로 두건의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 신문이며 방송은 연일 대서특필로 때렸다. 팀장은 물론 서장까지 직접 덕명파출소에 나타나서는 난리를 피웠다. 서장은 사건을 강력1팀 김팀장에게 일임하며 최대한 빠른 해결을 닥달했다. 강두는 못마땅하였다. 굽신대는 김팀장도 싫었고, 이제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목청 높여가며 볶아대는 서장은 더 싫었다. 더더욱 싫은 것은 언론은 물론 위대가리들한테 주목받는다는 것이었다. 강두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 미소 키우며, 가끔씩 술집년을 엉덩이 두들기며 그렇게 살고 싶었다. 강두는 중심이 되기 싫었다. 서장은 마지막으로 강두의 어깨를 툭툭 치며 격려하였다.



“ 이형사! 유능하다 들었어. 능력발휘해서 최대한 빨리 사건 해결해봐! 자네만 믿네.

아 그리고.. 김소장!... 어이구~! 우리 경찰에 이런 미인이 있었구만.. 허허~! 뭐 아무튼 관할구역이라 신경쓰이겠구만! 지금처럼 협조 좀 잘 해줘. 내 지켜봄세 “



서장은 김소장의 아래위를 쓱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주욱 찢었다.



“ 네.. 잘알겠습니다 “ 대답을 한 영숙은 샐쭉한 눈으로 강두를 흘겨보았다. 강두는 짐짓 모른척하며 영숙의 시선을 피했다.



‘ 젊은 형사놈이나 늙은 서장놈이나… ‘





영숙의 예리한 관찰력으로 피해자 신원파악은 와이셔츠부터 시작되었다. 뒤늦게 보강된 김형사와 조형사가 한조.. 그리고 영숙의 적극적 지원으로 영숙과 강두가 한조가 되어 인근 광역시의 백화점을 탐문하기로 했다. .



“ 형! 저는요? 예? 저는 뭐 할까요? 저도 같이 가요 “

“ 꼴통 너는 차바퀴 사진 찍은 거 있지? 그거 조사해봐! “

“ 예? 말도 안돼요~ 뭔 차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사해요? “

“ 아 그 새끼.. 야.. 뭐.. 일단 호명리 차들부터 조사해봐. 등잔밑이 어두울 수 있으니깐! “

“ 아놔! 정말… 뭔데.. 응? 형님 정말 이러깁니까? “

진수는 길길이 날뛰었다.



사실 꼴통진수가 길길이 날뛰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호명저수지 주변 일대는 카섹스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라 차바퀴 자국만을 가지고는 두번째 시체가 발견된 장소에 주차되어 있던 문제의 차를 찾는 다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찾기였다. 강두는 영숙과의 둘만의 꼬릿한(?) 시간을 방해받기 싫어서 진수를 일부러 떼어 놓고 싶었던 것이었다.



첫날 죽은 여자의 CCTV 사진과 둘째날 죽은 남자의 사진 그리고 와이셔츠의 사진을 들고 문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백화점과 명품샾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사실 따지고 보면 진수의 차바퀴만큼 무식한 짓이었다. 죽은 남자가 인근지역 남자라는 확증도 없으며 설사 지역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지역에서 문제의 와이셔츠를 구매했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다. 아무리 TV에서 CSI니 과학수사시대이니 해도 역시 아직까지 현실의 수사는 우연을 기대하며, 무식하게 발품을 파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조사결과 와이셔츠 판매점은 인근 광역시에 총 5군데가 있었다. 김형사와 조형사가 두개의 매장.. 그리고 강두와 영숙이 세개의 매장을 탐문키로 하였다. 강두와 영숙이 두개의 매장을 돌았지만 헛탕을 쳤다. 대부분의 매장 주인들은 알고도 모른척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지 사진을 들이대자마자 귀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 수사는 TV에서나 볼 것이었다. 공권력의 권위는 땅바닥이었다.



두번째 헛탕을 치고 차에 오르자 마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강두는 뇌까렸다



“ 에이 씨발.. 좆도.. 날도 더운데.. “

“ 이형사님! 제발 욕 좀 그만 할 수 없어요? “

영숙의 차분한 꾸지람이 이어졌다.



“ 뭐? 뭐요? 짜증 나잖아…요. 욕 좀 하면 어때서? “

“ 이형사님 진정하시고 제 말씀도 들어보세요. 그렇게 욕을 하면 나온 짜증이 다시 들어가요? 그냥 차분히 심호흡 세번만 해보세요. 그게 훨씬 더 효과가 있어요. 이형사님 같은 분이 계시니깐 대다수의 선량한 민주경찰이 시민들에게 욕을 먹잖아요 “

“ 에이 정말…아우… 야.. 정말… 그래 잘났수.. 자알 났수다. 휴우~“

“ 그래요. 지금처럼.. 컴다운.. 심호흡.. 이제 방금도 욕할려고 했죠? 잘 참았어요 “



티격태격대며 세번째 매장에 도착했다. 세번째는 광역시 제일 번화거리에 위치한 단독명품샵이었다. 명품매장답게 인테리어가 럭셔리 그 자체였다. 번쩍이는 바닥대리석에 최고급 마감재로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강두는 왠지 좀 주눅이 들었다. 반면 영숙은 단화소리를 더욱 또각거리며 매장 직원에게 다가갔다. 매장의 여직원은 다소 놀란 눈치였다. 쭈볏거리는 시커먼 남자를 데리고 들어오는 어여쁜 여자경찰의 이 조화롭지 못한 모습에 ‘이건 뭐지? ‘ 라는 눈치였다.



영숙은 신분증을 보여주고는 앞서 두 매장에 그랬던 것처럼 사진을 꺼내서는 매장직원에게 묻기 시작했다. 강두는 넋을 놓고 매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물건들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만져보고 있었다. 그런 강두의 모습을 보고 매장 직원은 황급히,



“ 손님! 죄송하지만 눈으로만 봐주세요. 만지시는 것은 안됩니다! “



강두는 뻘쭘거리며 손을 거두었다. 그 모습을 본 영숙은 강두가 속으로 아마 ‘에이 씨발.. 좆도..’ 를 중얼거렸을 거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 예 맞아요. 우리 매장에서도 이 브랜드 옷 팔아요. 그런데 우리 매장에서 사셨는지는 정확히 잘모르겠어요. 전국에 판매하는 매장이 약 100개 정도는 넘을꺼예요 “



“ 그럼 혹시 이 사람들 본 적 있어요? “ 영숙은 두번째 세번째 사진을 꺼내 보였다.

“ 헉! 어머! 이게 뭔 사진이래요? “

“ 잘 좀 봐주세요 “

“ ……..이 여자… 이 여자가 낯이 익어요. 그래요 이 여자가 이 와이셔츠 사갔어요. 기억해요. 여자분이 미인이었고, 잘 웃고 해서 똑똑히 기억해요. 네.. 이 긴머리 맞아요 “

“ 단골인가요? “

“ 아뇨 처음 오셨어요 “

“ 계산은 어떻게 했나요? 현금? 카드? “

“ 카드로 했던 거 같아요 “



주변을 서성이던 강두가 눈빛을 빛내며 영숙의 옆으로 다가왔다.



수사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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