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신대물(新大物)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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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新大物
원작: 梶山李之
옮김: 다크린([email protected])
- 3 - 대금융업자(大金融業者)
마에까와 요오꼬는 꿈을 꾸고 있었다.
도쿄에 와서 트렁크를 열었더니, 어찌된 셈인지 속에서 숱한 곤충이 튀어 나온 것이었다.
귀뜨라니, 사마귀, 바퀴, 메뚜기, 여치, 딱정벌레, 하루살이, 하늘소…….
모두 날개가 달린 기분나쁜 곤충들뿐이었다.
요오꼬는 그 곤충들에 둘러싸여 무서워져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곤충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사람의 말을 하고 있었다.
[마에까와 요오꼬를 결단 내 버려.]
이렇게 사마귀가 말하자 바퀴는 그녀의 발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렇다. 발부터 물어 뜯어!]
곤충들은 환성을 지르며 요오꼬에게 한꺼번에 달려 들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으윽! 아, 괴로워!)
요오꼬는 꿈에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답답하게 숨이 막혔던 것이다.
(악, 살려줘요. 마마!)
그녀는 외쳤다. 그리고 눈을 번쩍 떴다.
그때 그녀는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운 이유를 확실히 깨달았다.
누군지도 모를 한 사내가 올라타고 있었다.
앗! 하고 외치려는 요오꼬의 입은, 커다란 손바닥으로 덮여 버리고 말았다.
(으윽!)
요오꼬는 필사적으로 그 입을 막은 사람의 손바닥을 깨물었다.
[아얏! 요오꼬! 가만히 있어.]
상대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야단치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머나!)
요오꼬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캄캄한 어둠속이지만, 그 목소리는 백치인 친오빠 라이따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악. 오빠가!)
요오꼬는 나오지도 않는 소릴 질렀다.
라이따는 상반신을 요오꼬의 가슴에 맡기고 한쪽 손으로 요오꼬의 속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악, 이러지 말아요!)
요오꼬는 백치인 오빠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알았기 때문에 몸을 비틀고 있었다.
요오꼬는 필사적이었다.
라이따는 이미 짐승이었다.
말도 하지 않는다.
(아악!)
요오꼬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옆방에서는 양친이 자고 있다.
그러나 웬지 요오꼬에게는 망설여지는 마음이 있었다.
자신의 발가벗겨진 추한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백치인 오빠가 양친에게
호되게 꾸중을 듣는 것을 볼 수가 없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고 할까?
요오꼬는 짐승이 되어 버린 백치 오빠에게 모든 것을 유린당하고 실신해 버렸다.
**
전송하는 양친이며 친구들에게는 애써 쾌활하게 행동했지만, 열차가 플랫폼(platform)을 떠나자
마에까와 요오꼬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어쩔수 없었다.
요오꼬는 이미 수일 전의 요오꼬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의미로는 어른이 되어 있었지만, 그렇게
해서 어른을 만들어 준 상대가 나빴다. 요오꼬가 눈물 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 그러오?]
요오꼬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흰수염(白髥)을 보기좋게 기른 논인이 갑자기 눈물 짓는 요오꼬를 보고
이상한 듯이 말을 걸었다.
요오꼬는 당황해서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대학으로 가오? 취직해 가오?]
노인은 다시 이렇게 물었다.
흰수염(白髥)이라고 했지만 한문자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수염 염(髥)이라는 글자는 수염이라곤 하지만 구레나룻을 말한다. 수염 자( )라는 글자는 코밑의
수염을 말하며, 수염 수(鬚)라는 글자는 턱수염을 말한다.
그러니까 여기의 수염난 노인이란, 구레나룻이 난 노인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三國志>나 <水湖志>에 나올듯한 느낌의 이 노인은 후라다 미에마쓰(古田三重松)라 하는 숨은
부자(富者)였던 것이다.
우연히 요오꼬 앞에 함께 타게 된 미에마쓰의 일생은 근검노력(勤儉努力)을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일생이었다.
태어나기는 야마구찌(山口) 현(縣)의 오오시마(大島) 군(郡)이라는 곳이다.
오오시마군이라고 하면 듣기엔 그럴 듯 하지마, 세도(瀨戶) 내해(內海)에 있는 섬이다.
아침과 저녁은 감자죽밖에 먹을 수 없는 가난한 섬이었다.
후루다 미에마쓰는 국민학교를 나오자, 오사까의 어떤 반찬가게에 근무했다.
이 반찬가게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사람을 거느리는데 매우 거친데다가 말도 할 수 없이 인색했다.
이를테면 밑반찬을 만들다가 방귀라도 뀌게되면 호되게 야단알 맞는다. 방귀 냄새가 반찬에 묻는다고
야단을 친다면 또 알 만도 한 일이다.
그러나 주인이 야단을 치는 것은 그런게 아니다.
[알겠나? 대변 소변은 귀중한 비료가 아닌가? 방귀도 비료의 일종이지. 어째서 방귀를 뀌려먼 집뒤에
있는 밭에 가서 뀌지 않느냐 말이다. 그냥 보통 바람보다야 낫지 않겠어!]
이렇게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목이 마르다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수돗물을 마시면 매을 맞았다. 수돗물은 요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물이라면..?
[돈이 들지 않으니 얼마든지 마셔라.]
이런 상태였다. 이런 주인에게서 국민학교를 나오자마자 훈련을 받아 왔으니, 후루다 미에마쓰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갔는가 하는 것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미에마쓰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어렸을적부터 이를 악물고 지내왔던 것이다.
그뜻을 이루기 위해 그는 우선 일체의 낭비를 억제했다.
우선 미에마쓰의 의식주의부터 시작하여 그 생활을 엿보기로 했다.
옷가지.
나면서부터 현재까지 새로 마련한 것은 모닝코트 한 벌뿐이다. 그 밖에는 전부 헌옷 집에서, 더군다나
값을 형편없이 싸게 때려 샀다.
속옷은 훈도시뿐인데, 드나드는 상인들이 가져오는 무명 수건을 먼저 부엌에서 행주로 쓰다가 풀이 죽고
자꾸 빨아 섬유(纖維)가 부드러워지면 끊을 달아 썼다.
두꺼운 내의는 몹시 추운 겨울에만 입었다. 그것도 넝마집에서 한 관(貫)에 얼마씩 파는 누더기로 사온
것 뿐이다. 그 중에서 쓸 만한 것에 헝겊을 대고 기워서 입었다.
양복, 구두, 와이셔츠, 넥타이, 모두 남들이 쓰다 버린 물건들 뿐이었다.
그럼 먹는 것은 어떠한가?
후루다 미에마쓰는 완전히 일본식(日本食)으로 했다.
아침은 하는 수 없다.
자기 집에서 밥을 짓는다. 그것도 희안하게 가마솥에 불을 때서 짓는 것이다. 전기 밥솥이 있느 시대에
어째서 그러는 것일까 생각하리라. 그것은 그의 집에 여러 가지 선물이 보내져 오기 때문이다. 그 나무
상자를 부숴서 때는 것이다.
그 밖에 다이렉트 메일(direct mail)로 보내져 오는 상품 팜플렛(pamphelt), 가까운 상점에서
처리하지 못해 하는 보드(board) 지(紙) 상자, 나무 상자 등이 모두 미에마쓰 집 땔감이다.
점심은 원칙적으로 먹지 않는다. 물론 결혼식이라든가 파티가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적녁은 일요일과 휴일을 빼놓고는 대개 남의 초대였다. 초대되었을 때 무언가 맛이 있어 보이는 음식이
있으면, "아이에게 먹이고 싶다"면서 가지고 온 찬합에 담는다. 그리고 밥은 단무지 정도로 반찬으로
대여섯 공기씩 먹어치우는 것이다.
미에마쓰에겐 정직하게 말해서 아이는 없다. 그러나 그 정도의 나이가 되면, 절음 애인이라도 있어
아이가 태어났는가보다하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미에마쓰는 올해 일흔살이었다.
이튿날 연회석에서가지고 온 찬합 속의 선물 즉, 어묵이나, 구운 생선, 혹은 간장으로 졸여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침 식사의 반찬이 되는 것이다.
가족은 하녀와 마누라 행세를 겸해서 시키고 있는 여성 한 사람 뿐이었다.
깜빡 잊었는데, 미에마쓰는 간사이(關西)지방에서도 이름있는 금융업자(金融業者). 다시 말해서
고리대금업자다. 남에게 돈을 꾸어 주고 돈을 버는 악랄한 인간인 것이다. 그러니까 특히 돈에 관해서는
전혀 인정사정도 없다. 더럽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잡은 것은 돌부처의 목덜미라도 잡지만, 내 놓는 것은 침도 뱉지 않는다는 철저한 구두쇠이다. 그렇게
해서 미에마쓰는 30억엔이라는 돈을 모은 것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남에게서 저당으로 빼앗은 집니다. 자는 침대도, 담요, 시트 medemd ahems
것이 담보잡거나 헌옷집에서 싸게 사들여 온 물건들 뿐이었다.
그에게 있어 인생은 모조리 <돈>이었다.
돈이 전부다. 그리고 그의 금전 철학이란 <쓰지 말라>였다. 쓰면 나가는게 돈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모두 돈을 쓰는 것이다. 그것이 화가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래서 미에마쓰는 20년전부터 한가지 도락(道樂)을 시작했다.
그 도락이란 무엇인가?
저금(貯金)이다. 저금이라해도 보통의 저금이 아니다.
전국의 우체국-보통에서 간이(簡易)라고 불리는 특정 우체국까지 있는데-에 10만엔씩 저금하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예금주는 후루다 미에마쓰일 것은 물론이고, 예금 인감 도장은 미에마쓰가 손수 판 도장으로 위조할 수
없는 것이 자랑이었다.
후루다 미에마쓰는 자신의 여행 스케줄을 결정하면 그 지방 은행이나, 거래 은행의 지점에 예음을
옮겼고, 2등차로 여행하면서 그 지방의 가장 싼 여관에 머무르며 저금하고 다니는게 취미였다.
우편저금이란 국가 상대다.
혁명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은행처럼 도산(倒産)될 걱정은 없다.
미에마쓰는 자신이 죽었을 때, 전국에 유산이 흩어져 있는 것이 더없이 즐겁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통장도 이미 3천권을 넘었다. 이는 3억엔을 전국에 저금했다는 것이 된다. 아무리 돈이 있어도 사치를
모르고 사는 이메마쓰는 기차는 2등차, 특별한 볼일이 없는 한 완행으로 정해져 있다.
별로 서두르는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술도 담배도 모른다.
구레나룻을 기를 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것을 기르면 메이지 유신의 공신(功臣)
이와구라 도모미(岩倉具視)를 닮았다고 남들이 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후루다 미에마쓰는 그날, 자기 눈앞에 앉은 17,8살된 여자가 열차가 플랫폼을 떠나자 찔끔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는, 문득 자신이 오오지마를 떠나 오사까로 취직되어 가게 되던 50년도 넘은 옛날일을
생각했던 것이었다.
[아무일도 아니에요.]
그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체격도 매우 좋고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그래서 미에마쓰는 대학에 입학하는 거냐, 아니면 취직을 하는
거냐고 질문했던 것이다.
[…… 대학에 가요.]
상대는 그렇게 대답하고 웬지 쓸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대학이군!]
미에마쓰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러운 말이구먼.]
미에마쓰는 정말로 부러웠기 때문이리라. 그 여자만한 나이때의 그는 아직 오사까 반찬가게의
견습점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부러운 일일까요?]
여학생은 말했다.
[아무렴, 부럽구말구.]
미에마쓰는 그녀를 보고 대답했다.
[대학이란 건, 혼자서 좀처럼 갈 수 없는 곳이니까.]
요오꼬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저씨는 어디까지 가세요?]
[사업차 잠깐 도쿄까지 가오.]
미에마쓰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어머……. 도쿄군요.]
[아가씨도 아마 그런 것 같은데?]
[네에……. 그래요.]
여학생은 무릎께가 걱정되는지 스커트자락을 잡아 당기고 있다.
미에마쓰는 빙그레 웃으며 지켜보았다.
- 계속
원작: 梶山李之
옮김: 다크린([email protected])
- 3 - 대금융업자(大金融業者)
마에까와 요오꼬는 꿈을 꾸고 있었다.
도쿄에 와서 트렁크를 열었더니, 어찌된 셈인지 속에서 숱한 곤충이 튀어 나온 것이었다.
귀뜨라니, 사마귀, 바퀴, 메뚜기, 여치, 딱정벌레, 하루살이, 하늘소…….
모두 날개가 달린 기분나쁜 곤충들뿐이었다.
요오꼬는 그 곤충들에 둘러싸여 무서워져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곤충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사람의 말을 하고 있었다.
[마에까와 요오꼬를 결단 내 버려.]
이렇게 사마귀가 말하자 바퀴는 그녀의 발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렇다. 발부터 물어 뜯어!]
곤충들은 환성을 지르며 요오꼬에게 한꺼번에 달려 들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으윽! 아, 괴로워!)
요오꼬는 꿈에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답답하게 숨이 막혔던 것이다.
(악, 살려줘요. 마마!)
그녀는 외쳤다. 그리고 눈을 번쩍 떴다.
그때 그녀는 가슴이 답답하고 무거운 이유를 확실히 깨달았다.
누군지도 모를 한 사내가 올라타고 있었다.
앗! 하고 외치려는 요오꼬의 입은, 커다란 손바닥으로 덮여 버리고 말았다.
(으윽!)
요오꼬는 필사적으로 그 입을 막은 사람의 손바닥을 깨물었다.
[아얏! 요오꼬! 가만히 있어.]
상대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야단치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머나!)
요오꼬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캄캄한 어둠속이지만, 그 목소리는 백치인 친오빠 라이따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악. 오빠가!)
요오꼬는 나오지도 않는 소릴 질렀다.
라이따는 상반신을 요오꼬의 가슴에 맡기고 한쪽 손으로 요오꼬의 속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악, 이러지 말아요!)
요오꼬는 백치인 오빠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알았기 때문에 몸을 비틀고 있었다.
요오꼬는 필사적이었다.
라이따는 이미 짐승이었다.
말도 하지 않는다.
(아악!)
요오꼬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옆방에서는 양친이 자고 있다.
그러나 웬지 요오꼬에게는 망설여지는 마음이 있었다.
자신의 발가벗겨진 추한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백치인 오빠가 양친에게
호되게 꾸중을 듣는 것을 볼 수가 없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고 할까?
요오꼬는 짐승이 되어 버린 백치 오빠에게 모든 것을 유린당하고 실신해 버렸다.
**
전송하는 양친이며 친구들에게는 애써 쾌활하게 행동했지만, 열차가 플랫폼(platform)을 떠나자
마에까와 요오꼬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어쩔수 없었다.
요오꼬는 이미 수일 전의 요오꼬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의미로는 어른이 되어 있었지만, 그렇게
해서 어른을 만들어 준 상대가 나빴다. 요오꼬가 눈물 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 그러오?]
요오꼬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흰수염(白髥)을 보기좋게 기른 논인이 갑자기 눈물 짓는 요오꼬를 보고
이상한 듯이 말을 걸었다.
요오꼬는 당황해서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대학으로 가오? 취직해 가오?]
노인은 다시 이렇게 물었다.
흰수염(白髥)이라고 했지만 한문자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수염 염(髥)이라는 글자는 수염이라곤 하지만 구레나룻을 말한다. 수염 자( )라는 글자는 코밑의
수염을 말하며, 수염 수(鬚)라는 글자는 턱수염을 말한다.
그러니까 여기의 수염난 노인이란, 구레나룻이 난 노인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三國志>나 <水湖志>에 나올듯한 느낌의 이 노인은 후라다 미에마쓰(古田三重松)라 하는 숨은
부자(富者)였던 것이다.
우연히 요오꼬 앞에 함께 타게 된 미에마쓰의 일생은 근검노력(勤儉努力)을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일생이었다.
태어나기는 야마구찌(山口) 현(縣)의 오오시마(大島) 군(郡)이라는 곳이다.
오오시마군이라고 하면 듣기엔 그럴 듯 하지마, 세도(瀨戶) 내해(內海)에 있는 섬이다.
아침과 저녁은 감자죽밖에 먹을 수 없는 가난한 섬이었다.
후루다 미에마쓰는 국민학교를 나오자, 오사까의 어떤 반찬가게에 근무했다.
이 반찬가게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사람을 거느리는데 매우 거친데다가 말도 할 수 없이 인색했다.
이를테면 밑반찬을 만들다가 방귀라도 뀌게되면 호되게 야단알 맞는다. 방귀 냄새가 반찬에 묻는다고
야단을 친다면 또 알 만도 한 일이다.
그러나 주인이 야단을 치는 것은 그런게 아니다.
[알겠나? 대변 소변은 귀중한 비료가 아닌가? 방귀도 비료의 일종이지. 어째서 방귀를 뀌려먼 집뒤에
있는 밭에 가서 뀌지 않느냐 말이다. 그냥 보통 바람보다야 낫지 않겠어!]
이렇게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목이 마르다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수돗물을 마시면 매을 맞았다. 수돗물은 요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물이라면..?
[돈이 들지 않으니 얼마든지 마셔라.]
이런 상태였다. 이런 주인에게서 국민학교를 나오자마자 훈련을 받아 왔으니, 후루다 미에마쓰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갔는가 하는 것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미에마쓰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어렸을적부터 이를 악물고 지내왔던 것이다.
그뜻을 이루기 위해 그는 우선 일체의 낭비를 억제했다.
우선 미에마쓰의 의식주의부터 시작하여 그 생활을 엿보기로 했다.
옷가지.
나면서부터 현재까지 새로 마련한 것은 모닝코트 한 벌뿐이다. 그 밖에는 전부 헌옷 집에서, 더군다나
값을 형편없이 싸게 때려 샀다.
속옷은 훈도시뿐인데, 드나드는 상인들이 가져오는 무명 수건을 먼저 부엌에서 행주로 쓰다가 풀이 죽고
자꾸 빨아 섬유(纖維)가 부드러워지면 끊을 달아 썼다.
두꺼운 내의는 몹시 추운 겨울에만 입었다. 그것도 넝마집에서 한 관(貫)에 얼마씩 파는 누더기로 사온
것 뿐이다. 그 중에서 쓸 만한 것에 헝겊을 대고 기워서 입었다.
양복, 구두, 와이셔츠, 넥타이, 모두 남들이 쓰다 버린 물건들 뿐이었다.
그럼 먹는 것은 어떠한가?
후루다 미에마쓰는 완전히 일본식(日本食)으로 했다.
아침은 하는 수 없다.
자기 집에서 밥을 짓는다. 그것도 희안하게 가마솥에 불을 때서 짓는 것이다. 전기 밥솥이 있느 시대에
어째서 그러는 것일까 생각하리라. 그것은 그의 집에 여러 가지 선물이 보내져 오기 때문이다. 그 나무
상자를 부숴서 때는 것이다.
그 밖에 다이렉트 메일(direct mail)로 보내져 오는 상품 팜플렛(pamphelt), 가까운 상점에서
처리하지 못해 하는 보드(board) 지(紙) 상자, 나무 상자 등이 모두 미에마쓰 집 땔감이다.
점심은 원칙적으로 먹지 않는다. 물론 결혼식이라든가 파티가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적녁은 일요일과 휴일을 빼놓고는 대개 남의 초대였다. 초대되었을 때 무언가 맛이 있어 보이는 음식이
있으면, "아이에게 먹이고 싶다"면서 가지고 온 찬합에 담는다. 그리고 밥은 단무지 정도로 반찬으로
대여섯 공기씩 먹어치우는 것이다.
미에마쓰에겐 정직하게 말해서 아이는 없다. 그러나 그 정도의 나이가 되면, 절음 애인이라도 있어
아이가 태어났는가보다하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미에마쓰는 올해 일흔살이었다.
이튿날 연회석에서가지고 온 찬합 속의 선물 즉, 어묵이나, 구운 생선, 혹은 간장으로 졸여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침 식사의 반찬이 되는 것이다.
가족은 하녀와 마누라 행세를 겸해서 시키고 있는 여성 한 사람 뿐이었다.
깜빡 잊었는데, 미에마쓰는 간사이(關西)지방에서도 이름있는 금융업자(金融業者). 다시 말해서
고리대금업자다. 남에게 돈을 꾸어 주고 돈을 버는 악랄한 인간인 것이다. 그러니까 특히 돈에 관해서는
전혀 인정사정도 없다. 더럽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잡은 것은 돌부처의 목덜미라도 잡지만, 내 놓는 것은 침도 뱉지 않는다는 철저한 구두쇠이다. 그렇게
해서 미에마쓰는 30억엔이라는 돈을 모은 것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남에게서 저당으로 빼앗은 집니다. 자는 침대도, 담요, 시트 medemd ahems
것이 담보잡거나 헌옷집에서 싸게 사들여 온 물건들 뿐이었다.
그에게 있어 인생은 모조리 <돈>이었다.
돈이 전부다. 그리고 그의 금전 철학이란 <쓰지 말라>였다. 쓰면 나가는게 돈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모두 돈을 쓰는 것이다. 그것이 화가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래서 미에마쓰는 20년전부터 한가지 도락(道樂)을 시작했다.
그 도락이란 무엇인가?
저금(貯金)이다. 저금이라해도 보통의 저금이 아니다.
전국의 우체국-보통에서 간이(簡易)라고 불리는 특정 우체국까지 있는데-에 10만엔씩 저금하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예금주는 후루다 미에마쓰일 것은 물론이고, 예금 인감 도장은 미에마쓰가 손수 판 도장으로 위조할 수
없는 것이 자랑이었다.
후루다 미에마쓰는 자신의 여행 스케줄을 결정하면 그 지방 은행이나, 거래 은행의 지점에 예음을
옮겼고, 2등차로 여행하면서 그 지방의 가장 싼 여관에 머무르며 저금하고 다니는게 취미였다.
우편저금이란 국가 상대다.
혁명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은행처럼 도산(倒産)될 걱정은 없다.
미에마쓰는 자신이 죽었을 때, 전국에 유산이 흩어져 있는 것이 더없이 즐겁게 생각되는 것이었다.
통장도 이미 3천권을 넘었다. 이는 3억엔을 전국에 저금했다는 것이 된다. 아무리 돈이 있어도 사치를
모르고 사는 이메마쓰는 기차는 2등차, 특별한 볼일이 없는 한 완행으로 정해져 있다.
별로 서두르는 여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술도 담배도 모른다.
구레나룻을 기를 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것을 기르면 메이지 유신의 공신(功臣)
이와구라 도모미(岩倉具視)를 닮았다고 남들이 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후루다 미에마쓰는 그날, 자기 눈앞에 앉은 17,8살된 여자가 열차가 플랫폼을 떠나자 찔끔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는, 문득 자신이 오오지마를 떠나 오사까로 취직되어 가게 되던 50년도 넘은 옛날일을
생각했던 것이었다.
[아무일도 아니에요.]
그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체격도 매우 좋고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그래서 미에마쓰는 대학에 입학하는 거냐, 아니면 취직을 하는
거냐고 질문했던 것이다.
[…… 대학에 가요.]
상대는 그렇게 대답하고 웬지 쓸쓸하게 미소 지었다.
[그래, 대학이군!]
미에마쓰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러운 말이구먼.]
미에마쓰는 정말로 부러웠기 때문이리라. 그 여자만한 나이때의 그는 아직 오사까 반찬가게의
견습점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부러운 일일까요?]
여학생은 말했다.
[아무렴, 부럽구말구.]
미에마쓰는 그녀를 보고 대답했다.
[대학이란 건, 혼자서 좀처럼 갈 수 없는 곳이니까.]
요오꼬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저씨는 어디까지 가세요?]
[사업차 잠깐 도쿄까지 가오.]
미에마쓰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어머……. 도쿄군요.]
[아가씨도 아마 그런 것 같은데?]
[네에……. 그래요.]
여학생은 무릎께가 걱정되는지 스커트자락을 잡아 당기고 있다.
미에마쓰는 빙그레 웃으며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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