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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장미의 노래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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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7 회 작성일 23-12-12 05:3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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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아가 되던 날



그날, 내가 달려간 병원에서, 아버지는 너무 달라진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언제나 강하던 아버지, 언제나 차갑던 아버지, 누구에게나 두려움을 주었던 아버지…

그 분은 얼굴에 영화에서나 보던 산소마스크를 쓰고서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가늘게 뜬 눈과 파리하게 꺼져들어간 볼은 마치 한 달을 굶은 사람의 얼굴같았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처음에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정말 내 아버지인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을 정도이니까.

아버지의 침대곁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늘 아버지의 곁을 지키던 우람한 덩치의 불곰형도 없었고, 웃으면 뺨에 난 상처가 묘하게 비틀리며 나를 겁나게 했던 솔개형도 없었다.

아버지의 곁에 선 남자는 내가 처음보는 키 크고 덩치가 좋은 사람이었다.

아버지보다 나이가 좀 많은 것 같았고, 턱이 네모져서 멋잇게 보였다.

아버지나 나나 둘다 얼굴의 선이 가늘고 체형이 마른 편이라, 나는 균형잡히게 덩치가 좋은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워 했었다.

두 사람은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낮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주로 그 아저씨가 뭔가 이야기를 했고, 아버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였다.



“그래, 네 식구들은 다 끝장난 것 같다. “

“. . . “

“웅이도, 솔개도… 아마 죽었을거다. 아니더라도 어디 한군데는 잘라졌을거야. 살아있기만 한다면… “

“면목... 없수… “

“이야기 하지 마라. 넌 지금 무조건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야. “

“. . . “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상우 놈, 아무리 개잡종이라지만 그래도 너한테까지 이렇게 할 줄은… 그 전갈 새끼, 어디까지 막가자는 거냐? “

“그만… 두슈… 내가… 약해서… 그런 건데, 뭐… “

“아니야, 내가 아무리 이 바닥 떠났다지만 이 꼴은 더 이상 못봐주겠다. 내 이새끼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내 동생들 다 불러 모아서라도 이놈하고 사생결단을 내고 말 테다. 제놈이 아무리 독종이든, 악종이든 간에… “

“흐흐… “

“왜 웃는 거냐? “

“형님이… 언제부터 그렇게 나를… 좋아한 건지… 우욱!”



아버지는 말하는 도중에 크게 기침을 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아버지의 몸을 칭칭 감은 붕대를 알아볼 수 있었고, 그 붕대사이로 온통 배어나오는 핏물을 보았다.

그때서야, 나는 내 아버지가 저렇게 다쳐 누워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으아아! “



나는 비명을 지르며 울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침대곁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힘겹게 눈을 떠 나를 바라보았고, 아저씨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달래려 애를 썻다.



“자, 자… 얘야. 아빠는 괜찮을거야. 걱정할 필요 없다. 울지 말고 나가있어라. 응? “

“놔두슈, 형님… “



아버지가 힘겹게 손을 들어 내 머리에 얹었다.

그리고는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혀, 형님… “

“그래, 말해라. 아니, 네 아들은 일단 내보내자. 그리고 우리 둘이서 이야기하자, 응? “

“놔둬요, 아마… 이 녀석이 내 목소릴 들을 수… 있는 건 지금 뿐 일거요…”

“그, 그래도… “

“형님… 나한테 빚진 거… 기억하우… ? “

“으응? 빚? “

“형님… 오래 전에 수정이 놔줄 때… 그 때… 나한테… 쿨럭! “



아버지는 다시 핏물을 뱉아냈고, 온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저씨는 당황해서 아버지를 부축하며 침대에 기대 눕혔고, 나는 머릿속이 마구 헝크러져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멋내기로 듣고 다니던 NIRVANA의 노랫가락이, 커트 코베인의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그래, 기억하지. 기억하고 말고. 지금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냐? “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 한테 남은 사람이… 없수… 이렇게 살았으니… 의리도, 우정도…부탁할 사람도… 친한 사람도… 아무도… “



아버지는 다시 배를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한참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때 아버지의 뱃속은 제대로 이어져 있는 것이 없었다고 했다.

그 상황에서 말은 고사하고 숨쉬기도 고통스러웠을 거라고, 보통 사람이면 신음소리도 힘들어서 못냈을 거라고…

그래도 아버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내 머리를 잡은 손에 조금 힘을 주었다.



“그저 딱 하나… 형님 한테… 빚 준거 하나… 오직 그거 하나밖에… “

“그래, 걱정마라. 내가 무어라도 들어준다. 그러니까 우선은 쉬어라. 네 몸이 낫고 나면 내가 너 도와주마. 상우놈한테 이자까지 붙여서 복수하자. 그놈 계집들을 모두 회를 쳐서… 흠흠. “



아저씨는 말하는 도중에 나를 생각해내곤 헛기침을 해댔다.



“난 이제 틀렸수… 그래서… 형님한테 짐 하나… 부탁하고 가려우… “



아저씨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고, 나도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채고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우와앙! 안돼요 아버지! 안돼요, 죽으면! “



아버지는 아주 조금 손을 움직여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형님… 미안하지만… 정말 미안하지만… 이놈 좀 키워주슈… “

“이, 이놈… 지금 그걸 말이라고… 네 새끼 네가 키워야지, 누구한테 맡기는 거냐? 어서 털고 일어나서 네 새끼 거둬야 할 거 아니냐? “

“흐흐… 난… 도저히 안될 거 같아… 그러니까 형님… 나한테 빚 진거… 그거… 염치없지만… 이놈 좀 맡기는 걸로… 부탁… “

“이, 이놈아… “



아저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무어라 말을 못하고 그저 울며 아버지의 손에 머리를 맡기고 있었다.



“혀, 형님… 약속, 약속… 나한테 지금 약속해… “

“그래 이놈아. 내가 약속하마. 네 자식 내가 키워주마. 걱정마라. 내가 약속한다. 내가 약속한다… “

“흐흐… 그, 그거 알우? 혀, 형님은… 마음이… 너무 약해… 다른 놈들 모두 내가 이꼴 되니까… 상우놈한테 밉보일까봐… 얼굴 한번 안보이는데… 형님만 이렇게… 흐흐… “

“이놈아, 그러니까 평소에 그렇게 독하게 살지 않았어야지. “

“후, 후회는 없수… 나는… 내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대로… 살았으니까… “

“그래, 안다. 내가 안다… “

“그, 그럼… 염치없지만… 이놈… 형님 한테… “

“그래, 알았다. 걱정말고 이제 쉬어라. 넌 안죽어, 이놈아. 금새 털고 일어나서 네 자식 손잡고 병원 나갈거야. “



아버지는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신아… “

“예, 아버지… “

“너 한테… 어떻게 살아라고… 말하진 않는다… 그저, 그저… “

“아버지… “

“무얼 하든지… 나중에 커서 무얼 하든지… 믿을 수 있는 사람 하나만… 그게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 “

“… 네. “

“나는 그렇지 못했어… 그 결과가 지금 이렇다… 비참하게 죽어가는 거야… “

“아빠, 죽지 말아요… “

“상우 놈은… 그게 비록 계집들이라도… 그런 년들이 셋이나 있었어… 목숨을 맡길 정도로… 믿을 수 있는 년이 셋이나… 크으윽! “



나는 아버지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지금 아버지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고, 온 몸을 타고 오르는 적개심에 몸을 떨었다.



“후후… 좋은 눈 이다… 아무래도 너는… 나 같은 길을 걸을 것 같아… “

“이놈,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이놈은 어엿하게 대학을 나와 내 사업을 이을거야. 네가 죽더라도… 아, 아니 무엇보다 네놈이 죽을 리 없지 않냐! “



아버지는 아저씨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명심해라…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 했다 하더라도… 금방 무너지게 돼… 너는, 너는… 나 같은 길을 걸으면 안돼… “

“알겠어요, 아버지. 꼭… 그런 사람을 찾을께… 목숨을 걸고 지킬 수 있는 믿음을 찾을께… “



아버지가 싱긋이 웃었다.

내 기억속에 몇 번 본 적이 없는, 도대체 언제 저런 미소를 보았더라… 하고 생각할 정도로 보여준 적 없는 부드러운 미소였다.

아버지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착한… 아이로구나… “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는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고, 이틀 후, 돌아가셨다.









돌아왔어요, 그간 안녕하셨어요? 혹시 리플에 "넌 대체 누군데 친한 척 하냐?"이런 말 달리는거 아닌가 몰라...

오랬만에 **에 들어와보니, 여전히 활기차군요. 저는 이런 **의 분위기를 너무 좋아해요.^^

제가 생각하는 **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생동감이라는 거죠. 무료싸이트의 대부다운면이랄까요?

이 글은 제법 길어질 것 같아요. 사실, 너무 길어질까봐 겁이나서 스토리라인 잡아놓고도 시작하기가 힘들었죠. 감당하기 힘들어지면 어쩌나 싶어서요. 이번에는 좀 천천히, 편하게 맘먹고 써나가려구 생각중이예요.

어쨌든 기왕에 시작했으니, 욕먹지 않도록 열심히 써 볼께요.

제가 별루 글을 빨리 쓰는 편이 아닌 데다, 시간도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고, 별로 잘 쓰는 실력도 아닌게 스토리까지 대강 틀만 잡고 시작하는 거라… 음, 푸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죠.

어쨌거나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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