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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계약 #8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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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75 회 작성일 23-12-12 03:0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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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은 위험합니다.”



남자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실려 있었다.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로 그의 초조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긴급한 상황이라는 게 짐작이 갔다. 

그때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잔말 말고 내 말대로 해.”



다른 남자의 목소리는 권위적이었다.

강압적으로 말하는 그 목소리에는 탐욕이 번들거렸다.

몇 차례 더 언쟁이 있었지만 결국은 그 남자의 말대로 하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공포감이 숨 막히게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그것 역시 알고 있었다. 나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으리라는 걸.



***



현대적인 모던함을 살린 초고층 빌딩 외관에는 AQ라는 로고가 박혀 있었다.

태원그룹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름이었는데 사실상 서정혁의 소유로 보였다. 

태원의 미국 지사 정도로 생각했던 희민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묻진 않았다.



정혁과 다른 비서진이 그가 통째로 집무실로 사용하는 층에 내린 뒤 희민은 차 실장과 함께 한 층 더 올라왔다.



“미국에 있는 동안 이곳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필요한 건 메이드에게 말하면 되고, 이건 메이드 호출 벨입니다.”



차 실장은 내부 구조를 잘 알고 있는 듯 갤러리 같은 인테리어의 내부를 앞서 걸어가며 희민에게 작은 리모컨을 건네줬다.



“호출 벨까지 있나요?”



“이곳은 회장님이 미국에 계실 때만 사용하시기 때문에 메이드는 상주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빌딩 내에 거주하고 있지만 회장님이 혼자 계시는 걸 원하셔서 자리를 비울 때만 청소하러 올라옵니다. 그 외에는 호출로 지시하시는 거죠.”



평수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넓은 공간을 걸어 나가며 차 실장이 말을 이었다.



“바로 지시할 사항이 있으시면 인터폰 내선 번호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제가 문자로 보내 두겠습니다.”



차 실장의 말처럼 모든 공간은 거의 막혀 있지 않고 대형 예술품으로 공간이 나뉜 형태였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문제로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의 저택과는 다른 독특한 설계와 트인 공간들이 그가 오롯이 혼자 생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였다. 

전면 유리로 밖이 내다보이는 소파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 차 실장이 희민에게 말했다.



“짐은 드레스룸에 정리해 두게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희민은 짤막하게 말하고 창밖의 뉴욕 도심을 바라봤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빌딩 숲이 왠지 아찔하게 느껴졌다. 

뉴욕에는 여러 번 와 봤지만 이런 높은 곳은 처음이었고 기가 질릴 정도로 넓은 주거 공간도 처음이었다.



‘여긴 태원과 관련이 없는 곳인가?’



희민이 다시 궁금증을 느끼는데 차 실장이 창밖에 시선을 둔 그녀에게 말했다.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차 실장의 말에 희민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했다.



“뭔데요?”


“오늘 밤 참석해야 하는 파티가 있는데 회장님과 함께 참석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파티?



희민이 의문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그런 얘기는 여기 올 때까지 듣지 못했다.



“원래는 파트너 동반 모임엔 제가 참석하는 편입니다만, 오늘 저녁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겨서 제가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아, 파트너 동반…….”



희민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요. 계약서 추가 조항에 필요에 의한 대외적 요구 사항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으니까.”



희민이 담담하게 말하자 차 실장이 안경을 추켜올리며 바라봤다.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계약서의 모든 내용을 기억하십니까?”


“대부분은요.”


“계약서에 있다 하더라도 한희민 씨가 원치 않으시면 다른 파트너를 구하겠습니다.”



희민이 잠시 차 실장을 바라봤다.

차 실장에게 강압적인 면은 느껴지지 않았다. 

딱히 다급해 보이지도 않았다. 

자신이 아니어도 바로 다른 상대를 구할 준비를 끝내 놓은 상태로 보였다.



효율성.



이곳에 같이 오자고 할 때 정혁이 한 말이 떠올랐다. 지금 차 실장은 자신이 꼭 필요해서가 아닌, 단지 실효성 면에서 편리하기 때문에 저에게 부탁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제가 할게요. 어려운 일은 아니니.”



희민이 복잡한 생각을 거두고 대답하자 차 실장이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그럼 저와 함께 나가시죠. 출발 시간 전까지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시계를 보며 무감하게 말하는 차 실장의 모습이 왠지 정혁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같이 일하면 닮는 걸까?’



궁금했지만 희민은 우선 차 실장을 따라 다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빌딩에서 나와 차 실장이 운전하는 차로 이동하는 동안 뒷자리에 앉은 희민은 창밖을 바라봤다. 

한동안 조용히 바깥 풍경만 보고 있던 희민이 차 실장을 바라봤다.



“질문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차 실장이 룸미러로 희민을 힐긋 쳐다봤다.



“실장님은 서정혁 씨와 언제부터 함께 일하셨어요?”


“일을 한 건 12년 정도 됐습니다.”


“12년이면…… 긴 시간이네요.”



희민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10년 이상 함께 있었다면 차 실장이 정혁의 벗은 상체에 익숙한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희민이 슬쩍 제 미간을 좁혔다.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왜 신경이 쓰이는 거지?



희민은 전용기 안에서 잠깐 봤던 그 장면을 자신이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 

그러고 보면 차 실장은 그녀는 거의 모르는 서정혁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거였다. 

비서실장으로서 그를 가까이서 늘 봐 왔을 테니.



‘서정혁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을 하면 이상하려나?’



궁금한 것들이 있었지만, 왠지 그가 없는 곳에서 그에 대해 캐묻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희민은 질문하지 않기로 했다.



‘몰라도 상관없는 일이고.’



어차피 내일이라도 당장 임신하면 앞으로 보지 않을 사람인데 알아봐야 좋을 게 없었다. 

계약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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