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남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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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이 제과점 파티셰 남자를 떠올렸다. 나이가 오십 중반이긴 했지만, 배가, 배가, 배가 엄청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단 걸 좋아하지만, 케이크를 좋아하지만, 제과 자격 등을 따고 싶지만 그렇게 배가 나와 버리면 분명히 은서가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배가.”
“살찔까 봐 그래요?”
“네.”
“남자가 살 좀 찐다고 뭐가 대수라고. 그냥 먹고 쩌요.”
“살찐 남자는 좀 그렇잖아요.”
“그럼 이한 씨는 내가 살찌면 매력 없다고 같이 안 살 거예요?”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어요. 살 좀 쪄도 행복하게 사는데 지장 없어요. 단, 너무 먹어서 비만만 되지 않으면 돼요.”
“그래도.”
이한이 이렇게까지 뱃살에 연연하는 것은 태경의 말이 아직까지 머릿속 한 구석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뱃살이 나오자 혜주가 구박한다는 그 말. 그 말이 자신에게 해당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낮에 케이크 먹고 밤에 열심히 칼로리 소모하면 되죠.”
“밤에요?”
칼로리 소모라는 말에 이한이 제일 먼저 한밤중에 뛰어다니는 상상을 했다. 그것 외에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밤에 운동 하자고요?”
“굳이 운동 아니더라도.”
거기까지 말한 은서가 킁킁 냄새를 맡는다.
“으, 땀 냄새. 일단 들어가서 씻고 나서 말해요. 땀 냄새가 엄청 나요.”
바야흐로 7월로 접어들기 직전. 본격적인 더위는 아직 시작되기 전이지만 그래도 한낮에는 한여름처럼 더워지고 있었다.
“은서 씨 먼저 씻을래요?”
“.....”
이한의 말에 은서의 눈이 가늘어진다. 가늘어지며 째려보는 은서의 눈동자에 이한이 아차 싶다.
그제야 땀 냄새, 그리고 칼로리 소모라는 단어에 담긴 진짜 의미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달칵.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두 사람이 신발을 얌전히 벗어 놓는다.
거실의 소파 위에 핸드백을 던진 은서가 욕실 쪽으로 가서 스위치를 켰다.
“간이 욕조라도 있으면 좋겠다.”
중얼거리는 은서의 뒤에서 이한이 그녀의 몸을 살며시 끌어안는다. 진한 땀 냄새가 그녀의 코끝으로 끼쳐 들어왔다.
“나는 욕조 없어도 좋은데.”
이한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며 천천히 그녀의 티셔츠를 끌어 올렸다.
“응.”
낮게 신음하며 은서가 살며시 손을 앞으로 뻗는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샤워기를 쥐고 물을 튼다고 생각한 순간.
“으악!”
이한의 머리 위로 찬물이 쏟아졌다. 은서가 자신과 이한의 머리 위로 샤워기의 물을 뿌려댄 것이다.
졸지에 옷을 입은 채로 젖어버린 이한이 머리를 흔들어 물기를 털어냈다.
“나 바람맞힌 벌이에요. 한 번만 더 나하고 먼저 약속한 걸 다른 사람 때문에 어기면 또 벌줄 거예요.”
“미안해요.”
“미안하면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해요. 그럼 봐줄게요.”
장난스런 은서의 표정에 이한이 그녀의 앞에 살짝 무릎을 꿇는다. 그의 얇은 면바지가 바닥에 뿌려진 물에 젖어 들었다.
“잘못했습니다.”
공손하게 사과한 다음 이한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짧은 스커트 안으로 민트색 팬티가 살짝 보였다.
세면대에 기대어 선 은서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은 이한을 내려다보며 살며시 기대 어린 표정을 짓는다.
그의 손이 그녀의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젖은 다리를 만지며 올라오는 부드러운 손길에 은서가 가볍게 숨을 흘렸다.
허벅지를 살며시 간질이던 손이 그녀의 스커트와 팬티를 함께 천천히 끌어내렸다.
물에 젖은 티셔츠 하나만을 걸친 채로 은서가 가쁜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다리를 벗어난 스커트와 팬티가 욕실 바닥에서 불쌍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으응.”
은서가 살짝 다리를 비틀었다. 그녀의 허벅지를 잡은 채로 이한이 그녀의 수풀 위에 키스하고 있었다.
바짝 말라 있던 수풀이 이한의 타액으로 젖는 것을 그녀도 느꼈다.
등 뒤에서는 차가운 세면대의 감촉이, 그리고 앞쪽에서는 뜨거운 숨결이 동시에 느껴져서 은서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뜨거운데 한여름이 되면 얼마나 더 뜨거워질까.
그냥도 뜨거운데, 두 사람의 살결이 뒤섞일 때는 또 얼마나 뜨거워질까.
거실에 있는 에이컨 외에, 침실에도 에어컨을 달아야겠다고 은서가 생각했다.
아마 에어컨이 없으면 이번 여름, 틀림없이 제대로 나지 못할 것이다. 너무 뜨거워서.
“으응… 아아.”
이한의 어깨를 두 손으로 누른 채 은서가 야한 숨을 흘린다. 어깨 넓이만큼 벌어진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이한의 얼굴이 들어와 있었다.
그녀의 하체에 바짝 얼굴을 붙인 채로 그가 그녀의 체취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있었다.
“으, 은서 씨, 다리 좀.”
그의 요구에 은서가 한쪽 다리를 들어 그의 어깨 위로 걸쳐 놓는다. 야릇한 자세였다.
등을 세면대에 기댄 채로 한쪽 다리를 그의 어깨에 올려놓은 그녀의 자연스럽게 벌어진 하체로 이한이 뜨거운 숨을 쏟아냈다.
이미 한껏 달아오른 꽃잎을 열어젖히는 그 뜨거운 혀의 감촉에 은서가 허리를 움찔거리며 고개를 젖혔다.
천정에 가득 맺힌 물방울이 그녀의 달아오른 뺨 위로 떨어져 내렸다.
“으응… 응…!”
꽃잎 안쪽으로 후벼 들어오는 날카롭고 뜨거운 감각에 은서가 두 손으로 세면대를 꽉 틀어잡았다.
그녀의 허리가 뒤로 한껏 휘어지고 있었다.
“아응, 응, 아아아…!”
이대로 갈 것 같다고 그녀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 체력이 넘치는 남자는 그녀가 한 번 갔다고 해서 그녀를 놔주지 않을 것이다.
분명 욕실에서 침실로 이어지며 밤새도록 그녀를 뜨겁게 해줄 것이 틀림없다.
그 뜨거운 상상에 그녀가 세면대를 꽉 틀어잡은 채로 숨을 헐떡이며 몸을 기대는 순간,
덜컹-!
“꺅!”
“엇?!”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은서가 꽉 잡고 있던 세면대가 기우뚱한 것이다.
세면대가 기울어지는 순간 놀란 은서가 얼른 이한의 몸에 달라붙었다.
이한의 목을 끌어안은 채로 달라붙은 은서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세면대의 한쪽이 내려 앉아 있었다.
“아.”
“어.”
두 사람이 당황한 눈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세면대를 쳐다봤다.
그녀의 체중을 견디다 못한 세면대가 내려앉아 버리고 말았다. 너무, 격렬했던 것이다.
“어쩌죠…?”
“이제 욕실에서는 안 하는 게.”
비스듬히 기울어진 세면대를 잠시 동안 쳐다보고 있던 두 사람이 마침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너무 우스웠던 것이다.
그렇게 그날 밤, 두 사람의 욕실에서 한참 동안이나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
“네가 지원이구나? 형하고 완전히 딴판으로 생겼네?”
“제가 좀 더 낫죠.”
절대 겸손의 미덕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은 지원이 현관으로 들어서는 손님에게서 선물을 받아들었다.
오늘은 일요일. 은서와 이한의 첫 번째 집들이. 일찌감치 지원이 도와주러 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르르 들어오는 손님들은 미래 체육관 식구들이다.
저마다 손에 모두 짠 것처럼 두루마리 화장지 32롤 들이를 들고 들어오는 이들을 보며 지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게 실용적이긴 하지만 대체 머릿속에서 무슨 상상들을 하길래 화장지만 주구장창 가지고 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안녕. 네가 지원이구나? 듣던 거 하고는 다르게 생겼네?”
어째서 현관을 들어서는 이들의 첫인사말이 한결 같을까? 문득 지원이 도대체 이한이 어디 가서 자기 얘기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지고 있었다.
얼마나 자기 얘기를 해댔으면 현관으로 들어서는 낯선 손님들이 보자자마 ‘네가 지원이구나?’ 이 소리부터 한단 말인가.
그래도 이 손님은 두루마리 화장지가 아니다.
“햇볕 잘 드는 곳에 놔줘.”
이 손님이 지원에게 건네준 것은 예쁜 마블 화분에 잘 심겨진 행복수. 제법 센스가 있다고 생각하며 지원이 화분을 베란다에 갖다 놓았다.
집들이에 온 손님들은 제법 많았다. 형에게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있다는 건 지원에게도 예상외였다.
하고 다니는 꼴을 봐서는 친구 하나 없을 것 같은데 의외로 친구가 많은 것이다. 그리고 더 의외는 은서였다.
“안녕. 네가 지원이구나? 너 노래 잘한다며?”
도대체 왜 은서 쪽 친구들이 자기를 보고 아는 척 하는 건지 지원은 그게 또 알 수 없었다.
자기 얘기를 은서도 친구들에게 엄청나게 해댄 것일까?
왜? 왜?
도대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디의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자신이 알려져 있는지 조금은 불안해지는 지원이 현관에 잔뜩 쌓인 선물을 한쪽으로 열심히 옮겨 놓는다.
오늘의 지원의 역할은 심부름꾼에 요리사 보조. 맥주와 소주는 이한이 전에 알바하던 주류 도매가게의 사장 형이 집들이 선물로 잔뜩 가져 왔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일하게 된 제과점에서 집들이 축하 케이크와 빵도 선물해주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뜻밖의 인맥. 게다가 카페 사장이라는 친구는 커피 내리는 도구까지 가져와 원하는 이들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있다.
그리고 의사라는 남자는 지난밤에 당직이었다며 지금 소파에 웅크리고 잠이 들어 있다. 남의 집들이에 와서 본격 잠자는 손님이라니.
도대체 형의 정체가 뭘까? 하고 지원이 궁금해지는 참이었다.
종졸에 가진 것도 없는 형인데, 가만히 보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다.
거기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그중에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은서, 바로 그녀인 것이다.
나중에 자세히 들으니 대학도, 대학원도 좋은 학교를 나왔다. 그 정도 학교를 나오려면 어지간히 공부를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직장도 좋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회사에 좋은 월급을 받으며 다니고 있다.
게다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외모. 도대체 저 모자란 것 없어 보이는 여자가 왜 자신의 형과 동거를 시작했는지, 아니 그 이전에 둘이 연애하게 되었는지 그건 정말 미스터리인 것이다.
“응? 뭐야? 여기 세면대가 왜 망가졌지?”
손을 씻으려고 욕실에 들어갔던 서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한 씨 동생 지원 군. 여기 세면대가 망가졌는데?”
“저도 몰라요. 아침에 와보니까 망가져 있던데요?”
지원도 세면대가 망가진 이유는 모른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세면대가 저렇게 반만 내려앉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위에 엉덩이라도 걸친 것일까?
“설마 그 둘이서 여기서 그걸 한 건 아니겠지?”
서진의 말에 지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진다. 아무리 어른스럽게 생겼다고 해도, 작년에 나온 민증에 아직 먹물도 다 마르지 않았다.
여자 친구는 사겨본 적도 없는 꼬꼬마 지원이 서진의 말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래도 제법 신혼 냄새가 나네.”
서진이 욕실을 한번 둘러보고는 빙그레 웃는다. 칫솔걸이에는 두 개의 칫솔이 매달려 있고, 은서는 쓸 일이 없는 면도기가 놓여 있다.
두 개의 칫솔. 사실 이것보다 더 정겨운 풍경은 없을 것이다. 나란히 걸려 있는 두 개의 칫솔은 언제나 마음을 자극한다.
“지원 군, 이한 씨가 어떻게 은서 씨에게 넘어갔는지 알고 있어?”
“네? 전 모르는데요.”
“밥 사준다는 거에 넘어갔데. 바보 아냐?”
“네?”
“밥 말이야, 밥. 둘이 밥 먹다가 눈이 맞았데. 그럴 줄 알았으면 나도 커피가 아니라 밥이나 먹이는 건데.”
“네에?”
순간 지원이 오해했다. 이서진이라는 남자가 은서에게 흑심이 있는 거 아냐? 하고 오해해 버린 것이다.
그렇게 우서진, 안지원에게 형수를 노리는 나쁜 남자로 찍히고 있었다.
“지금은 일단 동거만 하구요, 이한 씨 자격증 따고 나면 그때 결혼하려고요.”
맥주 캔을 손에 들고 은서가 배시시 웃는다.
이한은 계속 음식을 나르고 있는 중이었다.
주방에서 서진과 지원이 같이 안주를 준비하면 이한이 그걸 열심히 나른다.
그리고 손님들이 앉아 있는 거실에는 은서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열심히 손님들에게 웃음꽃을 피워주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아이 생기면 더 볼 것도 없이 바로 결혼식 올리겠지만요.”
은서의 폭탄선언에 그녀의 친구들이 꺅꺅거린다.
“피임 안 해? 은서 씨?”
여자 동료들이 잔뜩 흥분해서 물어오는 말에 은서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머머, 용감하다.”
“좋겠다. 남자가 듬직해서.”
“그러게 말이야. 언제라도 결혼식 올릴 준비가 되어 있는 남자라니, 은서 씨 좋겠다.”
그 ‘좋겠다’를 연발하는 친구 중에는 혜주도 끼어 있었다.
혜주가 ‘좋겠다’ 소리를 세 번 한 다음에 소파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태경을 노려본다.
저 남자는 도무지 결혼하자는 말을 꺼내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윤 과장님이 맺어주신 인연이네?”
“남자는 자고로 주먹이 세고 봐야 된다니까. 위험할 때 지켜줄 수 있는 남자, 멋있잖아.”
여자들이 주고받는 말에 한쪽에 모여서 맥주를 마시던 체육관 남자들의 귀가 쫑긋거린다.
잘하면 이참에 솔로 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남자들의 얼굴에 떠오르고 있었다.
“어험, 험.”
“어흠. 음.”
체육관 남자들이 저마다 헛기침을 하며 반판 소매 위로 울룩불룩한 근육을 은근히 자랑하고 있을 때 주방에서 서진이 요리가 담긴 접시를 가지고 나온다.
근사하게 데커레이션한 요리가 내려놓는 서진의 모습에 여자들의 시선이 일순간 그에게로 쏠린다.
가뜩이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가 화려한 요리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는 모습에 여자들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고 있었다.
“역시 남자는 요리야.”
“멋있어.”
“여친 있을까?”
여자들의 관심과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서진이 은서에게 ‘잘 봐라, 내가 이런 남자다.’라는 걸 과시하기 위해 그녀가 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응?” 그녀는 그 자리에 없다. 그리고 이한도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다.
자세히 보니 집들이 자리에 주인공 두 사람만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사라진 것도 모르고 손님들이 열심히 이야기꽃을 피우는 중이었다.
*
“정신없죠?”
“나야 괜찮지만 일일이 다 말상대 해야 하는 은서 씨가 더 피곤하죠. 체육관 형들 짓궂어서.”
“우리 사무실 여직원만 하겠어요?”
두 사람의 시선이 살짝 마주쳤다.
“훗.”
“큭.”
시선이 마주친 두 사람이 살며시 웃는다. 시끄러운 자리를 피해 잠시 베란다로 피신한 두 사람이었다.
집들이 선물로 들어온 두루마리 화장지와 세제가 잔뜩 쌓여있는 베란다의 한쪽에 서서 두 사람이 살며시 서로를 끌어안아 본다.
“우리, 잘 살아요.”
“잘 부탁해요.”
다정하게 끌어안은 두 사람의 입술이 살짝 포개진다.
가볍게 입술을 포개고, 살며시 다정한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의 손이 서로의 등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튀김에 쓸 감자를 가지러 잠시 베란다로 들어오려던 지원이 베란다에서 끌어안고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에 발을 멈추고 그대로 조용히 돌아나간다. 그리고 살며시 베란다의 문을 닫아주는 것이다.
베란다의 문을 등지고 서 있는 지원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해 있었다.
*
“뭐 찾아요?”
왁자지껄 소란스럽던 집이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자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손님들이 일차로 돌아간 후 지원이와 서진이 남아 뒷정리 하는 것을 도와주고, 그마저도 한 시간 전에 돌아간 것이다.
집들이 선물로 지원이 사온 아로마 향초를 침실과 거실에 피워놓고 이제 잘 준비를 하고 있던 은서가 서랍을 뒤지며 뭔가를 찾고 있는 이한의 뒤로 다가섰다.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이 모인 집들이는 반나절이나 이어졌었다.
점심을 먹고 또 저녁까지 먹고 난 다음에야 모두가 돌아갔기 때문에, 서진과 지원이 마지막으로 돌아가고 나자 시계는 아홉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모두가 돌아갔지만 돌아가지 않는 남자 이한을 보며 은서가 그제야 ‘함께 산다’는 것을 실감했다.
시끄럽게 떠들고 웃던 이들이 다 돌아가도 이 남자만큼은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녀의 곁에서 웃고 떠들던 모든 이들이 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도 이 남자만은 그녀의 곁에 남아 있다.
왜냐하면 이곳이 이 남자의 집이고, 그녀가 이 남자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가족이 생겼다.
이 집에서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나갔더라도 이 집으로 돌아올 누군가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살다 보면 이것보다 더 행복한 날이 올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행복한 날이 있을 수 있을까.
“아, 저기, 그게 안 보여서.”
“그거요?”
은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뭐지?’
“콘돔이요.”
분명히 이쪽 서랍에 콘돔을 넣어뒀는데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 내가 버렸어요.”
“네?”
은서가 아무렇지 않게 ‘버렸다’고 대답했다.
“버렸다고요. 이제 필요 없잖아요.”
“하지만.”
“혹시 잊은 거 아니죠? 나 스물아홉 살이라는 거.”
“그건 아는데.”
“이한 씨는 젊어도 난 벌써 스물아홉 살이라고요. 내년이면 서른이요. 충분히 나이 많아요. 지금 아이 가져도 늦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
은서의 말에 이한이 대답을 못한다. 그녀의 말이 옳기 때문이다.
자신만 생각했었다. 아직 스물여섯, 급할 것이 없는 나이였다.
아직 젊고, 급할 것이 없고, 아빠가 되기엔 이른 나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은서는 스물아홉, 그녀 말처럼 이제 곧 서른. 지금 임신을 해도 서른에 첫 아이를 낳게 된다.
아무리 서둘러도 빠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에 그런 초조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때까지 자기 나이만 생각하느라 은서의 초조함을 알지 못했던 이한이 문득 부끄러워졌다.
“미안해요, 그런 생각 못 해서.”
“생각 같아서는 빨리 혼인신고도 하고 싶지만, 그건 기다려주는 거예요. 하지만 아이 생기면 바로 서류 준비할 거니까 그땐 양보 못해요. 알죠?
나 아이 생기면 회사도 그만둘 거고, 배부르기 전에 웨딩드레스 입을 거예요.”
“은서 씨.”
“나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잖아요. 그럼 내게 우리 가족을 만들어줘요. 이한 씨와 나, 그리고 우리 아이. 그렇게 해줄 거죠?”
“네, 그렇게 할게요.”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것 외에 세상에 더 바랄 것이 없다는 그녀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우리 집에서는 콘돔은 금지 물품. 보이는 대로 사형에 처할 거예요.”
“사형은 조금 심했어요.”
“그러면 풍선형에 처해서 터트려 버릴 거야.”
키득키득 웃으며 은서가 이한의 품으로 안겨 들었다.
품안으로 안겨드는 그녀를 끌어안으며 이한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키스했다.
은은한 향이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겨나고 있었다.
“앗.”
그녀를 끌어안은 채로 침대에 눕힌 이한이 스탠드의 불을 끈다. 그러자 아로마 향초의 은은한 불빛만이 침실 안에 흔들린다.
가만히 그녀의 입술에 입 맞추는 이한의 콧날이 은서의 콧날에 문질러져 두 사람의 숨결이 뒤섞이고 있었다.
*
“커피 어떤 걸로 줄까?”
“전 커피보다는 레몬에이드가 좋아요. 레몬에이드 마셔도 돼요?”
지원이 카페 안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집들이 뒷정리를 끝내고 서진이 지원을 집으로 데려다주려 했지만, 카페를 보고 싶다는 지원의 말에 이곳으로 함께 온 것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공간을 보며 지원이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그 웃음의 의미를 서진이 알지 못했다.
“레몬에이드, 얼음 띄워서?”
“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지원이 카페 이곳저곳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다.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카메라가 찰칵거리는 소리가 빈 공간을 울린다.
“여기 라이브 공연 같은 건 안 해요?”
“라이브 공연? 그런 거 없는데?”
“하실 생각 없으시고요?”
“왜? 아는 애들 있어?”
투명한 잔에 얼음을 띄운 레몬에이드를 가져와 지원의 앞에 놓으며 서진이 싱긋 웃는다.
“친구들 중에 포크송하고 올드 팝송 부르는 친구 있는데, 소개시켜 드릴까요? 주말에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나야 상관없지만 여긴 손님도 별로 없어서 공연비도 못 주는 데 친구들이 오려고 하겠어?”
“손님이 별로 없으니까 그런 걸로 손님을 끌어야죠. 가게가 이렇게 괜찮은데 이런 식으로 거미줄 치게 하면 손해잖아요.
여름이니까 가게 오픈시키고 밖에 데크 놓고 음향 준비 잘해서 라이브 공연하면 사람들 발길 잡는 거 쉬워요.”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고 서진이 생각했다. 어떻게 그런 이한에게 이런 동생이 있을까 싶은 것이다.
아무래도 친동생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서진이 불순한 생각도 해본다.
같은 피를 타고 나서는 이렇게 성격이 다를 수 없는 것이다.
이한의 바보스러움에 비해 이 동생이라는 녀석은 너무 머리 회전이 빠르다. 빠르다 못해 영악스럽다.
분명 지금 라이브 이야기도 미리 계획이 짜져 있었던 것이리라. 그래서 확인사살용으로 카페를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이 분명하다.
‘쪼그마한 게 영악해서.’
레몬에이드를 마시며 카페 입구며, 유리창, 그리고 테이블, 구석구석까지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각도를 확인하는 지원을 보며 서진이 피식 웃었다.
‘여기 좋다.’
지원이 서진의 카페를 둘러보며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 중이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이미 충분히 흥분하고 있었다.
민규와 함께 이곳에서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저런 음색들이 섞이는 길거리가 아니라 조용한 이런 공간에서 차분하게 노래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 해서든 저 늙다리 사장을 꼬셔서 여기에 아지트를 차려보자는 계획이 지원의 머릿속에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
“으응.”
살짝 포개진 입술 사이에서 달콤한 숨결과 함께 나른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신음소리와 함께 벌어진 그녀의 입술 사이로 침입한 이한의 혀가 그녀의 혀를 부드럽게 휘어 감는다.
이제 제법 키스가 익숙해진 두 사람이었다.
처음 키스했을 때의 당황스러움은 이미 잊힌 지 오래였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쩔쩔 매던 모습도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있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야한 조언을 듣지 않게 되었고, 남몰래 야한 비디오를 보며 공부도 하지 않게 되었다.
야한 비디오에 나오는 자세들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서툴러도 사랑을 담아 만지는 손길이 최고의 애무라는 것을 이미 느껴버린 것이다.
휘감는 혀의 달콤한 느낌에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고, 더듬어 만져오는 따뜻한 손가락의 감촉에, 그리고 맞닿은 가슴에서 뛰고 있는 심장의 두근거림에 이미 서로를 얼마나 갈구하고 있는지 알아 버리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몸은 그 이상의 무엇도 필요치 않는다. 오직 서로, 상대방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혜주 씨가 사온 선물 봤어요?”
“아니요. 뭔데요?”
“야한 속옷.”
“우와.”
“그런데 내 거보다 이한 씨 속옷이 더 야해.”
“윽.”
“어떻게 야한지 알아요?”
“어떻게 야해요?”
“큭큭, 망사 끈 팬티예요.”
“나한테 그거 입으라는 말 절대 하지 말아요.”
“할 건데?”
“그거 입으라고 하면 나도 가만히 안 있어요.”
“가만 안 있으면?”
“누나라고 불러버릴 거예요.”
“악! 미쳤어! 그건 안 돼!”
이한의 입에서 비장의 무기가 나오자 은서가 기겁을 해서 고개를 젓는다. ‘누나’라는 말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그러니까 나도 그거 안 입어요, 절대.”
죽어도 망사 끈 팬티 같은 건 입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한이 은서의 가슴을 살며시 손바닥에 쥐었다.
체크무늬 커버의 침대 위에 누운 은서의 봉긋한 젖가슴이 이미 키스의 자극으로 부풀어 올라 있었고 그 정점에 분홍빛 유두가 단단하게 일어서 있었다.
“그런데 은서 씨 속옷도 망사예요?”
이한이 은근한 기대를 담아 물어본다. 자기 속옷이 망사인 건 싫어도 은서 속옷이 망사인 건 싫지 않다는 목소리다.
“궁금해요?”
“엄청.”
“엄청 야한 망사인데, 이한 씨가 안 입으면 나도 안 입을래.”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혼자는 못 입어요. 그러니까 내가 그거 입은 거 보고 싶으면 이한 씨도 그거 입어요.”
은서도 양보가 없다. 이한이 그 야한 속옷을 입은 모습이 꼭 보고 싶은 것이다. 이 남자에게 그걸 입혀 놓으면 정말 볼만할 것이다.
이 남자는 벗은 몸이 옷을 입은 몸보다 더 좋지 않은가. 지금처럼. 지금 은서의 위에 가볍게 올라타 있는 남자의 몸처럼 말이다.
살짝살짝 꿈틀거리는 근육의 물결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걸 은서는 새삼 깨달았다.
과하지 않은, 잘 짜인 근육이라는 게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여자의 몸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그럼 이렇게 할까요? 게임 해서 지는 사람만 입기.”
“게임?”
옷을 다 벗고 침대에 누워서 무슨 게임이란 말인가. 게임이라는 이한의 말에 은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간지럼 오래 참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요. 내가 남자니까 1분 정도는 밑지고 들어갈게요.”
“1분?”
1분이라는 말에 은서의 눈이 반짝인다. 아무리 간지럼에 강해도 1분 이상 참는 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거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은서가 고개를 끄덕인다.
“은서 씨가 먼저 할래요?”
“알았어요.”
그녀의 위에 올라타 있던 이한이 옆으로 눕자 몸을 일으킨 은서가 이한의 겨드랑이에 손가락을 넣어 간질이기 시작했다.
10초 쯤 간질였을까? 반응이 없다.
‘이상하다?’
안 되겠다 싶은 은서가 얼른 위치를 바꿔서 이한의 발바닥으로 손가락을 옮긴다.
발바닥은 누구나 간지럼을 타는 곳. 하지만 아무리 발바닥을 간질여도 이한이 끄덕도 하지 않았다.
“으응.”
이제 슬슬 심각해진 은서가 잠시 고민 끝에 진짜 최고의 장소를 찾아냈다.
“각오해요.”
은서가 실실 웃으며 이한의 다리 위에 올라 앉아 그의 허리로 손을 뻗었다. 그녀가 찾은 최고의 위치, 그곳은 다름 아닌.
“윽…!”
은서의 짐작이 맞아 떨어져 이한이 몸을 움찔거린다.
겨드랑이도, 발바닥도 간지럼을 안타던 남자가 몸을 이리저리 비틀기 시작한 것이다.
“치, 치사해. 바, 반칙이야.”
이한이 애써 숨을 몰아쉬며 은서를 쳐다봤다.
이한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은서가 그의 허벅지를 벌리고 그의 회음부를 손가락으로 간질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남자의 성감대가 회음부 쪽이라는 걸 은서는 처음으로 알았다.
손가락으로 만져주자 바로 그의 하체에서 페니스가 일어서버린 것이다.
한 손으로 일어선 페니스를 손으로 잡고 다른 손가락으로 반들반들한 회음부를 간질이자 이한의 숨이 거칠어진다.
“항복해요, 항복해.”
은서가 짓궂게 웃으며 계속 손가락으로 간질였다. 잘하면 이 남자의 망사 팬티 입은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윽… 으윽.”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며 숨을 헐떡이던 이한이 더는 못 참겠는지 손을 들었다.
“하, 항복! 항복해요!”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어진 것이다. 이한의 입에서 항복 선언이 떨어지자 은서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빼냈다.
이한이 버틴 시간은 1분 하고도 40초. 1분을 봐주고 들어간다 했으니 은서가 40초만 넘게 참으면 이기는 것이다.
“자, 이제 이한 씨 차례, 나 41초만 버티면 되는 거죠?”
은서가 그까짓 40초쯤이야 하며 침대에 누웠다. 뭘 해서라도 40초는 참을 수 있을 거라고 그녀가 생각했다.
눈가에 눈물까지 맺힌 이한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의 얼굴이 심각했다. 절대로 망사를 입을 수 없다는 각오가 서린 얼굴이었다.
“시작해요.”
은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한이 그녀의 발바닥을 잡아 올렸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은 채로 들어 올린 그녀의 발바닥을 그가 혀로 핥기 시작한다.
미끈거리는 혀가 발바닥을 핥아대자 은서의 허리가 꿈틀거린다.
“읏, 읏, 읏…!”
발바닥의 자극이 생각보다 짜릿해서 은서가 허리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10초가 지나고 있었다.
이대로 30초만 더. 이한의 혀가 그녀의 발바닥을 집요하게 핥다가 그녀의 엄지발가락을 입안에 넣었다.
“응…!”
엄지발가락이 그의 입안으로 삼켜진 채로 빨아 올려지자 은서의 허리가 찌릿, 하고 울린다.
“하읏… 읏.”
이한이 그녀의 두 번째 발가락을 삼켰을 때 이미 시간이 40초가 지나고 있었다.
“내가 이겼… 이겼어요.”
은서가 자기가 이겼다는 것을 알렸지만 그녀의 발을 잡은 채로 발가락을 입에 물고 빨아 올리는 이한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하읏… 4, 40초… 읏.”
은서가 숨을 헐떡이며 이한을 올려다봤다. 그녀의 발가락을 번갈아가며 빨아올리는 이한의 표정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응.”
섹시한 남자의 표정이었다. 그 순간 그녀의 전신으로 전기가 찌르르 흘렀다.
자신을 발끝부터 먹어치울 듯한 남자의 섹시한 표정 앞에서 그녀의 전신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
발가락이 이렇게 민감한 곳이라는 걸 은서가 처음으로 깨달았다.
평소에 발가락 때문에 흥분하게 되리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하지만 지금 발끝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과 발가락을 휘감는 젖은 혀의 느낌에 그녀가 한껏 흥분하고 있었다.
뜨겁게 젖은 입안으로 그녀의 발가락이 차례로 삼켜지고 있었다.
“으응.”
그녀의 발가락을 차례대로 빨아올린 이한이 그녀의 발바닥을 지나 발뒤꿈치를 살며시 깨물었다가 이내 그녀의 발목까지 혀를 미끄러뜨렸다.
한 번도 그런 곳에 애무를 받은 적이 없었다.
생소한 곳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쾌감에 은서가 허리를 떨며 숨을 헐떡였다.
이한의 입술이 점점 더 아래로, 그녀의 종아리와 무릎을 지나 허벅지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응…!”
허벅지까지 내려온 이한이 잡고 있던 그녀의 다리를 놓고 대신 양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그러자 감춰져 있던 그녀의 은밀한 속살이 살며시 드러난다.
“아앗.”
이 남자는 정말 오늘밤 은서를 조금도 남김없이 전부 먹어치울 생각인 것일까.
그녀의 발가락과 무릎, 그리고 허벅지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이한의 입술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의 은밀한 곳에 닿은 것이다.
그곳에 따뜻한 혀가 닿자 은서가 가만히 몸을 떨었다. 그녀의 몸의 떨림을 따라 그녀의 꽃잎이 움찔거리며 떨렸다.
“하읏.”
은밀한 꽃잎에 닿는 이한의 입술이 뜨거웠다.
다리가 벌려지는 바람에 드러난 은밀한 곳의 꽃잎이 벌어진 채로 그의 입술에 삼켜지고 있었다.
뜨거운 숨결이 꽃잎 전체를 감싸고 그 안에서 천천히 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윽.”
아찔하게 더듬어나가는 젖은 혀끝의 움직임에 은서가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다. 이건 마치 간지럼 100배인 것이다.
“아앗… 앗.”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돌기를 이한의 입술이 빨아올리는 순간 은서가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말았다. 자극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녀의 전신으로 열이 치솟아 올라가며 그녀의 엉덩이가 허리와 함께 들어 올려졌다.
그런 그녀의 허벅지를 손으로 누른 채 이한이 그녀의 뜨거운 꽃잎을 정성껏 핥아 올렸다.
그의 입안에서 그녀의 꽃잎이 진한 열기와 함께 농밀한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의 이곳을 이렇게나 자세히, 그리고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애무한 것은 이한도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녀 못 않게 그 역시 숨이 거칠어진 채로 그녀의 하체에서 얼굴을 떼어냈다.
입술이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는 그녀의 질 안으로 그가 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하읏.”
길고 굵은 손가락이 안으로 파고 들자 은서가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안으로 파고 들어온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녀의 질 안에서 젖은 소리가 끈적한 물과 함께 흘러나왔다.
격한 희열에 은서가 숨을 허덕거렸다. 몸안에서 뜨거운 것이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
너무나 뜨겁게 흥분한 나머지 그녀가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만약 그녀의 정신이 잠깐만 방심을 했더라도 그녀는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질러본 적 없는 야한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 그녀의 정신은 그녀를 온전하게 붙들고 있었다.
찔꺽, 찔꺽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질 안에서 쉼 없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안을 들락거리는 이한의 손등에 핏줄이 불거져 있었다.
어느새 두 개로 늘어난 손가락을 더 깊게, 더 깊게 밀어 넣었다 빼는 그의 손가락을 타고 물이 흘러 침대 시트로 떨어졌다.
“하아… 하아.”
마침내 그녀의 안에서 손가락을 빼낸 이한이 잠시 고민했다. 젖은 손가락을 어디에 닦아야 좋을지 몰라서였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은서의 질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시트를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시트는 갈아야 한다. 어차피 갈아야 한다면, 이한이 용기를 내서 젖은 손가락을 시트에 닦았다.
세탁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헐떡이는 은서의 허리를 가볍게 잡는다.
“응.”
이한의 손에 의해 은서의 몸이 가볍게 뒤집혔다. 얼떨결에 침대에 엎드린 은서의 엉덩이에 이한의 입술이 닿았다.
“읏.”
엉덩이에 뜨거운 입술이 닿아 그녀의 말랑거리는 엉덩이 살을 살짝 깨물자 그녀가 허리를 쭉 휘며 신음했다.
이렇게 뜨거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마도 같이 산다는, 이제 진짜 같이 산다는 정신적 흥분이 육체의 흥분을 불러온 것일까.
그래서 지금까지 해왔던 그 어떤 섹스보다도 더 뜨거워진 것일까.
은서도 과감했고, 이한도 과감했다.
두 사람 모두 과감하게 서로에게 몸을 드러내고, 서로에게 자신들의 신음 소리를 들려주며 자신들이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를 숨기지 않았다.
상대방에게라면 어떤 모습도 다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하나도 숨김없이.
“으응.”
이한의 손이 뒤에서부터 그녀의 흘러내린 가슴을 잡아 올렸다.
손바닥으로 퍼 올리듯이 가슴을 감싸 안은 이한이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동시에 그녀의 미끈한 등줄기에 키스했다.
“읏.”
그녀가 들어 올린 허리를 떨었다. 그녀의 엉덩이 사이로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닿아 문질러지고 있었다.
“하읏.”
이한의 발기한 페니스가 그녀의 엉덩이 아래의 계곡에 문질러질 때마다 그녀의 숨소리가 더 거칠어진다.
너무 뜨거웠다. 그리고 저 뜨거운 것이 이제 안으로 들어오면 얼마나 더 뜨거워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의 젖은 계곡이 좌우로 벌어지며 뒤쪽에서 단단한 페니스가 미끌, 거리며 밀려들어왔다.
“하윽!”
뜨거운 페니스가 그녀의 질구를 뚫고 단번에 들어서자, 깊은 곳까지 찔리며 그녀가 희열에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손이 체크무늬 시트를 꽉 움켜잡았다.
뒤쪽에서 이한에게 밀어 붙여질 때마다 은서가 시트를 움켜잡은 채로 희열에 몸부림쳤다.
뜨거운 황홀감이 그녀를 덮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