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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초록마을 - 6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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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8 회 작성일 23-12-11 21:2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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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부



쓸쓸한 명절이 지난지도 몇 일이 흘러 여전히 현우는 산비탈에서 나무를 베고는 산을 정리하고 있었다.

두 달 정도의 노력의 대가치고는 흡족한 마음은 아니였지만 그런대로 위안을 삼을 만큼 넓다란 공간이 현우의 시선 속에 보여졌다.

마을을 감싸 안은 야트막한 산들이 푸르름에 젖은 채 싱그럽고 탐스런 열매를 맺는 환상이 현우의 뇌리를 채워가며 기분 좋은 느낌이 전해져 왔다.

멀지않은 시간에 찾아 올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졌고 다시금 풍년에 넉넉한 웃음을 떠올릴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기다려지는 듯 현우는 석상처럼 굳은 채 휑하니 변한 산비탈을 응시하며 한동안을 보내고 있었다.

구릉을 올라 누군가가 현우의 곁으로 다가서는 게 보여지며 현우가 등을 돌렸다.

옆구리에 대나무 광주리를 낀 채 다가선 여인이 현우가 피워 논 모닥불의 옆에 앉고는 가지고 온 광주리를 풀어 내고 현우를 돌아 보았다.

“식사해요…….총각…..”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모습에서 성수엄마의 얼굴이 비춰졌다.

아침나절에 풍천댁과 다녀 갔지만 눈발이 날리면서 현우만을 남겨두고 내려갔던 성수엄마가 이른듯한 점심을 준비하고는 산비탈을 찾은 것이었다.

“왜……또 오셨어요….그냥 계시지…….”

“에이….그래도 현우총각이 혼자서 고생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요…..급하게 준비한 거라 맛이 어떨지 모르겠네………”

바구니 틈에서 내어 놓는 그릇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르고 맛깔스러운 듯한 찬들이 가지런히 놓여지며 현우의 시선을 자극하기 시작하고 현우는 마지못해 앉는 듯 성수엄마의 곁에 다가 앉고는 그녀가 내미는 수저를 집으며 맑은 미소를 지어 올린다.

“하하하……..맛있겠는데요…….”

“많이 들어요…..넉넉히 챙겨 왔어요……….”

현우를 바라보는 성수엄마의 눈 속엔 잔잔한 애정이 보여졌고 마치 가족을 대하는 듯 친근감도 느껴졌다.

여러 번의 정사를 나누면서 거리감이 사라진 탓도 있지만 험한 일을 경험하면서 현우에 대한 의지감도 느껴지는지 성수엄마의 표정은 마치 낭군을 대하는 듯 살가운 느낌을 전해주었다.

마을에서 현우를 대하는 마음들은 모두가 한결 같았기에 성수엄마의 정다운 표정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했다.

따스한 한술의 밥이 맛나게 느껴지는지 현우는 자리를 당겨 앉고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현우의 곁에서 찬가지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며 시중을 드는 듯한 성수엄마의 얼굴에서 기쁨의 빛이 넘쳐 나며 오붓한 점심이 시작되었다.

한두 송이의 눈송이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바람을 막아주는 장소였기 때문인지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식사가 마무리 되면서 현우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 올리고 모닥불의 곁에 앉고는 포만감을 표시한다.

“아…..잘 먹었다……아주머니 때문에 배가 든든하네요…….하하하……”

“호호호…..잘 먹어줘서 고마워요……준비하느라 신경을 쓰기는 했는데…..워낙 솜씨가 없어놔서……..”

“아이고….이정도면 잘하시는 거죠……..하하하……”

모닥불 속으로 마른 삭정이를 집어 넣으며 현우가 만족스런 표정으로 성수엄마를 바라보았고 현우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 성수엄마는 고개를 숙이고는 빈 그릇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성수네는 산비탈을 오르며 현우와의 오붓한 시간에 큰 설레임을 가졌었다.

마을 아낙들이 돌아가면서 점심을 장만을 해 왔고 오늘은 호성이네가 준비할 차례였지만 마침 몸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듣고는 선심을 쓰듯 점심을 장만했지만 속내는 또 다른 마음에 한 가닥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밝게 웃는 현우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도 꽤 설레였고 맛나게 식사를 하는 모습도 보기가 좋아서인지 그 기대감은 현실이 되는 듯 자꾸만 부끄러운 생각에 현우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냥 틈이 나면 정분을 나누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성수엄마는 현우와의 만남이 되도록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밤마다 끓어 오르는 열기를 현우만이 식혀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오늘도 현우에게 바래는 마음은 간절하기만 했다.

주억거리는 동작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우는 알 수가 있었다.

대담한 성격의 성수엄마라면 오붓한 장**면 어떠한 일이라도 할 것 같았고 자신들이 있는 장소가 남의 이목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이었기에 알 수 없는 미소가 얼굴에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산 중턱쯤의 움푹 패인 곳이라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곳이었고 산밑을 내려다 보기에도 적당했기에 현우는 그녀가 바구니 정리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렸다.

대나무 광주리로 수건이 덮여지자 현우가 두툼한 팔뚝으로 성수엄마의 허리를 휘 감아 안았다.

“어마…….어마……왜…이래….??……남들이 보면 어쩔려구…….”

“하하하….보긴 누가 봐요….여기선 아무도 우리를 볼 수 없어요…….”

“그…그래도……..”

현우의 무릎 위로 성수엄마의 동체가 올려지고는 바쁜듯한 손길이 치마 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차가워진 종아리와 허벅지가 느껴졌지만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었고 매끈하면서도 야릇한 기분이 짜릿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거부할 것 같은 말과는 반대로 성수엄마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고 어느새 풀려진 속옷을 받아 바구니 옆의 보자기에 숨겨두고는 현우의 행동에 동조하기 시작한다.

근 열흘만의 관계였다.

언제나 급하게 이뤄지는 정사이다 보니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성수네의 입장에서는 분위기를 다 차리면서 나눌 수 있는 관계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항상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남의 이목을 피해 짜릿하게 이뤄지는 관계에 이제는 적응이 다 된 듯 성수엄마는 현우의 의도대로 치마를 걷어 올리고는 삽입을 위한 준비를 한다.

두툼한 현우의 손길이 샘터를 어루만지고 샘 속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벌써 준비를 마쳤는지 성수엄마의 샘 속은 홍수가 난 듯 흥건한 샘물이 가득차 있었고 현우의 무릎위로 걸터 앉고는 현우의 가슴으로 안겨들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올지 모르니 ….어서…어서 해요…….”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밝은 대낮이었고 열기를 띠기는 했지만 긴장의 눈빛마저 어려있는 성수엄마는 급한 듯 재촉하며 현우를 껴 안아간다.

풍만한 성수엄마의 엉덩이가 두 손 가득 잡혀지며 현우의 표정이 야릇하게 변하고는 언제 풀어 냈는지 벗겨진 바지 사이로 성난 현우의 성기가 모습을 드러낸 채 현우의 시선에 보여졌다.

“후후…천천히 해요…..누가 안와요……”

“그래도…..떨려요……”

대담한 행동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듯 현우의 성기를 움켜쥔 성수엄마가 현우의 품에 깊숙이 안기면서 엉덩이를 내리고는 샘 속으로 성기를 맞추어 가고 성수엄마의 기에 눌린 듯 현우는 성수엄마가 하는 대로 가만히 지켜 보기만을 할 뿐이었다.

“하으윽…….으응……..아……..”

좁아진 샘 속을 단단한 성기가 파고 들며 성수엄마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까무잡잡한 피부여서 인지 치마 밖으로 드러난 까무잡잡한 다리가 점점 가라앉으며 현우의 성기가 샘 속 깊숙이 잠겨 들고 성수엄마는 현우의 어깨를 짚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스스로 율동을 해 나간다.

“하윽….으윽…..아아…….”

“으음…….”

차가운 성수엄마의 엉덩이가 현우의 치골에 내려 앉으며 차가우면서도 뜨거움 감정이 몰려 들었다.

성기를 감싼 뜨거움과 허벅지와 치골에 느껴지는 차가움이 교차하며 새로운 느낌이 몰려 들었고 아늑한 공간에서 나누는 은밀한 감정이 꽤나 자극적으로 다가 들었다.

성수엄마의 일렁임이 탄력처럼 반복되며 쾌감의 물결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현우처럼 은밀한 자극에 큰 쾌감이 드는지 성수엄마의 신음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허억……으윽….아……아…….좋아요…..흐흐윽…….”

성수엄마의 몸 속에서 흘러나온 미지근한 샘물이 현우의 성기 끝으로 흘러 내렸다.

평소에도 샘물의 양이 풍부하기는 했지만 은밀하게 치뤄지는 정사여서 인지 꽤 많은 애액이 흐르는 것 같았다.

“으흑….아앙….흐흥…….아..아…아…….”

성수엄마를 받친 현우의 팔뚝이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율동이 빨라져 가고 게슴츠레 뜬 눈으로 쾌감을 음미하는 성수엄마의 모습이 요염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성수엄마는 지금 이순간이 너무도 짜릿하게 느껴졌다.

밝은 대낮이었지만 성수엄마의 뇌리 속엔 수 많은 별들이 떨어져 내리며 황홀한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고 온몸으로 번져가는 열기도 점점 뜨거워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으응…으응……으응…….너무 …좋아….아…..”

급박하게 이뤄지는 율동이 힘차게 이뤄지며 성수엄마의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보여지기 시작했다.

현우의 성기가 깊숙이 결합 될 때마다 상당한 쾌감을 느끼는지 성수엄마는 고개를 젖혀가며 들뜨는 쾌감을 표시했고 현우 역시 성수엄마의 자극적인 율동으로 성기 끝으로 피가 몰리는 듯 짜릿한 쾌감이 몰려듬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위로는 휑한 듯한 황량함 뿐이었지만 아늑하게 느껴지는 장소에서 나누는 정사이기 때문인지 그 짜릿함은 배가 되는 듯 두 사람은 열락에 몰입 된 채 가뿐 숨을 토해 낼 뿐이었고 간간히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차가움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두 사람에게는 뜨거움을 식혀주는 청량제 같은 느낌밖에는 없는 듯 보여졌다.

“흐응….흐윽…..웁……..으응…..아…아…….”

“흐음….으음…….”

성수엄마의 신음소리가 급박하게 변하며 율동의 커지기 시작했다.

다소 버거운 듯 하면서도 현우는 동작을 멈출 수 없었고 안간 힘을 쓰듯 현우의 이마로 땀이 맺혀가며 힘줄이 돋아져 보이기까지 한다.

“으응…..어마…..어마……아앙..아앙….앙……흐응…..”

다급함이 묻어나는 신음 끝에 성수엄마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떨리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짧고 강한 탄식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는 힘이 든듯 현우의 어깨로 무너지는 성수엄마는 아직도 이어지는 경련에 정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현우의 목에 매달린 채 한동안을 굳어져 있는다.

짧지만 너무나 짜릿했다고 생각을 하며 성수엄마는 가쁜숨을 몰아 쉬었고 현우는 아직도 미진한 기분이 드는지 조심스럽게 성수엄마를 떼어 내고는 자세를 바꾸려는 듯 그녀를 돌려 세운다.

차가운 땅바닥을 짚은 성수엄마는 의아한 시선을 보였지만 금새 현우의 의도를 알겠다는 듯 무릎을 짚은 채 상체를 숙였고 성수엄마의 치마를 걷어 올린 현우는 샘물의 흥건하게 보이는 샘 속으로 다시금 성기를 삽입하고는 율동을 시작한다.

“어억….흐응……으응……..아흑…….아…또……”

차분하게 가라앉던 쾌감이 다시 성수엄마의 몸속을 타고 전해지며 산중에 나직한 신음소리가 번져 올랐고 추위에도 아랑곳 없는지 한 동안 뜨거운 열풍이 산비탈을 흐르기 시작했다.



말아 쥔 현우의 손에 큼직막한 도끼가 바람을 가르며 떨어져 내렸고 나무는 물기를 머금은 속살을 떼어내고는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푸르름이 없어지는 것에는 아쉬움이 들기는 했지만 현우는 다시금 이곳에 새로운 나무를 심음으로서 맛있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또 한번의 도끼질에 결국 현우의 허리만한 나무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가로 누어졌고 현우는 이마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긴 한숨을 토해낸다.

나무 한그루가 베어짐으로서 공간이 더욱 넓어져 보였고 속살을 드러낸 검붉은 흙이 시원스레 보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나무를 베어 냄으로서 이쪽 산등성이는 마무리가 된 듯 현우의 입가로 만족스런 미소가 떠 올랐고 건너편의 산허리만 개간하면 띠처럼 마을을 아우르는 과일밭이 생길거라는 생각에 기쁨이 묻어 나왔다.

추위에도 꾸준히 고생한 보람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고는 현우는 하던 일을 마저 하려는 듯 허리를 숙이며 톱을 집어 들어 간다.

“……….혀…..현우씨……..현우씨…….”

멀리서 울리는 여인의 목소리가 조용한 산중을 울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며 현우는 산을 오르는 여인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 올렸고 비틀거리 듯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윤지의 모습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밝게 웃던 현우의 모습이 차츰 굳어져가며 얼굴의 미소가 깨끗이 지워지고 숨이 가쁜 듯 다가서는 윤지는 하얗게 변한 얼굴로 현우에게

“할…할머니가…….”

현우는 머리 속이 하얗게 탈색됨을 느꼈다.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느낌도 없었고 단지 맑게 웃던 영주댁의 모습만이 뇌리 속에 각인되고는 뚜렷한 영상으로 다가왔다.

자신을 무던히도 챙기시던 할머니인데 현우는 가슴이 막히는 듯 숨이 가빠왔고 어느새 곁에 다가왔는지 자신의 팔뚝을 잡고 있는 윤지를 보며 처연한 눈빛만을 보낼 뿐이었다.

“진정 하세요….현우씨……..”

“……………허헉…”

“의식을 잃으셨어요……아침부터…….의식을 못 차리시고…….”

몸져 누운 상태였지만 가끔씩 맑은 웃음을 보이며 힘없는 몸짓으로 자신을 걱정하던 할머니였는데 윤지의 얘기 속에 현우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봄이면 다시 예전처럼 기력을 회복하고는 자신의 이뤄 논 큰 일을 돌아보며 어깨를 다독일 줄 알았는데 왠지 허탈해지는 마음 속에 마음을 추스릴 수가 없었다.

윤지는 현우를 달래려고 말을 건네보지만 석상처럼 굳어진 현우의 모습은 바위처럼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가 않는다.

혜숙의 부름으로 윤지가 길을 달려왔지만 윤지는 굳어진 현우의 모습만 지켜볼 뿐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문을 박차고 들어 온 현우는 신발이 벗는 것도 잊은 채 안방으로 달려 들었고 영주댁의 곁을 지킨 혜숙과 진우의 모습만이 현우의 시선 속에 보여 질 뿐이었다.

“혀….현우야………”

“……형아……엉엉……할머니가 아퍼….형아….엉엉엉…….”

눈을 감은 채 영주댁은 깊은 잠을 자는 듯 평온하게 보였지만 현우의 눈에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어둠의 그림자가 할머니를 감싼 듯이 보여지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 앉은 현우의 눈 속으로 뿌연 습막이 생겨나며 현우의 두툼한 손이 영주댁의 메마른 손을 잡아가고는 아직은 미약하게 느껴지는 맥박을 느끼기 시작한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며 현우는 나직한 흐느낌을 터트려 갔다.



차가운 바람이 마당을 가로지르고는 마루턱에 걸렸다.

마루 끝에 앉은 현우는 아무런 추위도 느끼지 못하는지 오랫동안을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집안은 고요하게 잦아들고 있었다.

안방을 나선 혜숙이 현우의 곁에 다가와 앉고는 현우의 어깨에 손을 짚은 채 긴 한숨을 터트리고 저고리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이젠…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구나………..”

“……………..”

“너를 믿고 편안히 가시는 듯…아침나절에도 너를 찾더구나…..”

낮은 듯한 혜숙의 말 속엔 비애와도 같은 서글픔이 담겨져 있었고 오랫동안 집안의 대소사를 챙겨 온 영주댁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시아버지인 김진사의 오랜 병환으로 집안의 기둥이다시피 했던 영주댁의 빈자리는 혜숙에게 너무나 큰 부담을 안겨 주었고 그 자리를 메꿔야하는 혜숙으로선 두려운 마음마저 생겨나기 시작한다.

어쩌면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만 있어도 영주댁의 영향은 대단하게 느껴졌는데 이제 그 큰 구멍은 어찌해야 할지 혜숙은 눈물만을 흘려 낼 뿐이었다.

자자손손 이어져 온 뿌리에 대한 애착이 무척이나 강했던 할머니였건만 현우는 자신의 지탱했던 뿌리깊던 기둥이 송두리째 뽑혀진 듯한 생각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영주댁의 있고 없음은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믿음은 언제나 현우에게 힘을 주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기력이 없는 듯 생기가 없어 보였다.

이제야 마음을 놓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고향을 만들었는데 채울 수 없는 허전함만이 현우의 마음속에 번져가며 석상처럼 마루 끝에 굳어져 있을 뿐이었다.

어둠이 내려 앉으며 마당을 덮어가는 눈송이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현우의 슬픔을 덮을 듯 깨끗한 눈송이가 온 집안을 순백의 색깔로 물들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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