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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옥보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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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7 회 작성일 23-12-11 17:2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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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향한 미앙생의 욕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조급해졌다.

집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동안 옥향과 벌써 몇 차례나 되는 정욕을 불태웠으리라는 아쉬움 때문인지 그는 더욱 몸이 달아올랐다.

채곤륜이 밉기도 했지만 돈 몇 푼에 연연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돈은 또 있었다. 오직 여자가 아직 없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었다.

"도련님."

산을 내려오던 도중 시종이 말을 꺼냈다.

"또 뭐냐?"

모든 점에서 시종은 주인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앞질러 파악하는 능력이 있었는데도 그는 영리한 시종을 확실히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저에게 생각이 있는뎁쇼."

"네놈이 생각은 또 무슨 생각이란 말이냐?"

"절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

"절로?"

"네."

"절로란 고장도 있더냐?"

시종은 피식 웃었다.

"도련님은! 절 말씀입니다. 스님이 있는 절이요!"

"사찰 말이더냐?"

"그런 말은 저도 잘 모르지만 하여튼 절 말입니다."

미앙생은 시종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다시 그의 머리를 쥐어박으려 했다.

"들어보세요, 도련님!"

시종은 다급하게 두 손으로 머리통을 가리며 소리쳤다.

"만약 네가 쓸데없는 소릴 지껄인다면 단단히 혼을 내줄 테다!"

"글쎄 들어보기나 하시라니까요."

"좋다, 그럼 말해봐라."

"절에 가면 도련님이 찾으시는 여자가 많을 거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자?"

그때 미앙생의 눈이 번쩍 뜨였다.

"네."

"어떤 여자를 말하는 것이더냐?"

"절에 가면 흔히 여자들이 불공드리러 많이 오잖아요. 남자들은 불공을 드리려고 굳이 절까지 오지는 않거든요."

"그렇구나!"

미앙생은 무릎이라도 탁 칠 듯이 매우 기뻐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미처 못했지? 네놈 이제 보니 보통이 훨씬 넘는 녀석이로구나!"

"내 말이 맞죠?"

"좋다. 지금 즉시 절을 찾아가도록 하자꾸나."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 미앙생은 시종과 함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찾아 발길을 재촉했다.

때마침 가까운 곳에 유명한 사찰이 있어서 그들은 쉽게 찾아갈 수가 있었다. 절에서는 귀공자로 보이는 미앙생에게 기꺼이 방을 내주었다. 더군다나 절에서는 시문과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는 그를 거절할 리 없었던 것이다.

절에 방을 잡은 미앙생은 서둘러 계획을 세웠다.

주위 환경을 재빨리 둘러본 그는 현명한 방법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체면상 불공을 드리기 위해 찾아오는 여자들을 일일이 살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여러 명의 동자승 가운데서 가장 고분고분하고 순진해 보이는 동자승을 선택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던 동자승도 미앙생의 그럴듯한 설명에 기꺼이 돕겠다고 약속을 했다. 물론 댓가를 지불하는 전제조건인 일종의 거래가 있는 것은 물론이었다.

동자승에게 일을 부탁한 미앙생은 방에서 초조하게 그를 기다렸다.

시문과 그림을 그린다고 하기는 했지만 붓이 제대로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몸 속에 가득찬 정욕을 풀어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자의 모습이 아른거리면서 향긋한 살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것만 같았다. 나중에는 마취약을 발라줄 때 보았던 옥향의 음문이 생생하게 떠오르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견뎌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정원에 매달린 그네에서 가졌던 옥향과의 격렬한 정사와 함께 자신의 남근을 온몸으로 뜨겁게 빨아들이며 수축하곤 했던 옥향의 음문에서 느꼈던 쾌감이 견딜 수 없을만큼 그리웠다.

"시주님!"

미앙생이 방안을 서성거릴 때 마침 동자승이 달려왔다. 그때가 정오를 조금 지날 때였다.

"뭐지?"

"한 분이 오셨습니다."

"그래?"

"아주 날씬한 분이세요. 어서 나오세요."

미앙생은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동자승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대웅전 앞의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저기요."

동자승이 가리킨 곳에는 과연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두 명이나 있었다. 막 불공을 드리고 몸을 일으키는 여자의 자태는 멀리서 보기에도 늘씬한 몸매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였고, 그 곁의 여자도 그에 못지 않았다.

오랜만에 두 명의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보게 된 미앙생은 벌써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는 정욕이 동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말한 거 물론 기억하고 있겠지?"

그는 동자승에게 재빨리 물었다.

"그럼요, 시주님."

"좋아, 그럼 가서 잘해 봐."

미앙생은 동자승의 작은 손바닥에 두둑하게 댓가를 얹어 주었다. 동자승은 벌써부터 물욕에 맛을 들인 탓인지 신바람이 나서 달려갔다.

동자승을 보낸 다음 미앙생은 문득 그 사이 불공을 마친 두 명의 낭자가 돌아서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낭자인지 유부녀인지 아직 알 수는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보낼 수만은 없었다.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두 여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 광경에 놀란 시종도 얼른 그의 뒤를 따랐다.

정신없이 뛰어간 그는 그만 계단에서 몸의 중심을 잃고서는 바닥 아래로 굴러 나동그라졌다. 평소 무술이라고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그였기 때문에 운동신경은 엉망이었다.

두 여자는 약간 놀란 듯했지만 이내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나머지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미앙생은 두 여자의 앞을 막으며 말이라도 걸어보려 했지만 금방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달려온 시종이 그를 붙잡아 일으켜주긴 했지만 이내 시종을 뿌리치며 그는 두 여자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앞을 가로막으며 젖먹던 힘과 용기까지 동원해서 두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부인, 저는……."

두 여자는 걸음을 멈추며 물끄러미 미앙생을 바라볼 뿐이었다. 확실히 둘 다 모두 대단한 미인이었다. 특히 두 여자에게선 정욕의 냄새가 물씬 풍기기까지 했다.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것은 여자와 관계를 가질 때 음문에서 나오는 미끈한 액체에서 풍기는 냄새와 비슷했다.

여색가인 미앙생에게는 특히 그런 냄새를 민감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거기에 용기를 얻어 있는 용기, 없는 용기를 모두 동원해서 가지고 있던 미끼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부인, 이 그림을 방금 떨어뜨리셨습니다."

그것은 굉장한 모험이었다.

상대가 만일 정숙한 여인이라면 어떤 대가나 창피를 당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두 여자에게선 정욕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그건 제 것이 아니예요."

둘 중에서 좀더 색정적으로 보이는 여자가 싸늘한 투로 말했다.

"잘 보시죠."

미앙생은 다시 한 번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생면부지의 젊은 여자에게 내민 것은 옥향에게 보였을 때 그녀를 충분히 흥분시켰던 것과 같은 내용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춘궁도였다.

둘 중에서 한 여자가 받아들고 펼친 첫 장에서부터 춘궁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자는 옷을 벗은 채 서있는 장면이었고 다리 사이로 벌거벗은 여자가 누워있는 그림이었다.

여자는 바로 눈 앞에 있는 사내의 우람찬 남근을 쳐다보며 애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는데 그녀가 그것을 얼마나 원하는가를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는 광경이었다.

여자는 그림에 눈독을 들이는 듯했지만 이내 표정을 바꾸며 다음 장을 열었다. 그 그림 역시 그림의 형식이 다르긴 했지만 똑같은 내용이었다.

벌거벗은 여자가 요염한 자태로 누워 있고 그 위에 남근을 늘어뜨린 남자가 엎드려 있는 선정적인 광경이었다. 그림은 이제 곧 남근과 음문의 교접이 이루어지기 직전이라는 점을 황홀하게 강조하고 있었다.

남녀가 막 정사를 치르기 직전의 분위기 특히 그 자태와 얼굴표정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망측한 양반!"

춘궁도를 들여다보던 여자는 그 책으로 미앙생의 이마를 탁 쳤다. 그것으로 미앙생의 첫 번째 작전은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멍청하게 선 채 걸어가는 두 여자의 둔부를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비단옷에 숨겨져 있긴 했지만 그 속에 있는 모양은 통통한 맨살이 투시되어 보이는 듯했다.

두 여자는 지체높은 가문의 낭자임이 분명했다.

태우고 갈 가마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고 그 밖에도 여러 명의 하인들이 정중하게 그녀들을 모시고 있었다. 그 광경은 왠지 미앙생을 더욱 서글프게 만들었다.

작전이 보기 좋게 실패한 미앙생은 다시 기운을 잃었다.

여자만 보면 기운이 솟아나기는 했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면 풀이 죽곤 했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위인이어서 항상 머리속에는 여자의 모습으로 가득찼고 온몸에는 정욕이 넘치고 있었다.

그는 시름없이 혼자 방에서 춘궁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종 역시 주인을 따라 시무룩하게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가 들여다보고 있는 그림은 비교적 정숙한 것이긴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의 내용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내용이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남자의 남근 대신에 여자의 젖가슴을 특히 강조한 것이 다르긴 했다. 가장 탐스럽고 매력적인 젖무덤이었다. 그 봉오리에서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포도알 같은 젖꼭지를 사내의 손이 만지는 그런 그림이었다.

그리고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자의 다른 손이 위치한 묘한 장면이 보였다.

남자는 젖무덤을 만지는 다른 손을 여자의 아랫도리 앞에 두고 있었다. 손가락의 끝을 곧장 펴서 금방 여자의 음문 속에 넣으려는 자세가 그려진 것이었다.

그림으로 만족할 수 없는 미앙생은 다시 어깨가 축 처졌다.

그때였다. 문득 천장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작은 꾸러미가 줄을 타고 슬슬 내려왔다.


*
한편, 미앙생이 절에서 만난 두 명의 여자들도 알고보면 미앙생 못지 않게 색을 탐하는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실로 굉장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연못의 연꽃들이 그 비에 흠뻑 젖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주변 일대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지만 연못가의 정자에서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그곳에서는 은은한 피리소리까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피리소리는 여인의 애타는 정욕을 담은 가락을 띠고 있었다.

그 정자 안에서는 미앙생이 절에서 보고 반했던 바로 두 여자가 앉아 있었다.

춘궁도를 들여다보았던 여자는 남자의 모습으로 가발을 쓰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는 말할 수 없을 만큼 교태롭고 음탕한 것이었다.

비스듬히 앉아 피리를 불고 있는 여자도 붉은 색의 훤히 비치는 가운 속이 알몸이었다. 드러난 젖가슴 뿐만 아니라 무릎을 굽혀 한껏 열고 앉은 다리사이에 남자가발을 쓴 여자가 깊숙히 얼굴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피리부는 여자는 다리 사이의 여자가 얼굴을 움직일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하며 전신을 뒤틀었다. 남장을 한 여자는 그녀를 더욱 지독하게 괴롭히려는 듯이 계속 얼굴을 움직이며 입과 혀로 민감한 부분을 자극시켰다.

사실 두 여자는 한 살 차이의 자매였다.

피리를 부는 여자가 언니였으며 그녀를 못견디게 자극시키고 있는 사람은 바로 동생이었다.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언니는 피리를 떨어뜨리며 허리를 깊숙히 굽히더니 동생의 몸에 걸친 가운을 들추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정욕에 사로잡힌 자매는 알몸이 되었다.

점차 무아경에 빠져들기 시작한 자매의 모습은 인간에게 부여된 육체의 향락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언니와 동생이라는 구분이 없었다. 동생이 남자처럼 그리고 아기처럼 유두를 빨기 시작하자 언니는 거의 까무러치는 시늉을 하기까지 했다.

사실상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여자들만의 뜨겁고 강렬한 교접이 바로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인들은 옛부터 여인들끼리 즐기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남자가 곁에 없을 때 치솟는 정욕의 불길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것이었다. 추하고 외설스럽다고 하기보다는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여인의 정욕을 그렇게 발산하는 것이었다.

언니의 두 다리는 한껏 벌어져 있었는데 마치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놀랍고 굉장한 광경이었는데 동생은 미리 준비한 남근 대용의 막대기 같은 것을 자신의 음문에 넣고 언니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이어서 언니와 동생은 한 몸이 되었다. 누가 남자의 역할을 한다기보다 똑같은 입장에서 서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 역시 꿈 같은 정사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몸과 몸이 빈틈없이 닿자 언니는 곁의 한쪽 팔로 기둥을 부여잡았다. 따지고 보면 색욕 때문에 몸살하는 것은 미앙생뿐이 아니었고 그녀들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언니는 무릎으로 버티며 동생을 그위에 올려놓고 추슬러댔다. 두 몸이 각기 반대편에 머리를 둔 채 네 다리가 뒤엉켰다.

동생은 거추장스러운 가발을 벗어던졌다.

잠시 후 두 여자는 개한테나 가능한 교접의 체위를 취하기 시작했다.

남근을 대신하는 막대기가 두 자매의 몸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그런 자세에서 서로를 밀고 당겼다.

비오는 연못가의 정자 안에서 두 자매의 황홀한 놀이는 시간에 관계없이 더욱 무르익고 있었다. 그것이 선인들의 가르침에 의한 것이라면 선인들도 필경은 그럴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을 터였다.

그리고 여자가 남근을 대신할 만한 물건을 갖게 했다면 남자 역시 음문을 대신할 만한 대용품이 있을 것이 분명한 것이었다.


*
채곤륜은 확실히 의리를 지킬 줄 아는 도둑이었다.

언제 어떻게 알고 왔는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절의 지붕 기왓장을 뜯어내고 그 위에서 은화를 꾸러미에 싸매서 줄을 내려 준 것으로 보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자네의 돈을 되돌려 주려고 왔네! 이자로 1할을 뗐어."

미앙생은 돈보다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반갑고 기뻤다.

"채형!"

그의 무술실력도 대단했으므로 금방 지붕 위에 있던 사람이 순식간에 몸을 날려 방안에 들어왔다. 열린 창문을 통해 공중회전으로 마치 한 마리의 커다란 새처럼 사뿐히 날아들어와 비어있던 의자에 정확히 안착했던 것이다.

그의 굉장한 솜씨에 미앙생은 다시 한 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미앙생은 채곤륜의 방문으로 새로운 용기를 얻었다. 비록 처음에 속기는 했지만 그에게선 분명히 굉장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무조건 채곤륜에게 의지하기로 결심했다.

"채형, 전 당신 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때 채곤륜의 입에서 뜻밖의 사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자네, 고향에서는 꽤 남들에게 후덕하다는 소문이 나있더군."

그동안 채곤륜은 미앙생의 고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미앙생에 대한 소문을 확인한 후에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이다. 광활한 대륙의 중국 어느 지방 할 것 없이 모두가 그의 무대라는 증거가 되기라도 하는 듯했다.

"채형, 이 돈은 저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세요."

미앙생은 채곤륜이 가져온 돈을 다시 돌려주었다. 지나친 색욕이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그의 인간성은 누구보다도 너그러웠고 인정 또한 많았다.

채곤륜은 미앙생이 대접한 값진 술을 기분좋게 마셨다.

"자넨 역시 마음이 좋아서 내 마음을 충분히 알아주는군."

"보세요, 채형!"

"말하게."

"당신은 남의 집을 내 집 드나들 듯 하시죠?"

"그야 그렇지."

"그래서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리는 겁니다."

미앙생은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부탁했다.

"여자를 말하는 건가?"

"네."

"흐음."

"제발 부탁이니 요염한 유부녀를 한 명만 찾아주세요."

채곤륜은 의외라는 듯이 반문했다.

"유부녀?"

"네."

"하필이면 왜 남편이 있는 유부녀인가?"

"그럴 이유가 충분히 있죠."

몹시 색에 굶주린 미앙생은 옥향처럼 풋내기 처녀보다는 요염한 유부녀를 원했다. 밀리고 쌓인 회포를 풀기 위해서는 자신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여자여야 된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채형에게 후하게 보답하겠습니다."

"보답을 하겠다는 말인가?"

"네."

"뭘로?"

"돈을 두둑히 드리죠."

"예끼. 이 사람!"

"네?"

"돈 얘기라면 나한테는 아예 하지도 말게나."

"왜 그러시는 건가요?"

미앙생은 채곤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는 했지만 곧이어 이내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돈이 필요하면 내 힘으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

"그렇지만 힘이 들 텐데요?"

"절대로 그렇지 않아. ……그건 그렇고, 내가 자네에게 한 가지 분명히 말해줄 것이 있네."

채곤륜은 갑자기 정색을 하며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미앙생은 쉽게 짐작할 수가 없었다.

"자네 요염한 유부녀를 찾아달라고 했지?"

"네."

"그런 식으로 자네가 유부녀를 찾는 건 결국 유부녀를 농락하는 셈이 되고마는 거야. 그것이 얼마나 큰 죄악이 되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설마?"

미앙생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채곤륜을 바라보았다. 전혀 그 문제까지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비록 자칭 의적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도적일 뿐이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직업인 그의 행위나 유부녀를 만나 한 번엔 온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쾌감을 맛보고 싶어하는 그의 욕구나 무엇이 다르겠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신이 지금 저한테 도덕을 강조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네."

미앙생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따졌다.

"도덕 따위엔 신경도 쓰지 않는 당신이 왜 저한테는 성인군자가 되라는 것입니까?"

그의 말에 채곤륜은 그저 허허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그건 그렇긴 하군. 허허, 그래. 그 말도 맞아."

"당신은 돈을, 그리고 저는 사람을 훔치는 것이 뭐가 다른가요?"

미앙생은 저돌적일 만큼 노골적으로 따지려 들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를 도와 주세요."

두 사람 사이에는 완전한 교감이 통하고 있었다. 채곤륜이 도적이고 미앙생에게 유부녀가 필요한 것이 똑같은 자격으로 평가된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곤륜은 다시 그답지 않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것 보게. 유부녀를 꼬시는 건 위험한 일이야."

"왜 또 그러시는 겁니까?"

"생각해 봐. 천신만고 끝에 겨우 한두 번 재미를 보고 채인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단 말씀이야. 이래도 내 말을 못알아 듣겠나?"

그 점에 대해서라면 미앙생은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채곤륜이 자신을 의적으로 지칭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였다. 여자를 언제라도 유혹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이유와 맞물리는 것이기도 했다.

"그건 걱정마세요. 천신만고가 필요없을 테니까요."

"어째서?"

"여자들은 누구나 내 수려한 얼굴을 한 번만 보면 쉽게 저에게 빠져든답니다."

"흠!"

채곤륜은 미앙생의 얼굴을 새삼스럽게 찬찬히 살펴보았다. 험악한 표정에 시꺼먼 수염으로 뒤덮힌 자신의 얼굴과 비교해보면 젊은 청년인 미앙생의 얼굴은 확실히 수려해 보였다.

제딴에는 확실히 여자들의 마음이 끌릴 것도 같았다. 돼지를 얼굴보고 잡아 먹느냐고 하기는 하지만 사실 여자도 다리를 벌리기 전까지는 남자의 얼굴이 그럴 듯한가를 먼저 살피기 마련이다.

거기에다 채곤륜은 어수룩하기는 하지만 계집밖에 모르며 씀씀이도 괜찮은 미앙생이 은근히 마음에 들기도 했다.

막상 큰소리를 치기는 했지만 필요한 돈이 그때마다 손쉽게 굴러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걸 마련하기 위해서 똥줄이 탈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앙생한테 그럴 듯한 유부녀를 한 번만 붙여주고 두둑히 돈을 받아낸다면 적어도 얼마 동안은 편하고 배불리 먹고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그는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결정한 다음 가장 필요한 자격을 타진해 보기로 작정했다.

"도와주시는 거죠?"

"좋아. 그보다 먼저 솔직히 말해야 될 게 있어."

"뭡니까? 전 숨기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얼마나 크지?"

느닷없는 질문에 약간 당황해진 미앙생은 이내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는 되물었다.

"제 물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솔직히 말해 봐. 유부녀를 꼬실 자격이 충분히 있어야 하니까."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죠?"

"그래도 말해 보라니까."

의외로 진지한 채곤륜의 질문에 미앙생은 어떤 식으로든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그는 재빨리 궁리해 보았다.

"그럼…… 어떻게 말하죠? 내 생각엔 큰 것보다는 작고 작은 것보다는 큽니다."

미앙생은 현명한 대답이라고 생각하며 한 대답이었지만 채곤륜에게는 전혀 먹혀들어가지가 않았다.
제 목 : [옥보단-06] 제 2 장 정처없는 방랑 - #3 포목점 마누라
작 자 : 李英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나?"

불만스러워하는 채곤륜의 태도에 미앙생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크기를 말하자면 굵기와 길이가 있는데 어떻게 대답하죠? 그리고 또 질문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가만히 있을 때와 성을 낼 때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건 그렇긴 하지."

"그런데 어떻게 제가 대답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가만히 있을 때를 말해 봐. 그럼 알 수 있으니까."

난처하다기보다는 마음이 조급한 미앙생은 곁에 있는 붓자루를 집어들었다. 자신이 평소 알고 있는 만큼을 손으로 잡아 보여주었다. 그 길이는 비교적 왜소한 것이었다.

"이만해요."

채곤륜은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부족하다는 뜻이 분명해 보였다. 지금껏 미앙생은 그 문제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있었다.

남근의 크기에는 도무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게 자신의 남근이며 상대의 음문만 있으면 된다고 자신해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채곤륜의 생각은 그렇지가 않았다. 옥향이 본능을 깨우치기는 했지만 아직 미숙한 점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미앙생의 생각은 채곤륜에 비해 아직 어린 아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이치는 남근의 크기에 따라 여자를 어느 정도 지배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럼 한 가지 더 물어보겠네."

"네."

"자네 그 뭐냐. 거시기 할 때 한 개의 향이 다 탈 때까지 계속해서 할 수 있겠나?"

미앙생은 그의 말뜻을 이번 만큼은 쉽게 알아차렸다.

"기름을 바른 다음이라면 문제없어요."

기름이란 남녀가 정사할 때 남근의 감각을 무디게 해서 그 시간을 오래 지속시키게 만드는 것이었다. 많은 사내들이 빨리 끝나지 않고 오래도록 끌기 위해 기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름을 바르지 않는다면?"

"그건 장담할 수 없죠."

"솔직해서 좋군."

답답한 듯 미앙생이 물었다.

"채형, 어떻습니까. 어디 그럴 만한 유부녀라도 있습니까?"

"내가 누군가?"

"그야 천하에 제일 가는 채형 아니십니까?"

"허허, 자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어 얘기를 해줌세."

미앙생은 입맛을 다셨다. 그것만으로도 벌써 일이 성취된 듯한 모양이었다. 실제로 채곤륜은 미앙생이 원하는 요부형의 유부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서쪽 시장에 큰 포목점이 하나 있지. 그 집의 주인 마누라가 그럴 듯해. 하지만 자네의 구미에 맞을지는 알 수 없으니 한 번 가보기나 하세."

미앙생이 놀라서 물었다.

"지금 당장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지 않나."

"과연 채형이시군요."

"가세."

"잠깐."

미앙생은 앞장서는 채곤륜의 팔을 붙들었다.

"뭔가?"

"가서 보기만 한다는 건 아니겠죠, 설마?"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해야지."

"좋아요!"

미앙생은 한껏 마음이 들떠 채곤륜의 뒤를 따라나섰다. 속전속결인 채곤륜의 성미가 다시 한 번 마음에 들었다.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채곤륜은 과연 굉장한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포목점에 도착한 그는 쥐도 새도 모르게 미앙생을 이끌고 그 집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미앙생을 옆구리에 꿰어차듯 끼고는 지붕 위로 날아오르는 솜씨는 무림의 고수급을 능가할 정도였다.

지붕에 올라간 채곤륜은 잠시 주위를 보며 알맞은 장소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윽고 한 곳의 기왓장을 소리내지 않고 빼어내자 곧장 그 아래로 빈방이 내려다보였다.

방에 있는 사람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채곤륜의 귀신 같은 솜씨때문이었다.

방 아래에서는 황소도둑처럼 생긴 포목점 주인이 식탁 앞에 앉아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고 마시는 중이었다.

채곤륜보다 훨씬 험악하게 생겼으며 덩치도 매우 커다란 사내였다. 그는 한 손에는 고기를, 다른 손에는 술병을 들고 있었다. 뜯고 마셨으며 마시고는 또 뜯어 먹는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다.

지붕 위에 있던 채곤륜은 미앙생을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다.

채곤륜이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포목점 주인은 성질이 포악해서 마누라를 못살게 굴 뿐만 아니라 굉장한 대물을 가지고 있었다. 확실한 크기는 보지 못해 알 수는 없었지만 어림잡아 갓난아기의 팔뚝 정도는 된다는 것이었다.

장소를 옮긴 미앙생은 그곳에서 포목점의 마누라를 발견했다.

밤인데도 그녀는 쉬지도 못한 채 계속해서 일을 하는 중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가녀린 몸매인데다가 높은 사다리 위로 올라가 염색한 포목을 힘겹게 줄에 펴서 널고 있는 중이었다.

채곤륜은 미앙생에게 잘 보아두라는 듯이 눈짓을 보냈다. 미앙생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남편도 함께 있기 때문에 말도 붙여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는 매우 기분이 나빠졌다. 이렇게 멀리서 한 번만 보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을 때, 막 포목을 던져 줄에 걸치려던 여자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사다리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었다.

질겁하도록 놀란 그녀는 무서운 남편 때문에 아프다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얼른 포목이 잘못 되었는지 그것부터 살폈다.

포목이 잘못되고 주인이 손해를 보게 될 경우 그녀에게는 무서운 벌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씩 얻어맞을 때도 있었고 다른 방법으로 곤욕을 치루어야 했기 때문이다.

실수 때문인지 겁을 집어먹은 여자가 남편이 있는 방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채곤륜이 다시 손짓을 했다. 그들은 맨처음 포목점 주인을 보았던 지붕 위로 다시 자리를 옮겨 그 둘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채곤륜의 표정으로 보아 이제 곧 어떤 흥미진진한 광경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는 듯했다.

"방금 무슨 소리가 났는데, 무슨 일이야?"

"사다리에서 미끄러졌어요."

그녀는 겁에 질린 채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옷감을 망쳤어?"

"아뇨."

그녀는 다급하게 대답했다.

"정말이야?"

"네!"

"어서 밥먹어."

그녀는 식탁을 바라보았지만 모두 빈 그릇 뿐이었다. 남편이 몽땅 먹어치운 탓이었다. 그런데도 남편은 계속 험상궂은 목소리로 마누라에게 불만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지붕 위의 미앙생은 그 마누라의 얼굴과 자태 등을 관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얼굴은 잘 생긴 편이었고 몸매도 날씬했다. 그런 여자가 무엇 때문에 황소도둑처럼 생긴 사내와 함께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늘은 왜 밥상에 생선이 안 올라왔지?"

"시장에 갔었는데 생선이 없었어요."

"다 둘러보기는 한 거야?"

마누라는 남편의 우격다짐에 더욱 쩔쩔매고 있었다.

"다른 건 있었는데……."

"그런데 뭐야?"

"당신이 좋아하는 생선은 살 수가 없었어요."

"어째서?"

험악한 사내는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미 다 팔렸거든요."

"그래서 일찍 가라고 했잖아!"

"포목일 때문에 그만……."

"듣기 싫어!"

남편은 버럭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갔다. 마누라를 벌 주기 위한 구실을 찾으려는 듯했다. 조금전 마누라가 사다리에서 떨어졌던 곳으로 간 그는 그곳에 널린 포목을 꼼꼼하게 살폈다.

바늘구멍 하나라도 찾아낼 정도였으므로 마누라가 떨어지며 함께 바닥에 떨어진 포목에 흠집이 나지 않았을 리는 없었다.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다시 마누라가 있는 안으로 들어갔다.


*
이미 사태를 짐작한 마누라는 겁에 질린 암토끼처럼 방에서 어깨를 움츠리고 있었다.

"똑바로 말해!"

"그런 게 아니라……."

남편은 마누라의 모기만한 소리를 우악스럽게 가로막았다.

"내 얘길 듣고 대답해!"

"네에."

"옷감을 망쳤지?"

"네."

그녀는 감히 어떤 변명도 거짓말도 하지 못하겠다는 투였다.

"그래?"

"제가 잘못했어요."

"그럼 맞을 짓을 한 거지?"

포목점 주인은 채곤륜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난폭했다. 그는 이미 버럭 소리치더니 식탁을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엎어버렸다. 그 바람에 그녀도 추풍낙엽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저만치 나뒹굴었다.

"말해!"

"숨기려던 건 아니예요."

"그런데 왜 가만히 있었지?"

"밥먹고 얘기하려고 했어요."

분위기는 삽시간에 험악해졌다. 남편은 술병을 움켜잡더니 입에 대고 벌컥벌컥 들이켰고 마누라는 새파랗게 질렸다.

"여보…… 잘못했어요."

그녀는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갑자기 포목이 휘장처럼 널린 곳으로 간 남편이 갑자기 바지를 훌렁 벗어내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미앙생의 두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포목점 주인은 불이 훤히 켜진 곳에서 비스듬히 선 채 바지를 내렸는데, 어느 순간 툭 튀어나온 대물을 미앙생은 똑바로 볼 수가 있었다. 그것은 남근이 아니라 마치 빨래방망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게 매달려 있는 몸의 위치와 튀어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분명히 남근이었다.

포목점 주인은 그 엄청난 남근을 가지고 마누라에게 고문 아닌 고문을 가하는 버릇이 있었다.

이윽고 남편은 마누라 앞에 태산처럼 버티고 서서 명령했다.

"이리와!"

마누라는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한두 번이 아닌 듯했고 그녀에게 그 일은 엄청난 고문이었다. 워낙 크고 굵은 것이어서 몸집이 작은 마누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다.

"어서 빨리 오라니까!"

마누라가 여전히 겁을 내자 남편은 더욱 그녀를 무섭게 협박했다. 굵은 쇠줄을 움켜잡더니 한 차례 휘둘러 닥치는대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쇠줄에 맞은 순간 주변에 있던 물건들이 박살나기 시작했다.

"빨리!"

마누라는 더이상 그를 피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상대는 남편이었으며 포악한 성격에 지금은 몹시 화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겁에 질린 눈으로 거대한 남근을 쳐다보며 조금씩 네발로 기어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 당도하자 무릎을 꿇고 상체를 일으켰다.

지켜보고 있던 미앙생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남편의 대물과 마누라의 작은 입을 쳐다보며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포목점 주인이 마누라에게 이미 수없이 여러 번 그와 같은 벌을 주었기 때문에 이미 그녀에게는 익숙한 일이라는 사실을 그가 모르는 탓이었다.

남편 앞에 바싹 다가앉은 마누라는 심호흡을 하더니 한 차례 몸을 떨면서 음식을 입에 문 것처럼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편은 선 채로 쾌감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다시 술병을 기울였다. 술은 마구 쏟아지며 그의 입과 얼굴에 마치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계속 힘겹게 고개짓을 하는 마누라의 얼굴에도 술이 쏟아졌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가능해진 광경을 지켜보는 지붕 위의 미앙생의 놀라움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이내 포목점 주인은 마치 가벼운 물건처럼 마누라를 번쩍 들어 평상 위에 엎어놓은 채 순식간에 옷을 벗겼다. 마누라는 이미 각오한 듯 두 손으로 침상의 모서리를 힘껏 움켜잡았다.

남편이 붙잡고 있는 것은 마누라의 두 다리뿐이었다. 그는 여전히 선 자세였으며 엄청난 남근을 깊숙이 넣은 채 무섭도록 힘차게 공격했다. 마누라는 그 남편에 의해 길들여지기는 했지만 매번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점차 더욱 격해진 남편이 조금씩 두 다리를 끌어당김에 따라 그녀는 평상의 가로막대기를 두 손으로 움켜잡은 채 한 계단씩 내려가며 혼신의 기운을 쏟고 있었다.

결국 마누라는 바닥에 두 손을 짚은 채 아랫도리가 남편에 의해 번쩍 쳐들려졌다. 남편은 그런 자세로 동작을 계속하며 마누라를 뒤로 끌고 갔다.

다음 순서로 남편은 마누라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듯 뉘어놓으며 그 위로 자리를 잡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자세를 바꾸는 동안에도 두 몸이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차례 격렬한 관계를 가진 남편은 그 정기가 절정을 향하기 시작하자 여전히 같은 동작을 계속하면서 한쪽 손으로는 굵은 쇠줄을 천장을 향해 던졌다.

놀라운 힘이었고 굉장한 정사장면이었다.

쇠줄의 한끝이 천장의 기둥에 정확히 걸리자 고리로 이어진 쇠줄이 아래로 미끄러지며 정확하게 마누라의 젖가슴 봉오리를 기묘한 방법으로 마찰시켰다.

그게 비록 쾌감을 가져다 준다고 하기는 해도 그녀에게는 죽을 만큼이나 견디기 어려운 곤욕임이 분명했다. 그녀가 원해서 하기보다는 강제로 당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드디어 마지막 고비를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남편은 한 팔 만으로 쇠줄에 매달려 두 몸의 체중을 거뜬히 감당하면서도 전혀 지치지 않았다.

드디어 그가 마지막 힘을 쓰기 시작했을 때 마누라는 거의 기절 직전에 도달해 있었다. 쾌감과 고통이 마주하는 두 가지의 상황이었다. 이윽고 남편이 야수처럼 부르짖으며 일을 끝마쳤을 때에야 그녀는 바닥에 완전히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

그녀는 죽은 듯 바닥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제정신이 아닌 미앙생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일을 끝낸 남편이 밖으로 나가자 비로소 그는 긴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깜짝 놀랐다.

그가 포목점 주인과 그 부인과의 정사장면에 몰두해 있는 동안 채곤륜은 향을 피웠기 때문이다. 아마도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포목점 주인이 마누라와 정사를 계속하는 동안 자그마치 세 개의 향이 타서 없어져 버렸다.

채곤륜은 노발대발했다. 미앙생이 그가 왜 화내는지 이유를 알기도 전에 채곤륜에 의해 숲속에 있는 높다란 나뭇가지에 꽁꽁 묶여진 채 매달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채형, 왜 이러는 겁니까?"

두 손과 몸뚱이가 한꺼번에 묶인 채 엎드린 자세로 매달린 미앙생은 놀라면서도 겁에 질려 있었다.

"눈을 뜨고 똑똑히 봤지?"

"글쎄…… 왜 이러십니까요?"

"포목점 주인은 향이 세 개나 탈 때까지 계속했는데 넌 뭐냐구? 기름을 바르면 한 개가 다 탈 때까지라구? 그럼 겨우 반 개가 탈 동안이 고작이 아니냔 말야!"

갑자기 쑥쓰러워진 미앙생은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 물건을 봤지? 그렇게 어마어마한데 넌 도대체 뭐냔 말이야!"

그는 말만으로 다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매달려 있는 미앙생의 바지춤을 열고 남근을 확인해 보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더욱더 화를 냈다.

"겨우 요만한 걸 가지고 그렇게 큰소릴 쳐? 이건 겨우 이쑤시개밖에 안되는 길이잖아!"

미앙생의 얼굴에 침통한 표정이 나타났다.

"이건 날 속인 대가야. 쥐뿔도 갖추지 못한 놈이 감히 남의 유부녀를 넘보다니!"

미앙생은 더욱 풀이 죽었다.

"이렇게 매달린 건 네 어리석음이 자초한 대가라는 걸 알아두라구."

한 마디도 못하는 미앙생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량하고 측은했다. 오직 여색만을 탐하며 감히 유부녀를 노렸던 과욕의 결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자신도 충분히 느끼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평생 여자라고는 근처에도 가지 않는 나한테 뭐, 여자를 구해 달라구? 내가 뚜쟁이냐!"

나무람 뿐이 아니었다. 채곤륜은 가는 회초리로 매달린 미앙생의 종아리를 후려치기까지 했다.

"다신 큰소리치지 마!"

이윽고 미앙생의 입에서 비탄에 빠진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난 맞아도 쌉니다."

"너도 인정하기는 하는군."

하지만 이때 미앙생의 뇌리에 불쑥 반항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뜻밖의 일이었다. 도둑질이 평생 직업이고 그만큼 단순하고 우직한 채곤륜에 비해 미앙생은 시문과 그림을 그리는 식자였다. 그리고 이대로 좌절한다면 자신은 영영 사내구실을 할 수 없을 것이며, 이것은 생각만 해도 도무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채형."

"왜, 할 말 있나?"

"내 물건이 볼품없고 작은 건 사실입니다."

"이제야 제대로 아는군."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제대로 해왔어요. 그러니 제발 여자를 찾아달라는 말입니다. 저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단 말입니다."

채곤륜은 기도 안차다는 듯이 끌끌 혀를 찼다.

"그래도 난 할 수 있다구요."

"자네 오기가 있어서 좋기는 하군."

"구해 주는 거죠? 포목점 마누라가 아니라도 괜찮아요."

"어림없는 소리! ……네 물건이 말의 그것 만큼이나 커지면 그때는 자네가 싫증이 나도록 많이 찾아주지."

말을 마친 채곤륜은 돌아서더니 이내 곧장 걸어가기 시작했다.

"채형!"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미앙생을 나무에 매단 채 그는 총총히 사라져버렸다. 누가 와서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렇게 매달린 채로 굶어서 죽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자만한 덕분에 미앙생은 위험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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