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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방이 왔다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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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3 회 작성일 23-12-11 14:0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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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방이 왔다





#1



서 서방이 왔다.

전화통이 왠수지! 밤이면 무릎이 시큰댄다 방정을 떨었더니

당장 글로코사민 한 통을 사들고 단 걸음에 300리를 달려왔네.

광주에서 강진이 어디라고?

그것도 이 야한 밤,

온통 미움보따리인 장모를 보려고...



지독히도 속 썩히던

그놈의 인연이 대체 뭔지...

고아에다 지 삼촌뻘인 한 띠 위인 데다 시골 농부 뺨치는 시커먼 얼굴에 키만 멀쑥한 그 놈이 뭐 그리 좋다고 내리 삼 년을 울며불며 속 끓여대더니

기어코 애 새끼 단 몸으로 나타나 혼인신고라도 해달라 훌쩍훌쩍 우기기에

호적 파서 넘겨줬더니



미운 놈이 효자 된다고



말만 듣던 글로코사민!

앞집 영감도 뒷집 할망구도 갈 때마다 자랑 자랑해대던...

깝데기도 참 호화스럽제!

알맹이는 더 호화스럽제! 포동포동 손주녀석 손등만 같제!



워쩐다 이 놈을...?

하루 한 알씩 자랑할라면 두 달밖에 못 한다제?

한 3년 자랑할라면 먹는 둥 마는 둥 해얄 텐데

그라무 내 무릎은 언제 다 낫노?



애고, 이거 맨지고 있을 때가 아니지...

우리 집 삐아린 너무 어링께 뒷집 할망구네 씨암탉을 사와야겠구만!

근디 팔기나 하려나? 그집 사위가 일찌감치 점 찍어놨다캤는디...

훔쳐서라도 가져와야제!!







#2



씨암탉이 끓는다.

올 가을 깨 판 돈 다 털어 넣은 씨암탉이 누런 눈물 푸푸 내뿜으며

지글지글 끓는다.

저처럼 사위가 흘리던 누런 눈물도 보았제.



"어머님 정말 너무 하십니다! 제가 어디 고아 되고 싶어 고아로 살았나요? 그래도 내 사람은 고생 안 시켜야겠다 여겨 10년 배타다 보니 새까매진 몰골, 혼기를 놓쳐 중늙은이가 다된 몸! 그걸 이해 못해 줍니까? 앞으로 잘 할 거라 했잖습니까? 앞으로 장모님 속 안 썩힐 거라 했잖습니까?"



그때 마 사람을 알아봐야 하는데...

그때 마 못 이긴 체 사위로 인정해줬어야 하는 건데...

아이고, 와 이리 연기가 맵노???

와 이리 기름 냄새가 끈적이노???

마루에서 지켜보고만 있던 사위가 내 손을 밀어낸다.



"이제 제가 불을 넣을게요!"



물러나 사위를 본다.

울걱울걱 눈물이 괴는 눈으로 백년손님을 본다.

백년하청 될 뻔한 내 딸의 서방을 본다.

그러다 마루 위를 쳐다보며 한숨을 토해낸다.



아들의 결혼사진 옆 빈 자리...

저 자리를 빨리 채워져야 하는데...

어서 채워줘야 할 텐데...

마룻바닥에 뚝 떨어지는 눈물에 손발이 떨려온다.



오늘 밤 사위에게 빌어야지!

딸도 없고 손지도 없는 자리, 맘 터놓고 빌어야지!

내 맘을 발가벗겨 서 서방에게 줘야지!

그래야 이 눈물을 막을 수 있겠제?

그래야 이 떨림을 거칠 수 있겠제?







#3



사위가 젓가락을 들었다.

노란 국물이 동실동실 뜬 사발에 젓가락을 찔러 넣는다.

건더기만 건졌는데 왜 저리 국물이 많노?

또 한 국자를 떠 사발 속에 퍼담는다.



"괜찮아요! 이 만큼도 많아요!"

"그여 그여 들어, 드시게!"

"넘쳐요! 그만, 그만요..."

"자넨 넘쳐도 난 통 안 차네!"

"아이고 장모님도 참...!"



이런 실랑이는 서로가 즐겁다.

난 억지로 닭 한 마리를 사위에게 다 먹였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다는 걸 아는 사위는 꾸역꾸역 해치웠다.

내일 새벽 같이 나가야겠기에 길을 봐두러 잠시 나갔다 오겠다는 사위, 나는 안다.

장모의 미련한 성화에 억지로 채운 배, 소화시키러 나간다는 걸......



사위가 나간 사이 사위 차를 세차 해놓고

그래도 오지 않아 방에 금침을 깔아놓고

장모 덮어라 보내온 이불을 오늘에야 펴보내! 더듬어도 보다가

하모 올까 하모 올까 삽짝을 서성여도 보다가



요란하게 울리는 벨 소리에 전화기를 돌렸는데......







#4



"엄마! 혹시 서 서방 거기 왔어?"

"그란디 왜?"

"왔어? 안 왔어?"

"도대체 왜 그랴?"

"안 왔지? 그럼 만약 오더라도 절대로 들이지 마! 절대 들여선 안돼?"

"대체 뭔 일이여? 뭔 일인데 그 난리인겨?"

"쫀쫀한 그 짜식이 날 보고..."

"뭐? 그 짜식이라니? 너 어디서 그 말버릇이야! 앙??"

"암튼 이번엔 용서 못해! 안 살 거야! 안 살 거라고..."

"서 서방이 널 보고 뭐랐는디? 뭐랐기에 그 지랄이여?"

"글쎄 날 보고... 글쎄... 헤어지제? 기가 막혀..."

"뭐? 헤어져???"

"그래, 똑똑히 그렇게 말했어! 막장에 굴러다니는 불쌍한 중생 하나 구제해줬더니 이제 와서 내 보따리 내놔라는 꼴이지 뭐야?"

"넌 그 말버릇부터 당장 고치지 못해! 얻다 대고 불쌍한 중생이니 어쩌고 지랄이야? 그보다 뭣 땀시 싸운겨? 너 또 사고 친 거지??"

"사고는 무슨... 그게 사고라면 신문에 나는 것들은 모조리 대 참사겠네!"

"이 칠칠치 못한 것이 또 사고를 친 게 맞구만! 또 그 신용카든가 뭔가 그거여??"

"엄만 몰라도 돼!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니고..."

"아이고 몬살아 몬살아! 내가 못 살아!!!"

"엄마도 못 살겠지? 오죽하면 내가..."

"주제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이 년이 내 딸이라고... 한심해! 그나저나 어찌 본댜? 어찌 본댜? 남사스러워 어찌 본댜?"

"엄마 지금 내 욕하는 거야?"

"그럼 니 욕 아니면 누구 욕해?"

"엄마마저 내 편 안 해주면... 씨-- 끊어!"

"얘! 얘? 잠깐... 서 서방은 내가 어떻게든 구워삶아 볼 텡께, 잘못했다 빌 생각이나 다잡고 있어! 알았지, 앙???"

"몰라, 몰라......"



철없는 저것을 어째? 어쩐디야???







#5



새벽 한 시쯤 서 서방은 들어왔다.

비틀 비틀 삽짝을 서성이는 그를 맨발로 달려나가 붙들고 들어왔다.

여긴 구판장도 없는데... 저 아랫동네까지 내려가 마셨는지 술 냄새가 진동했다.

벌써 밤이슬에 바지의 아랫도리가 다 젖어있다.



"그래 어디까지 간겨? 술 먹고 잡으면 내게 얘기했음 광에 들은 거 내 줬을 텐디..."

"아이고, 장모님! 죄송합니다. 꺽... 장모님의 씨암탉 먹고 가슴이 얼마나 찡하던지 꺽... 그거 깔아앉히느라 좀 걷는다는 것이 꺽... 아이고 우리 장모님! 내 장모님!!!"



그러면서 덥썩 내 품에 안겨오는 거다.

그 거구가 내 늙은 품에 퍽 쓰러져 오는 거다.

흔들 흔들대는 그를 간신히 품고 버티는데...



"장모님! 저 젖 한 방울만 주시면 안 될까요? 꺽... 저 이 세상에 태어나 엄마 젖 한 방울도 못 먹고 컸거든요. 꺽... 겨우... 고아원에서 키우던 염소 젓 먹고 자랐거든요. 그것도 딱 두 달 먹었다 하더라고요. 꺽... 그래서 우리 애 낳았을 때 딱 한 방울만 달라 했더니 변태라고! 늙은 변태라고 마구 발길로 차더군요. 장모님의 따님이 말입니다. 꺽... 꺽..."



이 일을 워쨔? 이 일을 워째야 한댜??

서 서방의 손은 차마 내 저고리는 못 풀고 그 언저리서 서성대고 있다.

옷을 벗어 젖을 물린다 해도 젖이 나올 리 만무한데...

젖 마른 지가 수십 년도 넘었는데 그의 마른 입술로 어찌 생 젖을 뽑아 올린단 말야...?

그래도 나는 저고리를 풀어 젖을 내줄 결심을 했다.







#6



우선 방에 불부터 껐다.

금침 위에 그를 누이고, 그 옆자리에 나도 누워 저고리를 풀었다.

그리고 머뭇대는 그의 입에 물려주었다.

이미 쭈그러져 엔간한 자극에는 일어서지도 않는 젖꼭지를 이빨 사이에 끼워 주었다.

그도 그걸 아는 양 몇 번 빨아보다 입술을 떼 내고 대신 손으로 그걸 감싸 안았다.

두툼한 손안의 까칠한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가진 거 없는 혈혈단신으로 태어나 처자식 먹여 살리려 애쓰며 뛰어다닌 흔적이리...



"장모님! 장모님? 꺽... 저 못된 사위 아니죠? 꺽..."

"못되긴... 착한 사위지!"

"꺽... 그렇죠? 착한 사위죠?"

"암... 암... 누가 못된 사위래? 그 주둥일 확 분질러 놓을 겨! 말해, 누구여???"

"꺽... 맞죠? 그런데... 그년이 그래요!"

"그년? 그 못된 년이 누구야?"

"꺽... 있어요! 장모님도 아는... 힛"

"아아... 그 년! 그건 자네가 용서하게! 어쩌겠나, 자네의 백년 배필이잖아! 자네의 씨도 낳았지 않나! 그 정도의 아량이야 자네가 지니고 있지 않나! 안 그래?"

"네 맞아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꺽꺽..."



그러면서 내 허리를 껴안는다.

어쩌랴, 어쩌랴? 사위가 장모를 넘본다 한들 어쩌랴?

저렇게 모정에 굶주려 몸부림치는 내 딸자식의 서방을......



서 서방이 그렇게 꺽- 꺽- 운다.

저게 정말 어머니 정이 그리워 우는 걸까?

살기 힘든 세상사에 겨워 우는 걸까?

아니면 마누라와 싸우고 나온 화에 우는 걸까?



그를 달래보려 그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지만 그의 울음은 더욱 서러워진다.

그간 얼마나 울고 싶었을까? 그 울음을 얼마나 참았을까?

그의 아내인 내 딸년도 그건 차마 허락 못했을 거다.

거의 아재비 뻘의 남편에게 눈물을 보고 싶어했을 리 없다.

고 이기적인 아이가 남편의 뻥 뚫린 가슴을 보았을 리 없다.



나는 그를 가슴에 품어 안고 실컷 울게 했다.

단지 그 소리가 담을 넘어가 동네의 웃음거리가 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 정도만이 있었다.

내 젖가슴엔 그의 눈물과 콧물과 서로 살이 비벼진 땟국물들로 범벅이 되었다.

그러다 조금 있자 잠잠해졌다.

가끔씩 볼로 젖가슴을 비비며 입술을 꼬물락꼬물락 젖 빠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잠이 든 모양이었다.







#7



나는 그의 머리를 살며시 들어 베개를 받쳐주고 내 저고리를 여몄다.

그런데 옷을 여미며 젖을 집어넣으려는 데 빳빳해져 있는 젖꼭지에 당황했다.

그만 일에... 사위를 달래느라 어쩔 수 없이 꺼낸 그 상황에 내 몸이 달다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놀랍기도 했다.

아직도 내 몸이 살아 있다니...?

아직 살아 있다니...

여자의 기능이 멈춘 지 20년,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홀로 잠든 세월이 길다 보니 옆자리를 너무 의식한 탈이리라...

그러다 눈만 잠시 잠이 들었는가 했는데 내 쪽으로 기대어오는 손길에 멈칫 눈이 뜨였다.

아직 먼동도 트이기 전이었다.

문살 밖엔 일치감치 뜬 상현달마저 지고 없었다.

사립문 안으로 달빛에 잘 닦아 둔 사위의 승용차 광택도 날이 밝아야 다시 볼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으로 옆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데

다시 그 손길이 날 껴안아 오는 거였다.



처음엔 그 손길을 살짝 뿌리쳐 돌려놓을까 생각했으나 필시 사위는 날 그의 마누라로 착각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지켜보기로 했다.

슬금슬금 가슴을 더듬던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고쟁이 위까지 내려갔다.

그때 그가 그 말만 하지 않았어도 내가 돌아누워 버리든지 하는 등으로 순간을 모면할 방안을 찾았을 거다.

그러나 사위가 딸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말에 솔깃하여 차마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여보 미안해! 앞으로 잘... #$%^&*......"



그의 손이 고쟁이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안으로 쑥 들어왔다.

내 두덩을 단박에 덮은 그 손은 쓸쓸 비비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 일을 어째? 나는 당황스러웠을 뿐 별다른 조치를 못 취하고 있었다.

간혹 코를 컹컹거리는 그가 아직은 많이 취해있다는 생각만 했다.

이러다 곧 잠들겠지... 이러다 곧 잠들 거야...



바램은 바램일 뿐이었다.

그가 고쟁이의 뒷부분까지를 끌어내리고 그 사이로 그의 물건을 밀어온 거다.

그때야 비상사태임을 깨달은 내 손이 그의 완력을 저지해보려 안간힘을 해봤지만 "술 먹은 사람의 힘을 어찌 당하랴?"는 속설이 있듯이 내 힘으로는 도저히 역부족이었다.

순식간에 나의 성은 함락되었고, 옥문을 드나드는 묵직한 감각에 얼떨떨~ 벙벙해하고 있었다.







#8



한번 들어온 그의 칼은 거칠었다.

수탈을 일삼는 점령자답게 닥치는 대로 베며 들쑤시고 다녔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36년 일제의 박해도 견뎠는데... 3년 동란의 피비린내도 버텼는데... 그 후 설움과 혹한의 굶주림도 참았는데... 그 속에서 내 새끼들 잘 키워왔는데...



더 무엇이 두렵단 말야? 더 무엇이...

점령자는 언젠간 물러나게 되어 있고... 점령은 언젠간 끝나게 되어 있고...

그의 칼에서 베어낸 듯 한 움큼의 물컹한 피를 뿌린 그는 잠잠해졌고, 이윽고 칼도 뽑아 갔다.

이제 할 일은 수탈의 역사를 지우는 일이다.

수탈이 아니었다고 망언을 쏟아낸다 해도 남은 자가 할 일은 역사를 벗겨내는 일인 거다.

그 일만이 역사 앞에 떳떳해지는 거다.



그가 다시 코를 골기 시작했을 때 허벅지를 싸안고 부엌으로 나갔다.

소리 안 나는 白솥에다 물을 붓고 불을 지폈다.

그 사이 대야에 물을 부어 밑을 씻었다.

써늘한 감촉이 오히려 나의 불민함을 환기시킨다.

그 사이로 예리한 통증이 몇 줄 지나갔다.



솥뚜껑이 미지근해졌을 때 물을 떠내 수건을 빨았다.

그걸 들고 조심조심 방으로 들어갔다.

드르렁 드르렁...

암, 그래야지! 그래야 말고...

"오늘밤의 흔적은 시커먼 어둠뿐이었다!"를 주지시키며 사위의 칼과 그 손잡이를 닦았다.



그로부터 두어 시간 후

나는 새벽밥을 차려놓고 사위를 깨웠다.

아직 술이 덜 깬 사위는 기억이 통째로 빠져나간 양 내가 왜 여기 누워 있지? 하는 표정을 짓다가

"어여 먹어!" 내민 숟갈을 겨우 받아 들고 떠는 둥 마는 둥 숭늉 한 그릇만 비운 뒤 새벽길을 나섰다.



"장모님 담에 또 올게요! 그땐 제가 백숙을 싸들고 올게요! 그리고 참, 애 엄마에게는 여기서 자고 갔다는 얘긴 마세요! 그 사람 질투 심한 거 알잖아요?"

"알았어. 알았응께 어여 가! 길조심 허고... 참, 저 차는 언제 가져 갈겨?"

"장모님 글로코사민 떨어질 때쯤에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그의 등뒤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얼마 안 지나 뭉클한 아침 햇덩이가 불뚝 솟고,

그 첫 햇살이

그가 버리고 간 애마 위에서 반짝반짝 뛰놀기 시작했다............















<작은 소리> : 근친 글만 쓴다고 욕하진 마세요! 무리한 상상과 실상과 너무 동떨어진 글이 많아 그냥 써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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