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편(斷片) - 2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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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단편(斷片) 23부.
싸움에 임하는 마음자세는 중요하다. 상대를 너무 강하게 보고 겁부터 먹은 것도 안 되지만 상대를 앎보고 긴장을 늦추는 것도 좋은 자세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자심감이다. 쉽게 말해 초장부터 기(氣)싸움에서 밀리면 싸워보나마나 지는 것이다. 나와 친구들은 상대보다 숫자가 적다. 상대는 7명이고 우리는 4명이다. 하지만 나와 친구들은 상대의 숫자에 주눅 들거나 기(氣)가 죽지 않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차동철은 우리와 자신들 편을 살펴보더니 앞으로 나섰다.
“어떻게 할까? 너희들은 4명이고 우리는 7명이니 한번에 싸우면 우리가 유리해. 하지만 그렇게 이기면 너희들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지.”
차동철은 우리일행과 일대일 대결을 원하는 모양이다. 그것이 우리나 자신들 편을 확실하게 지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차동철은 우리 모두가 지치면 뒤통수를 치려고 준비하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는 어떻게 싸우던 상관없어. 그쪽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
“참내.......이거야 원. 야~ 회장 비켜봐~”
덩치가 하마 같은 사내가 차동철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섰다. 입구에서부터 우리에게 시비를 걸던 놈이다.
“나는 3학년 오인규라고 한다. 그동안은 입시준비 때문에 바빠서 일진회 일에 신경 쓰지도 않았더니 별 떨거지들이 설치고 다니는군.”
“하하하~ 우리가 떨거지로 보이는 모양이군. 야~ 하마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냐.”
내가 큰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하자 오인규은 인상을 쓰며 한숨을 쉬었다.
“휴~ 나이 먹는 내가 후배들일에 끼어드는 것도 창피한 일이라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너희들 너무 거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특히 강태자........너 이 새끼. 우리학교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냐. 우리 일진회가 만만하게 보여. 네놈 눈에는 선배도 안보여. 어떻게 새까만 후배 새끼가 선배한테 바락바락 대들어.”
“방금 오인규라고 했냐.........3학년이라? 그럼 나이가 18인가?.........야~ 미친 새끼야. 나이 처먹은 것이 훈장이냐. 학교 몇 년 빨리 들어온 것이 벼슬이야. 꼭 할말 없으면 나이나 학년 가지고 따지는 새끼들이 있다니까? 야 이~ 개새끼야. 나이 처먹고 학교 먼저 들어온 걸 내세우지 말고 실력으로 나를 굴복시켜 봐~ 나보다 몇 년 빨리 태어나서 처먹은 것도 많으니까 힘으로 굴복시켜보란 말이야. 병신새끼야. 왜 내말이 틀렸냐. 덩치만 산만한 새끼야.”
“이.........이런 개자식.........말 다했냐. 뭐~ 저런 개새끼가 다 있어.”
“병신~ 너희 일진회 새끼들은 나이나 학년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한다며........그건 너희들 주둥이로 한 말이야. 아니야. 아니라면 아니라고 해봐~ 새끼야.”
오인규는 한동안 말도 못하고 나를 노려보더니 길게 한숨을 쉬고 차갑게 웃는다.
“후후후~ 오랜만에 뚜껑 열리네.......그래 우리 일진회는 실력으로 평가한다. 우리가 지면 깨끗하게 항복하겠다. 대신........네놈이 지면 그때는 잘근잘근 밟아주겠어. 아주 뼈도 못 추리게 밟아버릴 거야.”
“하하하~ 당연하걸 말이라고 하냐...........그리고 넌 주둥이로 싸우나. 새끼야. 자신 있으면 주둥이가 아니라 주먹으로 덤비란 말이야. 덩치만 큰 병신 새끼야.”
“십팔 좆까고.......너 나와........일대일로 상대해 주겠다. 뒤에 있는 새끼들.........절대 나서지 마라. 나서는 새끼는 저 새끼보다 먼저 죽어버린다. 와라. 좆만한 새끼야.”
“하하하~ 진작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 이제야 좀 사내답다. 너희들은 물러나 있어.”
나는 친구들을 뒤로 물려나게 하고 앞으로 나서니 반대편에서도 다른 놈들은 뒤로 물려나고 하마만 앞으로 나섰다.
하마는 나를 눈을 보며 팔을 한바퀴 돌려보더니 깍지를 끼고 팔을 풀었다. 놈의 동작이나 덩치로 보아 레슬링이나 씨름계통의 무술을 익힌 모양이다. 나는 팔과 어깨를 풀고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렸다. 몸을 푼 하마는 양손을 넓게 벌리고 손가락을 벌렸다. 쉽게 말해 나를 잡아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자세다. 이런 상대에게는 잡히면 끝이다. 권투의 아웃사이더처럼 주위를 돌며 치고 빠지는 식으로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자세를 고장하여 움직이지 않고 상대의 눈과 손을 주시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하마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한순간 하마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더니 나를 향해 돌격하며 앞섬을 잡으려 했다. 나는 무릎을 굽혀 하마의 손을 피하며 양쪽 주먹으로 연달아 하마의 배와 사타구니를 공격하니 하마는 다리를 움직여 사타구니의 공격을 피했지만 배에는 나의 주먹이 파고들었다.
“킥킥킥~ 걸렸어. 그런 솜뭉치 같은 주먹은 나를 타격을 주지 못해.”
하마는 배를 강타한 나의 팔목을 잡고 나머지 한손으로 나의 등을 공격해 왔다. 하마는 급소는 피하며 비곗살이 많은 배를 내주고 나의 등을 공격하는 것이다. 나는 등으로 떨어지는 하마주먹을 피하기 위해 땅바닥에 쓰려지듯이 온몸을 눕히니 바로 하마의 다리가 보인다. 이대로 있으면 하마의 주먹을 피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2차로 공격해오는 하마의 다리를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자유로운 한쪽 팔로 하마의 한쪽 무릎을 공격했다.
“흥~ 끝났어.”
하마는 내가 바닥에 쓰려지듯 몸을 눕히자(?)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고 공중으로 도약해서 나를 밟으려 했다. 하지만 중간에 나의 주먹이 하마의 허벅지를 스치며 자세가 흔들렸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팔로 땅을 받치며 물구나무를 서서 흔들리는 하마의 가슴을 차올렸다.
“퍽~ 퍽~”
“으윽~ 이런 빌어먹을 자식~”
하마는 나의 양발 끝에 가슴이 가격 당하자 통증을 참고 나의 다리를 잡아 유도의 엎어치기 동착으로 던져버리니 나는 공중에 뜬 자세에서 몸을 비틀어 한바퀴 회전하며 바닥에 착지했다. 10여 초간 벌어진 대결의 결과를 보며 하마는 다리와 가슴을 가격 당했고 나는 다리에 약간의 부상을 당했다.
“흥~ 온몸이 비곗살이라 웬만한 가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단 이거지. 좋아.”
하마는 힘과 맷집에 비해 민첩함이 부족하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했으니 이제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일만 남았다. 나는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하마의 얼굴을 향해 옆차기를 했다. 하마는 자세를 낮추며 나의 발을 피하고 양손으로 나의 몸통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하마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을 회수하며 몸을 회전했다. 발차기는 허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한바퀴 회전하여 양발 끝으로 하마의 머리를 찍으려 했다. 하마는 내가 공중에서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줄을 몰라 미처 방비하지 못하고 머리가 나의 발끝에 찍혔다. 하지만 그만한 타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고 떨어지는 나의 몸을 잡으려 했다.
“흥이다. 아직 십년은 멀었어.”
나는 떨어지는 자세를 살짝 비틀며 양손을 펴서 수도(手刀)로 하마의 목을 공격했다.
“퍽~ 퍽~”
“크윽~”
목을 가격당한 하마가 비틀거린다. 나는 땅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라 하마의 머리를 붙잡고 무릎으로 하마의 얼굴을 찍어버렸다.
“퍽~”
“크아아아악~”
나의 무릎이 하마의 인중(코밑)을 찍어버리자 하마는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뒤로 넘어갔고 나는 양쪽 무릎을 세워 바닥으로 쓰려지는 하마의 가슴을 향해 떨어졌다.
“퍽퍽~ 우두두둑~”
“으으으악~”
하마는 바닥에 쓰려지는 것과 동시에 나의 무릎에 가슴이 찍히니 하마의 갈비뼈가 부러지며 피를 토하며 기절해 버린다. 나는 하마의 가슴에서 일어나 기절한 하마의 얼굴을 걷어차 버리니 하마의 얼굴이 돌아가며 커다란 덩치가 움찍거린다.
“저.........저런 잔인한 새끼........승부는 났어. 그만해 새끼야.”
일진회 쪽에서 한 놈이 하마의 얼굴과 가슴을 걷어차고 있는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하마에게 떨어지며 뒤로 물려나니 하마에게 달려왔던 놈은 하마를 자기편 쪽으로 끌고 가더니 다시 앞으로 나왔다.
“잔인한 새끼.........야~ 강태자. 이번에는 내가 상대해 주겠다. 나와~”
“네놈 상대는 태자가 아니라. 나야.”
나의 뒤에서 마빡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앞으로 나섰다. 마빡의 상대는 하마보다는 덩치가 작고 단단한 몸을 가진 사내었다.
“너는 필요 없어. 강태자 나오라고 해.”
“이 새끼가 날 무시하네. 새끼야 먼저 나부터 쓰러트려. 그럼 나오지 말라고 해도 태자가 나올 거야.”
“흥~ 어디서 대가리만 큰놈이.......좋아. 너부터 죽어주지.”
상대는 땅을 박차고 마빡에게 달려오며 연속으로 발차기를 하는데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마빡은 다리를 움직여 상대의 공격을 피해보지만 상대의 공격이 너무나 빨라 가슴과 옆구리에 계속해서 가격을 당했다.
“마빡~ 상대는 태권도 고수야...........녀석의 발을 조심해.”
나는 마빡의 상대가 태권도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대는 팔보다는 다리를 이용해 마빡을 밀어붙이고 있다. 마빡은 녀석의 다리를 피하며 녀석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마빡의 특기는 무적의 박치기이기 때문에 일단은 상대에게 접근해야 한다. 마빡의 상대는 코뿔소처럼 돌격하는 마빡의 어깨와 배를 향해 계속해서 발차기를 해온다.
“으아아아악~ 간다.”
마빡은 어깨와 배에서 전해오는 통증을 참고 상대의 가슴을 향해 머리를 앞세우고 돌격했다.
“이런 무식한 새끼.”
상대는 마빡의 공격을 피할 수없자 마빡을 머리를 찍어 차어차기로 찍어왔다.
“퍽~ 퍼어어어억~”
“크아아악~”
상대의 다리가 마빡의 머리를 찍었지만 마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상대의 가슴을 향해 머리를 박았다. 가슴에 박치기를 당한 상대가 자세를 흔들리니, 마빡은 흔들리는 상대의 얼굴을 잡자마자 얼굴을 향해 박치기를 했다.
“퍼어어억~”
“크아악~”
상대는 코피를 흘리며 뒤로 넘어가니 마빡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쓰려진 상대의 가슴과 옆구리를 걷어차고 있었어. 역시 마빡도 나못지 않게 잔인한 놈이다.
“그.........그만해 새끼야. 어떻게 너희 새끼들은 하나같이 잔인하냐.”
일진회 쪽에서 세 번째 놈이 나오니 나머지 사람들이 바닥에 쓰려진 놈을 자기 쪽으로 끌고 갔다. 마빡은 입가에 뭍은 피를 닫아내더니 바닥에 침을 뺏고 우리 쪽으로 돌아왔다.
“수고했다. 역시 마빡 머리는 금강석이야. 금강석~”
“당연하지. 내 머리가 저런 새끼 발길질에 흠집이나 나겠어.”
마빡은 피식 웃으며 바닥에 주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힘들었던 모양이다. 마빡 다음으로 작두가 나섰다. 작두는 단검(短劍)을 무기로 사용하지만 본래는 실전공수도의 고수다. 실전공수는 재일동포인 최배달이 만들 공수도 유파로 형이나 식을 보다는 실전대련을 중요시하는 유파다. 작두가 앞으로 나서자 상대도 긴장하며 작두를 주시한다. 이번 상대는 앞서 나왔던 상대들과는 달리 군살 없이 날렵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권투를 익힌 사람이야. 너의 특기는 뭐지.”
“공수도.......가끔 검도도 하지만 특기는 공수도야.”
“너희들이 두 번 이겼으니 이번에는 꼭 우리가 이겨야겠군.”
“병신.........이번 대결을 무슨 무술대회로 아니........우린 너희들을 박살내기 위해서 왔어. 쉽게 말해 모두 박살내 버리겠다는 말이야.”
“우릴 너무 무시하는군.......좋아. 일단 한 놈이라도 꺾고 나서 말해야지.”
상대는 다리를 벌리고 양쪽 주먹을 턱밑에 붙인다. 전형적인 권투 자세다. 작두는 어깨를 한번 풀더니 팔을 가슴까지 올리고 다리를 벌린다. 작두도 자세를 잡았다. 상대는 작두의 주위를 돌며 펀치를 날린다. 철저한 아웃복싱을 하는 것이다. 작두는 상대의 주먹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접근했다. 권투에 달련된 상대에게 섣불리 치고 들어가다가는 난타를 당할 가망성이 많기 때문이다. 상대의 주위를 맴돌던 작두는 한순간 상대에게 돌격하며 다리로 상대의 다리를 공격했다. 상대는 빠른 몸놀림으로 작두의 발차기를 피하고 주먹으로 작두의 얼굴을 치고 들어왔다.
“퍽~ 퍽~ 퍽~”
작두의 얼굴의 상대의 편치가 작렬하니 작두의 고개가 좌우로 돌아간다. 하지만 작두는 결정적인 펀치는 피한 모양인지 상대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몸을 한바퀴 회전하여 팔꿈치로 상대의 얼굴을 공격했다. 상대는 작두가 회전하며 팔꿈치를 날리니 고개를 숙여 작두의 공격을 피하며 작두의 옆구리를 공격해 왔다. 하지만 작두는 상대의 의도를 미리 간파했는지 그대로 몸을 공중으로 날리며 양손을 깍지 껴서 한 팔을 받치고 팔꿈치로 상대의 등을 찍어왔다.
“퍽~”
“으윽~ 이런 십팔~”
작두의 팔꿈치에 등을 찍힌 상대는 자세를 비틀며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작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즉 굽혀진 무릎을 펴며 공중으로 점프하며 작두에게 엎어 킥을 날린 것이다. 작두는 상대의 주먹이 날아오자 공중에서 몸을 비틀었고, 상대의 주먹은 작두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니 작두의 얼굴에 길게 상처가 생겼다.
“이런 좆만한 새끼. 감히 내 얼굴에 흠집을 내.”
작두는 땅에 작지하자 상대를 향해 돌격했다. 상대는 엎어 킥을 날린 이후 자세를 바로잡다가 작두가 돌격하자 작두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얼굴에 흠집(?)이 생긴 작두는 상대의 주먹을 무시하며 돌격하니 상대의 주먹이 작두의 어깨와 배를 강타했다. 작두는 얼굴로 날아오는 주먹만 피하며 상대에게 돌격한 것이다.
“걸렸어.”
상대에게 돌격한 작두는 상대의 어깨를 잡자마자 그대로 몸을 날려 양쪽 무릎으로 상대의 얼굴을 공격하니 상대는 어깨가 잡힌 상태에서 몸을 뒤로 젖혀 작두의 공격을 피하려 했다.
“퍽~ 퍽~”
“크윽~”
상대는 고개를 젖혀 급소는 피했지만 얼굴 한쪽이 작두의 무릎에 찍혔다. 작두는 상대가 비틀거리자 어깨를 잡은 상태에서 상대의 뒤로 넘어가니 상대는 중심이 무너지며 뒤로 쓰려진다. 작두는 그 빈틈을 놓치지 낳고 뒤로 돌아 넘어지는 상대의 등을 앞차기로 차올리고 튕겨져 올라오는 상대의 가슴을 팔꿈치로 찍어버리니 상대는 그대로 피를 토하며 의식을 잃어버린다. 작두는 쓰려진 상대를 차가운 눈으로 보더니 그대로 등을 돌렸다. 예전의 작두였다면 자신의 별명답게 단검(短劍)으로 상대를 다리 힘줄이나 팔의 힘줄을 끊어버렸을 것이다.
일진회 쪽에서 등장한 3명이 차례대로 쓰려지자 일진회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믿었던 4인방 중 3명이 너무나 허망하게 쓰려지니 당황한 모양이다. 작두가 돌아오자 휘발유가 작두의 어깨를 두드리고 앞으로 나섰다. 작두 다음이 휘발유의 차례였기 때문이다.
“야~ 차동철........이번에는 네가 나가라.”
“참내~ 명색이 회장인데 지금 내가 나가야겠어요. 큰소리치신 사인방께서 나가세요.”
“이런 십팔........강태자 빼고 모두 별 볼일 없는 놈들이라고 했잖아. 네 눈에는 저 새끼들이 핫바지로 보이냐.”
“누구든지 상관없다고 한 것은 선배들이었어요.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저런 새끼들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큰소리 쳤어요. 큰소리를 쳤으면 무언가 보여주어야 하잖아요.”
“이런 십팔~..........차동철........두고 보자.”
차동철과 말싸움을 놈이 차동철을 차갑게 째려보고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아마도 삼학년 사인방중 마지막 놈인 모양이다.
“너희들...........1학년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대단한 실력들을 가지고 있군. 더구나 너는 일진회에서도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휘발유 아니야.”
“나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내가 어떤 놈인지도 알겠군.”
“빠드득~ 잘 알지..........휘발유가 아니라 개고기라는 소문도 있더군.”
“내 성질을 건드려볼 생각인 모양이지........그래.......어떤 새끼들은 날 휘발유가 아니라 개고기라고 부르더군.......너 오늘 개고기한테 물려봐~”
개고기는 상대를 향해 돌격했다. 휘발유는 급한 성격만큼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단 돌격부터 한다. 쉽게 말해 염탐이고 나발이고 상대가 죽던지 내가 죽던지 결판을 내자는 식이다. 상대도 휘발유의 이런 성격을 알고 있는지 돌격하는 휘발유를 향해 같이 돌격했다. 싸움에는 기세(氣勢)라는 것이 있는데 기세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싸움은 해보나 마나다. 휘발유와 상대가 중간에 만나니 팔과 다리가 난무한다. 흔히 말하자는 막~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휘발유는 상대의 앞섬을 잡아당기며 무릎으로 상대의 가슴을 공격했고, 상대는 휘발유의 다리를 수비하며 머리로 휘발유의 얼굴을 공격했다. 휘발유은 얼굴이 상대의 머리에 얼굴이 가격당한 상황에서도 상대의 목을 붙잡고 허리를 뒤로 굽히며 상대를 넘겨버리니 상대와 작두가 동시에 땅에 쓰려졌다. 그 후로 작두와 상대는 땅바닥을 구르며 누가 누굴 공격하는지 모를 정도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휘발유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휘발유의 싸움은 향상 이런 식이다. 휘발유는 특별히 무언가를 배우지는 않았다. 오직 수많은 싸움을 통해 몸으로 싸움기술을 익힌 것이다. 한참을 상대와 같이 뒹굴고 있던 휘발유가 상대를 눕히고 상대의 위로 올라가더니 주먹으로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며 그대로 점프하더니 무릎으로 상대의 가슴을 찍어버린다. 싸움이 싱겁게 끝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보기에는 싱겁고 재미없는 싸움이지만 이런 싸움이 가장 힘든 법이다. 쉽게 말해 자신을 불살라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휘발유가 길게 한숨을 쉬로 우리 쪽으로 온다.
<<계속>>
싸움에 임하는 마음자세는 중요하다. 상대를 너무 강하게 보고 겁부터 먹은 것도 안 되지만 상대를 앎보고 긴장을 늦추는 것도 좋은 자세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자심감이다. 쉽게 말해 초장부터 기(氣)싸움에서 밀리면 싸워보나마나 지는 것이다. 나와 친구들은 상대보다 숫자가 적다. 상대는 7명이고 우리는 4명이다. 하지만 나와 친구들은 상대의 숫자에 주눅 들거나 기(氣)가 죽지 않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차동철은 우리와 자신들 편을 살펴보더니 앞으로 나섰다.
“어떻게 할까? 너희들은 4명이고 우리는 7명이니 한번에 싸우면 우리가 유리해. 하지만 그렇게 이기면 너희들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지.”
차동철은 우리일행과 일대일 대결을 원하는 모양이다. 그것이 우리나 자신들 편을 확실하게 지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차동철은 우리 모두가 지치면 뒤통수를 치려고 준비하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는 어떻게 싸우던 상관없어. 그쪽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
“참내.......이거야 원. 야~ 회장 비켜봐~”
덩치가 하마 같은 사내가 차동철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섰다. 입구에서부터 우리에게 시비를 걸던 놈이다.
“나는 3학년 오인규라고 한다. 그동안은 입시준비 때문에 바빠서 일진회 일에 신경 쓰지도 않았더니 별 떨거지들이 설치고 다니는군.”
“하하하~ 우리가 떨거지로 보이는 모양이군. 야~ 하마 우리가 만만하게 보이냐.”
내가 큰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하자 오인규은 인상을 쓰며 한숨을 쉬었다.
“휴~ 나이 먹는 내가 후배들일에 끼어드는 것도 창피한 일이라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너희들 너무 거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특히 강태자........너 이 새끼. 우리학교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냐. 우리 일진회가 만만하게 보여. 네놈 눈에는 선배도 안보여. 어떻게 새까만 후배 새끼가 선배한테 바락바락 대들어.”
“방금 오인규라고 했냐.........3학년이라? 그럼 나이가 18인가?.........야~ 미친 새끼야. 나이 처먹은 것이 훈장이냐. 학교 몇 년 빨리 들어온 것이 벼슬이야. 꼭 할말 없으면 나이나 학년 가지고 따지는 새끼들이 있다니까? 야 이~ 개새끼야. 나이 처먹고 학교 먼저 들어온 걸 내세우지 말고 실력으로 나를 굴복시켜 봐~ 나보다 몇 년 빨리 태어나서 처먹은 것도 많으니까 힘으로 굴복시켜보란 말이야. 병신새끼야. 왜 내말이 틀렸냐. 덩치만 산만한 새끼야.”
“이.........이런 개자식.........말 다했냐. 뭐~ 저런 개새끼가 다 있어.”
“병신~ 너희 일진회 새끼들은 나이나 학년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한다며........그건 너희들 주둥이로 한 말이야. 아니야. 아니라면 아니라고 해봐~ 새끼야.”
오인규는 한동안 말도 못하고 나를 노려보더니 길게 한숨을 쉬고 차갑게 웃는다.
“후후후~ 오랜만에 뚜껑 열리네.......그래 우리 일진회는 실력으로 평가한다. 우리가 지면 깨끗하게 항복하겠다. 대신........네놈이 지면 그때는 잘근잘근 밟아주겠어. 아주 뼈도 못 추리게 밟아버릴 거야.”
“하하하~ 당연하걸 말이라고 하냐...........그리고 넌 주둥이로 싸우나. 새끼야. 자신 있으면 주둥이가 아니라 주먹으로 덤비란 말이야. 덩치만 큰 병신 새끼야.”
“십팔 좆까고.......너 나와........일대일로 상대해 주겠다. 뒤에 있는 새끼들.........절대 나서지 마라. 나서는 새끼는 저 새끼보다 먼저 죽어버린다. 와라. 좆만한 새끼야.”
“하하하~ 진작 이렇게 나와야지. 그래 이제야 좀 사내답다. 너희들은 물러나 있어.”
나는 친구들을 뒤로 물려나게 하고 앞으로 나서니 반대편에서도 다른 놈들은 뒤로 물려나고 하마만 앞으로 나섰다.
하마는 나를 눈을 보며 팔을 한바퀴 돌려보더니 깍지를 끼고 팔을 풀었다. 놈의 동작이나 덩치로 보아 레슬링이나 씨름계통의 무술을 익힌 모양이다. 나는 팔과 어깨를 풀고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렸다. 몸을 푼 하마는 양손을 넓게 벌리고 손가락을 벌렸다. 쉽게 말해 나를 잡아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자세다. 이런 상대에게는 잡히면 끝이다. 권투의 아웃사이더처럼 주위를 돌며 치고 빠지는 식으로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자세를 고장하여 움직이지 않고 상대의 눈과 손을 주시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하마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한순간 하마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더니 나를 향해 돌격하며 앞섬을 잡으려 했다. 나는 무릎을 굽혀 하마의 손을 피하며 양쪽 주먹으로 연달아 하마의 배와 사타구니를 공격하니 하마는 다리를 움직여 사타구니의 공격을 피했지만 배에는 나의 주먹이 파고들었다.
“킥킥킥~ 걸렸어. 그런 솜뭉치 같은 주먹은 나를 타격을 주지 못해.”
하마는 배를 강타한 나의 팔목을 잡고 나머지 한손으로 나의 등을 공격해 왔다. 하마는 급소는 피하며 비곗살이 많은 배를 내주고 나의 등을 공격하는 것이다. 나는 등으로 떨어지는 하마주먹을 피하기 위해 땅바닥에 쓰려지듯이 온몸을 눕히니 바로 하마의 다리가 보인다. 이대로 있으면 하마의 주먹을 피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2차로 공격해오는 하마의 다리를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자유로운 한쪽 팔로 하마의 한쪽 무릎을 공격했다.
“흥~ 끝났어.”
하마는 내가 바닥에 쓰려지듯 몸을 눕히자(?)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고 공중으로 도약해서 나를 밟으려 했다. 하지만 중간에 나의 주먹이 하마의 허벅지를 스치며 자세가 흔들렸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팔로 땅을 받치며 물구나무를 서서 흔들리는 하마의 가슴을 차올렸다.
“퍽~ 퍽~”
“으윽~ 이런 빌어먹을 자식~”
하마는 나의 양발 끝에 가슴이 가격 당하자 통증을 참고 나의 다리를 잡아 유도의 엎어치기 동착으로 던져버리니 나는 공중에 뜬 자세에서 몸을 비틀어 한바퀴 회전하며 바닥에 착지했다. 10여 초간 벌어진 대결의 결과를 보며 하마는 다리와 가슴을 가격 당했고 나는 다리에 약간의 부상을 당했다.
“흥~ 온몸이 비곗살이라 웬만한 가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단 이거지. 좋아.”
하마는 힘과 맷집에 비해 민첩함이 부족하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했으니 이제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일만 남았다. 나는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하마의 얼굴을 향해 옆차기를 했다. 하마는 자세를 낮추며 나의 발을 피하고 양손으로 나의 몸통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하마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발을 회수하며 몸을 회전했다. 발차기는 허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한바퀴 회전하여 양발 끝으로 하마의 머리를 찍으려 했다. 하마는 내가 공중에서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줄을 몰라 미처 방비하지 못하고 머리가 나의 발끝에 찍혔다. 하지만 그만한 타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고 떨어지는 나의 몸을 잡으려 했다.
“흥이다. 아직 십년은 멀었어.”
나는 떨어지는 자세를 살짝 비틀며 양손을 펴서 수도(手刀)로 하마의 목을 공격했다.
“퍽~ 퍽~”
“크윽~”
목을 가격당한 하마가 비틀거린다. 나는 땅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라 하마의 머리를 붙잡고 무릎으로 하마의 얼굴을 찍어버렸다.
“퍽~”
“크아아아악~”
나의 무릎이 하마의 인중(코밑)을 찍어버리자 하마는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뒤로 넘어갔고 나는 양쪽 무릎을 세워 바닥으로 쓰려지는 하마의 가슴을 향해 떨어졌다.
“퍽퍽~ 우두두둑~”
“으으으악~”
하마는 바닥에 쓰려지는 것과 동시에 나의 무릎에 가슴이 찍히니 하마의 갈비뼈가 부러지며 피를 토하며 기절해 버린다. 나는 하마의 가슴에서 일어나 기절한 하마의 얼굴을 걷어차 버리니 하마의 얼굴이 돌아가며 커다란 덩치가 움찍거린다.
“저.........저런 잔인한 새끼........승부는 났어. 그만해 새끼야.”
일진회 쪽에서 한 놈이 하마의 얼굴과 가슴을 걷어차고 있는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하마에게 떨어지며 뒤로 물려나니 하마에게 달려왔던 놈은 하마를 자기편 쪽으로 끌고 가더니 다시 앞으로 나왔다.
“잔인한 새끼.........야~ 강태자. 이번에는 내가 상대해 주겠다. 나와~”
“네놈 상대는 태자가 아니라. 나야.”
나의 뒤에서 마빡이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앞으로 나섰다. 마빡의 상대는 하마보다는 덩치가 작고 단단한 몸을 가진 사내었다.
“너는 필요 없어. 강태자 나오라고 해.”
“이 새끼가 날 무시하네. 새끼야 먼저 나부터 쓰러트려. 그럼 나오지 말라고 해도 태자가 나올 거야.”
“흥~ 어디서 대가리만 큰놈이.......좋아. 너부터 죽어주지.”
상대는 땅을 박차고 마빡에게 달려오며 연속으로 발차기를 하는데 다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마빡은 다리를 움직여 상대의 공격을 피해보지만 상대의 공격이 너무나 빨라 가슴과 옆구리에 계속해서 가격을 당했다.
“마빡~ 상대는 태권도 고수야...........녀석의 발을 조심해.”
나는 마빡의 상대가 태권도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대는 팔보다는 다리를 이용해 마빡을 밀어붙이고 있다. 마빡은 녀석의 다리를 피하며 녀석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마빡의 특기는 무적의 박치기이기 때문에 일단은 상대에게 접근해야 한다. 마빡의 상대는 코뿔소처럼 돌격하는 마빡의 어깨와 배를 향해 계속해서 발차기를 해온다.
“으아아아악~ 간다.”
마빡은 어깨와 배에서 전해오는 통증을 참고 상대의 가슴을 향해 머리를 앞세우고 돌격했다.
“이런 무식한 새끼.”
상대는 마빡의 공격을 피할 수없자 마빡을 머리를 찍어 차어차기로 찍어왔다.
“퍽~ 퍼어어어억~”
“크아아악~”
상대의 다리가 마빡의 머리를 찍었지만 마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상대의 가슴을 향해 머리를 박았다. 가슴에 박치기를 당한 상대가 자세를 흔들리니, 마빡은 흔들리는 상대의 얼굴을 잡자마자 얼굴을 향해 박치기를 했다.
“퍼어어억~”
“크아악~”
상대는 코피를 흘리며 뒤로 넘어가니 마빡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쓰려진 상대의 가슴과 옆구리를 걷어차고 있었어. 역시 마빡도 나못지 않게 잔인한 놈이다.
“그.........그만해 새끼야. 어떻게 너희 새끼들은 하나같이 잔인하냐.”
일진회 쪽에서 세 번째 놈이 나오니 나머지 사람들이 바닥에 쓰려진 놈을 자기 쪽으로 끌고 갔다. 마빡은 입가에 뭍은 피를 닫아내더니 바닥에 침을 뺏고 우리 쪽으로 돌아왔다.
“수고했다. 역시 마빡 머리는 금강석이야. 금강석~”
“당연하지. 내 머리가 저런 새끼 발길질에 흠집이나 나겠어.”
마빡은 피식 웃으며 바닥에 주저 않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힘들었던 모양이다. 마빡 다음으로 작두가 나섰다. 작두는 단검(短劍)을 무기로 사용하지만 본래는 실전공수도의 고수다. 실전공수는 재일동포인 최배달이 만들 공수도 유파로 형이나 식을 보다는 실전대련을 중요시하는 유파다. 작두가 앞으로 나서자 상대도 긴장하며 작두를 주시한다. 이번 상대는 앞서 나왔던 상대들과는 달리 군살 없이 날렵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권투를 익힌 사람이야. 너의 특기는 뭐지.”
“공수도.......가끔 검도도 하지만 특기는 공수도야.”
“너희들이 두 번 이겼으니 이번에는 꼭 우리가 이겨야겠군.”
“병신.........이번 대결을 무슨 무술대회로 아니........우린 너희들을 박살내기 위해서 왔어. 쉽게 말해 모두 박살내 버리겠다는 말이야.”
“우릴 너무 무시하는군.......좋아. 일단 한 놈이라도 꺾고 나서 말해야지.”
상대는 다리를 벌리고 양쪽 주먹을 턱밑에 붙인다. 전형적인 권투 자세다. 작두는 어깨를 한번 풀더니 팔을 가슴까지 올리고 다리를 벌린다. 작두도 자세를 잡았다. 상대는 작두의 주위를 돌며 펀치를 날린다. 철저한 아웃복싱을 하는 것이다. 작두는 상대의 주먹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접근했다. 권투에 달련된 상대에게 섣불리 치고 들어가다가는 난타를 당할 가망성이 많기 때문이다. 상대의 주위를 맴돌던 작두는 한순간 상대에게 돌격하며 다리로 상대의 다리를 공격했다. 상대는 빠른 몸놀림으로 작두의 발차기를 피하고 주먹으로 작두의 얼굴을 치고 들어왔다.
“퍽~ 퍽~ 퍽~”
작두의 얼굴의 상대의 편치가 작렬하니 작두의 고개가 좌우로 돌아간다. 하지만 작두는 결정적인 펀치는 피한 모양인지 상대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몸을 한바퀴 회전하여 팔꿈치로 상대의 얼굴을 공격했다. 상대는 작두가 회전하며 팔꿈치를 날리니 고개를 숙여 작두의 공격을 피하며 작두의 옆구리를 공격해 왔다. 하지만 작두는 상대의 의도를 미리 간파했는지 그대로 몸을 공중으로 날리며 양손을 깍지 껴서 한 팔을 받치고 팔꿈치로 상대의 등을 찍어왔다.
“퍽~”
“으윽~ 이런 십팔~”
작두의 팔꿈치에 등을 찍힌 상대는 자세를 비틀며 아직 공중에 떠 있는 작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즉 굽혀진 무릎을 펴며 공중으로 점프하며 작두에게 엎어 킥을 날린 것이다. 작두는 상대의 주먹이 날아오자 공중에서 몸을 비틀었고, 상대의 주먹은 작두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니 작두의 얼굴에 길게 상처가 생겼다.
“이런 좆만한 새끼. 감히 내 얼굴에 흠집을 내.”
작두는 땅에 작지하자 상대를 향해 돌격했다. 상대는 엎어 킥을 날린 이후 자세를 바로잡다가 작두가 돌격하자 작두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얼굴에 흠집(?)이 생긴 작두는 상대의 주먹을 무시하며 돌격하니 상대의 주먹이 작두의 어깨와 배를 강타했다. 작두는 얼굴로 날아오는 주먹만 피하며 상대에게 돌격한 것이다.
“걸렸어.”
상대에게 돌격한 작두는 상대의 어깨를 잡자마자 그대로 몸을 날려 양쪽 무릎으로 상대의 얼굴을 공격하니 상대는 어깨가 잡힌 상태에서 몸을 뒤로 젖혀 작두의 공격을 피하려 했다.
“퍽~ 퍽~”
“크윽~”
상대는 고개를 젖혀 급소는 피했지만 얼굴 한쪽이 작두의 무릎에 찍혔다. 작두는 상대가 비틀거리자 어깨를 잡은 상태에서 상대의 뒤로 넘어가니 상대는 중심이 무너지며 뒤로 쓰려진다. 작두는 그 빈틈을 놓치지 낳고 뒤로 돌아 넘어지는 상대의 등을 앞차기로 차올리고 튕겨져 올라오는 상대의 가슴을 팔꿈치로 찍어버리니 상대는 그대로 피를 토하며 의식을 잃어버린다. 작두는 쓰려진 상대를 차가운 눈으로 보더니 그대로 등을 돌렸다. 예전의 작두였다면 자신의 별명답게 단검(短劍)으로 상대를 다리 힘줄이나 팔의 힘줄을 끊어버렸을 것이다.
일진회 쪽에서 등장한 3명이 차례대로 쓰려지자 일진회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믿었던 4인방 중 3명이 너무나 허망하게 쓰려지니 당황한 모양이다. 작두가 돌아오자 휘발유가 작두의 어깨를 두드리고 앞으로 나섰다. 작두 다음이 휘발유의 차례였기 때문이다.
“야~ 차동철........이번에는 네가 나가라.”
“참내~ 명색이 회장인데 지금 내가 나가야겠어요. 큰소리치신 사인방께서 나가세요.”
“이런 십팔........강태자 빼고 모두 별 볼일 없는 놈들이라고 했잖아. 네 눈에는 저 새끼들이 핫바지로 보이냐.”
“누구든지 상관없다고 한 것은 선배들이었어요.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저런 새끼들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그동안 큰소리 쳤어요. 큰소리를 쳤으면 무언가 보여주어야 하잖아요.”
“이런 십팔~..........차동철........두고 보자.”
차동철과 말싸움을 놈이 차동철을 차갑게 째려보고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아마도 삼학년 사인방중 마지막 놈인 모양이다.
“너희들...........1학년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대단한 실력들을 가지고 있군. 더구나 너는 일진회에서도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휘발유 아니야.”
“나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내가 어떤 놈인지도 알겠군.”
“빠드득~ 잘 알지..........휘발유가 아니라 개고기라는 소문도 있더군.”
“내 성질을 건드려볼 생각인 모양이지........그래.......어떤 새끼들은 날 휘발유가 아니라 개고기라고 부르더군.......너 오늘 개고기한테 물려봐~”
개고기는 상대를 향해 돌격했다. 휘발유는 급한 성격만큼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일단 돌격부터 한다. 쉽게 말해 염탐이고 나발이고 상대가 죽던지 내가 죽던지 결판을 내자는 식이다. 상대도 휘발유의 이런 성격을 알고 있는지 돌격하는 휘발유를 향해 같이 돌격했다. 싸움에는 기세(氣勢)라는 것이 있는데 기세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싸움은 해보나 마나다. 휘발유와 상대가 중간에 만나니 팔과 다리가 난무한다. 흔히 말하자는 막~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휘발유는 상대의 앞섬을 잡아당기며 무릎으로 상대의 가슴을 공격했고, 상대는 휘발유의 다리를 수비하며 머리로 휘발유의 얼굴을 공격했다. 휘발유은 얼굴이 상대의 머리에 얼굴이 가격당한 상황에서도 상대의 목을 붙잡고 허리를 뒤로 굽히며 상대를 넘겨버리니 상대와 작두가 동시에 땅에 쓰려졌다. 그 후로 작두와 상대는 땅바닥을 구르며 누가 누굴 공격하는지 모를 정도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휘발유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휘발유의 싸움은 향상 이런 식이다. 휘발유는 특별히 무언가를 배우지는 않았다. 오직 수많은 싸움을 통해 몸으로 싸움기술을 익힌 것이다. 한참을 상대와 같이 뒹굴고 있던 휘발유가 상대를 눕히고 상대의 위로 올라가더니 주먹으로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며 그대로 점프하더니 무릎으로 상대의 가슴을 찍어버린다. 싸움이 싱겁게 끝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보기에는 싱겁고 재미없는 싸움이지만 이런 싸움이 가장 힘든 법이다. 쉽게 말해 자신을 불살라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휘발유가 길게 한숨을 쉬로 우리 쪽으로 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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