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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만에 같은 곳에서 사진 찍은.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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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79 회 작성일 23-12-11 04:3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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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살 때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4살, 혹은 5살정도 때가 아닌가 싶다. 84년 혹은 85년 (물론 더 전이거나 후일수도 있겠지만) 쯤의 일인거 같다. 아버지는 사진 찍는걸 매우 좋아했던걸로 기억한다. 한번은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서 길이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사고현장을 구경하던 사람이 우연히 아버지차 조수석에 카메라와 장비들이 놓여 있는걸 보고 기자냐고 어서 빨리 찍으라고 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 당시에는 SLR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을테니 충분히 있을법한 오해일테다. 디지틀 시대에 장식품으로 전락한 그 시절의 몇대의 필름 카메라들은 고향집 어딘가에서 주인을 잃은채 먼지만 쌓이고 있다. 그 낡은 카메라중 하나가 찍어주었을 이 사진은 그래도 다행히 아직 내 서랍에 남아있다. 
 
 그 당시에 아버지가 찍었던 수 많은 사진들은 10여권이 넘어가는 두꺼운 앨범에 우리가족의 모든 추억을 담고 있었다. 정말 불행히도 20대 중반쯤 이사하던중에 앨범만 모아둔 박스가 분실되는 바람에 그 모든 사진들은 한번에 잃고 말았다. 그래서 단 한장의 가족사진도 남아 있던게 없었다. 아니 더이상 찍을래야 찍을 수도 없었다. 수십년이 지났고 과거의 SLR과는 비교도 안될 좋은 DSLR들이 많이 나와 있는 지금이지만 가족사진을 찍어줄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니었다. 그렇게 가족들의 사진은 머리속에서만 기억되었다. 
 
 몇달전 사촌동생의 결혼식때 몇년만에 모든 친척들이 다 모인적이 있었는데 그때 숙모가 옜날 사진 몇장들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거기에 이 사진이 있었다. 한 장도 남아 있을꺼라 생각하지 않았던 가족사진이. 숙모의 낡은 앨범에서 한잔 남아 있었다. 동해바다가 바라보이는 언덕위의 공원에서 찍은 사진. 비록 거의 30여년 가까이 지난 사진이지만 분명 거기가 어딘지 바로 기억할 수 있었다. 생각하고 떠올리고 할 필요가 없이 그냥 보는 순간 머리속에 GPS라도 있는 듯 그 곳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을 다시 찾아 갔다.
 
 27년 혹은 28년이 지났을 지금 그 장소는 예전의 사진속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무너진 축대들은 깔끔히 복구 되어 있었고 계단역시 새로 단장한듯했고 언덕 위의 건물들도 달라 졌으며 나무조차 그때와는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 그곳이었다 건물뒤로 보이는 초등학교 건물과 국기 계양대. 그리고 몇 남아있는 소나무등은 변하지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진에서 나오진 않지만 그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항구의 모습은 분명 달라졌지만 내 눈에 보이는 동해 바다는 4~5살의 꼬마가 보던 바다와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품에 안겨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그 꼬마가 어느덧 30대가 훌쩍넘어 자신의 가족인 부인과 함께 그 곳을 찾았다. 그리고 같은 곳에서 사진을 남겨 보았다. 수십년 후 우리 자식들이 생긴다면 그들이 이 곳을 찾아 볼까? 사람의 추억이란 부질없는 것이란 생각을 가끔 했다. 어차피 지나고나면 그냥 기억한 구석에서만 어렴풋이 남아있을 때가 많고, 바로 어제 갔던 곳에서의 일이 그 다음날이면 수 년 지난일 처럼 희석되어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데 정말 이해 할 순 없지만 수십년전의 일이지만 바로 어제일 처럼 또렷한 기억이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그 몇개의 추억들은 비록 꺼내 남에게 보여 줄순 없어도 괜히 생각하며 혼자 흐믓해하며 미소짓게 만드는 그런 기억들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작은 행복이 참 식상한 표현이지만 삶에 힘이 되어 주는 것 같다.





 




길어서 미안하다 2012년도 마지막날이네 다들 한해 마무리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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