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과 동거하기 시즌2 - 1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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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시즌 2 . . .17
"이자식! 정말.. 이렇게 가는 거냐??"
경식은 주경이와 함께 운을 배웅해 주기 위해 공항으로 나왔다.
운이 가는 ***대학은 동경에 있는 대학이라, 일찌감치 그곳에서 자리 잡기 위해 떠나야 했다.
고등학교때부터 혼자서 모든걸 해 온 운은 포부가 큰 아이였다.
그렇기에 ***대학을 목표로 꼼꼼히 공부했으며, 아르바이트와 음악을 병행하며 지금껏 벽돌 하나씩 쌓아가듯
노력한 결과 꿈처럼 멋진 ***대학에 진학하게 된 것이다.
경식은 그런 운이 대단한 뮤지션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것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번에 가면 언제와??"
"4년동안 돌아올 계획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어...
죽도록 공부해야지. 내가 원하는 걸 하기 위한 거니까...
보고싶을 거야!!"
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연에게 떠난다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시우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운은 쓴 웃음을 지으며,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운은 경식이와 주경이 그리고 샤크 멤버와 여동생 주니의 배웅을 받으며, 비행기에 올랐다.
빛처럼 빠르게 시간은 흘러간다.
대학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몇개월이 지나가고, 어느덧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새내기 신입생 환영회를 했던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방학이라니, 시우는 새삼스레 시간이 빠르다는 걸 느꼈다.
"도련님!! 우리 비디오 빌려 볼래요?"
"좋아요!! 형!! 형두 볼거지??"
"그래.. 모처럼 우리 비디오나 보자!!"
수연은 연회색빛 물방울 원피스에 하늘거리는 여름용 반팔 가디건을 걸치고 고풍스런 지갑을 한손에 들고는 현관으로 나왔다.
그런 수연이 뒤로 시우가 따라와 같이가자며 운동화를 꺼내 신는다.
"오빠두 같이 갈래요??"
"아.. 더워. 밖에 나가기 싫다! 딸랑 하나 빌려오지 말고 몇개 빌려와! 어차피 낼 일요일인데 알았지??"
"그럼 맥주도 사올까??"
"오케이!! 안주 준비하고 있을께!! 시우야! 수연이 잘 모시고 갔다와라!!"
"알았어!! 형!"
시우와 수연인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에어콘 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그 뜨거운 열기가 눅눅하게 몸에 달라붙는것만 같다.
수연이 손을 내밀자, 시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맞잡은 수연의 손은 보드랍게 시우의 손을 감싼다.
이렇게 수연이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게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장학금을 받기위해 시우는 밤 낮 열심히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거기다가 일주일에 두번 중학생 과외까지 하게 되어 방학을 맞이하기 전까지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보내온 것이다.
그런 바쁜 생활을 해 온 시우처럼 수연 역시 하루하루 벅찬 시간들로 바쁘게 보내왔다.
회사에선 진급하게 되면서 책임있는 업무가 그녀에게 주어졌다. 새로운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이랄지 연수생들을 위한
강의도 한달에 서너번은 오산에 있는 연수원에서 진행해야 했기에 언제고 일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그 와중에도 디자인 협회에서 추진하는 공모전에 낼 작품 준비로 짬짬이 작업실에서 준비하느랴 주말에도 일을 하기 일쑤였다.
그렇다보니, 시우와 시준 그리고 수연은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함께 얼굴 보며 밥먹는 짬이 나는건 쉬운일이 아니었다.
비디오 가게 문을 열자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살랑 불어왔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지도 꽤 되었다. 그리고, 이처럼 수연과 단 둘이 밖이라고 생각하기엔 초라하지만 함께 있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시우는 두근두근 심장이 뛰어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수연은 시우와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어쩔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시우는 풀어진 손이 허전하고 아쉬웠다. 수연은 또각이는 구두소릴 내며, 신간 코너로 걸어갔다.
개봉되어 극장에 걸렸다가 비디오로 쏟아진 영화들이 즐비하게 대여해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쭈욱 꽂아져 있다.
비디오를 바라보는 수연의 눈빛은 반짝인다. 언제나 그런 수연의 눈빛이 좋아 시우는 항상 설레이는 심장을 조용히 다독이곤 했었다. 항상 보고 느끼고 말하고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수연을 바라보는 시우의 눈동자는 마치 처음 맞닿는 것마냥 새로운 수연이다. 그리고 그 겨울 끝. 수연을 품었던 일들이 마치 꿈처럼 아득하기만 했다.
수연이 돌아본다.
"이거 어때요?? 너무 보고싶어!!"
수연은 비디오를 꺼내들고, 시우에게 보여준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멜로 영화다.
시우는 멜로 영화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수연이 원한다면 기꺼이 빌려 같이 보고 싶었다. 시우는 고갤끄덕이며 수연이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가볍게 수연이 쥐고 있던 비디오를 건네 받으며, 보드라운 수연의 손가락을 하나씩 매만져본다.
수연은 간지럽다는 듯 깃털처럼 가벼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다른 비디오를 고르기 위해 몸을 이동했다.
시우는 수연이 움직인 만큼 다가가 그녀를 바라본다.
"도련님도 하나 골라요!!"
"내가 고르면 빌려 줄 건가요??"
"그럼~!! 당연하지!!"
"나 빌리고 싶은 거 있는데... 말해도 돼요??"
"뭔데요??"
"형수님 마음..."
수연은 맘에든 비디오를 꺼내기 위해 손을 올리고 막 잡아빼려던 손길을 멈추고 천천히 고갤 돌려 시우를 쳐다봤다.
언제고 그 눈빛. 수연, 자신을 바라볼때의 그 특유한 시우의 눈빛. 강렬할 태양 볕에 녹아들고 말 것만 같은..
그러면서도 한없이 서글픈. 눈물이라도 보일 것 같은. 시우의 눈빛에 수연은 가슴이 시리도록 떨려오는 걸 감지했다.
운에게 다이어리를 건네 받던 날.
시우는 그리고 수연은 깨달았다. 더이상 시준에게 상처주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전혀 깨달을 수 없었던 사실을 시우는 운을 통해 알아버리고 만 것이다.
운때문에 느꼈던 분노를 어쩌면 그보다 더 큰 괴롭고 고통스러운 증오를... 시준이 시우와 수연의 관계를 안다면...
알게 된다면 느끼지 않을까? 그건 수연과 시우에게 있어서 너무도 무섭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둘은 가슴에 묻어두고 묻어 둔 만큼 더이상 진행시키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긴 시간을 보내기위해 바쁘게 움직였지만, 지금, 수연은 시우의 눈빛을 바라보며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는 것을
가슴 깊숙히 느끼고 말았다. 그리고, 그 눈빛을 바라보는 수연 스스로도 전혀 시우를 잊지 못했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버리고 만 것이다.
"도...도련님..."
"아냐. 내가 또... 미안해요, 형수님!!
그냥... 형수님이랑 단 둘이 이렇게 비디오 고르고 있으니까...
너무 좋아서.. 그래서..."
"나두.. 좋아요. 나두... 도련님.."
시우는 수연의 말에, 가슴께로 퍼지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쁨은 점점 시우의 심장을 두두렸고, 시우는 그 두두림이 결코 싫지 않았다.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수연을 쳐다보았다.
둘은 계산되어진 비디오 3편을 들고, 비디오 가게를 빠져 나왔다.
이번엔 시우가 수연의 손을 잡고 걸었다.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아 수연의 손을 꼭 쥔 시우는 마음엔 핑크빛 풍선이 하나 둘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근처 슈퍼에 들어 맥주를 사가지고 둘은 집으로 들어왔다.
시준은 냉장고에서 안주가 될만한 것들을 만들어 거실 줄리엣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형! 벌써 준비해 놓은거야??"
"그럼! 뭐 빌렸어!!"
"형수님이 좋아하는 걸로 빌렸어!!"
"뭐야? 그럼 모두 멜로 겠네~~ 으으웅.. 이거 수면젠데~"
시우가 비디오를 틀자, 셋은 쇼파에 자릴 잡고 앉았다.
3인용 쇼파에 시준이 왼쪽 팔거리에 팔을 괴고 그 옆 수연이 다소곳이 앉았다. 그리고 수연이 옆에 시우가 조심스레 앉았다.
매주를 마시며 바라보는 멜로 영화는 시준이 말한대로 쥐약이다. 어쩜 이리도 잔잔하게 흘러만 가는지.
사실 시준은 영화하면 박력넘치는 액션영화 아니면 볼 생각도 안하는 사람인데, 수연이 빌려왔다는 것만으로 꾸욱 참고
비디오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하품이 몰려왔다. 그리고 한술 더 떠 시원하게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맥주는 피곤으로 찌든 몸을 더욱 나른하게 만들고 말았다.
한편 수연은 영화에 흠뻑 빠져 맥주를 홀짝였다. 이 영화의 절정에선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얼마나 슬픈지 휴지를 몇개나 뽑아 눈물을 훔쳤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마큼, 수연은 영화에 심취해 숨 죽여 영화를 본다. 가끔 잔이 빌때마다 시우가 잔을 채워 주었다. 시우는 수연을 쳐다보았다. 시우에게 있어선 수연이 영화였다. 맑고 고운 눈이 눈물을 짜낼 땐 서둘러 티슈를 뽑아 그녀의 눈물을 훔쳐 주었다. 행복한 해피앤딩으로 영화가 마무리 되자 수연의 얼굴엔 해바라기처럼 환한 웃음이 감돌았다. 시우는. 그런 형수님 수연을 보는게 좋았다. 알싸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숨긴채 바라보는 수연이 좋았다.
두번째 영화 중반쯤 되어서, 시준은 괴고 있던 손을 풀고, 뒤로 몸을 기대고는 낮은 코소릴 내며 잠에 빠지고 말았다. 한참만에 시준이 잠에 빠진걸 발견한 수연이 킥킥 시우에게 시준을 보라고 손짓을 하면 웃음을 보였다. 장난스러운 수연의 웃음에 시우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살짜기 일으켜 입술을 뻗어 수연의 볼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아.."
맞 닿은 수연의 볼에 고스란히 남은 시우의 입술 감촉은 낯설은 만큼 신선한 충격으로 맞닿은 볼이 붕 떠오르는 것 같다.
짧게 스치고 지나간 가벼운 여름밤의 바람이라 생각하기엔 시우의 매끄럽고 촉촉한 입술의 감촉은 오래전 시우가 남겨준 모든 감각을 일께워 주기에 조금도 손색없는 감촉이었다. 수연은 자기도 모르게 낮게 그러나 달콤하게 뜨거운 숨을 토했다.
그런 수연을 바라본 시우는 애타는 눈빛으로 목젖을 움직이며 침을 삼켜고는 조금 더 수연에게 다가가 살며시 그러나 재빠르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인 시우의 혀놀림이 수연의 잠자고 있던 성감대를 모조리 깨워 일으켰다. 수연은 바로 옆에 남편 시준이 잠들어 있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하지만 절대 멈출 수 없는 키스를 시우와 나누고 있는 것이 더욱더 자극이 되어 몸을 가늘게 떨어댔다.
"으읍.."
길고도 오묘한 마법같은 입맞춤은 시우의 온 몸을 불꽃으로 만들었다. 그 불꽃은 수연에게 새로운 불꽃을 품게 했고, 이 긴 입맞춤을 가까스로 끝낸 시우는 밑바닥 부터 끌어오르는 욕정에 몸을 떨며 천천히 수연의 귓가로 입술을 옮겼다.
시우는 행여 시준이 깰까 아주 낮은 저음으로 수연이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귓가에 들려오는 시우의 낮은 음성은 수연의 귓속을 파고들어 온 몸에 뜨거운 열기를 불어 넣고,
몽환적인 나른함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아... 내 사랑...
나의 연인....
나의 오랜 그리움...
형수님..
당신을..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시우는 다시금 수연의 입술을 빨아 당기며 혀를 깊숙히 집어 넣는다.
입속을 배회하는 시우의 혀는 수연이 혀와 맞닿아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한 교감을 나누고,
시우는 수줍게 흔들리는 수연의 젖가슴 쪽으로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이자식! 정말.. 이렇게 가는 거냐??"
경식은 주경이와 함께 운을 배웅해 주기 위해 공항으로 나왔다.
운이 가는 ***대학은 동경에 있는 대학이라, 일찌감치 그곳에서 자리 잡기 위해 떠나야 했다.
고등학교때부터 혼자서 모든걸 해 온 운은 포부가 큰 아이였다.
그렇기에 ***대학을 목표로 꼼꼼히 공부했으며, 아르바이트와 음악을 병행하며 지금껏 벽돌 하나씩 쌓아가듯
노력한 결과 꿈처럼 멋진 ***대학에 진학하게 된 것이다.
경식은 그런 운이 대단한 뮤지션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것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번에 가면 언제와??"
"4년동안 돌아올 계획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어...
죽도록 공부해야지. 내가 원하는 걸 하기 위한 거니까...
보고싶을 거야!!"
운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연에게 떠난다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시우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운은 쓴 웃음을 지으며,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운은 경식이와 주경이 그리고 샤크 멤버와 여동생 주니의 배웅을 받으며, 비행기에 올랐다.
빛처럼 빠르게 시간은 흘러간다.
대학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몇개월이 지나가고, 어느덧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새내기 신입생 환영회를 했던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방학이라니, 시우는 새삼스레 시간이 빠르다는 걸 느꼈다.
"도련님!! 우리 비디오 빌려 볼래요?"
"좋아요!! 형!! 형두 볼거지??"
"그래.. 모처럼 우리 비디오나 보자!!"
수연은 연회색빛 물방울 원피스에 하늘거리는 여름용 반팔 가디건을 걸치고 고풍스런 지갑을 한손에 들고는 현관으로 나왔다.
그런 수연이 뒤로 시우가 따라와 같이가자며 운동화를 꺼내 신는다.
"오빠두 같이 갈래요??"
"아.. 더워. 밖에 나가기 싫다! 딸랑 하나 빌려오지 말고 몇개 빌려와! 어차피 낼 일요일인데 알았지??"
"그럼 맥주도 사올까??"
"오케이!! 안주 준비하고 있을께!! 시우야! 수연이 잘 모시고 갔다와라!!"
"알았어!! 형!"
시우와 수연인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에어콘 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그 뜨거운 열기가 눅눅하게 몸에 달라붙는것만 같다.
수연이 손을 내밀자, 시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맞잡은 수연의 손은 보드랍게 시우의 손을 감싼다.
이렇게 수연이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게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장학금을 받기위해 시우는 밤 낮 열심히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거기다가 일주일에 두번 중학생 과외까지 하게 되어 방학을 맞이하기 전까지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보내온 것이다.
그런 바쁜 생활을 해 온 시우처럼 수연 역시 하루하루 벅찬 시간들로 바쁘게 보내왔다.
회사에선 진급하게 되면서 책임있는 업무가 그녀에게 주어졌다. 새로운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이랄지 연수생들을 위한
강의도 한달에 서너번은 오산에 있는 연수원에서 진행해야 했기에 언제고 일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그 와중에도 디자인 협회에서 추진하는 공모전에 낼 작품 준비로 짬짬이 작업실에서 준비하느랴 주말에도 일을 하기 일쑤였다.
그렇다보니, 시우와 시준 그리고 수연은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함께 얼굴 보며 밥먹는 짬이 나는건 쉬운일이 아니었다.
비디오 가게 문을 열자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살랑 불어왔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지도 꽤 되었다. 그리고, 이처럼 수연과 단 둘이 밖이라고 생각하기엔 초라하지만 함께 있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시우는 두근두근 심장이 뛰어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수연은 시우와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어쩔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시우는 풀어진 손이 허전하고 아쉬웠다. 수연은 또각이는 구두소릴 내며, 신간 코너로 걸어갔다.
개봉되어 극장에 걸렸다가 비디오로 쏟아진 영화들이 즐비하게 대여해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쭈욱 꽂아져 있다.
비디오를 바라보는 수연의 눈빛은 반짝인다. 언제나 그런 수연의 눈빛이 좋아 시우는 항상 설레이는 심장을 조용히 다독이곤 했었다. 항상 보고 느끼고 말하고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수연을 바라보는 시우의 눈동자는 마치 처음 맞닿는 것마냥 새로운 수연이다. 그리고 그 겨울 끝. 수연을 품었던 일들이 마치 꿈처럼 아득하기만 했다.
수연이 돌아본다.
"이거 어때요?? 너무 보고싶어!!"
수연은 비디오를 꺼내들고, 시우에게 보여준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멜로 영화다.
시우는 멜로 영화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수연이 원한다면 기꺼이 빌려 같이 보고 싶었다. 시우는 고갤끄덕이며 수연이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가볍게 수연이 쥐고 있던 비디오를 건네 받으며, 보드라운 수연의 손가락을 하나씩 매만져본다.
수연은 간지럽다는 듯 깃털처럼 가벼운 웃음을 지어보이며 다른 비디오를 고르기 위해 몸을 이동했다.
시우는 수연이 움직인 만큼 다가가 그녀를 바라본다.
"도련님도 하나 골라요!!"
"내가 고르면 빌려 줄 건가요??"
"그럼~!! 당연하지!!"
"나 빌리고 싶은 거 있는데... 말해도 돼요??"
"뭔데요??"
"형수님 마음..."
수연은 맘에든 비디오를 꺼내기 위해 손을 올리고 막 잡아빼려던 손길을 멈추고 천천히 고갤 돌려 시우를 쳐다봤다.
언제고 그 눈빛. 수연, 자신을 바라볼때의 그 특유한 시우의 눈빛. 강렬할 태양 볕에 녹아들고 말 것만 같은..
그러면서도 한없이 서글픈. 눈물이라도 보일 것 같은. 시우의 눈빛에 수연은 가슴이 시리도록 떨려오는 걸 감지했다.
운에게 다이어리를 건네 받던 날.
시우는 그리고 수연은 깨달았다. 더이상 시준에게 상처주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전혀 깨달을 수 없었던 사실을 시우는 운을 통해 알아버리고 만 것이다.
운때문에 느꼈던 분노를 어쩌면 그보다 더 큰 괴롭고 고통스러운 증오를... 시준이 시우와 수연의 관계를 안다면...
알게 된다면 느끼지 않을까? 그건 수연과 시우에게 있어서 너무도 무섭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둘은 가슴에 묻어두고 묻어 둔 만큼 더이상 진행시키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긴 시간을 보내기위해 바쁘게 움직였지만, 지금, 수연은 시우의 눈빛을 바라보며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는 것을
가슴 깊숙히 느끼고 말았다. 그리고, 그 눈빛을 바라보는 수연 스스로도 전혀 시우를 잊지 못했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버리고 만 것이다.
"도...도련님..."
"아냐. 내가 또... 미안해요, 형수님!!
그냥... 형수님이랑 단 둘이 이렇게 비디오 고르고 있으니까...
너무 좋아서.. 그래서..."
"나두.. 좋아요. 나두... 도련님.."
시우는 수연의 말에, 가슴께로 퍼지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쁨은 점점 시우의 심장을 두두렸고, 시우는 그 두두림이 결코 싫지 않았다.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수연을 쳐다보았다.
둘은 계산되어진 비디오 3편을 들고, 비디오 가게를 빠져 나왔다.
이번엔 시우가 수연의 손을 잡고 걸었다.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아 수연의 손을 꼭 쥔 시우는 마음엔 핑크빛 풍선이 하나 둘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근처 슈퍼에 들어 맥주를 사가지고 둘은 집으로 들어왔다.
시준은 냉장고에서 안주가 될만한 것들을 만들어 거실 줄리엣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형! 벌써 준비해 놓은거야??"
"그럼! 뭐 빌렸어!!"
"형수님이 좋아하는 걸로 빌렸어!!"
"뭐야? 그럼 모두 멜로 겠네~~ 으으웅.. 이거 수면젠데~"
시우가 비디오를 틀자, 셋은 쇼파에 자릴 잡고 앉았다.
3인용 쇼파에 시준이 왼쪽 팔거리에 팔을 괴고 그 옆 수연이 다소곳이 앉았다. 그리고 수연이 옆에 시우가 조심스레 앉았다.
매주를 마시며 바라보는 멜로 영화는 시준이 말한대로 쥐약이다. 어쩜 이리도 잔잔하게 흘러만 가는지.
사실 시준은 영화하면 박력넘치는 액션영화 아니면 볼 생각도 안하는 사람인데, 수연이 빌려왔다는 것만으로 꾸욱 참고
비디오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하품이 몰려왔다. 그리고 한술 더 떠 시원하게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맥주는 피곤으로 찌든 몸을 더욱 나른하게 만들고 말았다.
한편 수연은 영화에 흠뻑 빠져 맥주를 홀짝였다. 이 영화의 절정에선 결국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얼마나 슬픈지 휴지를 몇개나 뽑아 눈물을 훔쳤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마큼, 수연은 영화에 심취해 숨 죽여 영화를 본다. 가끔 잔이 빌때마다 시우가 잔을 채워 주었다. 시우는 수연을 쳐다보았다. 시우에게 있어선 수연이 영화였다. 맑고 고운 눈이 눈물을 짜낼 땐 서둘러 티슈를 뽑아 그녀의 눈물을 훔쳐 주었다. 행복한 해피앤딩으로 영화가 마무리 되자 수연의 얼굴엔 해바라기처럼 환한 웃음이 감돌았다. 시우는. 그런 형수님 수연을 보는게 좋았다. 알싸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숨긴채 바라보는 수연이 좋았다.
두번째 영화 중반쯤 되어서, 시준은 괴고 있던 손을 풀고, 뒤로 몸을 기대고는 낮은 코소릴 내며 잠에 빠지고 말았다. 한참만에 시준이 잠에 빠진걸 발견한 수연이 킥킥 시우에게 시준을 보라고 손짓을 하면 웃음을 보였다. 장난스러운 수연의 웃음에 시우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살짜기 일으켜 입술을 뻗어 수연의 볼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아.."
맞 닿은 수연의 볼에 고스란히 남은 시우의 입술 감촉은 낯설은 만큼 신선한 충격으로 맞닿은 볼이 붕 떠오르는 것 같다.
짧게 스치고 지나간 가벼운 여름밤의 바람이라 생각하기엔 시우의 매끄럽고 촉촉한 입술의 감촉은 오래전 시우가 남겨준 모든 감각을 일께워 주기에 조금도 손색없는 감촉이었다. 수연은 자기도 모르게 낮게 그러나 달콤하게 뜨거운 숨을 토했다.
그런 수연을 바라본 시우는 애타는 눈빛으로 목젖을 움직이며 침을 삼켜고는 조금 더 수연에게 다가가 살며시 그러나 재빠르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인 시우의 혀놀림이 수연의 잠자고 있던 성감대를 모조리 깨워 일으켰다. 수연은 바로 옆에 남편 시준이 잠들어 있는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하지만 절대 멈출 수 없는 키스를 시우와 나누고 있는 것이 더욱더 자극이 되어 몸을 가늘게 떨어댔다.
"으읍.."
길고도 오묘한 마법같은 입맞춤은 시우의 온 몸을 불꽃으로 만들었다. 그 불꽃은 수연에게 새로운 불꽃을 품게 했고, 이 긴 입맞춤을 가까스로 끝낸 시우는 밑바닥 부터 끌어오르는 욕정에 몸을 떨며 천천히 수연의 귓가로 입술을 옮겼다.
시우는 행여 시준이 깰까 아주 낮은 저음으로 수연이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귓가에 들려오는 시우의 낮은 음성은 수연의 귓속을 파고들어 온 몸에 뜨거운 열기를 불어 넣고,
몽환적인 나른함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아... 내 사랑...
나의 연인....
나의 오랜 그리움...
형수님..
당신을..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시우는 다시금 수연의 입술을 빨아 당기며 혀를 깊숙히 집어 넣는다.
입속을 배회하는 시우의 혀는 수연이 혀와 맞닿아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한 교감을 나누고,
시우는 수줍게 흔들리는 수연의 젖가슴 쪽으로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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