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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를 타고 싶었는데 -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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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14 회 작성일 23-12-10 07: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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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술 한잔만 갖다 주셔. 이왕이면 젤 존걸루."



어차피 큰 공간에 두 사람 밖에 없다. 전면에 부착된 화면에선 뭐라 씨부렁거리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말 뿐이고

그렇다고 여섯시간이나 더 날라가야할 판에 혼자서 우두커니 화면만 쳐다보기도 뭐해설랑,,,,

버스차장에게 술 좀 갖고 오라고 시켰더니만 신났는지 뭐했는지... 얼릉 술 병을 들고 왔다.



"머야, 안주는 없어?"



이 여잔 완전 쑥맥인가 보다. 독한 술을 갖다 줬으면 적당히 중화시킬 먹꺼리두 내 놔야하는데... 딸랑 술과 술잔만 갖다주곤

스르르 뒤로 빠져 버린다.



"어떤걸루요?"



맨날 이코노믹만 타구 다니던 놈이 호화찬란한 놈들만 타고 다니는 특실에선 뭘 안주로 하는줄 아나.

그래도 명색이 양준데...쥐포를 뜯을 수도 없고 땅콩을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과일있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자차장은 쟁반에 과일을 들고왔다.



"머야. 나 보고 까먹으라구?"

"아뇨, 깍아 드릴께요."



여자는 내 좌석 옆 바닥에 무릎을 끓듯이 앉아 정성스럽게 과일 껍데길 벗기고 있다.

이왕이면 과일껍데기 말구 니 몸에 걸친 옷이나 훌훌 벗어주면 얼마나 좋을까만....



"힘들텐데, 옆 자리에 앉아서 깍지?"



"아뇨, 승무원은 좌석에 앉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데 어때. 어차피 너랑 나랑 둘 뿐이잖아."



"규칙이 그렇게는 안되요."



"할 수 없지 뭐. 난 이걸 타고 가는 동안 계속 술 마실껀데 넌 무릎끓고 계속 과일만 깍으라구.

조금 있다 다리아프다구 울어도 난 모른척하구 널 계속 부려먹을꺼야."



이코노믹에선 방석보다 작아 보이는 꽉낀 좌석에서 화장실갈때두 옆사람 다리에 낑기면서 미안해하며 들락거리구

맥주라도 한잔 마실려면 밥 줄때 눈치봐가며 캔맥주 한병 달라구 사정해야 하고 안주랄 것도 없는 비닐봉지에 든

땅콩이 고작이었던 반면 이곳 생활은 완전히 극락이 따로 없다 싶을 정도로 초호화판이다.



"식사시간인데요, 저도 나가봐야 해요." 아가씨는 과일을 한꺼번에 왕창 깍아 놓곤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래? 나도 밥 먹어야겠네."

"식사도 하실꺼에요?"

"그럼, 공짜루 먹는건데 다 챙겨야지."



아가씨가 잠시 나갔다 오더니 먹음직한 비프스테이크 요리를 들고 다시 왔다. 와인이며 맥주며 먹을 것이 지천으로

놓여있는 구루마를 끌고 올 필요도 없이 그냥 식판만 딸랑 한개 들고와도 될텐데 온갖 폼을 다 잡고 내 옆에 멈춘다.



"머야. 겨우 한그릇 가져오는데 이렇게 요란한거야?"

"어휴, 이코노믹 쪽엘 보세요. 거긴 엄청 바쁜 시간이라구요. 식판 한개만 딸랑 들고 다니면 혼나요."

"어디 봐." 나는 호기심에 이코노믹 쪽을 쳐다봤다.



지옥도 그런 쌩 지옥이 없었다. 같은 메뉴같던데...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비프스테이크면 적어도 두툼한 살에 피가 찔끔 묻어냐야 일품인데...

그 사람들이 받아들고 있는 고기는 비쩍 마른 것이 쏘스는 무슨 간장인지 된장인지를 쳐 발랐는지...

어휴, 어떻게 저딴 걸 먹구 뱅길 타고 다녔을까?

뭐, 뱅기식사가 호텔 요리쯤 된다구 입에 침도 안바르고 떠들어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운명의 신이 내게 특실에 앉혀 놓고 세상의 다른 면을 생각할 틈을 주는가 싶다.



"아가씨, 물 한컵 줘."

나는 복에 겨운 밥을 맛나게 먹고나선 또 아가씨를 괴롭히고 싶어졌다.

아가씨는 얼른 물잔을 내려 놓으며 따뜻한 포트 물을 따랐다.

"음.... 시원한 걸루 한잔 더."

군 소리 없이 이젠 차가운 물을 따른다.



"근데,,,우리나란 예쁜 여자만 버스차장으로 뽑던데,,, 이 뱅기 차장은 너 말곤 모두 돼지같이 생겼다. 니가 젤 예뻐."

"그렇죠? 내가 젤 예뻐 보이죠?"

"당근이쥐."



여자는 여자인가 보다. 사실 이 뱅기는 미국의 국내선이라서 그런지 날씬한 버스차장은 이 뇬 밖에 없는 듯 했다.

뚱뚱한 것도 한도가 있지...뱃살이 불룩한 것이, 동네 슈퍼마켓 주인아줌마 보다 더하면 더했다.



"너 심심하지?"

"아뇨."

"다리 아프지?"

"아뇨."

"너 나랑 뽀뽀 안할꺼지?"

"아뇨."



"그래? 할꺼면 여기 내 무릎위에 앉아봐."

"싫어."

"너 금방 뽀뽀 안할꺼냐구 했더니 아니라며...그럼 입 빨랑 여기다 붙혀야지."

"아저씨, 제발 좀 그만해라. 나 힘들다."

"너 저녁때 도착하면 하와이에서 뭐 하고 놀꺼니?"

"아저씬 뭐할껀데?"

"나? 그냥 놀러가는거야. 아무 생각없이 그냥 놀러."

"우와, 아저씬 좋은 직업을 갖고 있는 부잔가보다."

"아냐. 그냥 땡땡이 치구 무작정 거길 가는거야."

"첨 가는거에요?"

"응, 길도 몰라."

"그럼,,,,,, 나 뱅기 내리구 갈아탈라면 하루 정도는 시간 있는데..."

"그냐? 그럼 넌 허구헌날 하와이 댕겼을테니까 길은 훤하겠네?"

"쬐그만 섬이 그게 그거죠 뭐."

"하와이가 쬐만 섬이라구?"

"이삼일 돌아다니다 보면 볼 것두 없어요."

"야, 그럼 너 일 끝나구 내 여행 가이드좀 해라."

"공짜는 안되는거 알죠?"

"안다. 알어. 니들 나라에서 공짜가 어딨겠냐? 얼만데?"

"몰라요. 그냥. 알아서 줘요."

"이따 하야트호텔에 갈껀데...너 일루 전화해봐. 일정을 잡아보게."

"알았떠여."



조금 떨떠름하다. 하와이에 도착하면 엄청 예쁜 아가씨들이 득실거릴텐데...

좀 덜떨어진 애를 미리 찜한 것이 잘한 짓거린지...



아가씨는 첨 보다는 친해졌는지...

과일 안주만 연방 까먹는 나를 위해 기름끼가 조금 섞인 스테이크를 꺼내왔다.

아직 규칙때문에 내 옆자리엔 앉지 못하지만....

이따 규칙 따위가 적용되지 않는 곳에서는 어떻게 할란가? 궁금해진다.



뱅기가 드뎌 호놀룰룬지 눌룬지에 도착했다.

여섯시간 갖고 놀던 아가씨의 배웅을 받으며 트랩을 내렸다.

"안녕히 가세요."

"그려... 잘 놀았다."

그 담에 하고 싶은 말은 니 맘속으로만 해라. 산통 깨뜨리지 말고...



간단한 물품 검사를 마치고 무작정 공항을 빠져나왔다.

누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막상 거리엘 나와보니... 조금은 시커멓게 피부가 탄 인디언 보담은 조금 더 예쁜 아가씨들이...

낯선 사람을 위해 꽃목걸이를 걸어준다.

"우와, 이것도 공짠가?" 얼른 목에 걸고 주~욱 공항을 빠져나갈 준비를 하는데...

"아저씨, 돈 내야죠?" 뭐야? 이것도 돈이야? 그럼 나 안해.

꽃목걸이를 훌러덩 다시 벗어 던지고 동서남북이 구별되지도 않는 거리로 나와버렸다.



닥구시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급한 것도 없는데 택시까지 탈 필요는 없겠지....

근데....

방향을 알아야 버슬타든 말든 할것 아닌가...

에헤라....닥구시...

시꺼먼 아찌가 방탄 유리를 사이에 두고 흰 이빨을 드러내며 물었다.

"어딜 갈꺼요?"

"아쓰이... 야, 이 유린 뭐야? 글쿠 요 구멍은 또 뭐구?"

"그건... 뒷 좌석에 앉은 놈들이 총기 휘두를까봐 무서워서 설치한 방탄 유리구...

그 구멍 뚫린 건.... 돈 낼 때 손내밀라구 만든건데...

너 어딜갈껀데?"

"그냐? 손님이 그렇게무서운데...운전은 왜해?"

"먹구살아야지. 그러니까 어딜갈꺼냐구."

"음...무엇이냐...혹시 햐얏트라구 들어봤냐?"

"잘 알지. 내가 밥먹구 뻔질나게 운전하루 다니는덴데..."

"거긴 경치 좋냐?"

"비싸잖어. 좋다마다..."

"알써. 그럼 글루 모셔라."



깜깜한 색깔의 얼굴을 가진 아저씨가 총알같이 도로를 달렸다.

째까닥 째까닥....요금이 마구 올라간다.

좀만...얼마 되지도 않는 거린것 같은데...어떻게 된게...심장박동소리 보다 더 빨리 메타기가 올라가는지...

중간에 뛰어 내릴 수도 없고...

암튼 이 놈의 나라는 써비스는 짱인 반면...써비스 요금은 엄청 튄다.

이렇게 요금이 비쌀 줄 알았으면...버스차장이랑 미리 선불 계약을 할껄 ... 잘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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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또 어깨 아프당. 여기서 잠시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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