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두례뎐(乾讀禮傳)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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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두례뎐(乾讀禮傳)
☆ 이 글을 읽기 전에
이 야설의 제목은 건두례뎐(乾讀禮傳)이다. 그러니깐 주인공 이름이 건두례라는 말이다. 왜 주인공의 이름이 이처럼 이상해질 수밖에 없었는가.. 그 이유를 밝히겠다.
이 글은 실화다. 그러니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적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이 글에 등장하는 각 등장인물은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인물들과 무지하게 상관이 있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이름을 전부 다 의도적으로 가명을 사용했다. 흔히 등장인물의 가명을 사용할 때는 한두 글자만을 바꾸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들면 이만수는 이수만이라고 바꾸거나 장영자는 강영자라고 바꾼다거나... 그래야만 읽는 사람들이 바뀐 이름이라 하더라도 대충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을 김데중으로, 이회창을 이헤창으로 바꾸면 사실 이름을 바꾼 흉내만 내었지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 사람들이 누굴 말하는지 다 안다.
그래서 나는 이름의 세글자를 모두 바꾸었다. 이름의 세글자를 전부 다 바꾸고 나니 실제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을뿐더러 본인이 이글을 읽더라도 명예훼손이니 어쩌니 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주인공의 이름은 두례(讀禮)다. 여자이름이 이처럼 촌스러운 것에 관해서도 설명하겠다. 아다시피 옛날사람들은 여자이름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쁘게 지었던 것은 아니다. 점례, 길례, 이런 이름들이 불과 이십년전에만 해도 흔한 이름이었다. 내가 아는 어떤 여자분들의 이름만해도 용점, 성출, 응진 등등 가히 촌스러움에서는 두례라는 이름을 압도한다. 그러니 이름이 다소 촌스럽다 하더라도 작가가 본인을 밝히고 싶지 않은 깊은 뜻임을 헤아려 시비걸지 말기 바란다.
그렇다면 어째서 성은 건(乾)씨인지에 관해서도 내친김에 밝혀보겠다. 내가 알고 있기로 건(乾)씨는 한국에 없다. 바로 이점이 나로 하여금 이 성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씨로 하면 이씨 종친회에서, 전씨로 하면 전씨 종친회에서 명예훼손으로 들고 일어날 수가 있다. 하지만 건씨는 없으므로 종친회에서 들고 일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인 [건두례뎐]이 탄생한다. 제목은 김동인의 [김연실전]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김동인에게 [김연실전]이라는 작품이 있었음을 알지 못한다. 바로 그 점 또한 나에게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너무 알려진 작품의 제목을 흉내내기 보다는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서 빌려오는 것이 보다 안전하리라는 나의 생각이다.
참고로 작가가 이토록 철저하게 주인공의 이름을 감추려고 애썼으나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비밀은 없는 법....
읽다보면 누구인지 아시게 되는 분이 혹시라도 나올 수가 있다. 흠.....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본다. 본 작가는 상기한 바와 같이 이름을 감추려고 무진장 노력하였고 그래도 알게되는 부분에 관해서는 모두들 일체 입을 다물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본 작가는 분명히 말하지만.... 주인공 건두례는 실존인물이며 그녀의 정체에 관한 어떠한 질문에 관해서도 정중히 입을 다물 것이다. 절대로 그 본명을 밝히지 않을테니 혹시 짐작이 가시더라도 그냥 조용히 혼자만 알고 넘어가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그럼 건두례뎐 1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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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두례뎐(乾讀禮傳)
Part 1.
맑은 하늘에 햇살이 남한이나 북한이나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제1세계나 제3세계나....
아니, 서울에 변두리 비닐하우스 내집에도 차별없이 평등이 따숩게 내리쪼일 때...
일층의 젊은 싸모님. 햇살이 따가와 넓은 마루 유리문에 그물같은 커텐을 치고....
발톱에... 바알톱에...
매니큐어... 매에니큐어...
빨갱이보다 새빨간 매니큐어를 바를 때....
건두례양은 오늘도 앉아서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며 한여름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새빨간 매니큐어는 뭔가 기분을 짜릿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녀는 집에서 옷을 거의 입지 않는 편이다. 밤에 잠을 잘 때도 옷을 입고 자는 일은 드물고 아침에 일어나서 내키지 않으면 기냥 옷을 홀딱 벗고 지낸다.
아 심심해.... 아직도 두시밖에 안됐는뎅...
건양은 거울앞에 서서 앞뒤로 돌며 자신의 몸을 감상한다. 한 때는 직장에서 열린 미인 콘테스트에 참가해서 5위를 한 적이 있었던 몸매다. 그녀는 그 일을 매우 억울하게 생각한다.
이 정도 몸매가 5위였다니..... 수영복 심사가 있었어야 했어.... 아니, 아예 알몸으로 심사를 열었다면 내가 분명히 1등을 먹었을 꼬야....
그녀는 그 일을 무척이나 억울하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게도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별로 억울한 일도 자랑할만한 일도 못된다. 전체 참가자가 겨우 12명이었는데다가 그것도 심사위원 4명중에 2명을 꼬셔서 잠자리를 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코맹맹이 소리로 1등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을 했는데도 결과는 5등이었다. 그 뒤로는 그 대머리들이 계속 추근덕거려 왔지만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
사실 몸매나 생긴 건 그저 그랬지만 그녀의 잠자리 실력은 만만치가 않았다. 그간 그녀를 거쳐간 수많은 남자들이 지금의 그녀를 그토록 못 잊는 것은 다 그것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선천적으로 한 남자에게 오래 붙어있지를 못했다. 금방 싫증이 나는 것이다.
건양은 거울앞에 쪼그리고 않아서 자신의 사타구니를 활짝 벌렸다. 사실 건양의 또 다른 취미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꽃잎을 관찰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쪼물락 거리면서 장난치는 것은 심심한 하루를 때우는데 도움이 된다.
손가락을 사용해서 음순을 벌려보니 백태가 허옇게 끼여있다. 가운데 손가락으로 긁어내어 보니 덩어리진 그것은 말랑말랑했다. 냄새를 맡아보니 퀴퀴한 냄새가 났다.
이론... 쩝.... 목욕한 게 언제드라.... 꽤 됐나?..... 아직 머리는 안 가려운뎅...... 오늘은 큰 맘 묵고 뒷물이나 한번 해야겠당....
건양은 백태를 손가락으로 돌돌 말아서 엄지 손가락 위에 올려놓고서 검지 손가락으로 튕겼다. 근데 그게 검지 손가락에 붙어 버렸다. 우씨~ 이게.... 두 번이나 더 시도한 끝에 튕겨버리는데 성공했다. 자리에 잠시 누웠다. 병태가 돌아 오려면 아직도 서너 시간이 더 있어야 했다. 무쟈게 심심했다. 다른 놈팽이를 만나려면 좀 시간이 늦었다. 아침부터 서둘렀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일었다. 생각해보니 아직 일어나서 세수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동안 칫솔이 없어서 이빨도 못 딲았다. 칫솔을 사다 놔야 하는데.... 하면서도 옷입기가 귀찮다.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받을까말까 망설이다가 받기로 했다.
[여보세요...]
[자기야?]
병태였다. 그녀는 병태와 동거하고 있다. 이 자슥은 다른 건 몰라도 돈이 좀 있다. 물건도 시원찮고 멍청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빌붙어 살기에는 좋은 상대였다. 하긴.... 멍청한 것은 오히려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병태와 살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마음놓고 다른 남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것도 다 인석의 멍청함 덕분이기는 했다.
[어머 자기야? 아잉~ 나 자기 보고싶어서 미치겠어엉~]
건양은 몸까지 부르르 떨면서 아양을 떨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참으로 간드러지고 애교스러운 코맹맹이 소리를 낼 줄 알았다. 아~ 이 요염한 코맹맹이 소리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울렸던가....
[에궁~ 나두 우리 자기 빨리 보고싶은데... 어쩌지?.... 나 오늘 좀 늦을 거 같아....]
[아잉~ 왜 늦는데에엥~]
[회사일로 거래처 사람들과 술자리가 있어서.... 정말 미안해 자기야....]
[아이잉~ 어제두 늦어놓구...... 너무 보고싶은뎅...... 자기 너무해... 치잇....]
[정말 미안해 자기야.... 한번만 봐주라..... 그 대신에 오늘은 꼬옥 집에 들어갈게]
[피이~ 그래 놓구 또 안들어 올라구 그러지? 오늘도 안 들어오면 나 확 나가버린다?]
[아이고... 그러지마 두례야.... 나 오늘은 정말루 집에 들어간다... 진짜루...]
[알았어. 자기야~ 그럼. 이따가 봐~ 나 자기 사랑하는 거 알쥐잉?]
[그럼 그럼.... 나두 자기 사랑해... 자기두 알지?]
[알았엉.. 그럼... 너무 늦지마.. 뽀뽀]
[쪼옥~ 그럼 끊을게]
전화를 끊은 건양은 마음이 급해졌다. 기회다. 병태가 거래처 사람들과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12시 전에는 죽어두 안 끝난다. 항상 꼭 들어오겠다고는 말하지만 한번도 3시 이전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지금이 두시 반이니까 적어도 열두시간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재빨리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렀다.
[어머~ 용필오빠? 나야 두례...]
[아... 왠일이야?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어머. 어머. 오빤 어쩜 그렇게 전화도 안하고 그래... 나 보고싶지두 않았나 봐아앙..]
[그럴 리가 있나.. 어때? 오늘 만날까?]
[아이참~ 오빤 너무 화끈해.... 우리 집 알지? 몇시까지 올 수 있어?]
[음... 내가 이 일을 마치면 다섯시까진 갈 수 있겠다. 괜찮아?]
[응. 그래 다섯시에 봐. 그럼~ 안뇽~]
건양은 전화를 끊고 비호처럼 방으로 뛰어 들어가 옷을 챙겨입었다. 귀찮아서 속옷은 입지 않았다. 수건과 비누등을 목욕가방에 대충 꾸겨 넣고서 집을 나섰다. 간만에 가보는 목욕탕이었다. 오늘은 칫솔 사는 걸 잊어버리지 말아야쥐....
병태와 같이 살기 시작한 것은 6개월 정도 되었다. 그동안 용필오빠는 다섯 번 정도 관계를 가졌다. 좀 더 자주 만나고 싶었으나 기회가 그리 자주 생기는 것도 아니었고 용필오빠만 만나줄 수도 없는 일이다. 자신과 같은 미모를 가진 여자가 한두 남자에게만 얽메이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만 해도 병태를 빼고서 다섯이다. 그 중에서도 용필오빠가 가장 훌륭하다. 크기는 사실 보통을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그 기술의 탁월함에 있어서 지금까지 만나본 어떤 남자보다도 죽여줬다. 한번 했다 하면 적어도 두세번은 도달하게 만드는 그 현란한 움직임.
아... 음... 벌써 아랫도리가 축축해진다. 이론... 빤쓰도 안 입었는데.... 건양은 걸음의 속도를 조금 빨리했다.
건양의 몸은 뜨거운 욕탕의 물속에 깊숙하게 잠겨있다. 그리 크지 않은 온탕에서 두 다리 쫘악 펴고 누워있으니 주변의 사람들이 힐끔 힐끔 쳐다본다. 하지만 건양은 그런 주변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는 소변을 깔긴다. 가랑이 사이에 앉아있던 여자가 질겁을 해서 일어난다.
[아니.... 처녀가 예의도 없어.... 오줌은 나가서 싸야할 거 아냐...]
사람들이 일제히 건양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에 잠긴 건양의 귀에는 그딴 말들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듯 시원하게 볼일을 다 보고 몸을 약간 부르르 떨기까지 한다. 사람들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하나 둘 욕탕을 나왔다.
거동이 자유스러워진 건양은 이번에는 두다리를 허우적대면서 노래까지 부른다.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모두 별꼴이라는 듯 쳐다보지만 눈을 꼬옥 감고 있는 건양에게는 그런 것들이 보일 리가 없었다. 건양은 그저 두눈을 꼬옥 감고 이따가 다섯시에 생길 일에 관해서만 생각했다.
병태가 이렇게 늦게 들어오거나 안 들어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두례는 다른 남자를 불렀다. 그러나 항상 조심스러워야 했다. 병태가 좀 멍청하긴 하지만 대신에 질투심만큼은 굉장했다. 아주 가끔 만나는 남자한테서 전화가 걸려오곤 했는데 한번은 병태가 받은 일이 있었다. 그 때 두례는 병태가 그렇게까지 화내는 것을 본 일이 없었다. 병태는 머리에 뚜껑이 한번 열렸다하면 그 커다란 덩치로 집안을 전부 다 때려부순다. 두례는 그때 생명의 위험을 느낄 정도로 얻어 맞고 일주일 정도를 앓아 누웠었다. 그 뒤로는 한동안 집안에 남자를 들이지 않았는데 지 버릇 개 못준다고 얼마전부터 슬슬 남자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고 요즘에 들어서는 평균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바람을 피웠다.
흥~ 바람핀다고 할 수도 없지...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다른 남자랑 좀 하면 어때? 지는 바깥에서 다른 여자랑 안 하겠어? 덩치만 좀 작아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말야... 그눔시키 사람 뚜드려 패는게 워낙에 그리 무식하니.... 안 맞으려면 내가 좀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밤에만 좀 쓸만하면 콱 결혼해서 들어앉을 수도 있는데.... 쓰바....
쯧쯔.... 아서라 두례야... 니가 한 남자에 만족하고 결혼을 한다고?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힘들겠다..... 히유~ 내 팔자야.....
건양은 좀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눈을 떴다. 욕탕을 나오는데 사람들이 모두들 고개를 돌려서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얼른 피한다. 그녀는 피식~ 웃는다.
피엉신들~ 부러우면 부럽다고들 하징..... 흠~ 하긴 모 이렇게 이쁜 몸매를 아무나 가질 수가 있나....... 아~ 난 너무 괴롭다... 이로케 머찐 몸을 가진 것도 질투의 대상이 되다니......
때가 둥둥 떠있는 오줌물에 누구도 선뜻 먼저 들어가려고 하지 않은 채 망설이고 있는 사이. 건양은 부리나케 뒷물만 한 후에 욕탕문을 열고 사라진다.
1부 끝
☆ 이 글을 읽기 전에
이 야설의 제목은 건두례뎐(乾讀禮傳)이다. 그러니깐 주인공 이름이 건두례라는 말이다. 왜 주인공의 이름이 이처럼 이상해질 수밖에 없었는가.. 그 이유를 밝히겠다.
이 글은 실화다. 그러니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허구적 재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이 글에 등장하는 각 등장인물은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인물들과 무지하게 상관이 있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이름을 전부 다 의도적으로 가명을 사용했다. 흔히 등장인물의 가명을 사용할 때는 한두 글자만을 바꾸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들면 이만수는 이수만이라고 바꾸거나 장영자는 강영자라고 바꾼다거나... 그래야만 읽는 사람들이 바뀐 이름이라 하더라도 대충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을 김데중으로, 이회창을 이헤창으로 바꾸면 사실 이름을 바꾼 흉내만 내었지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 사람들이 누굴 말하는지 다 안다.
그래서 나는 이름의 세글자를 모두 바꾸었다. 이름의 세글자를 전부 다 바꾸고 나니 실제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을뿐더러 본인이 이글을 읽더라도 명예훼손이니 어쩌니 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주인공의 이름은 두례(讀禮)다. 여자이름이 이처럼 촌스러운 것에 관해서도 설명하겠다. 아다시피 옛날사람들은 여자이름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쁘게 지었던 것은 아니다. 점례, 길례, 이런 이름들이 불과 이십년전에만 해도 흔한 이름이었다. 내가 아는 어떤 여자분들의 이름만해도 용점, 성출, 응진 등등 가히 촌스러움에서는 두례라는 이름을 압도한다. 그러니 이름이 다소 촌스럽다 하더라도 작가가 본인을 밝히고 싶지 않은 깊은 뜻임을 헤아려 시비걸지 말기 바란다.
그렇다면 어째서 성은 건(乾)씨인지에 관해서도 내친김에 밝혀보겠다. 내가 알고 있기로 건(乾)씨는 한국에 없다. 바로 이점이 나로 하여금 이 성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씨로 하면 이씨 종친회에서, 전씨로 하면 전씨 종친회에서 명예훼손으로 들고 일어날 수가 있다. 하지만 건씨는 없으므로 종친회에서 들고 일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인 [건두례뎐]이 탄생한다. 제목은 김동인의 [김연실전]에서 힌트를 얻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김동인에게 [김연실전]이라는 작품이 있었음을 알지 못한다. 바로 그 점 또한 나에게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너무 알려진 작품의 제목을 흉내내기 보다는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서 빌려오는 것이 보다 안전하리라는 나의 생각이다.
참고로 작가가 이토록 철저하게 주인공의 이름을 감추려고 애썼으나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비밀은 없는 법....
읽다보면 누구인지 아시게 되는 분이 혹시라도 나올 수가 있다. 흠.....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본다. 본 작가는 상기한 바와 같이 이름을 감추려고 무진장 노력하였고 그래도 알게되는 부분에 관해서는 모두들 일체 입을 다물어 주기 바란다.
그리고 본 작가는 분명히 말하지만.... 주인공 건두례는 실존인물이며 그녀의 정체에 관한 어떠한 질문에 관해서도 정중히 입을 다물 것이다. 절대로 그 본명을 밝히지 않을테니 혹시 짐작이 가시더라도 그냥 조용히 혼자만 알고 넘어가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그럼 건두례뎐 1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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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두례뎐(乾讀禮傳)
Part 1.
맑은 하늘에 햇살이 남한이나 북한이나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제1세계나 제3세계나....
아니, 서울에 변두리 비닐하우스 내집에도 차별없이 평등이 따숩게 내리쪼일 때...
일층의 젊은 싸모님. 햇살이 따가와 넓은 마루 유리문에 그물같은 커텐을 치고....
발톱에... 바알톱에...
매니큐어... 매에니큐어...
빨갱이보다 새빨간 매니큐어를 바를 때....
건두례양은 오늘도 앉아서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며 한여름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새빨간 매니큐어는 뭔가 기분을 짜릿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녀는 집에서 옷을 거의 입지 않는 편이다. 밤에 잠을 잘 때도 옷을 입고 자는 일은 드물고 아침에 일어나서 내키지 않으면 기냥 옷을 홀딱 벗고 지낸다.
아 심심해.... 아직도 두시밖에 안됐는뎅...
건양은 거울앞에 서서 앞뒤로 돌며 자신의 몸을 감상한다. 한 때는 직장에서 열린 미인 콘테스트에 참가해서 5위를 한 적이 있었던 몸매다. 그녀는 그 일을 매우 억울하게 생각한다.
이 정도 몸매가 5위였다니..... 수영복 심사가 있었어야 했어.... 아니, 아예 알몸으로 심사를 열었다면 내가 분명히 1등을 먹었을 꼬야....
그녀는 그 일을 무척이나 억울하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게도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별로 억울한 일도 자랑할만한 일도 못된다. 전체 참가자가 겨우 12명이었는데다가 그것도 심사위원 4명중에 2명을 꼬셔서 잠자리를 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코맹맹이 소리로 1등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을 했는데도 결과는 5등이었다. 그 뒤로는 그 대머리들이 계속 추근덕거려 왔지만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
사실 몸매나 생긴 건 그저 그랬지만 그녀의 잠자리 실력은 만만치가 않았다. 그간 그녀를 거쳐간 수많은 남자들이 지금의 그녀를 그토록 못 잊는 것은 다 그것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선천적으로 한 남자에게 오래 붙어있지를 못했다. 금방 싫증이 나는 것이다.
건양은 거울앞에 쪼그리고 않아서 자신의 사타구니를 활짝 벌렸다. 사실 건양의 또 다른 취미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꽃잎을 관찰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쪼물락 거리면서 장난치는 것은 심심한 하루를 때우는데 도움이 된다.
손가락을 사용해서 음순을 벌려보니 백태가 허옇게 끼여있다. 가운데 손가락으로 긁어내어 보니 덩어리진 그것은 말랑말랑했다. 냄새를 맡아보니 퀴퀴한 냄새가 났다.
이론... 쩝.... 목욕한 게 언제드라.... 꽤 됐나?..... 아직 머리는 안 가려운뎅...... 오늘은 큰 맘 묵고 뒷물이나 한번 해야겠당....
건양은 백태를 손가락으로 돌돌 말아서 엄지 손가락 위에 올려놓고서 검지 손가락으로 튕겼다. 근데 그게 검지 손가락에 붙어 버렸다. 우씨~ 이게.... 두 번이나 더 시도한 끝에 튕겨버리는데 성공했다. 자리에 잠시 누웠다. 병태가 돌아 오려면 아직도 서너 시간이 더 있어야 했다. 무쟈게 심심했다. 다른 놈팽이를 만나려면 좀 시간이 늦었다. 아침부터 서둘렀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일었다. 생각해보니 아직 일어나서 세수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동안 칫솔이 없어서 이빨도 못 딲았다. 칫솔을 사다 놔야 하는데.... 하면서도 옷입기가 귀찮다.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받을까말까 망설이다가 받기로 했다.
[여보세요...]
[자기야?]
병태였다. 그녀는 병태와 동거하고 있다. 이 자슥은 다른 건 몰라도 돈이 좀 있다. 물건도 시원찮고 멍청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빌붙어 살기에는 좋은 상대였다. 하긴.... 멍청한 것은 오히려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병태와 살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마음놓고 다른 남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것도 다 인석의 멍청함 덕분이기는 했다.
[어머 자기야? 아잉~ 나 자기 보고싶어서 미치겠어엉~]
건양은 몸까지 부르르 떨면서 아양을 떨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참으로 간드러지고 애교스러운 코맹맹이 소리를 낼 줄 알았다. 아~ 이 요염한 코맹맹이 소리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울렸던가....
[에궁~ 나두 우리 자기 빨리 보고싶은데... 어쩌지?.... 나 오늘 좀 늦을 거 같아....]
[아잉~ 왜 늦는데에엥~]
[회사일로 거래처 사람들과 술자리가 있어서.... 정말 미안해 자기야....]
[아이잉~ 어제두 늦어놓구...... 너무 보고싶은뎅...... 자기 너무해... 치잇....]
[정말 미안해 자기야.... 한번만 봐주라..... 그 대신에 오늘은 꼬옥 집에 들어갈게]
[피이~ 그래 놓구 또 안들어 올라구 그러지? 오늘도 안 들어오면 나 확 나가버린다?]
[아이고... 그러지마 두례야.... 나 오늘은 정말루 집에 들어간다... 진짜루...]
[알았어. 자기야~ 그럼. 이따가 봐~ 나 자기 사랑하는 거 알쥐잉?]
[그럼 그럼.... 나두 자기 사랑해... 자기두 알지?]
[알았엉.. 그럼... 너무 늦지마.. 뽀뽀]
[쪼옥~ 그럼 끊을게]
전화를 끊은 건양은 마음이 급해졌다. 기회다. 병태가 거래처 사람들과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12시 전에는 죽어두 안 끝난다. 항상 꼭 들어오겠다고는 말하지만 한번도 3시 이전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지금이 두시 반이니까 적어도 열두시간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재빨리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눌렀다.
[어머~ 용필오빠? 나야 두례...]
[아... 왠일이야? 이 시간에 전화를 다 하고....]
[어머. 어머. 오빤 어쩜 그렇게 전화도 안하고 그래... 나 보고싶지두 않았나 봐아앙..]
[그럴 리가 있나.. 어때? 오늘 만날까?]
[아이참~ 오빤 너무 화끈해.... 우리 집 알지? 몇시까지 올 수 있어?]
[음... 내가 이 일을 마치면 다섯시까진 갈 수 있겠다. 괜찮아?]
[응. 그래 다섯시에 봐. 그럼~ 안뇽~]
건양은 전화를 끊고 비호처럼 방으로 뛰어 들어가 옷을 챙겨입었다. 귀찮아서 속옷은 입지 않았다. 수건과 비누등을 목욕가방에 대충 꾸겨 넣고서 집을 나섰다. 간만에 가보는 목욕탕이었다. 오늘은 칫솔 사는 걸 잊어버리지 말아야쥐....
병태와 같이 살기 시작한 것은 6개월 정도 되었다. 그동안 용필오빠는 다섯 번 정도 관계를 가졌다. 좀 더 자주 만나고 싶었으나 기회가 그리 자주 생기는 것도 아니었고 용필오빠만 만나줄 수도 없는 일이다. 자신과 같은 미모를 가진 여자가 한두 남자에게만 얽메이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만 해도 병태를 빼고서 다섯이다. 그 중에서도 용필오빠가 가장 훌륭하다. 크기는 사실 보통을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그 기술의 탁월함에 있어서 지금까지 만나본 어떤 남자보다도 죽여줬다. 한번 했다 하면 적어도 두세번은 도달하게 만드는 그 현란한 움직임.
아... 음... 벌써 아랫도리가 축축해진다. 이론... 빤쓰도 안 입었는데.... 건양은 걸음의 속도를 조금 빨리했다.
건양의 몸은 뜨거운 욕탕의 물속에 깊숙하게 잠겨있다. 그리 크지 않은 온탕에서 두 다리 쫘악 펴고 누워있으니 주변의 사람들이 힐끔 힐끔 쳐다본다. 하지만 건양은 그런 주변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는 소변을 깔긴다. 가랑이 사이에 앉아있던 여자가 질겁을 해서 일어난다.
[아니.... 처녀가 예의도 없어.... 오줌은 나가서 싸야할 거 아냐...]
사람들이 일제히 건양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에 잠긴 건양의 귀에는 그딴 말들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듯 시원하게 볼일을 다 보고 몸을 약간 부르르 떨기까지 한다. 사람들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하나 둘 욕탕을 나왔다.
거동이 자유스러워진 건양은 이번에는 두다리를 허우적대면서 노래까지 부른다.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모두 별꼴이라는 듯 쳐다보지만 눈을 꼬옥 감고 있는 건양에게는 그런 것들이 보일 리가 없었다. 건양은 그저 두눈을 꼬옥 감고 이따가 다섯시에 생길 일에 관해서만 생각했다.
병태가 이렇게 늦게 들어오거나 안 들어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두례는 다른 남자를 불렀다. 그러나 항상 조심스러워야 했다. 병태가 좀 멍청하긴 하지만 대신에 질투심만큼은 굉장했다. 아주 가끔 만나는 남자한테서 전화가 걸려오곤 했는데 한번은 병태가 받은 일이 있었다. 그 때 두례는 병태가 그렇게까지 화내는 것을 본 일이 없었다. 병태는 머리에 뚜껑이 한번 열렸다하면 그 커다란 덩치로 집안을 전부 다 때려부순다. 두례는 그때 생명의 위험을 느낄 정도로 얻어 맞고 일주일 정도를 앓아 누웠었다. 그 뒤로는 한동안 집안에 남자를 들이지 않았는데 지 버릇 개 못준다고 얼마전부터 슬슬 남자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고 요즘에 들어서는 평균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바람을 피웠다.
흥~ 바람핀다고 할 수도 없지...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다른 남자랑 좀 하면 어때? 지는 바깥에서 다른 여자랑 안 하겠어? 덩치만 좀 작아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말야... 그눔시키 사람 뚜드려 패는게 워낙에 그리 무식하니.... 안 맞으려면 내가 좀 조심하는 수밖에 없지.... 밤에만 좀 쓸만하면 콱 결혼해서 들어앉을 수도 있는데.... 쓰바....
쯧쯔.... 아서라 두례야... 니가 한 남자에 만족하고 결혼을 한다고?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힘들겠다..... 히유~ 내 팔자야.....
건양은 좀 답답한 기분이 들어서 눈을 떴다. 욕탕을 나오는데 사람들이 모두들 고개를 돌려서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얼른 피한다. 그녀는 피식~ 웃는다.
피엉신들~ 부러우면 부럽다고들 하징..... 흠~ 하긴 모 이렇게 이쁜 몸매를 아무나 가질 수가 있나....... 아~ 난 너무 괴롭다... 이로케 머찐 몸을 가진 것도 질투의 대상이 되다니......
때가 둥둥 떠있는 오줌물에 누구도 선뜻 먼저 들어가려고 하지 않은 채 망설이고 있는 사이. 건양은 부리나케 뒷물만 한 후에 욕탕문을 열고 사라진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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