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실습했던 썰.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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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생이지만 가족 문제 때문에 여름 내내 한국에 있었다.
3달 내내 아무것도 안하고 노는 건 아니다 싶어 바로 한 대학 병원에 지원을 했음. 여차저차해서 5주동안 응급실에서 실습을 하게 됨. 사실 아버지 친구 분이 거기 병원장이셔서 백이 좀 컸음 ㅋㅋ
아무튼 간호사들 제외하고는 나 혼자 20대여서 많이 귀여움을 받았다. 나 데리고 다니면서 환자들 진료하는 거 보여주고 CT 읽는 법 알려주고 응급처치도 몇개 알려주고 ㅇㅇ
근데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육체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여기 있으면서 의사는 정말 뜻이 있는 사람 아니면 견디지 못하는 직종이라고 느낀게, 하루의 반 이상을 고통과 신음소리로 가득 찬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함
예로 들어 나는 바로 첫날부터 사람이 죽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심정지로 실려온 70대 중반의 할아버지였는데, 20분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결국 처참한 상태로 돌아가셨다. 무리하게 압박된 가슴은 푹 파여져있고, 온몸의 구멍에서 배설물을 흘려대는 모습에 토할 것만 같더라
난 솔직히 응급실에서 반년만 일해도 정신병에 걸릴 같았음. 심폐소생술 끝낸 뒤 의사들이 웃으면서 나가는데 ㅅㅂ 멘탈킹임. 의사들한테 물어보니까 이렇게라도 무심하게 하지 않으면 정신이 못견딘다고 함. 환자 한명 한명에 감정이입했다가는 밀려오는 환자들 감당못할뿐더러, 의사 본인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ㅇㅇ
아무튼 기억에 남는 환자들을 몇명 말해보자면, 일단 아직 14살 밖에 안된 여자아이가 실려왔을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왼발을 붕대에 감았는데도 피를 철철 흘리면서 어머니랑 같이 들어왔는데, 너무나도 태연하게 어머니랑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난 상처가 별로 심각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사건 정황을 들어보니 횡단보도를 걷다가 대형트럭이 왼발 위로 지나갔다고 하더라고? 레지던트 4년차 형이 붕대 풀어보고 얼굴 확 굳어지더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나가더라 ㅋㅋㅋ
따라가보니까 컴퓨터 앞에서 존나 심각한 얼굴로 앉아있음. 물어보니 엄지는 아예 잘려 없어졌고 뼈는 가루가 됐고 살점도 반 이상이 없어져서 수술로 해결될 게 아니고, 절단해야 한다고...
얼굴이 저렇게 태연한 건 현실이 와닿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지금 쟤는 꿈꾸는 기분일 거라고 하더라고
환자 어머니한테 알려드리니까 의사 멱살 잡고 소리지르다가 기절하셨음
얼마 후 정형외과 전문의가 내려와서 조금 보더니 바로 데려간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아마 절단하고, 이제는 장애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겠지.
그 외에 천식이 심해져서 실려왔다가 호흡곤란으로 심정지까지 간 여자, 무단횡단 하다가 사고나서 두개골 박살난 할머니, 오토바이 몰다가 교통사고 나서 온 몸의 뼈가 박살, 얼굴도 박살, 내장 손상 입은 20대 양아치 새끼, 정신분열증 걸린 여자 등...
존나 안타깝고, 해괴하고 힘든 사건들이 많았다. 고작 5주에 불과했고, 근무시간도 8시~5시라는 짧은 시간(몇번은 24시간 풀로 있어보기도 함) 이었지만 대략 17명의 죽음을 봐야만 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역겨웠던 환자는 똥꼬에 페트병 쑤셔박고 딸치다가 괄약근에 경련와가지고 페트병이 안 빠지던 똥꼬충 새끼 ㅋㅋㅋㅋㅋㅋ 끝나고 의사들이랑 술 마시면서 존나 쳐웃었다 ㅋㅋㅋㅋ
너무 많이 보다보니까 이제는 뭘 봐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다. 처음에는 눈물까지 날 것 같았는데 한 10명 정도가 넘어가자 환자가 죽어도 그냥 아무 느낌이 없었음. 심지어 보호자가 주저앉아 통곡해도 남의 일같이 느껴지더라. 타인의 죽음에 너무 익숙해진 듯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두서없이 적었당. 내가 봐도 가독성 떨어지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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