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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Bar에서 생긴 일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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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77 회 작성일 23-12-09 16:0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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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서지영, 아니 서영과 만날 수 없었다. 우리는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고 나 역시 업무에 집중하느라 몇 개월 동안 유흥을 멀리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늦게나마 뮤즈를 찾았지만 그녀는 없었다. 그 이후 가끔 그곳을 찾아갔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위스키만 늘어날 뿐이었다.



왜 일까. 나는 적지 않은 여자를 안았지만 유독 서영과의 하루는 잊혀 지지 않았다. 종종 피어나는 생각들은 이내 바래져갔다.



“새로운 매니져?”



“그래, 듣기론 낙하산이라던데?”



“뭐... 뭐라고? 산, 산. What the 산. 쟁반같이 둥근 산. 어디어디 떳나. 우리지점에 떳지. 무슨 말이야 이게? 북한산도 남한산도 민둥산도 뒷동산도 아닌 낙하산이라고?”



난 하늘에서 낙하산도 없이 추락하는 근심을 비비 꼬아대는 춤과 랩으로 승화해 표현했다. 옆으로 지나가던 초짜 여스텝 하나가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황급히 지나갔다. 입사 동기 장부장 역시 박장대소하며.



“우하하하하~! 낄낄낄낄. 그래, 휴화산도 활화산도 아닌 낙하산이지. 자네 상상대로 산 이름은 물론 아니고 말이야. 역시 자네는 어느 상황에서나 여유를 잊지 않는구만. 그래서 자네지점으로 보낸 거겠지.”



“대체 어느 라인이야? 우리 호접몽 신사지점은 자네도 알다시피 초여초(超女超)지점이라고, 나 혼자 힘으로 여직원들 사소한 불만들 틀어막는 것도 한계라구. 쉐프들은 조리장이 잡고 있지만 스텝들은 작은 갈등에서 틀어지기 다반사라고. 너 알잖아? 여자 군중 속에 남자 하나가 있으면 무슨 우스운 꼴을 보게 되는지. 저번주에는 식자재들 죄다 혼자서 나르다가 허리가 나갔다고, 난 지금 성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어. 이런 와중에 지점장직책과 부장이라는 직함이 무슨 소용이야.”



“어쩌겠나? 들리는 말에 의하면 사장라인이라던데?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직계는 아니고 먼 친인척이라는 말도 있고. 아! 한 가지 확실히 좋은 소식은 있어.”



“그게 뭔데?”



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눈에 확 띄는 미녀라는 사실.”



난 가운데 손가락을 하늘 높이 쳐들고 세 마디로 표현했다.



“니미, 시미, 좆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하하, 수고하게 난 선릉으로 복귀하네.”



동기 장석현이 자리를 일어나자 상황을 곰곰이 곱씹었다. 일만 잘 하고 성품이 모나지 않았다면 낙하산이든 낙하산 할애비든 상관없었다. 신사지점의 매니져는 여자이니 동성의 심리를 꿰뚫어 스텝들을 컨트롤 해준다면, 그리고 그녀가 내 편이 되어준다면 나야 마다할 일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감사백배하다. 하지만 낙하산이니 내말을 들을 리도 없고 스텝들이 그녀의 권위를 인정할리도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내가 몇몇의 스텝을 건드렸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나와 스텝사이의 내밀한 개인사이지만 통제되지 않는 장기 말이 들어온다는 것은 판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불가하단 거였다. 최악의 경우 공유될 가능성이 있었다.



모양새를 좋게 만들기 위해 급조된 실무자 면접이 진행 되었다. 나, 조리장, 선릉 지점에서 급히 꾸어온 매니져는 다른 지점으로 전출 가는 선임 매니져로 입을 맞췄다. 물론 면접은 사전에 승인된 사항이었다. 이를 내 권한으로 취소하자면 최소한 낙하산이 다운증후군 증상을 보이거나, 전에 마신 술을 가누지 못해 나를 성추행 하지 않는 이상 합격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똑똑.



“들어오세요.”



검정색의 치마정장, 자켓 안으론 새틴소재의 러플이 치렁한 블라우스가 화사했다. 가슴에는 브로치가... 브로치가 걸려있었는데 낙하산! 낙하산 모양의 황금색 브로치였다! 대놓고 자신의 계급을 선전포고 하고 있었다. 이 기분은 첫 후임인줄 알고 받았는데 알고 보니 병장인 것과 같은 것이었다. 난 시선이 브로치에서 고정된 채 좀처럼 위로 올릴 수 없었다. 조리장과 선임 매니져로 입을 맞춘 선릉점 매니져의 얼굴을 천천히 느껴 보았다. 조리장은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듯 베실 베실 웃으며 자신이 걸어온 요리사의 길을 장황하게 일장연설 하였으며 선릉점 매니져는 맘에 안드는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는 내일부터 없을 사람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 순간만 존재하는 사람인거지.



나는 찬찬히 서류를 보았다. 이름 민서영. 귀에 익은 이름이다. 사진을 보았다. 눈에 익었다. 서... 설마? 난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서지영, 아니 서영이었다. 난 순간 얼음이 되었다. 그녀가 왜 이곳에? 아니지! 다른 사람일거다. 다른 사람. 내가 요즘 잠을 설쳐서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군. 설사 내가 아는 서영이라 할지라도 이 순간부터 난 모르는 거다!



“점장님. 혹시 예전에 뵌 적이?”



“글쎄요? 내가 좀 흔한 얼굴이긴 한데? 어디서?”



훗, 설마 바에서 만난 손님 중에서 봤다곤 말 못하겠지? 그렇게 말해주면 나야 좋지. 확실히 핸들링 할 수 있을테니.



“아... 잘못 봤나 보네요.”



서영은 얼굴을 붉혔고 조금은 얌전한 목소리로 변했다.



몇 마디 의미 없는 실무적인 대화가 지나고 그녀는 채용되어 다음날부터 출근하기로 되었다. 직급은 대리, 호접몽 신사지점 서비스를 총괄하는 매니져였다. 하지만 첫날부터 말썽이었다. 지각은 기본이고, 스텝관리조차 하지 않았다. 난 아우성치는 스텝들의 원성을 본사의 정책이라고 못박았다. 처음에는 아무 일을 시키지 않도록 지침이 바뀌었다고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꼬아 놓았다면 나의 지점은 큰 타격을 받았을 터였다. 일주일째 되는 날 판을 점검하곤 배팅해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식자재는 쉐프들이 관리하지만 스텝들도 들어올 때 상태를 점검해주시고, 대기줄이 생기더라도 서비스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손님이 돌아가는 일이 있더라도 여유를 잊지 마세요. 그리고 민 매니저님은 저와 잠깐 면담하죠.”



부드럽게 말했지만 모두에게 알린 것이었다. 점장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포고였다. 모든 쉐프와 스텝은 안도했다. 내가 지휘하는 호접몽은 초여초(超女超)지점이던, 점장이 성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던지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최고의 지점이었다. 몇몇 스텝을 건드려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개인적인 사심을 결코 일적인 분야까지 끌고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똑똑.



“들어와요.”



“점장님, 무슨 일로 부르신거죠?”



“우리 까놓고 이야기 하죠. 불만이 뭐지?”



“무슨 말이죠? 불만이라니요?”



서영은 발뺌했다.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내가 묻고 정확한 답을 내려야 하는 것이 점장이자, 남자의 역할이었다. 난 나의 판을 깔았다.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는데 긴 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게 꼭 필요한 것은 민서영 당신의 도움이에요. 그리고 그 도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주세요.”



난 스스로를 무장해제 했다. 하지만 이것도 명쾌한 해답이 될 순 없었다. 징검다린 될 수 있어도 말이다.



“.... 저는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난 모르겠네요.”



지각과 방관, 이것은 노골적인 것이었다. 난 이것을 애둘러 좋게 표현했다. 이 질문의 답도

절반 정도는 알고 있었다. 바 뮤즈에서의 서지영, 아니 서영과의 관계의 정의를 원하고 있는 것이리라.



“점장님.... 정말 저를 본적이 없나요?”



서영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좌우로 긴 눈과 오똑한 코, 크고 도톰한 입술, 모를리 없었다. 그 탐스런 입술의 끈적한 촉감도 기억할 판이었다. 하지만 난 이곳의 점장이었다. 호락호락 나를 노출할 수는 없었다. 머릿속에 기똥찬 게임이 떠올랐다. 즉시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흠... 전에 말한 묘한 말 기억나요. 그 땐 흘려들었는데. 난 사실 쌍둥이 형이 있어요. 뮤지션 출신이구요.”



“설마... 그럼.”



“이름은 김민호, 바를 좋아하는 형이죠. 자유 분망한 영혼이죠.”



너무 작위적인가? 급조 되서 시나리오의 아귀가 잘 안 맞는군... 하지만 다행이도 당시에 나역시도 가명을 썼다. 서영이 가명을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조한 이름이 민호였던 것이다. 김민하라는 본명이 여성적이라 쓰기 싫었던 이유도 있었다. 개명을 생각하기도 했다.



“아... 미안해요. 점장님. 아무래도 다른 사람과 헷갈렸던 것 같네요.”



“하하! 카사노바 형이 썸씽을 일으켰나 보군요! 미안해요. 제가 대신 사과하죠. 하지만 형은 여자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선천적으로 저주받은 영혼 때문에 들개처럼 광야를 떠돈답니다. 서영씨와 만났을 때는 진심이었을 거에요. 보장하죠. 그리고 지금도 그럴거에요. 당신도 그런가요? 서지영씨.”



서영은 놀라 나를 쳐다봤고 나는 짖궂게 웃어보였다.



“이제 나가보세요. 아무것도 묻지 말고.”



서영은 뭔가 궁금한 눈치였지만 묻지 말라고 못 박았기에 팩하니 나가버렸다.



‘그날처럼 여전히 매력적이고 귀엽군. 그나저나 바텐더가 매니져에, 낙하산이라니. 좀처럼 드문 경우인데? 오늘 무슨 사연인지 물어야겠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푹 쉬시고 모레 보죠.”



호접몽의 직원들은 일요일 오후 10시 영업을 끝냈고 직원들은 하나 둘 돌아갔다. 난 돌아가지 않았다. 폰으로 카톡을 보냈다.



‘잔무가 남았으니 12시에 지점에서 봐요. 단, 12시에 정확히 와야 합니다. 절대 늦어서도, 일찍 와서도 안 되요. 이건 점장으로서의 명령이에요. 알겠죠? 서.지.영 씨.’



나는 너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식으로 은밀하게 협박했다.



‘자, 과연 내가 서영 너의 정체를 어떻게 알고 있을까? 네가 어떻게 추측할지 궁금하군.’



‘휴일인데 너무 하시네요. 점장님.’



난 일부러 휴대폰을 꺼두었다. 어차피 수다 떤다고 오지 않을 사람이 올 것도 아니고 올 사람이 안 올 것도 아니니 말이다.



“자아~ 오랜만에 실력발휘 좀 해볼까? 파스타 그 까이꺼 대충 면발 삶아서 치즈랑 야채랑 잡탕해서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대략적인 건 알고 있지만...”



난 쉐프가 몰래 운용하는 파스타 블로그를 알고 있었다. 재료야 모두 준비 되어 있으니 조리법만 외우면 되는 것이었다. 일단 파스타를 알덴테로 삶.... 알덴테? 버진 올리브 기름으로...

야채와 해산물은 각기 다른 후라이 팬에.... 간은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으로 나누어서 확인....

역시나 세상은 다채롭군. 선사시대 네안데르탈인은 맘모스를 잡아다 익히지도 않고 날로 먹었을 텐데 말이야.... 난 한참을 낑낑대며 크림치즈 파스타를 만들고 있자. 정원의 문이 열리며 서영이 들어왔다.



그녀는 검정 미드스커트와 검정 자켓, 황금 낙하산 브로치, 지느러미 같은 러플이 풍성한 흰색 블라우스... 일할 때와 같은 복장이었다.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질끈 묶은 머리카락은 풀어헤쳤고 눈에는 진한 스모키 화장을, 입술은 선홍색의 립스틱, 귀에는 같은 색의 커다란 링 귀걸이를 달았다. 붉다 못해 선홍색으로 보이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핸드백 같은 색의 하이힐로 나에게 무언의 의사소통을 강요했다. 나는 서영의 모습에 흥분되기 보다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의 파스타가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성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나는 당장이라도 엉터리 파스타를 엎고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아직은 많이 남아있는 수컷이라는 정체성, 점장이라는 정체성, 연상이라는 정체성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뻔뻔스럽게 연기했다.



“남은 잔무가 무엇이기에 돌아가는 사람 불러 세운 거죠?”



서영이 날을 세웠다. 본심인지 연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앉아요. 힐 때문에 다리가 아플 테니.”



정원과 맞닿은 테라스에 위치한 테이블에 파스타를 나르며 무심히 말했다. 샹들리에의 수정은 은은하게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잔뜩 돌려놓은 스트레스의 태엽으로 버텨내는 호접몽의 평상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이제는 느슨하다 못해 무책임한 공간. 라틴아메리카의 산호해변, 태닝하기 위해 설치된 라운지체어, 그리고 피냐콜라다... 파도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옆에는... 어항에 갇힌 인어가 있었다. 난 가슴 가득히 밀려오는 쾌락의 파도를 벌컥 벌컥 들이마셨다.



“오늘 일은 이 신사지점을 맡고 있는 점장의 요리 실력을 평가하는 일이에요.”



“제 독설을 받을 수 있겠어요?”



“일 없어요. 이 점장의 파스타 솜씨는 가히 우주제일이니까요. 다음 지점은 카시오페아 성단 입실론 별에 차릴 거에요. 물론 손님은 E.T와 에일리언, 그리고 광선검을 휘두르는 제다이 들이죠. 그러니 민 매니져 정확히 평가해 주세요. 우주시민들이 먹게 될 파스타에요.”



“후후, 궁금하네요. 제다이가 먹게 될 파스타의 맛이.”



서현은 한참을 킥킥대다 포크로 면을 집어 스푼에 둥글게 말았다. 파스타의 면은 그녀의 빠알간 입 속으로 스르륵 빨려 들어갔다.



아까 느꼈던 압박감, 수치심은 저 멀리 카시오페아로 날아가 버렸나 보다. 아니면 초여초(超女超)지점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여자 특유의 변덕이 일상이 된 걸까?



서영이 파스타를 먹을 동안 나는 와인셀러에서 티냐넬로를 꺼내 보르도 레드와인 잔에 따랐다. 그리고 Variety Lab의 London In The Rain을 틀었다. 나른하게 깔리는 신비로운 선율이 묘한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갔다. 그리곤 밝은 등 몇몇 개의 스위치를 내려 어둡게 만들었다.



“고마워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죠?”



“나 말이야? 당신이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흐음... 둘 중 하나겠죠. 내가 아는 민호오빠일 수도 있고.... 말 그대로 민호오빠의 동생 민하 일지도. 물론 내가 쓴 서지영이란 가명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 봐서 미심쩍지만 말이에요.”



“하나 더. 그냥 점장일지도 모르지.”



“이제 신비주의는 집어치우고 정체를 밝히시죠? 민호오빠 맞죠?”

“노코멘트, 자네가 이 점장에게 알아내게. 난 지금 자네의 상관으로, 호접몽의 점장으로 있고 싶으니 말이야. 그리고 오늘의 모든 일은 점장인 내가 모두 책임질 거야. 한잔 따라 주게.”



“이거 성희롱에 해당되는 행위인거.... 아시죠?”



“내가 말했잖나. 오늘의 모든 일은 점장으로서 책임진다고.”



“좋아요. 나도 한잔 줘요.”



“물론, 이것으로 쌤쌤이로군.”



그녀와 잔을 부딪치고 탐욕을 가득 담은 눈빛을 보냈다. 때로는 농도 짙은 야한 말보다 욕망가득한 눈빛이 더욱 효과적일 때가 있다. 타인의 감정에 감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자이기에 말이다. 음악은 라나 델 레이의 Video game으로 바뀌며 좀 더 노골적으로 섹시한 분위기를 채웠다.



“제가 만났던 민호오빠와는 분위기가 전혀 틀리네요. 뭐랄까... 훨씬 원숙한 느낌?”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나?”



“남이 따라할 수 없는 4차원적 개그는 같아요. 그리고 뻔뻔함도 같은 느낌이고. 이렇게 생각하니 또 민호오빠인 것 같기도 하고.”



“틀렸어. 난 점장이야. 근무할 때처럼 불러. 아참, 파스타는 어때?”



“엉망이에요. 파스타의 면도 그렇고 간도 안 맞아요. 이런 식이면 곧 문 닫아야 하겠네요. 점장님.”



“흠... 어쩔 수 없지. 이건 카시오페아 쪽 입맛에 맞춘 거니까. 지구인 입에는 안 맞을지도. 흠 내가 먹어볼까?”



난 서영의 옆자리로 의자를 옮겨 앉았다. 흠칫 놀라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에피타이져가 어딨더라? 에피타이져 좀 줘. 나의 예민한 위장이 놀란단 말야.”



“에? 그런 게 어딧어요? 웁, 흐으음...! 하아아... 하아, 에...”



짧은 키스가 끝나자 서영은 입을 반쯤 벌리고 혀를 조금 내밀어 숨을 골랐다. 마치 ‘아, 끈적끈적해... 어떻게 하지? 또...’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난 티냐넬로를 입에 머금고 서영의 입에 스르르 내뿜었다. 꿀꺽, 서영은 눈을 감고 말없이 받아 넘겼다.



“미끌거리는 에피타이져로군. 그나저나 집에 들어갔다 온 것 같은데... 왜 화장을 고친거지?”



난 참던 인내를 풀었고 해방된 쾌락은 손으로 전달되어 서영의 엉덩이를 가득 움켜쥐었다. 운동을 했는지 그녀의 엉덩이는 오히려 내 손을 휘감는 듯한 촉감을 선사했다. 서영은 잠자코 내가 하는데로 가만히 있었다.



“그냥... 점장님께 예뻐 보이고 싶어서...”



“민서영. 거짓말, 나를 유혹하고 차지하고 싶었던 거지? 화장 말고 또 뭘 바꿔 입고 왔지?”



나는 의자를 옆으로 돌리곤 내 무릎위에 서영을 앉혔다. 그녀의 미디스커트를 살짝 걷어 올렸고 치마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팬티가 보일 듯 들쳐졌다.



“백하고... 힐...”



“그리고? 팬티랑 브라는?”



“점장님 그런 건... 묻지 마세요. 제발...”



난 치마 위로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강하게 움켜쥐고 긴 머리를 채어 살짝 당겼다. 서영은 입이 벌려진 채 천장을 쳐다봐야 했다.



“바꿔 입고 왔지? 오늘밤 나에게 보여 질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말이야.”



“너무해... 맞아요. 점장님.”



“섹시한데다 고분고분한 매니져로군. 목이 타는데. 술을 줘. 가득.”



서영은 와인 잔을 들어 나에게 먹이려했다. 그런 그녀를 손을 들어 제지하고 내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입으로 먹여달라는 제스츄어였다. 한 모금 가득 와인을 머금은 서영은 양손을 펴서 내 가슴에 대며 입으로 내뿜었다. 따듯한 와인을 한 모금 삼킨 나는 서영의 입속으로 혀를 스르르 밀어넣었다. 부드러운 입술과 딱딱한 이빨이 밀려나며 서로의 혀가 뒤엉켰다.



후르릅 쩝... 쭙~ 쭈압... 쩍~ 후으음...



다시한번 탐욕스럽게 서영을 쳐다보자. 서영은 상체를 무너트리며 나에게 몸을 의지했다. 바삐 몰아쉬는 서영의 숨소리가 끈적이는 음악소리와 어울려 레스토랑에 가득 찼다.

“계속해볼까? 바꿔 입은 속옷은 어떤 거지?”



“전에... 그때, 입었던거...”



난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 그녀가 입은 속옷은... 아! 보라색의 호피무늬 세트였다.



“좋아. 민대리. 당신의 브라를 점장인 내가 확인해보도록 하죠.”



지느러미 같은 셔링을 옆으로 치우고 단추 세 개를 풀었다. 풍만한 가슴골이 향내를 풍기며 자신의 볼륨을 과시했다. 앞섶을 젖히자 지브라 패턴의 브라가 드러났다.



“이... 거짓말! 호피브라가 아니잖아? 아... 아뿔사!”



실수였다. 난 황급히 서영을 쳐다봤다. 그녀는 득의만만 미소를 지었다. 승리의 V자를 그리며 말이다.



“흠... 내가 그날 레오파드 패턴의 브라를 입은걸 어떻게 알았지? 즉, 호접몽의 점장님은 김민호의 오빠 김민하가 아닌, 김민호라는 가명을 쓴 김민하 일 뿐이다. 이렇게 되는 거죠? 쌍둥이라는 사실은 기막힌 시나리오 일뿐이고. 안 그래? 민호오빠? 가명으로 불러줘 아님, 민하라는 계집아이 같은 본명으로 불러줘?”



“우우....”



내가 구축해 놓은 프레임이 실수 한방에 날아가 버렸다. 시나리오의 힘으로 당분간 안달복달 못하게 할 계획이었는데... 서영이 조금만 덜 매력적이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으... 너 감히 점장님께 거짓말을?”



“호호, 미안. 그래서 뭐? 난 이미 알아버렸는데 어쩔라고? 귀여운 오빠.”



서영은 내 무릎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잔에 담긴 와인을 단숨에 마셨다.



“후우~ 취하는데? 오늘 일은 점장님이 책임진다고 했죠?”



허리를 숙이고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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