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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누드 그리는 남자 -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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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18 회 작성일 23-12-09 10: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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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히 일어나 평소 잘 하지도 않는 청소를 해나갔다. 예상외의 인물이 파토를 놓을수도

있는 확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동청소기를 돌려 바닥의 먼지를 끌어당김과 동시에

작은 환풍기로 빨려나가는 먼지들을 바라보았다.



‘휴우~ 정말 더럽군!!’



끝도 없이 피어오르는 먼지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후

련해지기까지 했다. 청소를 마무리하고 샤워를 하는 동안도 들뜬 기분을 주체 못하고 콧노

래까지 흥얼거리는 내 모습을 보니 예진을 무척이도 그리고 싶었던 마음을 보는 것 같았다.



병원의 점심 시간은 대부분 1시부터였다. 혹시 모를 기대감 때문인지 12시부터 온몸의 촉

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지만 역시 그녀가 다니는 병원도 다르지 않았다. 분명히 오긴 올거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간호사라는 여자와의 등장이 마음이 걸렸다. 괜히 와서는 훼방이

나 놓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1시를 넘기고 십 여분이 지났을 무렵, 누군가의 발걸음이 지하로 연결

되는 나의 작업실로 내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왔다! 왔어....’



꾸준히 들려오는 그 발걸음은 둘이 아닌 하나였다. 지하 특유의 울림과 또각또각 내려오는

발걸음 소리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고 곧 작고 수줍은 노크소리가 울렸다.



“네... 들어오세요~”



내내 소파에 앉아 멍하니 예진을 기다리다 발걸음이 들리자마자 구석의 그림들을 뒤적거리

는 척 또 다시 연기를 했고 끼~익 대는 소리와 함께 분홍색 간호사복을 입은 예진이 수줍

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복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예쁜 모습이었다.



“오빠!”



“어~ 왔어?”



혹시나 예진의 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아줌마도 같이 온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

다. 하지만 나의 우려는 말끔히 씻겨주듯 조용히 문을 닫고 작품들을 뒤적이는 나를 향해

한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는 예진이었다.



“뭐해요? 어제 오빠 선물 안 갖고 간 거 있지?”



“그래서 미리 다 포장해 뒀어... 밥 먹고 가져가던지.. 아니면 이따 퇴근 후에 들러서 가져

가~ 그나저나 혼자야? 그 간호사 언니랑 같이 온다더니....“



“응... 그냥 혼자 갔다 오래... 부끄럽다나?”



눈치 없는 아줌마로만 봤던 것이 조금은 미안해졌다. 하지만 미안한 것은 그 뿐 점심시간에

예진의 승낙을 받아 들이겠노라 다짐을 했다.



“그랬구나... 앉아! 뭐 먹을래?”



“내가 오면서 초밥집에 들러서 음식 시키고 왔어요... 오빠 유명하던데? 주소를 불러주기도

전에 단번에 알더라고~“



화가로서 명성이 유명한 것이 아닌 자주 시켜먹는 단골집이었기에 아는 것 뿐이었지만 그

초밥집도 섭외작업에 조금은 도움을 준 것 같아 앞으로 자주 시켜먹으리라 다짐했다.



“어제 정은 언니는 잘 그리고 갔어요?”



“그럼~ 거의 프로 수준이니까...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는 수줍음 많은 여자에서 이젠 한껏

물오른 여자의 모습이랄까? 그림은 이미 다 팔려서~“



“헤엑! 그 그림 다 파는 거예요?”



“아무한테나 파는 건 아니고 정말 누드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매니아들에게만... 진정 예술을

알아보고 내 그림을 존경해주는 사람들에게만....“



“아~ 그렇구나!! 하긴 화가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으면 작품이 아닌 거죠? 타인의 손에 들어

갔을 때 빛을 발하는 작품이 되는 거라던데?“



“빙고! 누가 그래? 잘 알고 있네?”



“어제 정은 언니가요... 그 언니 덕분에 정말 내가 무식했었구나 라는 걸 알았다니까요?”



“하하하... 무식까지나....”



예진은 자기 자신을 한껏 낮추면서 말을 이었다. 그보다 내가 놀란 것은 그 짧은 시간동안

순진하고 누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던 여자를 하룻밤 새에 이렇게 바꿔 놓은

것이었다.



“모델료는 프로하고 아마추어하고 차이가 있겠죠?”



“다른 작가들은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 프로건 아마추어건 작품에 나타낼 수

있는 생명력은 동등하거든... 되레 나 같은 경우는 아마추어가 모델료가 더 좋을 때도 있어“



“오빠는 정말 진정한 예술인 같아. 정말 처음엔 사기꾼인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은 알고

판단해야 한다니까? 후훗!“



모델료를 묻는다는 것, 그것은 99.9% 넘어와 있다는 증거였다.

어제까지는 나의 작품을 위해, 나의 돈 벌이를 위해 피치 못 할 거짓말을 했다면 오늘은 조

금의 숨김도 거짓도 없이 진실을 말해야했다. 나의 철학과 혼을 그녀에게 불어넣어 내가 원

하는 작품모델로 가꿔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뭐... 그럴수도 있지~ 지금이라도 안 게 어디야?”



“사실 난 예술가, 특히 화가라고 하면 지저분하고 고집도 세고 일반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

지 못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오빠는 달라요. 그냥 동네 아는 오빠 같애“



“칭찬이지? 그렇게 믿을게”



여러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상적인 질문들까지 나

와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하는 예진은 초밥이 도착하고 식사가 끝나 차를 마시는

동안까지도 틈 없이 이어졌다.



“오빠! 아직도 나 그려보고 싶어요?”



소화가 되던 초밥의 밥알들이 다시금 뭉쳐 입으로 튀어 나올 만큼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식사를 마친 후 슬슬 제안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들려온 예

진의 목소리는 가뭄의 비와같이 촉촉하게만 느껴졌다.



“그럼, 말했었잖아... 예진이가 가지고 있는 표정과 몸짓에서 오는 맑고 청순하면서도 남자

의 본능 끌어낼 수 있을 만큼의 매력이 공존하는 모습은 처음 봤을 때와 지금, 다르지 않거

든... 그리고 싶어 섭외를 했다가도 막상 그리려면 이미지가 흐려져 작품이 안 될 만한 사람

도 있는데 예진이는 그대로야~ 아니 갈수록 그 Feel이 점점 무르익어“



“정말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예진이가 지금 나랑 같이

있겠어? 단지 조금 걱정이 되는 건....“



예진의 입에서 100%로 모든 조건들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마음 스스로가 누드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좋은 작품이 나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드라는 거? 괜찮아요... 사실 예전에 누드화보가 유행일 때 ‘나도 한 번 찍어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가졌었는데 그땐 용기가 없었거든요... 근데 어제 정은언니의 얘기를 듣고 그리

고 직접 작품하는 모습을 보니까 당당해 보이고 멋져 보이더라고요~ 게다가 사진보다는 그

림이 더 예술적으로 보이기도 할테구요~“



“음... 그럼~ 이따 퇴근 후에 올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뜻이야... 괜히 후회가 남을

것 같으면 예진이도 나도 상처만 될테니까“



예진은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표정을 보아서는 마음을 굳게 먹은 듯 했다. 수줍은 입술이

가늘게 떨리는 것은 불안함을 떨치지 못한 모습이었고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 또한 초조함을

대변하는 듯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녀의 나머지 경계심을 와르르 무너뜨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제 한마디면 생애 최고수준의 작품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예진아~ 불안해하지도 말고 겁먹지도 마... 지금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당당하고 솔직한

아름다운 모습이야. 타인의 시선 따윈 신경 쓰지 말고... 알았지? 누구보다도 세상에서 널

가장 아름답게 그려 줄테니까... 그리지 않아도 누구보다도 아름다우니까“



활짝 핀 장미 같은 모습을 닮은 예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

었다. 복장을 챙긴 예진은 빙긋 웃음을 보였다. 가지런한 하얀 이가 빛났다.



“오빠! 나 기다릴꺼예요?”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앞으로도 기다릴꺼야~”



“나.... 가요~ 기다리고 있어요~”



예진은 부끄러운지 총총걸음으로 빠르게 작업실을 빠져나갔다. 계단의 울림이 멎고 그녀의

인기척이 사라지자마자 나는 기쁨의 환호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유후!! 예쓰!! 예쓰!! 됐어!! 됐어!!!”



다른 모델의 섭외 때도 이만큼 기쁘지 않았었다. 아니 그저 무덤덤했었다. 하지만 예진은

달랐다. 마치 정복하지 못 할 무언가를 이룬 것 같은 후련함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 였다. 소파로 몸을 날린 나는 거센 몸부림과 함께 예진의 얼굴을 떠올렸다.



결국 예진은 퇴근 후에 작업실로 들렀다. 많은 생각과 결심을 했는지 점심시간 때보다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다. 경계심이 사라지자 예진과 나는 훨씬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계약서까지 꾸미고 나자 내 여자가 된 것처럼 기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이젠 그녀의 아름다운 여체를 그릴일만 남았다.





추적이는 비가 내리는 토요일이었다.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감정을 끌어올릴수 있을

만큼의 양은 충분히 되었다. 잠시 후 퇴근을 해 올 예진을 위해 온풍기를 작동시켜 적당한

실내온도를 맞추고 매트리스와 각종 소품들을 정리하며 첫 작품의 시작점을 준비해갔다.



‘어떤 모습일까? 굉장히 멋진 모습 일꺼야....’



나도 모르게 예진을 생각하자 아랫도리가 불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내가

꼴린다는 것 누드화의 작품, 다른 것을 떠나서 변태 같은 고객들의 성적 환타지를 충족시키

기엔 불 보듯 뻔히 성공적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가슴이 답답해져오며 내가 더욱 긴장을 하고 있었다. 시침이 세시를 가리키고 그 긴장

감은 극에 달했다. 이제 잠시 후면 기다리고 기다리는 예진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었다.



‘아~ 왜 이리 떨리나... 이런 기분 무척 오랜만인데?’



아마도 대학 시절 처음으로 누드화를 그릴 때, 그리고 정은 선배의 알몸을 보았을 때, 마지

막으로 누드화를 업 삼아 처음으로 섭외한 최고물산의 고등학생이었던 막내딸의 누드화를

그렸을 때 이후 전혀 없을 것 같던 긴장감이 다시금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1분이 하루같이 지나는 시간, 그토록 애를 쓴 목표물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예진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이었다. 사실 나도 이리 떨리는데

예진은 오죽했을까!! 종전까지 볼 수 없었던 긴장된 모습의 예진이 소파로 다가오고 있었다.



“오빠!”



애써 밝게 웃음 지으며 긴장감을 지워내려 했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와.. 왔어?”



“오빠 긴장했구나! 헤에....”



예진도 나의 얼굴을 보고 눈치를 챘는지 놀려대듯 물어왔다. 하지만 작가가 긴장을 하면 모

델은 더욱 긴장을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나의 마음을 숨겨야만 했다.

나는 긴장을 풀어 주는 효과가 있다는 허브차를 건네고 맞은편에 앉았다. 간호사복을 그대

로 입고 온 예진의 모습은 눈이 부실정도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나와 예진의 대화는 이미 단절이 되어 있었다. 온풍기가 돌아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것과 맞지 않는 썰렁한 기운이 우리 둘 사이를 마구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한 시간 여를 흐르고 있었다.



“어때? 준비 됐어?”



“으...응... 오빠~ 시작하자~”



뭘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예진은 시작하자는 말을 뱉어 놓고는 주뼜대고 있었다. 무척 긴

장한 기운이 역력했다.



“예진아! 오른쪽으로 와서 한 번 서봐~”



“여기?”



한 점의 먼지도 없을 만큼 하얀 벽은 사진을 찍기 위한 공간이었다. 나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 사진작가들처럼 웃으며 또는 생생한 표정들을 짓는 사진들을 담아내곤 했다.

물론 그 사진들도 고객들에게 보너스로 보내졌다.



“자~ 부끄러워해도 되고 창피해해도 돼. 너 하고 싶은 말이건.. 아니면 자연스럽게... 예진이

마음대로 해“



나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부끄러워 볼을 가리는 모습, 분홍의 간호사복을 추스르는 모습,

웃는 모습, 찡그리는 모습, 다시 확인해 볼 새도 없이 유연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예진아~ 남자친구 왜 없어?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좋아하는 가수는?

첫키스는 언제 해 봤어?

첫경험은?”



나는 조금 더 생생하고 다양한 표정을 얻어내기 위해 질문들을 쏟아 냈다. 던져지는 질문에

빠짐없이 답을 하는 예진의 대답 중 나의 손동작을 멈추게 한 대답이 있었다.



“나 아직 한 번도 안해봤는데?”



동그란 두 눈이 놀라듯 더욱 동그래지고 아랫입술이 빼꼼히 튀어나오며 흰 피부위로 홍조가

돋아나기 시작하는 예진이었다. 스물 네 살의 꽃다운 나이, 게다가 아직 남자 경험이 없는

숫처녀의 예진은 상품가치로는 최상이었다.

잠시 넋을 잃은 나는 그 귀엽고도 청초한 표정을 놓칠새라 다시 셔터질을 해댔다.



“자 이번엔 단추 좀 풀어볼래?”



하얀 손이 꼬물거리며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단추를 한 땀 한 땀 풀어나갔다. 맨 윗 단추부

터 서서히 가슴 아래로 벌어지며 살결과도 비슷한 바닐라 색의 귀여운 브라가 모습을 비쳤

다. 그 안으로는 부드럽고 말캉한 솜사탕과도 같은 풍만한 가슴이 보기 좋게 담겨있었다.



“그만! 부끄러운 척 어깨 좀 오므리면서... 그렇지!

자 이번엔 좀 도발적으로 오른쪽 어깨를 까면서... 그.. 그래....좋아~ 잘하네!!“



나의 말에 충실히 행동을 하는 예진은 점점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끄러움과

공존하는 자신감은 묘한 매력을 발산시키고 있었다.



“스타킹 신었지?”



“아니... 가방에 있어~”



“가져와서 자연스럽게 신어 봐~”



“응...”



맨 다리가 밝은 조명에 부대끼며 빛이 났다. 원래 털이 없는 건지 아니면 왁싱을 했는지 너

무도 매끈한 다리였다. 가방으로 다가가 스타킹을 꺼내오는 모습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아내

고 곧 의자위에 다리를 올린 예진의 스타킹 신는 모습까지 전부 찍어댔다.



“좋다.. 섹시하다~ 그리고 예뻐... 거울에 비쳐 보듯이 몸을 비틀어 다리 뒤편을 바라봐~

그래... 원래 출근 할 때처럼... 옷 가다듬듯이... 그렇지!!“



내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무엇하나 나무랄데 없는 이미지의 예진

은 점점 즐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예진아~ 이번엔 상의를 벗어 볼래?”



망설임 없이 옷을 벗어나가는 예진은 다시 부끄러움이 찾아왔는지 팔꿈치를 앞으로 모아 속

옷에 가려졌지만 봉긋 솟은 가슴을 가리려 노력했다. 홍조가 된 얼굴에선 풋풋한 미가 풍겨

왔고 의도되지 않은 자연스런 가슴골이 섹시미를 연출했다.



“죽인다!”



“뭐라구?”



“지금까지 본 모델들 중 최고라고....”



“헤헤... 정말? 나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죠?”



“아니야... 정말이야~”



셔터는 눌려지고 자연스런 대화와 함께 수많은 표정들과 몸짓이 카메라로 담겨지고 있었다.

이미 나의 아랫도리는 바지를 뚫을 만큼 치솟아 아픔을 주고 있었고 예진의 옷은 계속해서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가고 있었다.



“예진아~ 힘들지?”



“아니? 재밌는데?”



“그럼 이번엔 이 삘을 이어서 가슴가리개 한 번 벗어볼까?”



작게 고개를 끄덕인 예진은 살짝 몸을 돌려 팔을 등 뒤로 올려 후크를 잡아 풀어내기 시작

했다. 결국 보여질 가슴이지만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툭’ 하는 소리가 들릴 듯 가슴을 두르고 있던 밴드가 헐거워졌다. 그리고 얇은 어깨끈이 스

르르 가는 팔뚝을 타고 흘러내렸다. 직접 보는 것도 흥분이 됐지만 카메라의 앵글에 잡힌

예진의 모습은 마치 에로영화나 포르노를 보는듯한 착각이 일어나며 참을 수 없을 만큼의

흥분을 유도 시켰다.



팔로 가슴을 떠받치고 있는 그녀의 가슴이 눌려 겨드랑이로 퍼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탄력

이 넘치는 흰 가슴이 예진이 몸을 움직일 때 마다 살랑이고 있었고 다시 몸을 정면으로 돌

린 예진은 팔과 브래지어를 천천히 내리며 두 개의 봉우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와~ 최고다... 최고야....’



차마 여체에 대한 평가를 노골적으로 할 수 없어 속으로 외쳤지만 심마니가 귀한 산삼을 봤

을 때가 나와 같은 심정일거라 생각 들었다.

쳐지지 않은 모양, 둥글다기 보단 약간 뾰족한 느낌의 유방은 탐스러웠다. 특히 정점에 솟

아 오른 연분홍빛의 맑은 꽃판과 꼭지는 한입에 머금고 싶을 만큼 숫처녀의 특성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었다. 마치 고운 향기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쁘다... 정말 예뻐! 최고야....역시.... 왼팔로 유두를 가린다 생각하고 오른쪽 몸통을 잡듯

이 둘러봐~ 그래... 팔 조금 내리고 어깨 긴장 풀고.... 그래...“



왼 팔뚝에 눌린 가슴살과 짓눌려 밑가슴으로 부푼 살집이 야하게 느껴져 왔다. 베베꼬인 길

다랗고 가는 다리가 귀엽게 보였다.



“예진이 몸의 비율이 참 좋다~”



“나 예전에 무용했었어... 고전무용....헤헤”



역시 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손동작과 몸의 유연성이 다른 모델에 비해 고급스럽고 안정적

이었기 때문이다. 고전무용을 해서 인지 어깨와 목선, 그리고 허리와 골반으로 이어지는 라

인이 무척 매끄럽고 유연했다.



“자~ 이번엔 팬티까지 벗어보자... 몸 돌리지 말고 천천히 벗어봐~”



가슴을 두른 왼팔을 풀어내고 천천히 허리를 숙인 예진은 셋트인 바닐라색의 청초한 팬티를

슬며시 내리기 시작했다. 허리를 숙일수록 커다란 가슴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유연한 골반

을 벗어나는 팬티 중심으로는 검은 숲이 드러나고 있었다.



“좋아... 다리 한 짝을 빼내고....”



점점 흘러내리는 팬티를 오른손으로 붙잡은 예진은 왼손으로 출렁이며 흔들리는 가슴을 고

정시켰다. 그리고 왼다리를 들어 팬티사이에서 부드럽게 빼내는 모습은 가히 여신이라 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요염하고 섹시했다. 하지만 천박해 보이지 않았다.



맑고 깨끗한 이미지. 분홍빛의 꼭지와 꽃판, 그리고 티 없는 하얀 살결까지 일치했다. 그러

나 눈을 비빌만큼 풍성하고 짙은 예진의 음모는 거친 땅에 뿌리를 내린 잡초와도 같이 억세

보였다. 그러나 도톰하게 살집이 올라붙은 둔덕은 귀여운 이미지 그대로였다.



“음모가 많네~”



“응... 유별나게 여기만 이래.... 깨지?”



“아니야... 오히려 더 자극적이야~”



자신도 컴플랙스라고 생각하는 듯 갑자기 얼굴빛이 어두워지는 예진이었다. 내가 원하는 모

든 것을 갖춘 그녀였다. 프로 모델은 음모까지 깨끗하고 단정하게 관리해 자연스러움이 떨

어 졌지만 눈앞에 보이는 숲풀은 그렇지 않았다.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깊은 숲, 미지의 숲의 형상을 그대로 담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혹시라도 관리하거나 정리하지마~ 예진이 이미지랑 딱 맞으니까...”



“알았어요...”



부끄러운 자태의 절정의 포즈. 한손으로 숲풀을 가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 가슴을 가린 모습

의 예진이었다. 오른쪽 발목에 걸쳐진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팬티와 수줍게 앙다문 입술,

굳어 붙여진 허벅지며 붉게 달아오른 얼굴. 누구나 흉내내는 단골포즈이지만 자연스러움이

떨어지는 모습과는 달리 예진의 모습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오빠! 나도 정은 언니 같은 포즈 취해 볼까요?”



수줍은 얼굴로 정은이 했던 자위하는 포즈를 묻는 예진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 그 포즈 하고 싶어?”



“아니 꼭 그렇다기 보다, 왠지 그 포즈가 프로다워 보여서....”



“그렇담 하지마! 난 프로보단 아마추어를 더 좋아하니까. 솔직히 말하면 아마추어를 벗어난

프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아마추어의 미를 살릴 수 없어! 반대로 어설프게 프로의 몸짓을 따

라하는 아마추어도 그 모습이 예쁠 리 없어... 지금 예진이는 지금의 모습이 가장 예쁜거야.

부끄러워하기도, 창피해 하기도, 때론 용기를 내는 모습도...“



“네~”



물론 예진의 벌어진 꽃잎사이를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설픈 몸짓에 지금

가지고 있는 풋풋한 미를 잃을까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자~ 수고했어! 옷 입고...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알았어 오빠!”



반말과 존대를 오가는 것처럼 여전히 감정의 기복이 심한 예진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예진이 옷을 입는 사이 메모리 카드를 컴퓨터에 연결해 300장여 되는 사진들을 일일

이 검토해 나갔다. 딱 눈에 들어오는 사진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모델을 처음하는 사람

치고는 꽤 수준급의 표정들이었다. 말 그대로 감정이 풍부한 살아있는 사진들이었다.

궁금했는지 후딱 옷을 챙겨 입고 낼롬 내 곁으로 다가선 예진은 어깨에 팔을 두르며 모니터

에 시선을 갖다댔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것이지만 알몸이 가져다주는 친근함은 그 어느 것보다 사람과 사람을 가

깝게 해주는 것 같았다.



“오빠 이게 나야?”



“예쁘지? 다 잘 나왔어... 간간히 눈을 감은 것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다 좋은 사진들이야”



“나 아닌 거 같애... 어색해~ 지금에서야 좀 창피하네?”



“다들 그래... 오늘 아주 잘 했어!! 너무 예뻤어~ 작업들어가고 싶을 만큼”



진심이었다. 맑은 얼굴, 순결한 여체.. 연인으로 만들고 싶을 만큼 아릿따운 여자였다.



“작품 끝나면 작업 들어온다면서~ 그땐 정말 많이 튕겨야지!!”



“이거 겁나서 작업 들어 가겠나~~~”



예진은 길고 짙은 속눈썹을 껌뻑이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최대한 정면에서 바라보

고 싶은지 점점 몸이 나와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럴수록 풍기는 샴푸냄새와 여자특유의 살내

음이 숨겨놓은 욕정을 품게 만들고 있었다.



“그냥 옷만 벗고 사진을 찍었을 뿐인데 오빠랑 디게 가까워진 거 같다!”



“원래 예술이란 게 그런거야...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말하지 않아도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것. 그게 누드일 때 더 빛을 발하지..“



“완전 선수야~ 그렇게 해서 몇이나 꼬시셨어?”



“하하하... 꼬시기는....”



300여장이나 되는 사진을 한 번씩만 훑어봐도 두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계절과 상관없이

그리고 밤낮과 상관없이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작업실의 시간관념을 알려줄 수 있는 건 단

지 시계라는 기계뿐이었다.



“저녁 먹고 가~”



“이 화백님! 그럼 모델 저녁도 안 먹이고 보내려고 하셨어요?”



한결 편안해진 예진의 모습에 난 소소한 웃음을 금치 못했다. 보면 볼수록, 상대하면 할 수

록 귀엽고 예쁜 여자였다. 시계가 딱 저녁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빠 그럼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그리는 거야?”



“그러려고... 왜 약속있어?”



“아니~ 그냥 물어봤어요~”



“그럼 내일을 위해서 일찍 밥 먹고 쉴까? 얼굴 부으면 뚱뚱하게 그릴꺼야~”



작은 농담 한 마디에도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관계, 작품을 그려내기 가장 좋은 관계였다.

혹자는 섹스를 통해 아주 가까워진 사이가 되어야만 작품성이 좋아진다고도 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섹스를 하게 되면 상상력 자체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예진과 저녁을 나누고 보낸 후 나는 다시 그녀의 사진을 꼼꼼하게 훑어나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몸매와 얼굴만으로도 예술이구만!’



나도 모르게 흡족한 미소와 굳게 서버린 자지를 주무르고 있었다. 풍만한 가슴과 잘록할 정

도는 아니지만 야리한 허리, 그리고 검게 자란 자유로운 음모가 남자의 본능을 깨우기 딱이

었다.



‘아~ 구도를 어찌 잡아야 하나...’



사실 머릿속으로 그렸던 구도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숫처녀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엔 좀

더 풋풋하고 처음이라는 그것!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잡을 수 없는 그 아름다움을 담아내야

했다. 신인상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못 받는 것처럼...

그러나 구도를 생각하는 것 보다 달아오른 자지를 먼저 달래는 것이 급선무였다. 누드화를

그리면서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아~ 저 가슴... 정말 몇 몇 가지고 있지 않은 명품중에 명품이야~’



분홍빛의 꽃판과 꼭지에 담긴 빛깔은 파릇한 봄의 향연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흩날리는 싱

그런 벚꽃의 꽃잎과도 닮은 여린 가슴의 고봉은 불끈하게 솟아오른 자지에 눈물을 흘리게

했고 그 유연한 곡선과 함께 지금도 눈에 아른 거리는 거친 황무지 같은 은밀한 부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으..으흑!!”



짧은 비명과도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참고 참았던 껄쭉하고 미끈한 액체가 분수처럼 솟

아 올랐다. 뜨거운 물줄기는 몇 차례나 더 뿜어졌고 그렇게 자위가 끝이 났음에도 예진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였다.



‘정말 죽이는구만! 그림의 떡이야...’



휴지를 가져다 뒤처리를 하는 동안에도 나의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의 맑은

미소가 신기루처럼 허공을 떠돌며 나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후덕한 실내공기가 탁했지만 환기를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에

다른 공기가 들어오면 상상하고 느끼는 예진의 느낌이 싸그리 사라져 버릴 것 만 같았다.







탈의실로 들어간 예진을 기다리며 하얀 캔버스를 이젤위에 올리고 담배한대를 피워내고 있

었다. 예진이 작업실로 들어와 맞닥뜨리자마자 욕정을 품고 자위를 한 것이 괜시리 미안해

지는 느낌이었다.

메일로 황 이사에게 예진의 스틸사진을 몇 장 보냈더니 오늘 아침부터 전화를 해서 아주 흡

족한 인사말을 건네던 것이 떠올랐다. 분명 내가 그려낸 작품 속으로 사라질 한 여인이지만

그저 그렇게 보내기엔 아까울만한 여자, 예진이었다.



“오빠! 오빠!”



예진의 생각에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었다. 전신 타올로 몸을 두른 예진이 어느새 나와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가슴살을 수건의 가장자리가 파고들어 살을 누르는 형상이 눈에 들

어와 예진의 섹시미를 재차 깨닫는 나였다.



“예진아! 수건을 그렇게 강하게 조이면 어떻게~ 자국 남잖아~”



“아~ 미안...”



어차피 자국이야 금방 없어질 것이었고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진을 그저 모델이

아닌 여자로 보고 있는 내 자신이 들킬까 조금은 힘주어 말을 건넸다. 그러자 자신이 큰 잘

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황급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그녀였다.



“자~~~ 이제 포즈 잡아보자!”



예진이 매트리스로 가 다소곳이 앉는 모습을 보고 조명을 밝혀 명암을 조절했다. 워낙 흰

피부와 맑은 인상인지라 그림의 톤을 밝게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때론 아예 반대로

어둡게 가기도 했지만 어두운 것보다는 밝은 분위기가 처음이라는 것을 표현해내기 수월할

것이었다.



“가장 편한 자세부터 잡아봐...”



예진은 머리를 왼쪽으로 두고 살포시 매트리스위에 몸을 뉘였다. 빛에 닿는 피부가 아스라

하게 번져 눈이 부실지경이었다.



“왼 다리를 굽혀서 세워봐~ 얼굴은 나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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