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 첫사랑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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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때 첫사랑 썰
난 고등학생이 처음 되었을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남중에서 3년을 있다가 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배정 받았을때는
정말 그렇게 기분 좋을수가 없었다 ㅋㅋ
고등학교 입학식날 교문을 들어서는데 여자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
난 여자와 같은 학교를 다니면 마냥 좋을줄 알았는데
남중 3년동안 한번도 또래 여자랑 얘기를 한적이 없다보니
일게이 아니랄까봐 여자 목소리만 들어도 몸이 굳더라;;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녀 합반은 아니었다.
심지어 건물이 달랐다. 시발..
구름다리 라고 부르는 다리를 가운데 두고 두 건물이 떨어져 있었다.
학교가 시작하고 한 1주일정도 지나니까 2학년 선배들이 동아리 광고를 하고 다녔다.
나는 과학 동아리에 들었고 그 다음날 방과후에 처음 동아리 모임이 있었다.
어쩌다보니 일찍 가게 되서 제일 앞자리에 앉게 됫고
뭔가 뻘쭘해서 책상에 낙서 같은거 하다가 선배한테 혼났었던거 같다.
잠시 뒤에 여자들이 뒷문으로 들어오면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몸이 또 굳더라;;
누가 같은 동아리 일까 너무 궁금했는데 뒤를 돌아볼수가 없었다.
그렇게 첫 동아리 활동이 시작됫고 한명씩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했다.
어떤 여자애 차례가 왔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나랑 같은 아파트에 산다고 했다.
우리집이 학교랑 꽤 멀었기 때문에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서 그 아이를 봤고
내가 너무 휙 돌아봤는지 동아리 사람들이 다 날 쳐다보더라.
쓰다보니까 생각 났네..
지금 생각해도 쪽팔린다..
그 다음날 내가 주번이었는데
선생님이 여자반에 좀 갖다주라고 시험지였는지 아무튼 그걸 나한테 주는데 와..
어떻게 거길 가지 싶고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시발.. 엑윽엑엑
구름다리 앞에 딱 서니까 저 건너편에서는 여자애들이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데..
던전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고개 숙이고 입던하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누가 소리를 지르더라.
"야 너가 여기를 왜 들어와!"
입던 하자마자 보스몹 만난 기분이었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드니까 그 아이였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거의 도망치듯이 구름다리를 지나갔고 내가 가야되는 여자 반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까 갑자기 여자들이 단체로 우워~~ 이러면서 소리지르는데 거긴 던전이 확실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10년 전쯤엔 이런 분위기였다 ㅋㅋ
그 날 이후로 그 아이는 나만 보면 그 일을 가지고 놀려댔고 그렇게 친해졌던거 같다.
집도 같은 방향이라 항상 같이 하교하면서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웃기도 하고 싸우기도 많이 했다.
그래도 항상 아파트 입구에서 헤어질땐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더라.
어느날 버스정류장에서 둘이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 아이가
"이거 바바!"
하면서 핸드폰이랑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더라.
그때 당시에 나왔던 폰인데
폴더폰이고 앞면엔 동그랗게 흑백 액정이 있는 핸드폰이었다.
그 동그란 액정에 500원짜리가 딱 들어간다면서 갖다대고는 웃더라.
이상하게 기억이라는건 참 별거아닌 일상들중에
10년이 지나도 어제일처럼 잊지 못하는것들이 있더라.
그리고 그런 평범한 기억들은 생각이 나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프다.
우리 학교는 여느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밤까지 야자를 했다.
쉬는시간에 심심하면 구름다리에서 만나서 얘기하고
점심시간엔 같이 매점가서 맛있는거 사먹고
저녁을 먹고나면 맨날 소화 안된다고 내가 소화제 갖다주러 만나고
보빨 ㅍㅌㅊ?
그리고 야자가 다 끝나고 집에 돌아갈때도 항상 같이 있었다.
그 아이와 나는 동아리에서도 같은 조였다.
그런데 어느날 2학년 선배 형이 자기 조에 한명이 모자르다면서 그 아이를 데려가더라.
그리고 그 날 이후로 그 아이와 선배 형은 점점 친해졌고 나는 그게 싫었다.
어느날 저녁을 먹고 친구들이랑 매점을 갔는데 거기에 그 아이와 선배 형이 같이 있더라.
그 아이가 날 보더니
"선배가 나 이거 사줬다!"
라고 웃으면서 말했고 나에게 새콤달콤을 하나 주더라.
매점에서 나오는데 노을이 지는 모습 조차도 좆같았다.
그래도 새콤달콤은 먹었다. 시발..
기분탓인지는 모르겠는데 나에게 연락하는 횟수가 점점 주는것 같았다.
그래도 참 고맙게도 집에는 항상 같이 가줬다.
난 그때부터 김치남이었던거 같다.
장마 기간이 왔고, 나에게도 왔다.
장마가 끝나갈때쯤 무렵 집에 가는길에 그 아이가
남자들은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거 별로 안 좋아하냐고 물어봤다.
게이들도 느껴봤을거다.
가슴 한 부분이 조이고 저리는 느낌.
그 느낌이 너무 싫어서 여자는 먼저 고백하는게 아니라고 했다.
"음.. 그래? 나 잡지에서 봤는데 비 오는날 같이 우산 쓰고 가다가 고백하면 성공 확률이 올라간데!"
썅년..
울면 지는거 같아서 안울려고 이를 악 물었는데 그래도 눈물이 나더라.
그리고 나는 제발 비가 안오길 빌었다.
참 무심하게도 며칠 뒤에 비가 내리더라.
그 날 동아리 활동이 있었는데 선배 형과 그 아이는 같은 조였고 뭐가 좋은지 둘이서 그렇게 웃더라.
난 웃을수가 없었다.
야자가 다 끝나고 집에 갈 준비를 하는데 그 아이에게서 연락이 오더라.
그 날은 그 아이와 집에 가기가 너무나도 싫었다.
나는 연락을 씹고 집으로 향했다.
걸어가는데 자꾸 눈물이 나올것 같아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때 내 우산 속으로 누가 확 들어왔다.
그 아이였다.
내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까 그 아이가
" 나 우산 안가져왔어!"
라고 베시시 웃으면서 말하더라.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몰라서 쳐다만 보고 있으니까
"나 우산 안가져왔어!"
라고 한번 더 말하더라.
나는 그때부터 일게이가 될 운명이었는지 아무말도 못했다.
내가 아무말이 없으니까 그 아이가 그러더라.
"너가 여자는 먼저 고백하는거 아니라며."
내가 엑윽엑엑 대니까 그 아이가 빗소리 때문에 안들린다고 했다.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좋아한다고 말했고 그렇게 그 아이와 사귀게 되었다.
그 날 내 우산속에 뛰어들어와 웃던 그 아이의 얼굴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것 같다.
그 아이와 고3까지 사귀게 되었고 그 아이는 대학을 가고 나는 재수를 했다.
나 공부가 방해가 될테니까 자기가 기다릴테니까 꼭 대학 붙고 연락하라고 하더라.
나는 그 다음해에 서울에 괜찮은 대학에 붙었고 그 아이에게 연락했다.
그 아이가 축하한다고 하면서 자기는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더라.
나 대학 붙기 전에 말하면 수능 망칠까봐 대학 붙을때까지 기다렸다고.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것 같더라.
그래도 난 그 아이에게 너무 고맙다.
어떤 게이가 추억은 내일을 살아가는 양분 이라고 하던데
그 아이는 나에게 너무 많은걸 주었다.
사실 이 얘기를 누군가에게 하면
혹시 그 아이가 나에게 줬던게 날라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뭔가 나만의 것이 아닌게 되는 기분이었던것 같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아이가 생각나는거 보면 추억은 내가 없애려고 해도 없어지는게 아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