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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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은...1
그녀는 38살의 한창 물이 오를대로 오른 농염한 육체를 가진 유부녀이다.
남편인 김 정도와 결혼한지 17년째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전업주부인 것이다.
남편은 국내굴지의 대기업인 XX건설의 중동지역 고속도로 건설을 책임지고 현장책임자로 떠난 지 2년째이다.물론 서너달 간격으로 국내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공사진행 브리핑등으로 바빠 성희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수는 없었다.
남편이 중동으로 떠날 당시의 처음에는 더운 열사의 나라에서 고생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안쓰러워 하기도 하였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자 차츰 성희의 가슴에는 구멍이 뚫린 듯 공허해지며 외로워지기 시작하여 불면에 잠 못이루는 밤의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성희는 고향친구인 숙자와 어울려 용추계곡을 찾았다.
그곳에서 성희는 또 한 가지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에는 그저 짐작정도나 하고 있던 일이었는데. 관광유원지에 속하는 용추 골짜기에서는 뜻밖의 광경들이 연출되고 있었다.여기 저기 햇볕을 피해 나무그늘에 평상과 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평상과 돗자리에는 술상이 놓여있고,곳곳에서 볼수 있는 그 술상에는 날씨 탓인지 옷들을 훌훌 벗어버린 사람들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남녀가 대낮부터 멋대로 떠들어대며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이런 데가 있었구나.)
성희는 주위의 계곡을 둘러보며 말했다.
별로 맑은 것 같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맑은 물이 졸졸 소리내어 흐르는 양쪽 언덕의 푸르름은 그림 같았고 그런 풍경은 자못 낭만적이었다.
자연 속에 묻힌 인간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던 것이다
"너 아직 몰랐니?"
신기한 듯 여기저기 둘러보는 성희를 보고 묻는 숙자의 말이었다.
"응. "
"난 전에 남편과 데이트할 때 몇 번 왔던 일이 있거든."
"그랬었구나. 낮부터 저렇게 술들을 마시다니."
"어떠니, 여긴 시내가 아닌데, 우리도 그래서 온 거 아니니."
"하여튼 좋다. 이렇게 산에 오니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구나. "
성희는 걸음을 멈추며 심호흡을 크게 했다.
이윽고 두 여자는 가장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길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마치 비밀 아지트처럼 마련된 곳이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해도 주위에서 전혀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아주 아늑하구나."
"비밀아지트 같지 ?"
"누가 아니래니. 여기라면 벌거벗고 있어도 볼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겠다, 얘. "
"어머머 너,너 벌써 그런생각까지 하고 있니?"
"그냥 해본 소리야."
성희는 두 다리를 아주 편하게 뻗고 앉았다.
여자가 그런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지극히 망종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내면적으로 자유로와 지기를 원하는 잠재의식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억압받는 사람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심리라고나 할까, 그런 것이었다.
"여기서 먹을 수 있는 별미가 뭔지 아니,너?"
"몰라."
"여긴 유명한 닭백숙전문집들이 장사하는 곳야.너 닭고기 좋아하지 ?"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먹어."
"그럼 됐다. 한 번 먹어 봐.여기는 아주 솜씨가 좋아서 맛도 별미 라니까."
주위의 어디에서인가 벌써 술에 취한 사람들이 멋대로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들이 깔깔대며 헤프게 웃는 소리,그런가하면 이상한 짓을 하는지 묘한 괴성 같은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오기도 했다.
특별한 조리법을 사용했다는 닭고기가 상에 놓이고, 거기에 맥주를 곁들여 마시기 시작한 두 여자.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하자 숙자의 말투가 이상하게 변했다.
훨씬 과격해지고 있다고나 할까. 하는 이야기부터가 매우 적극적이면서도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얘, 성희 야."
그녀는 맥주 한 컵을 단숨에 들이킨 다음 말을 계속했다.
"세상에 남자들이란 절대로 믿을 것이 못돼. 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니, 응?"
"갑자기 무슨 소리니 ?"
"내 말 들어 봐. 이세상 남자들은 모두 도둑놈이라구.어디 그뿐인 줄 알아. 모두가 양의 탈을 쓴 늑대란 말야."
"숙자야.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왜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지 "
성희도 처음과 달리 술기운으로 얼굴이 발그레해진 상태였다.
그녀는 계속해서,
"너 솔직히 말해 봐. 어제 부부싸움 했지??" 하고 숙자에게 물었다.
"부부싸움? 얘, 그런 거라면 말도 안한다. 부부싸움이야 어디 한두번 해봤니, 그까짓 건 신경쓸 필요도 없다구"
" 그럼 대체 뭐니 ?"
"글쎄 들어보라니까."
"‥‥‥ ? "
성희도 컵에 반쯤 남은 맥주를 들이켰다. 그러자 숙자가 그녀의 옆으로 바짝 다가 앉었다.
"글쎄 있지 않니‥‥‥ "
숙자는 홧증이 나 더운 듯이 윗 옷가슴을 풀어헤쳤다.
38살이나 된 유부녀이면서도 처녀처럼 뽀얀 살갖의 볼륨이 탄력있게 반쯤 드러났다.
"너 같으면 남편의 외박을 어떻게 생각하겠니? "
"난 그런거 생각하고 싶지 않아.?
"어째서 ?"
"너도 알지 않니."
성희는 시쿤등하게 대답하며 잔에 맥주를 채웠다. 상 위에는 벌써 네 병째나 맥주가 올려져 있었다.
"아아,그렇구나. 남편이 장기간 외국에 나가 있다, 이거지. 허긴 그건 또 경우가 다르겠구나.
허지만 얘,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마찬가지 아니겠니."
성희는 숙자의 말이 몹시 비위를 건드렸다.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태어 뭐라고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숙자는 아랑곳 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그런 방향의 이야기를 해나가고 있었다.
"넌 어떠니 ?"
"뭐가?"
"외국에 나가있는 네 남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내 남편 ?"
"그래. 아직 젊은 남자인데 장기간 동안 아내와 떨어져 있으면서도 그냥 무사하리라고 보니 ?"
"무사해 ?"
"그래. 남자란 여자보다 더 참기 어렵다는 것이 상식 아니겠니."
"글세‥‥‥? 난 아직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
"정말이니 ?"
"응. 정말이야. 그런 생각을 뭣 때문에 하겠니, 안그래 ?"
"넌 역시 여유가 있어서 좋구나.그래, 어떻게 보면 그러는게 속 편할지도 모르지. 모르는 것이 가장 편한 일일테니까."
숙자의 말은 마치 무엇인가 확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 같았다.
즉 성희의 남편이 외국에서 바람을 피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의 말인 것이다.
"............? ? ? "
성희는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즉 노란색깔의 안경을 쓰고 보면 사물이 모두 노랗게 보인다. 다시 말해서 빨간색의 안경을 걸치고 주위에 있는 사물을 볼 경우 모두 새빨갛게 보이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숙자가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나 근거가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어떤 불미스러운 점을 찾아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이른 성희는,
"숙자야."
하고 그녀의 말을 가로막은 다음 계속해서 화제의 방향을 다른곳으로 돌렸다.
"너 말야, 혹시 네 남편에게서 이상한 점이라도 발견한 거 아니니 ? 그렇지. 내말이 맞지 ?"
질문을 받은 숙자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결국,
"그건 사실이야. 어쩜 남자들은 모두 그러니, 글쎄." 하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왜, 무슨일 인데 ?"
"말도마. 난 얼마나 실망했는지 몰라."
술기운 탓일까.
금방 성희의 남편에 대한 의구심에 열변을 토하듯,숙자는 다시 자기남편에 대한 것으로 이야기를 바꾸고 있었다.
"성희 너니까,그리고 여긴 우리뿐이니까 내 솔직히 말할께."
"‥‥‥‥"
"대체 남자들이란 왜 그런지 모르겠어.그저 여자들만 보면 당장 군침을 삼키는 모양야."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얘, 그러지 말고 본론부터 얘기해 봐라. 그래, 네 남편이 새파란 아가씨와 바람이라도 피웠니 ?"
"역시 그게 좋겠지?"
"그렇지 않구."
"좋아. 그렇다면 내 아주 솔직하게 다 말할께."
확실히 숙자는 술이 어느정도 취해 있었다. 그럴 경우 남자나 여자나 다를게 별로 없는 증상이 있다. 즉 말이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숙자가 그랬다.
성희 또한 술기운이 상당히 오른 것도 사실이었다. 숙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내가 맨 처음 우리 그이에 대해서 실망한 일이 있었어."
"‥‥‥"
"그날 퇴근한 그이를 보니 아주 멀끔해졌지 뭐니. 이발소에 다녀왔다는 거야. 그런데 있지 않니, 너도 이발소에서 면도하는 새파란 아가씨들을 본 일이 있지 ?"
성희는 생각해 보며,
"있지. 어쩌다 보면 횐가운을 초미니로 입어 엉덩이까지 보일 것 같이 하고 있더라."
"글쎄 그게 말야,이건 말도 안돼.나도 순진한 처녀들로 알았는데 그게 아냐. 걔네들 창녀 뺨친다니까."
"그게 대체 무슨 소리니 ?"
묻는 성희의 머리 속에는 자주 거론되는 퇴폐이발소에 대한 기사들이 떠올랐다.
허지만 그 진정한 내막은 모르고 있던 그녀였다.
"세상에 이걸 어쩌니. 고 깜찍한 년들이 글쎄 말야, 별의별 짓을 다 한다는 거야."
"이발소에서 ?"
"그럼 어디겠니. 허기야 내 남편이 아니었다면 난 상관하고 싶지도 않았어.헌데 이건 완전히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지 뭐니."
"어떻게 됐는데 ?"
"아까 말했지. 남편이 이발소에 다녀왔다고 말야. 그런데 그날밤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 자꾸 드는 거 있지. 여자들의 육감이라는 그런 거 말야."
"으응‥‥‥‥
성희는 매우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날따라 남편은 몹시 피곤하다며 초저녁부터 혼자서 자는 거야.왜 있지 않니,우리 여자들도 어떤 때는 몹시 생각나는 거 말야. 그날 내가 그랬거든."
"그래서 ?"
"은근히 약이 오르지 뭐니, 그때 불쑥 퇴폐이발소니 뭐니 하는 생각이 떠오른 거야."
"‥‥‥"
"난 어쩐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그이의 몸에서 공연히 여자냄새 같은 게 풍기는 것도 같았고 해서 말야."
숙자의 이야기는 성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계속해서 치닫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더구나."
그녀는 다시 맥주 반 컵 이상이나 남은 것을 들이켰다.
그녀의 음주실력은 여러가지 면에서 성희를 능가하고 있었다.
"그이는 내가 건드리는 것도 모르고 골아떨어져 있는거야. 그래서 난 그 기회를 이용해서 그이의몸을 검사해 보기로 결심했어."
그러자 역시 술기운이 상당히 오른 성희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바보 같기는, 검사한다고 그게 어디 표가 나겠니. 안그래?"
하고 농도 짙은 이야기를 했다.
"그거야 우리 여자들도 마찬가지지. 의학적으로 정액검사를 한다면 몰라도 어디 남자의 몸이 들어왔던 흔적이나 남니"
"내 말이 그거야."
"헌데 아니었어."
"뭐라구?"
"분명 한 흔적이 남았더라구."
"뭐야? 아니 얘, 너 그걸 말이라고 하니? 어떻게 남자의 몸에 흔적이 남겠니 ?"
"내 말을 들어 봐. 그러니 기가 막히다는거야"
"? ? ? "
"글쎄 그이의 거기에 휴지가 말라붙어있지 뭐겠니. 그게 뭘 뜻하는지는 너도 알겠지 ?"
"어머나, 그럼 ‥‥‥‥"
성희도 이내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그녀가 간곡히,"결혼할 때까지만 참아요." 하고 부탁했으며,그대신 그의 요구에 의해 그녀가 손으로 수없이 서비스 해준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게 정말이니 ?"
"그렇다니까. 보나마나 젊고 야리야리한 아가씨가 손으로 그걸 해주고 닦았으나 그만 흔적이 남은 거야.?
"‥‥‥‥"
"너 그기분 모를 거야. 얼마나 불결하게 느껴지는지 말야. 그때는 그이가 완전히 짐승 같았어."
그때 성희는 숙자를 위로라도 해주겠다는 듯이,
"얘,그래도 나은 편이다. 직접 아가씨의 몸에다 한 것보다는 덜 불결하지 않니, 손이었으니까."
하고 거침없이 말해 주었다. 그러나 그말이 숙자에게 위로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
숙자의 남편은 툭 하면 외박을 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평균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바로 어제는 드디어 증거를 잡았다고 한다. 너무 급하게 서둘다 보니 남편이 속옷을 뒤집어 입고 있었으며, 얼마나 허술한 여자와 상대했는지, 아니면 남편의 상태가 제정신이 아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기가 막히게도 남편의 양복 겉주머니에 이상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휴지에 싼 작은 것이었는데. 그것을 풀어보던 숙자는 그만 처음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럴수가 없었다. 아무리 시간이 없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던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멍청히 숙자가 들고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남성전용의 콘돔이었다.
그것도 새로 구입한 것이라면 또 모른다.
아니었다. 사용한 것이었다. 더더구나 급히 챙기다 보니 구겨진 끝부분의 작은 공간에는 정액이 아직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본 속자의 기분이 어떠했을까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말을 듣던 성희조차 양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무엇인가 야릇한 생각에 잠겨 들었다.
어쩐지 친구의 심정에 대한 동정심 보다는 야룻한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술기운 탓도 있으리라.숙자가 목격했다는 그물건 자체가, 더구나 그 상태가 문득 성희의 등줄기를 무엇이 더듬어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해준것이다.
"성희야,너 같으면 그럴때 어떻게 하겠니??"
"응, 응? 글쎄‥‥‥‥"
성희는 그런 생각에서 갑자기 깨어나며 더듬거렸다.
아직도 정액이 담긴 콘돔이라는 뉘앙스가 준 어떤 충격 때문이었다.
"그래서 말야, 세상의 남자들은 다 도둑놈이야. 솔직히 난 그이가 요구할 때 한번도 거절하지 않았어.어떤 때는 귀찮고짜증스러웠지만, 그래도 하다 보면 나도 좋아지니까 하자는대로 했지. 그런데 글쎄 그게 무슨짓이니, 세상에, 성희야 ? "
"응 ?"
"네가 이런말 한다고 서운하게 생각지마. 우린 친구니까 하는 말이야."
"뭔데 ?"
"네 남편도 믿을 수 없어. 같은 남자니까. 누가 아니, 한국여자도 아니고 노랑머리에 눈파란 여자들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서양여자들은 있잖니,몸에 털도 많고 또 색도 아주 강하다더라. 남자가 한번해줘 가지고는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숙자는 성희의 기분도 관계없다는 듯이 상기된 얼굴로 계속했다.
"너도 봤지. 사진에 나오는 서양여자들 말야. 얼마나 잘생겼니.유방도 크고 늘씬한 다리에 그 팽팽한 엉덩이 하고, 모두 남자라면 안아보고 싶지 않겠느냐구. 안그래 ?"
"별소릴 다 하고 있구나, 지금. 마치 네가 남자라도 되는 것 같구나. "
"이건 정말이야."
그러던 숙자는 갑자기 눈빛이 바뀌기까지 하며
"언젠가 우연히 본 일이 있는데, 커다랗게 나온 미국여사진을 보니 같은 여자인 나도 이상하게 탐나더라, 얘."
하는 말까지 거침없이 하며 다시 술을 마셨다.
대단한 주량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마시는 주량일수는 없겠지만, 성희에 비해 혼자서 두병이상의 맥주를 마시는숙자는 확실히 대단한 주량인 것이다.
"가만, 여기 화장실이 어디지?"
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갑자기,
"에라 모르겠다. 여기에 볼 사람이라고는 너밖에 없으니까."
"어쩔려고?"
"어쩌긴 뭘, 그냥 여기서 누는 거지."
"너 미쳤니 ?"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어때."
사람이 술을 마시면 담이 커지고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또 원시적이고 적나라해지는 것이 사실인지도 모른다. 숙자는 앉았던 자리에서 바로 밑의 나무옆으로 갔다.
그녀들이 술을 마시는 평상의 약간 옆이었다. 거기서 그녀는 체면볼 것 없다는 듯 치마를 내린후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는 서슴없이 엉덩이를 까 내리고는 볼일을 보는 것이었다.
"얘."
성희가 나무랐으나 소용없었다.
숙자의 허옇고도 커다란 엉덩이와 함께 시원한 오줌 줄기가 요란했다. 성희는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살핀 다음 힘찬 물줄기 소리를 내며 볼일을 보는숙자 쪽을 바라보았다.
문득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어릴때 그녀들은 시골에서 같이 자랐으며 놀다가 아무곳에라도 볼일을 보곤 했었다.그러나 지금의 숙자는 아이가 아니고 어른이 아닌가.더군다나 그녀는 한창 무르익은 몸매를 자랑하는 중년의 여인이 아닌가.거침없이 성희 쪽으로 앉아 그러는 숙자의 그곳을 바라보던 그녀는 공연히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같은 여자이지만, 그렇게 정면에서 볼일을 보는 광경은 아직 한 번도 본일이 없었던 그녀였다. 맥주를 마신 탓에. 숙자의 볼일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앞으로 쭉 뻗는 물줄기가 계속되었다. 여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짖궂어지는것일까. 숙자는,
"너 볼래 ?"
하더니 그자세에서 성희가 잘볼 수 있도록 옷자락을 들추어 주며 더욱 힘을 주었다.
"미쳤니 ! "
성희는 그만 고개를 돌렸으나 이내 다시 그쪽을 보았다.
비로소 자신도 소변이 급한 것을 느꼈다. 결국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이번에는 그녀가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숙자가 했던 것과 똑 같이 했다.
숙자는 성희와 달리 아주 노골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끝날 때까지 빤히 들여다보더니 더욱 짖궂게 자신보다 그곳이 약간 큰 것같고 치모도 많다는 말까지 거침 없이 했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제 아무리 같은 여자이고 어릴적 고향 친구사이라고 해도 그렇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도덕이나 윤리관을 개입시키지 않아도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어른들이 아이처럼 서로 그러는 광경을 친구 눈앞에서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숙자보다도 성희의 얼굴이 더욱 상기되어 있었다. 알 수 없는 기분상태라고나 할까. 숙자가 얘기했던 콘돔생각이 자꾸 떠올랐는데, 점차로 그것은 야릇한 상상까지 동반하고 있었다.
남녀가 뜨거운 정사를 끝낸 다음 여성이 그것을 벗겨내는것 같은 것들이었다.
거기에 곁들여 또 다른 광경이 연상되었다.
남편에 대한 것이었다.
어느 고급 침실에서 남편이 팔등신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를,혹은 원주민여인인 새까만 피부의 탄력있고 풍만한 몸을 껴 안고 있는 그런 광경이었다. 상상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그 상상속의 광경에는 뜨겁게 부등켜안고 뒹굴던 그들이 드디어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는, 그순간 교묘하게도 언젠가 포르노영화에서 보았던 그 격렬한 광경이 떠오르기까지 했다.
성희는 그만 두눈을 감으며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안돼 ! 아냐,그럴리 없어 ! 그런일은 생기지않아 하고 소리 쳤다.
"얘, 성희 야."
갑자기 이상해진 그녀를 보며 숙자가 불렀다.
" 너 지금 왜 그러니,응? 뭐 잘못된거 아니니?"
"아, 아냐. 아무거도 아냐."
성희는 변명이 궁해지자 급히 맥주잔을 들어 들이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들은 밤마다 외로움에 잠못이루는 성희의 뜨거운 육체를 생각할때 이미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희로 볼때 그것은 전혀 우발적이었으며 거기까지는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같은 여자로 어느정도 성희의 상태를 알아차린 숙자가 불쑥,
"너 지금 기분이 이상하지?"
하고 물어왔을 때 성희는 더욱 당황하며 공연히 몸을 움츠렸다.
"난 다 알아, 얘. 어쩌겠니, 너나나나 지금 한창 그재미를 알 나이들인데 안그러니?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비정상이지."
"그런 소리하지마, 얘."
"시치미뗄 거 없어. 비밀만 지키면 돼. 남자들이 그러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너 정말‥‥‥‥"
"솔직히 말해 봐 넌 남자 생각나지 않니?"
"생각난들 어쩌겠니, 상대가 없는 데."
두 젊은여자의 대화를 두고 점입가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시말해서 그녀들의 대화나 분위기는 어느덧 아주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얘."
갑자기 숙자가 눈빛을 빛내며,
"우리 눈 딱 감고 한 번 즐겨보지 않을래 ?" 하고 은근한 투로 물었다.
"뭐라구? 즐기다니‥‥‥‥"
"글쎄 방법은 내게 맡겨. 내가 다 알아서 할께. 그러니까, 우리 여기까지 온김에 몰래 재미 한번 보고 가는 거야. 네 말대로 흔적이 남을 리 없는데 어떻겠니,"
"얘애, 누가 들을라. 어떻게 여자가 그런짓을‥‥‥‥ 말도 안돼."
"솔직히 말해 봐.넌 그게 싫진 않겠지? 내 말은 누굴 사랑하자는 게 아냐. 그냥 한 순간 재미만 보고 끝내자는 거야."
"아무리 그렇지만 얘애‥‥‥‥"
성희는 말끝을 흐렸다. 어떻게 된 일인가.
그보다는 성희 역시 전혀 싫어하는 반응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은근히 원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누가 말했던가.옛부터 성애에 있어서의 쾌락은 남자만의 독점물이 아니라고.고대의 여왕들이 건강한 노예를 몰래 침실로 불러 들였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마음껏 즐긴 연후에 감쪽 같이 없애버렸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것 뿐이 아니다.
고대의 야사를 보면 심심치 않게 그런 내용이 나오고 있다. 모두가 현대인들의 문란한 성 관계와는 다른 나름대로의 인간의 본능을해학적으로 표현한 내용들이다.
그런 여러 가지 점들로 미루어 보아도 여자 역시 경우에 따라서는 남자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 증거가 성희와 숙자에게서 나타나고 있었다.
제안에 대해 반대하는 기색이 전혀 없던 성희 쪽에서 결국
"허지만 얘, 어디서 그런 걸 할 수 있단 말이니 ?" 하고 물어온 것이다.
숙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대답했다.
"어디긴 어디니, 여기지."
"뭐, 여기서 ?"
"그렇다니까. 다 방법이 있어. 그러니까 조금만기다려 봐."
"‥‥‥‥"
성희가 더욱 궁금해 하는 가운데 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인집으로 내려갔다.
뒤에 남은 성희의 가슴은 벌써부터 뛰었다.
(내가 왜 이럴까?)
아무리 냉정해지려고 노력해도 소용없었다. 그럴수록 어떤 순간이 더욱 기다려질 뿐이었다.
허지만 그런 곳에서 무슨 일이 가능할 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숙자가 다시 돌아온 것은 약간 시간이 지나서였다.
성희는 묻는 대신 눈길로 그녀의 말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