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한국에서 들어본 무서운 이야기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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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군대 후임 I는 내가 군에 있던 시절 내가 가장 아꼈던 후임으로
편한 군 생활을 하는 누구나가 그렇듯
I도 선임들을 웃게 만들줄 알았고 남다른 입담과 뛰어난 재치를 가진 사람이었다.
이 이야기는 내 군대 후임 I가 겪었던 일이다.
I는 소위 말하는 약간 껄렁한 학생이었고
자기 말로는 포항 시내를 누비고 다녔다고 한다.
I는 친구들과 다니면서 나쁜 짓은 아니었지만
남들이 보기에 약간 불량한 짓을 하고 다녔다.
I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고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오토바이는 졸업하고
2학년이 되는 해부터 밤에 몰래 부모님 차를 몰고 나와
이곳저곳 드라이브를 하곤 했다.
포항 곳곳을 다니고
가까이로는 경주, 영천
멀리는 울산, 대구까지
고등학생 시절 그들은 대부분 시간을 차와 함께 보냈다.
하지만 학생신분이었기 때문에
밤 동안에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고
그런 시간적 제약 때문에
I와 그의 친구들은 하룻밤에 왕복할 수 있는 거리는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갔던 곳을 계속 다니기를 여러 번
그러던 그들이 반복되는 드라이브에 실증을 느낄 무렵
I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은 바로 담력체험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I는 그 무리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고
흥미롭지 않은 제안이라도 I의 말이면 찬성하는 분위기인데다
그의 친구들 또한 담력체험 같은 남자다움을 시험할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했다.
I와 그의 친구들은 근처에서 담력체험을 할 수 있는 폐가를 물색하였으나
포항과 그 근교에서 그런 담력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고 (내가 경산 안경공장에 대해 물어봤으나 I는 잘 모른다고 답하였다.)
그들은 폐가 대신
포항 흥해에 있는 나병 촌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나병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나 오해로 말미암아
많은 괴담과 불미스러운 사건이 존재했고
I와 그 친구들은 행선지를 정한 날 밤
차를 타고 흥해로 향했다.
그들이 흥해 초입을 지나 목적지로 들어가는 산길을 올라갈 무렵이었다.
약간 비탈진 길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오르막을 오르던 도중 갑자기 라이트가 꺼졌다가 켜졌다 하더니
급기야 중간에 차가 서버렸다.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기이한 현상에
I와 그의 친구들은 돌아갈까 생각도 하였으나
어느 하나 입 밖으로 그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었고,
다들 남자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내려서 걸어가자고 하였다.
결국 서로의 허풍에 떠밀려 내린 네 사람은
걸어서 산길을 올라갔다.
밤인데다가 험하지는 않지만 평지가 아닌 산길이고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걷고 있자니
I와 그 친구들은 조금씩 겁을 먹기 시작했다.
중턱을 지나 사람이 사는듯한 집 같은 형체가
눈앞에 희미하게 보일 때쯤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듣지 못했지만 I는 분명히 멀지 않은 곳에서 칼을 가는 소리를 들었다.
I는 중저음의 쇠붙이가 갈리는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도 듣고 있으면서 애써 태연한 척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칼 가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서 들려오자
I는 두려움을 참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칼 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냐고 물었지만
친구 중 어느 하나도 그런 비슷한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I는 무서워서 부끄러움에도 친구들에게 돌아가자고 하였으나
그런 소리를 듣지 못한 친구들은 I를 비웃었고
I는 자신이 환청을 들은 것으로 생각하고 친구들을 따라갔다.
얼마쯤 더 걸어갔을 무렵
앞에서 걸어가던 두 친구가 갑자기 발길을 멈췄다.
I는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왜 갑자기 멈춰 섰는지 몰랐지만
I도 곧
허공을 향해
낫을 휘두르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고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I를 포함한 네 명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I가 친구들을 억지로 끌고
산에서 내려오려고 할 때,
갑자기 I는 그 노인과 눈을 마주쳤다.
I를 한참 노려보던 노인은
낫을 마구 휘두르며
I와 그 친구들을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I의 친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차를 향해 뛰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차까지 뛰어 내려와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올라올 때와 같이
시동은 걸리지 않았고
노인은 매우 빠른 속도로 차까지 따라와 차 문을 마구 잡아당겼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엎드려서 벌벌 떨던 I와 그 친구들은
노인이 손바닥으로 유리창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차 안에서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얼마쯤 지난 후
노인이 차를 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I는 겨우 시동을 걸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포항 시내를 향해 가던 I일행의 정적은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한 친구의 비명에 의해 깨졌다.
뒷자리에 앉은 친구의 엉덩이 밑
시트 위에 그 노인이 들고 있던 낫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후에 I가 들은 바로는
나병 촌은 없어진지 오래고
그곳에는 공장만이 있을 뿐, 사람은 살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날 밤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