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주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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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주하루 하루가 쉬지 않고 지나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케인의 심장에 마나가 쌓여갔다. 그리고 마나는 서서히 원을 그리기 시작해 마침내 1서클을 이루었다. "확실히 이정도의 속도라면 그래도 3서클까지는 무난하게 갈 수 있겠군." 케인은 예상보다는 하루 늦은 4일 만에 1서클을 완성했다. 물론 마나의 밀도도 낮은 정말 초보적인 수준의 서클이었지만 그래도 1클래스의 마법을 펼칠 수 있는 마법사가 되었다. 물론 마법사라고 부르기에는 그 성취가 너무나 미약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 갔던 길을 다시 간다는 것은 남들보다는 좀 더 편하고 빠르게 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일단은 1서클을 완성했는데... 서클을 완성해도 고민이군." 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썼다. "지금 나에겐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기엔 시간이 없고..." 그랬다. 사실 1서클의 수준은 정말 미약하기 짝이 없었지만 모든 학문이든 배움이든 기초가 가장 중요했다. 마법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클래스 마법으로 마법에 대한 체계가 정교해지면서 1클래스에 대한 기초를 쌓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1서클에 해당하는 1클래스 마법은 아주 기초에 불과하지만 기초를 제대로 숙련시키지 못하면 정작 고서클의 마나를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된 클래스의 마법을 펼칠 수 없는 수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클래스의 마법들이 다 별볼일 없어 보여도 그렇다고 1서클의 마나를 대충 쌓고 넘어가는 것은 훗날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었다. 어쨌든 케인은 지금 당장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의 클래스의 마법을 익혀나가야 했다. 그런데 그러기엔 아직 서클을 만들지 못했고 지금 당장 1서클을 만들었으니 2서클로 넘어가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큰 선택이었다. 몇 차례 고민하던 케인은 계속해서 1서클의 마나를 쌓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래 어차피 지금 여기서 2서클로 넘어가도 내 리스크를 안고 가는거야. 그렇다면 차라리 1서클로 지금의 상황에서 싸워나갈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낫지, 나중에 내 스스로에게 약점을 짊어지게 하는 것은 어리석다." 확실히 그 방법은 느리고 임시 영주인 셀린이 케인을 노리고 있다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 닥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불안정한 상태의 서클을 만드는 것보단 나았다. "쳇, 흑마법이었으면 금방 4서클까진 만들 수 있을텐데..." 흑마법은 백마법에 비해서 안정성이 떨어지고 고위 클래스로 올라갈 확률이 희박하기는 했지만 준비만 잘 되어있다면 일정 수준까지는 빠른 성취를 보였다. . . . 그날 오후였다. "기억을 잃었다더니 정말이네?" 케인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영주성에 들어와(들어닥친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만) 대뜸 자신을 보고서 한 말이었다. "누구시죠?" 이마에 힘줄이 돋는 것을 꾸욱 누르며 케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시골 영지에 이런 여자가 있었나? 자신에 대해서 말을 함부로 한 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외모는 발군이었다. 약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170cm가 조금 안 되어 보이는 큰 키에 몸매는 꽤나 굴곡이 보이는 몸매였다. 얼굴은 꽤나 귀여운 듯 하면서도 눈꼬리가 휘어진 것이 성격이 있어보이기도 하는 외모였다. 크... 괜찮은데? 예전이었다면 바로 노예로 만들어 컬렉션에 추가해버렸을 만큼의 멋진 몸과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긴 또 저런 성격이 조교하는 맛이 있지. 큭큭. 그녀는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케인의 눈빛에 기분이 상했다. "뭐야, 그 눈빛은?" 그녀는 여태까지 자신의 눈을 피하기만 했었던 예전의 케인과 지금의 케인이 너무나 달라보였다. "기억을 잃었다니까 봐줄게. 내 이름은 세레나 알티어스야." 알티어스..? 뭐야? 누나가 있었어? 케인은 놀란 눈으로 세레나를 바라보았다. 뭐... 좋네. 크크...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누나가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가씨!" 마침 마리나가 세레나를 발견했다. "언제오셨어요?" "아, 방금 전에 근데 얘 진짜 기억 상실이네?" 거침없는 세레나의 말에 마리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차차 좋아지실 거예요. 이리 오세요. 마님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세레나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더니 마리나를 따라 나갔다. "개념이 없는 건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저런 건지." 겉으로 보이기엔 십대 소년으로 보이지만 속은 악명 높았던 흑마법사가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그녀의 행동은 참으로 우스워 보였다. 수련이나 다시 해야지, 한시가 급해. 케인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 . . "계획은 어떻게 되었지?" 밖은 어둠이 깔리고 투명한 수정구에서 나오는 빛만이 방 안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거의 다 되었는데, 역시 기사들은 포섭하기가 힘들어요." 셀린은 수정구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누군가가 듣지 않을까 조심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하긴, 아무래도 여자의 몸으로 기사들을 포섭하기는 어려울 거야. 어차피 우리의 계획에서 그들은 아무런 방해조차 되지도 않는 자들이야. 걱정할 필요없다." "네, 오늘 딸 아이가 왔는데 한 번 보셔야죠? 손녀 딸인데..." "곧 다시 볼 수 있겠지, 일단 그 녀석부터 처리해라. 사람을 하나 보내두겠다." 이름을 말하진 않았지만 셀린은 누군지 알아들은 눈치였다. "알겠어요. 그럼 준비할게요." 그 말을 끝으로 수정구의 불빛이 사그라들었다. "알티어스의 이름 따위 없애버리겠어..." . . . 한편 케인은 한 밤중에 찾아온 불청객에 의해서 잠을 깼다. "뭐야? 무슨 일이야?" 케인의 눈 앞에서는 세레나가 서 있었다. 그녀는 케인을 바라보면서 씨익 웃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그 웃음에 케인은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너, 뭐야?" 그 한 마디에 케인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 수 없는 위화감... 그것은 본능적으로 무엇인가 위험하다는 경고를 주고 있었다. "너 기억을 잃었다면서 마법은 배웠네?" 헉! 뭐야? 케인은 숨이 멎는 듯 했다. 위화감의 정체. 그것은 바로 그녀가 상위 클래스의 마법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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