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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대학생활 - 1부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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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599 회 작성일 24-11-25 17:0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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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이게 무슨 허무맹랑하고 천지가 놀라 지진과 해일을 일으켜 세계멸망에 도다를 만한 소리란 말인가. 나이 25살에 이제 갓 신입사원이 된 선희누나가 유부녀라니.. 그럼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간통죄를 저지른 것인가? 아니지.. 나는 몰랐으니 절대 간통죄가 성립될 수 없다. 하지만 누나의 언변이나 여러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어쩌면 정말 큰일날 수도 있겠구나. 이제 갓 전역해서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벙쪄있을 때, 누나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얘기했다. "괜찮아~~너가 걱정하는 그런 일들은 안 일어나!!" "아니 내가 뭘 걱정했다고... (속으로는 이렇게나 안심이 될 수 없었다) 근데 좀 일찍 결혼했네?? 누나답지 않게." "그냥 좀 일찍 결혼했어. 너도 알다시피 나 놀기도 좋아하고 자유롭게 사는 거 좋아했잖아? 근데 이 사람은 그런 날 이해해주더라구. 거기에 반해버렸지." "역시 누나는 결혼도 화끈하네. 대단하다. 좋은사람이라니 뭐 다행이다. 그런데도 오늘 나한테 이렇게 들이댄거야??" "아까 말했잖아! 너를 보니까 옛날생각이 나서 그런거라구. 나도 많이 변했는데 그래도 끓어오르는 욕망을 채우는 거에 죄책감은 안 들어." "정말 누나다운 말이네... 그래도 내가 남편이라면 기분 나쁘겠다. 모르긴 했지만 괜히 미안해지네." "걱정하지마. 들킬일은 절대 없어. 오늘 출장갔거든~ 정말 너가 말하는 운명이라는게 있기는 한가봐?" "그렇다니까! 난 절대 감상에 빠진 감성쟁이가 아니란 말야." "아무리 그래도 넌 변해야돼. 어쨋든 우리 남편 좋은사람이니 언제 한번 같이 만나자~" 아니. 절대 그런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섹파로 전락해 버렸지만 전여자친구의 남편과 만난다니.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으그. 내가 아무리 자유분방해도 그런일을 벌이겠냐! 그렇게 똥씹은 표정하지 마! 아까도 말했지만 넌 성격만 고쳐도 괜찮을텐데 말이야.." "아.. 진짜 그러지 마 제발! 놀리는게 재밌냐~ 근데 아까부터 그게 무슨 소리야?? 내 성격이 어때서. 내가 왕따도 아니고! 나 친구 많아! 인기도 꽤 있고." "친구관계 얘기하는게 아니야. 너를 보고있으면 메시가 농구하는 거 보는 느낌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넌 성적재능이 아주 탁월해! 여자를 몇이고 너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니까." "됐어~ 내가 무슨 연산군도 아니고.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아니야 진심이야. 넌 정말 여자의 음란함을 최고의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근데 이렇게 여자말에 쉽게 휘둘리는 호구같은 성격으로는 아무것도 못해. 누나가 이번 방학동안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은데, 어때?"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오랜만에 만나서. 됐고 나 집에 갈래. 누나도 잘 들어가고 내일봐~" "그래 뭐 내 얘기 잘 생각해봐! 어쩌면 앞으로 너의 대학생활, 아니 너 인생이 더 재밌어질테니까. 내일보자~~" 쪽. 누나의 가벼운 뽀뽀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아마 격렬하고 화려한 누나의 모습만 보다가 이런 소박한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라 그런지 몰라도, 누나가 귀엽게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 생각을 뿌리쳤다. 누나는 유부녀이고 나는 학생이며 이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나는 이제 새내기가 아니고, 아직 어리긴 하지만 그래도 군필자에다 책임감을 가질 나이이다. 이런 잡생각을 계속 하다보니 학교앞 꽤 번듯한 오피스텔에 앞에 도착했다. 우리 집은 갑부정도는 아니더라도, 꽤 안정적이고 어디가서 꿀리지는 않을 정도의 형편이다. 부모님은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부산에 계시고, 누나는 해외에 나가있다. 아버지께서는 정말 호쾌하시고 누가봐도 인상 좋으신 분이다. 하지만 돈에 관련된 일들에 있어서는 정말 칼같고 십원짜리 한푼 헛으로 쓰는 법이 없으신 분이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대학에 입학하자 내게 이 오피스텔의 보증금과 6학기 정도의 학비를 한꺼번에 입급해 주신 후 이제 아버지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말라고 말씀하시고는, 정말 그 후엔 용돈 한번 주신적 없었다. 물론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매달 용돈을 보내주신 걸로 근근히 버티고 있었고, 군복무 기간에 그 용돈이 쌓여 한 1년정도는 별 일 없겠구나 싶을 정도의 형편이었다. 아버지는 본인이 꽤 단호하게 날 벼랑끝으로 밀어내신 거겠지만, 다른 또래 대학생들이 받는 경제적 도움보다도 훨씬 풍족했기에 난 평균적인 자취생활에 비해 꽤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이런 형편에 사실 딱히 알바를 하지 않아도 됐지만, 혹시 모르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해,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알바를 하게 되었는데, 결국엔 옛 인연이지만 한사람을 기적처럼 만나게 되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인과관계는 이미 정해져 있을지 모른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의 한 장면처럼, 단 하나의 교통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가 그 날, 그 전날, 또 몇년전, 아니 수백년전에 벌였던 일들이 될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은 늘 나를 나약하게 하고 늘 수동적인 태도로 바꿔왔다. 운명을 자기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행동 역시 이미 누군가 짜놓은 프레임의 안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식은 내가 운명을 믿으며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작은 오피스텔방에 도착해 옷만 갈아입고 그대로 누워 잠을 자려니, 불현듯 선희누나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껏 내가 사로잡혀 있던 생각과는 정반대인 생각의 씨앗을 나도 모르게 심어놓은 누나는, 어쩌면 내 삶이란 소설을 쓴 작가가 심어놓은 복선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내 머릿속은 그 어느때보다도 강렬한 내적갈등에 휩쓸렸다. 솔직히 남자라면 누구나 여러 여자를 자신의 것처럼 휘두르며 떵떵거리면서 살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나의 성적취향은 꽤 변태적이어서, 늘 내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여자를 바라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욕망은 내 도덕적 가치관과의 충돌에서 항상 패배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실현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 누나의 말이 어느정도는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자를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본적이 없다. 그녀가 내게 끌려오지 않는다면 그저 아름답고 슬픈 짝사랑으로 남겨두었고, 혼자만의 가슴앓이를 술로 달래고는 했었다. 나는 외모에 그닥 자신이 없었고 운동은 그저 좋아서 꾸준히 했을 뿐, 연예인들 같은 울그락불그락한 몸도 아니었다. 난 내새울만한게 없기에 어필을 할 방법을 몰랐고, 날 바꾸려고 노력해보지도 않았다. 이런 일련의 생각끝에 도달한 결론은, 난 자존감이 꽤 낮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난 꽤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만약에 정말 선희누나가 말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시도해보지 않는 것은 엄청난 손해가 아니겠는가? 난 선희누나가 준다는 도움이라는게 무엇인지 감도 안 잡히고 살짝 무섭기도 하지만, 한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미래에 내 대학생활을 돌아봤을 때 후회와 나 자신에 대한 원망만을 남겨두기 보다, 찬란했었지.. 하는 뿌듯한 미소를 남겨두는 것이 훨씬 이득일 것이다. 이렇게 내 머릿속 체 게바라의 외침에 정신을 뺏기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3시가 다 되었다. 잠을 자야했다. 내 뇌에서는 여전히 서인과 남인의 예송논쟁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억지로 잠을 청했다. 왠지 모를 엄청난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 역시 내 불면의 원인이었지만, 억지로라도 눈을 감고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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