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을 해치우다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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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을 해치우다"무슨 생각해?" "그냥요. 옛날부터 이런 거 한 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남자들은 왜 다 그렇잖아요. 이상한 생각많이 하는 거." "어떤 생각?" "못된 생각들이죠. 선생님이랑 해보고 싶다. 연예인이랑 해보고 싶다. 강제로 해보고 싶다. 뭐 그런 것들. 그 중엔 가까운 사람이랑 해보고 싶다 뭐 그런 생각도 있거든요." "난 그 중에서 어떤 거야?" "형수님은 아는 사람의 여자라는 것과 나이가 많다는 것. 그리고 여자 쪽에서 먼저 달려드는 것. 그러고보니 세가지나 되네요." "무슨. 자기가 덮쳤으면서? 그런데, 그런데 진짜 어떻게 하지? 자꾸 경민이 생각날 것 같은데. 그래도 이번으로 끝이야. 알겠지." "그래요. 나도 형님이랑 거의 매일 베란다에서 담배 나눠피는 사인데, 형님 뵐 낯도 없고." "됐어. 그 인간 이야기는 하지마. 그 인간 매일 술먹고 다니는데 뭐, 남자들 술먹으면 뻔하잖아. 다들 술집 기집애들이랑 모텔가고 그런 거잖아. 집에서나 하지." "일어나셔야 하는 거 아니세요?" "그래야지. 그런데 힘이 하나도 없네. 일으켜주면 안돼?" "그러죠. 아니 같이 씻으실래요? 마지막인데요." "그럴까?" 아줌마 몸매의 형수님과 몽땅 벗고서 욕실에 가서 서로 샤워볼로 온몸을 문질러주고 보지랑 자지를 만지기도 하면서 샤워를 했다. 마지막이라고 말은 했지만, 마지막이 될 것 같진 않았다. 일단 너무 가까이에 살았으니까. 몸을 닦고 팬티를 주워입는 형수님의 뒤에 앉아서 살며시 보지를 벌려봤다. 형수님은 질겁했지만, 내가 클리토리스를 살살만지자 다시 신음소리를 냈다. 난 형수님의 보지를 쪽하고 한 번 빨았다. "인사에요. 그럼 전 좀 잘게요. 진짜 피곤하네요. 쓰러질 것 같아요." "그래. 접시는 여기 놓고 갈 테니까 다음에 가져다 줘. 좀 자. 눈이 충혈됐다." 쓰러지듯 누워서 좀 잔 것 같은데, 깨고 났더니 의외로 시간이 그리 많이 지나지는 않았다. 핸드폰을 봤더니 스팸이 두어개 들어와 있고, 엄마에게 전화가 와 있긴 했는데, 11시가 넘어서 내일 전화를 하기로 하고는 소파에 누워서 습관처럼 미연이의 친구가 가져온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구성력이 떨어졌다. 기연크리를 한 번은 탈 수 있지만, 이건 내내 개연성이 부족해서, 도무지 어떤 식으로 극이 전개될 것인지가 전혀 예측되지 않았다. 솜씨가 부족한 것은 처음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긴 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발견할 수도 없었고, 어디서 따온 클리세들이 가득해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짜집기 소설처럼 생각됐다. 심지어는 정구나 김정률같이 완전 유명한 작가들의 책에서 진짜로 따온 구절들이나 장면들도 있어서 읽을 게 못됐다. 하지만, 난 완독을 하긴 했다. 적어도 남의 책을 기획해서 팔아먹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별로인 소설이라도 적어도 완독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문자로 할까 하다가 이메일을 썼다. 현재 소설의 문제점은 물론이고,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작가로 데뷔가 어렵다는 것. 그리고 이건 개선의 문제가 아니고, 일단 소설 작법을 배우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써서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메일의 말미에는 다른 문제들보다 다른 사람의 소설을 따와 쓸때는 반드시 인용표시를 할 것과 모방이 아닌 따와서 쓰는 일을 하면서는 적어도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말이없고 진지한 얼굴이 생각났기 때문에 만약 원한다면 소설을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는 지 지도해줄 수 있다는 말을 썼다가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 지우기도 했다. 의미없이 매일같은 하루가 지나간다. 서른 하나, 다시 한 번 인생을 정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연애를 해야 할까. 인생의 제 2막을 여는 계기는 아무래도 결혼이 될 것이다. 엄마가 전화를 하는 이유도 다 그런 이유일테니까. 다시 누워서 잠을 청했지만, 역시나 잠이 오질 않았다. 내일 일할 소설을 좀 더 읽을까 하다가, 선행학습을 한 초등학생처럼 회사에 가서 갤갤댈 것 같아서 그냥 억지로 잠을 청했다. 양치질을 하는데, 입이 썼다. 한참이나 양치질을 하고 가글을 또 다시 하고 나서야 뭔가 말끔한 기분이 들었다. 혀의 설태를 긁어내는 혀 클리너를 하고나서 사놓은 500미리짜리 생수를 먹었는데,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500미리리터 생수 한 병을 모두 마시고, 회사에 출근했다. 아직 시간이 여덟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경희씨가 벌써 와 있었다. 경희씨 앞에는 꽁초 다섯 개비가 있는 재떨이가 놓여 있었다. 우리 사무실은 금연이었다. 내가 들어가자, 경희씨는 놀라서 재떨이를 감췄다. 난 창문을 열면서 말했다. "얼른 치워요. 괜히 팀장한테 욕먹지 말고요. 그런데, 몇 시에 나왔어요?" "다섯시 반이요. 어제 선배님 말듣고 한 번 해봤는데, 진짜 새벽이 작업이 잘 되네요. 벌써 하나 다보고, 두개 째에요. 그런데, 선배님. 이번에 인센티브 얼마나 나온데요? 선배님 저번에 아란전기 재판 찍어서 만부 넘었잖아요?" "나와봐야 아는 거죠. 한 삼십만원쯤 주려나. 대신에, 작가가 오십만원 쏜다던데요." "하긴, 그 작가야 계탄거죠. 선배님이 다 해준거나 마찬가진데. 어제 들었는데, 회사에서는 다른 데 넘어갈까봐 세질까지 잡겠다던데요." "담엔 잘 안될 것 같아서 뭐 그렇게까지라고 이야기는 했는데, 회사는 스코어 지상주의니까요." "그런데, 그건 진짜에요? c사에서 스카우트 받으셨다면서요?" "아니요. 소문이 이상하게 나서 곤란한데요. 그쪽 출판사 사람들이랑 다른 작가 상가집에 갔다가 만나서 술을 마셨었는데, 그게 소문이 잘못나는 바람에.." "에이. 저한테까지 비밀이세요? 하긴, 선배님이 요즘 스코어 엄청 좋으시잖아요. 작년부터 벌써 다섯 권째잖아요. 재판 찍는거요. 인센티브치면 팀장님보다 연봉 더 많으시잖아요." "그런 이야기 하지 마세요. 팀장님 들으면 또.." "하기는요. 선배님. 시간 될 때, 우리 우연희작가 책 방향 좀 잡아주세요. 이번에는 진짜 대박날 것 같은데, 잘 읽히지가 않아서요. 부탁좀 드릴게요." "그래요. 그럼 일단 커피나 한 잔 부탁해요." "커피 가지고 되겠어요? 토스트도 한 장 구워 드릴게요. 매일 아침 안 드시고 오시잖아요." 경희씨가 재떨이을 들고 탕비실로 가고나서 난 컴퓨터를 켜고, 다이어리를 꺼내, 오늘 만날 작가들을 체크했다. 오늘은 다행히 별다른 일이 없었다. 원래는 작가랑 미팅이 잡혀 있었는데, 작가가 동원훈련을 가는 바람에 하루가 붕 떴던 것이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매일 매일 전쟁처럼 살 수는 없으니까. 오랜만에 내 돈을 내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구나 싶어서 좀 좋은 걸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주변의 도가니탕이나 설렁탕 집을 상상하고 있었다. 경희씨가 해온 커피를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마시면서 어제 철기산 작가가 1차 수정한 수정고를 읽어내려갔다. 어제 미연이 친구의 글을 읽고, 이 글을 읽으니 같은 세대이긴 하지만 글 역시 재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철기산 아니 이은주의 글은 아주 뛰어났다. 수정고를 읽으니 어제 이은주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장편이 아니라, 단권짜리의 큰 책이라면 한 번 승부를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런 식의 기획을 한 번 해볼까라고 기획안을 작성하고 있는데, 팀장이 출근했다. 인사를 하자마자 팀장은 오늘은 자신이 전라도 쪽 작가들을 만나는 출장이라고 말하면서, 내게 사무실을 책임져줄 것을 부탁하고서는 휙하고 서울역으로 가버렸다. 역시 상사가 없으니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 편했다. 기획안을 작성하면서 전화대기를 했다. 경희씨의 작가가 와서 둘이서 나가고 혼자서 기획실 안을 지키는데, 누가 들어와서 봤더니 사장님이었다. "뭐해? 혼자서?" "기획안을 하나 만들고 있었습니다." "무슨 기획안? 그냥 나한테 이야기 해. 병아리 눈곱만한 회사에서 무슨 절차는 절차야." "어제 철기산 작가 수정고를 받았는데오. 길게 시리즈로 가지 않고 단권으로 노블하게 가면 승부를 볼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글이 아주 좋은데, 무협 취향의 독자들은 외면할 것 같아서요." "좋은데. 요새 좋아. 그런데, c사에서는 어떻게 해준대? 뭐, 팀장 자리라도 준대?" "아닙니다." "아니기는 뭐가 아니야. 어제 내가 c사 대표 만났는데, 네 계약관계를 묻던데, 뭐. 배신하지 마라. 점심 때 다 됐잖아.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사장은 기분파다. 사장이 나를 데려간 곳은 꽃등심집이었다. 아마도 최근 회사를 거의 먹여살리고 있다시피한 내 이탈이 걱정되어 그런 거겠지만, 어쨌거나 손수 고기까지 구워주면서 내년이 되면 반드시 진급을 시켜주겠노라는 자필문서를 써줬다. 대접을 받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기획안은 필요없다고 그대로 철기산의 책을 내 뜻대로 기획해보라는 사장의 언질을 받아 회사로 돌아오면서 기분이 좋았다. 팀장이 오면 말을 하고 일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난 철기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은주씨. 저 이경민입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작품은 수정 중인데요." "그게, 다시 한 번 미팅을 하는 게 좋을 듯 해서요. 아침에 저번에 수정하신 수정고를 봤는데요. 은주씨 뜻대로 한 번 밀어붙여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해서요. 아예 일반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글이 아주 좋아서 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어제 제가 통장 사본을 보냈는데, 언제 돈이 오는 건가요?" "아마 회계처리를 어제 했을 테니까, 오늘 쯤이면 입금이 될 것 같은데요. 늦어도 내일까진 들어갈겁니다. 언제 시간이 괜찮으세요?" "전 지금도 괜찮은데요. 지금 회사로 갈까요?" "네. 몇 시까지 오시겠어요?" "한 사십분쯤이요. 뭐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달지 않은 건 다 좋아합니다." "네." 천기산 이은주는 자기의 뜻대로 소설의 방향이 결정된 것에 몹시 만족했다. 재능이 있고, 똑똑하며 말귀를 잘알아먹는 여자와 대화하는 것은 즐거웠다. 나이가 너무 어리지 않았다면 이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하면서 대화를 마쳤다. 이은주가 돌아간 후, 이은주가 사온 전병세트를 끌러서 두어개를 꺼내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뒀다. 기획실이나 편집실에는 작가들이 이런 식으로 사놓고 돌아간 과자들이 많다. 어제 팀장과 이야기 하던 작가가 뭘 사온 것을 보고 물어 내가 작가들이 편집실이나 기획실에 뭘 사다주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기어이 사온 전병은 맛이 있었다. 여섯 시가 되자마자 내려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잠을 자지 못해서 좀 피곤했다. 잠이 잘오는 한약이라도 먹어야 하나를 잠시 고민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려서 나가봤더니. 미연이와 엉망으로 취한 미연이의 친구였다. "아저씨, 사람을 그렇게 곤죽으로 만들어 놓는 법이 어디 있어요? 정연이 충격먹었잖아요." "그렇게 취했으면 집에 보내야지 왜 우리 집으로 데려 와. 인사불성이구만." "정연이 자취해서 혼자 사는데요. 이렇게 보낼 수는 없잖아요. 여자 혼자 사는데 혹시나 무슨 일 당할지도 모르고, 웬만하면 제가 같이 있으면 되는데, 전 오늘 과외가 있어서요. 아저씨가 책임이 제일 크니까, 세시간 반에서 네시간만 맡아줘요. 우리 집은 아시잖아요. 어제 제가 사고쳐서 완전히 분위기 별론거. 좀 부탁해요." 내 침대에 눕히려다가, 어제 일이 생각나서, 그건 아니다 싶었다. 서재방에 라꾸라꾸침대를 설치하고 요를 깔고 그 위에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줬다. 요즘 대학생들은 다 이런건지. 어제 미연이보다는 길었지만, 여전히 짧은 진소재의 핫팬츠에 이은 다리가 쭉 뻗었다. 소파로 돌아와서 여섯시 내고향을 무심한 눈으로 보다가 어제 형수님이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너도 남자인데, 하지는 않았겠지만 보고는 싶지 않았겠냐고.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난 마음속으로 미연이 친구 정연이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뭐 생각으로 하는 죄는 죄가 아니니까. 옥수수를 삶는 장면이 나와서 갑자기 먹고 싶어져서 인터넷으로 옥수수를 주문할까하다가. 내가 먹어야 얼마나 먹을까도 싶고, 저번에 마트에 갔을 때 진공포장된 옥수수를 본 기억이 있어서 그걸 다음에 갔을 때 사야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데, 서재방에서 요란하게 전화가 울렸다. 아마 정연이의 전화같았는데, 괜히 남의 전화를 받을 필요가 없을 것같아 끊을 때까지 그냥 뒀는데, 거의 일분 가까이나 계속해서 전화가 와서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건 있나 싶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가방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이불을 들춰서 봤더니 소리는 정연이의 바지에서 나고 있었다. 어깨를 흔들어서 정연이를 깨워봤는데, 전혀 일어날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인사불성이어서, 그냥 포기하고 소파로 돌아왔는데, 2분가까이 계속 전화가 울리는 것이 심상치 않아서 다시 정연이를 깨워봤지만 일어나지 않고, 난 정연이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전화기를 꺼내려고 했다. 어떻게 전화기를 넣었는지가 신기할 지경이었다. 너무나 달라붙어 있는 바지라서 겨우 손가락을 넣자 바로 허벅지와 보지사이의 공간이 만져졌다. 그 순간에도 계속 전화는 울리고 있어서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전화기를 억지로 꺼냈더니 전화기의 화면에 오수진이라는 이름이 떠있었다. 받을까말까 하다가 부재중이 벌써 여덟통이나 되고, 끊긴 후 음성메세지가 들어오고 또 다시 부재중 전화가 오는 것을 보고서는 일단 상황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하고서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정연씨 전화입니다." "누구야? 누군데 정연이 전화를 받아?"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난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아무래도 정연이가 취해 있다거나 하는 건 옳지 않았다. "아파트 근처에서 정연씨 전화를 주운 사람입니다. 정연씨 친구네가 우리 아파트더라고요. 정연씨 연락을 받았는데, 오늘은 일이 있어 못찾으러 오고, 내일 만나서 전하기로 했는데, 정연씨가 자신에게 오는 전화는 받지 말아달라고 해서요. 그런데, 연속적으로 전화가 계속해서 오고 해서 무슨 급한 일이 있나 해서요." "아 그렇습니까. 저기 집이 어디신가요?" "왜 그러시죠?" "제가 정연이 남자친구인데, 제가 찾아다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건 곤란한데요?" "예?" "전 정연씨를 본 적도 없고, 정연씨랑 연락도 안되는데, 정연씨의 전화를 괜히 다른 사람에게 전했다가 그 책임을 지는 건 싫어서요. 사실은 근처 지구대에 맡기려고 했는데, 정연씨 학교가 저희 회사 근처에 있다고 해서 내일 점심때에 만나서 주기로 했거든요." "네, 알겠습니다." 제법 예의가 있는 모양새로 전화를 끊긴 했지만, 남자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상당히 집착이 강한 것 같았다. 집착하고 강제하고 자기 뜻과 다르면 엄청나게 화를 내는 타입같아서 전화를 받는 내내 기분이 나빴다. 얌전해 보이는데, 남자보는 눈은 없나라고 생각하면서 전화기를 핸드백에다 넣어두려는데, 백에는 두알이 빈 피임약이 있었다. 요새 여자애들이 다 그렇지 뭐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으음 으음 하는 어물거리는 소리를 하는 정연이가 계속해서 몸을 뒤척이더니 갑자기 우욱 하더니 라꾸라꾸 침대의 바로 옆 서재의 바닥에다 오바이트를 했다. 먹은 것이 거의 없는지 내용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냄새가 지독했고, 엄청나게 지저분했다. 창문을 열어놓고, 걸레를 가져와서 그걸 다 닦아냈는데, 내가 무슨 죄가 있나 싶었다. 토한 곳에 늘여뜰여진 긴 머리끝이 젖어서 일어나서도 기분이 나쁠 것 같았다. 세번이나 걸레를 빨아와서 토한 흔적을 다 치워놓고서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상가 약국에 가서 숙취해소 약이라도 사올 요량으로 집밖을 빠져나왔다. 내 말이 그렇게 심했나. 하긴, 대안 없이 그냥 그만두는 게 낫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긴 한 것 같아서, 어느새 내가 어린 사람의 꿈을 꺾는 노땅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한 마음에 속이 불편했다. 뭘 좀 먹이기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집에서 끓일 수 있는 즉석 수프를 하나 사고, 흰 우유도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왔더니, 정연이가 전화기로 누군가와 싸우고 있었다. 아까의 그 남자 친군가 해서 괜히 받았나 싶었다. 일어나면 설명하려고 했는데, 일이 좀 곤란하게 된 듯 했다. 서재방의 문을 똑똑 두드렸더니,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은 정연이가 비교적 멀쩡한 얼굴로 서 있다가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좀 어리둥절한 정연이에게 아까의 사정을 설명했다. 미연이가 맡기고 갔다는 것. 그리고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일단 재웠는데, 부재중 전화가 너무 오래 와서 전화기를 주은 것처럼 하고 받았다는 것. 토하는 바람에 몸이 상할 것 같아 밖에 나가서 약을 사오는 중이라는 말을 했고, 정연이는 급속도로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라꾸라꾸침대에 무너지듯 푹 주저 앉더니 통곡을 하듯 울었다. "죄송해요. 그런데, 너무 창피해서." "아니야. 내가 잘못했지. 좀 더 부드럽게 이야기해도 좋았을 텐데. 소설을 쓰고 싶어?" "예. 그런데, 알았어요. 나한테 재능이 없다는 걸요. 모조리 맞더라고요. 특히 전 오빠가 그렇게 모두 알 줄 몰랐거든요. 다른 소설에서 좋은 부분을 그냥 살짝살짝 따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모두 알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창작하는 사람의 자격이 없다는 말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맞는 말이니까요." "아니야. 나도 예전에 김남조 시인의 시를 표절한 적이 있었어. 그걸 알고 있으면 돼. 다시는 하지 않을 테니까, 시작할 때 이런 일을 겪는 건 오히려 더 좋은 일이야. 그보다 약을 좀 먹자. 그리고 머리도 좀 감고." 약봉지를 건내고, 수건을 줘서 욕실로 억지로 보낸 후, 우유를 넣어 스프를 끓였다. 수프를 다 끓인 다음, 그릇에 옮겨담는데, 정연이가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면서 욕실에서 나왔다. 길고 윤기가 있는 검은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하얀 얼굴이 청순해 보였다. "술은 좀 깼어?" "예." "저기 가서 수프를 좀 먹어. 속 부대낄 것 같아서 끓였다." "아니요. 죄송해서 어떻게 해요." "죄송하기는. 먹고 기운차려. 괜찮으면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소설을 가르쳐줄게. 일년을 생각하고, 내년에 출판을 한 번 해보는 걸로 하자." "진짜요?" "그래. 그러니까 일단 좀 먹고 기운을 내." 정연이가 수프를 먹는 동안 난 수프를 끓인 프라이팬을 닦았다. 설거지를 마친 후 식탁으로 가서 정연이 앞에 앉았다. 덜마른 머리의 정연이는 진짜로 청초해 보여서, 도저히 피임약을 가지고 다니는 아이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진짜 맛있어요." "그래, 다행이네." "아까는 죽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토하고 나서 오빠가 창문 열면서 좀 깼거든요. 찬바람 맞으니까 정신이 들더라고요. 오빠가 제가 토한 거 다 치우고, 물티슈 가져다가 제 머리 닦아주는 거 보면서 부끄럽긴 한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도 창피해서 오빠가 나간 사이에 집에 가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전화를 하는 바람에 싸우느라고 못 나간 거예요." "아까 내가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남자친구였니? 오해하면 어떻게 하냐. 난 네가 오해 사면 안될 것 같아서 그냥 전화기를 주운 걸로 했는데..." "괜찮아요. 그만 두려고요. 그렇지 않아도 너무 간섭이 심해서 그만두는게 낫겠다 했거든요." "그래. 그래도 잘 헤어져라. 남자가 집착이 강한 스타일 같던데. 그런 남자들 좀 위험하거든." "그런데, 오빠, 여자친구 없죠?" "그건 왜? "어제, 미연이에게 들었거든요. 오빠 우리 교수님께 소개시켜주고 성적 딸 생각을 하던데요. 오빠 애인 없으면 내가 하려고요." "응?" "이상형이거든요. 글 쓰는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 오빠, 나도 괜찮은 여자거든요." 미연이가 오면, 술을 깨고 잘 들어갔다고 전해달라고 하고서는 정연이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깬 것 같긴 했는데, 아무래도 혼자 집에 보내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귀찮았지마나 바래다주겠다고 했더니 거절하지 않고 자신의 원룸이 여기서 멀지 않으니까 걸어가도 된다고 해서 같이 걸었다. 동네를 들으니까 진짜로 멀지는 않았다. 걸어서 10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여서 밤길을 걷는데, 정연이가 갑자기 내 팔짱을 꼈다. 정연이의 가슴이 팔에서 느껴졌다. "오빠, 어쩌면요. 제 남자친구가 우리 빌라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만약, 있으면 오빠가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아마 근처에 차를 대고 내가 언제 들어가나 그걸 보고 있을 거거든요. 오빠가 제 방에 잠깐 같이 올라갔다가 한시간쯤 있다가 가셨으면 좋겠어요. 갈 때는 머리를 감으시고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단박에 끝내는 게 좋거든요. 좀 도와주세요. 더이상 시달리는 것도 싫고...오빠가 진짜 마음에 들어왔거든요..." 의미심장한 말에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원룸 건물에 도착했다. 정말로 누군가 날 쏘아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자친구가 있구나라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정연이는 의도적으로 내곁을 더 바싹 붙더니, 곧 2층의 자기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나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정연이의 집은 깔끔한 여대생의 방이었다. 특이한 것은 한쪽 벽에 책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그 대부분이 무협지와 판타지 소설이라는 점이었고, 난 그 책들 중 내가 쓴 책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3년쯤이나 지난 일이었다. 그리 히트하지 못한 내 책을 보니 반가웠다. 정연이는 차를 타려는 듯 전기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있었는데, 1-2분도 못되어서 누군가 방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한정연! 한정연!" "그냥 두세요. 저러다 말겠죠. 오빠 커피 뿐인데, 괜찮으시죠." 대담한 것인지, 무신경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한정연 한정연을 외치던 남자친구는 제풀에 지쳤는지 곧 말이 없었고, 정연이는 커피를 타서 내 앞에 가져다 줬다. 몹시 불편한 마음이어서, 나가고 싶었는데, 정연이의 청초한 모습에 끌리기도 했고, 여자 자취방에 찾아오면서 갖게 되는 기대도 있어서 난 나가질 못했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의지와 상관없이 기회가 올 것 같았다. 어쩌면 난 타이밍을 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오빠, 잠깐만요." 옷을 갈아입으려는 것인지, 편한 복장의 옷을 든 정연이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난 갈등하고 있었다. 그런데, 쏴아 하고 물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스위치를 눌러준 기분이 들었다. 난 화장실의 문을 열었다. 정연이는 변기 앞에 서서 화장지로 보지를 닦고 있었다. 놀라서 소리를 지려르는 정연이를 들고 침대로 왔다. 종아리에 팬티가 걸려있었다. 키스는 길었다. 숨이 허락하는 한까지 키스를 하면서 한 손으로 정연이의 윗옷들을 벗기기 시작했다. 입은 것 자체가 별로 없어서 반팔티를 벗기자 팬티와는 다른 자주색의 브래지어가 나타났다. 유난히 하얀 피부여서 브래지어를 벗기자 젖꼭지마저 거의 살색에 가까운 빛이었다. 가슴을 한참 빨다가 내려갔더니 보지털이 위쪽은 그대로 살아있었지만, 아래쪽은 깨끗하게 면도되어 있었다. 그런 걸 처음 봐서 되게 신기했는데, 털이 혀에 닿지 않아서 맨들맨들한 보지살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여긴 깎는거야?" "아뇨. 형주가 밀었어요. 다 깎겠다고 하는 걸 위는 안된다고 제가 말려서." "음. 좋으니?" "네. 오빠. 더 빨아주세요. 더 부드럽게요. 아아. 아아. 아.." 정연이는 순진해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섹스에 대단히 익숙했다. 어느새 자세를 바꾸더니 나를 눕히고 내 얼굴을 깔고 앉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눈바로 앞에서 털이 밀린 생보지가 꿈틀 거리는 것이 보이자마자 곧 자지에서 강렬한 흥분이 느껴졌다. 혀를 세워서 내 귀두끝을 살살 핥아주더니 빳빳하게 일어난 내 자지를 잡더니 쭉쭉 빨아댔다. 아악아악 하는 소리를 지르는가 싶더니 곧 보지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일반적인 투명한 물이 아니라 진짜로 하얀색의 물이 삐질삐질 나왔다. 흥분한 상태였지만, 그것을 빨긴 싫어서 난 일어나서 발기한 자지를 정연이의 보지에 그냥 넣었는데, 걸리는 것없이 쑥하고 들어간 자지가 느낀 것은 뜨거운 피였다. 데운 피가 자지를 감는 것같았다. 정신없이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였다. 쾅 하고 뭔가 문을 쳤다. 주먹같은 게 아니었다. 철문에 누가 몸을 통째로 던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남자의 거센 목소리가 들렸다. "죽일꺼야. 씨발, 죽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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