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지리산의 공비귀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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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무척 춥네요.
어제 못다한 이야기 하려고 재빨리 들어 왔어요.
전 원래 친구 한테 얘기 하듯 반말체로 해야 얘기가 잘 풀리는데 어쩌다 보니 어젠 존댓말로 했어요.
담에 또 쓰게 되면 원래대로 반말체로 쓸테니 너무 노여워 마시고 이번엔 그냥 쓰던대로 쓰는걸로.......
그리고 댓글에 보니 그런곳이 없다고 하시는 분이 계시던데 저도 지명은 확실히 기억 안나네요.
다만 고속버스를 진주에서 내렸고 마중나온 친구네 트럭타고 힌참을 들어 갔던 기억은 납니다.
생활권도 진주이고요.
진주서 지리산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외길뿐인 마을 이었습니다.
얘기 시작 하겠습니다.
친구랑 둘이서 술에 얼큰히 취해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던 중이었습니다.
그 길은 말씀 드렸듯이 지리산 천왕봉으로 들어가는 외길이랍니다.
왕복 2차선의 아스팔트 도로인데 마을이 거의 산쪽 끝 마을 이다보니 저녁 8-9시만 되어도 도로의 차량통행이 거의 전무 하더군요.
시골분들은 일찍 집에 들어가시잖아요? 대부분
8-9시만 되어도 그 동네 분들이 다 집에 들어 가시면 산쪽으로 들어가는 차는 거의 없기에 우린 도로 한편을 차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었습니다.
맑은 하늘에 떠 있는 많은 별을 보며 감탄 하면서 친구랑 이런 저런 얘길하며 웃고 떠들며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지요.
처음엔 몰랐는데 좀 걷다보니 자꾸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자 신경을 안 쓸수가 없게 되었고.
언젠가 부터 제귀에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거예요.
우리밖엔 없는데 말이죠.
그 발자국 소리는 저에게만 들렸던건지 친구의 눈치를 살펴도 친구는 전혀 개의치 않더군요.
뭐가 그리 신나는지 혼자 열심히 떠들었지만 그땐 이미 제 귀엔 친구 얘기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신경은 온통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집중되었으니까요.
그땐 이미 뭔가 꼬였다는 생각이 들면서 후회가 밀려 왔지만 이미 늦어 버렸네요.
그러던 와중에 발자국 소리는 어느덧 옆에서 들리기 시작 했습니다.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의 우리 맞은편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그 발자국 소리는 우리와 보조를 맞추는것 같았습니다.
난 도로 가운데서 걷던 걸음을 친구를 지긋이 밀면서 도로 가장자리로 유도 했고,
도로건너 맞은편엔 계속 그 발소리가 우리랑 나란히 들려왔어요.
그렇게 걷고 있을때 또 다른 발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어요.
차마 똑바로 쳐다볼 엄두도 못내고는 눈알을 최대한 옆으로 굴려 보니,
도로 맞은편에서 우리랑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남루한 다떨어진 신발이 눈에 들어왔고 뒤이어 또 다른 신발이 그 뒤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쯤 전 이미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내색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걸 볼때는 무조건 못본척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걷기를 몇분. 제겐 몇시간처럼 길게 느껴졌어요.
근데 그러는 사이에 발자국 소리가 더 늘어난 것이었습니다.
자꾸 모여드는 모양이었습니다.
전 저도 모르게 그 더운 한여름에(여름 방학때였거든요) 본의 아니게 친구의 땀찬 냄새나는 겨드랑이를 탐하게 되었고,
팔짱을 끼는 저를 보면서 친구는 되도 않은 개그를 친다고,
"친구야!! 뭐하노? 니맴은 알겠지만 내는 니를 받아줄수가 없다!~~~~ㅋㅋㅋㅋㅋ" 라고 웃기지도 않은 개그 대사를......
시간이 지나면서 발자국 소리는 하나 둘씩 더 늘어갔고,
이윽고 우리도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친구네 집엘 거의 다달았습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되었는데 어딜가나 그놈의 호기심이 문제 입니다.
저는 집에 다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그러질 말았어야 하느데 그만 무심코 옆을 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비친 것은 남루한 군복 복장을 입은 7명의 귀신이 군인들 행군하듯 똑같은 걸음걸이로 맞은 편 길가에서
나란히 일렬로 서서 우리를 따라오는 모습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도 기괴하였지요.
제가 그들이 이 세상 존재가 아닌것을 직감 한것은 익히 봐왔던 귀신들의 모습 때문 이었어요.
흑백 사진같은 느낌?,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주 오래된 칼라 사진이 색이 잔뜩 바랜 느낌이라고 해야 되겠네요.
그런 존재들이 모두들 길을 따라 행군을 하면서도 얼굴은 일제히 저희를 바라보고 있는겁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를 바라보는 것이었죠.
퀭한 두눈을 하고는 입이 찢어지도록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이죠. ㅠㅠ
그 모습을 보고는 전 비명을 지르며 집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땐 친구의 안위는 걱정도 못했지요.
그렇게 집으로 뛰어가는 저를 보고는 친구도 놀라 같이 뛰어 들어왔지요.
친구집이 단층집이었는데 개량 한옥 같은 느낌?
너른 터에 1층 단층집이 있고 옆에는 별채라고 해야하나? 방이 두개 딸린 독립된 작은 집이 있었고 전 제 친구와 그곳에 방을 쓰기로하고
짐을 풀어 놓았었거든요.
제가 집을 거의 떠나 잔적이 없다고 말씀 드렸지요?
하지만 저도 어쩔수 없이 딴 곳에서 자야 할때가 있었거든요.
외가집을 간다던가 친척집을 가야 한다던가 할때요.
그때 항상 가지고 다니는 부적이 있습니다.
물론 저의 춘천이모가 주신건데 어딜가면 몰래(주인이 알면 기분 나쁠수 있으니깐) 그방 네 귀퉁이에 부적을 한장씩 장판이나 구석에
넣어둡니다.
물론 올땐 다시 가지고 오죠.
그때도 도착하자마자 그방 장판속에 부적 4장을 넣어두었었거든요.
왜 그러냐구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는 친구에게 대충 갑자기 무서워서 그랬다고 둘러 대고는 방에 누워 친구는 곧 골아 떨어졌고
전 너무 피곤 했지만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을꺼 같더군요.
친구가 잠들자 4장의 부적을 장판밑에 둔걸로는 안심이 안되어 창문에 한장, 방문에 한장의 부적을 더 붙여 놓고서야 좀 안심이 되어
방바닥에 퍼질러 앉았습니다.
그때 독립된 그 작은 건물 주위로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 했어요.
집주위에 배수가 잘되도록 작은 자갈로 두껍게 깔아 놓았는데 자갈 밣는 소리가 계속 들리기 시작 했어요.
그러더니 방문에 붙여놓은 부적이 바람에 떨리듯 떨리기 시작 하는거예요.
잠시후엔 창문에 붙여둔 부적도 떨리기 시작하고.
전 이모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핸폰을 들었지만 안테나가 안 터지네? ㅜㅜ
바깥에서는 계속 걸어다니는 소리와 뭔가 두런두런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고.
한참을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앉아 있는데 방에 들어올수가 없는지 말을 걸어오기 시작 했어요.
"방문 좀 열어줘~~~방문 좀 열어줘!~~~"
그러더니 제가 대꾸를 안하자,
"그거(부적)좀 떼줘~~그거 좀 떼줘!!!~~~"
라며 애원을 하더군요.
그래도 대꾸를 안하니 점점 더 말이 험악해 지더니 나중에는,
"그런다고 못 들어갈줄 알아? 들어가면 갈갈이 찢어 죽일꺼야!!~~~"라며 협박을 하더군요.
그러나 더 험한 일은 없었고 다행히 날이 밝으며 그들도 사라졌습니다.
원래는 다음날 바로 돌아오려 했지만 그렇게 하면 친구가 오해를 할수도 있어 하루 더 묵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몸이 안 좋다 하고는 다음날 낮에 온종일 간신히 좀 자고는 둘째날도 밤을 새웠지요.
다행히 둘째날은 아무일도 없었네요.
낮에 이모한테 공중전화로 전화를 드리니 거긴 왜 갔냐고 진탕 혼났네요.
올때까지 방에 꼭 붙어 있으란 말씀에 친구도 딴데서 자라고 내쫓고(부적 붙이고 자는거 보이기 뭐해서요)밤새 테레비만 보다가
이틀 자고는 집에 간다니 몇일 더 있다 가라고 서운해 하시길래 집에
할머니가 아파 입원 하셨다고 거짓말 까지 시키고 친구가 운전하는 트럭타고 진주로 나갔습니다.
어머니가 대접도 못해줬다고 가기전에 진주 명물인 남강 장어구이 사주라 고 돈을 주셨다길래 우린 남강에세 장어를 먹으며
친구에게 조심 스럽게 물어 봤어요.
제가 집히는게 있었거든요.
지리산이 빨치산 거점으로 유명 하잖아요?
"친구야!! 예전에 지리산에 빨치산 많았다고 하던데?"
"응 엄청 많았다고 하더라.
예전에 우리동네도 빨치산들이 보급투쟁(식량 조달) 한다고 여러번 들렸었다는데 그때 미리 정보 입수하고 군경이 잠복해 있다가
여러명 사살한적도 있었다고 하더라"
그제야 제가본 남루한 군복차림의 귀신들이 이해가 되더군요.
그들은 아직도 자기가 죽은 곳을 못 떠나는 그때 빨치산들 이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