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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순수의 시대 -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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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56 회 작성일 24-08-07 16: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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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후,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질 못하고 알바를 뛰었다.

성적과 집안 사정이 오묘하게 조합된 대입 결과는 처음으로 3월 2일에 갈 곳이 없게 해 주었고,

알바 퇴근 후, 현관에 앉아 실컷 울었다.

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난 사회인이 되어 있었고, 그건 19살 나에겐 버거웠다.

그래도, 사는 순간 열심히 살자는 생각에 일은 열심히 했고, 1월에 시작한 알바는

5월 말 월급 날이 되자 꽤나 많은 돈을 손에 쥐게 해주었다.

맘씨 좋은 사장님은(일할 땐 안 그랬지만)

당신 돈이 가난한 집 아이의 재수 비용이 된다는 생각에 말도 안 되는

퇴직금까지 주셨다.

재수 학원에 등록하고 다시 학생이 되었다.

그때, 한참 유행하던 남셋 여셋처럼 기댈 곳 없는 영혼들은 서로 금방 친해졌다. 남자 셋 여자 셋

여자 셋은 이미 서로 친구였고, 남자 셋은 서로 담배 피며 불이나 담배를 빌리다가 친해졌다.

두어번의 모의고사가 있었고, "그" 모의고사가 있었다.

기억 나는지 모르겠지만 한 6월 경에 보는 모이고사는 정말 어렵다. 방학 때 공부를 하라는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을 먹여 살리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 모이고사에서 충격을 받고 열공을 하는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우리 여섯명의 성적도 대폭 하락해 주셨다.

사실 나를 비롯한 남자 셋은

그렇게 많이 내려간 성적(내려갈 것이 없는 실력이었을지도 ^^)이 아니었지만

여자 셋은 달랐다.

이미 여자 셋 중 둘과 남자 셋중 중은 커플이었는데,

지들끼리 징징 거리고 달래주는 꼴이란...

그리고 학원은 나와 기분이나 풀자고 의례히 술을 마시자고 했다.

이미 고삐가 풀린 성인이었던 것이다.

한명 남은 여자와 남자(나) 그리고 두 커플은 홍대(학원에서 가까웠고 대부분 집이 그 근처였다.)로 향했다.

늘 집안이 엄하다며 먼저 가던 그녀까지 참석한 술자리는 침묵이었다.

소근거리는 말로는 그녀의 성적 하락폭이 가장 컸는데, 충격이 장난 아닐 거라 했다.

시험이 끝날 때부터 성적표를 받았을 때까지 말이 없던 그녀는

성적표를 받고 나서 한동안 울기만 했다고 했다.

하긴 며칠 전부터 그녀가 말이 없기는 했다.

어차피 나도 그들 중에 겉도는 인간이었다.

꽤나 많은 현금을 가진 덕에 그저 밥이나 사고 가끔 술이나 샀지만,

난 내 멋에 사는 인간이었지 아직 우정이라고 느끼기엔

그들과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술이 몇 순배 돌고 있었다.

주량이 맥주 두잔이라고 하는 애가(그녀) 당시 유행하던 과일 소주를 미친듯이 마셨다.

불안했다.

그녀 혼자 거의 한 피쳐를 마셔갈 무렵, 피쳐 몇 개가 쌓여가고

모두 알딸딸해질 무렵 집에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조용히 계산을 하고 오는데, 애들이 난감한 표정이다. 그녀가 완전히 풀려 있었다.

다리는 꼬이고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하고...

그녀와 더 친하던 한 녀(女)가 나에게 니가 좀 어찌 해보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뭐야 지들 남친은? 웃기는 것들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저놈들에게도 하나씩 짐이 붙어 있다.

가방을 들고 어찌 어찌 술집을 나왔다.

나도 좀 마셨기 때문에 이야기가 어찌 흘러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론은 지들은 지들끼리 집에 가고 내가 그녀를 집에 바래다 주기로 됐다는 것이 기억난다.

그녀의 집과 우리 집이 좀 가깝기는 했고 남자 걸음으론 15분 정도 걸으면(차가 끊겨도) 가는 거리였다.

나도 흔들리는 정신에 그러겠다고 하고 다들 집에 보내고 한참을 그녀 곁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로 아직도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그녀를 엎고 일어섰다.

그녀의 집이 어딘지 대충 알기 때문에

근처까지 가서 물어보면 가는 동안 술이 좀 깨서 알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터벅 터벅 걷고 있는데, 오만 진상을 다 부린다.

때리고 토하고 울고 웃고 미친년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걷다가 다시 편의점 의자에 앉혔는데, 이 녀석이 되게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다.

"나 이대로 집에 가면 아빠한테 맞아죽어.

아까 **네 집에 간다고 이미 이야기 해 놨어."

엥? 뭐라는 겨? 집에 안들어가도 된다는 거?

그럼 아까 이야기하지 왜 여기까지 날 이렇게 힘들게 하고 ㅡㅡ;;;

그 말을 하고는 다시 목이 꺾인다. 아무 말이 없다.

한참을 바라보다 그 말을 그대로 믿기로 했다.

그녀를 엎고 근처 모텔을 찾기 시작했다.

유흥가 답게 금방 모텔을 찾았고

잉크도 안 마른 주민등록증은 출입에 아무 문제가 없게 해주었다.

주인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하고 빌린 방으로 향했다.(그날 대실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휴지로 대충 입에 묻은 걸 닦아준 뒤 나도 땀을 닦았다.

그리고, 난 순수했음으로 ㅋ

그때 나온지 얼마 안 되었던 퇴마록을 폈다.

한참을 읽고 있는데, 배가 고팠다.

뭐 지금도 술을 많이 마시면 배가 고파지는 타입인데,

그때는 저녁도 대충 안주로 떼우고 늦게까지 있었으니 배가 고픈 것이 당연했다.

순진한 생각에 얘도 배가 고플거라 생각했다.

책을 접어 놓고 방문을 잘 잠그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이온음료 큰 거 하나, 김밥, 과자 등등을 사가지고 우리 방 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고 난 사가지고 온 음식의 봉투를 떨어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침대에 大자로 누워 있었다.

하앴다. 내 머리도 하얗고 그녀의 몸도 하앴다.

침대의 시트처럼 그녀의 몸은 정말 빛이 났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몸은 야한 꿈을 꾸었을 때처럼 한 곳에 피가 쏠리고 있었는데, 이성은 아니었다.

내 이성은 꼭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에 차 있었다.

머리 속에서 악마와 천사가 싸우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했다.

(하긴 어차피 할 줄도 몰랐다는 생각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참을 서 있다가 들고온 이온음료를 땄다.

한 반병을 들이키고 수습(?)에 들어갔다.

천사가 이겼다.

엉망으로 벗어 놓은 옷을 다 예쁘게 게어놓고 이불을 들어 덮고선 어깨어 고정해 주었다.

참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 어찌할 생각은 없어진지 오래 였다.

그리고...

그녀의 살내음을 맡으면 악마가 다시 속삭일 것 같아

화장실로 들어가 욕조를 닦고 타올을 깔고 잤다. 더럽게 추웠다.

나를 깨우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이미 옷을 다 입고 꽃단장(?)도 마친 상태였다.

어제 그렇게 망가지고, 주정을 부리던 그녀가 아니었다.

"여기서 뭐해?"

"일어났어? 속 안 쓰려? 뭔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그렇게 마셔?"

"속 쓰리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해?"

어색함을 지우려 얼른 나도 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모텔 주인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해 우리는 해장국 집으로 갔고 영화보고 집에 돌려보냈다.

난 그해 재수에 실패를 했다.

뭐 별로 충격도 없었다. 그저 군대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을 뿐.

3수를 권하는 집에 당당히 입대를 일갈하고 입대를 했다.

엄청 쳐 맞는 부대에 배치를 받았고, 그렇게 군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재수에 성공하여 원하는 대학, 과에 들어갔다.

잘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삐삐와 편지를 통해 가끔씩 전해졌다.

웃긴 건 그때 사귀던 애들은 이미 다 깨진 상태고 남자 애들만 휴가 때 가끔 봤다.

상병 휴가 때 어색한 이들이 모여 홍대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또 우리 둘만 남았다.

얼근히 취한 내가 우겨서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기로 했다.

"대학 물이 좋기는 좋은가보다 많이 이뻐졌네?"

"장난하냐?"

우리는 장난을 치며, 그녀의 집 근처로 향하고 있었다.

"나 목말라 군바리 쥬스 사주라."

"그래"

내가 편의점으로 가려고 하자 그녀가 커피숍으로 이끌었다.

"그냥 편의점이나 가지?"

"나 커피 마시고 싶어"

"그래"

그녀는 커피 나는 주스를 앞에 두고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난 군대에서 처 맞는 이야기 그녀는 대학 이야기...

그러다 잠시 주제가 없어져(만날 수 없는 주제 아닌가? ㅋ) 침묵이 흘렀다. 그때...

"야~! 그날 기억나?"

"언제?"

"나 술 먹고 뻗은 그날! 모의고사!!"

"아~~ 너 완전 진상 부린 날?"

"이게?"

"너 길거리에서 토하고 울고 웃고 장난 아니었어."

"나 하나도 기억 안나!"

다행이다 이것아. 그게 기억나면 날 어찌 보겠냐? 라고 혼자 생각 속에서 피식 웃고 있었다.

"근데 우리 모텔엔 왜 간거야?"

"니가 가자고 했어. 집에 안 들어가도 된다고"

"그래?"

"응"

"근데.... 그날 나 깨어 있었다?"

"풉"

그녀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이랬다.

한 세번째 토하고 난 뒤에는 어느정도 정신이 돌아오더란다.

자기는 등판이 넓은 남자에게 엎혀 있었고 그 땀냄새가 참 좋았더라고 했다.

그게 나인지 알고 더 좋았다고 했다.

사실 지 친구들은 모두 커플이 되었는데,

내가 약간 심하게 4차원스러워서(그때 난 내가 생각해도 약간 심하게 똘아이였다.)

자기한테 관심을 안 보이는 건지 아니면 그냥 4차원인지 모르겠었지만,

나중에는 이게 나를 여자로 안 보나라는 오기까지 겹쳐져서 약간은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단다.

그런 마음에 호감이 있던 남자에게 엎혀 있었단다.

자기가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모텔에 들어가 자기 가방까지 뒤지며 성인 인증을 하고 들어가더란다.

되게 떨려서 자기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나한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했단다.

침대에 눕히더니 가지런히 자기를 오무려 놓고 옆에 책을 읽더란다.

점점 정신은 맑아져 오는데, 몸은 잘 말을 안듣고 있었단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더란다.

그때, 갑자기 나에게 장난을 치고 싶어졌단다.

이게 내가 여자로 안 보이나?라는 여자로서의 오기(?) 도 있었고...

그래서 다 벗었단다. 술 취한 척을 해야 하니 옷도 여기 저기 던져 놓고 누워 있었는데,

내가 들어오더니 한참을 쳐다보더란다.

그러더니, 다시 오무려 놓고 이제는 이불로 몸까지 덮어 놓더란다.

"왜 그랬어? 보통 남자들은 여자가 그런 상태면 그냥 덮치지 않아?"

"그렇겠지. 근데 난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도 서로가 완전히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풋!"

"왜 웃어?"

"그때 내 친구들이 말했어. 넌 진짜 4차원이라고."

"그날 일 친구들한테 이야기 한 거야?"

"그랬지. 너랑 그렇게 갔는데, 그 다음에 애들이 안 물어봐을 거라 생각해?"

"그랬더니?"

"뭐 멋있다는 이야기와 고자 아니냐는 반응이 같이 오더라. 그래서 내가 고자는 아니라고 확실히 말해줬어."

"이게~!!!"

그렇게 한참을 깔깔 대며 놀았다.

그리고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난 집으로 돌아왔다.

몇 달 뒤, 남친이 생겼다는 그녀의 편지가 왔고, 그렇게 연락이 뜸해지고

이젠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가 됐다.

순수했나?

그저 난 그녀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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