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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군 아줌마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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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545 회 작성일 24-07-19 07:4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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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군 아줌마 - 상편
 




아들 또래에 애들이 자살했다는 뉴스보도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내려앉는다.

남의 일 같지 않으니깐.

내 아들은 왕따다.

특목고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중학생3학년인 아들에겐 더할나위없이 중요한 이 때에 하필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담임선생과의 상담에서도 별반 해결책이 보이질 않는다.

답답하다.

대부분의 왕따가 그렇듯 주동자가 있게 마련이다.

담임의 주선으로 몇 일 전 주동자학생을 만났다.

헌데 의외였다.

체육특기생이라 해도 믿을 만큼 건장한 체격일거라 충분히 예상은 했지만 전교 1,2등을 다툴 만큼 지능마저 뛰어날거라곤 상상도 못했으니깐.

고백컨데

첨 그 아이를 본 순간 샘이 났다.

"저 아이가 내 아들이였다면..."

순간 죄책감도 함께 밀려왔다. 아들을 배신한 애미의 죄책감.

무슨 생각이었는지 난 담임선생께 아이와 단둘이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 아이와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왜 우리 아들을 괴롭히니?"

내 물음에 그 아이는 날 바라만 볼 뿐 말이 없었다.

똑바로 날 응시하는 그 아이의 시선이 오히려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초콜릿 사주세요?"

뜬금없는 그 아이에 대답에 멍하니 그 아일 쳐다볼 뿐.

"학교근처 리치몬드제과점에서 파는 생초콜릿이요. 가까워요. 어제가 발렌타인데이인데 하나도 받질 못했어요."

거짓말이다. 아니 거짓말이 분명하다. 이 녀석과 같은 과외학원에 다니는 여자아이의 엄마가 내 절친이다. 이 녀석을 만나기로 작정했을 땐 주변인을 통해 녀석에 대해 미리 알아본 사실들이다. 학원에서 여학생들에게 인기짱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나로써는 녀석의 거짓말이 궁금했다.

"어...그러니?...그럼 담임선생께 허락을 맡자."

"그럴 필요없어요. 전 그냥 나가도 되요."

허긴 녀석을 만나야겠다고 했을 때 담임선생은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눈치였다.

전교 1등이니 어련할까.

"그러니? 그래도 난 선생님께 인사를 해야해서."

"아줌마도 그럴 필요 없어요."

세상에 "아줌마"라니 녀석의 당돌한 행동에 어쩔줄 몰라하는데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상담실을 나가버린다.

엉겁결에 난 녀석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교문을 나서자 녀석은 걸음을 멈추고 뒤따라오는 날 뒤돌아보고는.

"아줌마, 키가 몇이에요?"

녀석의 무례한 질문에 화를 내야 하나 망설여졌지만 나도 모르게

"168즘 되나. 그건 왜?"

녀석은 내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하이힐을 싣어서 저 보다 커보인거구나. 어쩐지..."

이 녀석 말하는 꼬라지가 너무 건방졌다.

"아줌마차로 거기 가는게 어때?"

"가까워요. 걸으서 금방이에요. 그리고 아줌마가 앞서 걸으세요. 제가 따라갈게요."

"어~ 어~ 그래? 난 길을 모르는데."

"이 길 따라 쭈욱 가면되여. 먼저 가세요."

걷는 동안 난 녀석의 시선이 너무 신경쓰였다. 나의 뒷태를 보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지가 않은데다 처녀때 입던 스커트를 입어서 그런지 자꾸 상점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자꾸 확인하게 된다. 너무 꽉 조이게 옷을 입은 것이 문제였다.

5분은 족히 넘게 걸은 것 같은데 제과점은 보이질 않는다.

교차로에 다다랐을 때

"어디로 가야되니?"

"저기 길 건너에요."

"그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지하계단으로 가시죠."

하며 녀석이 지하도로 내려가버린다.

황급히 녀석을 뒤 따라 가는데 녀석은 어느새 계단밑에 다다랐다.

계단을 전부 내려올 때까지 녀석은 날 쳐다보고 있었는데 너무 당혹스러웠다.

지하도를 지나 길 건너편으로 계단을 오르려 하자, 앞서 가던 녀석이 걸음을 멈추도 또 다시 나보고 먼저 올라가라한다.

"어~~ 그냥 너 먼저 올라가 뒤따라 갈게."

"아줌마 먼저 올라가세요. 제가 뒤따라 갈게요."

"....."

상황이 충분히 파악됐지만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 계단에 올랐다.

난 유독 엉덩이가 크다. 그래서 허리가 더 잘룩해 보여 좋긴 한데 나의 이런 신체적특징이 계단을 오르면서 아들뻘되는 녀석의 눈 앞에 거대하게 보여질거라 상상하니 자꾸 얼굴이 화끈거렸다.

"팬티자국이 선명할텐데"

지나치게 타이트한 하얀색 스커트와 겨울동안 몸관리를 하지 않아 굵어진 허벅지가 자꾸 신경쓰였다.

가방으로 엉덩이 밑을 가릴까 생각도 했지만 이런 나의 행동을 녀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상상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말았다. 녀석이 폰으로 내 엉덩이를 찍고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날 더욱 떨리게 했다.

"같이 먹어요?"

"난 단거 별루 안좋아하는데."

"나 혼자 먹으면 너무 이상하잖아요."

"어머 아드님이 너무 잘생겼다. 요즘 애들 엄마한테 존댓말 안하는데, 사모님은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잘생기기고 예의바른 아들을 둬서."

"아~~ 네"

제과점점원의 오지랍이 거슬렸지만 굳이 아들이 아니라고 하면 말이 더 길어질까봐 그냥 웃으며 넘겼다.

"다 먹고 갈거니?"

"네"

이젠 아들왕따문제를 애기 해야한다.

"내 아들 말이야."

"아 준석이요? 괴롭힌거 아닌데. 준석이가 애들한테 인기없는거랑 저랑은 아무 상관없어요."

"정말이니?"

녀석은 날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웃는다.

"제가 애들 괴롭힐 시간이 어디 있다고...하지만 애들이 준석이를 못괴롭히게 할 순 있어요."

"정말?"

묘한 기분에 들뜬 내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나도 모르게 녀석에게 휘말리고 있었다.

"아줌마, TV에 나온 사람 닮은 거 알아요? 거 누구더라 아나운서였다가 재벌가에 시집간..."

노현정이다. 그런 말 많이 들었다. 심지어 남편한테까지. 어린애가 노현정을 아는 것이 이상했다.

"저 수업끝나고 저랑 어디 좀 같이 가요. 그럼 준석이 도와줄게요."

2월이지만 햇쌀은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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