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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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
‘똑똑’
‘똑똑, 여보슈! 정신차려요!’
추운 차 안에서 웅크리고 겨우 잠이 들락 말락할 즈음에 누군가 유리창을 거시게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잠을 깨고 말았다. 누구야, 씨벌, 재수없게시리…
‘여기다 차 세우면 안되요, 그러고, 이 날씨에 차 안에서 잠들면 얼어죽기 십상입니다.’
그 말은 맞았다. 기름값도 아까와서 간간히 히타를 틀기 위해 시동조차 못 거는 내 처지. 나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밴쳐기업의 사장이었다. 남들이 IMF다 불경기다 해서 고꾸라질 때, 나는 주식시장에서 상종가를 때렸었고, 그렇게 꿈에 그리던 집과 외제 승용차, 날마다 이어지는 룸싸롱의 향연이 나날을 뜨겁게 달구는 이른바 웰빙족 이자, 골든족 이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거품이 빠지고, 벤쳐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못한 시절로 접어들면서 나는 서서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불안감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언제나 나를 물주 삼아 쭉쭉빵빵들이 줄지어 나오는 물좋은 룸싸롱을 가자며 부추 키던 친구들도 조금씩 나의 낌새를 알아 차렸는지 연락이 뜸해지고, 급감하는 매출과 호화롭게 확장해 놓았던 사세는 이미 이런 끝을 예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형세와 맞추어 씀씀이가 늘어나 있던 아내도 마찬가지 였다. 언제나 나에게 빚쟁이처럼 돈을 달라며, 쪼아대기 시작했고, 더 이상 버틸 힘이 남아 있질 않다고 느낄 쯔음, 나는 도망치듯 이곳으로 스며 들었다. 그래도 맨 처음 에는 한 사나흘 쉬면서 머리나 식히자고 덤볐던 것이 화근 이었다. 언제나 제품의 출시와 맞추어 나는 론칭 예상적기와 경쟁사들에 대한 동향보고를 들었음에도 도박과도 같은 승부수를 던짐으로 해서 직원들과 임원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언제나 나는 나의 동물적인 감각을 신뢰했었다. 몇 번의 성공적인 론칭으로 말미암아 그 당시, 모든 임직원들은 나의 결정이 무슨 진리마냥 받아들이던 시절이 있곤 해서 이곳에 와서도 그것이 일부 통할 줄 알았던 것이 나의 오만이었다. 나는 카지노의 생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미국 출장을 갈 때, 장난 삼아 빠찡코나 땡겨 보고, 룰렛 이나 하면서 외국에 온 그 흥분을 그런 식으로 만끽했던 것이 고작 이었고, 사실 그 당시에는 카지노가 무슨 유람공원 정도로 알고서 돌아다녔기에 지금과 같은 막다른 골목으로 갈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왜 그러세요? 여기다 세우면 안됩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세우던데….’
‘번호판을 보아하니 오늘 처음 여기 세우시는 것 같은데, 내일 차라도 잡히실 모냥 입죠?’
‘어떻게 그렇게… 그건 그렇다 치고 남의 일에 왠 참견 이시래?’
‘대개 여기다 차를 세우시는 분은 정확히 다음 날이면, 차를 잡히시고 돈을 빌리게 되죠. 그래서 이 자리를 폐차장 이라고 않합니까?’
사람들은 카지노에서 성공적으로 돈을 긁어가는 꼴을 볼 수 없었다. 다만 카지노의 주변에서 돈을 굴리는 사람들 만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여관이나 모텔, 음식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을 듯 싶어도 실상은 그렇질 않았다. 장기투숙을 시작했다 하면 의례 돈을 못 내고, 대박의 꿈만을 읊조리면서 건달처럼 살아가는 개평꾼으로 전락했으니까. 그들은 환상에 몰려 이곳을 찾았지만 카지노의 칼날에 불알 두쪽, 씹두덩 홀랑 내주기가 다반사 였다. 그러다 보니, 번질한 자동차를 몰고 들어온 사람들도 얼마간 이곳에 있다 보면 씁쓸한 표정으로 차를 잡힌 채, 축 늘어진 어깨로 팔려가는 차를 물끄러미 쳐다 볼 뿐이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오늘 이곳에 차를 마지막으로 주차 시킨 것을 창 밖의 남자가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었다.
‘잘 곳이 마땅 찮으면 우리 집에서 잡시다. 누추하긴 해도…’
‘신세지기가 영 죄송스러워서….’
‘괜찮수다, 나도 다 겪은 일인데….’
나는 체면 불구하고 그 아저씨를 따라 나섰다. 별로 훔쳐갈 물건도 없는데 나는 차문을 잠그면서도 차 안을 휭 하니 다시 둘러 보았다. 그 때 였다. 핸폰이 울리는데 보니 아내 였다. 여기로 도망온 지 4주째, 나는 아내의 이름이 뜨면 받질 않고 있었다. 언제나 시간이 날 때, 메시지로 남겨진 아내의 격앙된 음성만을 들을 수 있었을 뿐…. 그렇게 나는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과도 멀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전화는 받도록 해요. 그래야 외롭고, 죽고 싶을 때 위로라도 되지, 안 그래?’
나를 앞장서서 불갈비집의 모퉁이로 돌쳐 들어가는 아저씨가 전화를 받질 않는 나를 두고 한 소리였다. 불갈비집과 그 옆의 모텔 사이에는 골목처럼 보이긴 했지만 꽤나 넓은 공간이 있었다. 화덕이 줄을 서서 있고, 풍구가 몇 대나 있는 것을 보면 불갈비집의 면모가 분명했다. 주방으로 통하는 것 같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식당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고, 주방 뒷 켠의 작은 방만이 불이 켜 있었고, 그 방안으로 나를 인도했다.
‘안녕하세요? 이거 초면에 실례가 많습니다.’
자리에 누워 있다가 일어나며 나를 웃는 모습으로 맞이하는 그 여인네는 아저씨와 나이차가 훨씬 나 보이는 젊은 아낙이었다. 거친 식당일로 인해 그 여인의 손등은 거의 거북 등짝 처럼 우툴 하면서 갈라져 있었으나, 얼굴의 미소는 밝기 이를 데 없었다.
‘누굽니꺼?’
‘응, 저 아래 길가에서 만났는데, 이 엄동설한에 차 안에서 주무시잖어? 그래서 모시고 왔지.’
‘밥은 묵읏능교?’
‘아니, 아직…’
‘우야꼬, 쪼매만 기다리시소, 내 퍼뜩 채려 오겠심더. 그 동안 씻으셔도 괘안는데….’
아마도 차 안에서 잠을 자다 보니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나던 모양이었다. 나는 아저씨가 건네주는 수건과 비누, 호스를 받아 들고 식당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바닥이 도끼다시로 되어 있고, 세면대의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하니 제법 몸도 씻기 수월해 졌다. 나는 수도를 틀어 물을 알맞게 맞춘 뒤에 앉은 자세가 불편하기는 했어도 그런대로 몸을 씻을 수 있었다. 몸을 씻었어도 갈아 입을 내의가 마땅치 않던 차에 벌컥 화장실의 문을 열고 아저씨가 건네는 것은 아저씨의 것으로 보이는 허름한 옷과 구멍이 나있기는 했지만 깨끗한 속내의 였다. 나는 몸을 씻고서 옷을 갈아 입은 뒤에 방으로 들어섰다. 방에는 벌써 아저씨가 상을 받은 채로 소주병을 까고 있었다.
‘얼릉 앉지? 천장 무너져!’
‘네.’
‘자네는 밥이라도 한 술 뜨고, 술 받어. 그래야 속이 덜 휘지지.’
나는 시키는 대로 수저를 먼저 들었다. 안주도 없이 술을 거푸 차례로 잔에 따라 마시는 그 사람. 옆에서 그 남자가 술을 마실 때마다 다소곳이 술을 채워 주는 그 아낙. 나는 밥을 먹으면서 서울에 두고 온 아내 생각이 났다.
‘서울에서 오셨능교?’
‘예.’
‘그건 물어 뭐할라고?’
아저씨가 웃으시면서 여인네의 옆구리를 툭 친다.
‘젊은 분이 인물도 좋다 아입니꺼? 와예?’
‘식사 좀 허시게 좀 놔두라 이 말이지.’
‘괜찮습니다. 얻어 먹는 것도 황송한데…..’
‘그래, 여기 온지는 며칠이나 됐나?’
내가 거지반 밥을 비워가자, 아저씨께서 술을 권하시며, 운을 떼셨다.
‘한달 쫌 넘었습니다.’
‘여기서는 3이 고비 라고들 하지, 3시간이, 3일이, 3주가 말이야. 카지노에 빠지는 순간, 발을 뺄 수 있는 중요한 고비가 그 3이라는 숫자 라고들 하니까.’
그 사람의 말에 의하면 불행하게도 마지막 고비를 나는 넘긴 셈이었다.
‘여기 오래 사셨나 봅니다?’
‘아니라예.’
‘어릴 적에는 이곳에 살았었지. 그러다, 갱이 무너져 구출되어 나오신 아버님이 그 때부터 심각한 규폐증으로 고생하시다 세상을 등지시고, 우리 식구들은 이곳에 미련을 버리고 어릴 적, 서울로 발길을 돌렸었어. 집사람은 서울에서 만났고…나는 어릴 적부터 탄가루가 싫었지. 빨래를 널어 놓으면 한시간도 못 되어 거뭇거뭇하게 들러붙는 그 탄가루, 진절머리를 쳤으니까. 대를 물려가며, 가난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막장을 떠나지 못하고, 할아버지에, 아버지에, 아들에, 손자까지 물귀신 처럼 끌고 들어가는 막장의 텃세는 그곳을 떠나지 않고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사슬 같은 거라니깐. 자네, 막장에서 채탄을 하는 곳이 얼마나 더운지 아나? 땀은 비오듯이 쏟아지고, 탄가루를 막는 마스크를 쓴다고는 하지만, 그 헐떡이는 숨을 참지 못해, 알고는 있으면서도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막장인생의 쓰라림은 겪어 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말할 수 없는 것이야. 나는 그 삶이 싫었어. 삼촌도 매몰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버님 마저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는 나셨지만, 죽을 때까지 털럭이는 기침과 비쩍 말라 들어가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만은 저렇게 살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 했었지. 지금도 요모양 요꼴이지만…’
‘와예? 당신이 어떼서예? 꼭 돈이 많아야 행복카다는 법은 없다 아입니꺼!’
‘그런가? 임자? 허허허, 자, 술이나 들지.’
나는 두 사람의 정겨운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남자는 식당에서 숯불에 불을 붙이고, 시커멓게 떡이 되어 나오는 불판을 씻어내는 일을 하고, 아내는 식당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하며, 구섞에 이렇게 방이라도 한칸 얻어 살 지언정, 남들에게 떳떳한 삶을 살고 있으니 그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얼굴들 이었다.
‘자네는 직업이 무언가?’
‘서울에서 사업을 했었죠.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도 없지만…’
‘돌아갈 생각은 없고?’
‘쉽사리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손목아지를 끊어야 관둔다는 노름판에 빠져 있는 제가 어떻게 쉽사리 털고 일어날 수가 있을까 싶네요. 아내도, 사업도, 저 자신도 이미 잊어 먹은 지 오랩니다. 회사 돈을 들고 이리로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돈도 다 떨어지고, 달랑 차 한대 뿐인데, 저 차라도 팔아서 다믄 얼마라도 손에 쥐어야 서울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뿐입니다. 근데, 아저씨는 이곳에 어떻게 오시게 되셨습니까? 이제는 탄광도 없는데….’
‘서울 생활이라는 게 그렇잖나? 나같이 못 배운 놈은 더 그렇고…그나마 불어닥친 아파트 건축 붐 때문에 나는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꽤나 잘 살았었지. 새로 짓는 아파트의 내장 도배를 하던 나는,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랄 판으로 잘 불려 다녔지. 돈도 흥청망청 써 재끼고, 그래도 그 덕에 지금의 우리 집사람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러셨군요.’
아주머니는 아직도 고운 얼굴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그 몸매나 풍기는 분위기로 보아 술집에서 만난 듯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카지노가 들어선다고 하니까, 이 사람, 저 사람, 돈을 싸 질머지고 들어와서는 식당을 낸다, 모텔을 낸다 해서 다시는 이곳을 향해 오줌도 누지 않겠다던 나도 일꾼들 따라 어쩔 수 없이 제 발로 끌려 들어오게 된 거지. 서울에서 떠나 와 있는 내 눈에 띈 것이 바로 카지노 였어. 그 당시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거야. 어릴 적 투전판이나 섯다가 고작인 줄로 알고 자란 나에게 카지노라는 곳은 노름장소가 아니라 그저 호텔 같은 멋진 곳이라는 생각만이 가득했으니까. 생전 보지도 못한 게임들 에다가 바카라니, 블랙잭 이니 눈에도 낮설은 이름들로 가득찬 그 곳은 내게 신천지 같은 느낌으로 가득했으니까. 공사를 해주고 받은 돈도 주머니에 빵빵 했겠다. 언제든지 일자리는 널려 있다고 생각한 나의 오판이 아직도 후회 되지만 어쩌겠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카지노에 말려 들어간 거야. 밀려 있던 다른 공사가 있었는데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었어. 처음 간 카지노에서 운 좋게도 80만원의 칩을 거머 쥔 나는 세상이 달라 보였다고 해야 할까? 뼈빠지게 공업용 풀 냄새 맡아가며, 손바닥이 쩍쩍 갈라지도록 풀칠하고 받아내는 도배 일당과 비교해 보면 그 돈은 정말 꿈만 같았으니까. 그때까지 나는 그것이 미끼 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네.’
‘미끼 라뇨?’
‘이제 사 얘기지만 손을 털고 나와서 이곳을 지나가던 카지노의 높으신 양반을 통해 들은 얘기에 나는 넋을 놓았지. 자네도 잘 모를걸세만…’
‘무슨 얘기인데요?’
‘카지노는 원래 외국에서 시작된 노름 아닌가 말이야. 그들이 카지노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온갖 과학적이고 눈에 보이질 않는 방법으로 고객의 돈주머니를 훑어내는 방법이 여러가지 버티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거지.’
‘그저 장소와 딜러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구요?’
‘자네, 카지노에서 돈 벌었다는 사람은 찾을 수가 없질 않은가? 우선 그들은 감시 카메라를 이용해서 맨 처음 객장을 찾은 사람을 선별하지. 딜러라든가 그 주위를 맴돌고 있는 플로워 메니져와 긴밀하게 연결된 작업에 의해서 처음 온 사람의 눈이 휘둥그래 질 정도로 돈을 쥐어주게 되는 거야. 이 맛에 한번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은 뻑이 가고 마는 거지. 그래서 맛을 들이게 되서 감시 카메라의 모니터에 자주 눈에 띄게 되면 가차없이 돈을 긁어 모으는 수순으로 들어가는 거야. 처음의 미끼에 맛을 들린 초짜들은 또다시 그런 행운이 올 줄 알고서 배팅의 강도를 높여가게 되고, 그것은 스스로를 함정으로 빠뜨리는 가속점이 되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나는 지나온 나의 행로를 불을 켜고 환하게 꿰뚫는 아저씨의 고백이 점차 두렵기 까질 했다.
‘카지노에서 있다 보면 밤이 지나도록 잠이 오지 않는 것을 느꼈을 게야. 불법인 줄은 알지만 외국에서 잘 쓰는 방법을 이곳에서 쓰지 말란 법은 없지. 게임에 몰두하다가 피곤을 느낀다든가 졸음을 느낀다는 것은 바로 카지노의 돈줄과 직결되는 장애요소 이기 때문에 그들은 객장 안으로 유입되는 공기 속에 신경 개스와 과포화 된 산소를 아주 극히 미미한 양이나마 지속적으로 주입하지. 각성제 라고나 할까? 멍하면서도 잠이 오질 않는 거야. 그렇게 되면 졸음은 오질 않고, 잠잘 시간은 놓쳐서, 머릿 속은 멍한 상태로 되며, 판단력은 흐려지고, 오기만 남아서 미친 듯이 배팅을 하게 되는 거구…게다가 자네도 알다시피 객장 안에는 창문이 없지? 온통 화려하게 밝혀 놓은 불빛 뿐이어서 그 안에서 노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들어 온 그 시간에서 시각적인 시간의 흐름이 정지 되는 걸세. 고도의 전략이지. 열려진 창문으로 밖이 어두워지고, 풍경이 변하면 사람의 심리상, 귀소 본능이 작동한 다나 뭐라나, 그래서 집에 가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 안에는 절대로 창문을 만드는 법이 없다지 아마. 시간도 잊어버리고, 잠도 잊어버리고, 할 일은 그들의 수순대로 끌려 들어 가면서 돈을 탕진하는 일밖에 남아있질 않은 거야.’
‘그래도 운이 있어 따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모두 조작이야. 그들은 유명한 수학자, 통계학 전문가, 심리학자들로 망라된 연구진에게 의뢰해서 사람의 행동 심리에 따른 배팅 의지까지 모두 분석해 놓고 있어. 운이 좀 따라 줄 것처럼 보이게 해서 배팅의 강도를 높여 놓은 다음에는 금방 눈 앞의 딜러를 교체해 버리곤 한다니까. 그렇게 되면 자신에게 다가오는 운이 바뀔 수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을 정확히 계산된 타이밍에 심어주어서 다음 카드를 받을 때 반드시 잘못된 판단으로 똥을 밟게 되는 거야.’
‘그럼, 빠찡코는요? 그건 가끔 잭폿이 터지기까지 하잖습니까?’
‘터지긴 하지. 자네가 사용한 금액은 시시각각 중앙관리실의 컴퓨터에 기록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지기 무섭게 빠찡코 기계에 돌아가면서 뜸하지 않도록 잭폿이 터지게끔 컴퓨터로 계산된 순번에 의해 열리는 거지. 초짜들은 돈을 열심히 넣어주고, 허탕이라면서 자리를 비우면, 그 주위에서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하는 꾼들은 냉큼 자리를 꿰차고 앉아서 잭폿을 받아 재끼는 거야.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이유는 그렇게 돈을 풀어도 그들은 다시 돌아와 카지노에 돈을 풀게 될 거라는 그들의 치밀한 계산 때문이야. 그리고, 그 놈의 잭폿도 사람들이 집어넣은 돈에 비해서 결코 밑지는 경우로 돈이 터져 나오는 일은 없어. 그 자리에 있다 보니 자주 터지는 것 같지만….’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자네 카지노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인물들이 누군지 아나?’
‘글쎄요, 전문 도박사들이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 그러나, 배팅의 제한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도 만만치는 않지. 겜블러들이 가장 좋아하는 경우는 무제한 베팅 이기 때문이야. 그들이 평소에 제일 두렵고 까탈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은 많은 돈에 욕심도 없고, 하루에 꼬박꼬박 10만원에서 7만원 사이를 벌어가는 전문가 들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운이 닿으면 마구마구 터지기 시작하는데 자리를 뜰 수 있느냐 말이죠?’
‘그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야. 머릿 속에 치미는 대박의 흥분이 혼란스러워도 깨끗이 자리를 물르고 나오는 거지. 왜냐하면 이건 확률의 싸움이고, 통계의 싸움이기 때문에 객장이 문을 열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모니터로 감시하고 있는 본부측에서 일정 시간 동안은 선심적으로 돈을 잃어 주면서 사람들의 배팅이 상승되도록 하거든. 그 와중에 확률의 분포가 상승곡선을 탈 때, 그들은 오늘의 일당만을 벌고서 깨끗하게 빠이빠이 하는 거야. 겜블러 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이지. 그들은 야금야금 카지노를 약을 올려가면서 되도 않는 돈을 벌어가면서도 절대 잃지는 않아. 나도 평생 그런 사람은 한번 밖에 보질 못했어. 그 얘기는 무언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카지노에 돈을 잃어주기 위해 온다는 결론이야. 너무나 바보 스런 짓이지. 결코 카지노를 상대로 대박도, 이길 수도 없다는 것이 뻔히 나와있는 기정사실 임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되셨습니까?’
‘얘기하자면 길지. 난 그렇게 생각해. 카지노보다 더 나쁜 인간들이 바로 카지노의 안팎에서 돈을 굴리는 인간들이라고 말이야. 돈도 떨어지고, 잃은 돈이 아까워서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배회하는 나 같은 인간들을 그들이 몰라볼 리 없지. 썪은 고기에 파리가 꾀듯이 그들은 내 곁에 다가와 시퍼런 지폐다발을 보이면서 지금 방금 돈을 들고 간 사장님께서 대박 나고 있다고 외치는 거야. 돈 잃고 눈 뒤집힌 놈 앞에 그런 소리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니고 뭐겠어. 앞뒤 가릴 것 없이 들고 들어간 돈이 모두 카지노에 빨려 들어갔을 때, 나는 세상이 노랗다는 말을 실감했어.’
‘마, 그 다음은 제가 말 해드릴 랍니더.’
가만히 계시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고 말씀하셨다.
‘그런 지경이었는데도 저 양반은 정신을 몬 차렸어예. 서울에서 물 팔고 냄비 팔아가 장사하는 내를 담보 삼아 돈을 또 빌리고, 빌리고….기어이 그 무써운 아재들에게 맞아 터지고 혼수상태까지 되었따 아님니꺼! 내사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심니꺼? 이거 좀 보이소.’
그 아주머니가 윈쪽 눈을 훑으며, 손 안에 놓인 것은 그녀의 의안 이었다. 나는 뻥뚫린 그녀의 왼쪽 눈보다 그간에 벌어졌을 일들에 몸서리를 떨었고….
‘그 다음은 내가 얘기하지. 마누라 팔아 돈 빌리고, 그것도 모자라 카지노에서 탕진한 나에게 돌아 온 것은 당연히 그 사람들의 무서운 보복 이었지. 급기야 온 전신이 그들이 후드려 팬 몰매로 인해 사지육신이 바시러 질대로 바시러 지고, 아내는 자신의 눈을 빼다 팔아 그 일을 가까스로 마무리 지었던 게야.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나는 맨 처음에 저 사람이 눈병이 난 줄 알았다니깐.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지만…. 내가 미친 놈 이었지. 그것 뿐이 아니었어.’
‘또 무엇이….’
‘깨어나 보니 이렇게 다리 한쪽을 못쓰게 된 거야. 허리를 다쳤던 게지. 거기다가 섹스도 할 수 없는 불구가 되어버렸고…..그러나, 이렇게 나마 목숨 부지하고 있는 것은 다 저 사람이 애쓴 덕이 아니고 뭐겠어. 지금도 감사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야.’
나는 불현듯 아직까지 전화를 받지 않고 있던 아내의 생각이 났다.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 것은 왜 저를 재워주시기로 했느냐 하는 건데….’
‘그거, 별거 없어. 나야 마누라 즐겁게도 못해주는 빙신 팔푼이 에다가 이렇게 팔까지 지져놓은 놈인데, 마누라야 저 젊디 젊은 육신 어디 굴릴 데도 없고, 이런 밤이면 내가 자네 같은 남정네들 하룻밤 재워주고, 우리가 겪은 얘기도 해주면서 저 사람에게 남자들이나 안겨주자는 생각에 나섰던 거지. 개중에는 정신 차리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미련을 못 버리고 내일 아침이면 또 새벽같이 줄이라도 서서 번호표나 팔아 개평이라도 뜯으려는 인간들도 부지기수 였고…. 아무튼 그냥 그럴 생각 이었지., 혹시 자네 생각 있나? 그래도 우리 여편네 몸매 하난 끝장내 주지. 눈깔이 하나 없어서 말이지…’
하면서 그 사람이 계속해서 바지춤에 쑤셔넣고 있던 왼손을 보여 주었다. 보기에도 선명한 석쇠로 지진 자국 이었다. 그나마 숯불을 지피고, 석쇠를 닦는 허드렛 일이나마 하는 도중에 다시 또 도진 카지노 생각에 자신이 스스로 팔을 지져 버렸다는 그 석쇠자국…. 상을 치우면서 그 사람이 이부자리를 펴놓더니 담배를 들고 방을 나간다.
‘여편네, 잘 데리고 놀아. 콘돔은 머리맡에 있구….’
불현듯 자리를 빠져 나가는 아저씨로 인해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한번 잘 놀아 보입시더, 마….’
그녀는 내 앞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어 보였다. 서울에서 물장사와 냄비장사를 했다는 것을 보면 아마도 룸싸롱 같은 곳에서 일을 했다는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몸매는 촌구섞에 있을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 여자의 마음 속에 어찌 자신의 눈까지 빼주면서 남편을 구할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스러울 따름 이었다. 그녀는 이런 일이 평범한 일상이었는지 내가 엉거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벼락같이 내 바지춤에 들러 붙어 있었다.
‘아재요, 허리 쪼매 들어 보이소.’
나는 그녀가 바지를 벗기기 쉽도록 허리를 들어 주었다. 이내 내의와 같이 벗겨져 내려가는 아랫도리, 풍성한 그녀의 살집과 함께 눈 앞에 덜렁거리는 그녀의 유방이 눈 앞에서 흔들리고, 창밖 으로는 가로등 불빛에, 멀리도 가질 못하고, 이 방의 창문 옆에서 불빛 속에 어른 거리는 아저씨의 그림자가 보이고 있다.
‘젊은 가스나 보다 이런 아지매가 더 맛있는 거, 아재는 모르제? 요 한번 빨아 보이소. 고들빼기 보다 더 감칠맛 난다 아입니꺼, 예?’
그녀가 그 허연 가랑이를 쩍 하니 벌리면서 내 앞에 그 털로 수북한 보지를 난장으로 까 재낀다. 이미 그녀는 자신의 두 손으로 보지가 벌창이 나도 좋다는 표정으로 보지의 씹살을 양쪽으로 까 재끼며, 음탕한 미소를 나에게 날리고…나도 스스럼 없이 새우젖 냄새가 진동하는 그 여자의 보지를 향해 혀를 내두른다. 입안으로 치미는 그녀의 씹물, 간간히 혀끝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그녀의 움직거리는 씹살. 이제 그녀는 나의 머리를 쥐어 흔들면서 자신의 보지에 나의 혀를 마구잡이로 쳐박아 댄다.
‘아재요, 잘 드시고 가이소. 헉헉헉, 정신 퍼뜩 차리고 가야지, 아이몬, 흑흑흑, 아재 마누라도 이 짝 나고 있는캉 모릅니더. 우리 바깥 양반 보이소. 흑허걱헉, 이제는 병신되-가 이래 마누라캉 붙을 머스마나 구해다 주고… 이기 할 짓임니꺼?’
그래도 그녀는 그 짓을 하고 있었다. 내가 온 좇대가리를 치켜 세워 그녀의 보지문을 열어 재낄 때에도 그녀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으니까.
‘아재요, 아재요, 직입니더….흑흑흑….보지 째지게 더 박아주소..억억억’
나는 될대로 되라는 심사로 그녀의 벌려진 보지에 허리를 겁나게 들이 밀었다. 알맞은 살집은 철푸덕 대며 그녀의 아랫도리를 짓이기는 나의 허리를 보기좋게 되받아 쳤고, 나는 그녀의 씹을 휘저으면서도 창가에서 어른 거리고 있는 아저씨의 잔상으로 인해 묘한 쾌감을 동시에 맛보고 있었다. 그때 옆에 놓아 두었던 내 핸폰이 울렸다. 나는 그녀의 보지에 장쾌한 좇대의 쳐박음을 선사 하면서도 얼결에 전화기를 재껴 들었다.
‘윽윽, 여보세요? 자기야?’
‘자기 어디야? 살아있어? 흑흑.. 살아 있었네! 난 또 무슨 일 난줄 알고….흑흑….’
‘윽윽…한동안 연락 못해서 미안해…..’
‘근데 어디 아파? 왜 신음 소리는 내고 있어?’
‘아니, 몸살기운이 좀 있어서 내 곧 있다가, 서울 올라 갈게.’
‘여보, 어서 올라와. 예전에 살던 집이 아니고, 좀 허름 하기는 해도 지하 셋방으로 이사 했어. 난 요즈음 식당에 일 나가. 어렵긴 해도 괜찮아, 그런데, 밥은 먹고 다니는 거야? 잠은 어디서 자구?’
나는 그 순간, 좇질에 힘을 잃어 버렸다. 내가 카지노에 빠져 있을 사이, 아내가 겪었을 많은 일들이 눈 앞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회사는 넘어 갔을 것이고, 아내는 집을 팔아 볕도 들지 않는 지하 셋방으로 옮겨, 내가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면서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텐데…내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그녀도 내 몸에서 슬그머니 몸을 빼더니만 옷을 주섬주섬 껴 입는다. 내가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흘리고 있자, 그녀가 곁에 들러붙어 빼낸 좇을 닦지도 않고서 빨아 준다. 아직 발기된 모양새는 유지를 하고 있었음인지, 이내 세워 빨아대는 그녀의 입놀림에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좇물을 흥건히 그녀의 입안에 싸버렸다.
‘잘 생각 했심니더. 마지막으로 제가 마무리는 했다 아임니꺼?’
입을 쓱 하니 훔치며, 그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웃음 짓는다. 아내가 보고 싶었다. 아주머니의 말씀처럼 나는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날이 밝는 대로 나는 차를 약속했던 업자에게 넘기고,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받아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으면서, 나는 그곳을 나오면서 길가를 가로지르고 있는 현수막을 쳐다 보았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며, 쉴 수 있는 00카지노파크!’
나는 속으로 외쳤다. 니기미 씨부럴, 좇 같은 소리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