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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기억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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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484 회 작성일 24-07-13 07: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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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기억 Part1
 




팔랑팔랑 흩날리며 땅을 연분홍색으로 물들여 가는 것은, 이상 기후 때문인지 예년보다 약간 일찍 만개한 벚꽃잎.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조금 쌀쌀한지, 몸을 움츠리고 아쉬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는 동급생들. 3년 동안 공부해 온 고등학교 졸업식. 낚은 콘크리트 벽이나 체육관의 곰팡이 냄새. 왠지 감상에 젖어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나 역시, 내 심장의 이 고동은, 그런 감상과는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쿵쾅거리고 있다.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하는 복도를 걸어가는 인파 속에, 비단 같이 윤기 있고, 긴 생머리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것이 시야에 포착된다. 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그런 광경은 별반 특별할 것도 없는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그 늠름한 모습에 가슴이 조여드는 것은, 왠지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길을 가는 누구라도, 그녀 안에서 흘러넘치는 힘찬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빼앗긴다. 그 발걸음은 잘 규율된 엄격함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모든 것을 감싸는 자애도 주위에 풍긴다.  나는 오늘, 그녀에게 고백한다.   「졸업식도, 무사히 끝났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검도부 동아리방의 도구의 정리를 하는 그녀는, 키리시마 아야(桐島文).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이자, 내 짝사랑의 여성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신이 주장을 맡은 여자검도부의 마지막 책무를 다하겠다고, 보호구 등을 하나하나 손에 들고, 정성껏 닦고 있다. 바닥에 무릎 꿇고 앉은 그녀의 곧은 등은, 언제 봐도 홀딱 반할 만큼 아름답다.  「그런데 아야(文)짱. 검도부 주장도 힘들구나.」 「뭐, 당연한 일이야. 떠나가는 새는 뒤를 어지르지 않는다고 하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길고 아름다운 생머리. 투명하게 비쳐 보일 듯한, 그러나 어딘가 강력함마저 느껴지는 하얀 피부. 누구에게도 아첨하지 않는, 그녀의 높은 자부심이 잘 드러나 있는 큰 눈. 그녀의 언행은 항상 늠름한 풍격이 따른다. 전형적인 일본 미인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모습. 게다가 검도와 학업 모두, 전국 탑 클래스의 문무 겸비한 재원이다. 그러나 그것을 불공평하다고는 할 수 없다. 나는 그녀가 재능만 믿고 나대는 사람이 아닌 것을,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학에 가서도 잘 부탁해. 뭐, 나 같은 여자와 같이 있으면 매력도 뭐도 못 느끼겠지만, 그건 소꿉친구의 악연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 줘.」  그녀에게 매력이 없다면, 이 세상 모든 여성에게도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매력이란 것이, 이른바 그라비아 아이돌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즉물적인 것이 아니라, 마치 칼집에서 막 빼어 든 일본도 같은, 자칫하면 등을 얼려 버릴 만큼 섬뜩한, 아름다움.  그렇다. 나는 그녀와 같은 대학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는 달리, 스포츠도 공부도 평균 정도인 나에게는, 그야말로 잠잘 시간을 아껴야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아야(文)짱이 도와주겠다는 제의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쉬워하면서도 간곡하게 거절했다. 방과 후, 그녀와 단 둘이서 공부를 하게 되면, 머리에 들어오는 영어 단어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료사쿠(良作)의 노력에는 정말 놀랐어. 아니 탄복했어. 역시 내 자랑스러운 소꿉친구야.」 콧김까지 뿜으며, 가슴을 펴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다. 당연히 불쾌하지도 않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성실하고 솔직한 사람인 것이다. 「아야(文)짱이라면 공부하지 않아도 합격했을 거잖아?」 그에 비해 나란 놈은 이렇다. 신장이나 외모도 평균 이하. 말주변도 없고, 친구도 적다. 아무런 나쁜 짓 따위는 하지 않았는데, 어딘가 세상에 떳떳하지 못한 느낌까지 받아 버린다. 그런 열등감 덩어리다. 그런 내가, 그녀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은, 당연한 섭리 같기도 하고, 코메디 같은 빈정거림마저 느낀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설령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노력을 비하할 필요는 전혀 없어. 적어도, 료사쿠(良作) 너는 나의 자랑이다.」 그녀는 아무런 가식도 없이, 똑바로 내 눈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말한다. 그녀의 그런 표정 모두가 나에게 있어서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지금은 앉아 있지만, 일어서면 신장도 나와 거의 차이가 없다. 팔다리도 날씬하고 길다. 마치 TV에서 보이는 모델 같다. 당연히 남자들로부터 인기는 굉장하다. 평소에도 아야(文)짱이 있는 교실 앞에는 고백의 기회를 엿보는 남자들의 행렬. 방과 후에는 교문 앞에서 다른 학교 남자들이 줄을 선다. 방금 전의 졸업식도, 마지막 찬스에 희망을 건 남자들을, 헤집고 나와, 간신히 검도장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구름 위의 존재가 아니다. 소심하고, 아무런 장점도 없는 내가 이지메 당하지 않았던 것은, 솔직히 아야(文)짱의 유일한 남자 친구였다는 부분이 컸을 것이다. 나를 괴롭히면, 그녀에게 미움 받는다. 그런 식으로 여겨졌다고 생각된다. 그녀 쪽에서 같이 하교하자는 권유를 받는 유일한 남자였던 나에게는, 남자들이 선망의 눈길을 보내지만, 그 눈길에 전혀 질투가 섞이지 않았던 것은, 주위의 눈으로 봐도, 내가 그녀와 어떻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역시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언제부터일까. 모른다.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쭉 함께, 초등학교 때는, 누나처럼 따르고 있었다. 사춘기에 들어서자, 주위 남자들로부터 아야(文)짱의 평판을 자주 듣게 된다. 그것과 반비례해, 학교 사회에서 존재감이 사라져 가는 나. 나의 존재 의의라면, 그녀에게 빠진 남자들로부터, 그녀는 어떤 타입의 남성을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보는 정보통이었다. 나의 고백은, 만에 하나라도 잘 안되면 어떻게 하지. 같은 대학에 진학까지 했는데, 이 관계가 무너져도 상관없는가, 등의 지적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고민했다. 그래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자신이 비굴하고, 왜소한 인간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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