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놀러다닌 .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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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이야기다.
내가 갓 스무살 쯤 됐을 적 이야기야.
고등학교 동창이고 나름대로 좀 노는 녀석이었는 데
나중에 어찌어찌 같이 일하던 놈이었음.
나는 계속 근무하고 그 놈은 그만두고 몇 달 뒤였나.
그 놈으로 부터 연락이 오더라.
개인적인 이야기 하면서 한번 보자 보자는 했는 데,
계속 미뤄졌다가 기어이 만나는 게 성사된거지.
개인적으로 만나는 데 무척이나 반갑고 무슨 이야기 하며 놀까
기대에 찼었지.
성격이 좋은 놈이었거든,
시내 어디어디로 오라길래 물어물어 찾아갔음.
어느 사무실 같은 곳이었는 데 진짜 말쑥하고 머리는 젤로 쓸어 넘겨서는 깔끔한 정장 걸치고
소매 핀과 넥타이 핀에 시계도 번쩍거리고 진짜 무슨 잘나가는 사무원 같더라.
나는 그 당시에는 다단계 이런거 몰랐어.
그래서 잘나가는 구나, 혹은 앞으로 잘나가겠구나 라고 생각했지.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나는 회사 다니는 중이어서 돈이 대충 어떻게 해야 벌리는 지
돈 벌리는 분위기에 익숙하거든.
그런데 첫인상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사람들은 엄청 많고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이쁜 여자들도 엄청 많고 그랬음.
"아니 돈 버는 데 이렇게 많은 이쁜 여자들이 사무실에 왜 필요하지? 월급이 엄청 많이 나갈텐데?"
라는 생각부터 들면서 여긴 돈 벌리는 곳이 아니구나 라고 직감이 왔지.
나는 사무실에 초대한다길래 나름대로 정장을 입고 갔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걸로 생각했었는데, 나를 계속 설득 하려는 식으로 이야길 이끌어 가더라.
다른 사람들도 많은 데 창피하게 계속 추궁하고 공격적으로 대하니까
얘가 이렇게 눈치가 없는 애였나. 속으로 조금은 실망했지.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오랜만에 친구 얼굴 볼 생각에 왔는 데 말이지.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데 60만원 짜리를 사면 정회원으로 승격된다나 그랬을 거야.
그런데 나는 전혀 그걸 살 생각이 안들더라.
그래서 그냥 여유가 없다고만 이야기 했지.
투잡 뛸 여유도 없고 말야.
그런데 아무튼 그렇게 하고 헤어졌는 데,
연락이 계속 자주 오더라.
친구로써 인정을 내세워서 공략하니 그냥 수긍해줄 수 밖에 없었음.
세미나 오라거나 사업 설명회 오라거나 하면서
여기저기 다녔음.
내가 돈도 안쓰고 여럿이 모여 밥도 먹으러 다니고,
그런데 가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생전 처음보는 이쁜 여자들과 이런 저런 대화도 나누고,
사람들이 한껏 들뜨고 행복해보여서 분위기는 좋았다.
성격이나 인상 좋은 사람들이랑 차도 타고 멀리 여행다니는 기분으로 다녔지.
물론 물건 구입은 십원짜리 하나 안사고 돈도 안쓰면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친목질 하고 세미나나 설명회 등등 놀러다니고 그랬다.
차도 태워주고 챙겨주고 밥도 사주니까 부담 없었지.
그런데 내가 끝까지 친구로 대해주고 잘해주고 그러니까
결국 일적인 거 말고라도 개인적으로도 만나게 되더라.
그러다 결국 잘 되지 않았던지 거기 그만두고
내가 바라던 개인적인 약속 자리에 오게 된거지.
거기서 만났던 여자라면서 수영선수였나.
엄청 이쁘더라 소개도 시켜주고 같이 술자리도 가지곤 했었지.
다단계 하는 여자들 대부분 키 크고 잘 꾸미고 오밀조밀하게 엄청 이쁘다고 기억한다.
그러다 걔가 이런 이야길 했다.
"거기 다니면서 내가 얻은게 더 많은지 잃은 게 더 많은지 모르겠다"
고 나한테 결국에 고백하더라.
그런데 나는 옆의 그 여자를 보면서 이야기 해줬지.
"얻은 게 더 많은 거 같은데?"
이런식으로 암튼 분위기는 좋았다.
다단계 하면 다들 무슨 악질 적이고 인생 버리는 것으로 생각하던데,
나는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요약 : 친구가 다단계 소개했는 데
돈 안쓰고 잘 어울려 놀러 다녔음.
좋은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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