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R야설) 아내 스토리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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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
보통의 아내들이라면, 결혼을 한 남편에게 대학교 동아리 여자 후배가 사적으로 이것 저것 연락도 하고 문자도 보내고 그러면 되게 기분 나빠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아내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아예 출근을 할 때….늦는다고 말을 하고 나간 날은 자정이 넘어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먼저 그냥 잠이 들어버렸다.
화요일 오전에 일어나보니 아내는 옆에서 자고 있었다. 자정이 넘은 건 확실한데 언제 들어왔을지…알 수가 없는 아내였다.
아내는 슬립 하나만 입은 채로 곤히 자고 있었다.팬티도 안 입고…브래지어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소변을 본 후에 다시 침대에 누웠고…그만 다시 잠에 들어버렸다.
뭔가 소란한 소리에 다시 눈을 떠보니 아내는 어느새 옷을 다 입고 화장도 마친 후에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피곤하지 않아? 어제 많이 늦었잖아…."
"괜찮아요… 익숙해져서 그런지… 별로 힘들지 않아요. 그리고 점심 먹고…아주 피곤하면 잠깐씩 눈 붙여요…"
아내는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아내의 스커트를 보았다. 또 미니스커트였다. 오늘은 검정색 스타킹에 검정색 미니스커트였다.
문득 어제 점심에 전연두가 했었던 그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내 야설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미니스커트를 입는다.
하루도 안 빠지고 똥구멍이 보이는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자가 어디 있냐고…황당해하는 말을 했었던 전연두였다.
하지만….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그건….내 아내의 이야기였다. 결혼 하고 나서 그런 게 아니었다.
내가 처음 그녀를 보았었던…스물한 살의 봄….그때부터…그녀는 그랬었다.
그때부터….아내의 스커트는 언제나…항상 짧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건….허구를 지어낸 것이 아니었다.
"오늘도 조금 늦어요…이번 주는…좀 그러네…다음 주나 되어야 좀 한가해질 것 같아요. 알았죠?"
"응…알았어…"
나는 웃으면서 대꾸를 했고, 아내는 바로 출근을 했다.
그동안 아내의 회사나 일…그리고 해외출장에 대해서 단 한 번도 큰 의구심을 가져본적이 없었다.
하지만….필립장이 보낸 그 이메일 한 통 때문에, 나는…갑자기 궁금해진 것이 더 많아졌다.
그리고 그 필립장을 실제로 보게 되자…그 궁금증은 더 커진 상황이었다.
아내가…자신의 입으로…그 남자와 같이 잤다고 양심고백을 했기 때문이었다.
목요일 오전에 전연두에게 문자가 도착을 했다.
저녁에 술을 한 잔 할 일식집을 아예 지정을 해서 나에게 예약을 하라고 문자를 보낸 전연두였다.
점심 지나서 오후 늦게까지 예약을 안 하고 꾸물대면 아무리 평일이라고 해도, 룸 예약이 꽉 찰 것이라고 꾸물대지 말라는 주의사항까지 친절하게 문자로 써서 보낸 전연두였다.
일식집 이름을 보았다. 기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고급 일식집이었다. 자기 돈 내고는 술 마시기 조금 어려운 집이었다.
사회 고위층들이 많이 애용하는 고급 일식집이었다.
홀 보다는 거의 다 룸으로 몰리는…영화에도 나왔었던 그런 일식집이었다.
나는 점심경에 그 일식집으로 전화를 걸어서 예약을 했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어 전연두와 만나서 일식집의 룸에 마주앉았다.
전연두는 아담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잘 먹고, 술도 잘 마셨다. 옛날부터 그랬었다. 우리가 사발에 소주와 막걸리를 섞어서 사발주를 마시던 그 옛날부터 말이다.
맞은 편에 앉아있는 전연두를 보았다. 솔직히 비쥬얼은 많이 세련되어진 것이 사실이었다.
대학교 때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었던 것 같았다. 안경을 쓰고 항상 단발 머리를 하고 있었던, 전연두였다.
약간 중성적인 느낌을 주던, 항상 독서에 관심이 많았고 수다스럽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했었던….하지만 그래도 뭔가 어떤 특정한 주제에 토론이 붙으면 선배들도 꼼짝 못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자신의 논리를 내세우던 것이 바로 전연두였다.
항상 논리정연 했었고, 아는 것도 많았었다.
대학생 때는 그렇게 안 꾸미고 다니더니…졸업과 동시에 신문사 입사 시험…그 어렵다는 언론고시에 붙자마자 화장도 하고, 살짝 비쥬얼을 꾸미고 다니기 시작했었던 전연두였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전연두와의 인연이 참 길었다.
아내와는…딱 십 년 동안…완전히 연락이 끊긴 채로, 그렇게 살았었지만…전연두는 그 십 년의 시간 내내 내 주위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서로 라이벌 일간지의 기자가 되어 비슷한 영역에서 계속해서 얼굴을 보아왔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동안 그런 생각을 단 한 번도 안 했었던 것 같았다.
전연두가…스무 살의 그 단발머리 책벌레 전연두가…졸업과 동시에 라식 수술을 하고 안경도 벗어버리고 화장을 하면서….비쥬얼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말이다.
전연두의 외모를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솔직히 그동안 많지 않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닌 오랜 세월에 걸친 점진적인 변화였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전연두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처럼…스무 살 그 어린 시절부터 화장을 진하게 하고 섹시한 차림으로 다니던 그런 여자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씩…아주 조금씩…꾸미고 가꾸면서 변해왔었던 전연두였다.
마주 앉은 전연두를 보니까, 그런 지난 시간들이 다시금 새록새록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동안은 왜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았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았다.
이십 대 초반에 만난 후배와…삼십 대 후반이 되어 마주 앉아 있었다.
그 긴 세월을 같이…파도를 타고 넘어온 것 같은데, 그 중간의 시간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전연두는 제일 비싼 회 세트를 주문했다.
하지만 술은 일식집에서 주로 먹는 사케류를 주문하지 않고 소주 중에 고급인 증류식 소주를 주문했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소주는 원액에 물을 탄 희석식 소주였지만, 전연두는 저렴한 희석식 보통 소주가 아닌 제법 고가인 증류식 소주를 주문했다.
"난…사케 싫더라고…시금털털해서 말이야…내 돈 내고 마시면 참이슬 마실 텐데..오빠가 사주는 거니까 좋은 것 좀 마시자고…"
조금도 미안해 하지 않는 표정으로 전연두는 말을 하고 있었다.
전연두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 같았다.
나보다 한 살 어리니까…아내와 동갑이니까…벌써 서른일곱이나 먹은 전연두였다. 한국 나이로 세 살이나 된 딸이 있는 싱글맘이기도 했고 말이다.
길지 않은 단발 머리를 뒤로 살짝 묶고 있었다.
항상 그랬었다….단발이거나…단발이 조금 길어지면 저렇게 뒤로 질끈 묶어버리는 헤어스타일에, 안경을 벗고 화장을 하고 다니니까…상당히 앳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전연두는 주문을 마친 후에 나에게 유에스비를 넘겨 받고, 그걸 바로 자신이 가지고 온 테블릿에 꽂은 후에 내가 번역한 내용들을 보기 시작했다.
눈을 반짝이면서 무섭게 몰입을 하고 있었다. 항상….그랬었다.
활자를 들여다볼 때면…저 무서운 집중력…예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연두는 졸업을 할 때 영문과 수석으로 졸업을 했다고 했다.
입학할 때는 수석이 아니었지만, 졸업은 영문과 수석으로 졸업을 한 전연두였었다.
하지만 나에게 대놓고 그런 자랑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전연두였다. 동아리의 다른 후배에게 들어서 나도 시간이 많이 흐른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였다.
그 누구도 전연두의 실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영문과 출신이니까 당연히 영어는 잘했다.
다만 나에게 번역을 맡기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자기가 원하는 번역이나 문장이 안 뽑히면 그 바닥 짬밥이 있는 사람에게 크로스로 체크를 부탁하는 건 그 바닥 기자들이 누구나 하고 있는 관행이나 마찬가지였다.
"아하…이거…"
전연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태블릿 화면을 넘겨가면서 읽다가 입을 열고 몇 마디를 뱉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때 마침 서빙이 가지고 온 증류식 소주를 따서 전연두의 잔에 한 잔 따라주고 내 잔에도 술을 따르고 있었다.
"왜…마음에 안 들어?"
나는 조심스럽게 전연두의 표정을 살피면서 물었다. 내가 술까지 사면서 전연두의 눈치를 보는 것이 조금 웃기기는 했다.
번역까지 공짜로 해주면서 술도 사고, 눈치도 보고…하지만…솔직히 연두한테 밥 사주고, 술 사주는 건 별로 아깝지 않았다.
난 연두한테 미안한 게 많았다.
연두는…항상 내 곁에서 한 발자국 정도 떨어져서 나에게 도움을 주고, 바라봐 주었던 여자였었다.
물론 내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 나에게 먼저 대쉬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연두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내가 내 곁에 없었던 그 십여 년의 시간들 속에 언제나 연두는 내 곁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마치 동성친구 같은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아니…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내가 이 기사를 처음 기획했을 때….뽑아내고 싶었던 번역본이 바로 이런 거였는데…난….솔직히 이런 문장과 디테일을….뜬구름 잡는 그림처럼 머릿속에 둥둥 띄우기만 했지, 그걸 활자로 뽑아낼 수가 없었는데…오빠는…그걸 정확하게 캐치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