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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경험담 편의점에서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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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962 회 작성일 24-05-24 20: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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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경험담 편의점에서이상은 결국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멘붕에 빠져있긴 했지만, 난 장사꾼이었기 때문이었다. 호정이에게 이 치료비를 주마 했지만, 막상 호정이가 쭈볏거리면서 내게 돈이야기를 했을 때, 난 돈이 아까웠던 것이다.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 난 큰 돈을 이유없는 호의로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최근에 동생이 이사할 때 냉장고를 사준 적이 있지만, 난 당연할수도 있는 가족에 돈을 쓰는 일에조차 너무 많은 고민을 한 나머지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더 빠지고, 속이 미식거릴 정도였었다. 내게 90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순간적인 기분에 사로잡혀 크게 일을 벌였지만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하긴 했다. 난 호정이를 잘라버릴까 그 생각까지 했다. 막장으로 치달을 뻔 했던 날 구해준 건 세인이였다. 전화기가 울리자마자 반가웠는데, 세인이 이름이 뜬 걸 보고는 더 반가웠다. 중요한 전화인 척 하고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세인이는 전화를 늦게 받으면 짜증을 냈는데, 지금은 어떤 짜증이라도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세인이는 잔뜩 신경질을 냈다. "어디야?" "응, 가게." "그런데,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호정이는 어디 갔어?" "냉장고 안에 들어가 있었어. 음료수 갈다 보니까 전화가 울리더라고. 그래서 그랬지." "맨날 그 핑계지. 저녁은 먹었어?" "아니. 기차야?" "응. 나올거지. 오늘 너무 추워서, 나 택시 기다리기도 싫으니까, 기다리고 있어야 돼." 세인이는 일주일에 두번 대학원 수업을 위해서 서울로 통학을 하고 있었고,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늘 내가 대전역 대합실에 기다리고 있기를 바랬다. 난 거의 대부분 픽업을 하러 가곤 했는데, 다섯 번에 한 번 정도는 가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또 한동안은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대전역 근처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세인이가 올 때까지 근처의 헌책방에서 두어권의 책을 고르다가 시간에 맞춰 대합실을 향해 걷는데,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와 내게 물었다. 잠깐 쉬었다가라는 말을 했는데, 난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좀 당황했지만, 약속이 있다는 말로 거절을 하면서도, 그런 곳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한 번쯤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세인이는 나를 보자마자 확 얼굴이 펴지면서 짜증 따윈 하나도 없는 밝은 얼굴로 변했는데, 난 저 얼굴이 좋아서 저 아이를 사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차를 타고 돌아와서 차를 세인이네 주차장에 세워 두고, 세인이는 집으로 올라가고 난 근처의 분식집에서 세인이가 좋아하는 오징어 덮밥과 내가 좋아하는 돈까스를 포장해서 세인이네 원룸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열자마자 세인이의 애완견인 레나가 달려나와서 나를 반겼다. 난 익숙하게 들고다니는 가방에서 닭고기로 만든 강아지 육포를 꺼내서 레나에게 줬는데, 세인이가 화장실에서 소리쳤다. "오빠, 레나 또 육포주지. 그러지 말라니까. 레나가 오빠만 오면 사료를 안 먹잖아. 그리고, 레나 너무 쓰다듬고 하지마. 심장사상충 연고 발랐어." "알았어. 오징어 덮밥 사왔다." "근데, 뭐야?" "어?" "할 말 있잖아. 얼굴이 그런데." "귀신이 다 됐다. 너도." "오빠는 그것만 기억하면 돼. 오빠 오른 손이 오빠도 모르게 오빠 5번 갈비뼈를 긁었다고 쳐. 그럼 오빠 5번 갈빗대는 몰라도 나는 알고 있다는 것만 알아 둬." "명탐정 오세인이냐?" "뭐냐고?" 난 최근 내가 겪고 있는 혼란들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말했다. 세인이는 꽤 주의깊게 듣는 것 같더니, 이야기가 호정이의 90만원에 이르자, 내게 단도직입적인 말을 꺼냈다. "미쳤다. 그리고 그 기집애는 뻔뻔스럽게 그 돈을 받겠대? 도둑년 아니야?" "그렇게 이야기할 건 없지. 내가 준다고 했으니까. 또 그걸로 이를 치료하면 좋잖아." "솔직히 말해." 물이 내려지는 소리가 나고, 난 진짜 귀신과 마주하게 됐다. 악귀같은 얼굴을 한 스물 아홉살의 처녀가 긴머리를 휘날리며 내게 나는 것처럼 다가와서 어깨를 꽉 쥐며 말했던 것이다. "오빠, 그 년한테 마음 있어? 그렇게 애달퍼?" "또 왜 그러냐? 내가 여자에게 마음없는 거 잘 알면서, 호정이 이제 스물 둘이다. 스물 둘. 내가 호정이랑 뭘하면 그게 도둑놈 심보지." "그러니까 마음은 있다는 소리네. 잘라. 그만 두라고 해. 그게 제일 깔끔해. 알바야 다른 사람 뽑으면 될 거 아니야. 내가 이 이야기는 치사해서 안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오빠가 저번에 나한테 어떻게 했는 줄 알아?" "또 뭐?" "또 뭐? 또 뭐? 그러니까 오빠는 내가 하는 모든 이야기가 늘 지겹구나. 또 뭐라고?" "내가 어떻게 했는데?" "저번에 둔산 cgv갔을 때 내가 환타 포도맛 큰 거 혼자 먹는다니까, 너 그거 혼자 못 먹는다고, 작은 걸로 샀잖아. 그게 얼마나 차이 난다고. 그런데 그런 사람이 그냥 알바한테 90만원을 쓴다고. 그거 알아? 우리 엄마 이도 아프셔." 그거였구나. 세인이의 가장 좋은 점은 기분이 나쁜 일이 있더라도 찬찬히 설명해서 자기가 이해가 되면 마음이 쉽게 풀린다는 것과 서운하거나 기분이 좋거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난 재빠르게 장모님의 이가 아프시면 내가 나서야지라는 말을 해서, 세인이의 기분을 풀었다. 서른이 가까워오면서 세인이는 부쩍 결혼에 신경을 썼는데, 그래서 웬만한 일엔 장모님이나 장인어른, 아내같은 단어를 몇 번만 써도 마음이 풀리곤 했다. 10월 쯤인가는 같이 간 화장품 가게에서 주부님이라는 말을 듣고도 기분좋아할 정도였다. 세인이는 냉장고에서 몇가지 밑반찬을 꺼냈는데, 조개젓을 즉석에서 양념해서 무치기까지 했다. - 기분이 완전히 풀어진 완벽한 증거였다. 조개젓과 돈까스의 궁함은 뛰어났다. 뭘 먹을 때 항상 내것을 한 조각이나 두 조각은 꼭 먹는 세인이는 제몫의 오징어 덮밥을 제 숟가락으로 떠서 내게 한 숟가락을 먹이더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궁금증을 드러냈다. "그러니까, 오빠는 뭘 하고 싶은 거야? 그 느끼하게 생긴 갈비집 사장을 바꿔놓고 싶은거야?" "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나 궁금해서." "어떻게 할 건데. 지금은 둘 다 마음이 없는 것 같다면서?" "너, 너말이야. 영신이가 어때?" "영신이가 영신이지. 왜? 뜬금없이. 수신거부까지 한 거 다 알잖아." "너 내가 없었으면 영신이랑 만났을 거라고 한 적이 있잖아. 그게 무슨 이유 때문이야? 영신이가 죽자고 너 따라다니니까. 그 마음은 좋으니까 그렇게 된 거잖아. 사람은 자기에게 호감있는 사람에게는 모질게 대하질 못해. 심정적으로." "혹시, 오빠, 그 음식물 쓰레기통 때문에 둘이 엮으려고 하는 거야? 그것 때문에 몇 번이나 싸웠잖아." "내가 좀 참을성이 없잖아. 바로바로 바뀌는 걸 보고 싶어서. 배부르다. 따뜻하고 배부르니까 좀 졸리다. 오빠 잠깐만 자고 일어나면 안될까?" "응큼하게 또 그런다. 그나저나 그 문제는 어떻게 할거야?" "무슨 문제?" "호정이 어떻게 할 거냐고? 자르는 거다. 정 안되면 내가 그 시간에 나가 있을거야. 잘라. 알겠지." "내가 이야기 꺼내놓고, 내가 돈 주기 아깝다고 어떻게 갑자기 사람을 잘라. 호정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알았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뭐, 어쩔 수 없네. 일어나." 다년간의 노하우로 이럴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세인이가 마음이 풀릴 지 뻔히 알고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야간 알바인 병환이가 오기 전에 음료수랑 과자 같은 걸 모두 채워놓아야 해서 그냥 싸운 채로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 도착하자 호정이가 정신없이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음료수를 채우면서, 그냥 몹시 지친 얼굴인 호정이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달에 두번을 빼면 내내 저녁시간을 담배와 과자와 컵라면을 팔아야 하고, 적어도 하루에 두어번쯤은 돈을 던지거나, 기분나쁜 반말 짓거리를 하는 고딩들을 상대해야 하는 스물 두살 여자애에게 일단은 사회인인 내가 너무 야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난 옆집 매운 갈비집으로 가서 최사장을 만나, 맵지 않은 소갈비찜을 주문했다. "어쩐 일로 소야? 맨날천날 돼지더니." "포장 좀 해주세요. 호정이 들려보내게요." "돈이라면 벌벌떠는 이사장이 무슨 날이야? 토토라도 맞았나?" "그게 아니고, 너무 해준 게 없는 것 같아서요. 우리 집에서 진짜 오래 일했는데." "하긴, 호정이가 한 일년은 넘었지?" "네." "그런데, 이사장. 뭐라대?" "네?" "아, 이 사람, 왜 말길을 못알아 듣는 척하고 그래. 그 청소 아줌마 말이야. 나를 좋아한대?" "직접적으로 들은 건 아니고요. 사실은 22일인가, 23일인가. 형님 음식물 쓰레기 통이 또 우리 파라솔 근처에 있어서 제가 형님 가게 근처로 옮기면서 혼잣말로 짜증을 좀 냈거든요. 그런데, 아주머니가 그 통을 턱 잡더니 그러시더라고요. 신경쓰지 말라고요. 형님 가게 음식물 쓰레기통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요." "그래?" "솔직히 아무리 건물 청소를 한다고 해도, 건물 외부 일인데, 자기가 신경 안써도 되는 거잖아요. 딱 감이 오더라고요. 형님이 돌싱 되고 나서 좀 보는 눈이 심상치 않더니..." "아니. 이사람이 뭐 그런 걸로 그래. 기다려. 호정이 퇴근이 열시지?" "네." "그런 내가 그 때 맞춰서 가져다 줄테니까. 가서 기다려." "3만 2천원이죠?" "3만원만 내." "감사합니다." 편의점으로 들어갔더니, 호정이가 서서 무슨 참고서 같은 걸 보고 있었다. 들어서는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 책을 내려놓는 호정이의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다. 호정이는 말이 없이 사무실겸 창고로 들어가는 나를 보더니 몇번을 입을 달싹거리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당황해서 돌아봤더니, 호정이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사장님. 그거 안 주셔도 되요. 잘못했어요." "응?" "사장님, 돈 때문에 저 피하는 거잖아요. 제가 받을 돈도 아니고, 괜찮아요. 아까 사장님 전화받고 나가시고 나서 혼자서 온갖 생각을 다했어요. 돈 생기면, 이 치료에 얼마간 쓰고, 다른 데 쓰려고 했어요. 사장님이 도망치듯 나가셨지만, 사장님 입으로 꺼낸 말이니까 어떻게든 받아내려고 했어요. 그리고 받으면 이번 달까지만 일하고, 여기 그만두고, 집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려고 했어요. 잘못했어요." 펑펑우는 호정이를 보면서, 저것이 좌절이구나라는 것을 직접 보았다. 누구한테 뺨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냥 느낌이 아니라 마음에 돌팔매질을 다한 것처럼 실제로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잠시 휘청거렸다. 90만원이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줘야 할 것 같았다. 여전히 돈은 아까웠지만, 주지 않으면 평생 스물 둘 아이에게 돈으로 장난질한 사람으로 남아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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